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her sparing You know that they'll try to deceive you Don't let go of this opportunity 'cause there's no guarantee it'll last What say you little pal have we got a deal? haven't got all day so you'd best think fast.
범죄 코디네이트 조직 클라렌트는 의뢰인이 원하는 모든 부도덕한 것에 응하며, 원하는 대가는 매우 심플하다.
무엇에 대해 말하는 건지 알겠다는 것처럼 진화는 제 손을 내려다보며 꼼지락 거렸습니다. 그러다, 질문을 가만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거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귀가 잘 들리거든요. 이게 단순히 귀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아저씨가 알려줬어요. 그게 제 이능이라고요...”
이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라하죠, 라고 덧붙인 그는 어색하게 웃더니만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그 날이 학교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라, 엄마 퇴근 시간하고 겹쳤었어요. 그래서 엄마를 모시러 갔는데....... 계속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쿵쾅쿵쾅 뛰는 심장 소리, 무언가 요동 치는 소리, 누군가가 [테러]를 입에 담는 소리..... 그래서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서 그 방향으로 갔어요. 죄송해요.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는데......... 핸드폰을 엄마께 드리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뛰어갔었거든요.”
그리고 천천히, 그 날의 기억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게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지, 양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때, 제 머리 위에서 무언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게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머리를 내리친 느낌이 강하게 났어요. 그 후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 그래서 그 아저씨도 그러더라고요. 그 기억이 불확실하니까, 그때 당한 게 아니냐고.... 그리고 지하1층에서 테러범, 맞죠? 그 사람이 무언가를 말했을 때....부터 강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계약을 어긴 자를 처단하라’. 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제가 그 사람을 찌, 찔러서... 죽... 였더라고요.....”
푹, 고개를 숙인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표정 자체도 괴롭다는 것처럼 일그러졌습니다.
진화가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며 곧은 자세로 차분히 기다렸다. 이내 입을 열자 볼펜을 딸각이곤 그의 말을 문장으로 기록해갔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의 자세 또한 잊지 않았다. 사각이던 볼펜이 멈춘 것은 자기 비하적 발언이 흘러나왔을 때 였다. 새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낯으로 '쓸모가 많은 이능인 걸요.' 하고 대꾸했다.
어쨌든, 필기를 다시 시작했다. 백화점 지진 사건 피해자 백진화, 이능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나 잘 들리는 청각, 기말고사 마지막 날, 어머니를 모시러, 그곳에서 쿵쾅쿵쾅 뛰는 심장 소리, 무언가 요동 치는 소리, 누군가가 [테러]를 입에 담는 소리, 무언가 내려오는 소리, 직후 머리를 강타 당함, 테러범이 입을 열자 '계약을 어긴 자를 처단하라'라는 느낌을 받음…… 등. 지금 들어와있는 병원처럼 새하얀 백지가 까만 글씨로 빼곡히 채워졌다. …정신계 이능력자인가, 계약이라면 어떤……? 그가 사과를 하자, 아니라는 듯 단순히 눈만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지극히 고요한 대답을 한 새나는 고통 속에 잠긴 진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책임지는 것은 싫다, 평생을 제 것이 아닌 것의 책임을 져 왔으니 지긋지긋했다. 따지자면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진화의 잘못도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경찰이니 늦은 것 자체가 책임이 될 수 있겠지. 실제로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했잖아. 정말 해도해도 저와는 안 맞는 직업이었다. 속으로 자신에게 비소를 지은 새나는 진화의 어깨를 닿았는지도 모를 만큼 스치듯, 조심스럽게 툭툭 두들겼다.
"…경찰의 의무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거잖아요. 사과를 해도 미덥지 못한 제가 해야지 백진화 씨가 할 필요 없어요. 그런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해요…. 무서워 마세요, 이번에는 그럴 일 없게 할게요. 충분히 도움 됐어요."
끝까지 책임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구나. 새나는 수첩 귀퉁이에 무언가를 사각사각 적더니 그것을 찢어내 진화에게 건넸다. 010-xxxx-xxxx.
"제 전화번호에요. 또 다른 게 생각나면 연락 주시면 좋겠어요."
위험해도 전화 주세요. 보통 일곱시부터 열시 사이에 업무를 보는데 구조 요청도 업무 중 하나니 안될 것 없으니까요…. 덧붙인 말 뒤로 끊임없이 새나의 상세한 스케줄표가 읊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요일은 몇시부터 몇시까지고, 그 사이는 웬만하면 못 받고, 미리 문자 주고 연락해준다면 좋겠다 등등…….
>>143 지온은 사무직이 더 편할 거 같아요! 몸을 덜 움직여도 되고, 나름 연차가 있으니까 서류 처리하는데 경험도 많을 거 같고. 그래서 타자도 빠를 거 같은 느낌이 있네요. 현장직은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해서 힘들고 지온의 능력이 쓰이는 이상 부상자가 있다는 뜻이라 좀 껄끄러워할 거 같기도 하네요.
사무실 중앙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트리 옆에서 전에 쓰고 있던 산타 모자는 물론이고, 아예 산타 망토를 걸치고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 지온의 모습이 눈에 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벌레들을 시켜서 트리에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트리를 꾸며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는 한 건지 의문이다. 단순히 크리스마스 때문이 아니라 일 말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 생겨서 신난 거 같기도 하고. 서류를 처리할 때는 볼 수 없는 진지한 태도로 벌레들을 진두지휘하다가 트리 장식의 전체적인 조합을 보며 흠, 하고 고뇌하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부족해."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트리를 살피다 아! 하며 카드를 가져와서 뭔갈 적더니 트리에 장식해둔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다 새나를 발견하고는 곧장 옆으로 가서는 불쑥 말을 걸었다.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새나를 쳐다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나야! 내가 트리를 꾸미는데 뭐가 자꾸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크리스마스에 가장 중요한 게 뭐겠어? 바로 선물이지! 그런데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잖아. 그래서 부족하다고 느꼈나 봐. 선물은 나 혼자 채울 수는 없으니 넘어간다고 해도 카드라도 있어야 이 허전함이 덜 할 거 같은데. 새나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카드 적었어?"
“차라리 아이 스스로 능력이 발현된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 꺼내자니 피해자 가족분들께 죄송하지만, 이렇게 광범위 해서야… 빠른 시일 내에 무언가 찾아내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작게 심통부리는 것은 들었으나, 반응은 하지 않은 채로 돌려받은 서류 뭉치를 손가락으로 약하게 두드렸다. “진전이 있으면 보고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두들기는 움직임은 멈췄다.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근처에 비치된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아까 당신이 앉아 있던 의자 위에 자리잡아 앉아버린다.
“‘알아서 처리해 준다’라는 표현이 조금 걸리는데요?”
고개는 조금 올린 채로,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다. 아예 다리까지 꼬고 앉았었다가, 다시 말문을 트며 꼬았던 다리도 원상태로 푼다.
“주제넘은 말이라면 죄송합니다만, 저도 더 이상 햇병아리가 아니지 말입니다. 경장님께서 굳이 할 일 넘겨 가시면서까지 뒷처리 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와 별개로 신경 써 주시는 것은 늘 감사합니다.” 그는 당신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듯 하다. 당신에 비하면 경력도 짬도 없는 그에게서 나온 말은 어찌 보면 웃길 수도 있겠다. 그는 이걸 아는지, 아니면 신경을 안 쓰는지, 참 뻔뻔하게도 당신이 주는 에너지 바를 받아 포장을 깐다. 짧은 감사 인사가 들려왔지만, 포장 까는 소리에 어느 정도 묻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