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느 개인적으로 의견 내자면, 현 인원으로 마무리를 짓는 방향으로 갔으면 해. 다음주는 당장 원판 스토리 예정이고 이 이상 늘어지면 솔직히... 좀 그래. 선우주 고생해서 짠거고 2주간 진행하느라 고생한 것도 알지만, 음, 아무쪼록 원활하게 진행되는 쪽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강하지 않기에. 과연 강하지 않기 때문에 날뛰는 것인가? 이스마엘은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분풀이를 위해 자신의 강함이니 약함을 언급하는 순간부터 합리화에 불과하노라 생각했으나 잇새로 튀어나오는 단어 일절 없다. 당신이 수용하지 않을 이야기이기에 더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입밖으로 어떤 말이라도 꺼내는 순간 동정하는 꼴이 되고,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으며,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기만이 될 것을 알았다.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피가 튀었다. 일순 죽어버리는 생명 속에서 이스마엘은 가만히 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비규환의 장을 뒤로 당신의 말에 천천히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날뛸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군요. 예. 감사합니다. 아량을 베풀어주셨으니 감사할 줄도 알아야겠지요."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목관절을 풀듯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염력을 통해 공중을 박차듯 날아오른 뒤, 그대로 당신을 향해 강하하려 한 것이다. 지금까지 잔해와 채찍과 같은 것으로 멀리서 상대함과 달리 집요하게 쐐기처럼 보이지 않는 힘을 송곳처럼 모으더니, 그대로 당신을 향해 내리꽂히려 하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한 번은 고민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젠 두 사람 중 하나의 뜻이 꺾이는 수밖에. 그렇지만 그게 내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각오한 듯싶다.
정식으로 집이에요! 으어! 캡틴 갱신할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난히 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일단 인원이 부족한 것 같고 거의 마지막인 것 같으니... 저도 체크할게요! 데미지 밸런스는 적당히 맞춰주세요! 이제 다이스가 아니라 다시 판정식인 것 같던데.
"무례를 무례로 갚아주는 건 짐승이나 하는 짓이라는 걸, 인간이면서 생각하지 못 했어? 그걸 번명이랍시고 하는게 참 대단하기도 하지!"
그녀는 태성의 외침에 일갈하며 버스트를 사용했다. 붉은 분신들은 소름끼치게 웃으며 태성에게 근접해 폭발했고, 그 독액은 감미로우면서도 고통스러웠을테다. 그럼에도 제대로 타격을 주지 못 한 것을 보고 그녀는 혀를 찰 뿐이었지만.
"그래. 그러니 나는 내 세븐스를 쓸 곳을 고르지.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해서 말이다!"
조롱하는 태성의 말에 아랑곳않고 그녀는 지면에 거대한 독액의 웅덩이를 만들어내었다. 팔, 다리, 심지어 눈에서조차 시커면 독액이 흘러 바닥을 넓고도 깊은 늪으로 잠식한다. 그 가운데 반쯤 묻힌 듯 서 있던 그녀는 똑바로 떨어지는 태성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십수개의 독액 사슬들이 위로 솟구치며 태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여기서 죽어. 너에게는 더이상 갱생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느니!"
이번엔 함정이 아닌 철저히 태성을 집어삼켜 제압, 아니, 멸절시켜버리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공격이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바람이 불어왔고 녹색 갑주를 하며 공중에서 땅으로 착지하는 실루엣이 있었다. 에델바이스의 사령관이자 창시자인 로벨리아. 바로 그녀의 부관인 아스텔이었다. 등 뒤에 달려있는 두 날개를 활짝 펴면서 아스텔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일주일 후 실패한 테러를 다시 감행한다고 했나? ...하는 것은 자유지. 그렇다면 그 자유 후에 따르는 책임과 결과 역시 너희들의 것이지. 작은 일탈과 분풀이라는 이야기로 벗어나려고 하지 마라. ...너희가 한 것은 선전포고. ...싸우자는 이야기이고 에델바이스는 그것을 피하지 않을 뿐이야.아까부터 듣자하니 처음부터 너희들에게 인정받자고 하는 일도 아닐 뿐더러 너희들의 이해를 구한 적도 없어. 그리고 이쪽도 이해를 하고 인정해줄 마음도 없어. 단지 그 뿐이야."
"임무를 시작하지."
이어 아스텔은 검의 날을 태성에게로 살며시 향했다. 날카로운 검날이 섬뜩하게 번뜩였고 아스텔의 등 뒤의 부스터에 불꽃이 튀었다. 이내 그는 빠르게 파고들어서 단번에 태성의 몸통, 정확히는 심장이 있는 부위를 노리면서 찌르기를 시도했다. 딱히 세븐스는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공격. 일단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역량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자 하는 것에 가까운 가벼운 공격이었다.
"어차피 소탕될 조직이니 뭐니, 약한 폰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할 거면 처음부터 전장에 나오지 마. ...아무도 그런 말에는 관심이 없고, 아무도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전장에 나온 이상, 네가 뭘 하고 싶다면 전력으로 해. ...그리고 이쪽도 전력이야."
"...너희들보다 더 한다고 했나? ...그래. 더 하고도 남지.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거지? ...그런 것은 정의를 지킨다고 하는 가디언즈에게 가서 따져. ...여기는 처음부터 정의니 뭐니 그런 것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니까. 개개인의 정의는 긍정하나 그런 정의라는 것에 얽매이는 집단을 원한다면 다른 레지스탕스에게 가서 찾아. 에델바이스는 영웅이 아니니까."
엘레인도 알고 있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으며 산 자는 생명의 촛불이 꺼질 때까지 억지로 버티며 살아야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어버린 그녀에게 삶이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비둘기파 레지스탕스에 들어가 화합과 평화를 외쳐보았지만 매일 밤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며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이젠 더는 고통스럽지 않다. 아니, 어쩌면 너무 아파서 아픈 걸 잊어버렸는 지도 모르겠다. 마음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찢겨져 더 이상 아픔도 괴로움도 없이 그저 의미없는 살생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스마엘이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바람의 흐름을 타고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염력으로 공중을 박차듯 튀어올라 자신에게 강하하는 그녀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로 검은 가시를 생성해 그녀를 기다렸다. "겪어보지도 못한 자들이, 아니, 극복한 자들은 항상 극복하지 못한 이들을 비난하곤 하지."
이내 검은 가시가 솟아올라 이스마엘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염력의 송곳과 부딪힐 것이었다.
검은 가시가 솟아올라 날아온다. 이스마엘은 이대로라면 부딪쳐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피해 입을 사람은 당신과 자신뿐이다. 더 신경 써야할 것이 없으니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한다는 듯, 이스마엘은 날카롭게 모아냈던 염력을 삽시간에 펼쳐내 흘려내듯 하려 하며, 능숙히 공중에서 착지하려 했다. 가시가 팔과 뺨을 스쳤음에도 찢긴 곳은 나중에 신경쓰겠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압니다."
극복한 자가 더 유난이라는 걸 안다. 겪지 못하면 차라리 이해라도 가지만 극복한 자는 자신과 같을 거라 생각함을 안다. 모를까? 겪은 것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몰랐을까?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모든 말 하나하나가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기만에 불과함을 정녕 모를 것인가! 아니. 알면서도. 이스마엘은 손을 뻗었다. 지난 번의 싸움에서 몸이 변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도망침도 알고 있지만 익히 말하지 않았나. 그정도 손해는 감수하겠노라고.
"비난했나? 내 힘으로 이뤄냈다 말한 적이라도 있나? 아니면 극복한 것으로 보이나?"
이스마엘은 가시같이 뱉을 수밖에 없었다. 멱살을 붙잡는 것에 성공하면 그대로 염력을 두른 주먹으로 바닥에 때려 눕히듯 하려 시도했다. 전형적인 길거리 싸움 방식이다.
태성은 더이상의 여유가 없어졌는 지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갔다. 전신 곳곳이 아프다,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본능이 계속 싸우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투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래, 너 잘났다!!"
레레시아의 일갈에 짧게 답하고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수십개의 독액 사슬을 쳐내기 시작했다. 너클을 손에 두른 터라 직접적으로 독에 닿는 일은 없었으나 사슬을 쳐내면서 튄 독이 몸 이곳저곳에 스며들었다.
코와 입에서 거무죽죽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눈이 충혈되었다. 그의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태성을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두렵고 힘들 때, 억지로 미소를 짓고 여유로운 척 허세를 부리면 없던 용기가 생겨난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이럴 때 왜 갑자기 생각나는 거냐!!"
그는 이미 독에 중독되었다. 따라서 더 이상의 독액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독액 웅덩이를 향해 그대로 뛰어들어 독액의 물보라를 일으켜 전방위로 공격했다.
"이제 알았어?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야, 어디 남자친구 한명 제대로 사귀겠어?"
레레시아에게 근접한 태성은 그대로 강한 힘을 실은 정권을 그녀에게 날리려고했다. 선우에게 날린 설렁설렁한 공격과는 달리 제대로 힘을 실은 죽일 각오로 날린 주먹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든 빗나가든 그는 새로운 적을 독대했을 것이다.
"오호, 너는 제법 강해보이는 군..아니, 틀려, 넌 격이 다른 놈이군"
태성의 미소와 여유가 늘었지만 그의 다리는 그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깔끔한 정리네, 우리도 마찮가지야. 너희를 막을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일을 한다.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막아보라고"
아스텔의 검이 태성에게 향했다. 서슬푸른 검날은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려는 듯 섬뜩하게 번뜩였고 아스텔의 등 뒤의 부스터에 불꽃이 튀었다. 이내 거센 불길이 뿜어져나오며 아스텔은 태성에게 돌진했다.
"동생, 이 녀석한테 부스터 쓰는 법을 배워야겠어."
아스텔의 검은 그대로 태성에게 향했다. 아스텔의 검이 적의 심장을 관통하기 직전, 태성은 몸을 틀어 자신의 왼쪽 가슴팍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오른손으로 카운터 펀치를 시도했다. 가디언즈 간부를 쓰러뜨린 에델바이스, 그 중에서도 분위기나 능력을 보나 가장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그렇기에 그가 자신을 시험하려고 일부러 약한 공격을 사용할 때, 최대한 큰 타격을 입혀야했다.
"우린 언제나 늘 전력이었다." "가디언즈에게 따지라고? 만나는 놈들마다 죽여버려서 말할 놈들이 안남아있는 걸?"
태성은 자신의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처럼 0특수부대를 조롱하고 있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큰 소리가 나며 엘레인도 튕겨져 나가버렸다. 이스마엘의 송곳에 몸 이곳저곳이 찢어진듯 벌어진 검은 기운 사이로 엘레인의 베인 살갗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내 다시 검은 기운에 뒤덮히고 말았다.
"넌 몰라"
엘레인은 이스마엘이 가진 상처를 알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 잃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분명 끔찍한 일일테지만 상식적으로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당장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기에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이 왔을 때, 그녀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극복하지 못했다면, 넌 지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을꺼야."
엘레인은 이스마엘에게 멱살을 붙잡혔다. 아니, 붙잡혀주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스마엘의 염력을 두른 주먹으로 바닥에 때려 눕혀졌지만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의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꼬마야"
그 순간 그들의 주위로 검은 기운이 바닥을 타고 넓게 펼쳐졌다. 기운은 이내 하늘로 치솟아 거대한 반구형의 장막이 되었다. 바닥에 누워있던 엘레인은 이내 검은 안개가 되어 사라지고 이스마엘의 맞은 편 공중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넌 견딜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널 괴롭힌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꽤나 과감한 방어법이었다. 자신의 왼쪽 가슴팍을 내어주면서 카운터 펀치를 시도하는 것을 받으면서 아스텔은 딱히 피하지 않고 그 공격에 명중했다. 꽤 아프긴 했으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그 정도면 충분히자 않겠는가. 표정을 살짝 찡그리는 듯 했으나 다시 원래대로 돌리면서 아스텔은 검을 빼냈다.
"그렇다면 말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는거지. ...못하니까 너희에게 대신한다라는 논리를 꺼내봐야 결국 못하니까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건 그렇다고 쳐도..."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계속 싸우려고 하는 이유를 아스텔은 잠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노림수가 이거나 혹은 그냥 여기서 죽기로 했거나. 후자라면 별 상관없었으나 전자의 경우는 뭐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스텔은 빠르게 뒤로 거리를 둔 후에 검 끝을 다시 태성에게 향했다.
"...그렇게까지 조롱을 하는 이유는 대체로 한가지 가능성으로 향하지. 어떻게든 자극을 하고 또 해서 우리를 붙잡아두려는 것. 그렇다면 왜 붙잡아두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으로 가기 마련이지."
이어 아스텔은 날개를 펼친 후에 단번에 공중으로 떠올랐고 검 끝에 자신의 세븐스 에너지를 모으면서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뭔가를 꾸미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무슨 움직임이 조금은 보일터였다. 노림수가 있다고 한다면 그 노림수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였고 그런 것이 없다면 다음 일격으로 강한 것을 하나 보내면 될 일이었다. 일단 잠시 주변을 바라보고 정할 일이었다. 만약 공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스텔은 피하지 않고 명중해줬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 행동 자체가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위선자! 그래.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선을 갖고 있지 않아. 그럼에도 선하려 하기에! 그렇기에 위선자인 거다!"
그래 나 잘났다!!! 그녀는 태성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악을 쓰며 맞섰다. 압도적인 힘으로 압박해오는 가디언즈 간부를 대할 때와 달랐다. 여기서, 저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는 인간에게 쓰러지면, 그녀의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악을 쓰며, 일반인에겐 쓰지 않는 치명적인 독까지 쓰며 맞섰다.
"미안한데. 너보다 잘 생기고 잘난 애인 이미 있어!"
태성의 정권은 그대로 그녀에게 향했다. 하지만 일부의 충격파만이 그녀를 관통했다. 그녀의 지배 하인 독액 역시 주변으로 튀다가 가라앉는다. 일부는 충격으로 튕겨지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는데 쓰였다. 쿨럭! 입에서 붉은 액체를 토하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건제했다. 전장에 새로이 나타난 그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은.
"아스텔!"
그녀의 낯빛에 화색이 감돈다. 다른 임무가 있어 이쪽엔 가세를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온 걸 본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녀는 독액의 웅덩이에서 훌쩍 몸을 날려 뒤로 물러났다.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독액을 끌어 아까와 같은 아홉 갈래 채찍을 만들어낸다.
"만났다고 해 봐야 말단 병사들 만나는게 고작이었으면서. 입만 살아가지고!"
그녀는 일갈을 내지르며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태성이 뛰어들었던 웅덩이부터 시작해 바닥에 흩뿌려진 독액들로부터 일제히 채찍과 같은 사슬이 솟으며 돌격한다. 그 공격의 추이를 지켜보며 소리친다.
"파멸을 알고 있다면, 순순히 받아들여! 아니면 발버둥쳐! 빌어처먹을 복수가 아니라! 네 인생, 네 목숨을 위해 살라고! 널 살리려 희생했을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베인 살갗. 적어도 무적은 아니라는 소리겠다. 이스마엘은 드러난 뺨의 상처를 대충 훑으며 고개를 휘 내저었다. 가면 속에 가려진 눈이 점차 가늘어진다. 모른다고? 극복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쪽이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서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스마엘은 떠올렸다. 뻔뻔하게 들고 다니는 그 얼굴을, 레지스탕스였기 때문에,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죄사함 받고 마침내 살아 돌아갈 누군가의 얼굴과 그 걸작을 만들어낸 사람의 얼굴을. 이상향에 도달한다 한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따금씩 생각했다. 종국엔 이상향이 뒤틀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고, 지금도 당신을 데려갈 수 없다는 사실에 이상은 이상에 불과하다 스스로 시인하고 있었다.
반구형의 장막. 이스마엘은 공중에서 고개를 올렸다. 잔해가 많았기에 유리했던 곳과 달리 이젠 그녀의 세상일 것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했다.
"속이 뒤틀리겠지요. 하루하루 고통에 젖어 살아갈 겁니다."
사슬과 가시를 염력으로 꽉 붙잡아 멈춰내려 하며 동시에 당신을 세게 후려쳐 벽면에 붙게끔 하려 했다. 어떤 상호작용을 보일 지 미리 알기 위해서.
"그렇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끝까지 고통 받고 살 테니까. 그 말을 다시 해야 합니까? 증오고 원망이고 내가 전부 짊어지고 가야겠다 생각했다고."
상당히 처절하게 싸움을 이어 나가는 태성을 보던 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몸을 숨겼다. 지금 당장 치고받는 중인 레레시아와 지원하러 온 아스텔이 조금씩 부상을 입고 있었으나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걸로는 석연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태성이 강하다고 한들 보검도 쥐지 않은 사람이 둘 이상의 상대를 해낼 수 있을 리 없다. 당장 네 눈 앞에 보이는 모습만 봐도 저건 상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버티는 것도 아닌 것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말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기분을 긁으려고 하는 것이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쓰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비춰져 너는 체인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지금이다!'
아스텔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레레시아가 만들어낸 독액의 사슬들을 보던 너는 네 앞을 가리던 잔해를 딛고 뛰어넘어 태성의 몸을 향해 체인을 쏘아내듯 던졌다. 관통을 노린다거나 한 게 아니라, 그의 몸을 사선으로 휘감을 요량으로 던진 체인이 그를 휘감는 데 성공한다면 바로 강하게 잡아당김과 동시에 땅을 강하게 내딛는다. 무장을 통해 강화된 힘이 그를 잡아당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죽겠다 그 얘깁니까?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승산이 낮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그 낮은 승산에 모든 걸 걸었나? 그렇다기에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기대 이상의 모습은 커녕 아무런 지성이 없는 존재처럼 행동하고 있는데. 역시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인가? 대체 뭘 위해서? 너는 이 장소까지 오며 단 한 개의 폭탄도 발견하지 못한 걸 떠올린다. 뭔가 다른 걸 준비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니 어쩔 수 없이 숨은 붙여놔야만 한다고 생각한 너는 이를 악물었다.
그게 아니고 지난 진행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을 기반으로 내 캐릭터는 이렇게 했다..라고 하면 진행하는 이 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어요. >>61만 해도 결국 선우주가 저렇게 어떻게든 따로 처리를 할 정도니까요. 가급적이면 진행에 참가할때는 기존의 진행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기반해서 진행레스를 쓰시는 것을 권장할게요.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지만, 포기하고 내려올 땐 너무나도 빠르고 즐겁다. 레레시아의 말처럼 분명 악을 용서하고 선으로 갚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위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몇번이고 말했잖아! 난 악인이라고!"
부정할 생각 없었다. 그는 자기자신을 분명한 악인이라 믿었다. 어린 아이를 두려움에 떨게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하는 명백한 악인이었다. 아니, 자신은 반드시 극악무도한 악인이어야한다 믿었다.
프리덤이 바보동맹이었던 시절, 가디언즈를 쳐죽이고 불안에 떨며 울먹이는 비세븐스 어린 아이를 봤을 때, 그는 그 꼬마에게서 마을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태성은 자신 안에 있었던 마지막 양심과 정의마저 스스로 버렸다. 자신의 마을을 침공했던 가디언즈와 자신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이 선인이라면 가디언즈들도 선인이 되어야만했다. 그 꼴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 더 잘생긴 남자친구가 이미 있다는 레레시아의 말에 짧게 답했다.
"진짜 잘났네"
"간부급 7명 빼곤 다 만났지. 말단 애들 죽인 것을 어디가서 자랑하냐?"
레레시아의 독액 채찍과 흩뿌려진 독액, 그리고 웅덩이에서 일제히 독액 사슬이 솟아나 그를 공격했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사슬을 너클로 튕겨내며 독의 효과로 피를 뱉어내고 있었다.
"그럼 우린 공격한 놈들은! 그놈들은 왜 멀쩡히 잘 사는 건데!" "놈들은 우리의 아버지를 죽였어, 우리의 형제를 죽였고, 우리의 친구를 죽였어!" "네놈들은 그들과 한 하늘 아래 살 수 있어? 그들과 이웃이 되어 살 수 있냐고? 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잖아!"
한쪽눈은 흰자위가 붉게 물들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쪽 눈도 충혈되어있는 건 마찮가지였다. 출혈성 독의 효과인지 그의 피는 멈추지 않았고 태성은 숨을 가쁘게 쉬었다.
"내 목숨과 내 인생을 살기엔 이미 늦었어!"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일을 할 때도! 분노와 원망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있으니까."
레레시아의 사슬이 그에게 날아왔을 때, 쥬데카의 체인이 그를 휘감아 당겨 사슬을 피할 수 있었다. 이전의 그였다면 이정도 공격은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이미 너무 오랜 전투로 몸이 망가져있었다. 태성은 땅을 뒹굴고 다시 한번 일어나 힘으로 체인을 끊어버렸다.
"이미 난 오래 전에 죽었어"
오래 전 마을이 파괴되고 사랑하는 이들이 놈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때, 그는 그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었다.
"..."
태성은 아스텔을 노려보았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생각하며 그의 능력을 추측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추측이 과하면 망상이 되기 마련이지"
아스텔의 말투를 일부로 따라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현재로서 가장 골치 아픈 적은 이 녀석임에 틀림없었다.
아스텔은 세븐스 에너지를 모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수상한 움직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모든 사전 밑 작업이 끝난 건지, 아니면 그는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지. 여기에 그 대신 에스티아가 있었다면 판도는 달라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에게 기계를 다루는 능력은 없는 것 같았다.
태성은 구태여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해봐야 큰 효과도 없을 뿐더러 차라리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하라라. 거기다가 그 와중에 또 도발성 발언을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스텔은 이 와중에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을 느끼면서 표정울 굳혔다. 작전은 철저하게. 과대하더라도 한수에 한수를 더 걸쳐서 나쁠 것은 없었다. 만약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자신들의 임무는 저들을 섬멸하기보다는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막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쪽에선 좀 더 신중을 기해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보니 체인을 끊고 있는 태성의 모습이 보였다.
"쥬데카. 레레시아. 잭. 그 녀석보다는 다시 한 번 이 마을을 체크해봐. ...특히 쥬데카. 너의 세븐스라면 대체적인 분위기나 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내 생각은 그래."
물론 그가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견이었고 실제로 따를지 말지는 개개인의 자유였다. 허나 굳이 4명이나 달라붙어서 뭔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거슬리는 존재이긴 했으나 임무에 좀 더 집중하기로 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태성을 바라보다 자신의 검에 모인 세븐스 에너지를 발사했다. 검기로 뭉쳐진 바람 에너지는 그대로 땅에 투척했고 강한 돌풍을 만들어내서 태성의 발목을 잡으려는 듯 거칠게 몰아쳤다. 허나 어디까지나 명중시키는 것은 아니었으며 강한 바람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에 가까웠다.
"...임무는 테러를 막는 거야. ...그렇다면 그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 녀석이 저렇게나 도발하듯 말하는 것. 최악의 경우에는 이대로 모든 것을 폭살시키려고 할 수도 있겠지. 어디까지나 최악이지만. 그런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차피 죽음을 각오했다는 듯이 말하는 것. 그렇다면 그런 이가 저렇게까지 붙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누군가는 같이 길동무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아스텔의 생각이었다.
죽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죽어있을 리 없지. 태성이 체인을 끊어버리자 짧게 혀를 찬 너는 너를 포함한 이들을 내려다보며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듯한 아스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지금 이 행동은 낮은 승산을 붙잡는 행동의 일환, 혹은... 지난번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뭔가 취하려는 건 아닐까 싶었다. 테러는 저지했지만 세븐스들에 대한 증오가 퍼지고 불안감이 감돌게 된 이 도시를 생각하면 애초부터 전투 후 널 포함한 에델바이스를 직접 꺾으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장님이 아니라면 지금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지 정도는 알겠지. 계속 몰아붙이면 숨을 끊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터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뒤는 맡기겠습니다."
네가 빠지더라도 전력의 공백은 크지 않으리라, 그보다는 아스텔의 말처럼 여기 온 이유를 상기해야 했다. 애초 목적은 테러를 막아내는 것... 이 자리에서 벌어진 싸움 자체가 테러라면 지금 여기서 태성의 목숨을 끊거나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걸로 충분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낭패다. 시간과 시선이 끌려 테러가 그대로 일어난다면 임무는 실패니까. 지난 번의 싸움에서 얻은 어느 정도의 교훈도 있었다. 분명 그 때도, 지금도 너를 포함한 에델바이스와 프리덤은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의 전력차를 보이고 있다. 강자 축에 든다고 해도 둘 이상을 상대할 수는 없어, 레레시아와의 상성이 안 좋은 부분도 있었겠지만 지금 리더라는 자가 밀리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실했다.
"전장에서 이탈 후 숨기는 것이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짧게 단말을 통해 동료들에게 행동을 미리 고지한 뒤, 너는 바로 몸을 돌렸다. 동시에 선우가 멀쩡한지 확인부터 하고, 그쪽의 라인을 통해 말을 건넨다.
"선우 씨, 아는 게 있으면 전부 말씀하십시오. 상황이 심상찮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이미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계속되는 의견 대립에 그녀는 이제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슬슬 목도 아파오고 있었으니 더이상의 체력 낭비는 좋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주변과 전황을 둘러보았다. 재차 공격을 가할까 아님- 그런 찰나, 아스텔의 말이 들렸고 그녀는 그 쪽을 택했다.
"어어. 안 그래도 슬슬 질리던 참이었으니!"
뒤로 크게 뛰어 물러난 그녀는 바닥에 손바닥을 짚으며 대량의 독액을 쏟아내었다. 꿀렁이며 바닥에 고인 독액은 이내 거미줄처럼 사방팔방으로 쏘아져나갔다. 지면, 건물의 벽, 잔해들을 개의치 않고 뻗어나가며 현 시점에서 무언가 의심이 들만한 것이 있는지 파악하려 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마침내 고요한 침묵만이 자리에 내려앉는다. 벽 안으로 스며들 적, 이스마엘은 염력으로 장을 쳐내 사슬과 낫을 막아내려 시도했다.
알고 있다. 구원자 따위 될 수가 없음을 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그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는 세상에서 누가 영웅을 자처하려 들겠는가.
또한 모른다. 증오가 생겨난 이유도, 원망하는 이유도. 여전히 침묵만이 맴돈다. 장을 유지하며 만들기를 반복했다. 부딪치는 소리가, 깨지는 소리가, 다시 부딪치는 소리가……. 끝내 거센 파도를 막아내다 기어이 깨져 받아들인다. 무장으로 버텨내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인지 가면이 깨지고 피가 튀었다. 팔도, 다리도, 끝내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적.
이스마엘은 눈을 감았다. 네 본성이 추악하다 생각될 때면 그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해보라는 말을 떠올리다 레이저가 날아올 적, 장고의 끝매듭을 지어내며 지팡이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내렸다. 선명하게 에메랄드빛 기운 서린 장막을 생성해내어 막아내려 하며 눈을 떴다.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무것도 아닌 무지렁이의 모습을 한 채.
"끝났습니까?"
잔인하게도 울분을 받았다. 마침내 깨진 무장 속에서 숨기고 있던 군번줄이 목에 걸린 채 휘날렸다. 가디언즈의 것이 명확하였고, 그저 손을 가만히 모아 지팡이에 기대듯 선 것이 다였다.
"굳이 내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자격이 없고 모르기 때문에 이상향을 외칩니다. 용서하지 마십시오."
누가 용서하라 하였습니까.
"당신의 증오를 내어주고 싶지 않다면 그리 하십시오. 나는 증오를 건넬 다른 사람을 찾아가면 됩니다. 내가 언제 구원자가 되겠다 했습니까. 쓰레기통, 욕받이, 기어다닐 바닥의 미물이 어찌 하늘을 노리고 천자가 되냔 말입니다."
이스마엘이 길고 가는 미소를 지었다.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미소였으니.
"이래서 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그렇기에 사랑스럽지요."
이 진정 광인이라.
"그대, 무얼 바라지? 분풀이가 필요하다면 나를 사용하고, 죽음으로 편해지고 싶다면 나를 사용해야지."
속삭이는 소리를 뒤로 이스마엘은 다시금 손을 모았다. 이윽고 염력을 통해 움직임을 멈추려 시도했다. 정확히는 팔 관절을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는 한이 있더라도 스스로의 목을 옥죄게끔 하려 들었다.
태성이 날린 독액에 맞았는 지 선우는 땅에 쓰러져있었다. 그렇게 약해서야 어디 남자 구실을 하겠냐며 그를 놀린 후 아스텔이 날린 세븐스 에너지를 버티기 위해 근처 전봇대를 뽑아들고 땅에 깊숙히 박아 바람을 버텼다.
"테러를 막는거라..음...뭐, 테러 맞지."
태성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이번행위도 테러라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너희나 우리나 똑같겠지만말이야"
세상 언론들의 조작된 방송으로 세간의 인식은 에델바이스와 프리덤 모두 가디언즈를 죽이고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였다.
"폭살이라..하하하. 동생이랑 같이 지옥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아니, 이 녀석은 천국에 가려나?"
"살아있는 시체. 그렇게 생각하면 돼."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있으면 약간의 시간만 더 있으면 된다. 설사 이 싸움으로 태성의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의 목적은 이루어질 것이었다.
"어딜가시려고!!"
태성은 그대로 전봇대를 뽑아 쥬데카에게 던졌다. 쥬데카의 판단처럼 에델바이스와 프리덤은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의 전력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엘레인을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한 실력이지만 그녀 역시 이스마엘과 간신히 호각으로 싸우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태성은 약물의 힘과 자신의 생명력을 대가로 간신히 자리에 일어서 있는 것에 불과했다.
