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시선이 울컥대는 상처에 머무르다 멀어진다. 연달아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훈련을 지속할 수 있나? 염려가 아주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멈추는 일 없이 전투를 속행한다. 전투는 되도록 가혹해야 했다. 그 스스로 그리 배워왔으며, 그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이롭다.
칼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상대는 공격을 피해 측면으로 빠져나가고, 통하지 못한 공격에는 허점이 뒤따르게 된다. 뒤를 잡혔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몸을 돌려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늦었다. 그에 검의 손잡이를 쥐었던 두 손 중 하나가 놓아져 칼등을 단단히 붙잡는다. 츠쿠시는 칼을 휘둘러 베는 대신 두 손으로 붙잡고 횡으로 눕혀 앞으로 내밀었다. 칼날을 바깥으로 세운 채, 다리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려져 버티는 자세가 되었다. 이윽고 충격이 닥쳤다. 굳건히 버티는 데에는 실패해 몸이 치이다시피 떠올랐으나, 서둘러 선우의 팔을 붙잡아 버티려 했다. 붙잡는 데 성공했다면 곧 그 손가락과 손톱이 날카롭게 곤두서며 살갗을 깊이 파고들려 할 테다.
면목 없다며 말을 이어가는 츠쿠시의 모습을 보던 너는 또 한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땐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네가 처음 가디언즈에 입단했을 때를 떠올리면 애초부터 자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잠시간의 삶이 끔찍하기만 했냐면 또 아니었다. 세븐스임에도 전혀 다른 대우를, 오히려 세븐스가 아닌 이들보다도 추앙받는 듯한 삶 자체는 짧긴 했어도 달콤했더랬다. 그러나 그런 달콤함 뒤에 느껴지는 떫음은 큰 것이라, 그저 분노로 일을 저지르는 상대가 아닌 삶을 위해서,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과 등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달콤함을 쉽게 무너뜨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걸 모르고 지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지는 않으셨잖습니까. 으음... 적어도 지금 제 앞에 서 계시니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면목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츠쿠시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
"어쩌면 그 곳에서 처음으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에 제가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무뚝뚝했고, 필요한 말만 했다. 간결한 의사소통과 어디까지나 선배와 후배로 나누는 일반적인 주고받음일 뿐이었지만 인간의 행동거지에는 알게 모르게 그 삶의 형태가 실리기 마련이었다. 새삼스럽지만 그 때 주변에서 돌던 평판을 떠올리니 또 웃음이 나왔다. 재미 없는 사람이 또 늘었다. 였나. 그러다가 츠쿠시의 시선이 그 발끝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들어올려지자,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고 그 눈을 마주보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츠쿠시 씨와 부딪힌 이후에 맡은 임무에서 탈주했습니다.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지던 저를 바깥으로 당긴 건."
제가 부수기 위해 잠입한 레지스탕스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너는 그 때를 떠올리듯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아무래도 누군가 정보를 미리 흘린 것 같더군요, 잠입이 성공했나 싶었는데 불시에 절 붙잡고 수색을 하더군요, 그동안의 교범이나 수칙 같은 건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이미 그들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만둘까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전혀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디언즈를 그만둔다기보다는 삶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땐 식은땀이 절로 흘렀던 기억이 난다.
글쎄. 적어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낫다고는 차마 그리 여기지 못하겠다. 알았으면서도,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속 편한 외면조차 하지 않고 어쭙잖은 가책을 느끼는 것이 과연 고통 받다 스러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까? 그는 그것 역시 속 편한 자기연민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 말이 고마운 것만은 진실이라,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츠쿠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별달리 좋은 가르침을 주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눈빛이 약간의 의문과 당혹감을 담고 조용히 깜빡여진다. 그도 제 성격이 살갑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호감을 갖고 있다 해봤자 제 쪽의 일방적인 정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간의 협소한 인간관계에는 그가 스스로 한 착각에 무시 못할 지분이 있을지도. 이야기가 시작되자 츠쿠시는 차분하게 이어지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견딜 수 없었다던 그 당시의 마지막 모습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 속에서, 그때에 매정한 말 대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짧게 떠올랐다. 그 만약은 오래지 않아 사라져 간다. 이제 와 무의미한 가정이고, 쥬데카는 결국 먼저 길을 찾아낸 모양이니.
"곧장 험악한 일은 당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레지스탕스에게 도움을 받은 듯하니 그렇지 않을까 짚어 본다. 나름대로의 호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