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주것도 내일 해줄게,,,, 누우니까 눈이 막 감겨서... 난 자러가야겠다. 다들 내일 보자구~ 그리구 누구 안 소외되게 일상도 잘 부탁할게,,, 세명이상 단체로 돌려도 괜찮으니깐~ 마법사의 장난도 있고 하니 편하게 돌려도 되고, 아니면 지금 진행 상황으로 일상 이어가도 좋고~
생각보다 배 위는 편안했다. 단단한 땅과는 다르게, 물의 흐름에 따라 계속 흔들리는 갑판의 느낌은 확실히 이질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옛날에 들었던 것처럼 아무데서나 토사물을 내뱉고, 죽지 못해 겨우 살아있는 꼴은 되지 않았다. 사실 이리나는 담배와 술만 보장되면 되었고, 선장이 내 배에서 담배 피우면 재미 없을 거라고 난리를 피운 탓에 담배는 못 피웠지만 어쨌든 술은 마실 만큼 제공이 되었다.
"한 잔..."
이리나는 어딘가에 붙잡혀있을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다시 술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잔을 따르려는 순간, 갑자기 파도가 세게 몰아쳤고, 이리나는 잔을 흘렸다. 다행히도 술병을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운치도 없이 그냥 병나발을 불 생각은 없었기에, 기울어지는 갑판을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잔을 쫓아다녔고, 마침내 이리나는 한 사람의 발치까지 가서 술잔을 잡았다.
"잡았다. 아..."
이리나는 그제야 누군가의 신발 앞이라는 걸 깨닫고 위를 올려다본다. //선레 베아트리시주 거!
레온은 지금까지 세 번의 의뢰를 수행하면서 제대로 쉬어본 순간이 언제인지 잊을 정도로 일에 치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쉬는 건가 했더니.. 또 어느 신원미상의 섬을 조사해오라는 의뢰를 받고 마차에 탔다. 쉴 새 없이 일하니 강해짐은 물론 돈이 계속 쌓이게 되지만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낚시나 즐기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레온이었다.
레온은 저번에 본 듯한 드워프로 추정되는 사내의 옆에 탔다. 어차피 여기서 며칠은 더 걸려서 가야 되니깐 가방에서 위스키를 담은 힙 플라스크와 담배를 꺼냈다.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연기는 마차 밖으로 뱉음으로 찬바람을 맞는 레온.
그런데 그 드워프가 반갑게 말을 걸어온다. 적대적인 스탠스가 아니니 레온 역시 적대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아, 저번에 그 드래곤 의뢰 때 같이 있었던 분이셨던가요? 반가워요. 저는 레온입니다. 이번에도 살아남아야죠."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육지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사방의 모습이 휙휙 바꾼다. 바다는 오랫동안 항해해도 주변의 모습이 같았다. 번다하지 않고 고요해서 조금 마음에 들었다. 번잡한건 내 머리통 하나로 충분하니까. 럼으로 마비시킬 수 있는 내 머리통 하나로 충분해... 그러니 병나발을 불어봐야지.
한병, 두병.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부르고 들썩이는 바다에 보일 수 없는 내 얼굴이 비추어져서 그게 내가 비친 나를 보는지 비친 내가 나를 보는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난간 밖으로 허리를 기울이고 있을 때, 발치에 뭔가 부딪혔다. 술잔이랑 흰 머리 여자애.
"꼬맹아. 멀리 봐라, 멀리! 땅바닥에 머리 박고 다니다가는 마신 거 다 올라온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슬쩍 용살자 카테고리로 함께 묶이고 있는 활잡이 이리나였다. 그녀는 나보다 키가 크지만 술잔을 줍겠다고 쪼그려 있어 내려다 보는 쪽은 나였다.
"뱃놈들은 물 대신 럼을 퍼마시면서 산다고. 공짜로 들이부을 이런 기회가 흔히 있는 게 아니거든!"
이번 일이 지난번 수준이라면. 글쎄. 사실 지난만 하더라도 대체 어떻게 전원이 살아남은 것인지 의문이다. 혹시 그때 그 인원 중에 뭔가 특별한 녀석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지난번엔 정말 위험한 순간이 많았었지! 솔직히 운도 좀 좋았다고 생각하네. 이번에는..조사라고는 하지만. 역시 그 길드 마스터가 직접 의뢰를 한 것이니..그냥 단순한 조사는 아닐 거 같구먼. 이번에도 뭔가 심상찮은 어려움이 있을 거 같네." 자신의 그런 불안을 굳이 숨길 것은 없기에 같은 처지라 할 수 있는 옆자리 창잡이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나는 섬에 가본 적이 없다네. 바다도 친숙하지 못하지. 그래서 괜히 더 불안한 감도 있는 것 같네만. 자네는 별로 긴장한 기색이 아니군. 허허 대단한 친구일세. 혹시 근거가 있는 여유인가?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 의뢰가 오래 걸리는 종류라는 것이다. 자신은 면도를 해야 한다. 근데 일주일 씩이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우리 이전에 먼저 투입된 인력들이 지금 일주일 째 귀환도 못하고 소식도 없대요. 그럼 말 다 한 거죠. 아마 우리도 잘못하면 고립되어서 못 나가거나 죽을 수도 있어요. 사실 살아서 나갈 확률도 안 높고요. 우리 나가면 가이아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마수들과 싸울 수도 있고요. 처음 발견된 섬인데 마수들 역시 처음 보는 녀석들이 있겠죠."
