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임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겨울날의 휴식. 그리고 조금은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오늘, 로벨리아에게서 '긴급 임무'라는 지령 아래에 전원 집합 지령이 떨어졌다. 언제나 작전 브리핑을 하는 회의실에 들어왔다면 아스텔은 없고 에스티아만 뒤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이어 로벨리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평소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왔나? 그럼 브리핑을 시작하지."
모두가 온 것을 확인하며 로벨리아는 가벼운 인사를 한 후, 뒤에 가려져있는 스크린이 보이도록 몸을 옆으로 치웠다. 거기엔 이 마을 근방의 지역이 표시가 되어있는 지역이 담긴 지도가 떠 있었다. 상당히 여기저기에 X 표시가 되어있었고 로벨리아는 그 X 표시 중 몇 개를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해당 표시는 가디언즈의 섬멸부대가 등장한 포인트다. 가디언즈의 섬멸부대. 간단하게 말하자면 레지스탕스를 섬멸하는 정예부대다. 지금까지 너희가 상대한 일반 병사와는 다르게 이쪽은 정말 최전방에 투입되는 부대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지. 그리고 이 정예부대를 이끄는 이가 너희들이 이전에 한번 충돌한 적이 있는 간부 클래스. 글라키에스."
이전에 제 0 특수부대와 한 번 충돌한 적이 있는 글라키에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과 비슷한 타이밍에 에스티아는 다음 화면으로 바꿨다. 거기에는 두 가지 화면이 떠 있었다. 하나는 U.P.G 본부가 있는 도시의 근방.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이 마을에서 조금 더 남쪽에 위치한 평야 지역이었다.
"지금 섬멸부대는 여기저기로 움직이면서 레지스탕스 부대를 있는대로 없애버리고 있어. 물론 저 X 포인트마다 레지스탕스 부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U.P.G 근처라는 이유로 꽤 여러 레지스탕스 부대가 있었고 최근 섬멸한 것이 일곱 부대. 그리고 레지스탕스 부대는 아니었지만 숨어서 지내던 세븐스 마을 몇 개도 공격받아 섬멸되었다는 정보도 있어. 아무튼... 이 남쪽 포인트로 현재 섬멸부대가 이동하고 있다라는 정보가 들어왔어. 너희들의 임무는 이 섬멸부대를 막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저번처럼 시간을 끌다가 후퇴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저 포인트. 말 그대로 저 포인트에서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돼. 물론 저 포인트는 이곳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가 노리는 것은 바로 저 포인트에 우리의 본거지가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거야. 만약 중간에 퇴각하거나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필시 눈치채고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게 될테고 이곳의 위치가 발각될 가능성이 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절대로 후퇴할 수도 없고 퇴각할 수도 없으며 패배 또한 용납되지 않는다. 아스텔은 현재 저 U.P.G 본부가 있는 포인트 근처에서 추가 원군이 나오지 않도록 막고 있어."
말 그대로 아스텔은 현재 다른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상황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로벨리아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이번 임무만큼은... 너희들의 목숨을 확실하게 걸어야할지도 모르는 작전이다. 이전에는 너희들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어. ...이런 임무를 하게 해서 미안하군. 만약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면 도망쳐도 좋다."
한동안의 평화. 실제로 평화롭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적어도 임무에 차출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일은 없었으니 충분히 평화로웠던 시간이 지나고 오랜만에 맞이한 임무는 긴급한 임무였다. 로벨리아와 에스티아만이 기다리는 회의실, 하나 둘씩 모이는 동료들의 모습 중에 아스텔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브리핑을 듣다 보니 벌써 아스텔은 앞서 움직이며 임무에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애쓰는 중인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당 포인트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미 한번 맞부딪힌 적 있었고, 분명히 맞서는 것은 실패했었다. 히트 앤 런이라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는 있던 전과 다르게 이제는 반드시 버텨서 물러나게 만들어야만 하니...
