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her sparing You know that they'll try to deceive you Don't let go of this opportunity 'cause there's no guarantee it'll last What say you little pal have we got a deal? haven't got all day so you'd best think fast.
범죄 코디네이트 조직 클라렌트는 의뢰인이 원하는 모든 부도덕한 것에 응하며, 원하는 대가는 매우 심플하다.
마음을 추스를 여유 부릴 시간은 없다. 사건 발생 삼일 뒤, 새나는 곧장 병문안을 위한 꽃과 과일 바구니를 구매해 사건 피해자인 백진화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백색으로 이루어진 땅을 밟으며, 백색의 병실 문들을 지나쳤다. 세 명의 아이들이 까르륵대며 뛰어갔고, 링거를 꽂은 여성이 스쳐 지나갔다. 병신 문의 유리창 사이로 세월의 흐름이 가득한 할머니 한 분을 비췄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복을 입었다지만 업무 중이다, 상념은 불필요했다.
몇 번의 층을 오르고, 몇 번의 발걸음을 울렸는지. 끝내 도달한 문의 손잡이를 열려다가 앗차, 하고는 똑똑 노크했다.
"백진화 씨, 목새나 경장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허락이 떨어지면, 새나는 꽃과 과일 바구니를 탁자 위에 올린 뒤 간이 의자에 착석해 경찰수첩과 매뉴얼 수첩을 펴낼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 업무를 맡아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당시 사건에 대해 듣고 싶은 게 있어 방문했는데, 떠오르기 힘드시다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메세지까지 오지 않는 건 의외네. 아예 요구할 생각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번이 첫 케이스니까 어떻게 전개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면 충동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겠네. 아이가 관련된 일이니 묻지마 범죄 쪽만 아니면 좋겠어. 아, 그리고 정말 특이한 케이스로는 납치범이 없는 경우도 있어. 그러니까... 납치됐던 걸로 알았던 아이가 이능력자로 각성해서 자기도 모르게 능력을 사용해버린거지. 물론 아까 말했듯 특이한 케이스니까 거의 배제한다고 봐야지."
어깨동무를 했지만, 적지 않은 키 차이로 인하여 불편해서 자연스럽게 팔을 빼내었다. 들릴 듯 말듯 목석, 이라고 중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가 보았다면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유치하게 군다고 한 소리 했을 것이다. 가만히 서서 이드가 해주는 이야기를 되뇌이며 팔랑팔랑 서류를 넘기며 수상한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이미 아는 내용을 여러 번 읽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서류를 다시 정리하여 이드에게 넘겨주었다.
"아냐~ 우리 피두스에는 리글이나 새나, 맥밀란, 아란 순경이랑 슬기 같이 나보다 더 유능한 동료들이 많으니까 알아서 처리 해줄거야."
생각나는 사람 무작위로 말한 거 같지만, 피두스 전원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무능함을 티냈다. 어찌 되었든 시간이 많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아, 하고 단말마를 내더니 탕비실 찬장에서 에너지바를 꺼내온다.
순간 그 정적과, 감긴 눈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휩쓸릴뻔 했다. 일부러 만들어낸 침묵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게 있었으니. 결국 경사님이 만족스러워 날 풀어줄 때까지 침묵하다가, 놔주면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 듯이 말을 꺼낼 수 있던 것이다.
"힉... 그거야 경사님이 술을 사주신대서...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와서...?"
술자리까지 나올 필요가- 처음에는 분명 없었다. 하지만 꼬리 이야기를 말할 타이밍을 못 잡고 있다보니 (선배와의 멘탈케어로 인해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대놓고 말을 꺼내긴 좀 그래서, 차라리 오랜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이야기로 흘러간 것이다. 그렇게 어찌저찌 꼬리를 만질 생각을 품은 채로 여기까지 온 거고. 난 지금, 꼬리털의 부드러움에 묘한 기분좋음과 함께 간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다시 돌이켜보니 분위기에 엄청 휩쓸리기 쉬운 타입이구나 나... 슬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체념해도 좋을 것 같다.
"당연하잖아요..? 아무리 만지게 해주신다고 해도 동료들 앞에서 만지기는 좀..."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일이기도 했고. 코 끝을 건드리자 털 때문인지 작게 재채기가 나왔다. 코를 훌쩍이며 경사님을 바라보면, 송곳니가 드러난 입가가 어쩐지 오싹하여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럼...에, 만져도 되는거 맞죠..?"
