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자 순식간에 몸에 눈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이전보다 더욱 가혹한 추위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무장이 어떻게든 보호를 해주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의 차이는 확실하게 느껴졌겠지만.
이내 글라키에스의 어깨에 달려있는 냉기를 내뿜는 장치에서 하늘을 향해 냉기가 분출되었다. 이어 하늘 위에 정말로 투명하고 새하얀 눈 모양의 결정체가 떠올랐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결정체는 일정 주기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위치는 정확하게 글라키에스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도 당연했다. 글라키에스가 바로 위쪽에 냉기를 분출했기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승리자 뿐." "위선도 남을 위하는 착한척 하는 마음도 아무 것도 주지 않아. 그것은 개인만족일 뿐이지!"
이어 글라키에스는 이번에는 정말로 빠르게 얼음을 타고 여기저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두 손에 검을 쥐고 마치 기회를 엿보듯이 가만히 주변을 돌고 있었다.
그 와중에 글라키에스의 등 뒤에서 푸른색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아마 쥬데카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익숙하면서도 위험천만한 그 힘의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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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키에스의 보검 해방 패시브 스킬 -방어를 하게 될시 다음 턴, 땅이 발에 얼어붙어 회피 움직임 불가. 이동해서 공격하는 것 불가. -그 상태에서 또 방어를 하게 될 시 그 다음 턴은 온 몸이 얼어붙여서 1턴 행동불가. -단 공격을 맞게 될 시에는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효과는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닌한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적용된다.
덧붙여서 여러분들의 체력은 이제 10000이에요! 그리고 파워업의 효과로 각자 버스트를 한 번 더 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앞으로 총 3번 가능해요! 참고해주세요!
8시 25분까지!! 참고로 이번 전투부터는 난이도가 조금 더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 더 협력을 하거나 상쇄 등에 포인트를 둬야할 수도 있어요.
하늘에 눈구름이 자욱한 것도 아닌데. 눈이 내린다. 닿는 것을 모두 얼려버릴 듯이 차가운 눈. 그녀는 급히 독액으로 망토를 늘려 몸을 감쌌다. 공격은 막아주지 못 해도 눈은 덜 맞게 해주겠지.
"다들 저 위에 있는 거 기억하지? 예의주시하라고. 정신 없겠지만."
공중의 결정체가 빛을 발하며 사방을 얼려버리던 것을 모두에게 무전으로 상기시키며 무기의 형상을 조금 흐트러뜨린다. 빠르게 이동하는 글라키에스를 따라 조금씩 이동하며. 어떻게 해야 저 움직임을 막거나 무력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어이. 글라키에스.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지. 너는 왜 그렇게 승리와 권리에 집착하지? 이미 가질 건 다 가졌잖아. 당당한 승리자라면 조금은 여유롭게 굴어도 좋을텐데. 어째서 그렇게 조급하게 굴지? 무엇에 그렇게 쫓기는 걸까?"
한편으론 글라키에스에게 줄곧 묻고 싶었던 말을 한다. 줄곧이랄까. 어쩌면 여기 오기 직전에서야 떠오른 의문일지도 모르지만.
"너는 분명 정상에 앉은 승리자일 텐데. 내 눈엔 절벽 끝에 간신히 걸터앉은 위태로움 밖에 보이지 않네."
어째서? 이번엔 빈정거림 없는 순수한 의문을 표하고 무기를 든 팔을 크게 휘두른다. 그러자 쥐고 있던 무기가 녹으며 동시에 다량의 독액이 글라키에스를 향해 쏟아진다. 정확히는 글라키에스의 진행 방향으로. 주변 한기로 인해 김이 폴폴 올라올만치 고온을 품은 독액을 광범위하게 펼친다.
살을 에는 추위가 다시금 찾아왔다. 익숙하되 그것보다 더욱 잔인함을 알고 있다. 무장이 어떻게든 보호해 주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맨 처음 소집 때 보았던 사진이 떠올랐다. 인간이었던 것, 그리고 육편이 되어버린 존재. 그렇게 될 수는 없다. 투명하고 새하얀 결정체를 뒤로, 이스마엘은 입을 다물었다. 마스크 속에서 다물린 입은 이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대체 왜 승리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개인 만족이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스마엘은 글라키에스가 보여주던 모습에서 의문을 품더니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안타까운 사람."