"나도 몰라...젠장..저 형, 언제부터 이렇게 약해진거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쥬데카의 말에 대답했다. 분명 자신 기억 속의 태성은 강했다. 보검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 데, 저번 전투에 단 한번 합을 겨루고 알 수 있었다. 태성은 지금의 선우 혼자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한 상대였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 오기 전에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었으나 결국 지금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폭탄 같은 건 아닐꺼야. 폭탄 같은 것보다 더 강하고 세상을 뒤집만한 힘이 있는 거라고 했어..그게 뭐지?"
폭탄은 한번 터지고 수라장이 되고 말아버린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그저 사건사고가 되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그러나 태성은 이번 계획이 세상을 뒤집을 만한 힘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폭탄 같은 무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
레레시아의 대량의 독액이 거미줄처럼 뻗어져나가더니 도시 곳곳으로 움직였다. 도시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려퍼졌으나 별다른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건물 곳곳, 전신주 곳곳에 설치된 이상한 직사각형 물체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폭탄 같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기계장치와도 같아 보였다.
잭 또한 이곳저곳에 있는 이상한 직사각형 물체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폭탄은 분명 아니었다. 빛이 나오는 구멍도 없었다. 그저 용도를 모를 검은 색 박스였다. 이것을 제거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고 내버려둔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다.
자신의 모든 울분과 공격이 이스마엘에게 들어갔다. 그러나 보검의 유무가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이었지만 그녀는 망신창이가 된 채로 멀쩡하게 서 있었다.
"가디언즈였나?"
이스마엘의 품속에 있던 군번줄을 보고 엘레인은 그녀가 가디언즈였으리라 추측했다.
"감히 더러운 앞잡이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감히!"
엘레인은 이스마엘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증오와 원망을 짊어지겠다고 했으며 자신을 구원자라 칭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으면서 이상향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그녀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는 자신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스마엘이 남에게서 증오를 강탈하지 않는 이상 엘레인 같이 증오를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엘레인은 자신에게서 증오와 원망을 앗아가지도 못하면서 증오를 발산하는 것을 막는 에델바이스도 원망스러웠다. 아니, 이 세상 살아숨쉬는 모든 존재들이 원망스러웠고 증오스러웠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네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엘레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스마엘의 뜻대로 자신의 몸을 그녀에게 내어주었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졸랐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그녀는 안개로 변해 이스마엘의 눈 앞에 서있었다.
전봇대를 집어던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스텔은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본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 본 목적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말.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자신들도 별 차이가 없다라는 말에 아스텔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허나...
"...말하지 않았나. 인정받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말이야.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그런 말은 이미지 창출을 노리는 이들에게나 한 말이야. 아니면 더 이상 도발할 말이 떠오르지 않나?"
일단 여기서는 발목을 조금 더 잡아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아스텔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땅으로 착치한 후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죽으면 죽는대로 끝이야. ...지옥도 천국도 아무런 의미도 없어."
"네가 악인이건 뭐건 아무래도 좋은 말이야. 결국 네 녀석이 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그냥 날뛰고 싶은 것 뿐이야. ...뭐가 분노와 원망이지? 결국 그들과 같은 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네 녀석이 날뛰고자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 뿐이잖아. 그러는 네가 그 작자들을 원망하고 분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날뛸 뿐.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 그리고 이 세상에 통하지도 않아."
"...결국 복수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 그냥 그렇게 행동하기 위한 이유가 필요한 거지."
동료가 아닌 상대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적어도 그들은 에델바이스의 적이었으니까.
"단지 그러고 싶은 것 뿐인 이야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마. 넌 죽고 싶은 게 아니야. 단지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뭘 해도 상관없어. 뭘 해도 아무래도 좋아. 그것조차도 핑계로 대는 것 뿐이지."
"...아니. 정정할까. 죽을까 싶어서 강한 이에게는 정작 손 하나 대지 못하면서 약한 이들을 잡고 와. 나는 오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열심히 활동했어. 난 어차피 그때 죽었으니까 뭘 해도 상관없어. 설사 이 몸 어떻게 되어도 좋아. 라고 말하면서 정작 하는 것은 너보다 약한 이들을 죽이고 개인만족을 하고 합리화를 하는 겁쟁이일 뿐이지."
"...정말로 죽고 싶다면 죽이기 위해서 덤벼봐. ...그렇다면 바라는 것이 이뤄질테지."
널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던져진 전봇대에 땅을 박차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하니, 전봇대가 장애물에 부딪혀 박살나는 소리에 귀가 아파 눈을 찡그린다. 좀 더 소음을 제거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선우에게서 돌아온 답변에 입을 열었다.
"그 반대일지도 모르죠."
모조품이라고는 해도 보검이 지닌 힘의 수준이나 가치는 일반적인 세븐스들과 궤를 달리했다. 보통의 세븐스도 아니고 그 자체로 강자인 간부들과도 다수가 모여야만 하긴 해도 조건에 따라 호각, 더 나아가 제압도 노려볼만 한 수준으로 전력을 강화시켜주는 무장의 존재는 중요했다.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그가 모종의 이유로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은 명백했기에, 너는 다시 체인을 뽑아냈다. 전봇대를 지나 아스텔의 반대쪽, 그러니까 태성의 뒤로 돌아뛰며 던진 체인은 이번엔 태성의 목을 노렸다. 목을 휘감는 데 성공한다면 그대로 반대쪽 끝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태성의 발목을 노려 던졌을 터다. 방금 전처럼 또 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잠시 동안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는 있겠지.
"선우 씨, 아무런 실마리도 없습니까? 그를 설득하려고 한 것 같은데. 뭘 시도해보려고 했습니까?"
언제든 공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 체인을 뽑아낼 준비를 하며,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여차하면 레이버의 세븐스라도 써서 관통상이든 자상이든 입힐 수밖에.
침묵. 가디언즈였냐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기 보다 침묵이 더 낫다 판단했다. 이스마엘은 이 상황에서도 미소만 짓고 있었다. 누군가를 비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엾게 여기는 눈빛도 아니었다. 미소만 짓고 있었다. 점차 금이 가고 있었다. 늙은 여우, 당신이 가르쳐준 것도 슬슬 한계입니다. "예. 감히 그랬습니다. 허황된 꿈, 미친 앞잡이, 거짓된 선지자니까요. 감히 제가 당신에게 제안을 하는 겁니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증오하려면 증오하라는 듯. 최대한 이성줄을 붙잡으며 도발에도 순순히 응했다. 눈앞에 선 당신을 보면서도 미소를 유지하고자 했다. 나는 그 사람과 약속했어.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승패를 논하셨으니 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인간을 그만두게 되는 순간, 나는 인간이 아니라 무엇으로 불리게 되는 거지? 내가 내 속에 남은 개념을 지우게 된다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건데. 이전의 나로부터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없지 않나?
"얼마나 더?"
이스마엘이 다시금 해사히 웃었다. 감정 깃들었다. 하대하듯 경멸 어린 시선이었다.
"버스트."
버스트를 발동하기가 무섭게 공격형 버스트를 발동할 적 나타나는 강대한 힘이 옥죄려 든다. 이윽고 염력으로 벽을 뒤틀어 어떻게든 이 공간을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본디 인간이란 변화를 주고 끌어 올려서 발전을 이룩해야하지 않나.
독액에 걸린 물체들이 힘없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그녀에게도 전해졌으나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알지 못 했다. 아니. 알려 하지 않았음이 정확하다. 그 중 하나만 멀쩡히 끌어왔어도 알았을 것을. 그녀는 그녀대로 눈이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방송국... 라디오? 허 참. 기가 막혀서..."
그러니 선우의 말을 듣고도 헛웃음만 내뱉었다. 뭐, 숨겨둔 힘이라도 있었나? 고작 방송으로, 목소리로 뭘 바꾸려고? 어이가 없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연속에 속이 끓는지 되려 차게 식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녀의 심경을 반영하듯, 지면에 고인 새까만 독액이 서서히 붉게 변한다. 붉게, 새빨갛게, 끈적하게 고인 독액은 서서히 형상을 일으켜 다시 한 번 분신들을 일으켰다.
버스트-
"Painfull Desire-"
그녀를 빼닮은 새빨간 분신들이 입을 벌려 웃는다. 그 한 가운데에 주저앉아 바닥을 짚은 그녀는 이제 지긋지긋하단 눈으로 태성을 주시하고, 분신들은 재차 내달려 태성에게 달려들고 터지고 쏟아졌다.
피식 웃으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결국 그러고 싶어사 날뛰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아스텔은 가만히 그가 하는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그 와중에 우리보다 약한 이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그 말에 아스텔은 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들이 약한 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죽는 이들이 약했을 뿐이라는 그 말에 좀처럼 답을 하지 않던 아스텔은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힘없고 약한 이들 이외에는 제대로 뭔가를 하지도 못하는 레지스탕스의 이름만 빌린 집단이라는 거잖아. ...지금은 전멸한 와일드 팡 쪽이 좀 더 낫군. ...그쪽은 가디언즈에게 직접적으로 이빨을 들이밀면서 몇 번이고 실력행사를 하기도 한 곳이니까. ....뭐, 지금은 글라키에스 하나에게 다 전멸당했지만."
한편 들려오는 선우의 통신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스텔은 알만하다는 듯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전파잭이라도 노리는 모양이지? 뭘 꾸미는가 했다만."
과연 가디언즈가 그대로 가만히 있을까.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역으로 뭔가를 더 행사하지 않으면 다행인 일이었다. 무엇보다 저쪽에는 카시노프도 있지 않던가. 오히려 역으로 이용만 안 당하면 정말로 다행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등 뒤의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세븐스 에너지가 날개에서 녹색으로 찬란하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통신으로 다른 이들에게 에이야기했다.
"상대가 노리는 것은 전파잭이라고 생각돼. 방송을 할 수 있는 곳을 점령하는 것일지도 몰라. ...솔직히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국적으로 비능력자들을 공격하려는 선동적 방송이 되어버리면... 아마 더더욱 분위기는 악화될거야. ...가능한한 막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이 녀석도 여기서 붙잡아두는 수밖에 없겠지."
이어 아스텔은 들고 있는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이어 날카로운 칼바람이 강하게 상대의 다리를 노려서 날아갔다. 그대로 기동성을 뺏고 뺏는데 성공하면 단번에 제압할 생각이 아니었을까. 빗나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상대는 죽는 순간까지도 저 입을 다물지 않을 것이다. 추악한 변명을 내뱉는 태성을 질렸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그의 다리에 체인이 감기자 그의 뒤로 포탈을 이어 이동 후 그의 다리를 베고 다시 포탈로 피하려 시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우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나,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그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혹은 다른 누가 막아내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주 많은 힘이라. 버스트를 발동하기 딱 좋은 요건이었다. 이스마엘 또한 무장이 있다 한들 일반인이었다면 죽고도 남을 공격을 받아들인 탓에 슬 한계였기 때문에 더욱이. 장막이 쉽게도 무너지고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바닥에 느릿하게 안착했다. 당신 앞에 만신창이로 부들거리긴 해도 서있던 것이다.
마침내 끝나고 말았다. 허무하게도 끝나고 만 것이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당신을 내려다본다. 승리에 도취될 시간 따위 없음을 안다.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는 모습에, 경멸 어리던 시선을 뒤로 천천히 눈을 감는다. 심호흡. 이내 자신의 무장을 해제했다. 그리고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시선을 맞추려 했다.
"나는 가디언즈의 딸입니다. 아버지는 제 선택을 존중해 레지스탕스를 도왔으나 결국 배신자로 몰려 제 눈앞에서 돌아가셨지요. 그 시체는 가디언즈의 간부가 박제로 만들듯 하여 조종하고 있습니다."
온몸이 피에 젖어있었다. 베이고, 물리며, 찢기고, 뜯겨져나간 모습을 뒤로 팔을 뻗었다. 당신을 가만히 안아주려 하며 속삭이듯 입술을 벙긋거렸다.
"나는 누군가의 증오를 함부로 짊어지려는 대가로, 내가 앞으로도 많은 일을 당할 것이라 믿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속죄가 아닌 영원한 형벌이지요. 당신 또한 여전히 나를 증오하겠지요.. 여전히 당신의 증오를 짊어지려 드니."
이스마엘은 눈을 감았다.
"돌아갈 시간입니다."
끝내 당신은 살아가기 보다 죽는 것이 나을 세상을 내가 만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당신의 목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쥐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레지스탕스 프리덤의 대장 정태성이라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 대다수는 저를 테러리스트라 비난하시며 돌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으시겠죠. 맞습니다. 세븐스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어떠한 배상도 하지 않으며 노동법 따윈 준수할 생각도 하지 않는 공장들을 파괴하고 세븐스 고아들에게 온갖 추악한 학대를 일삼는 보육원 원장과 직원들을 저잣거리 효수한 놈들입니다. 그리고 이젠 피해자가 세븐스이라는 이유만으로 돌을 던지며 침을 뱉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폭행하여 죽여도 훈방 조치되는 빌어먹을 도시를 파괴했습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할 생각도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들께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가디언즈들은 우리가 비 능력자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숫자와 통계를 제시하며 우리를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만약 맞다면 여러분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일반인들을 해친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의 자식들이 일반인들을 해치리라 믿으십니까? 여러분들의 이웃들이, 친구들이, 가족들이, 죄 없는 일반인들을 해치는 잔악무도한 범죄자, 또는 장차 범죄자가 될 것이라 믿으십니까?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것을 듣고 계신 세븐스 여러분, 여러분들은 일반인들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력을 당하거나 심하면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십니까? 그 일이 여러분들이 무엇인가를 잘못하여 생긴 일입니까? 아니면 그저 평범하게 길을 걷다가, 물건을 사다가, 친구와 대화하다가, 일반인이라면 아무 위협 없이 할 수 있는 평범한 행동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었습니까?
마지막으로 질문하겠습니다. 저들은 우리가 위험하다며 우리의 모든 권리를 빼앗고 자신들에게 무해함을 증명하면 이 권리를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누가 그들에게 빼앗을 권리를 주었습니까? 비 능력자를 가장 많이 죽인 자들이 누구입니까? 세븐스요? 아니요. 바로 비 능력자들 스스로가 그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세븐스를 가장 많이 죽인 자들이 누구입니까? 세븐스요? 아니요. 비 능력자들과 그들의 애완견들인 가디언즈입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위험합니까? 저희가 그들에게 무해함을 증명해야합니까? 그들은 저희에게 무엇을 증명했습니까?
그들은 선한 약자이고 우리는 강한 악인인척 프레임을 씌우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놈들이야말로 진정한 악인이라는 것을요.
저들은 세븐스들의 범죄와 악행을 과장하고 부풀려 홍보하며 우리를 위험인자라 칭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무뢰한이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차별하고 폭력을 휘두를 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고 발뺌하다가 참다못한 우리가 소리칠 땐 위험하다, 끔찍하다며 외치는 저들의 저열한 습성을요. 놈들은 말합니다. 절대 다수인 비 능력자들이 위협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며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했으므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이고 이것이말로 정의라고...여러분, 집단 괴롭힘, 따돌림이 정의라면 전 차라리 악인이 되겠습니다. 아니, 이미 악인이 되었죠.
지금 이 순간, 이 나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몽상가들, 절차와 질서를 외치는 위선자들,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하라고 말하는 버러지 쓰레기 빌어먹을 개자식들!...감언이설과 폭력으로 여러분들을 옥죄는 머저리들이 채운 족쇄를 우리는 이제 그만 끊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과 힘을 믿어야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고 있는 차별과 어려움을 직시해야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합니다.
지금이 바로 어둡고 외진 억압의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의 가능성과 열망을 채울 때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저희와 함께 행동해달라 말하진 않겠습니다. 이 길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게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루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아니 한달에 한번이라도 좋습니다. 부당함에 저항하십시오. 남의 것을 빼앗으라는 게 아닙니다. 임금을 체불한 이에게 정당한 임금을 달라 요구하고 욕을 한 이에게 똑같이 욕설로 되갚아 주십시오. 누군가 당신에게 돌을 던진다면 똑같이 돌을 던지고 당신을 해코지 하려거든 맞서 싸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정의의 탈을 쓴 족제비들이 여러분들의 이웃을 노린다면 그들을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을 해도 좋습니다.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도 좋습니다. 그들도 여러분들과 같은 세븐스일 뿐,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부로 선언합니다! 핍박의 시대는 끝났다고! 저항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고통받는 이들이여 저항하십시오! 싸우십시오! 당신의 권리를 말하십시오!
레레시아를 빼닮은 새빨간 분신들이 입을 벌려 웃는다. 그녀는 이제 지긋지긋하단 눈으로 태성을 주시하고, 분신들은 재차 내달려 태성에게 달려들고 터지고 쏟아졌다.
"이런 미인들에 둘러싸여 죽는 것도 영광이지"
아스텔의 칼바람과 신디의 공격이 그를 뒤덮으려고 했던 독액을 한번 더 휘져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그를 덮으려고 했던 독액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가 있었던 자리는 마치 애초부터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도시 광장에는 그의 얼굴이 나오며 연설이 울려퍼졌다. 가디언즈들과 경찰들이 어서 방송을 멈추려고 해도 이미 기지 방송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해킹 피해를 입었다.
아스텔이 걱정하는 카시노프는 이 사건에 개입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개입하지 않았고 태성이 의도했던 연설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잭과 레레시아의 활약으로 방송이 나라 곳곳으로 퍼지는 것은 막았지만 적어도 이 근방 여러개의 도시들에게 그의 연설은 울려퍼졌을 것이다.
폭탄도 아니고 폭력도 아니었다. 그저 보잘 것 없는 연설 뿐이었다. 논리도 부족했고 단순히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백번 양보해도 잘 썼다 보기는 어려운 연설이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동요했다. 이것이 프리덤이라는 조직의 이름 값이었으며 대장이라는 직책의 힘이었다.
시민들은 웅성거리고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보잘것없는 언변을 비꼬았으며 누군가는 그의 말을 듣고 자신의 분노를 조금씩 일깨워나가기 시작했다.
0특수부대의 지적처럼 그들은 어느 순간 복수를 위해서가 아닌 테러 행각을 하기 위한 행동에 복수라는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다 태성은 이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복수를 복수자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오래된 체념과 억압으로 빚어진 무기력은 그의 연설 한마디로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또한 힘 가진 자의 헛소리로 치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그의 말을 듣고 변할 것이다. 누군가는 저항할 것이며, 누군가는 소리칠 것이다.
엘레인은 힘겹게 얼굴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정심이 섞인 눈으로,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난..널 증오하지 않아.."
그리고 슬며시 인자한 미소를 띄었다. 이스마엘의 사정을 이해한 엘레인은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스마엘을 조용히 안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저항도 고통도 증오도 원망도 아무것도 품을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토해내어 하얗게 물들었다. 엘레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스마엘의 자비에 감사하며 조용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녀가 만들 세상은 엘레인에게 살아가기 보다 죽는 것이 나을 세상이기에.
아파도_버티고_보는_자캐 공격이면 자존심 세울 때 그러지 않을까.. 에유이셔나 여기 이셔나 아프면 일단 무작정 버티는데 그 근본이 다름... 본편 이셔는 아파도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 팀에게 도움이 되고자 드러내지 않는다+아직도 슬럼에서 당했던 것이 있어 불신한다가 혼재한다면 에유이셔는 저딴 것에게 아파해봤자 시간낭비다+네깟게 그래봤자 나는 즐거우면 됐다+사냥할 맛 난다 라서..
"내가 이런 것에.. 괴로워하면 당신이 좋아할까요? 그럼 괴로워해줄까? 응? 그렇지만 그 모습은 제법 비싸답니다.. 당신 같은 미욱한 것에게 내가 발버둥 치려면.. 목숨값도 아까웁지요. 네에.."
이딴 거. 그런데 병이나 그런 걸로 아플 때도.. 자존심 세우는 것도 있는데 네가 나한테 약 가져다 주면 나는 도움 받는 거잖아 싫어싫어! 나는 혼자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스무살 됐으니까 어른이란 말이야! 같은 떼쓰기 느낌도 있음...(?) 본편 이셔는 그런 거 없고 병 걸리면 무작정 옮기면 안돼.. 옮기면 다른 사람도 아플 거야.. 느낌이나 아프다고 했다간 현 상황에서 성별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이런 발언) 칩거 때려서..
자캐의_의지가_충만해질_때는 에유이셔의 으이-지가 충만해져따...
의지가 충만해질 때.. 혼자 조지러 가라고 명령 떨어졌을 때..??
자캐가_엄격하게_생각하는_것은 스스로와 타인의 위치, 영원불멸한 청춘에 대해, 조국에 대해, 충성, 그리고 이상향.
이스마엘: 005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나는 제법 취향이 넓어서요. 내 눈에 들어올 적 흥미가 동하고 재미있으면 다 된답니다.. 아, 그래요. 가급적.. 조그마한 사람이 좋아요. 내가 누군가의 품에 안긴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감히 누가 나를 안냐는 뜻이에요. 누군가를 내 품에 안아야 옳지 않겠어요? 얌전하고 고분고분하면 더 좋죠." "..한 사람이 떠올라서 갑자기 짜증이 나네요. 미안하지만 뺨 한대만 때릴 테니 이 악무시든지요."
078 종교 "무교에요. 추앙받는 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답니다.." "과거엔 신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죽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요."
1. 「일정이 없는 날에 갑작스런 당일 약속을 권유받는다면?」 "저런.. 나의 시간을 사고자 했나 봐요. 안타깝게도, 내 시간은 제법 비싸답니다. 그만큼의 대가나 흥미가 없다면 거절하는 편이에요. 물론 언니나 도너티라면 시간을 기꺼이 내주곤 하지요.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들.."
2. 「악기를 연주할 기회를 얻는다면 어떤 것으로?」 "그거 아시나요? 안식의 악단이 연주하는 악기는 세븐스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이제 내가 바라는 악기가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3. 「자신이 바라온 것이 눈 앞에서 파괴되어버린다면?」 "……누가, 먼저, 선수를 쳤다는 거죠?" "아니야. 내가 노리던 것을. 내가 가지고 싶던 것을.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감히 누가.. 아니야, 아냐.. 진정해야지요. 나는 화를 내면 안 돼요.. 미천한 것에게 화를 내봤자 의미가 없는 걸 진즉 깨달았으니.." "다 부수고 때려죽여도 분이 풀리진 않겠군요.." "그렇다면.. 남은 것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볼까요.." "조각이라도 좋아. 가지고 싶어요."
어여쁘게 대답하다가 급발진 싸대기 때리는 우리 이쁘니... 에유 이셔는 그저... 조금만 세게 쥐면 으스러질 것 같은 한 떨기 생화이자 늘 한결같은 조화의 면모가 동시에 존재해서 너무 예뻐... 예뻐서 언제까지고 그대로 보존해주고 싶은데 그만큼 무너지는 모습도 보고싶고 막 그래...(?)
>>178 웃 우웃 캡틴 코로나 지금 음성이라고 해도 2~3일 뒤에 꼭 다시 한번 해보기..! 부디 아무런 일도 없길 바라구...🥺
우우 어제-새벽 이벤트 다시 찬찬히 훑어보는데 결국 말로 한다고 해도 이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으면서도 미세한 반향은 일으켰을 거라 생각하니까.. 현실적인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명쾌하지 못하게 끝내 스스로를 악인으로 규정한다고 한들 결국 악인이기에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그래서 개운하지 못한 피카레스크식 엔딩. 에델바이스도 결코 정의로운 선인은 아니니까 더 그런 느낌이 드네.. 선우주 다시금 개인이벤트 고생 많았구..!!
조금 주저리랄까.. 적폐를 좀 풀자면 이셔가 굳이 목을 졸라 죽인 이유는 자신이 끝내 선인이자 구원자가 아니라는 모습을 묘사하고자 했답니다. 결국 숨이 끊어지는 순간을 손끝으로 느끼고 말 테니까. 거기서 뭔가 흔들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속내를 다잡고자 할 것 같아. 그렇게 한참이고 끊긴 맥동에도 손 놓지 못하고 있다가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목을 쥔 손을 놓더니, 엘레인을 끌어안으며 잠깐 토닥이더니 잘 자라고 속삭였을 것 같고...
누군가 이셔를 발견하고 데려가기 전까지는 아마 신체적인 부상도 적잖았으니 만신창이로, 무릎 꿇고 시체 끌어안은 채 반쯤 기절해있지 않았을까...싶다 지쳐서 눈은 반쯤 감은 듯 풀려있고 입가는 뱉어낸 피범벅이고.(유열) 쥬야 미안하다 그랜절 박을게
후에 왜 합류하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가디언즈 때문에 통신기기가 고장이 나서 무전을 받지 못했고, 대치가 있었다고만 말했을 것 같아. 실제로 나탈리먼의 전격 때문에 재밍 칩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였으니까. 대치중이던 프리덤의 멤버는 사살 허가를 받았으니 부득이하게 사살했노라 얘기하는데 결코 평소처럼 상냥하거나 마음을 다잡은 듯 담담하진 못하겠지.
안녕하세요! 레레시아주! 일단 저는 아직은 음성이고 아주 약간 가래끼가 있긴 한데 목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맛이 간다거나 열이 난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그런 증상은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되도록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그 때문에 일단 내일 밤이나 수요일에 한번 더 키트 돌려보라고는 하네요. 아무튼 아직은 음성이랍니다!
어제의 진행을 다시 한 번 읽어봤지만 역시 로벨리아를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로벨리아가 저 말을 들으면 제압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차라리 이쪽이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뭔가 생각보다 로벨리아와 꽤나 크게 부딪치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캡틴은 조금 뜨끔했었어요.
갱신합니다! ㅠㅠ역시 월요일은 힘들어요... 화요일도 마찬가지고 수요일도... 게으른 사람이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자꾸 느끼니까 힘든거 같기도 하고... 으앙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하니 푸념은 이 정도만 하고... 진행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선우주! 시간을 못 내서 참여를 잘 못해서 좀 죄송하네요 8ㅁ8 이것저것 준비한 게 많았던 것 같은데 분량 문제로 컷하신 것도 있는 거 같고... 다 끝났으니 아무래도 좋지만 계속 태성에게 발이 묶이게 됐다면 뭔가 찾는 건 둘째치고 태성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을 것 같아서, 크게 달라질 건 없었을 것 같네요. 뭔가 설득이라든가 기대하신 것 같긴 하지만 히카루 때도 얻어걸린 거나 마찬가지고, 솔직히 쥬는 설득에 특출나다거나 한 아이는 아니라서요... 이번 진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거라면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라고 해야 하나. 테러활동보다는 다른 움직임으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에델바이스와는 또 다른, 본편에서 등장했던 과격파 레지스탕스가 순삭 당해버려서(ㅋㅋ;) 다소 모호하게 표현됐던 부분을 프리덤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캡틴에게 검수 받으신 모양이고. 결국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고 전체적으로 설득이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어요.
히카루 같은 경우에도 근본적인 생각이 바뀐 건 아닌 것 같고, 프리덤이 와해되는 듯한 모습이 있긴 해도 그 사람들이 복수에 지쳐 떨어져 나간다는 듯 표현됐을 뿐 뭔가 새로운 가치를 찾아 떠나는 것 같이 표현되지는 않아서 말이죠. 솔직한 감상은, 많은 부분에서 공들이신 것 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단발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준비하셔서 그런 건지 서사 부분에서 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결국 끝까지 복수한다면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고, 그 이유라든가, 겪은 시간이라든가에 대한 전개가 좀 부족해서... 사연이 있다곤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인지, 어째서 그들이 복수를 위한 테러만 노리게 됐는지 등을 찾아보기가 좀 어려웠어요. 이해가 어려우니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도 있었고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단순히 어떻게든 공략을 찾아내 통과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런 과정이 힘들고 귀찮아서 가능하다면 그냥 찍어누르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마지막에 태성이 송출하려고 한, 송출한 영상도 지금까지 계속 보여줬던 태성의 모습이나 프리덤의 행동방침, 말과는 딴판이기도 하고.
일단은 개인 이벤트고, 결국 목적은 캐릭터의 서사를 푸는 거라고 이해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선우에게 좀 더 비중을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조금 들어요. 이번 이벤트에서 선우는 사실상 프리덤에 대해 어느 정도 자세히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제대로 된 정보 공유도 없었고, 결국 혼자서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다가 실패한 걸로 비춰졌거든요. 그 과정이 묘사된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쉽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캐릭터들에 대한 관찰에 기반한 상대 배치, 나름의 반전 요소는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전반적으로 좀 아쉽지만 그래도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ㅋㅋㅋ다이스 전투를 했다가 뭔가 충격을 받으신 것도 같아서... 직접 판정을 하려면 그건 그거대로 또 피곤하거든요. 그런 점을 모두 안고서 마무리하셨다는 점에서부터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등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번째 개인스토리가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었네요! 2주동안 진행하면서 느낀 건데, 모든 스토리 진행을 2시에 딱 맞게 끝내는 캡틴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아요.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의 목적과 동기가 이해가 가니까요.
모두의 비판과 감상 모두 각잡고 몇번이나 읽었는 지 몰라요! 다들 플레이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개인적인 강평을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6~7점정도의 진행을 한것 같아요.
특히 도중에 멘탈이 한번 터져버리고 무책임하게 손을 놓을 뻔한건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실책이었다고 생가해요. 원하는 연출과 상황이 안나온다고 무턱대로 미뤄버리려고 한 점은 정말 미안해요.
그러나 모두의 도움 덕분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했어요! 다시한번 고마워요!
