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 이 상황을 플래나라는 이는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야말로 지금 이 상황은 그야말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강력한 적이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선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총을 계속해서 쏘았으며 레레시아는 독액 촉수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드론을 막아내려고 했다. 일단 당장 뭔가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으나 시간이 지나서인지 연기가 점점 사라졌고 시야가 확보되었다. 그리고 드론도 그만큼 줄어들었고 더 이상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한편 누군가는 듣지 말고 생각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나 그게 과연 닿았을지는 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신디는 시스템 제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시스템 제어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나 그래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이 안에 '그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각오를 하고 들어설지, 아니면 일단 대기를 할지의 여부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신디는 일단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편 쥬데카의 물음에 엘레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폐쇄되는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내 그가 방아쇠를 당겨 발전기를 파괴하자 내부의 기기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하지만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는지, 전원이 모두 꺼지거나 하진 않았다. 적어도 당장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생산라인은 완전히 멈춘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한편, 엘레나는 이내 머리를 감싸잡기 시작했고 그녀의 머리에선 스파크가 여러번 튀기 시작했다. 분명히 생기가 있었던 두 눈의 생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아마 쥬데카는 이내 그녀에게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좀비병'들을 바라봤을 때와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내 스파크가 더더욱 강하게 튀기 시작했다. 마지막 저항이라도 하려는지 엘레나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손을 올리는 듯 했으나 그 손은 닿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타임 오버야." "...날 죽여. 에델바이스."
그 말을 끝으로 엘레나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그러다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야말로 생기없는 무덤덤한 표정이 쥬데카의 얼굴에 비쳤을 것이다. 이내 엘레나는 단번에 쥬데카를 스쳐지나가 방 밖으로 나섰고 시스템 제어실이 있는 곳으로 팟. 팟.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궤적을 남기면서 나아갔다.
방아쇠를 당기니 발전기는 그대로 파괴됐다. 폐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니 망설임은 없었고 그 때문인지 방금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들려오던 기계음이 상당히 줄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을 예상한 건지, 아니면 이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한 건지 금방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어 모든 게 멈춘 건 아닌 듯했다. 그래도 전기를 공급받던 대부분이 멈추었을 테니 그로 인해 방해가 될 만했던 것이 상당히 줄어들었겠지. 이제 돌아갈까 싶어 몸을 돌리던 너는 엘레나가 머리를 감싸더니 곧 좀비병처럼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지자 너는 그녀에게 권총을 겨눴다.
"잠깐...!"
그러나 이미 늦었다. 보랏빛의 궤적을 남기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난 그녀를 따라 제어실을 빠져나가 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인가? 아니면... 너는 격납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경계는 살아있는가?
다른 이들이 올 때까지 대기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진입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닫힌 문 너머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는 없으나. 고민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더욱 나빠져만 갈 테니까. 신디는 문을 발로 쾅 차내고 선, 안으로 진입하려 했다.
논쟁하고 싶지 않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예 무시하고자 자리에 우뚝 서서 염력으로 된 장을 다시금 펼치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스마엘의 머리가 일순 새하얘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말도 아닌 동료의 언급 때문에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이 흔들리더니 깨져버렸다. 염력으로 된 장을 펼치던 팔이 힘없이 늘어진다. 알고 있는 얼굴이 이어셋을 부술 때도, 익숙하고 그리웠던 목소리가 듣지 말라고 해도. 너희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그래."
조그마한 소리가 이어셋을 타고 확실하게 퍼졌다. "내가 죽였어."
"죽였어, 죽였다고. 내가…… 내가 *발 그 여자 죽였다고. 목 졸라서 살아있던 사람 죽였어, 하도 죽여달라느니 멈춰달라느니 그래서 내가 죽였어. 왜? 대체 왜!! 나한테, 왜 나한테 그러는데, 본인도 몇 번이고 시인했던 거야.. 본인도 죽여달라고 했던 거야.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사살 명령 있었잖아, 상부에 공식적으로 허가도 받았잖아. 그 여자 뒤진 자식이고 남편이고 다 내가 살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럼 살렸어야 해? 살렸어야 하냐고!! 살인 저지른 살인자 새끼가 같이 있어서 짜증이라도 나? 아니면 꼴도 보기 싫어?"
