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공격과 동료의 공격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왜 피하거나 맞기 전에 상쇄하지 않을까? 일부 물리적인 공격은 그러는 것 같지만 독액이나 염력은 맞은 후에야 반응한다. 일부러? 기만인가? 길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면의 충격을 버티며 독액을 생성해내다가 타겟이 된 동료 둘을 보고 쳇, 혀를 찼다. 그래서 급히 아스텔을 부르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까진 없을 듯 했다. 그렇다면-
"아스텔! 플래나 주위로 칼바람을 계속 날려! 사방으로!"
어차피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애꿎은 힘 쓸 필요 없다. 아스텔에게 플래나의 시야 교란을 위한 조력을 맡기고 다시 상당한 양의 독액을 분출한다. 그대로 기회를 엿보다가 다시 단번에 몰아서 플래나의 위로 쏟아붓는다. 끈적한 독액이 터뜨린 듯 왈칵 흘러내린다.
이스마엘은 드디어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노이즈 너머로도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게 플래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질문하는 것에 답하려는 듯하더니만 한마디만 뱉었다.
"레인이라는 여자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는진 묻지 않겠습니다."
단지 그뿐이었다. 이내 다시금 되뇌어 본다. 살아야만 하니까. 이스마엘은 버스트의 빛을 뒤로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 도너티. 소중한 너, 다행스럽게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당신에게 향했다는 사실에 잠시 심장이 철렁했다. 너를 얼마만에 만났는데. 아니, 아니야. 너도 네 생각이 있을 텐데 내가 걱정을 끼치게 만들면 안돼. 이스마엘이 인형을 움직이듯 손을 뻗더니 꺾는다.
"버스트."
주변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직접 꺾을 수 없다면 주변을 비틀면 되겠지. 플래나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플래나 주변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꺾어들려 시도했다. 팔과 다리가 있는 부분을 서로 역방향으로 짓누르려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팔은 특별히 비틀어보려 시도했다.
1위라는 이름에 걸맞는 강함은 지니고 있을 테지만. 그게 무적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고, 가해지는 공격에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기에 너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븐스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는 조금 어려울지라도. 보검 무장에 피래를 누적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터다. 애시당초 플래나와 마주쳐 패퇴시키는 것을 주문한 것이 아니다. 임무는 시설의 파괴, 그리고 복귀. 살아 돌아가기만 해도 승리다. 그 와중 플래나의 공격이 선우와 신디를 노리는 것임을 느꼈으나. 발빠르게 대처한 선우 덕분에 두 사람은 모두 공격을 피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네가 할 일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너는 혹시 에스티아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소총을 꺼내들었다. 가늠자 끝에 놓인 플레나의 얼굴, 무장으로 감싸인 얼굴을 노려 방아쇠를 당기니 파열음과 함께 총탄이 날아든다.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닐 테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조금이나마 몰아세울 가능성이 있는 거겠죠."
닿기도 전에 공격을 무력화하는 건 아닌 듯했으므로, 적어도 무장에 공격이 닿아야만 한다고 판단한 너는 계속해서 그가 무장을 수복하고, 공격을 무효화하는 데 집중하게끔 유도하고자 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뿐.
다행히 선우는 버스트를 써서 신디와 자신을 회피시킬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레레시아와 쥬데카의 요청에 아스텔은 플래나의 주위로 칼바람을 연쇄적으로 날렸다. 정확하게는 플래나에게 명중시키는 일 없이 일부러 움직임을 봉쇄하듯이. 그리고 에스티아는 드론을 띄워서 칼날을 회전시키면서 마찬가지로 플래나를 견제하면서 움직임을 봉하려고 했다. 이내 선우는 섬광탄을 꺼내서 집어던졌고 그 섬광탄은 크게 번쩍였다. 하지만 눈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는 플래나였기에 큰 효과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내 이스마엘은 버스트를 써서 플래나의 팔과 다리가 있는 부분을 비틀려고 했다. 공간이 비틀리자 당연히 플래나의 움직임이 봉쇄되었고 플래나는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팔이 살짝 꺾이는 듯 했지만 잡히는 것은 장갑 부분이었다. 허나 그렇게 잡아낼 수 있었기에 쥬데카가 쏜 총탄은 플래나의 얼굴에 명중했다. 허나 그 총알은 이내 물렁물렁해지더니 땅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단번에 플래나는 이스마엘의 염력에서 빠져나왔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무장을 회복시켰다.