또 이러다가 어떤 장난이 들어올지 몰라 조심스럽다. 천천히 손을 꼬리쪽으로 향해서 살짝 꼬리를 움켜쥐려고 시도한다. 쥘 수 있었다면 얼굴에다가 살짝 부빗거리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
무엇에 대해 말하는 건지 알겠다는 것처럼 진화는 제 손을 내려다보며 꼼지락 거렸습니다. 그러다, 질문을 가만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거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귀가 잘 들리거든요. 이게 단순히 귀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아저씨가 알려줬어요. 그게 제 이능이라고요...”
이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라하죠, 라고 덧붙인 그는 어색하게 웃더니만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그 날이 학교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라, 엄마 퇴근 시간하고 겹쳤었어요. 그래서 엄마를 모시러 갔는데....... 계속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쿵쾅쿵쾅 뛰는 심장 소리, 무언가 요동 치는 소리, 누군가가 [테러]를 입에 담는 소리..... 그래서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서 그 방향으로 갔어요. 죄송해요.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는데......... 핸드폰을 엄마께 드리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뛰어갔었거든요.”
그리고 천천히, 그 날의 기억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게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지, 양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때, 제 머리 위에서 무언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게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머리를 내리친 느낌이 강하게 났어요. 그 후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 그래서 그 아저씨도 그러더라고요. 그 기억이 불확실하니까, 그때 당한 게 아니냐고.... 그리고 지하1층에서 테러범, 맞죠? 그 사람이 무언가를 말했을 때....부터 강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계약을 어긴 자를 처단하라’. 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제가 그 사람을 찌, 찔러서... 죽... 였더라고요.....”
푹, 고개를 숙인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표정 자체도 괴롭다는 것처럼 일그러졌습니다.
진화가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며 곧은 자세로 차분히 기다렸다. 이내 입을 열자 볼펜을 딸각이곤 그의 말을 문장으로 기록해갔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의 자세 또한 잊지 않았다. 사각이던 볼펜이 멈춘 것은 자기 비하적 발언이 흘러나왔을 때 였다. 새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낯으로 '쓸모가 많은 이능인 걸요.' 하고 대꾸했다.
어쨌든, 필기를 다시 시작했다. 백화점 지진 사건 피해자 백진화, 이능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나 잘 들리는 청각, 기말고사 마지막 날, 어머니를 모시러, 그곳에서 쿵쾅쿵쾅 뛰는 심장 소리, 무언가 요동 치는 소리, 누군가가 [테러]를 입에 담는 소리, 무언가 내려오는 소리, 직후 머리를 강타 당함, 테러범이 입을 열자 '계약을 어긴 자를 처단하라'라는 느낌을 받음…… 등. 지금 들어와있는 병원처럼 새하얀 백지가 까만 글씨로 빼곡히 채워졌다. …정신계 이능력자인가, 계약이라면 어떤……? 그가 사과를 하자, 아니라는 듯 단순히 눈만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지극히 고요한 대답을 한 새나는 고통 속에 잠긴 진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책임지는 것은 싫다, 평생을 제 것이 아닌 것의 책임을 져 왔으니 지긋지긋했다. 따지자면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진화의 잘못도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경찰이니 늦은 것 자체가 책임이 될 수 있겠지. 실제로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했잖아. 정말 해도해도 저와는 안 맞는 직업이었다. 속으로 자신에게 비소를 지은 새나는 진화의 어깨를 닿았는지도 모를 만큼 스치듯, 조심스럽게 툭툭 두들겼다.
"…경찰의 의무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거잖아요. 사과를 해도 미덥지 못한 제가 해야지 백진화 씨가 할 필요 없어요. 그런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해요…. 무서워 마세요, 이번에는 그럴 일 없게 할게요. 충분히 도움 됐어요."
끝까지 책임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구나. 새나는 수첩 귀퉁이에 무언가를 사각사각 적더니 그것을 찢어내 진화에게 건넸다. 010-xxxx-xxxx.
"제 전화번호에요. 또 다른 게 생각나면 연락 주시면 좋겠어요."
위험해도 전화 주세요. 보통 일곱시부터 열시 사이에 업무를 보는데 구조 요청도 업무 중 하나니 안될 것 없으니까요…. 덧붙인 말 뒤로 끊임없이 새나의 상세한 스케줄표가 읊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요일은 몇시부터 몇시까지고, 그 사이는 웬만하면 못 받고, 미리 문자 주고 연락해준다면 좋겠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