그저 그렇게 한마디. 누군가를 동정할 수 없는 사람이면서도 동정하는 꼴을 보이는 것은 도발이라기엔 감정이 거의 섞여있지 않다. 공중에서 글라키에스를 내려다보듯 했다. 노이즈 속에서도 그 시선이 노골적일 정도로. 덤덤하게 내려다보다, 지팡이를 매만졌다. 주변을 돌듯 하는 모습을 보다 보이지 않는 힘을 통해 강제로 멈춰 세우려 하더니, 이내 잔해를 띄워 글라키에스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갈라진 잔해가 강하게 빗발치려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전투 개시다. 협상의 여지도, 대화의 의지도 없는 상대와 대화를 시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지의 존재 같은 게 라니라 그야말로 맹수를 앞에 두고 길들여지길 바라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분출되는 냉기와 반짝이는 결정체, 지난 번에 어떻게든 파훼했던 그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파훼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너를 포함한 동료들 주변을 도는 그녀를 쫓아 시선을 옮겼다.
"...버스트를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건가?"
봐주지 않는다, 뭐 그런 이야기인가?
"처음부터 강하게 몰아붙일 생각인 모양입니다!"
뭘 해야 하지? 글라키에스를 구속해? 결정체를 노려? 결정체가 먼저 반응해 공격이 실행됐던 건 아니었으니 조금 드고 볼까? 너는 실마리가 잡혀있는 쪽, 그러니까 글라키에스를 보며 사슬을 쏘아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노리는 것은 그녀의 다리였다.
"왜 승리와 권력에 집착하냐고? 내가 조급하고 위태롭다고? 그건 너희들 패배자가 위태롭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닐까? 승리자가 아니라 패배자들 주제에 어디서 평가질이야? 나는 조급하지도 위태롭지도 않아. 절대로!! 너희들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패배자 녀석들이 승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욕심내고 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안타까워? 누가 안타깝다는건지 모르겠네. ...이것도 저것도 다 잃어버린 너야말로 가장 안타까운 존재 아냐?"
"네가 승리자라고? 아하하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자서는 덤비지 못해서 하이에나처럼 단체로 달려드는 주제에 뭐가 승리자라는거지? 아니면 그렇게 자기 최면이라도 걸려는거야? 한심해. 정말로 한심해."
자신에게 말을 건 레레시아, 이스마엘, 그리고 선우의 말에 대답하며 글라키에스는 차가운 미소를 내뱉었다. 맨 먼저 글라키에스를 향해 독액이 펼쳐지는 듯 했으나 이내 그 독액은 튀어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얼어버리며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파편이 되어 깨져버렸다. 그와는 별개로 이스마엘이 잔해를 띄워 글라키에스를 향해서 공격을 가했고 그 파편에 글라키에스는 확실하게 명중했고 그 틈을 타서 쥬데카는 다리를 붙잡는데 성공했으나 머지 않아 사슬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우는 하늘로 치솟아서 푸른 빛을 저격하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빛은 빛이었다. 당연히 빛에 뭔가가 명중하는 일은 없었다. 유일하게 얼어붙지 않은 공격은 이스마엘의 파편 뿐이었다. 독액은 물론이며 다리를 붙잡았던 체인마저 꽁꽁 얼어버렸지만 파편만 유일하게 얼어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하늘에 떠 있는 결정체는 더욱 더 급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반응이라도 하려는지, 약간씩 흔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글라키에스는 두 자루의 검을 더 꽈악 쥐며 단번에 일행들을 급습했다. 아스텔의 움직임과 비슷한 움직임. 어설픈 움직임 없이 오로지 상대의 급소나 심장, 그리고 목을 노리듯이 검무가 펼쳐졌다.
"이래보여도 나름 서열이 높단 말이지. 나. 너희 같은 패배자들이 건들 수 있는 그런 레벨이 아니야! 난!!"
/버스트 발동 - 공격형.
