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에서는 요즘 신년맞이를 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어제 고블린 임무를 완수한 레온은 모험가 길드에서 의뢰완료를 보고를 한 뒤에 힘이 빠져버렸다. 긴장이 풀린 것이지. 그래서 축제를 즐길 기력이 없었다.
"....."
그래서 혼자 조용한 강에서 낚시를 하며 고기를 잡았다. 정신이 없는 가이아의 중심에서 잠시 이탈을 하여 낚시를 한 것이다.
"음, 꽤 큰 놈으로 잡았네."
꽤나 실한 물고기 하나를 잡은 레온. 어제 머문 숙소의 주방을 빌려서 회를 뜨는 레온이었다. 생선을 구이나 스프가 아닌 생으로 조리해서 먹는, 이 시대에서 꽤나 보기 힘든 방식의 요리법이었지만 레온은 익숙하듯이 생선회를 뜨곤 했다.
"오케이..이게 술이 없으면 심심한데.."
그렇게 회를 접시에 담고 레온이 자주 가는 조용한 주점으로 향한다. 주점의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안주를 여기서 먹기를 허락을 받는 레온. 오늘은 술을 많이 시킨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은 레온은 오늘은 단순히 글라스 단위의 위스키가 아닌, 그냥 잭다니엘 한병을 주문했다.
그렇게 위스키병, 얼음이 담긴 글라스 그리고 회접시를 든 채로 자리를 찾다가 익숙한 얼굴을 본 것이다.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술을 진탕 퍼마셔도 악몽은 여전히 따라오고. 숙취까지 달라붙고. 그런 꼴이 되어도 폭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알싸한 향이 혈관을 따라 돌고 정신이 몽롱해지면 내가 녹아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직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맛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으음...."
길드 건물 한 켠에 앉아 눈을 감고 두통이 옅어지길 기다린다. 남들이 10인의 용살대니 떠들어대어도 저주를 푸는 길이 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돈을 모아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보아야 한다.
장차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오늘도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거지.. 그러니 빨리 사그라들어라, 두통아. 나는 앉은 채 허리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후벼팠다.
"....?"
어느 순간. 점점 커지는 발소리가 들리면서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또 누가 시비를 걸러 왔나? 고개를 들어 그 누군가를 보았다.
망치를 든 토끼 수인이었다.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막 시작한 신참. 뇌리에 폭풍이 몰아쳤다. 왜 하필 이쪽으로 오지, 왜 저리도 붙임성이 좋지, 다크엘프가 뭔지 모르나, 일부러 놀리려는 셈인가, 아니면 다른 모험가의 질나쁜 장난에 넘어갔나. 부하가 심하게 걸린 골통은 생각을 멈춰버렸다.
인지가 꼬여버린 이성은 토끼 수인을 쫓아내기가 귀찮아서 빨리 말해주고 보낸다는 선택을 했다. 편리함을 따지면 명백히 전자가 낫지만, 인지가 꼬였다니까. 여기가 싸움터였다면 방패를 버리고 고블린 머리채를 잡아서 들었겠군. 빌어먹을..
"마음대로 해. 그런데 난 고블린밖에 모른다?"
그래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니는 신참은 오래 살아남는다고. 주변의 모두가 입을 모아서 말하곤 했다. 비어만도 똑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에게도 갑옷을 팔아줄지 모른다.
뭐 하나 걸리기만 해보라는 말이 루키우스에겐 오히려 재미요소로서 플러스 점수를 추가했는지 루키우스는 걸리기만 해보라는 말에 키득거리며 레온에게 노트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거기엔 레온이 어떤 식으로 공격했는지, 수련은 어떤식으로 했는지, 빛의 드래곤과는 어떻게 싸웠는지가 적혀져 있었다.
"사과의 표시로 이거, 돌려주도록 하겠네."
레온에 대한 정보의 반환을 답한 루키우스가 글이 적혀있는 한 부분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이게 버릇이라서 말이야, 무심코 적어버렸더군, 딱히 자네에게 악의적인 무언가가 있는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 그건 두고, 우선 이 부분. 자네의 창술 말일세, 상당히 정직하더군 누군가에게 배운게 따로 있나? "
그녀도 다크엘프에 대해서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늑대들이 가르칠 건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저주니 뭐니 하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자신한테 피해를 끼쳤냐 끼치지 않았냐와 그 사람이 강자냐 약자냐일 뿐. 즉, 그녀에게 있어 종족이나 출신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것이다.
"괜찮아요! 그 정도만 알려주셔도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녀는 마침 고블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었고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고블린에 대해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그녀는 귀를 쫑긋하며 숙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
"음? 아, 제 생각을 했다는 게 이거였군요..호오..이런 것도 생각하고 다니신다니. 마냥 농담꾸러기인 분인 아니셨네요."
나에 대한 전투방식을 적어놨군.
"음, 이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하네요. 저 평소에 리치를 잘 활용하려고 해요. 저번 드래곤이 너무 커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 뿐이지. 이것도 추가해주세요. 적이 많으면 과감하게 적의 중앙으로 침투해서 강한 녀석을 먼저 급습하거나 리치가 긴 창을 휘두르면서 적의 대형을 무너뜨려서 적의 내부에서도 창을 쓰기 좋은 거리를 벌리면서 외부에서는 동료들이 적을 공략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리치를 신경쓰지 않는 듯한 묘사가 나와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창술이요? 저 혼자 교본 보고 수련했어요. 제가 뭐 귀족이나 기사의 자식도 아니고..그렇다고 병사 출신도 아니라서 그저 독학만 했거든요. 몸도 혼자서 키우고."
"아아, 킬러비하고 열화버전의 킹 슬라임이요? 그때는 두 녀석 다 정면승부를 벌일 능력이 안 되어서 변칙적으로 싸웠죠. 킬러비는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서 녀석의 시야를 제한시키고 실수를 유발했죠. 침이 워낙에 단단해서 그런지 땅에 박히고 못 빼내더군요. 그 틈에 죽여버렸죠."
"킹슬라임은 녀석의 점액투척이 너무 빨라서 정직하게 상대하다가는 제가 죽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도약이나 투창 등 평소 쓰지 않는 방식을 썼던거구요. 녀석도 그 자리에 꼼짝 기다리면서 움직이지를 않아가지고.."
"제일 약한 몬스터니까 들고 있는 무기도 별로 좋지 않은 거군요! 그렇다면 상위종의 고블린이라면 괜찮은 걸 들고 다니는 걸까요!"
후각으로 적을 구별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1 대 1로는 신참내기 모험가도 쉽게 이길 수 있는 거겠지. 그녀는 수첩을 꺼내 숙녀의 이야기를 메모해 나갔다.
"그러고 보니 그 샤먼은 어떤 고블린인가요? 이름에 샤먼이 들어가니 마법을 쓸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고블린들을 지휘하거나 그런 건가요?"
이때까지 들은 바에 의하면 고블린들의 지능 수준은 안 봐도 뻔할 수준으로 처참해 보였다. 하지만 생물은 진화한다. 즉, 지능이 부족한 고블린들이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게 샤먼이라면 고블린들을 지휘하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애초에 마법을 사용하는 시점에서 일반 고블린들과 지능이 같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