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정말 여기저기서 공격해왔지만 역시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일까. 이스마엘은 염력을 이용해서 드론을 벽에 처박아버렸고 레레시아는 독액으로 드론을 무력화시켰으며 선우는 소총을 난사하며 드론을 추락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론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연기는 아직 시선을 끌고 있었고.
-조국의 영광스러운 병사로 계속 있었으면 참 좋았겠지요. 허나 먼저 팽한 것은 바로 그 자가 아닌지. 마치 누가 들으면 아무런 이적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모범적인 행동을 한 이를 팽한 것처럼 들려오는군요.
-물론 그 부분으로 논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당신의 의사를 듣고 싶군요. 여러모로 갤러리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만... 딱히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나중으로 하도록 하죠.
자신을 플래나라고 소개한 사내는 계속해서 정중한 목소리를 내면서 레레시아와 선우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해버리면서, 정확히는 상대조차 하지 않으면서 명백하게 이스마엘을 저격했다.
-방금 전 폭발한 그 병사를 '아빠'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당신은 아마 그 작자의 자식되는 이겠지요. 친자식이건 양자건. 그리고 당신은 동료가 죽던지 말던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쪽에 집중했다. 이 행동을 비난하진 않겠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아빠라는 이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그 아빠라는 작자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렇다면 제 이름을 걸고 한가지 제안을 하지요. 그 중에 있는... 아무나 상관없습니다. 목을 가져오십시오. ...아니면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가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이 카시노프에게 명령을 내려서 다시 한 번 눈을 뜨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동료보다 그 아빠라는 이가 더 소중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신에게 있어서... 전혀 나쁜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아무도 당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데.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것을 파고드는 모습은 참으로 악랄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스마엘을 확실히 뒤흔들려는 수작임은 분명해보였다.
한편 쥬데카는 수분을 뭉쳐서 자물쇠를 부수는데 성공했다. 정확히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약한 폭발이 일어났고 물이 증발되는 것과 동시에 방전이 되어 자물쇠가 박살이 났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엘레나는 가만히 눈길을 돌려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멈추게 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 건물을 완전히 정지시킬 순 없어. 다른 자가 발전기가 있는데 그것은 시스템 제어실에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는 플래나가 있어. 카시노프도."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증발해버린 물, 그리고 박살난 자물쇠와 전력이 끊겨 더 이상 차단막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철창을 지난 너는, 너를 향한 엘레나의 시선과 목소리에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허술하진 않군요."
그래도 시설 내의 대부분은 이 발전기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며 되묻던 너는 권총을 꺼내쥐었다. 발전기는 섬세하니까 물 한두 방울로도 고장이 나겠지, 이물질을 투입하는 게 최고니까... 총탄 정도면 괜찮은 이물질 아닐까?
"이 발전기가 박살나면 폐쇄되는 곳이라든가, 알고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퇴로가 막혀버린다거나, 시스템실로 향하는 길이 없어진다거나 하면 곤란하니까. 어디까지나 시설의 파괴가 목적이었으니 그 목적지에 누가 있는지까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다지 문제될 만한 부분이 없다면 너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겠지.
나지막한 어조로 신디는 무전을 통해 말한다. 저 말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뱀이 노리는 것에 낚여드는 것이다. 생각하면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에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마." 다시 그렇게 말한 신디는 으르렁거리며 계속해서 날아오는 드론을 본다. 이렇게 가만 듣고만 있을게 아니라, 저 뱀의 혀를 잘라버려야 할 것이다. 시스템 제어실을 찾아 안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마 지금 이 상황을 플래나라는 이는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야말로 지금 이 상황은 그야말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강력한 적이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선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총을 계속해서 쏘았으며 레레시아는 독액 촉수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드론을 막아내려고 했다. 일단 당장 뭔가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으나 시간이 지나서인지 연기가 점점 사라졌고 시야가 확보되었다. 그리고 드론도 그만큼 줄어들었고 더 이상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한편 누군가는 듣지 말고 생각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나 그게 과연 닿았을지는 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신디는 시스템 제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시스템 제어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나 그래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이 안에 '그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각오를 하고 들어설지, 아니면 일단 대기를 할지의 여부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신디는 일단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편 쥬데카의 물음에 엘레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폐쇄되는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내 그가 방아쇠를 당겨 발전기를 파괴하자 내부의 기기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하지만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는지, 전원이 모두 꺼지거나 하진 않았다. 적어도 당장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생산라인은 완전히 멈춘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한편, 엘레나는 이내 머리를 감싸잡기 시작했고 그녀의 머리에선 스파크가 여러번 튀기 시작했다. 분명히 생기가 있었던 두 눈의 생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아마 쥬데카는 이내 그녀에게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좀비병'들을 바라봤을 때와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내 스파크가 더더욱 강하게 튀기 시작했다. 마지막 저항이라도 하려는지 엘레나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손을 올리는 듯 했으나 그 손은 닿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타임 오버야." "...날 죽여. 에델바이스."
