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자체는 유효한 듯 동시에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지는 못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플래나의 모습을 보던 너는. 그의 안면에 닿았던 총탄이 물렁대며 그대로 떨어져 버리자 쯧, 하고 혀를 찼다. 이어 염력을 통한 구속에서 빠져나와 로벨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잠시. 네 말을 들었는지 이제 슬슬 시작해보겠다고 말하는 그를 보는 네 눈의 초점이 살짝 흔들렸다. 역시 진심이 아니었어.
"이건 위험해...!"
인간을 향해 쓸 만한 위력도, 규모도 아닌 공격. 핵에너지임을 분명히 한 붉은 빛의 에너지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발사된다. 피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흐물거리며 늪처럼 변한 땅에서 힘겹지만 그래도 간신히 벗어난 너는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어쩐다...! 쇄도하는 붉은 광선을 뒤로 한 채 달려든 곳은...
플래나의 그런 말에도 신디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는다. 그저 침묵하며 그를 노려다 볼 뿐이다. 어디서 헛소리를. 저 뱀이 또 혀를 놀리는구나. 어디까지 우리를 이간질하려는 것인지. 플래나를 죽일 듯 바라보는 신디의 눈초리가 매섭다. 그러다 땅이 늪이 되어 제 발이 푹 빠지자, 그대로 묶이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온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서 널 구하려다, 저보다 먼저 쥬데카가 나섰기에 만다.
"버스트!"
늪에서 빠져나오긴 했으나 이어진 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레레시아를 보고 제 버스트를 써 구하려 한다.
비극의 시작이 로벨리아로 비롯되었다. 어떻게 보면 비극의 시발점이 이젠 돌아선 일이 아닌가. 대장은-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그 당시에는 선택했을 테다. 가장 나은 선택을 하였으리라 갈무리 하려 했다. 자신 또한 가장 나은 선택지로 아버지를 '보존'하기 위해 선택하려 들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흔들리는 건지. 고통스러운 건지, 두려운 건지……. 이스마엘은 눈을 감았다.
"그 당시엔 가장 나은 선택이었겠지. 이젠.. 아니고. 당신은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정작 당신의 누이에겐 그렇게 중요한 선택이 아니었던 걸 깨달았겠지요."
다잡고자 기어이 속 긁는 소리 한번 해준다. 땅에서 벗어나려 들었으나 발을 내딛기도 전에 늪같이 빠져버렸다. 업보인가 싶었으나 이 정도로 심한 말은 아니었다 생각한다. 핵에너지라, 이런 걸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어 최대한 피하고자 했으나, 앞을 막아서는 존재에 눈을 홉뜬다.
"……당신."
막아세우는 당신을 보며 이스마엘이 서슬 퍼렇게 무언가를 중얼거렸으나 씹어내는 것에 가까워 들리진 않는다, 전개한 방패 앞에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 더 세워내보려 한다. 가능할까.
아스텔은 에스티아를 데리고, 신디는 레레시아를 데리고 빔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어 쥬데카는 이스마엘의 앞에 서서 절대방어를 하는데 성공했다. 선우는 스스로 어떻게든 회피했고 수류탄을 써서 플래나에게 집어던졌다. 이내 폭발이 일어났고 플래나의 장갑이 살짝 그을리긴 했지만 이내 장갑은 보검의 에너지로 인해 다시 회복되었다.
"다행이로군요. 느리다고 하니까 저도 마음껏 더 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위험해! 방심하지 마!!"
이어 아스텔은 모두에게 방심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내 쥬데카는 뒤에서 불길한 에너지를 다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뒤를 돌아봤다면 벽에 명중해서 사라졌어야 할 빔이 다시 에너지 형태로 모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질의 성질을 바꾼다. 즉 그 힘을 이용해서 사라지지 않고 또 다시 자동적으로 생성되게 바뀐 것일까. 그와는 별개로 플래나는 또 다시 오른손으로 앞으로 뻗었다. 방금 전에 쏜 빔과 똑같은 에너지 덩어리가 모이고 있었다.
"아스텔과 에스티아. 원래라면 이 세상에 살아있을 수 없었을 존재. 그 두 사람의 만남이 누님의 마음을 크게 흔들고 말았지요. 그렇기에 저는 저 두 사람이 싫습니다. 난폭한 세븐스를 막기 위해서 그런 세븐스를 억압하면 다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말한 누님을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만 저 두 사람이."
"역시 그때 누님이 그곳으로 가는 것을 막았어야만 했는데."
싱긋 웃으면서 플래나는 또 다시 빔을 쏘았다. 이어 뒤에서 모이고 있던 에너지 덩어리도 다시 빔의 형태가 되어 곡선 형태로 날아올라 위에서 아래로 폭격하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들.. 이것만 어떻게든 버텨줘! 이제 시간이 다 되었어!!"
이내 저 편 어딘가에서 폭발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폭발이 제대로 시작이 된 모양이었다.
/앞과 위에서 날아오는 핵융합 에너지 빔 X2. 각각 데미지 1500. 가드 브레이커. 방어형은 방어 가능. 단 절대 회피나 절대 방어는 오직 한 발에만 적용.
이스마엘은 흔들리고자 했던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공격에 집중해야 한다. 살려줬잖아. 그러면 목숨값을 해야지.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굳이 떼지 않기로 했다. 다시금 공격에 대비하려 했고, 이스마엘은 괴수가 빔을 삼키는 모습에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공중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듯 하며 겨우내 피해낸 것이다. 모골이 송연하다.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익숙하다. 막았어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라고 말하려다 입을 여전히 떼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앞으로도 영영. 혀는 납덩이 되었으며 입은 석상 되어 벌어지지 않는다.