몰입이 어려운 건 다들 지적한 대로 아무래도 캐릭터 서사가 너무 부족했으며, 캐릭터의 사상 자체도 공감하기 어려운, 공감할 수 없는 것임이 큰 것 같아요. 글에서도 묘사했듯 태성의 복수심은 어느샌가 길을 잃고 어디로 표출되어야할지 몰라 아무렇게나 터뜨리고 다니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방송이든 그의 사상과 행동이든 결국 본질은 모두가 지적했듯 자신의 분노에 먹혀서 파괴행동을 하고 그에 정당성을 붙히는 것이에요.
그러다가 어느순간 자신이 길을 잃었음을 깨닫고 혼자서 타인의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복수심과 분노를 모두에게 나누고자 한거에요. 그래서 마지막 엔딩처럼 자신의 복수심과 복수를 표출하는 방법을 모두에게 전파하고 사그라들려고 했죠! 물론 도중에 그 계획을 조금 수정하긴 했지만요.
쥬데카주의 말처럼 사실 진짜 제대로 된 공략, 처음에 구상했던 공략은 그냥 힘으로 찍어누르는 거였어요. 그냥 웃고 적당히 두들겨 패고 바로 보스전 가라고 일부러 약간 모자라게 행동하는 캐릭터들, 어디선가 본듯한 패러디 캐릭터들로 구상했는 데 전투 다이스식을 잘못 설계하는 바람에... 다들 그냥 돌진해서 힘으로 찍어누를 줄 알았는 데 예상외로 설득을 시도해서 갑작스럽게 동기를 만들어주고 서사를 만들어주느라 올해들어서 가장 많은 창의력을 사용한 것 같아요!
선우의 개인스토리지만 그의 행동이나 동기를 드러내지 않은 것도 아쉬운 것중에 하나네요. 너무 주인공 같지 않게 하려다가 오히려 병풍이 되어버렸어요..차라리 외전격으로 스토리 중간중간에 조금씩 풀어둘것을, 그게 아쉬워요. 일단, 선우는 실패한 게 아니에요. 도리어 대성공한 것에 가깝죠! 레레시아의 생각대로 그는 사실 일부러 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가까워요! 물론 복선을 너무 안풀어놔서 나중에 일상이나 독백으로 천천히 풀어야겠지만요.
캡틴에겐 이전에 검토를 맡았지만 2부에 회수가 안된 복선이 풀릴 내용들이 있어요!
확실한건 2부는 크게 어둡고 심오하기보다는 가벼운 킬링타임용, 웃고 가볍게 넘길 수 있을정도, 멍청하고 허당끼 있는 사람들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정도의 수위가 될 것 같아요! 그게 선우라는 캐릭터와도 어울리고 무엇보다 그게 더 재밌으니까요. 그땐 한명이 참가해도 진행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만들거고요 :)
다이스 전투는 방어와 회피를 상황에 맞게 골고루 사용한다는 처음 목적은 달성했고 연출도 괜찮았는 데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는 것을 깨닫고 도중에 변경해서 처음 생각과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도, 다갓의 축복으로 연출은 제법 괜찮게 나왔네요
어쨌든 여러분들은 저를 반면교사삼아 이런 실수 없이 제대로된 개인스토리 진행을 하길 바라며, 즐겁게 즐겨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일단 음~ 다갓님이 10 나왔는데 가사 진짜 굉장히 엄청 매우 노골적이고 아무튼 흠.. 어.. 와우~ 팝송의 세계는 역시 유교가 없구나 싶을 정도니 주의해줘... 이런 노래를 들어도 되는 거임? 싶을 정도로 엄청.... 노골적임...
1. https://youtu.be/CWYE47MXdDs 제목이 무려 pl4yg1rl.... 여기서부터 대충 가사 각이 나옴
에유이셔의.. 전체적인 독백 토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했어.. 그리고 가사에 불어가 있어서 더 에유이셔 느낌..🙄 에유이셔가 왜 팜 파탈에 가까운지는 2와 직결됨..
2. 이거 진짜 공개하기 싫었던 건데(비장의 한수였다는 뜻) 다갓 ㄹㅇ 넘했다
늙은 여우.. 가란이라고도 불리고 헬무트에겐 '■'이라는 본명으로 불렸어. 홍콩계 미국인이고, 트랜스휴먼의 개조 수술 및 세븐스에게 능력 강화 수술과 같은 회유를 통해 인신매매를 저지르고 '약물'에 관련된 범죄 카르텔 출신이지. 세븐스 발생 사태 이후로 사회로 나서기 위해 '세븐스 사형 및 개조 전담 산하기관', 즉 '영원한 밤의 안식'으로 탈바꿈하였고, 늙은 여우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형수'의 탈출로 인해 과거 카르텔의 수장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안식을 이끌게 됐지. 그 이후 에르베르토 엥엘과 협업하여 '개조를 통한 공예품 양성'을 비롯하여 프릭쇼와 경매를 벌이는 등, 누구보다 잔인한 행보를 이어가는 등.. 보면 각종 강경파 레지스탕스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사람이라는 각이 서지 응... 현재 40대 초중반이지만 본인을 향한 개조수술을 통해 20대의 외형을 유지중이기도 해.
미리 확실히 해두자면 이거.. 내가 과거에 검사 받았던 거임.. 국적과 헬무트랑 연관된 부분은 너무 tmi라 살짝 빼두긴 했지만🤔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왜 이 녀석이 이셔에게 '스스로가 추악하다 생각될 때면 그만큼 타인을 사랑하라' 라고 가르쳤냐면 세상에 대해 잘못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장 환경과 스스로의 뒤틀린 성격 때문에 사랑하는 방법이 가학적인 방향으로 잘못 이끌리게 된 사람인데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단이 약해지는걸 알고 있고, 그렇게 언젠가 사랑으로 버텨보다가 무너지면 '이번에는' 그 틈을 파고들어 자기가 거두고자 때문이기도 해. 뒤틀린 소유욕이자 저주에 가깝지.
그나마 인간적인 면모를 좀 보이자면 자기는 그러려고 노력은 해봤는데 결국 못 했으니까 너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늙은 회한이 담겨있기도 해.
그리고 에유이셔가 그 무너져 틈이 파고들린 결과기도 하고. 에유이셔는 버려지지 않았어. 수잔나가 죽고, 에르베르토가 가란에게 팔았을 뿐이지.
두 사람은 골목에 자리를 잡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유스티나, 이하 '앰버'는 어디서 난 건지 모를 과자를 내밀며 파티마에게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좀 길어." "괜찮아." "파티마 마리아 카시야스 가르시아." "...길다."
앰버는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파티마 역시 그런 앰버를 보며 조금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길다고 했잖아..." 그러자 앰버는 "진짜 그렇게 길 줄은 몰랐지!" 라며 응수했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지려던 그때, 의외로 파티마가 먼저 말문을 뗐다.
"네 세븐스는 뭐야?" "내 세븐스? 글쎄, 뭐 이런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앰버의 손에서 호박빛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콩알만한 크기로 그것을 뭉친 뒤 앞으로 던졌고, 얼마 안 가 작은 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다. 놀란 파티마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앰버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이게 내 세븐스야. 폭발성 물질을 생성하지. 많으면 많을수록 위력도 강해져." "꼭 송진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찐득찐득한 것도, 색도 꼭 송진같아. 그래서 내가 앰버라고 했을때 웃은거야. 그것도 송진으로 만들어진 거잖아."
그러더니 앰버가 갑자기 픽하고 웃으며 자조하듯 말했다.
"그러고보니 나, 꼭 소나무같네...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머리는 푸르딩딩하고, 몸에선 찐득찐득한 주황색 액체를 분비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새 이름을 에버그린이라고 지을 걸 그랬어." "난 소나무 좋아해." "그거 위로하는거지? 근데 너 위로 진짜 못한다." "어? 왜? 소나무가 뭐 어때서?"
그러자 앰버가 고개를 휘저으며 동시에 손사래 쳤다. 말하자니 입 아프고 피곤하다는 뜻이었다. 파티마는 여전히 눈치를 채거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자 앰버는 나른하게 눈을 뜨며 파티마에게 말했다.
"넌 여기 오기 전에 뭘 하고 살았어? 그거나 말해 봐." "재미는 없을텐데." "상관없어."
파티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이 옴브라에 오기 전의 과거를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녀가 지역 유지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사생아에 세븐스라 차별 받고 자랐다는 것, 일찍이 사람들을 해칠 시한폭탄 취급받으며 2살부터 12살까지 정원 외딴 곳에 지어진 오두막에서 격리되어 지냈다는 것, 12살이 되어 격리는 해제됐지만 다른 비능력자 사촌들에게 괴롭힘 당한 것, 14살이 되던 해 연말에 세븐스를 발현했다는 이유로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별장에 가택연금 당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은 탈출을 감행했고 뒷골목에서 잠시 생활했다는 것 등등을 앰버에게 털어놓았다. 앰버가 미간을 찌푸리자 파티마는 즐거운 일도 있었다며 항변했다.
"비능력자에 배 다른 자매였지만 언제나 날 사랑해주는 언니가 있었어. 언니도 감시를 당했고, 자유롭지 못해서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날 항상 감싸주고 용기를 줬어. 내 인생 최초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도 언니가 준거야."
그 말을 들은 앰버는 세상에 그런 비능력자도 있냐고 크게 놀라워했다. 파티마가 자신을 잠시 거두어 준 은인인 호세 씨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자 앰버의 얼굴이 울상이 되며 크게 분해했다.
"왜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없었지? 이건 불공평해... 나한테도 그런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텐데..."
곧이어 눈물을 흘리며 씩씩대기 시작한 앰버는 곧 양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파티마는 어찌할지 몰라 허둥지둥대다가 앰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앰버가 울분을 터뜨리며 세상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 동안, 파티마는 어렴풋이 앰버가 아주 힘든 삶을 살아왔음을 직감했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처참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감이 잘 잡히질 않았다. 파티마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을 고달프다고 평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더 고달픈 삶이라면 대체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파티마는 앰버에게 그녀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끝내 묻지 않았다.
앰버가 다 울고난 후, 그녀는 파티마에게 사과했다. 자신의 인생도 인생이지만 파티마의 인생도 가시밭길 그 자체이기에 누가 더 불행했는지 무게를 재보는건 파티마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앰버도 자신의 불행과 남의 불행을 저울질하는 악취미는 없었다. 파티마는 딱히 사과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저었다. 두 소녀는 아예 자리를 깔고 골목에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꽤 넓직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골목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앰버는 파티마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너, 새 이름 지었어?" "안 그래도 그것때문에 맞았어." "아직도 못 정했어?" "바꾸고 싶지도 않은데, 좋은 이름도 생각나질 않아. 그냥 안 바꾸면 안 되나?"
그러자 앰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안돼! 그러다 너, 진짜 죽을거야! 에스메랄다는 보통 미친 인간이 아니라고! 그 여자는 그깟 이름 하나 안 바꾼다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단말야!"
파티마가 믿기지 않는다는듯 대꾸했다.
"그정도야?" "그래. 에스메랄다는 그정도로 미친 인간이야. ...불쌍한 테드. 그때 고집만 안 부렸어도..."
파티마는 뚱한 얼굴로 고민했다. 사실 맞는 건 두렵지 않지만, 죽는 건 다르기 때문이었다. 한참 고민에 빠진 그때,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해하던 파티마의 머릿속으로 책에서 봤던 이름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아마데우스'(Amadeus). '신에게 사랑 받는 자'라는 뜻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상이 깊게 남은 이름이었다. 파티마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아마데우스로 할래." "그치만 그건 남자 이름이잖아." "상관없어. 이걸로 결정할래."
앰버는 어이없는 얼굴로 파티마를 보았으나 파티마는 흔들림 없이 확고한 결정을 내린 뒤였다.
"성은?' "글쎄, 타루?"
이름은 한참 고민했으면서 성은 금방 정해졌다. 파티마가 언젠가 흥미롭게 읽은 책의 저자에게서 따온 것이었다. 앰버는 이상한 이름같다며 혹평을 쏟아부었지만 파티마는 별 생각 없어보였다. 그렇게 파티마가 15세가 되던 해에, 그녀는 '파티마 마리아 카시야스 가르시아'에서 '아마데우스 타루'로 다시 태어났다.
어서 오세요! 아마데주!! 음. 저런 이유로 이름이 바뀌게 된 거로군요!! 그리고 제목도 어느 순간 바뀌어버렸고 말이에요. 아니. 그런데 이름을 안 바꾼다고..(흐릿) 뭔가 역시 찝찝한 느낌이 있네요. 뒷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기도 하고.. 과연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풀릴지라던가!
안녕하세요 캡틴! 예! 에스메랄다는 이름을 안바꾼다고 죽일 정도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성격은 이런저런 이유로 비틀렸지만 이런 에스메랄다에겐 사상을 물려준 은인이 있었습니다. 순진한 면이 있는건지 편견과 혐오에 물들기 쉬운 성격이라 비능력자로 태어났다면 세븐스를 죽도록 혐오했겠죠.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아마데우스 타루 파트 시작!
>>243 그렇다면 역시 그 에스메랄다와의 이야기. 그리고 저기 저 엠버라는 캐릭터와의 서사가 앞으로 어떻게 풀리게 되냐가 관권이 되겠군요! 크으! 독백도 길면서 괜히 또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거 아십니까? 아마데주?!
>>244 상황이라. 아무래도 AU 상황이 되니까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니까..개인적으론 지금과는 다르게 아스텔은 아마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로서 진짜 이것저것 교육을 받았을테고 간부 클래스 진급을 앞두고 있을 것 같고 그 혜택으로 진짜 이것저것 교육을 받았을 것 같으니.. 서투른 춤이 아니라 능숙한 춤 한번 춰보고 싶지 않습니까? 레레시아주?
>>248 지금은 가디언즈에 소속되어있고 일단은 국가 조직이니까 아무래도 비번을 맞춰서 만났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비번이야 어떻게든 맞춘다면 맞출 수 있을테니 말이에요! 하지만 레레시아의 캐입이 그냥 불쑥 찾아오는 거라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아스텔은 딱히 쫓아내거나 하진 않을테니까요. 여기선 아무래도 임무에 그렇게까지 진심인 것은 아니기도 하고.
가디언즈- 에델바이스 부대에 소속된 지도 얼마나 지났더라. 수습기간을 지나 정식 배치된 후로 여러 일이 있었다. 가장 앞세워 내보내지는 부대이다보니 임무마다 격렬한 전투가 많았다. 최전방이란 항상 고된 법이다. 게다가 대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개인별 임무를 할당받는 일도 꽤 잦다. 뭐, 어떤 임무든 어려울 것 따윈 없고. 힘든 만큼 복지나 승진의 혜택도 있으니 세븐스 만만세, 가디언즈 최고인 거다.
그 중에서도 제일인 건 마음에 쏙 드는 연인이 생긴 거지만!
어느 비번 날, 출전 시의 투박한 옷차림과 달리 공들여 꾸민 레레시아가 기지의 복도를 걷는다.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새하얀 은백발이 오늘도 어김없이 몽실몽실 흔들리며 존재감을 한껏 뽐낸다. 머리카락 뿐이랴. 은은하게 바른 메이크업에 얼굴은 평소보다 생기있어보이고.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도 시선을 끈다. 상체를 바짝 감싼 버건디 컬러의 니트는 쇄골 아래에 가로로 길고도 살짝 벌어져 그 틈이 보일락말락. 검은색 미니 스커트와 검정 스타킹은 조합만으로도 최고지만 걸을 때마다 보이고 사라지는 스커트의 트임이 도발적이다. 그 위를 감싼 딥브라운톤의 코트는 맞춤 핏으로 완벽한 하나의 포장 같고. 큰 키를 의식해서인지 킬힐 아닌 로우힐의 검붉은 구두는 그녀의 당당한 걸음걸이를 굽소리로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레레시아 씨. 어디 나가시나 봐요?" "어- 데이트 나가는 중-"
그녀를 알아보는 이에게 건성으로 손을 휘저으며 빠르게 지나친다. 평소라면 뭘 궁금해하냐고 손톱자국 하나는 남겼겠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봐준다. 괜히 옷 더럽히면 그건 그거대로 짜증나니까. 그러니 빠르게 무시하며 지나쳐, 기지를 나서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오늘도 변함없이 평화롭고 상쾌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 거리를 경쾌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그녀에게 뭇 남자들의 시선이 끌리지만 하등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의 눈엔 언제나 한 사람만 비췄으니. 얼마 가지 않아 사전에 약속했던 장소에 도착하자 시간을 확인한다. 한 5분 일렀을까.
"좀 빨랐나?"
아니면 내가 못 찾는 걸까나-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연인을 찾았다. 고개를 돌릴 적마다 귓볼에 달린 앙증맞은 진주 귀걸이가 달랑거렸다.
그 날은 지금도 아스텔의 꿈 속에 나오는 지옥같은 나닐이었다. 살기 위해서 검을 들고 휘둘러야만 했고 서로를 죽이는 살육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만 했다. 손이 떨리는 것도, 공포감에 시달리는 것도, 더 나아가 매일매일 붉은 향을 몸에 뒤집어쓰는 것도 언제부턴가 무덤덤해졌고 마지막에 마지막. 아스텔은 살아남았다. 좋은 실험 데이터를 얻었니, 너는 앞으로 가디언즈에 소속되는 병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그런 말들이 들려왔으나 당시 아스텔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이 좋았고 행복했다. 그 이후는 지금까지 받은 대우와는 전혀 다른 혜택을 누렸다. 최고급 시설에서 교육도 받고, 제복도 입을 수 있었으며, 충분한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그 대신 가디언즈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적으로 출동해서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레지스탕스. 그런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아스텔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런 레지스탕스를 토벌하는 것도 그의 임무 중 하나였다. 딱히 죄책감을 느끼거나 이 세상은 잘못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아스텔은 딱히 뭔가를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잘못되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왜 자신이, 그리고 자신들이 그 지옥에서 살육전을 하고 있을 때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던가. 가디언즈를 뒤엎고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모두가 평등하고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거라고 말을 하면서 왜 자신들을, 아니.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는가. 지금 이 순간이 되도록.
가디언즈 내부에 있는 에델바이스 팀에 소속되었고 그 이후로도 다른 위험한 일에 투입되었으며 그 공을 인정받고 '고독'에서 살아남았기에 특별히 더 눈길을 받아 머지 않아 간부 클래스로 오를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기에 아스텔은 만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최대한 자신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이곳에서 얻은 그 모든 것을 놓아줄 순 없었으니까. 상관도, 여동생 같은 친구도, 동료도,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역시 자신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레지스탕스가 온갖 미사어구를 갖다붙이며 덤빈다면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사용해서라도 그 모든 것을 위해서 사냥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녹색 질풍의 세븐스. 에어로를 이용해서.
아무튼 오늘은 비번 날이었고 이런 날에는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제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보내고는 했다. 거울 앞에 서서 진한 남색 가을 바지. 그리고 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하얀 니트 셔츠. 그리고 그 위에 포함해서 진한 녹색 자켓을 입으면서 그는 옷차림을 마쳤다. 이 정도면 춥지는 않으리라. 물론 딱히 지금도 춥진 않았지만. 시간을 확인한 후, 그는 바로 주닙를 마치고 자신의 방 밖으로 나섰다.
약속한 장소까지 공중을 날아가니 그렇게 오래 걸릴 일도 없었다. 가볍게 착지를 하자 그녀의 바로 옆이었다. 가만히 바라보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손으로 톡톡 찌르려고 하면서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어? 갑작스럽게 보고서를 올려야 할 것이 생겨서. ...최대한 빠르게 한다고 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네. ...그렇다면 미안."
토요일 이후로 실종되어 버렸다가 돌아온 참치가 여기에 있다...?삐슝빠슝... 갱신해~ 우선 답레가 많이 늦어져서 미안해... 사죄의 그랜절 박습니다... 답레는 내일 쓸 수 있겠지만 최근 현생과 컨디션의 문제로 속도가 좀 늘어지게 될 것 같은데 선우주 쥬주 혹시 괜찮을까...?🥺 크아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가했던 내 시간 어디로 갔어
쥬데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거울을_보며_하는_생각은 기분 나쁘다. 거울 안의 자신은 너를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또 거울 안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같은 실없는 잡 생각. 그 끝은 보통 기분이 가라앉게 되므로 얼굴에 났을 상처를 확인하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와 준비할 때만 본다. 뭔가 큰 의미를 지니고 거울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자캐가_계주를_뛴다면 계주 주자로 확정된다면 그 시점부터 바로 달리기 연습을 시작할 것 같다! 아마 경기 당일에는 전보다 확실히 달리기가 더 좋아져 있지 않을까.
자캐식_손만_잡고_잘게 "...손만 잡고 자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진짜 손만 잡고 잤 수위 좀 조절해야 하니까 살짝... 손 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네요...(소곤
쥬데카: 335 미래로 갈 수 있다면 언제 쯤으로 가고싶은지?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과거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미래보다는 과거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할 텐데... 미래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야만 비로소 그런 시간이 올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있기 때문.
266 식물을 잘 기르나요? 그다지 잘 기르지는 못하는 편, 매일매일 신경쓰는 게 조금 어려워서 신경을 덜 써도 괜찮은 식물이라면 몰라도 금방 자라고 금방 죽는 식물은 힘들 듯. 아마 선인장은 키울 것 같다.
219 캐릭터의 테마곡이있다면 장르와 분위기는? 장르에 대해 본인이 일단 문외한이라... 찾아보니 클래식에 가깝고, 에픽 음악이라는 건 정식 장르가 아니네요. 전문 용어를 써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오너이므로 어쩔 수 없이... 클래식, 혹은 성가나 찬가에 가까운데, 무훈시와 같은 느낌도 있겠습니다. 다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좀 호러틱한 감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면 망해가는 세상에 전해지는 찬송가가 그 환경을 반영해 어둡고 절망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하나. 가사가 있다면 라틴어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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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데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자신이 그 대상에게 어울릴지를 고민한다. 그 결과와는 별개로 한 번쯤 직접 고백할 테지만. 이런 행동은 미련을 떨치기 위한 것으로 거절당한다면 그걸로 됐다고 여긴다. 일단 자기부정 같은 과정은 없으며 사랑하는 대상에 시선이 오래 머물거나, 다른 목소리 중에서 그 목소리를 찾아내 기억하거나, 향기를 통해 가까이 있음을 알아채고 무의식 중에 시선을 돌려 찾거나 하지 않을까.
2. 「제일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의 이름을 하나 말한다면?」 이런건 몰?루
3. 「중요한 일을 위해 가는 길에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면?」 풍경이 뭐가 중요하지? 지금 네가 가는 길, 네가 해야 할 중요할 일은 이 풍경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일이 끝난 뒤에 돌아봐도 늦지 않아. 아름다움이란 지켜내지 못하면 의미없는 것, 그걸 바라보기 위해 파멸로 발을 내딛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니 너는 돌아보지 않는다.
어디로 올까. 언제 올까. 오매불망 한 사람만 찾던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엉뚱한 곳을 보며 눈 깜빡이던 중이었다. 가벼운 바람이 옆을 스치자 응? 하는 표정이 되고. 톡톡. 어깨가 건드려지기 무섭게 휙 돌아서 그를 바라본다. 오늘도 변함없이 잘 생기고 멋진 그녀의 연인- 아스텔을 향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로로! 자기야-!"
바깥임에도 주변 눈치 따윈 1도 보지 않으며 아스텔에게 안기려 든다. 그것도 팔을 높게 들어 그의 목을 감싸안아 입맞춤이라도 할 듯이 말이다. 입맞춤까지 하진 않아도 그대로 끌어안고선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웃었겠지. 조금 전, 그녀에게 인사하던 사람에게 보이던 딱딱하고 차가운 표정과 같은 얼굴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였다. 다른게 표정 뿐일까만은.
"으응. 아니. 나도 방금 왔어. 하나도 안 기다렸어. 시간도 딱 맞았는 걸? 우리 자기가 미안할 거 하나도 없는데-"
애교 어린 목소리로 서슴없이 그를 애칭으로 부르며 하나도 안 늦었다고, 고개를 작게 도리질 친다. 살랑살랑. 없는 꼬리 대신 그녀의 희고 긴 머리카락이 물결친다. 그럴 때마다 올라오는 달콤상큼한 향이 체향 같기도 하고 향수의 향 같기도 하다. 이 정도로 그녀를 가까이 두고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건 그녀의 어머니와 라라시아를 제외하고 아스텔 뿐이었다.
"그리구 우리 자기 늦는 거라면 하루 종일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정말 온종일 기다리면 시간이 아깝겠지만. 기분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그녀는 아스텔을 좋아하니까. 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면 누가 됐든 독으로 집어삼킬 의향도 넘치는 만큼.
"있지있지. 오늘은 뭐 할까? 로로 배 고프진 않아? 저번에 갈까 했던 레스토랑부터 갈까?"
그가 떼어놓거나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여전히 매달리듯 안긴 채로 재잘거렸을 것이다. 식사하러 갈까. 가볍게 산책부터 할까. 그와는 뭘 해도 좋으니 선택지는 이것저것 나와도 선뜻 고르지는 못 했겠지. 일부러 그런 척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269 거울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 기분이 나쁘다라는 것은 심리적 요인일까요? 아니면 그냥 성격적 요인인걸까요? 쥬데카 잘생겼는데!! 8ㅁ8 아무튼 바로 달리기 연습을 할 정도라면 상당히 노력가라는거군요!! 1등이 가능해! 쥬데카!! (야광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 수위를 잘 지켜주셔서 매우매우 감사해요. 여기는 15금이니까 그 안에서만..(속닥속닥) 아무튼 쥬데카는 지금 이 싸움에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로군요. 생각해보면 그게 맞을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으로서는 이런 싸움에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으니까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8ㅁ8 선인장을 기르는 쥬데카라. 그렇다면 그 모습을 한번 보고 싶은데. 로벨리아가 선인장을 키워보라고 하면서 선물해주면 키우나요? 잘 관리하나요? 나른 신경 쓰나요? (궁금) 으앙...하지만 쥬데카. 고백 이제 성공할 수 있는데! 포기하지 마!! 아무튼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또 귀여운 것 아니겠나요. 음. 그리고 쥬데카는 확실히 임무에 철저한 이로군요. 뭔가 진짜 가디언즈에 모든 것을 다 바쳤다는 느낌이에요. 자신의 주관이나 그런 것조차도 말이에요..
애칭인 로로라는 단어는 아직 익숙하진 않았다. 언젠간 익숙해지기야 하겠지만 아직은.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제 연인이 자신에게 준 것 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고 느끼면서 아스텔은 별 말 없이 자신에게 안기려고 드는 레레시아를 팔로 검으면서 살며시 안아주었다. 입맞춤을 할까도 싶었으나 이곳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좋건 싫건 자신와 그녀. 그리고 더 나아가 에엘바이스에 소속된 이들은 가디언즈에서 특히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최정예로 뽑은 이들이기에 특히나 더. 오로지 제 것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그는 그녀를 그렇게 안아주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은 너무 미안한데. 요즘은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이대로만 간다면 간부 클래스로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옛날처럼 그렇게까지 시간에 쫓기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테러리스트가 날뛰지 않는 한."
사실 말이 좋아 비번이지. 지금도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그러니까 레지스탕스들이 무슨 소동을 부리거나 움직이는 순간 위치상 비번이 끝나고 바로 제압하거나 토벌하기 위해서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리고 그녀도. 그렇기에 적어도 오늘 하루는 레지스탕스들이 날뛰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스텔은 레레시아를 달콤한 향기와 그녀의 옷차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꽤나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다시 입을 조용히 열었다.
"...잘 어울려. 예쁘고. ...나만을 위해서 해주는 옷차림이라면 더더욱.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도 너에게 페션을 좀 배워야겠어. 나름 공부하고 있고 익히고 있지만 전문가에게는 못 당하는 법이니까. 오늘도 한 번 더 반했어. 시아."
그녀의 애칭을 살며시 불러주면서 그는 그녀를 품에서 살며시 놓았다. 뒤이어 그녀의 제안에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녀를 뿌리치거나 하는 일 없이. 오히려 팔을 감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일단 뭐라도 먹자. 그 레스토랑으로 가서 말이야. ...룸을 하나 빌려서 우리 둘이서만 조용히 먹고 싶어. ...뭐, 여유가 생긴다면 레스토랑의 그 빌린 공간 안에서 춤이라도 추자. 이래보여도 최근 여유가 생겨서 꽤 연습했거든. 이제는 널 충분히 리드할 수 있어. 마음 같아서는... 널 그대로 공개적인 자리에 세워서 비능력자들과 말 잘 듣는 모범 세븐스에게 내 여자이며 나는 네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간부 클래스로 오르고, 정식으로 너를 파트너. 그러니까 부관 비슷한 느낌일까. 그것으로 올릴 수 있다면 그때쯤."
