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너무 어울려! 느긋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 강한 보스처럼 보인달까 진짜 최종보스 느낌? 힐 타입이라 처치하는 쪽에서 까다로울 것 같아 특히 장기전으로 가면 갈 수록! 지온보스 처치 팟 짤 때엔 힐러가 필수일 것 같은... >>23 처치대사 정말 게임 속에서 나올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정말 처치 불가 보스 (멋있음 감바스..어머니 솜씨 너무 좋으시잖아~!
알코올에 잔뜩 절여진 빨간 혓바닥을 쭉 내밀고, 또 굳이 그걸 가리켜 말했다. 그러고 있으니, 살짝 멍청하게 변한 발음. 혀는 축축했으나, 다행히도 침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성격이라면, 그저 경장에게 적절히 분위기를 타서 메롱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터. 아마 그 직후에 저질렀다는 듯이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리 하는 것을 보아, 열에 아홉 정도는 명명백백해 보였다.
도로 혀를 집어 넣고, 돌연 말을 얼버무리는 경장의 코를 꼬리 끝으로 콩 때렸다. 아프지는 않았겠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기만 한 행동. 그러면서 태도는 얼마나 적반하장식인지, 아주 경장의 머리 꼭대기에서 말하고 있는 투였다.
"...쓸 데 없는 걱정이야. 리글씨 주제에. 건방지다구!"
그러더니, 이번엔 자기가 때린 콧잔등을 다시 그 요망한 꼬리의 끝으로 보드랍게 쓰다듬듯 매만져 주는 것이었다. 병 주고 약 주기. 참으로 적절한 고사성어의 한 장면이었다.
그나저나 말미잘을 먹지 못하고 괴로워 모습이 또 그렇게나 재미진 모양이었다.
"하하하핫-, 겁쟁이. 그렇게나 싫어? 어쩔 수 없네. 이모-, 여기 김치 수육도 한 접시 가져다 주세여!"
빵 터진 여우귀. 발까지 동동 구르고, 배를 잡았다. 테이블을 통통 치고, 꼬리는 마치 전동 모터라도 달린 듯 프로펠러질을 해대었다. 참으로 풍부한 리액션, 그 놀리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육은 전골과는 달리 금세 자리를 찾아 왔다. 거기 올려진 건 너무나 평범한 돼지 수육,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김치가 전부.
"음, 왔네. 이거라면 괜찮지?"
여우귀는 대답도 듣지 않았다. 곧장 들고 있는 젓가락으로 수육 한 점에 김치를 포개어, 아까처럼 경장의 입가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살짝 멍청하게 변한 발음에 쿡쿡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보면 경사님의 이런 모습은 내 앞에서는 드물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모르겠지만, 평소의 여유롭게 놀리는 모습이 아니라 어딘가 하찮은 그런 모습이라던가. 그런 생각도 잠시 분위기를 타서 메롱해버리고는 멋쩍게 웃어보이자 나는 살짝 손을 들어올린다.
"...그럼 이, 혀에서는, 제게 무슨 맛이 나나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메롱을 당해버렸다. 그 때문에 조금 분한 기분이 들어 괜히 혀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다. 성공했다면 메롱하고 있는 혀를 두 손가락으로 살짝 잡으며 경사님을 빤히 보았겠지. 실패했다면 손을 다시 집어넣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을거고.
그러거나 말거나 꼬리 끝이 내 코를 꽁 때리자 나는 윽. 소리와 함께 당황한 표정이 내 얼굴에 드러났다. 곧, 경사님의 말을 듣고는 이해했지만.
"헤헤. 경사님은... 좋아하는 선배니까요. 설마 제 마음이 다 드러날 줄은 몰랐지만요."
보드랍고 요망한 꼬리 끝이 코를 간질이자 조금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꼬리가 복슬복슬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건, 경사님에게도 마찬가지. 내가 도움이 되진 못할 망정, 발목을 잡고싶진 않은 법이다. 더군다나 나는 나태하고 어설프지만 선배들은 모두 뛰어난 분들 뿐이니까...더더욱 그렇다.
그런 마음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들킬 줄은 몰랐지만.
"저건 보기만 해도 속이 능글능글해버려서... 어쩔 수 없어요.."
발까지 동동 구르는 경사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면서도 기죽은 목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나온다. 다행히도 놀리는 것과 별개로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어보였지만.
"이거라면 괜찮네요... 근데... 이건 좀 너무 부끄러운데..."
아까야 먹기 싫은걸 억지로 먹이려는 모양새긴 했지만, 지금은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도 굳이 먹여줄 생각이라니...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긴 했지만 경사님의 성격상 안 먹고 있으면 끝까지 먹이려고 하겠지. 조금은 체념한 눈치로 눈을 감고는 상반신을 숙여 젓가락에 들린 수육을 입에 넣으려고 했다. 설마 이 도중에 바꿔치기 하시려는건 아니시겠지..? 하는 의심이 스친건 그 직후였지만. 일단은 한번 먹어본다.
조용히 딴청을 피우고 있는데도 빤-히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건물의 튀어나온 턱에 앉은 채 손을 괴며, 안 피했어요 하고 작은 소리로 뇌까렸다. 그러나 이내 그를 돌아본다. 밤그림자에도 환한 백발, 깨끗한 벽안. 자신이 챙겨야 할 (경찰 경력)후배가 울상을 지어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그런 거 아닌데……."
후배 앞에서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이런 꼴이라니, 부끄럽다. 그가 장난치려는 것은 생각도 못 하는지 안절부절한 기색으로 데룩데룩 눈을 굴린다.