당분간 별다른 임무는 없을 거라던 그의 말처럼 정말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자잘한 모임이 있었고. 오랜만에 후련하고도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약간의 고민은 있었지만 그렇게 깊은 고민도 아니었다. 앞으로도 이대로만 흘러갔으면. 하는 기약 없는 희망을 조금 바라볼 정도의 나날이었다.
긴급 임무. 그 소집령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그녀는 늘상 그랬듯 바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회의실로 향했다. 평소와 같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손에 낀 장갑이 바뀐 점이다. 꽁꽁 감싸던 장갑에서 무기를 쥐기에 용이한 반장갑이었다. 그녀도 어색한지 손을 자주 쥐락펴락 하고 있었지만. 회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후에는 팔짱을 끼고 잠잠해졌다.
섬멸부대의 등장과 그 여파. 현재 아스텔의 활동. 그리고...
"글라키에스..."
한 번 부딪혔던 존재의 재등장. 이번 작전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 확실하게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연이은 로벨리아의 진지하고 무거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도망칠 수 없는 작전이라. 바로 얼마 전 했던 맹세가 떠오른다. 꼭 살아남자던. 살아서 함께 하자 했던. 그랬던 그는 이미 전장에 나가 있었지.
한동안 임무는 없었지만 이스마엘은 쉬지 않았다. 스스로 깨달은 점에서 찾던 것도 있었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따지고 본다면 못했다가 가까울지도 모른다. 제와 서로 이것저것 대화와 의논을 거쳤고, 끝내 내린 결론은 팀에게 함구하며 묻어두기로 했다. 이것은 둘만의 일이다.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 한들, 혹은 그 이상의 존재라 한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긴급한 임무 지령에 집합했을 적, 이스마엘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긴급한 사안인 만큼 경박한 모습이 아닌, 얌전한 태도로.
섬멸부대. 듣기만 해도 무엇을 하는지 알 것만 같고, 어떤 성정을 지녔는지 짐작기 간다. 요컨대 저번처럼 치고 빠지거나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 정면에서 맞서 싸우며 물러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 이스마엘은 노이즈 속에서 눈을 내리깐다. 목숨을 거는 것이라면 상관없다. 본디 그런 각오로 이곳에 왔고, 다른 누군가가 이미 사지에서 싸우고 있지 않나.
선택하라 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스마엘은 쓴 웃음을 삼켰다.
"섬멸부대의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 바가 있는지, 그리고 필요시 사살이 허용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큰 충돌에서 사살은 당연히 허용됨에도 묻는 이유는, 아마 그 강도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되는지 묻는 것일 테다.
>>쥬데카 "그래. 저 포인트에서 물러나게 될 시에는, 적어도 조금 불리하다고 퇴각하게 될 시에는 필시 저기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발각되겠지. 그리고 그 근방의 다른 곳을 수색하게 되면 이 아지트가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겠지."
쥬데카의 말에 분명하게 로벨리아는 대답했다. 허나 이어지는 물음에 로벨리아는 좀처럼 답을 잇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상대가 그 글라키에스라고 한다면, 솔직히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너희들의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이 정도 답밖에는 할 수 없어서 미안하군."
>>레레시아 "별도의 작전이라."
레레시아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잠시 생각을 하다 모두에게 확실하게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마냥 목숨을 걸게 하진 않겠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녀는 분명하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이전 작전에서 너희들이 보검 하나를 더 박살냈고 그 파편을 에스티아가 회수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너희들의 보검 출력이 조금 더 올랐을거다. 그리고... 목숨을 걸라고 했지만 정말로 최악의 경우, 정말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경우는 바로 보고를 올려라. ...강제로 워프시킬테니까. ...그리고 이 아지트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많은 것을 잃게 되고... 이전처럼 활동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겠지. 너희들에게 전멸을 하라고 할 순 없으니까."
