아리스주와 그리메주는 첫 진행에......... 참여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 잠깐 드리러 들럿읍니다 흑흑 미아내요 좀 더 시간을 내서 빨리 검수해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는데;-; 앞으로 생길지 모를 오류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해주시어 양해해주신다면 몹시 감사하겟습니다........(그랜절)
아침이 밝아온다. 안개가 짙은데다 항상 어둡고 침침한 이 숲에도 아침이 되면 간신히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작은 면적에 햇빛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나쁘지 않은 감상을 읊을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딱히 바쁜건 아니지만 겨우 쏟아지는 햇빛에 감상을 말하고 있을 시간도 없으니까.
" 슬슬 돌아가보실까. "
그나마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려두었던 육포(그렇지만 안개 때문에 잘 마르지는 않았다.)를 가져온 바구니에 다 쓸어넣고서 나는 음림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공터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밀가루가 풀리는 둥 마는 둥 합니다... 망할 것의 겨울! 그저 망할 것의 겨울일 따름이지요.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식의 모습이 바깥에 온전히 드러나게 됩니다. 하물며 불까지 피웠으니 이 상태에서 은신되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이 될 테죠.
젓고, 풀어보고, 젓고, 얼마나 풀렸는지 보고... 덜덜 떨며 이놈의 겨울은 언제 사라지나. 식이 일련의 행동을 계속하고 있을 때 누군가 사르르 접근하는 듯한 기척을 느낍니다. 그렇게도 기척이 분명하니, 자신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듯한 기척을 말이에요.
나는 송아리. 평범한 메이드다. 나는 어떤 일을 계기로 흡혈귀의 부하가 되었고 놀고 먹기만 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메이드가 되었다. 침입자 퇴치, 청소, 빨래, 요리 등 나는 다양한 메이드 업무를 했다. 그리고 그런 생활도 3년... 나는 모험을 떠나기 위해 아가씨한테 허락을 받으러 왔다. 나는 조심스레 아가씨의 방의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주신 약을 먹고 저는 불로불사가 되었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고 싶습니다. 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요정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가씨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1순위였다.
굶주린 요괴가 건드린 흔적이 남은 동사체. 음, 끔찍하군요. 물론 일반인의 감상으로 보았을 때 말입니다. 수없는, 그리고 가지각색의 시체를 보아온 태백에게는 이 정도는 앞에 두고 식사를 하여도 무해한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하저下箸- 할 속셈이야-?"
어리고 또 어린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린아이의 동사한 시체. 오, 그쪽은 아닙니다. 당신의 뒤편에서 그 목소리는 들렸습니다. 당신이 일하는 곳까지 어찌하여, 아니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큼직한 전모를 쓰고 너울로 얼굴을 가린... 여자아이로 추정되는 무언가는 멋대로 책상 따위를 의자로 삼은 채 말간 동작으로 한 손을 살랑 흔들었습니다.
알현은 허락되었습니다. 들어서면 언제나와 같이 고귀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크리스티아나가 동양풍으로 절제 있게 꾸민 침상 위에서 휘장을 거둬내지도 않은 채 느른하게 턱을 괴는 듯한 그림자를 보이며 나긋나긋 대답했지요. 휘장이 우아하게 살랑입니다.
"강해진다는 것은 즉 어디까지 강해지겠다는 의사인지?"
별 고민없는 듯한 목소리는 언제나 한결 같군요...... 그림자로 유추하여 보면 크리스티아나는 잠깐동안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 끝에 휘장 너머로 아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쳐본 듯합니다.
>>373 식
"음식은 뺏지 않아."
여전히 기척은 감춰지지 않은 채로 그 기척은, 그렇게 목소리를 드러냈습니다. 여리고 보석처럼 맑은, 객관적으로 예쁜 목소리입니다. 식은 바로 곁에 걸음걸이가 사뿐사뿐 다가오는 것을 듣습니다.
"솥도 뺏지 않고, 널 곤란하게 만들 마음도 없어."
발끝을 살짜금 돌더니 식의 앞에, 기척, 아니 어느 한 여성이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냈습니다. 뭐 말이야 거창하지만 물리적으로 숨기는 일 없이 단순히 얌전스레 걸어온 것이지만요. 물색 머리카락을 신비롭게 늘어뜨리고, 넉넉한 한복을 입은 가히 넋 나가게끔 하는 미녀인 그녀는 손을 솥을 향해 가녀리게 뻗더니 솥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천천히 손을 거둬가 다른 손을 쥐어 공수했습니다. 뭐 솥에 별것 없는 것 보고 실망이라도 했을까요? 식이 만일 솥 안쪽을 들여다보았다면..