살짝 장난스럽게 말을 마치면서 아스텔은 살며시 그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면서. 굳이 빠르게 갈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녀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레스토랑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테러리스트가 말한 적이 있었지. ...네가 딛는 길은 피로 물든, 그야말로 파멸하는 길일 뿐이라고. ...정말 웃기는 일이야. ...파멸을 하는 것이 대체 누구라는건지.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한 그 녀석들을 상대한 것 때문인지. 오늘은 좀 더 길게 지내고 싶어. 괜찮을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몸살 기운은 확실히 있는 것인지. 조금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것 같네요. 큭!! 지금 상태에서 이어봐야 뭔가 컨디션이 더 나빠질 것 같아서..이후의 답레는 내일 이어도 될까요? 레레시아주. 아니. 물론 바로 간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지금 상태에서 이어버리면 너무 텀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주륵)
>>269 에유 쥬 진단... 어째서 이런 시련이...(털썩) 스스로를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안타깝잖아..🥺 잡생각으로 가득한 건 둘째치고 큰 의미를 지니고 거울을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에유 쥬의 자존감은 둘째치고 주체성이 아예 국가에 소속된 느낌.. 자기 자신이 희미하고 스스로를 하나의 소유물 취급하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계주 주자 확정도 노력도 노력이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라는 적폐해석이 있어......는.. 나 여기 누울게 응.. 약속까지 하고 자냐고요 이.. 말랑고양이야 뒷말 보고 죽었다 ㅇ<-<
흐으으음... 자신도 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지 않아하는 것도 내심 보이는 것 같고... 식물 잘 못 기르는거 귀엽잖아... 에픽 뮤직이면 테마곡에 딱이긴 한데.. 성가-찬가인데 호러틱하면 사비가 불협화음 위주인 걸까..🤔 라틴..어..(비명) 뭐랄까 그 그 뭐야 그... 닼소3 엘드리치 테마같은 느낌인가요(?
뭐랄까.. 질문도 너무 맛있는데 포인트 집자면 사랑에 빠졌을 때 대상에게 어울릴지 고민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이쪽 쥬는 자존감이 낮은 느낌.. 무의식적인 행동 진짜 귀여운데 어떡하지.. 장미 향수.. 기억해주세요...(대체)
풍경이 중요하지 않다.. 계속.. 응. 첫 진단부터 말하는 건데 쥬는 자존감도 낮지만 스스로를 도구로 생각하는 느낌..
>>278 이미 제 자리의 옆에는 물병과 물컵이 있답니다! 위에서도 썼지만 1박 2일로 같이 논 친구가 지금 코로나 양성 판정이 떠서 저도 일단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대기하고 있기에. 내일 일어나서 상태가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좋을 것 같네요. 일단은 음성이긴 한데. 흑흑. 힘내라. 내 몸!!
>>273 아무래도 심리적 요인이 크죠, 이셔와의 일상에서 언급했던 텅 빈 검은 눈은 꼭 타인이어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으음 그리고 지쳐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투력적인 부분에서 압도적이질 못하니까 항상 힘겹고 그에 따르는 피로감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치만 지금 가디언즈는 에델바이스라고 특별취급 해주고 있으니 복지로 잘 쇼부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내 복지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직접 기를 확률은 좀 낮고, 누군가 선물을 해준다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쓸 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기를 듯! 으음 그리고... 적어도 이 쪽의 쥬는 가디언즈라는 점에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경제적으로 풍족하기도 하고, 변변찮은 직업도 찾아내기 어려운 세븐스인데 좀 분에 넘치는 수준으로 대우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274 ㅋㅋㅋㅋㅋ그건 안돼요!! 캡틴이 눈물을 흘리게 되어버려 으음 확실히, 그 끝이 나락에 가깝다는 생각은 드네요. 아닌가? 가디언즈가 승리하는 세계선이라면 또 모를 거 같은데... 아니지 결국 팽 당할지도...
>>277 사람이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유 쥬는 그 방식이 가디언즈, 간신히 평균, 노력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둔재, 에델바이스이나 어째서 에델바이스인지 의심을 받는. 이런 게 섞인 셈이라서... 자존감이 낮긴 합니다만 그래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요. 뭐가 있어야 상하지(...)
에유 쥬는 뭔가 많이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본인이 쏟는 노력만으로도 힘에 부쳐서 다른 것까지 할 여유가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만약 여유가 있다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닌데 또 정작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렇게까지 바쁜가? 싶은... 오, 음, 다크소울 계열의 음악과 유사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정확히 이거다! 싶은 건 생각 안 해봤지만요.
덤이라면 덤이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로 눈이 마주치거나 한다고 해서 시선을 돌리진 않습니다. 이미 사랑을 자각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장미 향기는 기억해두겠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도구같은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아 뿌듯하네요. 에유 쥬도 결국은 본편 쥬가 돌아서지 않았다면~ 이라는 느낌이니까 도구처럼 굴려졌다는 게 어느 정도 속성이 됐다고 보면 될 것도 같고?
>>278 그건...(눈치) 안됩니다...캡틴의 눈에서 슬픔이... 딱 정해져 있다기보단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들 중에 경건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음악들이 꽤 있어서요. 살짝 비트는 느낌으로 해 봤습니다 ;)
소중한_물건을_잃어버렸을_때_자캐의_반응은 일단 전제사항.. 에유이셔든, 본편이든 소중한 물건을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 뺏는 등 고의로 잃는 순간이면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반응을 보일 거야.. 응. 본편이면 한번은 돌려달라고 경고하겠지만 에유는 그런 거 없이 염력으로 상대방 집어 던지고 본다...
그리고 물건을 잃었을 때 건드리면 에유이셔는 역정을 내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화를 내는데, 평소에는 절대 쓰지 않던 천박한 어휘까지 뱉어내는 정도고. 어떻게 해야 이 어휘력이 좀 살아날까 고민을 해봤는데 에유이셔는 나긋나긋하잖아..? "물건을 잃어버렸지 뭐예요.. 찾는 것은 무리일까요. 내게 무리란 없으니 결국 찾아내겠지요." 같은 문장으로 표현해도 될 것을 "그 *발 개*망한(f**ked-f**kup) 상황 좀 작작 아가리로 처뱉지 말아요. 내가 지금 찾고자 하는 것이 네 거품 물린 입밖으로 튀어나올 문장만한 가치가 있었다면 얌전히 들었겠지만, 다음은 혀를 뽑아서 네 가족 두개골에 처박아 매달줄 알아." 같은 문장으로 변해버리는 마법..🙄 거기다 목소리까지 제법 앙칼져짐.. 눈도 홉뜨고 있고.
자캐의_감정기복은 그닥 크진 않아. 생글생글 웃다가 왜 안 웃어요? 웃으라고 농담한 건데. 라고 말해도 싸하게 정색 때리는 눈으로 쳐다보진 않고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정도. 그런데 이제 안 웃으면 그제야 싸하게 정색 때리지..
자캐랑_캠핑_간다면 제발 살려주세요(?) 는 농담이고 적당히 대화 많이 하면 얘만큼 괜찮은 캠핑 친구는 없지 않을까 싶고.. 얘가 많이 마모되고 빙글 돌아있긴 해도 하는 얘기에 맞장구도 쳐주고 그러면 어느 순간 모닥불 앞에 앉아서 맥주 한 캔 하면서 걸즈토크 하고 있을 듯.. 막.. 얘기하다가 연애고민 관련한 뒷담화 한번 나오면 "That's a mood..*" 이러면서 "그런 눈치없는 애들은 널리고 널렸다니까요. 눈치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럴 눈치는 있으면서 왜 들이댈 타이밍에 대한 눈치는 없대? 그게 눈새지. 아, 지들이 눈치 있는 줄 알아.." 로 밤까지 새울 자신 있는.. 그런 애..
* TAM: 청소년 여자 사이에서 100% 공감한다는 뜻으로 쓰는 은어, 아 ㅇㅈ이지 or 쌉인정 으로 해석할 수 있음
이스마엘: 289 오감중 가장 민감한 것 "글쎄요.. 맞춰볼래요? 무엇일 것 같나요? 지금 당장 경험해보는 건 어때요, 내가 오감 중에서 무엇이 민감할 것 같은지요." "농담이고, 시각이랍니다. 폐기를 기다리는 그 머저리와는 다르게요. 누구긴요, '그거' 말이에요. 비늘 달린 걔. 걔는 실패작이라.. 시각을 잃기 직전이거든요."
312 부모님 호칭은 어머니,아버지 or 엄마,아빠 "가란, 이죠. 아버지라 부르는 건 나도 싫고 그것도 싫어해요. 아니면 무엇이라 할까요, 충신? 신도? 제사장?" "아하, 친부모요."
이스마엘은 턱을 괴더니 눈을 흘겼다.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역겨운 괴물 새끼들. 하나는 총 맞아 뒤졌으니 나머지는 짝 잃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패배자 새끼라 할까요."
178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정도? "나는 단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어요. 내 말의 뜻을 이해하나요?" "아하.. 오만한가요? 그리 생각하세요. 모든 것은 결과가 보여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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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일정이 없는 날에 갑작스런 당일 약속을 권유받는다면?」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 시간은 비싸답니다. 내 사람이거나, 흥미를 이끌 수 있다면 수락하겠지요."
2.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다고 믿는지?」 "글쎄요. 어려운 말이네요.. 반은 그렇다고 믿고, 반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답니다. 그래요.. 정해져있지만.. 어떻게 일깨우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그리하여 나는 완벽하게 본성을 일깨웠으니. 다행일까요, 아니면 불운일까요."
3. 「길을 가다 "야!"하고 얻어맞았는데 모르는 사람이라면?」 "재밌네요. 정말 흥미로워요. 그렇지만 자비를 베푼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그렇죠? 나는 당신을 믿고 있어요.."
오히려 에유 이셔는 좀 더 그 나이대의 여자애 같은 느낌이 좀 더 강한 게 아이러니랄까...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올 수 있어서였을지... 그 때문인지 자제력 면에서는 본편 이셔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순수하다곤 하지만 이런 면에선 본편 이셔가 더 어른스러운걸?
의외로 가란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어하지는 않는군요, 친부모에 대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팔아넘겨진 부분에 대해서 상처받았고 그걸 간직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약간은 과장된 듯한 모습이 그걸 감추기 위한 부분일수도 있겠구나 싶고.
그러면서도 또 굉장히 부잣집, 귀족스러운 느낌이 드는 면도 있어서, 화가 났을 때 보여주는 모습과 반전되는 그런 느낌이 또 매력적이에요. 네가 감히? 라는 감정에서 유발되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덤이지만 만약 에유 이셔와 본편 이셔가 맞붙는다면, 높은 확률로 본편 이셔가 승리할 것 같긴 한데 초반엔 아마 압도당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뭐랄까 에유 이셔와는 세븐스의 사용 방향성이 좀 다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결국 쥐고 있는 목표나 각오가 차이를 가를 것 같아서, 많은 시간을 지나오며 부러질 뻔하기도 한 본편 이셔 쪽이 정신력에서 앞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반응.. 맛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자제심도 없는 편이지.. 특히 소유에 대한 집착은 이쪽이 더 압도적이니..(끄덕) 바로 눈이 돌아버린다고 해야하나. 천방지축 내 마음리 시키는 대로 사는... 그런.. 로판에서 보이는 흔한 악녀상..? 어 지능 모자라 어휘력 머선 일이야.. 이것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을 텐데 요즘 왜 이렇게 어휘력이 딸리지;
초반엔 에유이셔가 압도적이지, 응. 에유이셔는 방어나 원거리 투사 위주인 본편이셔와 달리 상대방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통제해서 제압하거나 움직임을 뒤트는 등의 방식을 채용중이고 실전 경험도 많으니까..(끄덕) 역시 에유이셔 개박살 함 나보고 자기보다 더 많이 다친 본편이셔가 후들대긴 하지만 서 있는 거 보면서 악지르다 쓰러져봐야...(아님)
말도 없이 멋대로 굴어도, 안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기는 팔의 감각이 그녀의 입꼬리를 좀 더 만족스럽게 올려준다. 아.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사람. 듣자하니 그는 가디언즈 휘하 시설의 '고독'이라는 실험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라고 했다. 강하니까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았기에 강하다는 어느 말처럼, 아스텔, 임무에 나가서 본 그는 강했다.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모습은 고고했으며 동시에 아름다웠다. 그만큼 대우를 받는 그는 가디언즈라면 누가 보기에도 눈부셨다. 그리고 그녀는 욕심이 꽤나 많은 편이었다.
"미안하긴- 자기를 하루종일 잡아놓는게 잘못이지, 자기 잘못은 아니잖아? 눈치 없이 날뛰는 테러리스트들이 문제지."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아. 그녀 역시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렇게 말했다. 기껏 꾸몄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소환당하면 억울해서 모조리 (삐-)해버릴 거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 그가 그녀를 바라보자 기대 어린 표정을 하고 눈을 깜빡깜빡 하다가, 예쁘다며 애칭을 불러주자 베시시 웃었다. 곱게 휜 눈매부터 뺨까지 엷은 분홍빛이 번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로로 만날 때 밖에 없는 거 알면서어. 응? 그럼 다음에 같이 옷 사러 가야겠네-"
아직 오늘도 시작일 뿐인데 벌써 다음을 기약하는 건 그만큼 건재할 거란 그녀의 자신감이었을지. 아스텔이 팔을 풀자 자연스레 물러났다가 같이 팔짱을 끼며 그 옆에 꼭 붙었다. 일단 뭐라도 먹자는 말에 알았다며 단말기를 꺼내 가고자 하는 레스토랑에 예약을 넣다가 들려오는 말에 키득거렸다.
"그럼 느긋히 있을 수 있는 넓은 룸으로 예약할게. 어머. 자기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 살짝 설레는거 있지. 음. 날 그런 자리에 세우려면 자기가 간부가 되는 것보다 어머니한테 허락을 받는게 먼저일 걸? 자신 있을까나? 라라도 적잖게 방해할 텐데?"
감당 가능하겠어? 아스텔처럼 장난스레 말한 그녀도 같이 템포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예약을 마친 단말기는 얼른 코트 주머니에 넣고 남은 손도 그의 팔을 꼬옥 잡는다. 하얀 손이 얌전히 그의 팔을 잡고 있다가 슬쩍 움직여 그의 턱선을 손끝으로 쓸었다. 그런 말과 함께.
"자기 말대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 한 것들의 짖는 소리 따윈 잊어버리자. 아무 의미도 없잖아? 뭐, 덕분에 자기가 그런 귀여운 소리를 하니까 조금은 가치 있을 지도."
키득키득. 웃으며 턱 쓸던 손 슬그머니 아래로 내리며 그의 니트 위를 길게 지나간다. 손톱 하나하나 가지런히 정리된, 흉이나 흠집 하나 없이 새하얀 손이 하얀 니트 끝자락에서 똑 떨어져 다시 그의 팔을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든 그녀가 괜시리 소곤소곤 속삭였다.
"있지- 나 최근에 잠옷 새로 샀다? 고양이 잠옷인데, 이따 로로 방에서 보여줘도 돼?"
좀 더 길게 같이 있고 싶은데 괜찮으냔 물음에 새로 산 잠옷 얘기를 하는 의도는- 그도 남자라면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놀리려고 저렇게 순하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건지. 그의 팔을 더 가까이 잡아 그녀의 몸에 꾹 붙이는 것도 참 그렇다. 그러면서 느긋하게 걷다보면 나름 규모가 있고 분위기도 있는 레스토랑이 근처에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287 오오 에유 이셔 진단.. 왠지 읽을 때마다 마음 경건하게 하고 읽게 된다... ㅋㅋㅋㅋ 감자기 훅 들어와도 놀라지 않게 하려고 이러?나? 같이 캠핑 갔을 때 코드만 잘 맞으면 대화 잘 할거라는게 의외라면 의외네~ 본성을 완벽하게 깨운게 행운인가 불운인가... 아야...(?) 길가다 갑자기 친 놈은...조용히 X를 눌러줘야지...
아니 영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촌.. 갱얼쥐 소중하게 쓰다듬다 물리는 거야..? 엄호해준다니 대박이잖아 진짜 미군맨 어쩔거야 최고다..🥺 총 맞은 자리랑 관절 쑤시는데 진흙탕 질주는 못 참냐구 안되겠다 무면허 이셔랑 비 오는 날 저승체험 하러가자(?) 스턴트랑 총기리뷰랑 락 음악 어울리잖아~ 밈도 어울려.. 악역.. 그렇지.. 여기 다 어떻게 보면 악당이니까..(끄덕)
아 근데 진짜 너무.. 너무 하찮고 뜬금없는 썰 생각났는데 레이 삼촌... 강아지 신나게 쓰다듬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길고양이랑 일기토 뜰 것 같아.. 아닌 냥이와의 혈투...
"...주어지는 임무보다는 어렵지 않겠지. 적어도 목숨 걸 일은 없을테니까. 아무리 내가 싫어도 목숨을 끊으려고 하진 않을테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스텔은 레레시아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절대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여기가지 자신이 어떻게 올라왔던가. 정말 죽어라 이를 악물고 올라왔었다. 주어진 임무를 철저하게 수행하고 후한이나 뒷탈이 없도록 철저하게 짓밟을 이들은 짓밟으면서 잔혹한 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지 않았던가. 그런 것에 비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녀를 자신 쪽으로 살며시 붙이려고 하면서 아스텔은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반대편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면서.
"...잠옷을 지금 입고 나온 것은 아닐테니까 방으로 갔다가 돌아와야할텐데 가능하겠어? ...라라시아나 다른 이들이 반대할 것 같은데. ...시아에게 문제가 없다면 난 좋아. 대신 들어오면 그 날 네 방에는 못 돌아가겠지만."
그녀의 도발 아닌 도발에 아스텔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대답했다. 제 연인이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자신이 꺼릴 이유가 뭐가 있을까. 단지 그녀의 가족이 난리를 부리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은 없었다. 허나 그건 나중의 이야기. 지금은 더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아스텔은 그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저기 맞지? ...여기도 다 오게 되고. 너와 사귀게 되면서 이전에는 한 적이 없었던 체험 등을 많이 하게 되네. ...늘 고마워."
조용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머금은 그는 그녀를 데리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의 종업원이 세븐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아스텔은 주머니에 넣어둔 가디언즈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꺼냈다. 갑자기 확 바뀌어버리는 이중적 태도를 바라보며 이내 아스텔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븐스가 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을 지키는 존재인 가디언즈로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참 이런저런 생각이 났으나 불만은 없었다. 그게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이 세상의 규칙이었다. 더 나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아스텔은 다른 세븐스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동료, 연인, 이 부류를 제외하면. 자신이 그 지옥에서 구를 동안 구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는데 왜 자신이 다른 이들을 생각해야한단 말인가.
"...가장 조용한 곳으로. 그리고 주문을 하거나 하기 전까진 아무도 오지 않게 해주세요. ...여자친구와 둘이서 조용히 식사를 즐길 생각이라서."
종업원에게 그렇게 요구하며 아스텔은 이내 종업원이 안내하는 방으로 천천히 걸었다. 자신의 팔을 잡고 있을 레레시아를 놓지 않겠다는 듯, 일부러 팔에 힘을 주면서.
/왜 이 시간에 답레를 올리냐...라고 한다면 캡틴이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흐릿) 1주일간 강제 격리에요. 그래서..일은 어차피 못하고.. 그렇다고 몸이 아프고 쓰러지는 것도 아니고.. 물론 다리 부분에 조금 몸살 기운이 있긴 한데 목이 아픈 것도 열이 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어쩔까 하다가 답레를 남겨요!! 일단 양성 판정이라서... 어떻게 될까 싶지만 스토리는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할 생각이에요! 물론 증상이 심해져서 이건 좀 힘들겠다 싶으면..그땐 양해를 부탁드려요..흑흑흑..(털썩)(죽은 눈)
아니었으면 했는데... 결국 예상대로 되었군요. 😥 지금은 괜찮아도 점점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요. 오미크론이라면 인후통이 심할 테니까, 인후통 약을 추가로 받는 것도 생각해두고요. 또 가능하면 자주 가글 하세요. 그래야 아침에 일어날 때 덜 고통스러울 거예요.
어후. 자다가 일어나서 갱신이에요!! 두 분 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일단 약을 먹어서 그런지 지금은 아픈 것이 전혀 없네요. 몸살기운도 지금은 더 안 느껴지고요. 일단 내일이 고비라고는 하니까 내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튼 캡틴은 간만에 낮잠도 자고 푹 쉬고 있어요!
그녀의 어머니와 라라시아의 허락을 받는 걸 임무에 비교하는게 어찌 보면 살벌하지만 그녀에겐 담담히 말하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어쩜 매사가 이토록 칼 같은지! 누군가는 그가 임무 수행하는, 혹은 공사 철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고독' 출신이라느니 사람 맞냐느니 입방아를 찧어대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녀의 귀에 걸리는 이는 혓바닥이 녹아내려 다신 그런 소리 할 수 없게 되었더란다.
의도 어린 손짓과 장난스런 말에도 아스텔은 말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무언의 허락인걸까. 싶었는데 오면 그 날은 못 돌아갈 거라고 하길래 그녀는 재차 키득였다. 귀엽다니까 정말.
"반대하면 어쩔 건데? 내가 가겠다는데. 괜찮아 괜찮아- 로로야말로 오늘 밤은 잘 생각 않는게 좋을 걸?"
고양이는 야행성인 거, 알지? 그의 걱정은 전혀 문제 될 것 없다는 듯, 가볍게 재잘거린 말은 그의 남심을 간질이기에 충분했을까. 이번에도 그런 의미 아닌 척 생긋 웃는 얼굴을 하는 그녀였지만.
느긋히 걸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금방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같이 안으로 들어가며 그녀에게 고맙다고 하는 아스텔에게 그녀도 똑같이 미소로 답했다. 레레시아야말로 함께 온 이가 아스텔이라서 뭘 하든 좋은 것이었으니까.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확인 운운 하는 바람에 고운 미간이 살짝 찡그려질 뻔 했지만.
"보호받지 않으면 여기 있지도 못 하는 무능 주제에."
가디언즈의 신분증을 보자마자 태도가 돌변하는 종업원을 차가운 눈으로 보며 그녀는 가감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세븐스와 비세븐스로 나뉘지 않았다.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인간과 그렇지 못 하는 인간. 그 두 부류로 나뉘었다. 세븐스라도 정부에 협력하며 기여하면 가치 있는 자가 되고, 비세븐스면서 그저 보호 받기만 하는 자는 실험실의 실험체만도 못한 존재다. 이 종업원도 그렇다. 가디언즈가 비호하는 도시이기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을. 평소라면 손톱 하나 쯤은 세웠겠지만 데이트 중이니 관두기로 한다. 주제를 알았으니 알아서 하겠지.
아스텔의 요구에 종업원이 안내를 시작하자 같이 걸어간다. 그녀를 힘주어 안는 그에게 호응해 더욱 꼬옥 팔을 끌어안으면서. 하얀 대리석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긴 복도를 걸어가 가장 안 쪽의 룸으로 안내받는다. 식사와 티타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룸인지 양쪽에 별도의 테이블과 좌석이 각각 놓인, 식사만 하기에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넓지만 단조롭고 조용한 방이다. 그 방으로 안내한 종업원은 호출은 벨을 눌러달란 말을 끝으로 룸의 문을 닫으며 돌아갔다. 장식인 창문 대신 부드러운 조명으로 밝은 룸에 그녀와 그만 남게 되자 그녀는 살며시 그의 목에 팔을 둘러 안기며 괜시리 작게 소곤거렸다.
"사랑하는 자기야. 나 지금 뭐 하고 싶게?"
뭐냐고 해도 가벼운 입맞춤 정도를 원하는 것이었지만. 무릇 연인이라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간질간질하게 굴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아스텔 못지 않게 가혹하다 냉혈하다 평을 듣는 그녀이지만 그건 그녀의 범주 외의 것들에게나 그런 것이었으니. 지금은 그저 꿀 떨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응? 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별도의 테이블과 좌석이 놓여있는 룸 안은 그야말로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 자체였다. 원래라면 세븐스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공간이었겠지만 가디언즈라는 것 하나 때문에 이런 방이 허락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우스울 나름이라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다음에 로벨리아와 에스티아에게도 자매끼리 나란히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권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방을 눈으로 바라봤다. 조금 사치스럽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다.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릴 수 있는 것이 좋았으니까.
한편 제 목에 팔을 두르면서 뭐하고 싶은지 맞춰보라는 레레시아의 말에 아스텔은 눈길을 레레시아에게 돌렸다. 제 목에 팔을 두르는 자세에서부터 이미 뭘 원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바로 줄지, 아니면 모르는 척 넘겨버릴지의 차이점이 있을 뿐이 아니겠는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던 아스텔은 이내 고개를 아래로 내려 그는 그녀의 달콤한 입술 위에 제 입술을 살며시 겹쳤다. 이어 잠시 그 자세로 조용히 있다가 입술을 떼어낸 후,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이야기했다.
"이거 아니야? ...아니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거로 생각해줘."
항상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름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을 하나 망설임은 없었다. 이내 그녀의 등에 두 팔을 감아 끌어안으면서 입술을 방금전보다 조금 더 진하게 맞췄다가 떨어뜨리면서 아스텔은 눈을 감았다. 조금 더 길게 제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남겨버린 후, 떨어뜨린 이후, 그는 자리로 천천히 향했다.
"옆에 앉을까. 우리. 굳이 마주보면서 앉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건 그렇고 메뉴가 꽤 다양하네."
가만히 메뉴판을 바라보면서 뭘 먹으면 좋을지를 생각하던 그는 스테이크에서 눈길을 멈췄다. 간만에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레레시아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여기 이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먹어야겠어. 레드 와인을 추가해서. ...시아는?"
아마 그녀가 대답을 하면 그는 바로 벨을 눌러서 주문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레스토랑까지 왔는데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느긋하게 식사를 먹으면서 데이트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다고 쳐도 상당히 우습지 않아? 원래라면 세븐스인 너와 나는 이곳에 있을 수도 없었겠지만 이렇게 있으니 말이야. ...가디언즈로서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세상이 참 우습긴 해. 고작 가디언즈라는 것 하나 때문에 이렇게 대우가 달라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물론 내가 알 바는 아니긴 하지만. ...동료와 너. 내 주변 이들만 잘 지내면 그걸로 족하긴 해."
일단 집에 들어와서 격리에 들어갔고 약을 먹고 낮잠을 좀 자서 그런지 몸은 괜찮은 편이에요. 아침에 느꼈던 몸살 기운도 지금은 느껴지지 않고요. 하지만 일단 방심하진 않고 최대한 몸 상태를 체크 중이에요! 타이레놀도 사뒀고 이것저것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먹을 것도 좀 확보해뒀고... 열은 안나고 코막힘도 없답니다. 가래가 조금 있긴 한데 이건 뭐 어쩔 수 없을 것 같고요. 결론은 괜찮답니다! 아직은요!
뭐 하고 싶게? 그 말을 하고 그녀는 얌전히 기다렸다. 아스텔이 무심해보여도 그녀를 세심하게 지켜본다는 걸 알고, 이 정도 신호는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니까. 어둠이라곤 일말의 가닥도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금안이 아스텔을 오롯이 바라보다가 그가 고개를 숙이자 살풋 눈커풀을 내린다. 그리고 가벼이 겹쳐지는 입술. 젠틀한 입맞춤 만으로도 그녀에게 만족스러웠지만. 그 이상을 거부할 이유도 없었지.
"귀엽긴. 응. 부디 원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그의 말에 염려할 필요 없다는 듯 속삭이고 다시 눈을 감는다. 등을 폭 감싸안는 팔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방금보다 진하게 이어진 입맞춤은 어느 선율보다 감미롭다. 입술이 떨어지고 고개를 무르는 그에게 발꿈치를 들어 짧게 쪽! 남기는 걸로 여운 아닌 여운을 마무리 짓는다.
짧은 한때가 지나고 그녀 역시 식사를 위한 테이블에 다가갔다. 마주보고 앉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옆에 앉자길래 그럼 더 가깝게 자기 무릎에 앉을까? 라고 농담을 하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 무릎 앉기를 해도 상관없지만 그건 식사 이외에 하는게 더 즐거울 테니 아껴두고. 앉아서도 옆에 기대 같이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어지간한 건 가족하고 자주 먹으니 새로울 건 없지만. 그래도 레스토랑이니 시그니처 메뉴를 즐기는게 좋겠지.
"음. 난 이 스테이크를 미디움으로 할래. 와인은 자기랑 같은 걸로. 스프랑 샐러드는 셰프 추천으로 하자."
풀코스를 즐기는게 아니어도 전체요리 정도는 있어야지. 그렇게 메뉴를 정하고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부른다. 이번엔 알아서 눈을 내리깐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자 뭐 형식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런 건 됐고. 종업원이 공손히 나간 후 그녀는 아스텔의 어깨에 기대 손을 만지작거리며 종알댔다.
"고작 가디언즈라서 보다, 우리가 세븐스면서 그만큼 세상에 가치 있는 존재니까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봐. 자기는 그 힘든 시련을 극복한 걸로 가치를 증명했고. 나는 어머니의 자식이긴 하지만 나름 말단부터 시작해 실력으로 증명했지. 그런 우리니까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고 있는 것 뿐인 거야."
비능력자를 보호한다면서 거기에 세븐스를 기용한다는 것부터가 세븐스의 가치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다소 가디언즈의 사상과는 동떨어진 의견이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실력과 결과를 우선하는 가디언즈에서 그보다 확실한 증명이 또 어디 있을까.
"뭐. 나도 로로랑 가족이랑 에델바이스 말곤 관심 없긴 하지만."
작게 웃으면서 그의 말에 동감을 표하고 그의 손바닥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 간지럽히는 장난을 친다. 그리고 또 웃고. 그러는 사이 문이 똑똑 울린다. 트레이와 밀며 들어 온 종업원이 에피타이저인 크림스프와 약간의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에 올리고 나간다. 뭉근한 스프의 향과 싱싱한 샐러드가 입맛을 돋군다. 그녀는 음식이 나오고도 잠깐은 더 장난을 쳤겠지만. 곧 스푼을 들며 식사를 시작했겠지.