아무래도 보검은 에스티아에 의해서 파워업이 된 모양이었다. 출력이 좀 더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스마엘 "섬멸부대의 일원은 얼핏 잡아 50명. 그리고 글라키에스. 덧붙여서 아스텔의 말에 따르면 50명이 더 있고 이쪽은 '칼리버'라는 이가 이끈다는 것 같다. 현재 아스텔과 교전중이다. 어디까지나 아스텔은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사살해도 좋다. 이 녀석만큼은 용서할 수 없는 이들이니까. 어린아이조차도 차후에 위험한 이가 될 수도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작자들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아이조차 살려두면 차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릴 수도 있는 존재. 말 그대로 자신들의 특권을 넘어서서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없애버릴 수 있는 부대. 그것이 바로 섬멸부대라고 로벨리아는 설명했다.
"실제로 전멸한 마을 중에선 단순히 의심이 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멸당한 곳도 있어. 그저 세븐스들이 조용히 숨어서 살고자 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을 죽인 이유다."
>>공통 "아까도 말이 나왔지만 전의 엘리나의 보검을 부숴버리는데 성공했고 그 파편을 회수했어. 그리고 모두의 보검에 끼워서 파워업을 시켰으니까 그 점 참고해줘."
에스티아는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확실하게 설명했다. 기본적인 공격력. 그리고 보검 자체의 내구도가 확실하게 올랐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조심해야한다는 말. 그리고 부디 아무도 죽지 말라는 말을 전달했다.
"준비가 된 이는 바로 출동하도록."
이어 로벨리아는 모두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워프존을 이용해서 출격한다면 그야말로 넓은 평야가 보이는 언덕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평야에는 가디언즈 멤버들이 잠시 쉬고 있는 모습 또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는 이전 가디언즈 멤버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확실하게 달랐다.
허나 중요한 것은 거기에 있는 것은 한 분대 정도의 인원이었다. 딱 열 명. 남은 사십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전의 한쪽 면이 나올 확률, 여차하면 언제든 뒤집어질 확률. 뒤집고 뒤집고... 뒤집어서. 최후에 서 있는다면 승리. 간단하지만 말이 안 되는 생각임에도, 그걸로 충분하다며 대답한 너는 보검의 힘이 강해졌다는 말에 고갤 끄덕였다.
"임무 완수 후 복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워프실로 향한 네 눈 앞에 보인 것은 열 명의 적, 나머지 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흩어져서 수색 중인 건가? 그렇담 각개격파를 노려볼 만 하지 않을까? 가능만 하다면... 넓은 평야인 만큼 주변에서 포위를 당하면 곤란해지겠지, 여기선 고지를 유지하는 게 좋은 판단일지도.
"그렇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죠... 애초 목표는 교란, 이 장소가 중요한 장소라는 걸 느끼게 해 주려면."
함정일지라도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위협이 느껴진다면 바로 돌아오죠."
이럴 땐 육감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너는 언덕의 비탈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가 적들 가까이 이동하려고 했다. 가까이 이동할 수 있었다면 바로 사슬을 뽑아 가장 가까운 인원의 목을 휘감아 당기려고 했을 터다.
얼핏 잡아 50, 그리고 글라키에스. 아스텔이 교전중인 부대가 하나 더 있고 다른 인물이 이끌고 있다면, 그쪽은 지금 보검을 가진 다른 간부와 싸우고 있을 테다. 역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스마엘은 사살해도 좋다는 지령을 뒤로 나오는 이야기에 눈을 감았다. 고작 앞니 빠진 아이인데, 아이라도 위험한 존재인데……. 익숙한 목소리가 꼭 귀를 맴도는 것만 같다.
"필히 사살해야겠군요."
그래, 그게 옳은 처사다. 결국 어떤 삶을 살아왔어도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용서 받을 수 없다. 그래, 타인의 시점에서 보면 죽을만한 사람이었다. 언제까지 가슴에 묻고 싸돌며 살 것인가? 눈을 가늘게 뜬 이스마엘이 시선을 굴렸다. 그런 사람조차 품고 가고 싶지만 결국 그럴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달으니 입안이 쓰다. 이스마엘은 군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동 명령 때문이었다.
