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지 않으면 아가씨를 지킬 수 없다니. 정황상 아가씨는 그 흡혈귀를 말하는 것 같은데 ... 그 흡혈귀, 지켜줄 필요는 있는건가? 맘만 먹으면 환상향을 다시 뒤집어 놓을수도 있을만큼 강할텐데. 물론 그걸 좌시하고만 있을 현자님이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이 가상하다고 생각해서 그는 처음으로 살짝 웃으며 말했다.
" 그래, 강해지는건 좋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말이야. "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듯이 얘기한 나는 열심히 꽃을 모았다. 너무 같은 종류의, 너무 비슷한 색의 꽃만 있으면 보는 맛이 없을테니 형형색색의 꽃을 모아서 주머니에 넣던 나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 잘 담그는 편은 아니지만 말일세. 날 잡아서 음림으로 오면 내가 마중 나가지. "
물론 평범한 인간이 올만한 곳은 절대 아니지만 눈 앞의 이 여자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어보였으니까 말이다. 청연궁에서 하녀, 그것도 전투를 맡는다는건 그만큼이나 강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테다.
" 흠, 송아리 ... 조선식 이름이로군. "
분명 환상향으로 넘어오기 전에 바다 건너 존재하는 땅의 사람들이 이런 이름을 갖고 있었지. 적당히 꽃을 다 땄다고 생각한 나는 무릎을 펴면서 말했다.
아리스주와 그리메주는 첫 진행에......... 참여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 잠깐 드리러 들럿읍니다 흑흑 미아내요 좀 더 시간을 내서 빨리 검수해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는데;-; 앞으로 생길지 모를 오류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해주시어 양해해주신다면 몹시 감사하겟습니다........(그랜절)
아침이 밝아온다. 안개가 짙은데다 항상 어둡고 침침한 이 숲에도 아침이 되면 간신히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작은 면적에 햇빛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나쁘지 않은 감상을 읊을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딱히 바쁜건 아니지만 겨우 쏟아지는 햇빛에 감상을 말하고 있을 시간도 없으니까.
" 슬슬 돌아가보실까. "
그나마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려두었던 육포(그렇지만 안개 때문에 잘 마르지는 않았다.)를 가져온 바구니에 다 쓸어넣고서 나는 음림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공터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밀가루가 풀리는 둥 마는 둥 합니다... 망할 것의 겨울! 그저 망할 것의 겨울일 따름이지요.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식의 모습이 바깥에 온전히 드러나게 됩니다. 하물며 불까지 피웠으니 이 상태에서 은신되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이 될 테죠.
젓고, 풀어보고, 젓고, 얼마나 풀렸는지 보고... 덜덜 떨며 이놈의 겨울은 언제 사라지나. 식이 일련의 행동을 계속하고 있을 때 누군가 사르르 접근하는 듯한 기척을 느낍니다. 그렇게도 기척이 분명하니, 자신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듯한 기척을 말이에요.
나는 송아리. 평범한 메이드다. 나는 어떤 일을 계기로 흡혈귀의 부하가 되었고 놀고 먹기만 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메이드가 되었다. 침입자 퇴치, 청소, 빨래, 요리 등 나는 다양한 메이드 업무를 했다. 그리고 그런 생활도 3년... 나는 모험을 떠나기 위해 아가씨한테 허락을 받으러 왔다. 나는 조심스레 아가씨의 방의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주신 약을 먹고 저는 불로불사가 되었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고 싶습니다. 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요정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가씨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1순위였다.
굶주린 요괴가 건드린 흔적이 남은 동사체. 음, 끔찍하군요. 물론 일반인의 감상으로 보았을 때 말입니다. 수없는, 그리고 가지각색의 시체를 보아온 태백에게는 이 정도는 앞에 두고 식사를 하여도 무해한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하저下箸- 할 속셈이야-?"
어리고 또 어린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린아이의 동사한 시체. 오, 그쪽은 아닙니다. 당신의 뒤편에서 그 목소리는 들렸습니다. 당신이 일하는 곳까지 어찌하여, 아니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큼직한 전모를 쓰고 너울로 얼굴을 가린... 여자아이로 추정되는 무언가는 멋대로 책상 따위를 의자로 삼은 채 말간 동작으로 한 손을 살랑 흔들었습니다.
알현은 허락되었습니다. 들어서면 언제나와 같이 고귀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크리스티아나가 동양풍으로 절제 있게 꾸민 침상 위에서 휘장을 거둬내지도 않은 채 느른하게 턱을 괴는 듯한 그림자를 보이며 나긋나긋 대답했지요. 휘장이 우아하게 살랑입니다.
"강해진다는 것은 즉 어디까지 강해지겠다는 의사인지?"
별 고민없는 듯한 목소리는 언제나 한결 같군요...... 그림자로 유추하여 보면 크리스티아나는 잠깐동안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 끝에 휘장 너머로 아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쳐본 듯합니다.
>>373 식
"음식은 뺏지 않아."
여전히 기척은 감춰지지 않은 채로 그 기척은, 그렇게 목소리를 드러냈습니다. 여리고 보석처럼 맑은, 객관적으로 예쁜 목소리입니다. 식은 바로 곁에 걸음걸이가 사뿐사뿐 다가오는 것을 듣습니다.
"솥도 뺏지 않고, 널 곤란하게 만들 마음도 없어."
발끝을 살짜금 돌더니 식의 앞에, 기척, 아니 어느 한 여성이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냈습니다. 뭐 말이야 거창하지만 물리적으로 숨기는 일 없이 단순히 얌전스레 걸어온 것이지만요. 물색 머리카락을 신비롭게 늘어뜨리고, 넉넉한 한복을 입은 가히 넋 나가게끔 하는 미녀인 그녀는 손을 솥을 향해 가녀리게 뻗더니 솥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천천히 손을 거둬가 다른 손을 쥐어 공수했습니다. 뭐 솥에 별것 없는 것 보고 실망이라도 했을까요? 식이 만일 솥 안쪽을 들여다보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