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를 받았다 어쩌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노머신에 이미 있을지도 모르는 연락처 였다 소년은 그가 넘겨준 종이를 받으면서 고갤 끄덕였다. 기억하지 못한다 하여도, 특별반을 기억하면 다시 만날 수 있다 아마도 그렇기에 소년은 특별반, 여명길드 만큼은 기억해 놨을지도 모르겠다
"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
그의 안타까움과 배려심이 느껴지지만 차마 뭐라고 말해야할지 그걸 잘 모르는 소년은 감사와 미안함을 표했다 그게 전부였다.
특별반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소년을 배려해주었다 스스로가 배려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냐고 자문한다면 고갤 갸웃거릴 소년에게 분에 넘치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소년에게 화를 내어도, 질책 해도 괜찮은 이 들 이었다. 그런데 왜?
" 주강산 이라는 너의 이름은 기억하겠지만, 얼굴은 또 알아볼 수 없을테니까요 "
과한 배려를 받았으니 미안해서라도 소년은 억지로 웃어 보았다 4년간 웃어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슬픈 눈을 숨길 수 없더라
미안하단 얼굴로 웃으며 점원에게 한번 고개를 끄덕이곤, 드디어 '적당히 씁쓸해진'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팔짝 뛸 지도 모르겠지만...그렇다. 지금의 나에겐 오히려 이 정도가 적당한 것이다. 그게 씁쓸하냐고? 음....달짝지근해진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면서 생각해봐도, 그렇진 않다. 연애란 신기한 기분이다. 또래 소녀를 좋아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어리단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네요. 본고장의 맛이라던가. 타준 사람에 대한 예의 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맛있는 커피를 즐기지 못하면 안타까운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각설탕 세개를 넣은 커피를 한모금 더 마셨다. 많은 것을 신경쓴 결과, 할 수 있는 것 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면. 본말전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맛있게 마시시는걸 보니 저도 우유를 시켜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정말 맛있게 마시는걸 보곤 웃으며 대답한다. 빈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 저는 윤시윤이라고 합니다. 신한국의 미리내고 특별반 소속의 학생이고, 이 곳에 와서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가 되었습니다."
지오씨의 소개에 맞춰, 나도 자신을 소개했다. 뒷 문구는 본래라면 하지 않겠지만, 이번엔 상대가 소속 까지 밝혀 소개한 만큼 맞춰서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마도란 의념의 영향을 받는 기술이고, 의념은 사고에 영향을 받는다. 마도가 개인의 의식적인 영역인 상상력과 심리와 함께, 마도식과 매개와 발현이라는 요소에 의해서도 발현되는 까닭은 그것이 사고에 영향을 주는 상징성이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다. 의념이 세계에 드러난 이후 상징성은 그 자체로도 힘을 갖기에 충분하며, 이에 따라 상징성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마도 발현의 촉매 역할을 훌륭히 이행할수 있다. 그 예를 들면 윤시윤과의 전투가 있겠다. 의도적으로 드래곤의 피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전투라는 상황과 하유하라는 객채의 합으로 드래곤이라는 상징성이 발현되어 이성적인 판단의 마도가 아닌 패도적이고 본능적인 마도를 보이게 되었다. 물론 이에는 다른 복합적인 요인이 많아 개입하여 완전히 상징성과 마도라는 굴레 안에 들어있는 예시는 아니다. 하지만 상징성과 그것의 발현, 그리고 효과에 대한 사례로 제시될수는 있다. #1/9
안대를 푼 눈동자는 흐려보인다, 누가봐도 한쪽의 눈동자가 명백하게 색체가 옅어 보이기에 소년은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안대를 다시 쓰자니 너무 시선을 끌 것 같아서, 소년은 손에 쥔 안대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무심히 손을 씻은 뒤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물체의 배너, 포장이 뒤죽박죽 섞여 보인다 그것외에 문제는 없다, 아니 아주아주 가끔 이상한 환청이 들린다 정도가 문제겠지
오늘도 좋지 못한 꿈을 꾸었다.
그 눈밭에서 뒹굴며, 떨어지는 체온 보다도 갈증이 괴로웠기에, 피에 젖은 눈을 입안에 우걱우걱 넣어 녹여 마셨다 오히려 체온이 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오랜 전투는 몸이 괴로울 정도로 체온을 높여댔으니까 조금 갈증이 가시자 저 멀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적군을 죽이기 위한 창대를 고쳐잡고, 아군을 죽이는 지휘를 외친다
지휘를 처음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상상하는 스마트한 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현장 한복판에 놓여지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 그 다음은 정신을 좀먹고, 제 살을 깎아버리는 분노 뿐이다. 그런것을 4년 동안 겪다 보면, 인간은 망가진다.
딱히 소년이 처한 상황을 동정해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앞으로 보여질 모든 상황을 조금 더 재밌게 관람해 달라는 선의에서 비롯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