목에 가시처럼 걸리던 그 말을 뱉고 시인하는 것이 어찌나 쉽던지.
"너도 죽였잖아, 수도 없이 죽여왔잖아, 나는 죽이고 싶어서 죽였는 줄 알아? 왜 나한테만 그래. 방해만 되는 애새끼라서? 귀하게 자라 이상향이니 뭐니 뻗대고 다니는 가디언즈 딸년이기 이전에, 아예 이해를 할 수 없는 짐승 새끼라서……? 슬럼가에서 나돌던 것이 기어이 미친 소리만 지껄여서 그래?"
걷힌 연기 너머로 이스마엘은 그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결국엔 아무것도 내 주변에 없었던 거네. 허황된 꿈이었구나. 이상향도 결국 존재하지 않던 거야.
"아, 흐, 하하. *발.."
징계 하든지 여기서 죽여버리든지 맘대로 하라지. 이스마엘은 이어셋을 던져 내팽개쳤다. 발걸음 떼지 못하고 얼굴 덮어 가린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다 똑같아. 전부, 전부……. 아무도 우리를 이해 못해. 평생이고 이해하지 못할 거야."
면죄부 하나 못 얻는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듯 네 괴물로 손가락질 받고 하찮은 것들 사이에서 산 채로 불태워진다 한들 그 이전에 이룩한 것이 달라지지는 않지. 더 짓밟고, 먹어치우고, 가지고, 누리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한 이상 그렇게 살아야지.
<쥬데카 쪽> 격납고 쪽에 어떻게든 도착하자 적외선 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무수히 많은 블러디 레드와 블랙 스케빈저 등의 거대한 로봇형 머신들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블러디 레드를 제외하고선 조종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슨 사람이 탑승할 필요가 없는 그런 머신들이라는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일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외에 특별히 뭔가가 더 있거나 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 외 공통> -걸작이로군요.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우리가 당신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라서 오히려 어이가 없을 지경이야. -고작 조금 흔든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아. 그래도 이건 확실하게 알려드리죠. 이해? 당연히 아무도 이해할 수 없지요. 왜냐고요? 가치관이 달라서? 생각이 달라서? 아니요. 그건 너무나 신사적인 답변이야.
-처음부터 당신들은 아무도 자신의 사정을 입에 담은 적이 없잖아. 그래놓고서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알아서 이해해주길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주길 바라지.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죠. 듣자하니 통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을 알아서 이해해주길 바라고 알아서 뭐든지 해주길 바라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당신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동료가 아니라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편리한 '도구'를 원한 것이 아닌지?
-제 누님이 너무나 불쌍하고 또 불쌍할 지경이야.
더 이상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조롱만을 남겨버리고, 그냥 통째로 강한 가시만을 박아버린채 플래나라는 이는 목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았다.
한편 신디가 문을 열려고 했으나 이내 보라색 궤적이 더 빠르게 날아왔고 문 앞으로 가로막았다. 다름 아닌 엘레나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무렵 이곳으로 온 이들도 도착하지 않았을까?
"......"
엘레나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보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내밀었다. 이곳으로 더 이상 지나가게 할 순 없는 것일까. 여기서 더 지나가려고 한다면 엘레나를 꺾지 않으면 불가능해보였다. 덤벼들 것인가. 아니면...
아... 음. 미안해 내가 몇 번이나 더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그.. 극단적으로는 이스마엘이.. 그.... 아.. 음... 이스마엘 성격이. 그러니까.. 내가 의도적으로 캐붕을 내면 모를까 지금 이스마엘의 성격 자체로는 아예 탈주를 해버리거나 죽거나 둘중 하나를 해야 문제가 끝날 것 같다 판단하는 애라서, 그런 생각까지 가네. 미안. 분위기 개판 내서. 잠깐만..