딱히 자신의 무릎에 앉혀도 상관은 없었으나 그러면 아무래도 구도상 밥을 먹기는 조금 힘들었다. 물론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각자의 자리에 앉는 것보다는 훨씬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자신의 무릎은 다른 때에 그녀에게 내주기로 하면서 그녀가 먹고자 하는 것을 들으면서 아스텔은 확실히 자신과는 다르게 뭔가 이것저것 많이 안다는 것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열등감을 느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출신으로만 따져보면 같은 라인은 아니긴 하나 지금은 같은 선이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을 마친 뒤 자신의 어깨에 기대는 그녀의 행동에 맞춰 아스텔은 살며시 자세를 조정해서 그녀가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들려오는 그 말에 아스텔은 아주 작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맞는 말이야. 물론 어떻게 보자면 가디언즈의 사상과는 조금 엇나간 것도 있지만... 가디언즈의 사상을 지키고자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가디언즈의 사상을 지키고자 가디언즈에 있는 이들도 있을테고 아스텔은 딱히 그런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그렇다는 것이었을 뿐. 그리고 그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스텔은 그녀의 손장난을 받아주다 살며시 깍지를 끼면서 꼬옥 잡았다. 그러다 손을 풀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살며시 더 다가간 후에 그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솔직히 말해서 가디언즈에 들어온 것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 너도 알다시피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이를 죽여야만 했으니까. 아무튼 그 결과 여기로 들어온 것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널 만난 것만으로도 여기에 들어온 보람은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확실하게 진급을 하게 되면, 그땐 널 데리러 갈 거니까."
그 기한이 그렇게 길진 않을터였다. 물론 당장 내일모래 일은 아니었으나 마냥 기약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조금 더 노력하고 실적을 보이고 실력을 보이면 반드시 오를 수 있으리라.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은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무튼 크림스프와 샐러드가 올려지자 아스텔은 그녀를 살며시 놓아주며 식사를 시작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맛. 그리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라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자신이 배운 테이블 매너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식사르 조용히 즐겼다. 그 모습이 어설픔이나 서투름은 보이지 않은 고고함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샐러드를 포크로 집어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가서 먹여주기도 하면서 아스텔은 입을 열었다.
"...차후에 같이 살고 싶은 곳 있어? 뭐, 당장은 아니지만 일단 시간이 나면 알아볼까 싶어서."
그녀가 어깨에 기댈 적,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그가 자세를 고쳐주었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만큼 더 편안히, 꼭 붙어서 서로에게만 들리도록 대화할 수 있었으니 좋았지. 그에게 기대어 그녀들이 가치를 증명했기에 지금을 누릴 수 있는 거라 말하니 작은 웃음소리 들려온다. 이내 그녀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는 말도 들려오자 예쁜 웃음이 조용히 피어났다.
"역시 자기야. 난 자기랑 얘기할 때가, 으응?"
깍지 낀 손을 조물거리며 생각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그와 대화할 때가 제일 좋다고 말하려는데. 그녀의 어깨에 손이 닿으며 아스텔과 거리가 더 좁혀진다. 이번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깜빡깜빡한다. 그런 중인 레레시아의 귓가로 들려오는 다정하면서도 소유욕이 확실히 엿보이는 말에 심장의 뻐근함과 등허리 오싹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자기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이미 말 했는 걸?"
그러니까 얼른 데려가 줘. 그가 놓아주기 전 그녀도 작게 속삭였다. 얼마든 기다릴 수 있지만 그래도 빠를 수록 좋은 법이다. 그리고 여기가 레스토랑 아닌 그녀의 혹은 그의 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움의 입맛을 한 번 다시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의 테이블 매너도 일품이었지만 아스텔 역시 그녀 못지 않았다. 서로 색체는 달라도 행동거지는 잘 어울렸다. 그가 샐러드를 내밀어주자 그녀가 얌전히 받아먹으며 눈웃음을 짓는다. 상큼한 드레싱일텐데 누가 꿀이라도 부은 것처럼 혀끝이 달달하다. 그만큼 간질거리기도 하고.
"음- 야경이 보일 만큼 높은 층이거나.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도시 바깥의 어딘가라거나?"
나중에 같이 살 집에 대해 묻길래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녀도 그녀 나름 바쁜 몸이었으니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얼른 머리를 굴려서 대강 대답을 하고 빈 접시에 스푼을 내려놓는다. 냅킨으로 가볍게 입술을 정돈하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나도 시끄러운 건 싫으니까. 소음이 적은 구역이라면 좋을까나. 뭐, 세상 어딜 가도 라라가 간섭하지 않을 곳은 없을 테니. 둘이 있을 땐 조용하고 차분히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좋아."
소음은 일을 하며 가끔은 고막이 터질 만큼 듣고 있으니 말이다. 라라의 질투 섞인 투덜거림 역시. 그러니 둘만 있을 곳 만큼은 조용한 곳이 좋다고 대답을 확실히 한다. 나중에 도시 바깥에 작은 별장도 있으면 좋겠다던가. 하는 얘기도 하고. 그렇게 에피타이저를 마무리할 쯤 그녀가 그런 말을 꺼냈다.
"좀 전에 로로가 그랬잖아. 가디언즈에 들어온게 기분 좋지는 않지만 나를 만난 것만으로도 들어온 보람이 있다고. 그거 나도 그렇다? 나는 나면서부터 가디언즈에 속해 있었지만. 어머니가 이미 가디언즈였으니까 거기 딸린 부속품에 불과했단 말야. 나름 쓸모 있는 세븐스를 가졌으니까 그렇게 키워졌고 내가 가진 세븐스로 실적을 쌓는 것 말곤 관심이 없었어. 그러다 에델바이스에 배치되고, 로로를 만나면서부터 겨우 제대로 살고 있구나 싶어졌어. 로로가 내 옆에 있어서 비로소 내가 나로서 여기 있을 수 있다고 느껴. 동료이자 연인이자 여자로서 말야."
차분히 얘기를 하고 생긋 웃는다. 이럴 땐 장난도 안 치고 얌전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일부러일까. 그러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듯 하자 뭐 그냥 그렇다는 거야- 라며 별거 아닌 듯이 구는 것도.
작게 속삭이는 얼른 데려가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간부 클래스로 진급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실적과 실력, 그리고 다른 기타 요소들도 많이 필요했다. 당분간은 임무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아스텔은 그 정도로 대답을 마치면서 말을 마무리지었다.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임무에 충실해야 할 동기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샐러드를 먹는 것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소리없는 미소를 짓던 와중 그녀의 대답이 들려오자 아스텔은 이내 냅킨으로 자신의 입술을 정리했다.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 소음이 적은 구역. 적어도 도시 내에서는 조금 힘든 편이었다. 일단 나중에 천천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비번이 언제였는지를 아스텔은 생각했다. 그 날은 시간을 내서 부동산에 가서 미리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어떤 위치에 뭐가 있는지를 파악하리라. 머릿속 계획을 마치면서 아스텔은 이내 마저 스프를 천천히 먹으면서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적어도 내 존재가 내 생각보다 너에겐 큰 것 같으니 말이야. ...물론 점점 더 키울 생각이지만."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고, 자신은 제 연인에게 집착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인간관계가 있고 살아가는 삶이 있었으니까. 허나 그 와중에 제일 크게 남겨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그렇게 말을 남기는 와중 노크 소리가 들렸고 또 다시 종업원이 들어왔다. 스테이크와 와인이 자리에 하나씩 놓여졌고 종업원은 즐거운 식사 시간 되라는 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얼핏 봐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스테이크가 참으로 맛있을 것 같아 아스텔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허나 그 전에 와인부터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천천히 자신의 잔과 그녀의 잔에 와인을 채웠다. 붉은 포도빛 와인이 잔 안에서 출렁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스텔은 잔을 들어올렸다.
"...건배 하자. 우리. 건배하고 스테이크 좀 먹다가 춤이라도 한 번 추자. ...이젠 나도 널 완벽하게 리드할 수 있으니 말이야. 나름대로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도 노력중이거든. ...뭐,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실력을 키워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자신의 잔을 그녀 쪽으로 살며시 향했다.
헤베 엥엘의 삶은 풍족했지만, 그녀의 가치는 고작 2달러 75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어린 헤베가 셈해본 결과,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Rich's의 초콜릿 퍼지 하나를 사고 25센트가 남는 가격에 불과한 것이다. 차라리 비싼 값이었더라면 납득하고 가족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을 텐데! 헤베의 가치가 정립된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 수잔나 엥엘이 테러리스트의 저격으로 생방송 도중 사망하게 된 사건이었다. 수잔나의 남편이자 헤베의 아버지인 에르베르토 엥엘은 일찍이 헤베가 세븐스라는 이유로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아내의 죽음을 기회로 삼았다. 아내가 죽은 첫날에는 처음으로 그녀를 품어줄 듯 굴더니, 점차 헤베가 아내를 죽인 테러리스트와 같은 세븐스이고,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끊임없이 설명했다. 현 사회의 시점에서 옳은 답을 정해놓고, 스스로 인정하며 굴복할 때까지 계속해서 되묻는 나날이 지나 끝내 오늘, 그런 괴물인 헤베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그가 몸담던 세븐스 투기 도박 및 생체실험 연구소, 안식에 헤베를 팔아넘긴 것이다.
"사랑하는 헤베, 너를 사랑하고 싶지만 네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지 않니. 더는 네게 사랑을 줄 여유가 없어지는구나. 너는 위험한 세븐스니까. 우월한 유전자 사이의 실패작인 네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너무 두려워 말거라."
어린 헤베는 천대받는 가축을 밀듯 거친 아버지의 손길에 강제로 떠밀리더니 처음 보는 사람 앞에 섰다. 뒤를 돌아 아버지를 쳐다봤으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할 수 없었다. 모두 세븐스인 자신의 잘못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라 해도, 모멸찬 시선은 견디기 어려웠다. 눈이 마주쳤을 적 에르베르토는 형용하기 어려운 역겨움을 느꼈는지 단박에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세븐스의 값 치고는 비싸 기분이 나쁘다며 2달러 75센트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밖으로 나서버렸다. 헤베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허름한 옷자락에 시선을 고정했다. 불편한 침묵이 내려앉고, 헤베는 아버지가 어떤 곳에서 일했는지 곰곰이 되짚었다. 사형이라는 말은 이따금씩 들었다. 자신은 세븐스니, 아마 여기서 죽지 않을까? 죽음의 공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헤베가 눈을 내리깔자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났다.
"네 아버지란 사람 밑에서 오래도 견뎠구나." "……." "아가, 고개 들지 않겠니?" "아빠가.. 세븐스는 비능력자 앞에서 고개를 들면 안 된댔어요." "저런, 네 아빠가 국가의 사상을 빨아대는 소리로 음험한 영상을 찍을 사람인 건 익히 알았지만 자기 유전자가 섞인 존재에게도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헤베는 강도 높은 욕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이 다가오자 다시금 질끈 감았지만 뺨 위에 손을 보드랍게 얹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감았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자 남성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기르기 시작한 은발의 머리 한 뼘을 끈으로 묶고, 자수정색 눈을 가진 남성은 아버지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아버지가 네게 뭐라 말하더니." "……." "괜찮아, 말해도 돼. 여긴 아무도 없잖니. 너는 말해도 되는 존재란다.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쳐도 되는 존재기도 하지." "……저는 엄마를 죽인 사람이랑 똑같대요." "저런. 괜찮다면 자세히 얘기해 주겠니? 힘들다면 얘기하지 않아도 좋단다." "저는.. 쓸모없고, 위험하고, 사람들은 다 저를 싫어하는데 여기는 좋아해 줄 거니 다행으로 생각하라 하셨어요." "오.. 네가 들을 말이 아닌데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남성이 헤베를 끌어안고 토닥였으나 헤베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대신 쥐가 기어가는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는 세븐스인걸요." "그게 뭐가 어때서 그러니? 쓸모없고, 위험하기 때문에 싫어한다는 건.. 아주 멍청한 짓이지. 아가, 알고 있니? 맹수는 보는 것 외엔 쓸모가 없어. 그렇지만 보는 것 하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는단다. 그럼에도 늘.. 원하는 사람이 있지. 그 매력에 홀려보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내가 보기에 너는 그런 아이로구나." "제가요?" "물론이지. 너는 누군가에게 선망받을 자격이 있단다. 그 역겨운 것이 가치를 몰라볼 뿐이야.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는데도 공포에 젖어 짖어대는 꼴이란……. 너는 많은 사람의 환호와 찬사, 사랑 속에서 살 수 있을 거란다."
처음 듣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사랑 속에서 살 수 있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세븐스와 환호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확고했다.
"그러니, 이름이 뭐니? 알려주지 않으련?" "……헤베 엥엘이요." "헤베. 아름다운 이름이구나. 헤베, 안식의 주인인 가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네 청춘은 시들지 않을 것이고, 네 인생은 지금부터 가장 위에서 내려다보게 될 것이며, 사람들은 네게 무한한 환호와 사랑, 찬사를 보낼 것이야. 내가 너를, 세상이 너를 귀히 여길 것이기 때문이지. 대신."
가란은 눈을 정확하게 마주했다. 아무도 자신의 눈을 마주쳐준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껏 배운 모든 것은 쓸모가 없을 거란다. 너도 잘 알고 있잖니? 네가 배운 것은 오로지 억압받고 눈치 보는 하찮은 삶이라는 것을. 나는 안단다. 너무나도 잘 알아. 네가 지금 벗어던져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벗어던져야 하는 것이요..?" "그래. 겉껍질. 너는 지금부터 이곳에서 마음껏 표출하고, 휘두르며, 손에 쥐어야 할 것이야. 누군가 욕을 한다면 참지 말고, 손가락질을 하면 하고픈 대로 하렴. 테이블 위의 찻주전자를 걷어차도 사랑을 받을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라는 뜻이란다." "……지금부터요?" "그래. 바라는 것이 있니?"
헤베는 우물쭈물 대다 천천히 입술을 오므렸다.
"이름을 바꾸고 싶어요." "이름을?" "제가 사랑받는 거 맞죠..?" "물론이지." "헤베 엥엘로 불리면, 엥엘이니까 사랑받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오, 아가. 물론이지. 물론이야. 그 이유라면 백 번은 더 바꿔줄 수 있단다." "그렇지만 미들네임은 헤베로 둘래요. 그러면 그 사람이 내가 사랑받는 걸 보면서 후회할지도 모르잖아요." "사랑받는 법을 잘 아는구나. 좋은 이름을 추려줄 테니 네가 정하려무나. 자, 이제 이런 더러운 지폐가 떨어진 곳이 아니라 좋은 곳으로 가자꾸나. 너를 위해 방을 준비했단다. 그 역겨운 천 쪼가리도 어서 바꿔 입어야겠어. 네 살에 닿을 것은 모조리 귀한 것이어야 할 테니."
가란은 헤베를 안아올리며 문밖으로 나섰다. 문을 나서자 허리를 깍듯하게 숙이는 정장 입은 사람들을 지나치고, 복도를 걸으며 거울 너머에서 헤베가 에르베르토를 쳐다보던 시선을 다시금 떠올렸다. 아이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포식자의 것임이 자명하던 그 시선을. 이스마엘은 복도를 지나치다 에르베르토를 마주했다. 에르베르토는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 무진 애쓰다, 이스마엘의 노골적인 비웃음에 이를 악물었다.
"한 대 치겠어요, 엥엘 씨." "무슨 소리. 지나가던 길이잖소." "어디 가시나요? 아하. 말하지 말아 봐요.. 알겠다. 아내분 묘지 가는구나. 그렇죠? 그래서, 아내분은요? 남편이 그렇게 지극정성인데.. 회임하셨대요? 그 정도면 회임하고도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헤베!!!"
이스마엘이 에르베르토를 무시하고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며 스쳐 지나갈 적, 에르베르토는 손바닥을 확인하고 끔찍한 혐오를 섞은 비명을 내질렀다.
견제와 타격을 겸용한 공격들이 쇄도한다. 방비 없이 휘말린다면 상당한 충격을 입을 테지만 무리 없이 피할 수 있을, 견제에 더욱 중점을 둔 공격이었다. 그러니 이렇게까지나 정면으로 돌파해 올 줄은 몰랐는데. 훈련 상황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과감하며 과격한 수다. 몸이 찢어지고 꿰뚫리면서도 날아드는 선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더욱 가라앉는다. 효율적인 싸움을 위한 훈련이었으니, 저것 역시도 속결을 낼 수만 있다면 효율이겠지.
부스터의 속력은 사람의 움직임보다 빠르고, 더군다나 급속히 날아드는 추진력에 반응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져 있었다. 칼을 세우기에도 늦었다. 충돌을 앞둔 짧은 순간, 회피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그는 그 대신으로 달려드는 선우의 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피해를 허용한다면 상대에게도 최선의 손해를. 능력을 덧씌워 전방을 향해 단단하게 뻗어진 반격의 기세가 적을 꿰뚫고자 하는 둔중한 기병창과 같다. 다만 달려오는 형세와 그 이후의 여파는 오롯이 상대에게 달려 있다. 이윽고 그는 묵직한 충격에 실려 나가떨어지고, 튕겨나가 몇 차례를 구른 모습이 이제야 피투성이다. 선우에게 당해 구멍 난 상처는 마찬가지로 얼마 가지 않아 수복되었다. 신음 정도는 낼 법도 한데, 그 잠시의 틈 동안 몸을 추스리고 다시금 자세를 잡는 모습은 지긋할 정도로 평상시와 같다. 츠쿠시는 조용한 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상처가 낫는다 해도 고통이 중첩되면 결국 몸이 둔해지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방법이군요."
https://twitter.com/ninjaryugo/status/1435544943943061504?s=20&t=R1VuBVEGtxkhqTqFumXSKA 츸시 무기는 대태도고 영상처럼 완전 짱 긴 모짜렐라인더소드로 유명하지~ 너무 길어서 등 뒤로 돌려서 온 몸으로 칼을 뽑아야 하는데 이게 로망이면서도 이렇게 번거로워서 싸움에 쓸만한가?라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이 영상은 일부러 동작을 천천히 보여주는 거고 숙련된 사람은 슈슉 슉 엄청 신속하게 뽑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전투좀비도 만들고 변신로봇도 만드는 미래 세계관에서 굳이 이 번거로운 발도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 거 있지... 그래서 굳이 뽑을 필요 없이 보검 발동하면 자동으로 검집이 사라지게 되어 있다는 설정이야~ 그리고 영상에 나오는 칼은 2m를 넘는다고 하는데 츸시 건 그것보다는 짧고~
하나만 풀고 얼른 자러 가...려고 했지만 >>388 히히 감사합니다 하나 더 풀어야지! 그럼 나머지 티엠아이는 뭘로 풀까~ .dice 1 4. = 3
쥬주도 어서와~~~!~!~!!! 아 아니 과제에 시달리고 있었냐구....😭 한입 먹은 거 다시 붙여줄 테니까 힘내....(?)
>>391 오.. 오오.... 오오오오와우...ː̗̀(ꙨꙨ)ː̖́ 로망 그 자체구나..!!! 맞아 전투좀비(훌쩍)도 변신로봇도 있는 세계관에서 번거로운 발도는 필요 없겠지.. 그런 거 생각난다.. 막.. 미국식 만화 같은 거..? 보면 대태도나 그런 등 뒤에 매고 있는 무기+뒷모습만 보여주다 적이 달려들면 잠깐 화면 암전되듯 하더니 적들 다 날아가거나 썰리는 모습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고 좀 스파이더맨 자세같은.. 그런 모습으로 깔끔하게 검 뽑아 이미 베어버린.. 그런... 그런 츸시 모습이 떠올라서 나 죽어..!!(폴싹)
츸시는 능력으로 검기 같은 것도 날릴 수 있잖아?? 설정상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검기 만들어서 날리는 것보다는 검이나 몸 같은 매개체가 있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가 있긴 한데 아무튼... 자기 신체부위를 통해서도 그렇게 날리는 게 가능해. 선우주 개인이벤 때 주먹에 능력 실어서 투명관통펀치 날린 것처럼.
그러니까 이 말은 즉... 무슨 뜻이냐면 산혼철조도 날릴 수 있음(진짜 쓸데없음)
이 티엠아이를 마지막으로 진짜 자러 가볼게~~~!!!! 다들 좋은 새벽 보내고 내일도 힘내보자구~~!~!!!!!
>>391 오. 오오. 오오오. 뭔가 분위기가 엄청나요! 정말로 츠쿠시에게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고! 하지만 츠쿠시의 능력을 사용해보면 저렇게 분위기를 잡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걸요! 아무튼 보검을 사용하면 검집이 사라지는 구조라. 그런 설정이로군요! 그것도 상당히 유용하면서도 좋지요!
같이 살고자 하는 곳에 대해 얘기했으니 그의 다음 비번날은 그런 곳을 찾기 위한 외출이 되지 않을까. 말없이 생각을 정리하는 아스텔을 보며 그녀도 그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흐흥. 귀여운 사람. 남들은 모르는 그의 이런 모습들을 알고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으며 동시에 살짝 그늘진 기쁨이었다.
그녀가 그와 같다며 얘기를 하자 그의 반응은 담백했다. 그러나 그 짧은 말에 담긴 기분을 그녀가 어찌 모를까. 다행이라면서도 그녀 안의 그를 더 키울 거란 말에 어이 없음 반, 예뻐 죽겠음 반 섞인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런 말을 어쩜 눈도 깜짝 않고 술술 내뱉는지! 그가 매번 새로이 그녀에게 반하듯 그녀도 이럴 때마다 새삼 두근거린다. 하지만 이럴 땐 괜히 아닌 척, 한 번 꼬리로 튕겨줘야지.
"이미 지분 엄청 큰데 여기서 더 키울려구? 내 전부를 자기로 채우고도 넘치겠어- 이러다 자기 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면 끝까지 책임 져줄려나?"
이 역시 대답이나 반응은 어느 정도 알 만 하지만. 예상과 직접 보는 건 다른 일이니. 그렇게 웃으며 얘기하다가 메인인 스테이크가 나오자 자세를 고친다. 각기 다른 정도로 구운, 두 종류의 스테이크가 각자의 앞에 놓이고 서빙한 종업원은 형식적인 말과 함께 나간다. 그녀도 잘 구운 고기를 보니 식욕이 돌아 군침을 살짝 삼켰다. 그래도 기껏 와인도 주문했으니까. 아스텔이 잔을 채워주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잔을 들었다. 건배하기 전,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가볍게 흔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너무 빈틈 없어도 정 없어. 난 로로가 늘 더 나은 모습이 되려고 하는 노력도 사랑해. 그것도 로로니까."
비록 반한 계기는 강함과 고고함이었지만 과거도 알게 된 지금은 그가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의 이유 중에 그녀가 있기에 더더욱. 아. 역시 오늘은 실내에서 데이트를 했어야 했어. 재차 떠오른 아쉬움을 슬그머니 눌러 넣으며 비로소 잔을 기울였다. 칭- 맑고 짧은 소리가 와인잔을 울렸다.
"그럼 자기 춤 실력에 기대하며, 건배."
진솔하게 얘기를 하다가도 금방 장난스레 변하는 것이 변덕진 듯 아닌 듯 얄궂기도 하다. 그런 건배사를 해놓고 웃으며 한 쪽 눈 깜빡이는 저 표정까지. 그런 그녀는 태연히 와인을 한 모금 머금어 음미하고 잔을 내려놓은 뒤 양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미디움으로 부드럽게 익은 고깃덩이는 은빛 반짝이는 나이프에 부드럽게 잘려나간다. 먹기 좋게 한 조각 잘라서 포크로 콕 찍더니 소스 떨어질라 손으로 밑을 받치며 아스텔에게 다소곳이 내밀었다.
"자기 먼저. 아-"
샐러드를 줄 적에 얌전하더니. 이럴 때 이러려고 그랬나보다. 그 레레시아니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내가 키워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너는 네 주변 사람들도 결국 신경을 쓰니 말이야. 그냥 나를 좀 더 신경써주는 것으로 충분해."
자신이 아는 레레시아는 절대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모르는 척 하거나 내버려두지 않는 이였다. 물론 조금 쌀쌀하게 대하는 경우는 있을지도 모르나 그게 또 그녀 나름의 배려이자 신경을 쓰는 방식이었기에. 물론 자신이나 가족처럼 대하는 것은 아니긴 했으나 그렇다고 모르는 척, 아예 없는 사람을 대하는 척하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모습이 또 묘하게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좋았다. 적어도 아스텔에게는. 마냥 차갑고 쌀쌀맞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빈틈은 나올 수밖에 없을걸. 그래도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조금이나마 더 노력하는거야."
적어도 정 떨어지진 않게. 괜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아스텔은 이어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다시 한 번 더 정리했다. 그러다 그녀가 와인잔을 기울이자 자신 역시 와인잔을 살며시 기울였고 가볍게 부딪히게 했다. 챙- 맑은 소리가 조용히 울리자 아스텔은 이내 그 와인잔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달콤한 것이 그다지 쓰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가디언즈라고 괜히 좋은 와인을 가지고 온 것인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쁘진 않았다. 이제야 자신이 누려야 할 것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으니까. 아마 가디언즈가 아니라 일반적인 세븐스로 살고 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제 입술을 촉촉하게 적신 후,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한편 그녀가 포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오자 아스텔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벌려서 냠- 하는 느낌으로 받아먹었다. 부드러운 소스. 그리고 부드러운 고기. 두 조합이 굉장히 좋았다. 역시 이런 레스토랑이니까 고기는 좋은 것을 쓰는 것이 맞겠지. 천천히 씹으면서 육즙과 적절한 바삭함. 그리고 부드러운 소스 맛을 만끽하며 꿀꺽 삼킨 후 아스텔은 이내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자신은 조금 더 바삭한 맛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천천히 스테이크를 썬 후에 한 입 크기로 잘린 그 조각을 포크로 집었다. 그리고 방금 레레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더욱 많이 누리자. 우리. ...세븐스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가치를 보이지도 못하는 그런 밑바닥과는 다르게 말이야. ...너나 나는 더더욱 많은 것을 누려야만 해. ...설사 누군가는 악독하고 악마같다고 생각하고 동포도 챙기지 않는 비정한 이라고 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어. ...누군지도 모를 동포를 챙기는 것보다 널 챙기는 것이 더 유익하니까."
아- 차분한 소리를 내면서 그는 이번엔 자신이 먹여주려는 듯 가만히 기다렸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녀 또한 자신이 누려야 할 것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게 대하고 싶었다.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꽤나 달콤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공허한 들판 위. 에스티아는 에델바이스 제 7부대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제 7부대의 일원들이 에스티아를 중앙에 두고 보호하고 있는 구도로 포지션을 짜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고 에스티아는 그 중앙에 앉아서 노트북과 다른 기타 기기를 꺼내서 조작하고 있었다. 자판을 두들기면서 이것저것 체크하는 모습이 마치 뭔가를 탐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내 에스티아는 통신기를 꺼낸 후에 로벨리아에게 통신을 보냈다.
"언니. 들려? 나야. 에스티아."
-아. 들려. 그래. 뭔가 좀 알아냈어?
"보고에 나왔던 카시노프란 자가 만들었다는 그 좀비병 같은 존재를 발견했고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위기에 몰리자 바로 펑하고 터져버렸어. 그래서 사로잡진 못했지만... '자폭'하도록 명령을 내린 전파가 어디에서 발산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렇다고 한다면 그 카시노프라는 작자가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단 말이지? 허나 만약 그 위치가 U.P.G 건물 내부라면...
"아니. 그건 아니야. 위치는 그쪽이 아니야. 좀 더 탐색을 해봐야 알겠지만 좀 더 아래쪽인 것 같아."
노트북의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좀 더 빠르게 자판을 치고 그 옆의 탐색기기를 이용해 계속 추적을 시작하던 에스티아는 U.P.G 건물 내부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아무래도 전파를 보낸 곳은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인 모양이었다. 이어 에스티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엔터 버튼을 꾹 눌렀다.
"물론 이곳에 간다고 해서 카시노프가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그 좀비나 마찬가지인, 정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갖다버린 후에 탄생시킨 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 장치는 있을거야. 그것만 파괴하면 이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어."
-조심해. 그런 이들을 만들어내는 작자야. 아마 추적하는 것도 고려해두고 있겠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둘 순 없잖아?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가야만 해."
-그래. 맞아. 과연 내 동생이야. 아무튼 무리하지 말고 조사가 끝나면 바로 복귀하도록 해.
"알았어! 아마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이어 통신을 끊은 후, 에스티아는 계속해서 노트북을 조작하면서 화면을 주시했다. 이미 죽어버린 이들을 조종해서 자신의 부하로 삼아 조종하고 있는 카시노프의 만행은 에스티아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번 조사를 적극적으로 신청했고 로벨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부대원들을 빌려서 조사를 나온 것이었다.
"두고 봐. 카시노프인지 뭔지. 과학자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매개물 따위... 내가 완전히 없애버릴테니까."
/Pre-story를 올리면서 갱신이에요!! 제 몸이 갑자기 급악화되어서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되지 않는한 주말에 진행될 예정이에요!
>>424 시작하자마자.... 이선좌 당했어~!!!!!!!😭😭 나의 작고 소중하며 그뭔씹 취급받는 밴드야 너희 이러지 않았잖아 왜 그러는데~🥺 결제 취소 좌석도 반드시 나오겠지~ 싶어서 바로 15석 확인한 뒤에 잡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또 이선좌 순삭..이라고...? 지금껏 한번도 안했던 취켓팅을... 해야한다고..? 말도 안돼.... 나는.. 이길 자신이 없어~!!!!(오열)
역시나, 그녀를 잘 파악한 대답이 그에게서 나오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어라. 이미 들켰네- 작은 능청을 떨면서. 그의 말처럼 온전히 아스텔 만으로 그녀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해도 어머니나 라라의 지분은 있을 거고 에델바이스의 몇몇도 계속 마주치는 한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 그저 조금 더 신경 써주는 걸로 충분하다는 말이 새삼 다정하게 들릴 수 밖에.