"리글 씨는 잘해줬어요, 그런 말 마세요. 증거 수집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하아. 저는 너무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다보니 진범이 아닌 이를 지목하는 실수를……."
곧이어 울적한 낯. 그러면서도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다. 자신이 맡은 모든 사건이 쓰여있다. 만회하기 위해선 모든 걸 상세히 적어둘 필요가 있어요. 라고 한마디 한 채 빠르게 적어내려갔다. 마지막 문장은 [범인은 사토시]. 그러다 핫! 하고 고개를 든다.
안절부절한 모습이 눈에 보여 나도 모르게 키득 웃음이 나왔다. 결국 헤실헤실 웃는 얼굴을 선배에게 보였다. 이런 간단한 연기에 속으시는게 혹시라도 나중에 사기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재미있을 뿐이었나.
"농담이에요... 그정도로 상처받을 정도로 약하진 않으니까요?"
선배를 놀리는 못된 후배기도 했지만. 그 말은 하지 않고 수첩을 꺼내 상세히 기록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만약 선배를 우리 아버지가 보셨다면 저런 성실함을 좀 닮으라고 잔소리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선배의 수첩은 두껍고, 빼곡했다. 가끔은 살짝 보고싶은 생각도 들 정도로.
"선배도 실수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리고 결국 범인은 잡았으니까.."
그럼 된거 아닐까요..? 라며 선배를 빤히 바라본다. 범인을 착각하는건, 중간까진 나도 그랬으니까. 죽은 피해자의 방에서 손목의 단면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지만... ....그러고보니 아깐 괜찮았는데 지금은 징그러운게 떠올라서 올라오려고 한다. 그만 생각해야지.
……농담? 표정이 쩌적 굳었다가 작은 한숨과 함께 돌아왔다. 리글 씨는 강하구나. 몇 번의 사건을 더 겪여야 익숙해지려나….
"동료를 놀리면 못 써요……."
타박하는 듯한 내용에도 말투는 그저 안심만이 담긴다. 사건 기록을 전부 적고 나니 들려오는 그의 말. 위로해 주는 걸까. 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다기엔 실수투성이였는데……, 그래요.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건 좋지 못하니까."
바로 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리글 씨도 생각이 복잡하긴 하나보다. 새나는 흔쾌히 응하며 걸었다. 새벽이라 가로등도 듬성듬성 켜져 매우 어두컴컴 했으나 동료 한 명이 있으니 무섭지 않았다. 고요하고, 고즈넉한 추운 겨울 새벽. 적막과 새벽이 합쳐지자 상념들이 하나 둘 가로등 켜지듯 떠오르고, 그러다 계획과 어긋나는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리글 씨는 왜 경찰이 됐어요?"
그리고 말했다.
"사실 저 돌발적인 상황 정말 싫어해요. 책임 떠안기 쉽잖아요,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근데 왜 됐을까, 생각하다보니 남들의 동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혀는 경장의 손가락에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잡을 때는 아마도 알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 여우귀가 얼마나 괴짜스런 사람인지를.
붙잡힌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혀를 잡은 손가락을 그대로 상반신을 내밀어서 자근자근 물어버린 것이다. 그야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물지는 않았겠지만, 음식 먹는 집에서 사람 손가락을 물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빤히 눈을 마주치며, 잠시 동안을 놓아주지 않았다. 입을 연 것은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대략 10초는 지나서였다.
"풋내. 아직은 먹을 수 없겠네..., 싶은 정도로."
겨우 자유를 찾은 손가락엔 잔뜩 알코올 섞인 타액을 묻혀두었다. 마치 혀를 잡으려 한 벌이라는 듯이, 더는 거기에 관심조차 주치 않았다. 알아서 잘 닦으라는 말이다.
다행히도 물티슈는 테이블 위에 넉넉히 올려져 있었을 것이다.
"난 리글씨 맘 정도야, 척 보면 알 수 있으니까. 보나마나-, 부족한 실력에 짐이라도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수줍게 마음을 고백하는 경장에게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그래 당연한 것이었다. 여우귀 본인도 처음엔 그러 했으니까. 입사하고 처음 지온 경장의 아래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여우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차라리, 지금의 리글 경장 쪽이 더 당당하고 숫기 있는 편이라 할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 진심을 전할 마음 따위, 여우귀에게 있을 리 없었다.
"뭐-, 어때? 귀여우니까 상관 없잖아, 조금 짐덩이더라도."
결국 또 한껏 놀리는 듯 머리를 꼬리로 슥슥 쓰다듬어주고, 또 조인트를 톡톡 발 끝으로 건드려댔다. 이젠 심심하면 하는 모양.
그러다 마지 못해 리글이 여우귀가 건넨 수육을 입으로 받아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장난기와 취기가 가득 번져 있는 그런 미소가.
"역시 휘둘리기 쉬운 성격이라니까-. 부끄럽다면서, 결국 먹는 거 보면.... 근데 그거 알아, 리글씨? 이거 간접키스야. 리글씨랑...,"
거기서 살짝, 입술을 달싹였다.
팔목으로 입을 가리고 경장의 시선을 회피했다. 완전히 의도적으로, 말려든 꼬리가 뱀처럼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나서, 젓가락을 들어 여우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가 싶었다.
"...말미잘이랑."
허나, 가리킨 것은 말미잘이었다.
굳이 자기가 먹인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었을 터. 무엇보다도 가장 열받게 하는 요소는 또 한 번 성공했다는 듯이 경장 앞에서 뻐기고 있는 저 미소와, 자유분방한 여우꼬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