폭음 들렸을 적 그저 눈 돌아버린 사람처럼 플래나를 향해 직접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는-
"당신도 함께할 수 있어."
단 한마디, 의지 없던 말 뱉어내며 손 뻗어 붙잡으려는 척하며 보이지 않는 힘으로 들어올려 벽을 향해 강하게 처박으려 들었다.
본래라면 완벽히 막아낼 수 없는, 그만큼 강한 공격이었지만 버스트를 사용한 덕분인지 너는 비교적 멀쩡하게 빔을 막아낼 수 있었다. 빔은 네 방패를 뚫지 못했고 그대로 분산되거나. 목표물을 놓쳐 벽에 부딪히곤 사라져 버렸을 터다. 그랬어야 했는데... 사라졌어야 할 빔이 다시 모이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면에서는 플래나의 손 앞, 다시 또 한번의 빔이 발사되려고 하고 있었다.
"우리 대장이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모욕하다니... 가족이라는 말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로벨리아에게도 모욕이 될 수 있는 말인데, 그런 생각 따위는 없는 거겠지. 너는 칫, 하고 혀를 짧게 찼다. 더 이상 이야기했다간 네 말이 로벨리아에게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런 일은 없어야만 했다. 네가 한 행동으로 네가 저평가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서 너를 포함한 이들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저항의 길을 밟아가는 존재가 평가받는 건 견디기 어려웠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원할 때 언제든."
네 뒤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지막히 대답한 네 귓가에 들려오는 폭발음, 이제 곧이다. 시간이 우리 곁에 도착할 때까지, 임무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두 발을 딛고 서 있어야만 한다! 모두 막아낼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방금처럼 방어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건 하나 뿐. 결국 둘 중 하나에 대한 얕은 방어로 입을 피해를 감안하며 움직이려던 찰나, 선우의 스페셜 스킬로 위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던 빔의 위협이 사라지자. 너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네 방어자산을 전부 쏟아부을 수 있는 공격은 단 하나! 빔의 궤도를 가늠해 고갤 돌리니 아직 궤도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네 손 끝, 공기를 가르는 체인이 벽에 박히자마자 있는 힘껏 잡아당기니 네 몸은 자연스레 이미 체인이 지나친 거리를 뒤쫓았다. 그렇게 공중에 떠올라 신디와 완전히 일직선상에 놓였을 때. 반대쪽으로 쏘아진 체인이 땅에 박히고 이미 널 끌어당기던 체인과는 반대 방향으로 제동을 걸어 그대로 공중에 멈춰섰다.
한명이라도 다운되었으면 그 자는 플래나가 바로 붙잡아버리고 단번에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데 그때 아스텔과 에스티아 중 다이스로 나온 이가 달려들어서 플래나를 붙잡고 시간을 끌어요. 이내 기지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붙잡은 이 중 하나는 플래나에게 붙잡혀버리고 '재교육'을 받고 다음 시나리오의 보스로 등장했겠지만....
선우의 레비아탄은 빔 중 하나를 집어삼키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빔은 사라져버렸지만 그래도 남은 빔은 정말 철저하게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노렸다. 아스텔과 레레시아는 빔에 휘말렸고 그 때문에 아스텔은 무장이 크게 손상을 입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편 쥬데카는 신디를 보호하는데 성공했다. 절대 방어로 빔을 막아서는데 성공했고 다시 한 번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레레시아는 바로 버스트를 사용했고 분신들은 플래나를 잡고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이어 이스마엘은 그런 플래나를 벽에 처박아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스텔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섰고 검에 강한 에너지를 모았다.
"에스티아. 부탁해."
"응!"
이어 에스티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드론을 앞으로 질주시켰고 그대로 플래나에게 처박았다. 이내 드론들은 연쇄적으로 폭발했고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날아오른 후에 검을 있는 힘껏 앞으로 휘둘렀다.
-그 검은 모든 것을 찢어가르는 바람의 숨결 -질풍으로 뭉쳐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며 -만물이여. 그대로 흽쓸려라.
"에어로 슬레이어!!"
이내 아스텔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했고 강한 풍압으로 이뤄진 에너지 덩어리가 플래나에게 정확하게 명중했다. 이내 강한 연쇄폭발이 더욱 크게 일어났고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 아래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허나 검은 연기가 걷혀지자 아무렇지도 않게 무장을 회복시키고 있는 플래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제법이로군요.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티는 것이 말이에요. 후훗.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생판 남들보다 못한 존재라.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누님은 결국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선택한 모양이니까요. 굳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이미 누님에게는 자유와 권리가 주어져있는데 말이죠. 정말로 누님은 다정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현실을 알려주는 겁니다. 테러리스트 일을 해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가족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모욕한다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에게 있어서는 누님을 뺏어버린 존재지요."
분명히 여러 번 공격을 맞긴 했으나 그럼에도 아직까지 멀쩡하게 서 있는 플래나는 어쩌면 아직 에델바이스 대원들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야 보검의 출력부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으니까. 조금 더 강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잠시였다. 이내 건물 여기저기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고 에스티아는 다른 드론을 띄워서 플래나에게 돌진시켰고 그대로 발목을 잡아넣으려고 했다. 이내 근처까지 폭발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에스티아는 크게 외쳤다.
"됐어!! 이 정도까지 시간을 끌었으면 폭발에 휘말릴거야!! 크게 다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기지가 폭발하면서 생기는 폭발 에너지에 휘말리게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저 작자가 전선에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거야!! 모두 퇴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