>>78 좀 극단적인 말인데 스토리가 그렇게 내정이 되어있으면 모를까 고작 참치 하나가 돌리는 캐릭터 하나 때문에 전체를 뒤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내가 스레 휘두르니 어장 휘두르니 말 나올까 그런 것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캡틴도 나도 서로 불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차라리 내쪽에서 캐붕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고쳐볼테니까 다시금 사과할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도 한가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토리에서 저는 여러분들의 거의 모든 행동이나 가치관을 최대한 존중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육성물이 아니라 엄연히 스토리라인이 있는 진행물이고 최소한 제가 소화할 수 없는 선이 있어요. 사실 이건 이전부터 캐릭터들마다 조금씩 다 보이는 것이긴 한데 '레지스탕스'로서 '팀'으로서 있는 이상 적어도 최소한의 그 선을 넘어가게 되고 극단적으로 나는 가디언즈 들어가야하니까 이렇게 할 거예요. 라고 해버리면... 그 캐릭터는 더 이상 스토리에서 진행에 어떻게 쓸 수 없어요. 이건 대립물이 아니라 엄연히 에델바이스라는 레지스탕스 멤버들의 혁명기 이야기니까요. 그러니까 부디.. 캐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그 선만 조금만 지켜주는 것으로..(쭈글)
그리고 차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따로 메인 스토리 라인에서 참치 캐릭터들의 서사와 가디언즈 간부들이 엮이는 것은 하지 않도록 할게요.
사과할 필요는 없고..오히려 제가 스토리에 조금 더 충실함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느낌을 주면 어떨까 싶어서 엮어본거긴 한데... 역효과가 난 모양이네요. 이건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꾸벅) 죄송하고 차후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격납고에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단 너는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블러디 레드를 제외하고는 조종석 자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머신들이 어떤 것을 동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쓸 수는 없다.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리고 전력이 끊기며 지금까지 공급되던 에너지도 끊겼을지도 모른다, 너는 일단 머신에 직접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며 폭발물을 설치하려고 했다. 이걸로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관 장치를 손에 꽉 쥔 채 몸을 돌려 빠져나오니 그제야 이어셋을 통해 들려오는 상황을 살필 만한 여유가 생겼다.
"...대체 뭐 하는 거야."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적진 한 가운데에서 분열? 상황을 가리지 못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는 무의식적으로 혀를 찼다. 더군다나 엘레나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지금 당장 상대해야 할 간부가 셋이라는 이야기일 텐데... 직접 부딪히지도 않고 말에 의해 무너져 버리려고 하는 동료의 모습에 너는 정신이 아득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달린다, 네가 가는 길을 지나갔을 엘레나의 뒤를 쫓아, 동료들이 밟아간 길을 따라 밟으며 너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 보인다.
"그만두지 못해!!"
이게 특수부대라니 누가 보더라도 비웃을 수밖에, 이래서야 그저 문제아들 집단이지 않은가. 이 모습이 전달됐다간 대체 어떤 시선을, 어떤 질책이 기다리고 있을지, 질책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가치가 아닌 척 숨겨오던 미숙함으로 제 스스로 박살나는 걸 보고 있자니 속이 쓰렸다. 네 눈에 비친 동료들의 모습 가운데를 찢듯이 뛰어든 너는, 두 사람을 밀쳐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면서 허리춤에서 뽑아낸 연막탄을 집어던졌다. 이어진 사격으로 공중에 떠오른 연막탄을 터트리기까지 이어진 행동은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지금 뭐 합니까, 제정신입니까?!"
헬멧으로 가려졌고, 노이즈가 끼어 목소리가 변했겠지만 분명히 그 목소리에는 격앙의 감정이 담겼으니, 너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당장 눈 앞에 전력을 다해도 쓰러트릴까 말까 한 적을 상대로 두고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연막이 퍼지는 데 성공한다면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터다. 연막 너머의 상대에게 체인을 쏘아낸다.
