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이전에도 그렇고 에스티아가 조사하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조금만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자폭을 하도록 명령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사실상 힘들거야. 일단 시도는 해봐야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총 3번의 포획 시도가 있었지만 3번 다 제대로 시도도 못하고 실패했어."
자폭하는 것을 막을 수 없냐는 그 물음에 로벨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라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목소리에 확신을 가질 순 없었다. 한편 블랙 스케빈저에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본 로벨리아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왜 거기서 그렇게 눈을 빛내면서 흥미를 보이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가져올 생각하지 마라. ...저것의 구조는 나도 들었다만, 사용해서는 안될 병기야.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될 물건이었어. ...아니면 너는 설마 능력자들을 캡슐에 집어넣어서 생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런 병기를 사용하자고 주장할 참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경고하듯 로벨리아는 차갑게 이야기했다. 이후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시선을 치웠다.
(레레시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양동작전으로 나갈 생각이야. 이번 작전에는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투입시킬 생각이야. 허나 이 둘은 너희들과는 다른 루트로 들어가고 에스티아가 직접 수제 폭탄을 설치할 생각이야. 아스텔은 그 호위로 들어갈 예정이고. 그러니까 너희들의 임무는 최대한 시선을 끌어서 에스티아가 폭탄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끄는 거야. ...물론 너희들 측에서도 일부 장치를 파괴할 수 있다면 파괴해도 상관없어. 일단 내부의 가디언즈 병력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퇴각시킬 수 있다면 이후는 쉽게 돌아가겠지."
아무래도 이번 임무는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투입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다른 루트를 통해서. 즉, 어떻게든 가디언즈 병력들을 제압하거나 퇴각시켜서 저 건물을 점령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인 모양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난이도가 쉬울리가 없었다. 아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블랙 스케빈저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던가. 절대 그런 곳이 쉽게 점령될리가 없었다.
(공통) "그리고 김에 말이 나왔으니 설명을 하자면 블랙 스케빈저는 안에 능력자들의 세븐스 입자를 빼내는 캡슐이 여럿 장치되어있어. 그 안에 세븐스들을 집어넣어서 말 그대로 생체건전지로서 작동시키는 모양이야. ...그래. 블러디 레드의 로봇변환능력처럼 말이지. 일단 말이 나온 김에 너희들도 알아두도록."
선우에게 말한 것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설명하면서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침투 경로가 그려진 지도의 모습이었다.
"일단 너희들은 정면으로 들어간다. 그럼 자연히 교전이 시작되겠지. 그 사이에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뒤쪽을 이용해서 들어갈 예정이다. 폭탄을 다 설치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테니 최대한 휘젓고 다니는 것을 권장하도록 하지. 물론 힘들다 싶으면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해도 상관없어.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작전 수행이 힘들겠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말고 목숨을 부지하도록."
이어 브리핑이 끝이 났고 로벨리아는 마지막으로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이가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워프를 했으면 해당 건물이 근처에 있는 언덕 위 지대에 도착했을 것이다. 조금 거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해당 건물의 입구 부근에서 가디언즈의 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이 세 명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각각 소총을 들고 있었고 아직 에델바이스 멤버들이 있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자폭을 막을 수 없다는 말에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후에 나온 로벨리아의 따끔한 훈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다. 물론 에스티아는 그런 비 윤리적인 기계를 만지고 싶진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세상에는 그녀보단 조금 덜 윤리적인 것에 민감한 사람도 있으니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다.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목숨이 살아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작전이 성공한다면 가치있지 않을까?
이스마엘은 노이즈 속에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 번도 에델바이스의 방침에 반기를 들거나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이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지로 들어가는 행위에도 군말없이 따를 수 있었다. 좀비가 여럿 발견 되었다고 했을 때도 스스로를 최대한 다독이려 굴었다. 혹시라도 헬무트를 찾는다면 편하게 안식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하려 했다. 그렇게 굴면 다 괜찮을 것이라 스스로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실은 두렵다. 카시노프가 어떤 수를 썼을지 도통 모르기 때문이다. 교전과 휘젓는 일도 해낼 수 있을까? 아니다, 의심은 사람을 흔들리게 만든다. 그런 것엔 지금 당장 미련을 갖지 말자. 잘 하던 일이잖아. 약속한 것도 있잖아. 준비를 하며 워프게이트로 들어섰을 때, 이스마엘은 병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여기는 이스마엘, 기습하겠습니다."
소총을 무력화 하려는 듯, 이스마엘은 풀숲 사이에서 가디언즈를 주시했다. 총구를 구부리려 시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레레시아의 행동이었다. 촉수처럼 뻗어나간 독액은 그대로 병사들에게 닿아 병사들의 몸을 순간적으로 마비시켰다. 그리고 이스마엘의 소총들이 일제히 총구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이내 선우의 저격총이 병사의 머리에 명중했고 그대로 병사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쓰러지고 얼마 가지 않아 건물 내에서 경비벨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애앵! 애앵! 애앵! 애앵!
