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그가 하는 설명을 들는다. 마도로 불꽃을 피워내거나 원소를 소환하는 행위. 그러한 것을 공격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의지 혹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흠... 토고는 잠시 생각해본다. 마도라는 것은 의념으로 하여금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려면 마도를 다루는 자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 아닌가? 끄응.. 머리가 아파져온다. 마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아보였다.
"의념으로 인해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느낄수도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가령 들판을 달리는 광경을 노래한담면 의념으로 직접 들판을 달리는 경험을 시켜줄수 있고.. 그제?"
여기서 토고가 묻고 싶은 것이 나타난다.
"그래서 내가 들은 노래 이름이 '파도'였는디, 작곡가가 바닷가에서 바다내음을 맡고, 넘실거리는 파도와 모래사장에 부딪혀 거품을 남기고 흩어지는 그런 풍경을 보고 연주했다 카드라." "경쾌하고 신나고 쿵 쿵 내리치는 장구소리가 파도 부딪히는 것처럼 들렸데이. 그래가 니도 연주할 때 그런 걸 담아 연주하나 싶어가 물어본기다."
토고는 다시 곰곰히 생각해본다. 음악을 통해 아군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바드? 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어떤 의지를 담는가, 그리고 그 의지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요것도 마도랑 비슷하네. 마도라는 현상을 피워낼 때, 어떤 의지를 담꼬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함 생각해봤다."
강산은 고개를 끄덕인다. 구현 방식에 따라 그것은 아군들의 신속을 북돋는 상쾌한 버프가 될 수도 있고...적들에게 다소 거슬리도록 초원을 휩쓰는 맞바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마도 이야기까지 섞이니 토고가 머리아파하는 것이 보여서 굳이 말하진 않는다. 대화가 옆길로 너무 새지 않게 조심할까.
"오...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들으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아니, 꼭 수행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타악기로도 자연의 그러한 모습을 멋지게 담아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토고가 언급한 곡의 설명을 듣고 강산이 눈을 더욱 빛낸다. 그러고보니 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혼자 여행다닐 적엔 풍경을 보고 느낀 심상에 어울리는 곡을 연주하긴 했지만...즉흥적으로 선율을 지어내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그에 비해 정작 실력이 늘어난 요즈음은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고, 악기를 들고 전투를 하기도 하다보니 자연을 표현하기보다는 상황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깨달은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리고 새삼스레 존경의 눈빛이 토고를 향한다.
토고는 칭찬을 받으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궁금한 거 물었을 뿐인디... 쓰읍..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말이다. 취미로는 여러가질 표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었지만, 본업이 되니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어지고 즐거움보단 괴로움이 앞선다는 경우는 흔하니까. 그래서 그런가 토고는 그의 말에 조금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전투가 뭐꼬, 내 죽거나 니 죽거나 하는 상황인디 자연을 표현이고 뭐고 할 수 있겠나?"
그러면서 토고는 "단순하게 생각해봐라." 라고 덧붙이곤
"전투라는 그 상황도 자연일수도 있고, 굳이 자연을 표현하지 않아도 개개인을 표현하는 것도 방법 아니겠나? 누군가 다치면 그 아픔이 가셨으면 좋겠다며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음악으로 보듬고, 누군가 용맹하게 나서고 싶어하면 뒤를 밀듯 용맹한 모습을 담아 고양시키믄 되는거지."
이윽고 토고는 마도사도 아니고 음악가도 아니지만 둘의 공통점을 잇고 그것을 표현한다.
"의념으로 음악을 한차원 높아졌고, 마도는 의념을 통해 발현한다믄 둘 다 사용자가 바라는 것을 표현하고 이루어내는 힘을 가졌으니... 니만의 음악은 니만의 마도고.. 뭐... 그런 거 아이겠나?"
강산은 토고에게 웃어보이며 나노머신 칩을 빠르게 조작해 토고가 말해 준 곡의 제목을 메모하고는, 토고의 위로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동의를 표한다.
"아하하, 그건 그렇긴 하죠."
그리곤 가만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 할 때에는 순서를 지켜야지 상대의 말을 끊어서야 쓰나.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그것 아십니까? 악기 연주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버프이지만...그 효과를 공격적인 것으로 바꾸어주는 마도 기술이 있습니다. '불협화음'이라고요. 제가 음악을 통해 자연을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그 자연의 위엄을 고스란히 살린 마도 공격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다시 입을 열 때 그는 그라데이션 들뜸을 담아서 양 팔까지 들어올리며 설명해나간다. 그러다가도 곧 다시 팔을 내리며 푸하핫, 하고 웃음을 터트리지만.
"꼭 싸우기 위해서만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아, 그래도 전투와 비전투 상황을 불문하고 그렇게 동료의 모습을 표현하며 돋보이게 해주는 것도 멋질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도 토고의 말에 좋은 생각이라는 듯 또 다시 나노머신 칩의 홀로그램을 열어 메모해나간다.
"그라믄 다른 곳에도 함 가보고 해야긋네. 국내 여행은 쪼매 한 것 같은디, 해외 여행은 관심읎나? 거.. 어디고... 마도 일본이나 유럽쪽은 어떤디? 거는 섬이기도 하고 다양한글 볼 수 있을기라 생각카는디."
대충 화제가 정리된 것 같으니 토고는 슬슬 자기도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떡밥을 깔았다.
"내는 이번에 청주 간다. 대장간 게이트 알제? 소문으로 들어는 봤나? 거에 태식아재랑 내랑 그리고 그... 여우 믿는 가스나 있제? 이름이.. 오토나시? 자동나시? 하는 금마랑 같이 간다. 그래가 이것저것 산다고 아주 죽겠다... 내 20만 있던거 순식간에 다 떨어져가 입에 풀칠하게 생겨부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