"무슨 일이 있었냐라. 후훗. 제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비능력자 보호 법령'은 저의 누님의 말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것 정도가 되겠군요. 그래요. 여러분들이 따르고 있는 로벨리아 레베우스에 의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원망하진 말아주십시오. 누님은 누님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 거니까. 그리고 저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태연하게 대답을 하면서 플래나는 잠시 몸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쥬데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실례했군요. 하지만 이 상태가 되면 조금 몸을 풀지 않으면... 저에게도 어느 정도 반동이 오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제 준비운동은 마치고 슬슬 시작해보도록 하죠."
이내 플래나의 등 뒤에서 지지대가 나타났고 그 지지대는 땅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그리고 플래나는 오른발을 들어올렸다가 땅을 쿵 내려찍었다. 이어 모두가 밟고 있는 땅이 마치 늪처럼 물렁물렁하게 바뀌었다. 빨리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붙잡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플래나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손바닥에서는 붉은색 에너지 덩어리가 모이고 있었다.
"뭐, 그대로는 아니긴 하지만 블랙 스케빈저에 장착되어있는 핵 미사일에 들어있는 에너지입니다. 물론 가공이 되지 않았기에 그것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이 맞아서 무사한 것은 아니지요."
이내 붉은색 에너지 덩어리는 더더욱 커졌고 전방을 향해 빔 형태가 되어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흽쓸려버리려고 했다. 핵융합으로 이뤄진 에너지 덩어리는 이내 강한 폭발을 일으켰고 건물을 통째로 흔들기 시작했다.
/마테리얼 체인저 발동. - 늪의 성질을 가진 땅에 붙잡히게 될 시 빔에 100% 명중. 가드 브레이커. 단 방어형은 방어 가능. 땅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할 시, 절대 방어 사용 가능. 데미지 1500. 땅에서 풀려나는 것은 회피다이스와 동일. 땅에서 풀려난 이후 빔을 피하기 위한 회피다이스도 필요. 즉 다이스를 2번 돌리셔서 2번 다 회피가 뜨면 무사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기동형의 경우는 자신 한정해서 땅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면 버스트를 써서 완전 회피가 가능해요.
늪에서는 빠져나왔지만 빔에는 맞고...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빔에 맞고... 기동형 2명 말곤 빔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네요...? 엄청난 강함...! 아 그리고 기동형이라면 본인이 회피 성공 시 버스트로 한명 더 데리고 도망칠 수 있던가요? 혹시 아스텔에게 그걸 부탁해도 될지...
플래나가 밝힌,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비능력자 보호법령이 로벨리아의 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에 그녀는 시시한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솔깃한 정보긴 했지만 진상은 로벨리아에게도 얘기를 들어봐야 하니까. 재차 공격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는데 이번엔 바닥이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윽. 뭐야 이거!"
몸이 깊숙히 빠지기 전에 빠져나오는 건 어찌어찌 성공했는데. 그 뒤에 오는 공격은 피할 길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그녀 외에도 곤란한 이들도 보이고.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급하게 외쳤다.
"아스텔! 에스티아를 데리고 빠져!"
아스텔이라면 버스트로 피할 수 있겠지. 에스티아를 그에게 맡겨놓고 그녀는 바닥에 몸을 낮췄다. 무장이 있으니 사지는 성할 것이다. 출혈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 뒤에 한 방 먹여주면 될 일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