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설명하자면 한 지역을 두고 네 개의 부족이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세가 약한 부족의 부족장의 도우미 같은 역할로 게이트에 휘말렸다고 보면 됨. 이 부족은 뛰어난 예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대는 전란의 시대이기 때문에 예술의 발전이나 성장도가 나오기 어려웠고, 그런 부분을 억지로 메꾸기 위해 사람을 갈아넣어가며 자신의 방법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 노력한 셈임.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말 한마디로 미친듯이 박아가면서도, 정작 자신이 말하던 한 명에 의해 갈려버리거나 그걸 잡아먹기도 하는 등 '지식만으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식으로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왔음. 그러다가 부족전쟁의 결착이 나지 않고, 긴 겨울이라고 부르는 11년 단위로 찾아오는 거대한 한파가 찾아옴에 따라 각 부족들이 협정을 맺고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조건을 완수하고 겨우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했다고 보면 됨.
강력한 무기나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최고의 수 같은 것은, 적의 어떤 수나 방법으로 막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경험이 되기도 했고.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사지로 내밀면서도 도망쳐야 했던 나름의 경험을 겪기도 하는 등. 성장을 겪으면서 캐릭터성이 바뀌었다고 보는 중.
사실 그정도의 경험이 없는 한 의념 각성자라는 존재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 존재에 가까워서..
"전통 음악이자 연극인 그거라면...확실히는 모르지만 아마 지금도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 않을까 싶어. 왕실 악사들께서 그런 전통 국악을 잇고 계시거든.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이를 최대한 복원하려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르지."
//11번째. 아...다시 이어야 하나 했는데 답레 이어주셨군요. 일단 잇습니당! 마지막 문단은 세계관 상에서 언급된 건 없지만(그래서 강산이의 추측입니다)...강산이 특성 상의 과정에서 세종대왕의 '여민락'을 복원한 사람이 언급되었으니까 판소리도 복원 시도가 충분히 있을 법 했다고 생각해요.
병실에 들어온 남자는 한 손에 바나나를 들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이목구비가 소용돌이치듯 뒤섞여 보이는 것이 소년은 스스로가 제법 큰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그 게이트에서의 나날이 자신을 바꿔버린듯 했다.
물론 그런 광경을 보고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 미쳐버린 정신이 어느정도 엇나가있는지 영점을 조절하기 전에 인간성이 망가져 있음을 알아차렸겠지만서도 __
남자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말 중간 중간 이명이 섞여 들어가 머리 안쪽에서 휴대폰 진동이나 동굴의 울림마냥 웅웅 대서 흐트러지기에 제대로 들은것은 몇마디 되지 않았다
" 아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모든게 "
그 게이트에 갔다와서 고쳐진 부분도 있었다. 우선 쓸대없는 자존심은 갈갈이 찢겨져 바닥에 버려졌다 여자애가 선물해준 브로치, 지긋지긋 하게도 가지고 있던 본가..무슨 길드였더라? 아무튼 제복 전부 사라졌다. 아니 내가 버렸다. 제복은 추워서 불쏘시개로 썼다. 브로치는 무언가와 바꾼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바나나를 탁자에 내려놓은 다음에 하나를 까서 먹는다. 내가 키운거지만 맛있다. 인터넷에서 산 영양제라 의심했는데 효과는 확실하네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자 역시 쥬스가 있다. 보통 병실 냉장고에는 오렌지 쥬스가 있지 깨끗하게 씻겨진 컵을 가져와 오렌지 쥬스를 컵에 따른 다음 마신다.
"현실에 크게 당한거지."
게이트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상태를 보면 제대로 당한 모양이다. 실종된 다른 애들도 만약에 다시 나타난다면 이렇게 되있겠지
소년은 파스타를 국밥마냥 떠먹으면서 억지로 입안에 쑤셔 넣었다 아직 눈 앞의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는 누구냐 라는 질문에 대답할 여유는 없다는 듯 꿈이 아닌 현실에 당한것이다 라는 상냥한 조언에 반응조차 못할 정도로 파스타를 허겁지겁 입안에 우겨 넣었다
죽어가는 시민들, 밀려오는 적군들, 파훼당하는 전술, 갈려나가는 훈련병들 지형 지물을 쓴 매복은 그 지역 주민들이 상대 부족에게 밀고해준다 포위 당하거나 고립되어서 죽어나가다가 겨우 탈출해서 처음 만난 흙탕물에 고갤 묻고 벌컥 거린적도 있었다
" 민간은 조금 더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전을 보장하는지,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등. 이들에겐 영웅적인 무언가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 " 민간을 선동하기 위해선 돈이나 재물보다 안전을 속삭이는 쪽이 좋습니다. 너희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내일을 영위할 것이다. 내일도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늙다. 그렇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 " 그것을 먼저 보장하십시오. 그 뒤에 그들의 욕망을 자극해도 늦지 않습니다. "
제법 많아 보이는 양의 파스타를 전부 비운 소년은 입가에 묻은 소스를 대충 손등으로 훔치고 유리컵에 담겨있는 물을 마셨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은 얼마만인지 현실로 돌아왔다는 자각이 조금씩 머리속에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그 날의 광경과 소음이 다가온다 스스로의 망가짐을 눈치챈건 제법 오래 되었지만 소년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더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괜찮을 것 이다 눈도 금방 고쳐준다고 했으니까 지금 이 몽상도 틀림없이 정리되겠지
자신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남자를 향해 다시 시선을 둔 소년은 너의 눈 앞에 자신은 누구냐는 질문에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구였더라? 분명 중요한 사람이었던것 같다 아니 중요한 사람이 맞던가?
이젠 티비에서 흔히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 처럼 들리는 이명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집중해야 한다 집중
소년은 파스타를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두고, 병실 침대에서 비척 거리며 내려와, 벽에 걸어둔 푸른색 창을 잡았다 낡아버렸고, 너무나 많은 피를 머금은, 이젠 조금 보라색으로 보일듯한 그 창을 잡은 소년은 회복되지도 않는 몸으로 엉성하게 창을 내던졌다
물론 당연히 막힐것이다 너무나 쉽게 막힐것이다 그럼에도 한쪽 만 남은 눈동자 안엔 미약하게 절망이 뒤섞인 총기가 떠올랐다
가만히 상대의 행동을 바라본다. 나는 상담을 잘하거나 정신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은 없다. 그냥 때려서 정신차릴때까지 고통을 주는건 할 수 있어도 그 외적인건 못한다. 그냥 스스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보는게 전부지 그와중 넘어오는 창을 엄지와 검지로만 잡는다. 힘을 빡세게 줘야하지만 아예 못할건 또 아니다.
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너무 많이 봐서 담담해진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머릿속으로 생각은 했는데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까 너무 힘들었다 언제나 그랬다 마음속으로는 각오하지만 어떤 시련이든 닥치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그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허울좋은 각오, 그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으스대기 위한 겉멋같은 마음가짐 결국 들춰보면 너 역시도 남들과 똑같은 아니 남들보다도 못한 버러지일 뿐인데 지휘 지휘 하면서 주제에 안맞는 자릴 받으니 이 사단이 나는 거겠지
아침에 인사해주고 응원해주는 아이가 돌아오니 주검으로 발견 되었다는 것은 네가 무능하다는 증명이다
왜 하필 나인가요 스스로를 백날 저주해봐라, 달리 이유는 없어 너까지것 노려서 대려오겠냐?
" ... "
창끝이 가슴을 향해 내밀어지자 심장에 흐르는 혈류가 점점 빨라진다 뇌가 산소를 갈망하듯 흐트러진 호흡이 점점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