굳이 말하자면 누구 잘못이라고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애초에 캐입인 것이고 캐릭터가 그렇게 설정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파이고... 그러니까 딱히 '누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 라는 분위기는 되지 않길 바래요. 누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카시노프의 서사나 특성에 딱 들어맞다보니 이걸 얽히게 한 캡틴의 잘못이라면 잘못인거고..
아무튼 숨이 턱 막히거나 하는 분들은 잠시 찬물을 한 모금 마십시다! 시간은 제가 좀 더 줘서 25분까지 드립니다!
일단 하나. 비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스마엘은 가디언즈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어. 차라리 처음부터 그럴 걸 그랬어 이 대사는 '차라리 나도 내 성격 아는데 처음부터 상냥하게 살질 말 걸 그랬어.'를 비유적으로 표했던 거고, 이해하지 못할 거야는 마찬가지로 내가 예전부터 시트에 적어둔 '광인'이라든지 독백에서 풀었던 '수잔나와 에르베르토에게 물려받은 비인륜적인 태도'라든지 '가디언즈로 하여금 세븐스가 잘못 되었음을 무의식 속에 품고, 레지스탕스에 살며 스스로 고민하던 현실'을 비유하고 표했던 거야. 또한 내가 생각하는 현재 이스마엘의 루트는 가디언즈가 아니라 혁명 이후의 거취와 가치관의 변화야. 이스마엘은 현재 스스로라면 모를까 에델바이스 멤버를 해치진 않고, 되레 이제 스토리에서 잔병을 처리하는 진압 쪽에서 밀어내기, 총을 꺾기와 같은 수동적인 태도보다 캐릭터 자체가 직접 앞으로 돌진하는 등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일단 그 캐입의 선을 넘어버린 점에 관해서는 내가 사과하도록 할게. 추후 캐릭터가 근신했다느니, 아니면 일상으로 호되게 혼이 나든지 해서 최소한의 선은 지키고자 해. 다시금 미안해.
둘. 나는 메인 스토리 라인에서 서사를 엮는 건 좋아해. 그만큼 캡틴이 캐릭터에게 애정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아하는 요소야. 일단 내쪽에서 잘못한 문제지만 그걸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나한테 있어선 좀 많이 안 좋게 다가온다. 추후의 문제를 대비해서 싹을 자르는 건 긍정하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어떤 사람은 그 분위기 못 버텨... 그리고 그게 나야... 미안. 정말, 진짜, 미안한데 그 문제는 제발 재고해주고 번복해주면 안 될까..
마지막으로 내가 강박증 비슷하게 캐릭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걸 지켜야 한다! 하고 캐릭터별 신념 및 철칙까지 다 적어두는 편이라서 그런지 차마 다른 사람들을 고려를 못했던 것 같아. 이 부분은 사과하지 말라고 해도 확실하게 사과를 해야할 것 같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스스로 조율하도록 할 테니 분위기 망쳐서 다시금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
"죽였어야했어! 누가 뭐래? 내가 너였어도 죽였을꺼야! 죽이는 게 정답이었다고!! 누가 뭐래!!"
그녀의 절규 섞인 말을 받아치며 말했다. 선우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숱하게 생각했고 하지 못했던 일을 사실상 그녀가 대신 해준 셈이었으니, 그와 동시에 미웠다. 결국 자신의 마을 사람을 죽인 것은 이스마엘이었으니까.
"숱하게 죽여왔지. 산채로 불에 태워도 받고 목을 물어뜯고 죽인 적도 있고 물에 빠뜨려 익사 시킨 적도 있었고 화학용액에 담가서 녹여버린 적도 있었지."
마을 사람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마을을 침공한 가디언즈들을 미친듯이 죽였다. 총알이 떨어지고 칼날이 무뎌졌을 때에도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하며, 마지막에는 목을 물어뜯어 죽였다.
