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요괴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흘려 넘겼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딱히 반갑다거나 호기심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시간을 죽일 만한 일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구나."
그녀는 나중에는 모든 게 다 질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불로불사인 이상 어떤 일도 언젠가 질리는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불로불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열심히 살 수밖에 없겠지만.
"도박? 재미는 있어 보이지만, 돈이 오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해. 내가 만약 엄청난 운이 생겨서 도박을 하는 족족 가질 수 있다 해도 거부감이 들 거야."
그녀는 도박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도박꾼은 손을 잘라도 발가락으로 도박하고, 발을 자르면 입으로 도박한다고 했었지. 그녀는 도박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도박은 물론 불확실한 요소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인생은 불확실한 요소 그 자체기에 가급적 확실한 요소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당신은 개야? 늑대야? 개랑 늑대는 귀에서 차이가 있다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 같아서 말이야."
강아지 귀는 푹 처져 있고 늑대 귀는 뻣뻣이 서 있다 했었지. 그녀는 다시 당신을 골똘히 쳐다봤다. 동물 귀가 있으면 인간 귀는 없는 건가? 텐구들은 작은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나?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였다. 일반적으로 텐구들은 머리에 조그마한 각진 모자 토킨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그걸로 요수인지 텐구인지 구분하는 듯했다.
" 돈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도박을 즐길 수 없다네. 하지만 돈을 걸기 전까진 노름은 그저 놀이에 불과하니 놀이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또 괜찮을지도 모르지. "
물론 나도 가면 잃는 날이 더 많긴하다. 잃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긴 하지만 또 그런거에 연연하다보면 돌이킬 수 없어지는건 한순간이니 그저 즐긴다고 생각해야한다. 그래도 돈을 딸때의 짜릿함은 지루한 삶에서 하나의 자극제라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 늑대라네. 귀는 그렇다치고 꼬리가 개 치곤 풍성하지 않은가? "
근데 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꼬리도 개나 늑대나 비슷할테다. 아니 애초에 늑대나 개나 거의 비슷한 조상에서 내려온 동물인데 귀랑 꼬리로 구분할 수 있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여자가 말하는게 대부분 인간들의 시선이라는거다. 물론 하쿠로텐구한테 개냐고 물어보면 그 싸늘한 시선을 한 몸에 받아내야겠지만.
"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가서 물어보진 말게나. 하쿠로텐구 중에선 백랑의 자존심을 지나치게 가지고 있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
아무리 텐구 사회에선 말단직이 많은 하쿠로텐구라고 할지라도 인간 하나를 잡아먹는건 일도 아니니 말이다. 물론 눈 앞의 인간은 청연궁에 연이 닿아 있으니 일반적인 요괴는 건드리기도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다. 궁의 주인의 성격을 잘 모르니 속단하긴 힘들지만.
" 그나저나 자네는 왜 여기까지 나와있는가? 지금 시간이라면 청연궁에서 열심히 일 할 시간이 아닌가? "
늦은 저녁도 아니고 이런 한낮인데 화림까지 나와서 나와 한가롭게 얘기할 시간이 있는건가. 분명 이 사람도 해야할 몫이 있을터인데?
태백이랑 식이 상태창은 가능한 대로 내일......!!!! 올리지 못한다면???? 감수하고 상태창 없는 진행을 해보는 것으로...... 짜피 첫 진행 짧은 사이에 전투 상황까지 갈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으니까여🤔🤔🤔(하지만 개같이 전투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하고.......)
겸사겸사 아리스 시트도 마저 검사해보고 진행전까지 아리스주와 간단한 조율이라도 마쳐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겟네여
그런데 쓰다듬기 대해서, 누군가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할때는... "아리스의 머리를 쓰담고 싶었던거야? 후후훗, 뭐~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그렇게 하게 해줄께." 라고 말할 것 같네요. 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말투가 약간 씩 변할 것 같기도?
요괴의 말에 그녀는 가끔씩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혼자 갔을 때 해야겠지. 요정들이 도박에 빠지게 되면 곤란하니까.
"그런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청연궁의 메이드로 일하는 그녀가 개와 늑대를 마주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마주치더라도 퇴치하거나 그냥 지나갔기 때문에 굳이 그런 차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요괴가 하쿠로텐구 이야기를 꺼내자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마을에 장을 보러 가는 중이었어. 그냥 오늘은 왠지 모르게 당신이랑 이야기하고 싶었거든. 그리고 전투 메이드라서 일반 메이드보다는 비교적 시간이 있기도 하고."
전투 메이드도 일단은 메이드니까 일반 메이드들의 일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전투만 하면 사실상 백수기도 하고. 전투력도 크리스티아나, 메이드장과 비교하면 시간 벌기 정도밖에 안 되지 않을까?
"애초에 내가 메이드를 자처한 거라서 이 정도는 괜찮아. 가끔씩 숨 돌리지 않으면 일에 의욕이 없으니까."
나에겐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냥 흘려넘긴다. 개던 늑대던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젠 겉모습만 하쿠로텐구 일뿐 더이상 그들에게 속해 있지 않은데. 난가침에 갈때도 어쩌다 그놈들을 마주치면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게 한 두번이 아니다.
" 전투 메이드라니. 청연궁엔 그런 직책도 존재하나보구만. "
메이드가 분명 하녀들을 칭하는 말이었지. 내가 아는 하녀들은 가사 전반의 일들을 나눠맡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전투라니 싸우기도 하는건가. 하지만 청연궁에 따로 경비인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진 못했으니 전투를 담당하는 집단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흡혈귀 본인의 전투력을 보면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
" 주인한테 혼나지 않는 것이라면 내가 참견할 이유는 없겠구만. "
생각해보니 이 여자와 대화하느라 화림에 온 본연의 목적을 잊어버릴뻔했다. 나는 쪼그려 앉아서 적당히 크기가 있는 꽃들을 조금씩 꺾어서 주머니에 담기 시작했다. 시간도 때울 겸 얼마전에 다른 요괴에게 술 담그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에 이 곳의 꽃으로 술을 담궈볼 생각이었다.
" 여기의 꽃으로 술을 담궈볼 생각이라네. 화림의 꽃으로 술을 담그면 분명 향이 좋을테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