레온은 위스키를 마시며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무덤덤하게 말했다.
"......."
섬에 가본 적이 없다는 드워프의 말에 레온은 다시 위스키를 들이켰다.
"저도 가본 적 없어요~ 음..근거 있는 여유요? 저는 개인적으로 더 긴장하고 불안하면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서 별로 긴장을 안 해요. 불안해지면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전투에서 죽자고 싸우질 못하거든요. 죽자고 싸워야 한놈이라도 죽이는 거니깐요."
귀찮아서 남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돌아오는 호칭은 어김없이 검둥이였다. 조금 바꿔서 깜둥이, 깐족거리는 인간들은 까망이... 이런 ㅆ...
"거기서 만난 거 맞아. 우리 존경하는 길드장께서 그 인원들을 그대로 소집하셨지. 원래 이런 건 더 높은 모험가가 가야 하는데.."
"싹퉁바가지 없는 어린 놈의 자식 같으니. 적어도 동이나 은 정도는 대동해서 보내야 하는 게 아냐? 이건 고기방패보다 못한 취급이잖아."
취기도 올랐겠다 나는 길드장의 뒷담화를 시원하게 깠다. 나는 이 원정 덕분에 밤의 숙녀 교단의 중요한 행사인 '무도회'를 놓치고 말았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는 것이다. 빈 술병을 바다에 콱 던져버리려고 하다가... 한 끗발 차이로 평정을 되찾고 난간 위에 올려두었다. 새 술병의 코르크를 열었다.
이리나는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접어둔다. 상대는 엘프였고, 엘프가 저 정도로 성숙한 외형이면 억지를 부려도 180살은 넘었을 테니 말이다. 저 뾰족한 귀를 보면, 저 사람은 이리나의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막 세상 빛을 보았을 때부터 이미 이 세상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갔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작되는 뒷담화를 들으면서, 이리나는 조용히 술 한 잔을 더 마신다.
"...그래도, 어떻게든 잡았으니까 아주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은, 동급 모험가가 들어왔다면 그만큼 우리한테 돌아갈 몫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고요."
술을 또 마신 이리나는, 사냥꾼 시절에 배운 금언을 이야기한다.
"사냥꾼이 많으면 곰을 잡고도 굶는다. 일을 할 때 너무 어렵다고 많은 사람을 불렀다가는, 그만큼 돌아가는 몫도 적다는 속담이 있어요. 그리고... 아무도 안... 죽긴 했으니까요? 진짜 죽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위스키는 공기에 노출을 시켜서 오크향을 좀 없애고 마셔야 맛있다. 물론 위스키의 종류마다 다르기는 한데..
"음..수행한 의뢰들이라.. 별 거 없는데..첫 번째는 슬라임 토벌. 그냥 시키는대로 슬라임만 잡으면 됩니다. 괜히 저처럼 뻘짓하다가 킬러비나 킹슬라임이랑 싸우지 말고요.. 킬러비는 슬라임들을 도발한다고 나무를 발로 차다가 사람보다 큰벌이 열받은 채로 나무에서 나와서 싸우다가 죽였고.. 킹슬라임은 슬라임을 슬라임에게 던지면 어떨까 싶어서 궁금해서 던져봤는데, 한 4마리? 쯤이 뭉쳐서 킹슬라임 열화버전이 됐어요."
"그거 잡느라 죽을 뻔했구요..어쨋든 저처럼 괜한 호기심으로 뻘짓만 하지 마십쇼."
"그 다음은 고블린 토벌. 아는 엘프와 20마리른 잡아오는 의뢰였죠. 직접 고블린 소굴까지 들어가서 홉고블린하고 샤먼까지 합해서 12마리는 넘게 죽인 것 같아요. 나머지는 굴 밖에서 죽이고. 이때는 녀석들이 조직력이 있어서 공격을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죽을 뻔했구요."
이리나는 상대의 불평을 묵묵히 들으며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쓴 혀, 뜨거워지는 식도, 불타는 속, 그리고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기쁨의 불꽃. 그 모든 것이 한번에 모인 '음주', 그것도 술꾼들의 천국이라는 '공짜 음주'를 만끽하기도 바빴으니, 연거푸 술을 들이킨 이리나는 짤막한 대답만 하고 다시 술잔을 바삐 놀린다.
"...그렇군요."
그 말과 함께 기울어지던 술잔은 베아의 다음 한 마디에 멈춘다. 다른 거야 개인의 불평이고 개인의 문제라 쳐도, 적어도 그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무려 드래곤을 죽였는데 고작 인당 300골드라. 300골드면 여관방은 6일로 일주일도 못 묵고, 포션을 사도 30개면 끝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