처음에는 자신도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스스로를 변호했지만 결국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힌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죽인 이의 얼굴이 아직도 가끔 꿈에 떠오른다.
"방해만 되는 애새끼? 잊었어? 내가 너보다 약하고 멍청한 짓은 더 많이 했어 이해할 수 없는 짐승? 난 덩치만 커서 쓸모도 없는 도마뱀이랑도 같이 싸우고 있는 데? 슬럼가? 누군 거기서 안 살았는 줄 알아?"
만약 그녀가 타인을 죽였다는 죄책감 자체가 없었다면 차라리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지금 죄책감을 느끼면서 애써 그녀가 원하던 일이었다며 합리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살인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길은 그것을 포장하여 외면하는 것이 아닌 직면하여 인정하는 것이었기에 필요 이상으로 그녀를 비판했다.
"죄책감을 가질거면 그냥 인정하고 속죄를 해! 그게 아니라면 어쩌라고를 외치며 당당하게 있던가!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잖아!"
그리고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엘레나를 사로잡으려고 한다.
"이미 한번 이겨냈잖아요. 두번은 더 쉬울거에요.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대로 엘레나의 등 뒤에 아공간을 열고 그녀에게 돌진했다. 오늘은 더이상 누구도 죽거나 죽이고 싶지 않다. 저 망할 스피커 자식에게 한방 먹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던 동료에게 아공간을 열어주며 말했다.
"소총 한정에 도넛 두개 어때? 설탕물 많이 묻혀서. 나름 이거 싸게 파는 거야" "아니면 산탄총이나 다른 무장들도 있어. 일단, 문은 열어야지 않겠어?"
엘레나의 몸에도 자폭장치가 있을 지는 불명확했다. 그러나 그녀가 잠시나마 카시노프를 거역하고 스스로 행동한 것을 보아 자폭장치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를 사로잡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내 빛이 지니, 낮이 어둠이 되는지라. 이어셋을 통해 들려오는 통신을 더 들어줄 수가 없어 빼낸다. 제발 문 뒤에 그 독사 새끼가 있길 바란다. 그래야 그 혀를 찢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문을 차려고 했을 때, 방해를 받는다. 양 눈을 동그랗게 뜬 신디의 얼굴에 금세 짜증이 어린다.
"....."
말없이 보검을 꺼내어 내미는 모습에 신디 역시 보검을 겨누는듯하다, 바로 달려들어 허리를 베어버리려 한다.
처음부터 그저 결점을 인정하고 살걸. 괜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런 짓이나 저지르고.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쐐기가 박혔다. 절망스럽다. 그래, 아무도 내 사정을 말한 적이 없지. 도구를 바랐지. 그런데 그걸 당신에게 듣고 싶지 않았다. 본디 우리는 우월한 존재이기에 아랫것과 우리는 다르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다르지. 우리는 사정을 입에 담으면 손가락질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기에. 적을 만들고 싶다면 마음껏 지껄여도 좋지. 너는 근본부터 뒤틀린 사람이잖니, 내가 모를 것 같더니?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너도 잘 알잖니.
다시금 들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다물라고 속삭이고자 했으나 이스마엘은 다가오는 존재를 보며 노이즈 속 눈을 홉떴다. 단검을 쥐여줄 적 한쪽 입술을 비틀듯 올렸다.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끝내버릴까 싶은 마음에 손에 힘을 주고자 했을 때, 쥬데카의 난입에 뒤로 물러섰다. 격양된 감정에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나중에 따로 얘기해. 이번 일 보고해서 징계 받든 말든 상관 없어."
이스마엘은 숨을 작게 들이마셨다. 두 사람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고, 자제할 수 없느니 차라리 원흉을 개처럼 다 물어뜯는 게 더 낫다 판단이 되었기에. 얘, 계속 그렇게 대가리 박고만 살 거니? 저딴 새끼 말 들으면서? 내가 니 애비였으면 딸 농사 *망했다고 몸 수복하고 다시 뒤졌겠다. 그렇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다시금 입술을 달싹인다.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