말 그대로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쓰러진 이들은 확실하게 쓰러지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좀비들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가디언즈의 병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병력들은 더 나타났다. 이내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에서 중장갑을 둘러서 몸을 가리고 있는 병력이 네 명 등장했다.
"침입자다! 침입자다!!" "엘리나님에게 알려라! 테러리스트가 나타났다!"
이어 중장갑을 하고 있는 병력 세 명이 입구에서 방패를 꺼내서 방어동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한 가디언즈가 뒤쪽에서 세븐스를 발동시켰고 네 명의 앞에 푸른색 결계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입구에 방어진을 펼치면서 그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건물의 창문이 하나둘씩 열렸고 그 너머에서 미사일 포대 장치가 창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포대들이 도착하면 폭격이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핫. 테러리스트! 네 녀석들이 여긴 무슨 볼일로 온 건진 모르겠지만 여기선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다!"
선우의 저격에 의해 결계를 치고 있던 가디언즈 병사는 순간 뒤로 물러섰고 전방에 있던 가디언즈 병사 세 명의 앞에 펼쳐져있던 결계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창문을 통해 미사일 포대가 완전히 이동했다. 창가에 설치된 포대는 총 6개. 그리고 그 포대의 끝은 정말 철저하게 에델바이스 멤버 쪽으로, 정확히는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즉 방패를 들고 있는 중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들 셋 역시 사정범위 안에 있었다.
미사일 포대가 이동했고, 사정범위는 가디언즈 병사를 포함하고 있었다. 카시노프의 명령이라 한들 이렇게 망설임이 없을 사람들이 아니다. 이스마엘은 직감했다. 시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충성심있고 편리한 도구들. 두려움도, 망설임도, 걱정할 필요도 없는 도구. 이스마엘은 눈을 굴렸다. 지금 당장 도망칠 수야 있었다. 혹은 멈출 수도 있고, 혹은 역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저 사람들을 살려봤자 어차피 테러리스트라며 손가락질하며 악담을 퍼부을 텐데.
"죽기 싫으면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럼에도 이상향에 들어갈 사람이다. 구해야 했다. 원래 욕 먹는 것이야 익숙하지 않은가? 그저 견뎌내고, 꿋꿋하게 나아가야 할 뿐이다. 이 사람들도 각자만의 선택을 할 테니. 쓰러진 가디언즈의 손을 짓밟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제법 우습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라면 본디 위선적이라지 않은가.
지금의 상황에,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이 얼마나 자비 없는 냉혈한 인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온 병사들을 이렇게 쓰다가 버리는구나. 카시노프의 이름을 부르는 그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나, 저희 역시 저들과 상황은 다를 건 없다. 금세 저희를 조준한 미사일 포대를 올려다보자 소름이 끼쳐 몸을 떤다. 저번처럼 떨어지는 미사일을 포탈로 통과시킬 수는 없을 거 같고. 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창문을 통해 내부로 포탈을 열려 시도하고서, 안으로 진입 후 조준하는 병사를 제압해 창문 밖으로 내던지려 시도했다.
레레시아는 독액으로 미사일을 붙잡은 후 궤도를 바꿔서 입구 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선우는 아공간을 펼쳐 미사일을 집어삼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염력으로 장을 펼쳐서 미사일을 받아냈다. 일단 자신들쪽으로 오라고 하는 그 말에 가디언즈 병사들은 눈치를 보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지만 결국 살고 싶었는지 허둥지둥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한편 신디는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예상했다시피 미사일 포대 앞에 눈에 초점이 없고 그냥 말 그대로 앞만 바라보고 있는 죽어있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움직이는 존재. 좀비병들이 하나씩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하나가 창문을 통해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내부는 방이 나뉘는 구조가 아니라 아주 커다란 공장 같은 느낌의 분위기였다. 지붕이 매우 높았으나 2층이 없었으며 지금 신디가 서 있는 곳은 일부러 입구 부근 창가에 따로 발 디딤대를 길게 만들어서 그나마 높게 올라설 수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있는 병사로 추정되는 이가 단검 두 자리를 뽑아들고 그대로 신디를 향해 기습했다. 그녀의 목을 노려서 휘두르는 모습이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한편, 도망쳐서 앞으로 달려오던 가디언즈 병사들을 향해서 창문에서 막 뛰어내린 헬멧을 쓴 병사가 등에 지고 있는 유탄 발사기를 들고 유탄을 쏘았다. 이내 그 유탄은 거의 바로 폭발했고 가디언즈 병사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거의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이 얼핏 봐도 그 네 명을 일부러 노려서 에델바이스 멤버들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파편이 연쇄적으로 주변으로 튀었으니까.
-켈켈켈켈.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가 많았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설마 이렇게 빠르게 여기까지 찾아낼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칭찬해주지.
그리고 이내 건물 쪽에서 카시노프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카시노프는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었다.
-허나 아직은 이쪽도 조금 준비가 필요해서 말이야. 너희가 예상보다 빨리 와서 말이지. -켈켈켈. 그러니까 조금은 이 녀석들과 놀아두도록. 칼리온. 헬무트. 놀아주거라.