그 말을 끝으로 엘레나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그러다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야말로 생기없는 무덤덤한 표정이 쥬데카의 얼굴에 비쳤을 것이다. 이내 엘레나는 단번에 쥬데카를 스쳐지나가 방 밖으로 나섰고 시스템 제어실이 있는 곳으로 팟. 팟.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궤적을 남기면서 나아갔다.
방아쇠를 당기니 발전기는 그대로 파괴됐다. 폐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니 망설임은 없었고 그 때문인지 방금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들려오던 기계음이 상당히 줄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을 예상한 건지, 아니면 이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한 건지 금방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어 모든 게 멈춘 건 아닌 듯했다. 그래도 전기를 공급받던 대부분이 멈추었을 테니 그로 인해 방해가 될 만했던 것이 상당히 줄어들었겠지. 이제 돌아갈까 싶어 몸을 돌리던 너는 엘레나가 머리를 감싸더니 곧 좀비병처럼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지자 너는 그녀에게 권총을 겨눴다.
"잠깐...!"
그러나 이미 늦었다. 보랏빛의 궤적을 남기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난 그녀를 따라 제어실을 빠져나가 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인가? 아니면... 너는 격납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경계는 살아있는가?
다른 이들이 올 때까지 대기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진입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닫힌 문 너머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는 없으나. 고민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더욱 나빠져만 갈 테니까. 신디는 문을 발로 쾅 차내고 선, 안으로 진입하려 했다.
논쟁하고 싶지 않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예 무시하고자 자리에 우뚝 서서 염력으로 된 장을 다시금 펼치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스마엘의 머리가 일순 새하얘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말도 아닌 동료의 언급 때문에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이 흔들리더니 깨져버렸다. 염력으로 된 장을 펼치던 팔이 힘없이 늘어진다. 알고 있는 얼굴이 이어셋을 부술 때도, 익숙하고 그리웠던 목소리가 듣지 말라고 해도. 너희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그래."
조그마한 소리가 이어셋을 타고 확실하게 퍼졌다. "내가 죽였어."
"죽였어, 죽였다고. 내가…… 내가 *발 그 여자 죽였다고. 목 졸라서 살아있던 사람 죽였어, 하도 죽여달라느니 멈춰달라느니 그래서 내가 죽였어. 왜? 대체 왜!! 나한테, 왜 나한테 그러는데, 본인도 몇 번이고 시인했던 거야.. 본인도 죽여달라고 했던 거야.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사살 명령 있었잖아, 상부에 공식적으로 허가도 받았잖아. 그 여자 뒤진 자식이고 남편이고 다 내가 살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럼 살렸어야 해? 살렸어야 하냐고!! 살인 저지른 살인자 새끼가 같이 있어서 짜증이라도 나? 아니면 꼴도 보기 싫어?"
목에 가시처럼 걸리던 그 말을 뱉고 시인하는 것이 어찌나 쉽던지.
"너도 죽였잖아, 수도 없이 죽여왔잖아, 나는 죽이고 싶어서 죽였는 줄 알아? 왜 나한테만 그래. 방해만 되는 애새끼라서? 귀하게 자라 이상향이니 뭐니 뻗대고 다니는 가디언즈 딸년이기 이전에, 아예 이해를 할 수 없는 짐승 새끼라서……? 슬럼가에서 나돌던 것이 기어이 미친 소리만 지껄여서 그래?"
걷힌 연기 너머로 이스마엘은 그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결국엔 아무것도 내 주변에 없었던 거네. 허황된 꿈이었구나. 이상향도 결국 존재하지 않던 거야.
"아, 흐, 하하. *발.."
징계 하든지 여기서 죽여버리든지 맘대로 하라지. 이스마엘은 이어셋을 던져 내팽개쳤다. 발걸음 떼지 못하고 얼굴 덮어 가린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다 똑같아. 전부, 전부……. 아무도 우리를 이해 못해. 평생이고 이해하지 못할 거야."