프리징 스워드 퍼레이드. - 데미지 1500. 허나 버스트의 영향으로 해당 공격은 3000. 공격을 당하게 될시 100%의 빙결효과. 단 방어형 버스트인 절대 방어의 경우 빙결확률이 50%로 줄어들게 된다. 절대 방어를 사용하게 될 시 패시브의 영향은 받지 않는다.
또한 다음 턴.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시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 한정..(노이즈 효과).
일일히 대화를 나누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한 발 앞서 느껴지는 만큼 한 발 앞서 움직여야 했지만 그만큼 네 몸이 빠른 건 아니었으니까. 그랬기에 급소를 노리는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양 팔의 무장이 강화되어 목이나 심장을 노리는 검을 빗겨낼 수 있게끔 아슬아슬하게 움직인다, 본래라면 얼어붙기 시작했을 테지만 버스트 덕분이었는지 냉기는 그렇게 압도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 와중에도 틈을 찾아 어떻게든 글라키에스에게 반격하려고 해 본다, 노린 곳은 팔이나 어깨 정도가 한계였지만.
"번쩍인다...! 다들 빛을 정면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빛과 너 사이, 빛이 투과할 수 없도록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산 형태의 방패가 펼쳐진다. 이미 얼어붙기 시작한 체인은 끊어버린 지 오래다.
"맞아. 나도 동료들도 지금 매우 위태로워. 하지만 나는 동시에 경외하고 있어. 그 압도적인 힘. 지금 나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그 힘을 너는 가졌으니까. 그런데 그 힘을 가진 너는 전혀 압도적이지 않아. 네가 말한 플래나는 단지 존재만으로도 주는 압도감이 있었고. 네가 말하지 않은 카시노프조차 제자리에서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압박했었지. 하지만 너는. 너에게선 네 존재가 주는 압력이 없어. 너를 보고 느끼는 건 그 힘에 대한 경계와 경외 뿐이지. 너는 두렵지 않아. 글라키에스."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얼어 조각난 독액들을 다시 불러모은다. 되돌린 독액과 새롭게 생성한 독액으로 검을 만들어 쥐고 글라키에스를 응시한다.
"너는 봤겠지. 글라키에스. 보검이 파괴당하고 무력해진 레이버와 엘리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는 그 둘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대화에 집중한 탓이었을까. 글라키에스의 검무를 미처 피하지 못 한다. 잔상만 겨우 보일 정도로 빠르게 급소를 노려오는 글라키에스를 그녀는 되려 똑바로 마주했다. 공격 당하는 공포보다 지금은 의문이 위기감을 앞선다.
저 모습에서 더욱 조급하고 위태로움을 알고 있을까. 이스마엘은 잠시 레레시아를 향해 눈을 굴렸다. 그리고 쥬데카와 선우를 한 번씩 쳐다보다, 글라키에스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상처를 헤집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래도 괜찮을까. 저렇게 발악하듯 외치다 자칫 건드리면 툭, 하고 깨질 것만 같은 사람인데.
"제가 안타깝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아니, 깨질 것만 같은 사람이니 이참에 깨부수자. 그리고 그 잔해를 긁어모아 이상향에 데려가자.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것이 필요한 참이다. 이스마엘은 가만히, 여전히, 그래, 글라키에스를 내려다봤다.
"저는 아무것도 뺏길 것이 없지만, 당신은 뺏길 것이 차고도 넘치는데 어째서 동정하는 겁니까? 우리는 가진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영광을, 살아오며 쌓아 올린 그 삶의 증표를 뺏고 당신을 다시금 그 공포스러운 지옥 구렁텅이에 처박을 존재일 텐데요.. 그렇다고 당신을 폐기하지도 않고.. 살려둬서 두 눈에 담게 할 테니!"
피가 튀었다. 무장 덕분에 깊게 베이진 않았지만 한순간의 기억을 건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 테다. 슬럼에서의 기억. 이스마엘은 가슴까지 와닿는 격통에 눈을 질끈 감더니 그대로 글라키에스를 염력으로 내리치려 들었다.
"두렵지 않습니까? 당신이 패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 속의 불안함이 당신을 좀먹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라고 한다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