"항상 노력하는 모습도 좋아하지만. 그런다고 나 소홀히 하면- 음. 어떻게 할까. 자기 눈에 안 띄게 숨어다닐까?"
멋쩍은 듯 머리칼을 만지는 그에게 장난스레 말하지만. 특유의 히죽 웃는 얼굴 때문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리송하다. 하지만 정말로 기분이 상하면 그 말대로 실천할 거란 건 기정사실이겠지.
그녀가 잔을 기울이자 그도 같이 잔을 기울여 서로 부딪힌다. 느긋히 와인을 즐기는 그와 달리 그녀는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잘라 한 조각을 내밀었다. 아스텔이 받아먹자 기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귀여워 죽겠어- 자르는 질감이 좋았으니 필시 맛도 좋았을 터. 거부감 없이 담담하게 먹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도 먹으려고 손을 움직이는데. 옆에서 달그락거리더니 똑같이 한 조각이 내밀어졌다. 핏기 없이 잘 구워진 고기를 눈 깜빡이며 보고. 그의 얼굴도 한 번 보았다.
"자기는- 보기보다 엄청 욕심쟁이야. 그렇지만 나도 마찬가지니까 좋아. 응.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걸.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좋은 걸 누리자.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럴 자격을 위한 가치를 지녔으니까. 웃는 것처럼 길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송곳니의 끝이 반짝인다. 그대로 그가 내민 스테이크 조각을 받아먹는다. 합- 다물어진 입술이 오물거리며 고기를 씹고 맛을 음미한다. 완전히 구웠지만 질기지 않게 구워진 정도가 절묘하다. 아스텔의 입맛에도 딱이겠는 걸. 작게 목을 울리며 삼키고, 맛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좋은 고기도 자기가 주니까 훨씬 맛있네. 매일 이렇게 식사할 수 있으면 좋을까나."
그 매일이 이렇게 만나서 식사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뭐, 모르는 거 같으면 그건 그거대로 귀엽겠지만. 소리 죽여 웃은 그녀는 잔을 들어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이제는 맛있는 스테이크가 더 식기 전에 맛을 보는게 중요한 순간이었으니까.
임무도 그녀도 모두 소홀히 하지 않고 소화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겠으나 아스텔은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쨌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소화를 할 자신은 있었다. 애초에 우선 순위를 따로 둘 필요는 없었다. 그냥 둘 다 다 소중하게 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정말로 삐지거나 하면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기분 좋게 있길 바랬기에.
이내 들려오는 자신을 향해 욕심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아스텔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왜곡되거나 잘못된 말도 아니었으니까. 아스텔은 욕심쟁이였다. 더욱 많은 것을 원했고, 더욱 누리고 싶은 것이 많았고, 더욱 손에 쥐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이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스텔은 피식 웃으면서 레레시아에게 이야기했다.
"...욕심 좀 부려도 상관없잖아.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도 아니고 이 사회가, 이 세상이 그것을 원하니까. ...오히려 이런 것은 준법정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동포들을 위해서? ...그런 것은 레지스탕스라고 지칭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챙기면 그만인 문제야. ...어차피 그런 이들조차도 다 지켜주지 못하니 모순적이지만 말이야."
말을 마치며 아스텔은 괜히 작게 혀를 찼다. 포크를 쥐지 않은 반대편 손에 주먹이 살짝 쥐어졌다. 이곳에 오기 전. 그리고 며칠 전에 붙잡은 레지스탕스 요원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은 세븐스를 등지고 탄압하고 비능력자들의 비위를 맞춰서 얻은 것들이 그렇게 자랑스럽냐고. 그렇게나 지금의 삶이 행복하냐고. 그렇게 걸은 핏빛 길이 기분이 좋냐고. 하나하나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들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지옥에서 구르고 있을 동안 구해주는 이는 하나도 없었는데 왜 그들은 자신에게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인지.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줬다면, 어쩌면 지금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그 레지스탕스의 멤버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그건 지금 와서는 다 IF. 즉 가정법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자유, 권리. 그리고 여자친구, 동료 등. 수많은 것을 얻은 승리자였다. 그렇기에 아스텔은 속으로 다시 한 번 되세겼다.
그녀가 고기를 먹는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던 아스텔은 이내 들려오는 레레시아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자신의 쟁반 위의 스테이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길어봐야 3년 정도일거야. ...그 시간 내에 반드시 그렇게 되게 할 거야. 네가 말하는 그 매일은 내 꺼니까."
그렇게 선언하듯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슬슬 식사에 집중했다.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으면서 육즙과 바삭함을 가볍게 즐기기도 하며, 그러다가 스스로 와인을 따라서 마시기도 하며. 일단 이 레스토랑에 온 가장 큰 목적인 식사에 집중하다가 그녀에게 고기를 썰어서 한 입 먹여주려고도 하고, 와인을 따른 잔을 기울여서 건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먹다보면 어느덧 스테이크는 꽤 줄어있었을테고, 아스텔은 그 쯤에서 냅킨으로 제 입을 살며시 닦아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면 조금 더 산책을 하다가...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자. ...집은 아니더라도 룸카페나 그런 곳 있잖아? ...뭐, 집을 원하면 집도 괜찮아. 그냥... 오늘은 특별히 돌아다니기보다는 역시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혹은... 그래. 아무도 없는 한적한 호수가라도 가볼까. 거기라면 여기와는 다르게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을테니까."
노력하는 것과 그녀를 대하는 것 모두를 열심히 하면 된다 말하는 것도 역시 욕심이라 생각한다. 차분한 얼굴 뒤에 저런 욕망이 숨겨진 걸 누군가는 알고 그것을 빈정거리지만. 그녀는 그런 뒷면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로 보았다. 그걸 솔직히 드러내는게 무슨 잘못일까! 어설프게, 구역질 나게- 아닌 척 숨기는 인간들이야말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가디언즈든 레지스탕스든.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도 그의 욕심에 무너지지 않게 잘 받쳐 줘야겠지. 그를 위해서라도.
"원래 세상은 모순투성이고. 말이야 입이 있으면 무슨 말이든 못 할까. 멋대로 떠들라고 해. 지금이 어떻든, 살아남는 쪽이 정의고 강자인 거 아니겠어."
조용히,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그녀는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시선 끝으로 그의 손을 보았다. 분명 어느 망할 레지스탕스가 혓바닥을 마음대로 놀린게 분명하다. 비번이 끝나면 찾아서 라라에게 넘겨줄까.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에 쓰이도록. 그래. 그러자.
살벌한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소리소문없이 흘리고. 그의 앞에서는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행동한다. 장난기 섞어 흘린 말에 그가 진지한 선언 같은 말을 돌려주면 꺄르륵 즐거이 웃는 소리 나온다.
"소유 선언은 가져간 다음에 해야지. 자기야.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구?"
빠를 수록 좋지만 그런다고 무리해서 탈나면 안 돼- 그녀도 그렇게만 말하고 식사에 신경을 돌렸다. 속살에 연분홍빛이 남은 스테이크는 상큼한 소스가 잘 어울렸고 와인과도 궁합이 좋았다. 한 입 한 조각 맛을 즐기다가, 옆에서 그가 먹여주려 하면 그것도 냠 하고 받아먹고 그녀도 그의 스테이크엔 없는 가니쉬와 함께 주기도 했다. 건배할 듯 잔을 들었다가 슬쩍 뒤로 무르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장난 후에는 제대로 건배를 하고 마셨다. 그렇게 먹고 마시다보니 그녀의 것도 비슷하게 줄어들었다. 나이프를 내려놓고 와인을 마시던 그녀는 그가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는 걸 보고 그녀도 마저 포크를 내려놓았다. 잔은 여전히 든 채 절반 남은 와인을 살랑살랑 흔들며 그럴까- 중얼거렸다.
"집은 어차피 자기 방 갈 거니까. 음. 해 지기 전에 호숫가에 갔다가, 룸카페를 갈지 자기 방으로 갈지 이따 생각하면 되겠다. 일찍 들어가기에는 모처럼의 비번이 아쉬운 걸."
돌아다니기보다 둘만 오붓이 있고 싶은 것도 같은 마음이지만. 조금은 더 바깥에 있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산책도 호숫가 근처로 가서 하면 어떨까 라며 말을 하고 조금 더 줄어든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그녀도 냅틴을 올려 입술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리고, 몸을 기울여 그에게 살며시 기대면서 말했다.
"그러면- 춤은 이따 호숫가에 가서 출까? 여기처럼 닫힌 곳은 아니지만, 거기도 보는 눈은 없을 테니까."
어떻게 할까-? 빈 손이 그새를 못 참고 그의 팔을 잡고 관심을 보채듯 조물거린다. 돌아보면 기대느라 살짝 위를 향한 금빛 눈동자가 깜빡, 숨었다 나오고 있었겠지.
자신에게 그녀가 몸을 기대자 아스텔은 팔을 올려 그녀의 몸을 살며시 감싼 후에 의자를 움직여 거리를 조금 더 좁혔다. 의자와 의사 사이에 존재하는 손잡이로 인한 장벽이 묘하게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탓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여긴 그런 의자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의자가 이런 레스토랑에는 잘 어울리는 법이었으니까. 이렇게 나란히 옆에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까. 그러면. ...확실히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까."
무도회장처럼 닫혀있는 공간인 이곳도 좋지만 어쩌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깥도 괜찮겠다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거리가 어떻게 되었건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었다. 여기서 그렇게 먼 곳도 아니었으니까. 이내 식사를 슬슬 마무리지으려는 듯, 그는 마지막 남아있는 스테이크 조각을 먹어치운 후, 아스텔은 잔에 남아있는 와인을 마지막으로 입에 머금으며 입가심을 했다. 약간의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으나 음주운전은 있어도 음주비행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취한 것도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스텔은 술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으니까.
"그렇다면 호숫가에 갔다가 집으로 가자. 시아의 고양이 잠옷도 보고 싶고 말이야. ...뭐, 짐을 챙겨와야할테니까 시아의 집까지 간 후에 내 방으로 가면 되겠네."
외박한다는 것은 일단 잘 말해두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완전히 끝냈을 무렵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이대로 계산을 하고 호숫가로 이동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추고 싶은 춤 있어? 일단 이것저것 배워두긴 했는데."
춤에도 참으로 다양한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녀가 추는 춤은 대체로 무도회장에서 추는 춤이 대부분인 것 같았기에 일단 그 장르로 열심히 학습을 하긴 했지만 혹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원한다면 그땐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어보며 답을 기다렸다.
그에게 기대니 그녀의 어깨로 둘러지는 팔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오랫동안 이렇게 지내온 것 같다. 이러다가 먼저 결핍을 느끼는 건 그녀가 아닐까 남몰래 걱정도 들지만. 아스텔이라면 그렇게 두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스스로의 욕심에 솔직하고 항상 노력하는 그이기에. 누구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좋아해주는 연인이니까.
"응. 그러자. 기대되네. 노력가인 자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으니까 말야."
사실 실력보다는 그와 춤을 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좋긴 하다. 그래도 오늘은 기대를 살짝 올려둔다. 그녀를 위한 노력이었으니 응당 화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간 기대어 있다가 팔을 놓고 자세를 고쳐, 그녀도 남은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은 고기를 잘게 잘라 먹고. 와인잔을 비운다. 취기가 느껴지는 그와 달리 그녀에게 와인은 음료일 뿐이었지만. 맛으로 즐기기에도 충분했다. 덕분에 마지막 한 모금까지 기분 좋게 마시고 마지막으로 사용한 냅킨을 적당히 들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어라- 내 새 잠옷이 그렇게 보고 싶나 봐? 어머 응큼해-"
보여주겠다고 한 쪽이 누구였는지 까먹은 것 마냥, 아스텔을 마주보며 히죽히죽 얄밉게 웃은 레레시아. 곧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잘 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외박한다고 안 했다간 그녀만 혼나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테니... 들렀다 나올 때 라라가 방해나 안 하면 좋겠다. 생각하며 일어나 코트를 정돈하는데 잠시 조용하던 그가 물었다.
"음. 음- 역시 왈츠일까. 자기 손 잡고 안겨서 빙글빙글 도는게 즐겁거든."
그러다 흥이 붙으면 다른 걸로 휙 바꿔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그러는데로 즐거울 것이다. 둘이 줄기는데 격식이고 형식이고 지킬 필요는 없지 않나. 발만 안 꼬이고 안 밟으면 된다. 대답을 한 그녀는 이제 의자의 방해 없이 그의 팔을 감싸 팔짱을 끼며 나갈까? 하고 바라보았다.
"가기 전에 잠깐."
이라는 말 뒤로 아까처럼 발끝으로 서 그의 뺨에 톡 닿고 떨어지는 입맞춤을 남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한 양 시침 똑 떼고 가자- 하고 앞을 바라본다.
"...네가 입은 거라면 뭐라고 해도 보고 싶은데. 꼭 잠옷이 아니라 일반 새 옷이라고 해도 말이야."
딱히 아스텔은 네가 먼저 보여주기로 했지 않느냐 라는 풍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직구 화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꼭 잠옷일 이유가 뭐가 있을까. 지금 입은 옷처럼 그녀가 입은 옷이라면 뭐든지 좋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확실하게 꾸밀 줄 알고 자신을 매력적으로 가꿀 줄 아는 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이었기에 더더욱. 히죽히죽 얄밉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 조금은 부끄럽긴 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힌 그는 시선을 살며시 돌렸다. 지금 이 분위기는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해도 놀릴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더더욱. 물론 놀린다고 해도 크게 부정을 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리퀘스트는 왈츠. 특별히 어렵지 않은 춤이었다. 적어도 지금의 자신에겐. 가디언즈 생활을 하면서 교양이니 뭐니 하면서 이것저것 배운 것도 많았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게는 로벨리아에게 크게 감사해야겠다고 느끼며 아스텔은 팔짱을 받아주다 잠깐이라는 말에 잠시 발을 멈췄다.
"......"
다시 개방적인 장소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그녀의 입맞춤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자유로운 팔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손으로 쓸다가 아래로 내렸다. 지금은 아껴두고 나중에 제대로 음미하겠다는 듯. 특별히 무슨 움직임을 더 보이지 않으며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종업원의 인삿말에 아스텔은 별 말을 하지 않으며 완전히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 상태에서 레레시아를 단번에 공주님 안기 자세로 바꿔서 들어올린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단번에 갈게. 꽉 잡고."
이내 아스텔은 그 상태로 앞으로 달린 후에 단번에 높게 점프했다. 이내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상승기류를 만든 후에 단번에 날아올랐고 바람을 이용해 제 몸을 빠르게 날려보냈다. 상당히 익숙하게 컨트롤을 하고 있으나 익숙하지 않을 이들은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감각이었다. 아랫 경치를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그러다가 하늘 높게 날아오르기도 하다 그가 내려선 곳은 U.P.G 본부가 있는 도시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있는 호숫가였다. 이전에는 레지스탕스 부대 중 하나가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과 가까운 호숫가였으나 자신이 직접 다른 동료들과 함께 정리해버리고 모두 숙청해버렸기에 이제 이곳은 정말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자신이 가끔 낚시를 즐기러 찾아오는 정도였다.
자캐는_니삭스파_스타킹파_레깅스파_맨다리파 : 히익 힉힉힉힉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런 해시가 내게도 오는거야~(멘붕) 이셔는.. 이셔는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현재는 불편하더라도 레깅스나 스타킹파야.. 정확히는 스타킹의 경우 검은색.. 지금 현재는 신원을 가리고자 하니 신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라서 응. 그걸 제외하면 맨다리도 니삭스도 다 괜찮다나 봐. 솔직히 맨다리가 편하겠지 응 니삭스 그거 신으면 가터벨트나 그런걸로 고정하거나 아예 압박하는게 아닌 이상 현실에선 흘러내린다 나도 알고싶지 않았다
자캐가_사투리를_쓴다면_어느지역_사투리를_쓰는가 : 뭘까 정말 어디 지역을 쓸까 심히 고민됨 동남도 서남도 다 어울리잖아 "잘 못들었심더? 예 그 다시 한번 말씸해주이소 예." 하는 이셔나 "거.. 그.. 거시기.. 뭐여.. 아 그라지 풍신나게들 싸우는구만요. 감정 안 상했담시 암시랑토 않은 것 같드니만치고.." 하는 이셔나...(결국 포기)
자캐가_챙기는_특별한_날은 : 어.. 음.... 자기 생일은 그닥 챙기지 않는 편이고.. 그렇다고 아빠 기일을 챙기기엔 좀 그렇지? 아직 100일도 안 됐으니까 그것도 지금 당장은 고민이 없을 것 같고.. 지금 상황에선 '오늘도 살아남았다' 파티는 하겠네.
이스마엘: 252 캐릭터의 등의 모습을 묘사해주세요 : 히익 힉힉히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고장남) 이셔 등.. 일단은.. 날렵하니 호리호리한 인상이지만 나름 근육이 있다! 앞에 복근이 있으니까 뒤도 훌륭하겠지 싶은 적폐가 있어...😌 그거 말고는 뭐.. 이번에 선우 개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생긴 상처나 멍도 조금 있을 것 같고. 허리쪽엔 배부터 이어지는 긴 흉터가 있을 건데 이건 제 때문이니 제를 물리칩시다 이셔의 원쑤
244 다른 사람이 가진 것 중 부러워 하는 것 : 으음~ 음~ 아무래도 평온한 일상이 아닐까? 정확히는 누군가의 온전하고 망가지지 않은 본성? 깊게 가자면 그런 거고, 평상시에 부럽다 생각하는 건 다치지 않아 흉터가 거의 없는 몸이나, 상식이나, 신분이 증명되는 것.. 정도? 후자는 이셔는 사망신고가 되어 있어서 사회 시스템상 아무것도 못 하니까. 위조 신분을 만들기엔 지금 몸담은 곳이 위험한 상태고.
더 사소하게 가자면 가끔 앗.. 저 사람.. 냉랭하게 지나쳤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대단해!!! 짱이다!! 나도 저렇게 냉랭하고 쿨하게 지나치고 싶다!! 하고 내심 부러워 함(아무말) 이셔 캐해가 아무리 생각해도 산책 처음 나와서 헉 웅니랑 옵바가 아닌 사람.. 그리고 사람.. 또.. 사람이다!!! 하고 꼬리 붕붕 이리 짬푸 저리 짬푸 귀 팔랑팔랑 하는 용맹한 아기멈머가 된 사안에 대하여; 으;;
133 얼굴이 자주 붉어지는 편인가요? : 분노의 감정으로 붉어지진 않고 부끄러울 때면 자주 빨개지는데 에휴.....(일상을 돌아봄)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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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 중 하나를 양보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양보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좋은 것으로 인해서 이런 하루에서 좋은 일 하나 정도가 생겼으면 하는 것도 내심 바라고도 있습니다."
2. 「자신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걸로 편해진다면?」 "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잘못의 범위가 무엇입니까?" "아, 그건.. 예. 당연히.. 편해짐을 알고 있습니다. 인정하는 걸로 편해지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겁니다. 편해진다면..."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저는.. 편해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지금 현재의 제 자신이 잘못됐다면, 대체 잘못되지 않은 저는 무엇인지.. 그 사실이 이따금 두려워 스스로를 다그치곤 합니다."
(이스마엘은 거울을 마주봤다.)
"……아마 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저는 구원자가 될 수 없음을 압니다."
3. 「자신의 비밀일기를 쓰는 편인가?」 "유감스럽지만 안 씁니다. 비밀은 말 그대로 비밀이고, 그런 걸 적기엔 아직 저도 스스로를 모르니까요."
경험자로군요. 압니다. 그거. (시선회피) 아앗...ㅋㅋㅋㅋㅋㅋㅋ 사투리 이스마엘. 너무 구수하잖아요!! 어느 쪽도 맛있을 것 같은걸요? 오늘도 살아남았다 파티라니. 으앙. 이스마엘이 정말로 생존에 목이 말랐다는 것이 절로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평온한 일상이라. 이것도 제가 봤던 비설과 비교를 해보면 아무래도..확실히 충분히 갈구할 것 같네요. 정말로. 그리고..음. 괜찮아요! 어차피 얼굴은 가려지잖아요!! (옆눈) 으앗. 이스마엘도 맛있는 거 먹어야죠! 제 맛있는 음식을 가져가세요!! (대충 맛있는 거 주면서) 그 와중에 편해지는 것이 두렵다니. 아니. 조금만 조금만 더 마음을 편하게 먹자..이스마엘아...8ㅁ8
이름을 해석하자면 흑염룡이긴 하지만 그래도 강함 서열 2위인만큼 상당히 강하답니다. 일단 아스텔은 1:1로 싸워도 절대로 이기지 못해요. 글라키에스는 비비기라도 하지만 이쪽은 어림도 없어요. 진짜 진지하게 정면승부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스텔은 15분 정도를 버티다가 결국 패배하게 될 것 같네요.
(자려다가 벌떡) 우리 동글이 도너티.. 갑자기 자취 감춘 것도 못알아보는 것도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안타까워...🥺 세븐스이기 때문에 좋은 곳으로 갔거나가 마지막에 나올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말만 가득할 수밖에 없다는게.. 우우..🥺 이셔는 알아볼 테니까 슬퍼하지 마..😭 앗 아앗 근데 도넛 너무 귀여워... 잔뜩 종이봉투 가득 채워서 선물해주고 싶어...
>>497 두부까지 들다니 이러면 풀 수밖에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출소해서 두부 냠)(?)
지금부터.. 아주 못된 썰풀이가 있겠습니다 흠흠!(마이크 톡톡) 음음.. 확실히 이셔는 여리여리하다! 보다는 탄탄하게 자리잡혔다. 에 가까우니까.. 좀 필라테스 말고도 헬스도 오래 했을 것 같은 그런..? 팔에 근육 잡혀있고 등이랑 배에도 근육 어느정도 자리하고 있고.. 응. 지금 방향성은 전신을 감싸는 옷+하네스+압박조끼+팔에 걸치고 다니는 외투라서 윤곽을 자세히 살피지 않는 이상 크게 팔근육 티가 나진 않는데 아마 조만간에 얼굴 드러내면 민소매+하네스+팔에 걸치고 다니는 외투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선명하게 팔뚝도 등근육도 드러나겠지.. 응... 흉터도 좀 있고 그래. 날조 좀 하자면 슬럼에서 뻑치기 하고 신디랑 같이 튀다가 자잘자잘 상처 많이 입었을 듯..ㅋㅋ
다른 사담이라면 이셔 크롭티에 마스크랑 스냅백, 카고팬츠같은 길거리 댄서 스타일 스트리트 룩 입혀보고 싶다... 메이드복에 니삭스도 의외로 어울릴 듯(갑자기)
꽉 찬 직구를 날리는 아스텔에게 심장이 스트라이크 당해 버렸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로 그의 얼굴을 붉혔으니 쌤쌤이다. 마냥 대담해 보이다가도 이런 모습 보여줄 때면 가만 둘 수가 없다니까. 이따 방에 가기만 해 봐. 그만이라는 말은 절대 안 들어줄 테다.
무슨 춤을 출 지 얘기를 하며 나갈 채비를 하고, 팔짱을 끼며 나오기 전에 그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그도 똑같이 해주려나? 능청을 떨면서도 속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조금 단단한 손이 그녀의 입술을 쓸고 지나간다. 그것 뿐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뒷목이 오싹했다. 그래서 더 꼬옥 붙어 종업원 따위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밖으로 같이 나왔다. 다시 나온 거리에서 그가 그녀를 안아올릴 때는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바짝 안겼다.
"응. 응... 꺅..!"
그에게 안겨 떠오르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위로 훅 떠오를 때, 몸이 붕 뜨는 감각은 솔직히 무서웠기에 그 순간 작은 비명이 짧게 울렸을 것이다. 아스텔이 기류와 바람으로 높이 떠오를 때까진 눈을 꼭 감고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아래를 살짝씩 구경한다. 그러다 훅 솟아오르면 앓는 소리를 내며 잡은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저 아래에 호수가 보이며 점점 가까워진다. 곧 풀 밟는 소리와 함께 지면에 내려설 수 있었겠지.
"헤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정말 조용하다."
내려준 후에도 그에게 찰싹 붙어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간간히 숲새의 울음소리나 낙엽 바스락 대는 소리 정도만 들리는,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좋은 장소였다. 이런 좋은 곳을 혼자만 알고 있구. 괜히 심통난 척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그래도 데려와줬으니 됐다며 표정을 푼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호수로 가까이 다가가 수면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물에 작은 물고기가 돌아다니는게 훤히 내보였다.
"나중엔 이런 곳 근처에서 살면 좋겠어. 응. 여유 생기면 근처에 별장 하나 지어놓자. 휴가 때마다 쓰고, 나중엔 살아도 괜찮게."
사람 앞날은 어찌 될 지 모른다지만 상상 정도는 할 수도 있지 않나. 미래를 약속한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상상하고 바라고 싶어지는 법이다. 생긋 웃으며 그를 돌아본 그녀는 자 그럼. 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조금 걸어볼까. 아니면 한 곡 출까?"
어차피 춤도 산책도 할 거지만 뭘 먼저 할 지는 안 정했으니까. 장난 반 기대 반의 금안이 빤히 바라보며 아스텔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아직 이렇게 날아다니는 감각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언젠간 익숙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 불편하고 무섭다고 한다면 다음부터는 걸어다니는 쪽으로 생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정말 한 순간도 힘이 풀리는 일 없이 그녀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끌어안은 후 무사히 착지했다. 아무튼 데려온 자리가 정말 마음에 드는지 두리번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그녀의 옆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자신은 가끔 낚시를 하러 오는 자리이니 이제는 익숙하지만 그녀에겐 역시 하나하나가 꽤 신선한 모양이었다.
"그럴까? 그렇다면 여기에 별장을 하나 세우지 뭐."
바로 근처에 레지스탕스의 피로 물들어버린 지대가 있긴 했지만 어차피 그쪽으로 갈 일은 없었다. 그쪽의 건물은 물론이고 남아있는 이들은 대부분 죽여버리거나 체포해서 수용소로 보내버렸으니까. 물론 목숨을 잃은 레지스탕스에게 있어서 자신들이 살고 있었던 이 땅에 가디언즈의 멤버가 별장을 세우고 휴양지로 쓰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자 굴욕일지도 모르나 그것이 또 아스텔에겐 마음에 들었다. 역시 이런 좋은 땅은 자신과 그녀의 것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마음을 먹었다.
"...그럼 조만간에 업자를 알아볼게. 그리고..."
들려오는 그녀의 제안에 아스텔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쳤다. 그리고 아스텔은 그녀에게 미소를 보이면서 이야기했다.
"춤부터. ...산책은 춤 후에 남을 감미로움을 느끼면서 즐기고 싶어."
의사를 밝힌 후, 아스텔은 그녀가 준비를 마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하면 아마 소리없는 무대 위. 새들과 물고기. 그리고 주변 자연 풍경들을 관객 삼아 스탭을 능숙하게 밟았을 것이다. 아마 처음 춤을 췄을 때보다는 확실히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실력이 능숙해졌다는 것도 알 수 있었을테고.
스탭이 꼬이지 않게 리듬을 타면서 그러면서도 그녀의 등을 받쳐주기도 하고, 그러다가 살며시 돌려보기도 하면서 아스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때. 이 정도면 그래도 네 춤에 꽤 어울릴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죽은 눈)(그래도 집에 인후통 약이 있었기에 먹었다는 이야기)(따뜻한 물 먹으면 아프진 않으니 다행)(아무튼 답레를 남겨둔다는 이야기)
지금은 그의 간부 진급이나 부대 임무가 잦았으니 별장 얘기는 나중에나 천천히 할까 했는데. 곧바로 하나 세울까 하는 추진력에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할 생각인가. 거침없이 조만간 업자를 부르겠다고 하길래 그녀는 톡 터지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하하! 급할 거 없는데 뭘 그렇게 빨리 하려구! 그러다 우리 집보다 별장이 먼저 생기겠어. 차근히 하자. 차근히."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명랑하게 얘기하며 다가온 그의 손을 마주 잡고 남은 손은 그의 어깨에 올린다. 잡은 손의 따스함과 허리를 붙든 팔의 든든함에 그냥 이대로 품에 기대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춤을 춘 후여도 좋을 것이다. 그에게 맞춰 자세를 잡은 그녀는 웃음기 남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짧게 대답하고 그의 리드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무대는 들풀 듬성한 풀밭이지만 밟을 때마다 사박대는 소리 듣기 좋고. 음악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새소리면 충분하다. 곧 그녀에게서 작은 허밍이 흘러나와 더해졌으니. 모자람 없는 장소에 그의 실력 또한 부쩍 늘어있어서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저번엔 아슬아슬 합격점이었다면. 오늘은 수석 조금 못 미치는 점수일까? 만점을 받으려면 더 분발해야겠는 걸-"
단조롭게 손을 잡고 허리를 받쳐 움직일 뿐이었던 전과 달리, 나름대로의 기교를 부리게 된 건 정말 놀라운 성장이었다. 바빴을 텐데 그 사이 이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리다니. 능숙하게 리드해주는 아스텔 덕분에 춤을 추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서 즐거운 기색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냥 순순히 칭찬만 해주진 않으니. 그의 의욕에 불을 살살 당기는 것 같지 않았을까.