면죄부 하나 못 얻는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듯 네 괴물로 손가락질 받고 하찮은 것들 사이에서 산 채로 불태워진다 한들 그 이전에 이룩한 것이 달라지지는 않지. 더 짓밟고, 먹어치우고, 가지고, 누리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한 이상 그렇게 살아야지.
<쥬데카 쪽> 격납고 쪽에 어떻게든 도착하자 적외선 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무수히 많은 블러디 레드와 블랙 스케빈저 등의 거대한 로봇형 머신들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블러디 레드를 제외하고선 조종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슨 사람이 탑승할 필요가 없는 그런 머신들이라는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일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외에 특별히 뭔가가 더 있거나 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 외 공통> -걸작이로군요.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우리가 당신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라서 오히려 어이가 없을 지경이야. -고작 조금 흔든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아. 그래도 이건 확실하게 알려드리죠. 이해? 당연히 아무도 이해할 수 없지요. 왜냐고요? 가치관이 달라서? 생각이 달라서? 아니요. 그건 너무나 신사적인 답변이야.
-처음부터 당신들은 아무도 자신의 사정을 입에 담은 적이 없잖아. 그래놓고서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알아서 이해해주길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주길 바라지.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죠. 듣자하니 통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을 알아서 이해해주길 바라고 알아서 뭐든지 해주길 바라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당신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동료가 아니라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편리한 '도구'를 원한 것이 아닌지?
-제 누님이 너무나 불쌍하고 또 불쌍할 지경이야.
더 이상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조롱만을 남겨버리고, 그냥 통째로 강한 가시만을 박아버린채 플래나라는 이는 목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았다.
한편 신디가 문을 열려고 했으나 이내 보라색 궤적이 더 빠르게 날아왔고 문 앞으로 가로막았다. 다름 아닌 엘레나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무렵 이곳으로 온 이들도 도착하지 않았을까?
"......"
엘레나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보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내밀었다. 이곳으로 더 이상 지나가게 할 순 없는 것일까. 여기서 더 지나가려고 한다면 엘레나를 꺾지 않으면 불가능해보였다. 덤벼들 것인가. 아니면...
아... 음. 미안해 내가 몇 번이나 더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그.. 극단적으로는 이스마엘이.. 그.... 아.. 음... 이스마엘 성격이. 그러니까.. 내가 의도적으로 캐붕을 내면 모를까 지금 이스마엘의 성격 자체로는 아예 탈주를 해버리거나 죽거나 둘중 하나를 해야 문제가 끝날 것 같다 판단하는 애라서, 그런 생각까지 가네. 미안. 분위기 개판 내서. 잠깐만..
>>78 좀 극단적인 말인데 스토리가 그렇게 내정이 되어있으면 모를까 고작 참치 하나가 돌리는 캐릭터 하나 때문에 전체를 뒤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내가 스레 휘두르니 어장 휘두르니 말 나올까 그런 것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캡틴도 나도 서로 불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차라리 내쪽에서 캐붕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고쳐볼테니까 다시금 사과할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도 한가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토리에서 저는 여러분들의 거의 모든 행동이나 가치관을 최대한 존중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육성물이 아니라 엄연히 스토리라인이 있는 진행물이고 최소한 제가 소화할 수 없는 선이 있어요. 사실 이건 이전부터 캐릭터들마다 조금씩 다 보이는 것이긴 한데 '레지스탕스'로서 '팀'으로서 있는 이상 적어도 최소한의 그 선을 넘어가게 되고 극단적으로 나는 가디언즈 들어가야하니까 이렇게 할 거예요. 라고 해버리면... 그 캐릭터는 더 이상 스토리에서 진행에 어떻게 쓸 수 없어요. 이건 대립물이 아니라 엄연히 에델바이스라는 레지스탕스 멤버들의 혁명기 이야기니까요. 그러니까 부디.. 캐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그 선만 조금만 지켜주는 것으로..(쭈글)
그리고 차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따로 메인 스토리 라인에서 참치 캐릭터들의 서사와 가디언즈 간부들이 엮이는 것은 하지 않도록 할게요.
사과할 필요는 없고..오히려 제가 스토리에 조금 더 충실함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느낌을 주면 어떨까 싶어서 엮어본거긴 한데... 역효과가 난 모양이네요. 이건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꾸벅) 죄송하고 차후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