"……유념하겠습니다."
조심하든 말든 죽을 사람은 죽는다. 죽지 말라고 해도 누군가는 죽는다. 차마 대장에게 입에 발린 소리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달라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무슨 자격이 있을까. 그저 유념하겠다며 출격했다. 소수의 인원을 뒤로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이스마엘은 눈을 굴렸다.
"조심하십시오."
입술을 달싹이곤 보검을 손에 쥔다. 무장 전개는 제법 빠른 속도였다. 상황을 지켜보다 명령이 떨어지면 돌격하겠다는 듯.
들은 섬멸부대의 인원수는 오십. 허나 눈앞에 있는 것은 합쳐봐야 열. 그렇다면 남은 사십명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단 레레시아와 이스마엘은 경계를 하면서 무장을 사용했다. 무장을 사용한 이들은 아마 장갑이 이전보다 조금 더 탄탄하고 출력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공격력도 어쩌면 확실히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출력은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쥬데카는 천천히 적들에게 다가갔고 사슬을 뽑아 가장 가까운 가디언즈 병사의 목을 휘감아 당기려고 했다. 허나 그 순간, 쥬데카는 뭔가 상당히 불길한 느낌. 정말로 위험천만한 감각을 자연히 느꼈을 것이다. 이내 가디언즈 병사 중 하나가 손에 쥐고 있는 라이플을 이용해서 사슬을 쏘았고 총알은 정확하게 사슬에 명중해서 사슬은 땅으로 떨어졌다.
"공격을 가하는 이 발견. 데이터확인.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임을 확인."
이내 열명은 일제히 쥬데카를 바라봤고 손에 쥐고 있는 라이플을 들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쥬데카가 있는 곳을 향해서 쏘기 시작했다 .그 중 두 명은 하늘로 떠올랐다. 한 명은 손에 물을, 다른 한 명은 손에 전기를 생성시킨 후 집어던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명은 특별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쥬데카가 느끼는 감각은 절대로 열명분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 사이에서 그 이상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압도적으로 강한 살기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고작 열명만이 있는 이곳에서 어째서 이런 강한 살기. 그리고 열명을 넘어서는 인기척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데우스는 가늘게 찢어진 눈을 살짝 뜨며 말을 되뇌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거나 의심되는 자는 어린아이라도 죽이는 집단. 분명 죽어 마땅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아마데우스는 아주 잠시 어딘가 씁쓸해보이는 눈빛을 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로벨리아에게 살아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회의실을 떠났다.
그녀는 출격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다. 섬멸부대 역시 그릇된 질서로 만들어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걸까. 그들도 피해자라면 그들에게 명을 달리한 세븐스의 비통함으로 울부짖는 혼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아마데우스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죄의 무게로는 섬멸부대를 따라올 이가 없으니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자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출격을 완료한 아마데우스는 창을 만들고 자리를 박차더니 아래서 찍어내리는 식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가디언즈 병사의 목을 노렸다.
접근하는 것도 성공했고, 사슬을 던지는 것도 성공했다. 꽤 순조로웠음에도 불안감은 갑자기 엄습해오는 것이어서, 라이플의 탄환에 사슬이 튕겨져 나가자 재빨리 사슬을 회수하며 너는 몸을 약하게 떨었다. 반응하는 속도도 속도였지만 분명 눈에 보이는 것은 열 명 뿐인데 위압감이나 살기, 기척은 그 이상이다. 잘못 느끼고 있는 거라면 좋으련만, 적의 일련의 움직임을 눈에 담던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눈을 감고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너를 노리는 공격 자체는 가까운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겨 피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너는 동료들이 각자 반응하는 것에 네게 향하는 공격은 맡겨 두고 몸을 돌려 가만히 대기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사슬을 쏘아 보냈다.
"-아무래도 열 명만 있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위장을 했든, 세븐스를 통한 은신이든간에,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어떻게든 기척과 살기를 뿜어내는 존재를 볼 수 있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