그의 리드에 따르는게 주였지만 이번엔 슬쩍 그녀가 스텝을 앞지르거나 몸을 붙여 역으로 리드를 해보기도 한다. 그 때마다 허밍 대신 키득이는 소리 흘렀겠지. 빙글빙글. 사박사박. 근처 들풀이 제법 허리를 숙였을 쯤.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았던 춤을 느릿하게 멈추어간다. 그러다 완전히 발이 멈추면 손을 내려 그를 감싸안고 품에 꼭 붙어 기댄다. 서늘한 바깥이었지만 열감으로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서 그의 귓가 가까이에 속살거렸다.
"세상에 둘만 남은 거 같아. 하.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영원히 둘이면 좋을 텐데."
정말로 지금 이 순간 사라져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그를 잡은 손에 힘 살며시 들어갔다. 니트 쥐이는 느낌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선명하도록. 그것만으론 부족했는지 고개 움직여 그의 목에 뺨 부비며 한껏 애교스럽게 굴었다.
"...나쁠 거 없잖아. 당장 같이 안 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낚시할 때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세컨드 하우스가 요즘은 유행이라고 하잖아?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말은 그저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낚시를 한 후에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별장에서 쉰다던가, 잔다던가. 그렇게 사용해도 상당히 유용할테니 빨리 만들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자고로 모든 것은 꼭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란 법은 없었다. 필요에 의해 다르게 활용될 때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까짓거 자신의 재산으로 하나 늘려놓는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도 없었으니까.
아무튼 수석 조금 못 미치는 점수라는 그 말에 아스텔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만점을 받으려면 더 분발해야겠다는 그 말은 자신의 도전정신을 불태우려는 것인지. 하지만 순순히 그에 따르지는 않겠다는 듯이 이내 아스텔은 그녀의 허리를 다시 받쳐주고 그녀를 다시 자신 쪽으로 조심히 끌어당기면서 이야기했다.
"그러면 레레시아로서 지금 나와 추는 춤의 즐거움 점수는 얼마인데?"
사실 기교나 재주보다는 그쪽이 그에게 있어서는 더 관심거리였다. 기교가 아무리 좋고 재주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과 추는 춤의 즐거움의 점수가 낮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으며 이쪽의 점수가 높으면 다른 쪽은 낮아도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어 그녀의 리드를 받아주기도 하면서 아스텔은 제 몸을 돌리기도 했고 그러다가 살며시 그녀를 리드하기도 하며, 왔다갔다 하는 리드선을 즐기던 와중 춤이 마무리되자 아스텔은 그대로 팔을 내려 제 품에 기댄 그녀를 꼬옥 품에 안으면서 살며시 뒤로 움직여 제 등을 나무에 갖다붙였다.
"시간이 멈춰버리면 앞으로의 너를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난 시간이 멈춰있는 것은 싫어. ...지금 이 순간의 너만이 내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너도 내 것이어야만 하니까. ...반대로 나도 네 것이 되겠지만."
몸이 밀착해서 그런지 그녀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의 라인을 그대로 느끼며 아스텔은 괜히 더 꽈악 그녀를 끌어안다가 살며시 고개를 내려 그 상태로 그녀의 입술을 조용히 훔쳤다. 식당과는 비교도 안되게 길고 진하게. 제 흔적을 그 입술에 그대로 남겨버리고 나서야 아스텔은 입술을 떼어냈고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곳은 더 이상 레지스탕스 녀석들이 사용하는 호수가 아니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둥지 중 하나지."
/스프레이를 어떻게든 구해서 뿌리니까 조금은 낫네요. 크으. 일단 오늘 밤만 버텨라! 내 몸! 내일 병원 가서 좀 어떻게 해볼테니까! 저녁 먹고 배도 있어! 버텨라! 내 몸!
아프다. 엄청 아프다. 되게 아프다. 미친듯이 아프다. 이 망할 부스터는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대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이런걸 자유자재로 써대는 건지..평소 같았으면 피하고 도망쳤을 공격을 부스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맞아가며 싸우고 있다.
이 훈련으로 인해 하나 배운 것은 공격이 날아올 때 눈을 감지 않는 법, 그것 단 하나 뿐이다. 눈을 감아도 아프고 떠도 아프니 뭐라도 하나 배우기 위해 계속해서 눈을 뜨는 연습을 한다. 분명히 부스터를 잘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훈련을 했는 데 이상한 것만 배우고 있다.
츠쿠시의 공격은 피할 수 없다. 정확히는 '지금은'피할 수 없다. 부스터가 피하는 걸 못하게 한다. 그녀의 공격에 다시한번 배에 구멍이 났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꽉 깨물어 어금니가 3번이나 부러졌다. 뽑힌 이까지 다시 나는 걸 보면 이 훈련장 보통이 아니다.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츠쿠시 공격 되게 아프거든요? 그런데 이거 컨트롤하기 너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어요.."
몸이 둔해질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부스터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만든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벌써부터 있을 필요가 싶었지만, 그가 낚시하러 왔을 때라던가 생각해보니 있으면 확실히 나쁠 거 같진 않다. 세컨드 하우스. 남들 몰래 한 곳쯤 있으면 여차할 때 숨을 곳도 되겠지. 라라 몰래 라던가. 그럼 자기 마음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살 집에 별장 얘기까지라. 앞으로 기대할 일 투성이라 밤마다 어떻게 자야 할지 싶었다.
춤을 추는 사이 그가 어떠냐고 묻길래 그녀 나름 머리를 굴려 대답을 해주었더니. 대뜸 웃음부터 들린다. 재밌을 말은 아니지만 그녀였어도 아마 저렇게 웃었겠지. 그래서 태연히, 뻔뻔하게 스텝을 밟고 있자 허리에 팔이 꾹 눌려 그녀와 그를 밀착시켰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질문.
"내가 자기랑 있을 때 하는 생각은 좋아랑 싫어 뿐인데. 언제 뭘 하든 싫다고 한 적이 있었나-?"
그의 춤이 서투를 적에도 싫다 별로다 한 적이 없는데. 오늘처럼 즐겁게 해주는데 농담으로라도 그렇게 말할 리가 있을까. 물을 필요도 없는 걸 묻는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지그시 바라본다. 턴을 한 바퀴 돈 뒤에는 장난스레 웃음 머금은 눈빛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조금 더 춤을 이어가다가 멈췄고. 그녀가 그를 안은 것처럼 그도 그녀에게 팔을 둘러 받쳐주었다. 찰싹 붙어 안겼지만 그가 나무에 기댄 덕에 행여 넘어질 지도 모른단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가 대답했을 때, 표정이 희미하게 복잡해지긴 했지만.
"앞으로... 앞으로의 내가 '영원'할 거라면, 지금 시간이 멈추나 계속 흐르나 상관 없을 거 같은 걸."
변하지 않을 거라 해야 하나.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다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에게 애교를 부린다. 현재를 살아가는 온기는 뜨거우면서도 따뜻하다. 그가 힘주어 안는 만큼 그녀도 바짝 안겼고 그가 고개를 숙였으니 그녀는 고개를 뒤로 기울여 그와 입술을 맞추었다. 호흡조차 잠시 잊을 만큼 진하게. 주변 어떤 소리도 멀어질 만큼 길게. 떨어질 것 같으면 그녀가 잡아 조금 더 보채고 겨우 떨어진 후에는 조금 더 진하게 붉어진 얼굴로 멍한 눈을 깜빡이다가 베시시 웃었다.
"그러네... 별장 얼른 있어야겠다. 여기서 집까지는 너무 머니까."
나른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어깨에 기대 열 오른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춤 추고 산책하자고 했는데. 이대로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그의 옷 쥔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인다. 어쩌면 간지럽히는 것 같을 지도 모르지만. 잠시 그러다가 고개 들어 그의 목에 입술을 촉 눌렀다 뗀다. 그리고 이번엔 정확히 귀엣말로 속삭인다.
"산책 나중에 하구, 돌아가서 같이 늘어지자. 응? 나 자기 무릎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가자아. 부탁보다는 명령, 내지는 아이의 보챔 같은 소리를 하면서 그의 귀를 아프지 않게 물었다 놓았을 것이다. 날숨에 섞인 아주 작은 웃음 소리도 함께.
소식을 몰랐기에 다행이라는 말에 츠쿠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명한 일에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무정하게도 외면해 온 까닭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혹시나의 부문訃聞이 돌아올까봐, 비참한 끝을 확인하게 될까, 혹은 서로 대척에 서게 되어 제 손으로 한때 알아 온 사람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만약을 가정하고 싶지 않았다.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 세븐스가 맞이할 수 있는 말로는 수없으며 어떤 사실은 영원히 모를 미지로만 남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끔찍한 사실을 덧씌우기보다는 한때의 회고 속에 살아가도록 두길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불안이 무색하게도 쥬데카는 짤막한 회상이 현실로 아닌 눈앞에 서 있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 기억 속에서만 생동하는 사람을 더는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금 전에는 이 안도감을 말로는 표하지 못하여 웃었더란다.
"면목 없습니다. 사실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주제에."
끝끝내 비정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상념을 밀어내고, 감정을 돌려보내어,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아무렇지 않게 외면할 수 있게 되겠다 다짐했었다. 나는 결코 달아나서는 안 되니 차라리 전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되뇌었던 날들이 길었다. 하지만 결국 그 끝은 걸어온 길의 대척이니. 츠쿠시는 잠시 시선을 내려 제 발끝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들어올렸다. 눈치가 좋다면 그것이 머뭇거리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으리라.
너무도 쉽게 피가 튀고 몸이 꿰뚫린다. 손 끝에 남은 감촉이 익숙하면서도 여전하게 지독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빼내어 질척한 핏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짧은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죽이고자 싸우는 전투가 아니니 부상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츠쿠시는 곧 한 발짝 물러나 피로 흥건하게 젖은 제 옷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렇다면 되도록 과한 공격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전과 같이 피하기 힘든 상황에 구태여 세븐스를 실은 공격을 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선우가 동의할지 않을지는 모르겠고, 츠쿠시가 생각하는 과함의 기준이 상당히 남다르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치명적일 공격을 서슴없이 날린 이유는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부스터가 그렇게나 사용하기 어려운 건가? 자신은 써 본 적이 없으니 짐작하기 어렵다. 그저 서로 가늠해 가며 겨루는 수밖에.
"계속하겠습니다."
거리를 벌린 행동은 단순히 소강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보다 넉넉하게 벌려진 거리를 비집고 길다란 칼날이 횡으로 직접 휘둘러져 들어온다. 검로는 선우의 어깨 높이로 맞추어져 있다. 길게 늘어나 멀리로 쏘아지는 기운은 없으나, 한결같게도 서늘하게 곤두선 날이었다.
아미키리 츠쿠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포기하지_못한_것은 츸시는 도저히 포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포기한 결과 지금에 이르른 설정이라 조금 애매하네. 그렇지만 하나 꼽자면 '어찌할 방도 없는 미련' 정도?
독가시에_찔린_자캐의_반응은 크으윽 레시야 이 원한은 잊지 않겠다...(?) 농담이구... 일단 그 자리에서 응급처치부터 한 다음 곧바로 치료 받으러 가거나 의료반을 부르는 것 정도...?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라면 겸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아무말)
자캐의_의외인_설정 아직 일상도 많이 못 돌리고 설정도 못 풀어서 어떤 점이 의외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ㅇ 그래도 지금까지 자주 보여줬던 모습에서 생각하자면! 전투 중에는 꽤 가차없고 자비도 없는 편이지만, 사실 그렇게 폭력적인 성향은 아니고 평화주의자라는 거? 폭력은 별로 안 좋아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면 되도록 안 싸우려고 해. 단지 '필요'에 따라 판단하는 거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꽤 무섭게 폭력하지만.... 일단 죽인다거나 자른다거나 폭력으로 심문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과격한 일을 오래 해 온 부작용에 가까워. 청소년기때부터 그런 거 하면서 살다 보면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도 ...........😐이러고 마는 편이야.
1. 「귀하게 여기던 것을 타인이 멋모르고 버려버렸다면?」 아직 되찾을 수 있는 시간 내라면 우선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예 가망이 없어진 상태라면... 너무 시무룩한 티 내면 상대도 미안할 테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해달라고 하는 정도로 끝내. 물론 속으로는 엄청 상심함... 자기 혼자 조용히 실망하고 침울해진다... 아니 어떻게 할로윈 사탕 뺏겼을 때랑 달라진 게 없어() 그렇지만 끝까지 화는 안 낼걸. 찰나에 확 느낀 감정도 화보다는 상실감이 더 앞서고 말이야.
2. 「어떤 문화매체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이후의 행동은?」 음~ 그냥 오래오래 두고 간혹 곱씹는 정도? 때때로 떠올리면서 마음의 소양과 위안으로 삼기도 하지만 오타쿠 수준으로 열심히 앓지는 않는다!
3. 「가고 싶지 않은 장소에 억지로 가게 됐을 때의 생각은?」 싫어도 어쩔 수 없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 싫어도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능률이 떨어져서는 안 되니 마음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어쩌구... 와 진짜 재미없다...😞
자캐가_방송한다면 : 저스트 토크 위주일 것 같은데~ :3 적당히 예쁜 조명 속에서 우아하게 다리 꼬듯 앉아있고 머리 배배 꼬면서 얘기 들어주는 가디언즈 누님.. 시청자 애칭은 '말랑이'(……)인데 이유가 인간은 말랑말랑하게 잘 터진단 이유임(..) 공감 잘 해주고 팩폭도 가끔 날려주고 자기 가디언즈 일하면서 있었던 모먼트도 얘기하고.. 매운맛 많이 심한 방송이라 가끔 성인걸고 방송함.. 수위 문제는 아니고 다른쪽의 수위 문제로.. "쳤더니 그대로 떨어져서.. 두개골이 박살이 나더라고? 당연하지, 12층인데.. 아, 성인 걸게요, 착한 미성년자는 자러 갈 시간이지요?" 같은 말 하면서 응.. 바이바이 딸깍~ 하는거지..
아무리 가디언즈라고 해도 세븐스니까 익명성 믿고 방송 테러하려 드는 어그로가 있겠거니~ 생각은 해보는데 얘 방송엔 없을 것 같아... 본보기로 하나 찾아가서 레지스탕스로 규명하고 현피 야외방송 뜨러가서 문 부수고 들어간 뒤에 방송 두달 정지 당할듯(...)
자캐의_간호하는_방식 : 의외로 착실하게 해줘.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해줬잖아요? 영광으로 여기세요. 그 하잘것 없는 목숨 연장해줬으니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길 바라요. 같은 느낌으로 내려다 봄... 물론 이 사람이 선 안에 완벽하게 들어오면 말없이 간호 끝내고 좀 괜찮은 것 같으면 나가버림.. 시선도 없이.
자캐의_그닥_쓸데없는_설정을_적어본다 : 음...
1.제랑 사이 안 좋은 건 여전함. 2. 이쪽도 헬무트랑 면식있음 3. 본편이랑 다르게 초콜릿은 밀크만 먹음 다크 취급 안함 4. 본편에서 옷 바꾸고 머리 기르면 에유이셔랑 똑같이 생김 5. 본편은 미래지향적 의상을 입는다면 에유는 1950년대 모티브 많이 삼아서 스톨류 그런 것도 자주 걸침. 퍼 스톨도 걸치고 사틴 스톨도 걸치고... 머메이드 원피스도 입고 진짜 쓸데없네 6. 기라기라 많이 들었음(tmi)
308 자기 물건에 이름은 어디에 쓰나요 : 이스마엘이 소유한 물건은 이름을 쓰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쓰지 않는다.. 굳이 쓴다면 소유 증명서나 감정서에 쓰겠지?
엣 다른 거요? 맹수는 주로 어딜 물지?
347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면 :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딴 쓰레기는 왜요." 라고 말하더니 점차 환멸나고 질린다는 듯 눈 굴리더니 하...도 아니고 ㅊ하! ㅋ, 이런 느낌으로 한번 날카롭게 비웃고 "난 아직도 3달러 이하의 음식은 안 먹어요. 아내한테 그렇게 지극정성인데 아직도 시체가 움직이지 못한 거 보면 사실 내연녀 있는 거 아냐?" 같은 셀프 패드립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꺼지라고 함..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처음 와보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아무곳이나 돌아다녀요. 그러면 아무나 나를 찾으러 오겠죠. 찾으러 오지 않으면 그냥 눌러붙지요. 그러면 상사가 어련히 알고 찾으라고 명령을 내릴 테니까요." "자주 있는 일이거든요."
2. 「싸움판이 벌어졌다! 구경하는 쪽? 아니면 싸우는 쪽?」 "구경해요. 아하, 내가 구경하지 않고 싸울 것 같나요? 나는 약한 것끼리 붙었을 때 나서지 않는답니다.." "놀란 눈이네요, 미안하지만 나는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손 뻗지 않아요. 그만큼 야만적인 사람은 아니랍니다."
3.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무례한 질문을 듣는다면?」 "들어줘요. 목숨이 많은 것 같으니 일단 다 들어주고 답해준답니다." "그러면.. 답해줬으니 답례를 받아야겠죠? 부디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을 진상하길 바랄 뿐이에요. 값어치 있는 것이 없다면 신뢰의 증표를 가져가곤 한답니다.." "네에. 모든 것은 보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내 말 이해하죠?"
츸시 진단은~~ 저기 의외인 설정? 이게 제일 눈에 띈다~ 의외로 폭력적이지 않고 평화주의자라는 점? 그리고 약간 자포자기의 모습도 보이는게.. 치료할 수 없을 때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누군가 츸시의 귀한 것을 잃어버려도 화풀이도 안 한다거나, 어엄청 느리게 헤엄쳐서 점점 가라앉는 청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사실 아무말이니 흘려들어줘 히히히
우 우와 가디언즈 방송은 역시 맵구나... 말ㅋㅋㅋㅋㅋ랑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오만함보다는 오히려 더 쌀쌀맞게 보이는 행동을 한다는 게 인상깊고 말이야...🤔 아니 근데 나... 헬무트랑 '면식이 있다'라고 서술된 게 너무... 너무 가슴 찢어질 것 같아... 압빠......😭 AU라서 그런 거지만 바람이 이셔만의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슬프지??? 그리고 고전 패션을 참고한 점이 인상적임... 개인적으로 그런 의상은 옛날 헐리웃 스타들이 연상된다고나 할까,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어느 면에서는 허황하고 퇴폐적인 느낌도 좀 드는 그런....(오늘도 텔레파시 화법!)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거 그냥 아무말 한 거였는데 생각해보니까 얘라면 진짜로 겸허하게 받아들일 게 뻔해서 😲←나 이러고 있잖아... 청새치... 청새치 꽤 닮았지... spearfish니까(?) 오 레시주 천재~ 자포자기도 틀린 말 아닐지도? 자기를 돌보지 않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보니🤔
츸시.. 포기한 결과가 지금에 이르렀단 설정이지만 미련은 놓지 못하는구나.. 사실 이런 거 보면, 에델바이스 사람들은 다 미련 하나씩은 크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 해진다..🤔 아니 뭐야 레샤언니가 찌?른거야?(아님) 의료반 부르는 거 정석인데 왜 겸허하게 죽음을 맞이하려 하나요 안 돼 츸시야 일어나 넌 에델바이스의 자존심이야.. 으응 그렇지 폭력적인 성향은 아니고 학습된 결과구나.. 조금 현실적인 부분이 겹쳐보여서 안타깝기도 하고.. 참는 삶인 건지 아니면 해탈한 건지.. 알고 싶으니 츸시주는 기력을 많이 길러서 많은 츸시의 모습을 보여주기..(강제로 약속)(?) 할로윈 사탕 빼겼을 때랑 달라진 게 없다지만 츸시 혼자 조용히 실망하고 침울해진다는 거 귀엽고 짠하잖아 찾아줄게 영혼까지 팔아서 함 찾아볼게...(?) 화 안 내는 거 떡밥인가..🤔 츸시는... 깊은 감동을 받으면 끼얏호우를 시전하지 않는다...(메모) 재미없는 츸시라도 한결같은 모습이 귀여워...
그러니까 으음.. 음..👀 AU 시점에서 헬무트는 이셔가 아니라 다른 시점에 비슷하게 버려진 아이를 키웠고, 그 아이로 하여금 지금 이셔 스토리와 같은 흐름을 밟았을 것 같아. 다른 말로는 가디언즈를 배신했단 뜻이고.. 문득 츸시주가 말한 '이셔만의 아빠가 아니다'는 언급에 스친 설정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이스마엘이 그 아이와 헬무트를 처단하러 갔을 것 같다...👀
"가란과 친하게 지냈으면서.. 그 밑에서 자란 내가 지금 어디에 속해있는지도, 지금껏 내 손에 끝난 사형수가 어땠는지도 당신은 알고 있을 거라 믿었는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이스마엘 양. 나는 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해서. 피를 보는 건 우리로 끝냈으면 좋겠다 생각했네. 그것이 문제란 말인가?" "네. 문제랍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길 바라니까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이상향? 말도 안 돼요. 사람들이 틀려먹었는데 뭐가 다르단 거예요, 그건 틀린 거야. 행복하던 순간은 언제나 한때니,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그 또한 허울 좋은 소리. 진정 스쳐가나요? 스치지 않아요. 한때도 아니에요. 평생, 함께해야만 해요. 평생!" "나를 죽이면 후련할 것 같나? 그 안에 매여 살면 평생 행복할 것 같나?" "적어도 지금 당장은요, 그리고 나는 늘 현재를 좇죠. 미래를 생각해봤자 지칠 뿐이에요." "가여운 아이." "당신의 아이 걱정이나 하시지."
이스마엘을 지금껏 내가 많이 굴리는 것 같은데 이건 캐릭터가 이만큼 불행해요! 불쌍히 봐주세요!가 아니라 이 캐릭터의 삶에서 지금 격동의 순간을 맞고 있어요!의 의도를 표현하고자 한 거고.. 그렇기 때문에 이스마엘이 많이 갈팡질팡 하는 면모가 많을 것 같아. 아마 이번 스토리에서도 쥬랑 열심히 약속해놓고 또 무너질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무너져버릴 수도 있어.
이게.. 왜 갈팡질팡해? 이셔는 어른이잖아, 혹은 왜 무너져? 무너지지 않을 강인한 다짐을 했잖아! 라면서 납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걸 차근차근 설명하고 싶었어 :3
일단 어른.. 이셔는 확실히 몸만 큰 아가 느낌이 있어. 근데 이건 내가 의도한 부분이 없잖아 있기도 해. 이스마엘의 인생에서는 '지금이 배우는 순간'이니까. 이스마엘은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사회화를 배울 상대는 아버지밖에 없었어. 아버지도 소모품 취급을 받고 사는 가디언즈 말단인데다, PTSD 때문에 그렇게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쌓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아무리 인터넷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해도 이 세계관에서는 정보가 당연히 검열되어 있을 텐데 정상적인 걸 습득하긴 했을까 싶었어. 거기다 이스마엘은 처음 나선 사회가 슬럼이었고, 거기에서 살아남고자 사투를 벌이며 살았잖아. 그마저도 지금 나이가 20살이니까.. 미성년자 마지막 시기를 그렇게 보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렇게 살면 안 된대... 그래서 배우는데 다들 나보고 아가래. 그리고 내가 부담스러운가 봐. 다들 자기 인생으로도 힘든데 내가 전가하려 드는 건 아닌가 싶어. 막 그러는 거지..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실 20살에도 사고 많이 치잖아..? 흑역사도 생기고. 뭐든 처음 시작하는 나이인데 어른이라는 중압감이 있는 나이. 그래서인지 이스마엘도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있긴 해. 어른이 뭘까? 하고. 몸만 큰 아이같은 느낌은 그걸 표현하고자 했어.. 좀 많이 순수하긴 하지만 ㅋㅋ... 아무튼 이셔는 아가가 맞아! :3
두번째.. 스토리에서 왜 무너져? 다짐했잖아! 이 부분. 이건 쉽게 설명하자면 이스마엘은 PTSD를 겪고 있으니까, 고 무겁게 가자면 이게 가벼운 것 같은데 안 가볍기 때문이지. 내가 이스마엘 묘사하면서 선우 개인 스토리에서도 잠깐 써뒀는데, 이걸 확실하게 다시 명시해두는 게 내 스스로 캐해 하는 것도, 남들이 볼때 저 캐는 왤케 갈팡질팡함? 할까 설명 붙이는 것으로도 좀 옳을 것 같아서 첨언해봐.
제 아버지가 자신을 부여잡고 울던 날도 있었으나, 죽은 아비가 카시노프의 손에 살아 돌아오는 그날을 기점으로 이스마엘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단 하루도 쉬지않고, 일상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면서 제 아버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끔찍한 미래를 홀로 상상하며 앓았고, 말하기 두려운 것이 많아 힘겹게 찾았던 에델바이스 내부 심리 상담 센터에서 입을 열지도 못하고 한참을 미안하다고만 중얼거리다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이 온몸을 감쌀 때가 있고, 그때의 기억이 이따금 머리를 스칠 때면 불침번을 서더라도 주저앉아 통곡했다. 때로는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다가 충동적으로 개인실의 물건을 죄다 깨부순 적도 있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잘 수 없으며, 하루에 두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현실을 살아가고자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안 무너지는 게 이상할 거야. 저 모든 것이 PTSD의 증상이고, 저런 증상이 내 의지대로 조절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거든. 어 그래... 나도 알고싶지 않았다...인데 이건 tmi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려는 건 1번의 '어른이 뭘까?'의 연장선이고.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그런 게 많은 아이다 보니까...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그 순간은 찰나의 시간이었으나 아스텔에게는 순간적인 영원으로 느껴졌다. 저 입술을 몇 번이고 탐하면서 제 입술자국을 남겼지만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은 매번 신선하고 다른 느낌이었고 그 순간이 아스텔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좋았다. 그녀가 오로지 제 사랑을 받아주는 것 같았고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느껴졌으니까. 그녀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나 아스텔은 그랬기에 그녀와 나누는 입맞춤. 즉 키스의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고 언제나 영원이었다. 그 와중에 '영원'을 살짝 입에 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뭔가 특이한 것을 느끼던 아스텔은 이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약간의 추론이 뒤따랐다. 저렇게 말하는 이유. 그것은 아마도...
"...내가 널 영원하게 만들어줄게. 앞으로도."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허나 약간의 추론은 가능했다. 허나 그것을 굳이 입에 담을 필요는 없었기에 아스텔은 그 정도로 대답을 마쳤다. 아니면 어떠랴. 그냥 자신의 맹세를 내놓았다는 것으로 하면 되지. 아무튼 제 목에 부드러움이 살짝 도장을 찍고 떨어지는 것을 느끼다 곧 들려오는 귓속말에 아스텔의 얼굴은 살며시 선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정말 보통 도발적인 이가 아니었다.
"...그럼 돌아갈 때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가야겠네. 어떤 것이 좋아?"
돌아가서 같이 늘어지자는 그 말에 아스텔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책이야 다음에 하면 될테고, 지금의 그녀는 그것보단 그냥 조용히 어딘가에 앉아서 쉬고 싶은 모양이라고 아스텔은 판단했다. 아니. 정확히는 단순히 쉬는 것만은 아닐 것 같지만 일단 그건 나중의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너머의 이야기는 장막을 들쳐봐야만 알 수 있을테니까.
이어 아스텔은 레레시아를 살며시 공주님자세로 다시 안아들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직 함께 있어야 할 시간은 많았다. 오늘 밤은 같이 있기로 했으니까.
"...가자. 레레시아. 집으로. ...아이스크림 사고. 다른 맛있는 것도 사서."
/일단 타이밍상 여기서 끊으면 될 것 같아서 막레 비슷하게 드릴게요! 한턴 정도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상관없지만.. 슬슬 길게 돌렸으니까요! 아무튼 수고했어요!
짧은 시간 시선이 울컥대는 상처에 머무르다 멀어진다. 연달아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훈련을 지속할 수 있나? 염려가 아주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멈추는 일 없이 전투를 속행한다. 전투는 되도록 가혹해야 했다. 그 스스로 그리 배워왔으며, 그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이롭다.
칼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상대는 공격을 피해 측면으로 빠져나가고, 통하지 못한 공격에는 허점이 뒤따르게 된다. 뒤를 잡혔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몸을 돌려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늦었다. 그에 검의 손잡이를 쥐었던 두 손 중 하나가 놓아져 칼등을 단단히 붙잡는다. 츠쿠시는 칼을 휘둘러 베는 대신 두 손으로 붙잡고 횡으로 눕혀 앞으로 내밀었다. 칼날을 바깥으로 세운 채, 다리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려져 버티는 자세가 되었다. 이윽고 충격이 닥쳤다. 굳건히 버티는 데에는 실패해 몸이 치이다시피 떠올랐으나, 서둘러 선우의 팔을 붙잡아 버티려 했다. 붙잡는 데 성공했다면 곧 그 손가락과 손톱이 날카롭게 곤두서며 살갗을 깊이 파고들려 할 테다.