신디를 노리는 좀비병. 칼리온. 그리고 방금 유탄을 발사한 좀비병. 헬무트.
-아. 그리고 이쪽도 나름 조사를 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보다는 이 애들의 스펙이 낮아서 솔직히 막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죽여버려도 좋다구! 켈켈켈켈!!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싸움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지.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은 에델바이스를 노리고 있었다.
/교전이지만 보스전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다이스를 굴리거나 하진 않아요! 10시 50분까지!
막아낸 직후 서슬 퍼렇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날카로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첨예한 반응이었다. 장을 거두면서도 이스마엘은 뒷목이 따끔거리는 감각을 무시하려 들었다. 꼭 무언가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꼭 이런 느낌이 들었다. 사지에 한번 몰려본 이후로 생긴 감각이다. 유탄이 날아올 때,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홉떴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파편과 함께 살려주지 못한 것의 육편 흩날릴 적 손 뻗어 그대로 튕겨냈다. 머리카락이 역으로 선다. 땅 주변이 갈라지더니 이스마엘의 노이즈에 이모티콘이 그려진다.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웃는 모습이었다.
"통보 하나만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헬무트라 불린 자는 죽이지 마십시오."
신념은 신앙심과 같다. 의심이 한 번 깃들기 시작하면 일상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검열하며 끝내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혹은 부정하는 지경에 다다른다. 무전을 통해 전달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왜 통보라 했는지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가디언즈지만 살겠다고 오는 이들을 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공장의 입구도 부술 겸 미사일을 그쪽으로 돌리며 병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해주려고 했으나. 누군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 누군가는 가차없이 병사들을 폭격해 쓸어버렸다.
"하?!"
아무리 그래도 병사를 저렇게 쓴다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러고 있을 틈은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독액으로 넓은 막을 펼쳐 그녀와 동료들에게 튀는 파편을 막으려고 했다. 완벽한 방어는 무리라도 각자 방어할테니 그거에 더해지면 충분하겠지.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인원이 있는 거 같은데 그 쪽은 괜찮은가. 상황 파악을 위해 통신을 치려는 찰나였다.
그녀보다 먼저 들려온 무전에 그녀 역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나갔다.
"이스마엘."
그녀는 이스마엘과 같은 지대에 있었고 고개만 돌리면 눈이 마주칠 것이었다. 그녀는 노이즈 너머의 눈을 알고 있으니. 돌아보았다면 똑바로 마주쳤겠지.
"작전 중의 사적인 통보를 받아줄거라 여길 만큼 부대를 만만하게 생각한 건 아니라고 봐줄게. 적어도 지금은."
서늘한 말투만큼이나 서늘한 시선이었다. 이후 그녀는 곧바로 대량의 독액을 생성해 존비명- 헬무트의 육신에 때려붓는다.
도망쳐서 앞으로 달려오던 가디언즈 병사들을 조롱하는 선우였지만 그들을 향해서 유탄 발사기가 날아오자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만약 에델바이스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공격이었다면 최소한 자신이나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날아와야했다. 그러나 유탄은 도망치는 가디언즈를 향해 날아갔다. 이는 그저 병력을 낭비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가학심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했다.
"..."
유탄을 날린 자는 헬무트, 이스마엘과 연관이 있는 자로 추정되었다.
"저 놈은 네 손으로 끝내. 남의 손을 타게 된다면 넌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이윽고 그녀가 자신과 동료들을 향해 통보를 하자 그 말에 열이 받았는 지 무뚝뚝하게 답했다.
"10초 안에 '부탁합니다'를 붙히지 않는다면 네 아버지는 베히모스 한끼 식사 거리가 될꺼야."
그는 부스터를 작동하여 저격총으로 칼리온을 저격했다. 헬무트인지 헬무지인지는 이스마엘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 믿으며 칼리온과 싸우려고 한다.
"전부터 궁금했는 데, 포탈 사이에 신체 부위를 넣은 상태에서 포탈을 닫아버리면 통과중인 신체부위는 어떻게 되는 거야? 잘리는 거야?"
시설 내부로 들어서고, 곧 이은 폭발에 잠깐 눈 앞을 왼팔로 막는다. 폭발에 휘말려 먼 거리를 날아온 콘크리트 조각 하나가 왼쪽 팔을 툭 하고 치고 지나갔다.
기분나쁜 녀석의 등장... 인가 싶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다. 하여간 저런 스타일이 가장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추적해서 잡는 재미 아니냐고? 헛소리. 작전을 재미로 할 리가 있나.
여튼 이번에도 땡인가, 싶은 가운데에...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그 때랑 무장이 같지는 않지만, 내 기억에 따르면 대충 저 정도 체구였었지. 그리고 그 때도... 지금만큼이나 자비심 따위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었고. 최소한 이쪽 시점에선. 단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명령에 대한 복종'의 선을 넘어 이젠 아예 고깃덩어리 기계 인형이 되었다는 정도인가?
유탄의 폭연을 넘기고서, '그때'와 같이 돌격소총을 견착한 채 유탄사수에게 조준선을 정렬한 채로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