놀란얼굴로 그는 그 여성과 솥안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그야말로 도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행동이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죽이 되다만 걸쭉한 물이 손짓 한번에 사람이 하루내내 힘을내야 겨우 만드는 떡이 만들어진단 말인가요? 심지어 재료조차 다른데! 이는 분명 속임수가 분명했습니다. 게다가 저 신비한 모습이란! 마을에서도 저런 모습을 한 여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요!
"이야기에서나 들은 도인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게 가능하다는거야. 넌 분명 요괴구나?"
요괴들이 정확이 어떤 힘을 가지고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들이 할 수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음식을 뺏지않겠다는것도 음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겠지요.
"난 안 먹을거야."
말하고서 바라본 떡은 먹음직스럽고 마치 갓 만든것처럼 연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갓 만든 떡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긴 했지만..
"왜 나한테 다가온거야? 난 요괴가 마음에 안 들어. 설령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고. 이게...어. 정말로 문제가 없는거라면 너 먼저 먹어."
붉디붉은 눈. 금빛 머리는 민망한 듯이 눈동자를 굴려대며 아하하, 음, 흠, 웃음을 지어보이다가 현타가 온 듯이 가라앉혔습니다. 선인인지, 인간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인지. 육포를 말리러 간다는 말에 합죽이가 되어서 입을 일자로 길게 다물어보던 금빛 머리는 의외로 쇠몽둥이처럼 튼튼해 뵈는 손가락을 끄트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이리 보면 체격답지 않게 소심한 태도입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뱉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이 어디인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하겠어서 말입니다. 어쩌다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이런 어두운 숲이고.. 출구는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고, 그냥..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말씀 물을 자도 보이지 않아 한참을 헤맸거든..요."
금빛 머리는 생소한 것을 보듯이 아키히요를 슬쩍 눈질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말이 통하는 아해- 통하는 분을 찾아서, 덕분에 한시름 놓은 것 같습니다."
금빛 머리가 슬쩍 미소했습니다. 그러다 여전히 민망한지 금세 관둔 듯하지만.
"그래서, 음, 그러니까! 요지는 뭐냐면, 괜찮으시다면 안내를.. 좀..."
부탁하고 싶어서..... 하고, 금빛 머리가 말끝을 흐립니다. 이렇게 다 듣고 보면 애초에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절친하다고 할만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짐승에게 저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서 그녀는 조금 강하게 나간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다. 자신은 정말로 인간이 거리에서 죽는 것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장례를 치루어주었던가. 아마 아닐 것이다. 아마 달밤에 밖에서 보았다면 그대로 시체를 집어삼켜 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 작은 문 하나로 자신 안의 인간과 짐승을 나누어서 아닌 척 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저 여자의 말을 넘기듯이 대꾸할 뿐이었다. 왜 마다하는건가. 거부할 필요도 없는데. 순간적이지만 그것에 망설인 자신에게 분노가 느껴졌던 것이다.
"약한 것에 대한 동정이지 다른 의미는 없어. 나는 그런거 신경도 안쓰고..."
그녀는 머리를 넘기는 척 뿔이 자라나는 근처를 만졌다. 여전히 인간의 살갖위로 머리카락이 돋아있을 뿐 짐승으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에 안도하듯 그녀는 긴장을 풀고 의자에 눕듯이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린애를 먹는 취미는 없는데다, 굳이 말하면 감량중이거든요. 왜, 그래도 저거 넘겨주지는 않을거에요." #슬 웃으며 뒤에 있는 시체를 가르킨다. 그 요괴를 떠보는 듯이
여성이 옷을 톡톡 털더니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혀 쪼그립니다. 이내 완전히 무릎을 꿇어 앉으며 귀함직한 옷이 더러운 땅에 닿는데도, 별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며 연기를 손부채로 거둬내고 조심조심 떡을 쥐어들고 한입이 될 만하게 똑 떼어냈지요. 식의 눈을 마주치며 그녀가 배싯, 미소합니다.
"잘 봐봐. 먹을게."
입에 넣고 꼭꼭 씹었습니다. 넘김까지 부드럽게 해야 만족스럽게 섭취했다고 할 수가 있지요. 별 탈 없이 삼키며 그녀가 봤지? 하듯이 다시 식의 눈을 바라봅니다. 엷은 옥빛의 동그란 구슬 형태의 눈동자.
"난 요괴가 아니야. 그렇다고.. 인간인 것도 아니지. 음,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 그래. 네 말대로.. 도인, 정도로 소개하도록 할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갈고닦는 것은 도인과 다를 바가 없으니."
그렇게 다시 떡을 한입 크기로 떼어내더니 스스럼없이 그것을 식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것 아무리 봐도... 아- 하면 예쁘다고 입에 쏙 넣어줄 법한데요...
"네게도 그냥 도움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까.. 자비롭게 마음에 들어해주면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