면목 없다며 말을 이어가는 츠쿠시의 모습을 보던 너는 또 한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땐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네가 처음 가디언즈에 입단했을 때를 떠올리면 애초부터 자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잠시간의 삶이 끔찍하기만 했냐면 또 아니었다. 세븐스임에도 전혀 다른 대우를, 오히려 세븐스가 아닌 이들보다도 추앙받는 듯한 삶 자체는 짧긴 했어도 달콤했더랬다. 그러나 그런 달콤함 뒤에 느껴지는 떫음은 큰 것이라, 그저 분노로 일을 저지르는 상대가 아닌 삶을 위해서,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과 등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달콤함을 쉽게 무너뜨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걸 모르고 지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지는 않으셨잖습니까. 으음... 적어도 지금 제 앞에 서 계시니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면목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츠쿠시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
"어쩌면 그 곳에서 처음으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에 제가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무뚝뚝했고, 필요한 말만 했다. 간결한 의사소통과 어디까지나 선배와 후배로 나누는 일반적인 주고받음일 뿐이었지만 인간의 행동거지에는 알게 모르게 그 삶의 형태가 실리기 마련이었다. 새삼스럽지만 그 때 주변에서 돌던 평판을 떠올리니 또 웃음이 나왔다. 재미 없는 사람이 또 늘었다. 였나. 그러다가 츠쿠시의 시선이 그 발끝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들어올려지자,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고 그 눈을 마주보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츠쿠시 씨와 부딪힌 이후에 맡은 임무에서 탈주했습니다.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지던 저를 바깥으로 당긴 건."
제가 부수기 위해 잠입한 레지스탕스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너는 그 때를 떠올리듯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아무래도 누군가 정보를 미리 흘린 것 같더군요, 잠입이 성공했나 싶었는데 불시에 절 붙잡고 수색을 하더군요, 그동안의 교범이나 수칙 같은 건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이미 그들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만둘까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전혀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디언즈를 그만둔다기보다는 삶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땐 식은땀이 절로 흘렀던 기억이 난다.
글쎄. 적어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낫다고는 차마 그리 여기지 못하겠다. 알았으면서도,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속 편한 외면조차 하지 않고 어쭙잖은 가책을 느끼는 것이 과연 고통 받다 스러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까? 그는 그것 역시 속 편한 자기연민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 말이 고마운 것만은 진실이라,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츠쿠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별달리 좋은 가르침을 주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눈빛이 약간의 의문과 당혹감을 담고 조용히 깜빡여진다. 그도 제 성격이 살갑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호감을 갖고 있다 해봤자 제 쪽의 일방적인 정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간의 협소한 인간관계에는 그가 스스로 한 착각에 무시 못할 지분이 있을지도. 이야기가 시작되자 츠쿠시는 차분하게 이어지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견딜 수 없었다던 그 당시의 마지막 모습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 속에서, 그때에 매정한 말 대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짧게 떠올랐다. 그 만약은 오래지 않아 사라져 간다. 이제 와 무의미한 가정이고, 쥬데카는 결국 먼저 길을 찾아낸 모양이니.
"곧장 험악한 일은 당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레지스탕스에게 도움을 받은 듯하니 그렇지 않을까 짚어 본다. 나름대로의 호응이었다.
1.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가?」 엄청 빨리 온 게 아니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서서 기다린다!! 좀 기다려야 한다면 근처에 있는 벤치 같은 데 앉아 있지 않을까? 딱히 다른 곳에 가지는 않아~
2. 「외로울 때에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냥 외로운 채로 있는다... 얘는 좀... 사람이 알아서 멘탈 빠그라지는 재능이 좀 있어서 외로움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해...🤦🏻♀️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을 안 해서 누가 건져주는 거 아님 안락하게 외로움의 늪에 처박혀 있을걸?
3. 「어린 아이가 죄를 저지른다면, 냉정히 처벌해야 하는가?」 아니다! 물론 잘못에 대해 꾸짖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지. 그렇지만 처벌한다 하더라도 당장 죄를 묻는 것보다는, 자기 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커가며 그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건 아니고, 처벌은 그 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
>726 음~ 일단 츸시 진단! 츸시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조금 그 부분이 몽.. 한 느낌이라 귀여운걸.... 외로운 채로 있는다는 말이 많이 안쓰러워.. 사람이 알아서 멘탈 빠그라지는 재능.. 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건져줘야지 안 되겠네 에델바이스 사람들이 다 건져줄 거야! >:3 외로움은 안락하지 않습니다 츠쿠시... 아이가 죄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생각이 깊은 게 보여서 좋은 진단이었어... :3
그런고로 나도 질문에 답하자면~~
>>725 음.. 이셔는 일단, 매운 음식 같은 경우엔 코리안 테이스티는 못 버티고 그래도 싫어할 정도로 못 먹는 편은 아니다! 일까... 핫소스도 좋아하는 편이구. 아예 입도 못 대는 정도는 아니야.
>>728 나 지금 혹시 몰라서 상황별로 미리 초벌로 써둔 반응은 있어.. 경우의 수 5개임..
>>729 흥미로운 질문! 으으음~~ 이셔가 가진 버릇이라면 조금 있는 편이지, 응... 행동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가슴팍 근처에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데, 이건 에델바이스에 오기 전엔 머리카락이 길었다 보니 머리를 꼬던 버릇이 남아서 그래. 어.. 이렇게 보니까 신디는 이셔 머리 길었던 시절을 기억하겠네..? 머리 굵게 땋거니 아무렇게나 풀어헤치고 다녔거든...👀 말투에서는 간혹 실생활에선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가끔 튀어나오는 게 버릇이야.
어조까지 tmi 낭낭하게 풀자면 깍듯하되 활기차고, 그간, 잘 지냈습니까? 같은 말을 했다 칠 때, 지냈습- 부분의 냈습에서 바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까?의 부분이 올라가는 부분 처리가 숨결로 끝나지 않아서 발성이 또렷한 편이야. 가끔 목소리를 낮게 속삭일 때가 있는데, 그때는 거진 발성을 하지 않고 숨결로 끝나는 어미 때문에 목소리가 목에서 긁듯이 울리는 편이고.. 그런 음성학적 버릇이 있습니다 응.. :3
긴급 임무는 없었으나 그 동안 여러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 과정 속에서 이런저런 조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오늘. 정말로 간만일지도 모르나 모두에게 긴급 임무 지령이 떨어졌다. 말 그대로 언제나처럼 회의실에 모여서 브리핑을 받고 출동하는 그 절차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회의실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로벨리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모두를 맞이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번에는 꽤 표정이 진지했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에스티아와 아스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로벨리아는 언제나처럼 스크린에 떠 있는 화면을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맨 처음에 떠있는 화면은 다름 아닌 좌표였다.
"바로 이곳. 이곳이 이번에 너희들이 향해야 할 곳이야. 여기로 가야하는 이유는 한 가지. 너희들이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는 그 좀비와도 같은 병사들에게 전파로 명령을 내리는 곳이기 때문이야. 너희들이 이것저것 하는 동안 에스티아가 이런저런 조사를 했어. 정확히는 그 좀비와도 같은 녀석 중 하나를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사로잡는 것은 실패했어. 사로잡으려고 하는 타이밍에 자폭을 해버렸거든. 허나 그 '자폭을 하도록 하는 명령'이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파는 잡을 수 있었어. 그 전파를 역추적한 결과 나오는 좌표가 바로 여기야. 그래서 일단 여기에 뭐가 있는지를 또 조사해본 결과..."
이어 에스티아는 타이밍 좋게 마우스를 클릭했고 다음 장면으로 화면을 바꾸었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꽤나 커다란 크기의 연구소처럼 보이는 하얀 건물이 있었다. 건물의 크기가 크긴 했지만 위로 크게 치솟은 것이 아니라 마치 공장처럼 넓게 펼쳐진 것 같은 그 형태를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로벨리아는 말을 이었다.
"일단 잠깐 병사 하나를 투입해서 내부를 조사한 결과... 이 건물은 지붕이 매우 높긴 하지만 딱히 2층, 3층이 있는 것이 아니라 1층이 전부야. 다만 그만큼 그 크기가 넓어. 내부에는 그 좀비같은 이들이 여럿 발견되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어 화면이 또 바뀌었다. 그리고 거기에 보이는 것은 블랙 스케빈저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컨베이어 벨트였다.
"여기가 전부인진 알 수 없으나 여기서 블랙 스케빈저를 생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즉, 너희들의 임무는 이곳으로 간 후에 이곳을 없애버리는 거야. 기왕이면 폭발시켜서 아예 싹 날려버리는 것이 좋겠지. 허나 가디언즈도 바보는 아닐테고 십중팔구 전파가 여기서 발산되었다는 것은 너희들이 보고한 그 카시노프가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커. ...어쩌면 전파를 탐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작자가 일부러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유도한 것일 수도 있지. 허나 어느 쪽이건 이 건물은 날려버리는 것이 좋겠지. 여기까지 질문 있나?"
이것저것 복잡한 일이 끝났다. 머리가 아플정도로 계획을 세웠고 연기를 했으며 기만을 했고 모든 것을 성공했다. 이번 일이 끝나고 2,3일은 앓아누웠으니 그가 저번일로 정신력을 얼마나 소모했는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벨리아에게 인사하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 깨끗하고 그의 태도 또한 묘하게 기분 좋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물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장과 부관, 에스티아의 얼굴을 보고 그의 표정 또한 누그러졌다.
"자폭하는 걸 멈추는 방법은 없나요? 예를 들어서 얼려버린다거나.."
아니면 사로잡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폭 기능 자체를 정지시킨다거나..
"블랙 스케빈저라.."
그는 블랙스케빈저라는 이름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 분명 에스티아의 말로는 절대로 수리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상처없이 무사히 가지고 온다면, 아무리 그녀라도 뭐라할 수 없지 않을까? 아니면 설계도라도 훔쳐온다면, 그 비슷한거라도 훔쳐온다면, 에스티아가 수락한다면 대박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에델바이스 내의 다른 과학자들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말기가 긴급 소집을 알릴 무렵. 그녀는 라라시아의 개인실에서 같이 무언가 하고 있었다. 샬레 여러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배양액과 색색의 액상들을 가지고서 서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이거면 되나. 앗 따거!" "조심 좀 해- 알아서 피하라구-"
뭐 마냥 정답지만은 않았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그러는 도중 레레시아의 단말기가 울렸다. 오랜만에 보는 긴급 소집 메세지에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떠야 했다.
"하필 이럴 때야. 아무튼 다녀올게." "응- 팔다리 조심하고-"
그건 인사냐 걱정이냐? 둘 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라라시아의 개인실에서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간만에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한 자리에 있었다. 별다른 인사 없이 들어와 자리에 앉은 그녀는 이내 스크린을 보며 브리핑을 들었다. 임무의 내용 자체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가디언즈의 시설을 파괴하기. 그런데 이 인원으로는 힘들지 않나. 그녀는 회의실 안을 둘러본 뒤 질문했다.
"시설 크기에 비해 인원이 부족해 보이는데. 따로 폭탄이나 장비가 지급되는지?"
가디언즈의 시설이니 보통 단단한게 아닐 것이다. 완전한 파괴를 위해서는 확실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물음을 하고 스크린을 좀 더 응시한다.
(선우)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이전에도 그렇고 에스티아가 조사하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조금만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자폭을 하도록 명령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사실상 힘들거야. 일단 시도는 해봐야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총 3번의 포획 시도가 있었지만 3번 다 제대로 시도도 못하고 실패했어."
자폭하는 것을 막을 수 없냐는 그 물음에 로벨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라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목소리에 확신을 가질 순 없었다. 한편 블랙 스케빈저에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본 로벨리아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왜 거기서 그렇게 눈을 빛내면서 흥미를 보이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가져올 생각하지 마라. ...저것의 구조는 나도 들었다만, 사용해서는 안될 병기야.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될 물건이었어. ...아니면 너는 설마 능력자들을 캡슐에 집어넣어서 생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런 병기를 사용하자고 주장할 참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경고하듯 로벨리아는 차갑게 이야기했다. 이후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시선을 치웠다.
(레레시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양동작전으로 나갈 생각이야. 이번 작전에는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투입시킬 생각이야. 허나 이 둘은 너희들과는 다른 루트로 들어가고 에스티아가 직접 수제 폭탄을 설치할 생각이야. 아스텔은 그 호위로 들어갈 예정이고. 그러니까 너희들의 임무는 최대한 시선을 끌어서 에스티아가 폭탄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끄는 거야. ...물론 너희들 측에서도 일부 장치를 파괴할 수 있다면 파괴해도 상관없어. 일단 내부의 가디언즈 병력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퇴각시킬 수 있다면 이후는 쉽게 돌아가겠지."
아무래도 이번 임무는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투입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다른 루트를 통해서. 즉, 어떻게든 가디언즈 병력들을 제압하거나 퇴각시켜서 저 건물을 점령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인 모양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난이도가 쉬울리가 없었다. 아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블랙 스케빈저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던가. 절대 그런 곳이 쉽게 점령될리가 없었다.
(공통) "그리고 김에 말이 나왔으니 설명을 하자면 블랙 스케빈저는 안에 능력자들의 세븐스 입자를 빼내는 캡슐이 여럿 장치되어있어. 그 안에 세븐스들을 집어넣어서 말 그대로 생체건전지로서 작동시키는 모양이야. ...그래. 블러디 레드의 로봇변환능력처럼 말이지. 일단 말이 나온 김에 너희들도 알아두도록."
선우에게 말한 것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설명하면서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침투 경로가 그려진 지도의 모습이었다.
"일단 너희들은 정면으로 들어간다. 그럼 자연히 교전이 시작되겠지. 그 사이에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뒤쪽을 이용해서 들어갈 예정이다. 폭탄을 다 설치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테니 최대한 휘젓고 다니는 것을 권장하도록 하지. 물론 힘들다 싶으면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해도 상관없어.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작전 수행이 힘들겠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말고 목숨을 부지하도록."
이어 브리핑이 끝이 났고 로벨리아는 마지막으로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이가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워프를 했으면 해당 건물이 근처에 있는 언덕 위 지대에 도착했을 것이다. 조금 거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해당 건물의 입구 부근에서 가디언즈의 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이 세 명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각각 소총을 들고 있었고 아직 에델바이스 멤버들이 있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자폭을 막을 수 없다는 말에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후에 나온 로벨리아의 따끔한 훈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다. 물론 에스티아는 그런 비 윤리적인 기계를 만지고 싶진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세상에는 그녀보단 조금 덜 윤리적인 것에 민감한 사람도 있으니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다.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목숨이 살아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작전이 성공한다면 가치있지 않을까?
이스마엘은 노이즈 속에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 번도 에델바이스의 방침에 반기를 들거나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이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지로 들어가는 행위에도 군말없이 따를 수 있었다. 좀비가 여럿 발견 되었다고 했을 때도 스스로를 최대한 다독이려 굴었다. 혹시라도 헬무트를 찾는다면 편하게 안식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하려 했다. 그렇게 굴면 다 괜찮을 것이라 스스로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실은 두렵다. 카시노프가 어떤 수를 썼을지 도통 모르기 때문이다. 교전과 휘젓는 일도 해낼 수 있을까? 아니다, 의심은 사람을 흔들리게 만든다. 그런 것엔 지금 당장 미련을 갖지 말자. 잘 하던 일이잖아. 약속한 것도 있잖아. 준비를 하며 워프게이트로 들어섰을 때, 이스마엘은 병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여기는 이스마엘, 기습하겠습니다."
소총을 무력화 하려는 듯, 이스마엘은 풀숲 사이에서 가디언즈를 주시했다. 총구를 구부리려 시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레레시아의 행동이었다. 촉수처럼 뻗어나간 독액은 그대로 병사들에게 닿아 병사들의 몸을 순간적으로 마비시켰다. 그리고 이스마엘의 소총들이 일제히 총구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이내 선우의 저격총이 병사의 머리에 명중했고 그대로 병사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쓰러지고 얼마 가지 않아 건물 내에서 경비벨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애앵! 애앵! 애앵! 애앵!
말 그대로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쓰러진 이들은 확실하게 쓰러지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좀비들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가디언즈의 병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병력들은 더 나타났다. 이내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에서 중장갑을 둘러서 몸을 가리고 있는 병력이 네 명 등장했다.
"침입자다! 침입자다!!" "엘리나님에게 알려라! 테러리스트가 나타났다!"
이어 중장갑을 하고 있는 병력 세 명이 입구에서 방패를 꺼내서 방어동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한 가디언즈가 뒤쪽에서 세븐스를 발동시켰고 네 명의 앞에 푸른색 결계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입구에 방어진을 펼치면서 그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건물의 창문이 하나둘씩 열렸고 그 너머에서 미사일 포대 장치가 창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포대들이 도착하면 폭격이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핫. 테러리스트! 네 녀석들이 여긴 무슨 볼일로 온 건진 모르겠지만 여기선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다!"
선우의 저격에 의해 결계를 치고 있던 가디언즈 병사는 순간 뒤로 물러섰고 전방에 있던 가디언즈 병사 세 명의 앞에 펼쳐져있던 결계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창문을 통해 미사일 포대가 완전히 이동했다. 창가에 설치된 포대는 총 6개. 그리고 그 포대의 끝은 정말 철저하게 에델바이스 멤버 쪽으로, 정확히는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즉 방패를 들고 있는 중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들 셋 역시 사정범위 안에 있었다.
미사일 포대가 이동했고, 사정범위는 가디언즈 병사를 포함하고 있었다. 카시노프의 명령이라 한들 이렇게 망설임이 없을 사람들이 아니다. 이스마엘은 직감했다. 시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충성심있고 편리한 도구들. 두려움도, 망설임도, 걱정할 필요도 없는 도구. 이스마엘은 눈을 굴렸다. 지금 당장 도망칠 수야 있었다. 혹은 멈출 수도 있고, 혹은 역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저 사람들을 살려봤자 어차피 테러리스트라며 손가락질하며 악담을 퍼부을 텐데.
"죽기 싫으면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럼에도 이상향에 들어갈 사람이다. 구해야 했다. 원래 욕 먹는 것이야 익숙하지 않은가? 그저 견뎌내고, 꿋꿋하게 나아가야 할 뿐이다. 이 사람들도 각자만의 선택을 할 테니. 쓰러진 가디언즈의 손을 짓밟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제법 우습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라면 본디 위선적이라지 않은가.
지금의 상황에,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이 얼마나 자비 없는 냉혈한 인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온 병사들을 이렇게 쓰다가 버리는구나. 카시노프의 이름을 부르는 그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나, 저희 역시 저들과 상황은 다를 건 없다. 금세 저희를 조준한 미사일 포대를 올려다보자 소름이 끼쳐 몸을 떤다. 저번처럼 떨어지는 미사일을 포탈로 통과시킬 수는 없을 거 같고. 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창문을 통해 내부로 포탈을 열려 시도하고서, 안으로 진입 후 조준하는 병사를 제압해 창문 밖으로 내던지려 시도했다.
레레시아는 독액으로 미사일을 붙잡은 후 궤도를 바꿔서 입구 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선우는 아공간을 펼쳐 미사일을 집어삼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염력으로 장을 펼쳐서 미사일을 받아냈다. 일단 자신들쪽으로 오라고 하는 그 말에 가디언즈 병사들은 눈치를 보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지만 결국 살고 싶었는지 허둥지둥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한편 신디는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예상했다시피 미사일 포대 앞에 눈에 초점이 없고 그냥 말 그대로 앞만 바라보고 있는 죽어있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움직이는 존재. 좀비병들이 하나씩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하나가 창문을 통해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내부는 방이 나뉘는 구조가 아니라 아주 커다란 공장 같은 느낌의 분위기였다. 지붕이 매우 높았으나 2층이 없었으며 지금 신디가 서 있는 곳은 일부러 입구 부근 창가에 따로 발 디딤대를 길게 만들어서 그나마 높게 올라설 수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있는 병사로 추정되는 이가 단검 두 자리를 뽑아들고 그대로 신디를 향해 기습했다. 그녀의 목을 노려서 휘두르는 모습이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한편, 도망쳐서 앞으로 달려오던 가디언즈 병사들을 향해서 창문에서 막 뛰어내린 헬멧을 쓴 병사가 등에 지고 있는 유탄 발사기를 들고 유탄을 쏘았다. 이내 그 유탄은 거의 바로 폭발했고 가디언즈 병사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거의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이 얼핏 봐도 그 네 명을 일부러 노려서 에델바이스 멤버들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파편이 연쇄적으로 주변으로 튀었으니까.
-켈켈켈켈.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가 많았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설마 이렇게 빠르게 여기까지 찾아낼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칭찬해주지.
그리고 이내 건물 쪽에서 카시노프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카시노프는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었다.
-허나 아직은 이쪽도 조금 준비가 필요해서 말이야. 너희가 예상보다 빨리 와서 말이지. -켈켈켈. 그러니까 조금은 이 녀석들과 놀아두도록. 칼리온. 헬무트. 놀아주거라.
신디를 노리는 좀비병. 칼리온. 그리고 방금 유탄을 발사한 좀비병. 헬무트.
-아. 그리고 이쪽도 나름 조사를 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보다는 이 애들의 스펙이 낮아서 솔직히 막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죽여버려도 좋다구! 켈켈켈켈!!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싸움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지.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은 에델바이스를 노리고 있었다.
/교전이지만 보스전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다이스를 굴리거나 하진 않아요! 10시 50분까지!
막아낸 직후 서슬 퍼렇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날카로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첨예한 반응이었다. 장을 거두면서도 이스마엘은 뒷목이 따끔거리는 감각을 무시하려 들었다. 꼭 무언가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꼭 이런 느낌이 들었다. 사지에 한번 몰려본 이후로 생긴 감각이다. 유탄이 날아올 때,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홉떴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파편과 함께 살려주지 못한 것의 육편 흩날릴 적 손 뻗어 그대로 튕겨냈다. 머리카락이 역으로 선다. 땅 주변이 갈라지더니 이스마엘의 노이즈에 이모티콘이 그려진다.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웃는 모습이었다.
"통보 하나만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헬무트라 불린 자는 죽이지 마십시오."
신념은 신앙심과 같다. 의심이 한 번 깃들기 시작하면 일상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검열하며 끝내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혹은 부정하는 지경에 다다른다. 무전을 통해 전달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왜 통보라 했는지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가디언즈지만 살겠다고 오는 이들을 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공장의 입구도 부술 겸 미사일을 그쪽으로 돌리며 병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해주려고 했으나. 누군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 누군가는 가차없이 병사들을 폭격해 쓸어버렸다.
"하?!"
아무리 그래도 병사를 저렇게 쓴다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러고 있을 틈은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독액으로 넓은 막을 펼쳐 그녀와 동료들에게 튀는 파편을 막으려고 했다. 완벽한 방어는 무리라도 각자 방어할테니 그거에 더해지면 충분하겠지.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인원이 있는 거 같은데 그 쪽은 괜찮은가. 상황 파악을 위해 통신을 치려는 찰나였다.
그녀보다 먼저 들려온 무전에 그녀 역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나갔다.
"이스마엘."
그녀는 이스마엘과 같은 지대에 있었고 고개만 돌리면 눈이 마주칠 것이었다. 그녀는 노이즈 너머의 눈을 알고 있으니. 돌아보았다면 똑바로 마주쳤겠지.
"작전 중의 사적인 통보를 받아줄거라 여길 만큼 부대를 만만하게 생각한 건 아니라고 봐줄게. 적어도 지금은."
서늘한 말투만큼이나 서늘한 시선이었다. 이후 그녀는 곧바로 대량의 독액을 생성해 존비명- 헬무트의 육신에 때려붓는다.
도망쳐서 앞으로 달려오던 가디언즈 병사들을 조롱하는 선우였지만 그들을 향해서 유탄 발사기가 날아오자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만약 에델바이스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공격이었다면 최소한 자신이나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날아와야했다. 그러나 유탄은 도망치는 가디언즈를 향해 날아갔다. 이는 그저 병력을 낭비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가학심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했다.
"..."
유탄을 날린 자는 헬무트, 이스마엘과 연관이 있는 자로 추정되었다.
"저 놈은 네 손으로 끝내. 남의 손을 타게 된다면 넌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이윽고 그녀가 자신과 동료들을 향해 통보를 하자 그 말에 열이 받았는 지 무뚝뚝하게 답했다.
"10초 안에 '부탁합니다'를 붙히지 않는다면 네 아버지는 베히모스 한끼 식사 거리가 될꺼야."
그는 부스터를 작동하여 저격총으로 칼리온을 저격했다. 헬무트인지 헬무지인지는 이스마엘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 믿으며 칼리온과 싸우려고 한다.
"전부터 궁금했는 데, 포탈 사이에 신체 부위를 넣은 상태에서 포탈을 닫아버리면 통과중인 신체부위는 어떻게 되는 거야? 잘리는 거야?"
시설 내부로 들어서고, 곧 이은 폭발에 잠깐 눈 앞을 왼팔로 막는다. 폭발에 휘말려 먼 거리를 날아온 콘크리트 조각 하나가 왼쪽 팔을 툭 하고 치고 지나갔다.
기분나쁜 녀석의 등장... 인가 싶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다. 하여간 저런 스타일이 가장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추적해서 잡는 재미 아니냐고? 헛소리. 작전을 재미로 할 리가 있나.
여튼 이번에도 땡인가, 싶은 가운데에...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그 때랑 무장이 같지는 않지만, 내 기억에 따르면 대충 저 정도 체구였었지. 그리고 그 때도... 지금만큼이나 자비심 따위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었고. 최소한 이쪽 시점에선. 단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명령에 대한 복종'의 선을 넘어 이젠 아예 고깃덩어리 기계 인형이 되었다는 정도인가?
유탄의 폭연을 넘기고서, '그때'와 같이 돌격소총을 견착한 채 유탄사수에게 조준선을 정렬한 채로 말을 건넸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표정을 구긴다. 포대를 잡고 있던 것은 시체다. 죽어도 쉬지 못하고 명령에 따르고 있는 그 끔찍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반인륜적인 이곳을 불태우는 것으로는 모자랄 만큼, 분노 또한 느낀다. 혀를 쯧 차고선, 고개를 돌려 밖의 상황을 살핀다. 다행히도 미사일은 모두의 힘으로 어떻게 막아낸 듯 하여 이제서야 들어온 내부를 둘러본다. 말대로 2층이 아닌 건물이라 제가 서있는 곳은 디딤대가 있는 높은 곳일까. 그렇게 둘러보던 중 무언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본다. 무엇인지 살피려고 할 때. 저에게 달려드는 이를 본다. 기습에 급히 보검을 꺼내 들어서 막아보려 시도했다.
<헬무트 쪽> 레이의 말에 헬무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가능할리가 없었다. 좀비병들은 모두들 얘기를 할 수 없었으니까. 한편 이스마엘의 세븐스로 인해 헬무트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움찔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뒤이어 레레시아의 독액이 투하되자 붙잡혀있는만큼 헬무트의 몸에 그대로 명중했다. 이내 연기와 함께 헬멧의 일부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헬무트의 얼굴을 아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을 그 얼굴이 맞았다. 그리고 피부도 살짝 타들어가면서 일부 녹은 곳이 있었지만, 그곳은 기계로 보정되어있었다.
"........"
살아있는 존재라면 비명을 지를법도 했지만 이쪽은 죽은 존재였다. 즉, 비명을 내지도 않았고 움직임을 주저하지도 않았다. 이내 헬무트는 허리에 차고 있는 슈루탄을 집어든 후에 이스마엘이 있는 쪽으로 투척했다. 그토록 이스마엘을 아낀 존재였다고는 하나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그 몸을 조종하는 것은 다름 아닌 카시노프였으니까.
<칼리온 쪽> 신디는 보검으로 칼리온의 두 단검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선우의 저격총 공격으로 칼리온이 명중하긴 했지만 역시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만큼 조금도 움찔하지 않았다. 피도 흐르지 않을 뿐더러 아파하지도 않았다.
"......."
이내 칼리온은 선우를 바라보더니 단번에 돌진해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선우의 몸을 노리고 단검으로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다. 좀비병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 움직임은 절대로 얕잡아볼 것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정예병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들어오는 모습이 상당히 매섭고 날카로웠다.
윤리를 중요시하는 에스티아의 성격 상 이 녀석을 산채로 개조해서 우리 꼭두각시로 쓰게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 산채로 파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단어를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 녀석을 해부해서 생물학 기술들을 연구하여 의료기술을 발전시키자고 해볼까? 아니면 죽어서도 에델바이스를 위해 싸우고 싶으니 내가 죽으면 이 녀석처럼 만들어서 써달라고 부탁해볼까? 아니다. 차라리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른 온건파 레지스탕스에 갖다주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보검을 갖지 못해 상대적으로 약한 온건파 조직들의 무력을 강화할 수도 있을 테니까.
칼리온의 단검찌르기는 예리함 그 자체를 다루는 이보다 무뎠고 그의 속도는 부스터보다 느렸다. 아공간을 열어 자신의 무기창고에 있던 여러 소총과 산탄총을 칼리온에게 떨어뜨렸다. 아무리 총이라고 해도 결국 5kg무게의 쇳덩이이니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와 동시에 아래에 있는 동료에게 무기를 공급해주는 용도였다.
정말로 운이 좋다면 그대로 칼리온을 아공간 속에 봉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늘을 날아오는 그였기에 공중에서 방향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믿지 않았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부스터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제 목을 향하던 단검을 간신히 막아낸다. 도기의 무전이며, 선우가 저에게 무어라 말을 건 것 같은데. 기습에 놀란 심장의 맥박이 귓속에서 쿵쿵대니 제대로 듣지 못했을까. 눈앞에 시퍼렇게 날이 선 상대의 단검을 이리 가까이서 보고 있자니 죽을 뻔했다는 생각과 막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진다.
"미안! 나 바빠서 못 들었어요!"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진 않았지만, 애써 태연히 말하고서 이어질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려 한다. 하지만 상대는 눈앞의 자신보다 원거리에서 공격해오는 선우가 더 거슬렸던 것일까. 방향을 틀어 달려가는 모습에 바로 뒤를 쫓는다. 선우의 공격이 끝나고 나면, 그때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