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의 모든 것에 비견될 정도로. 누군가는 재력을 위해,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누군가는 가문을 위해, 그리고...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위해. 베로니카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 삶의 불꽃? 나보다도 더 미친 여편네? 서로가 필요한 사람? 내 사랑? 내 어머니? 내 딸? 내 여동생? 내 친구? 내 무언가? 내 일부? 어쨌든,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가족인 것은 확실했고, 자신의 무능이 가족의 목을 조르는 상황은 사절이었다.
"네. 유럽이라더군요. 그리고 UGN의 지휘를 받는다고는 들었는데... 얼마나 행동에 간섭하는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대답하려는데, 자판기를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인다.
"슬슬 저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다가올테니, 한 잔 마시고 다시 일 들어가야겠군요." //15
근데 빈센트가 히어로모멘트 쓰면 대체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합니다. 빌런빈센트가 나와서 현재빈센트+다른 특별반 팀원들이 기겁할까 아니면 빛센트(인성깨끗함, 사람 함부로 안죽임, 클린함)가 나와서 모두가 ???할까 아니면 앨랠래를 좋아하는 빈센트가 나와서 "앨랠래" 한마디로 적을 터뜨려 죽이고 빈센트를 비롯한 모두와 앨랠래, 할까...
"큰 거면 역시...!"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지은 여선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소중한 큰 것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 열심히 하세요! 라며 화이팅! 이라는 말을 하며 진지한 응원을 해주는 여선이.
"유럽유럽.. 갈 돈이 없을 것 같은데여..." 적어도 텔레포트 이용비용은 공제해줄까요? 진지하게 물어보는 여선입니다. 그래도 그건 공제해줘야...라고 말하다가 근데 공제...해줄까? 라는 의문에 그냥 입을 다뭅니다. 얼마나 행동에 간섭하는지는 모르니까 여선도 입을 다뭅니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간다고 하자...
"근데 이 자판기 잘 작동할까요?" 뭐 이상한 거 생겨서 막.. 음.. 토해내는 거 아닐까요? 라는 말을 하며 자판기를 톡톡 건드리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불길한데?
"음... 뭐, 그 정도 돈은 UGN에서 대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 챙겨준다면, 빚 내서라도 가야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중요한 의뢰고, 무려 의념기를 개방하게 해주는 의뢰다. 그런데 고작 비행기값, 워퍼 값 얼마를 안 내줄까. 몇억짜리 자동차를 산다는 사람에게 백만원짜리 서비스야 그냥 내 주는 것처럼. 빈센트는 그러기를 바라며, 자판기를 바라본다. 찌그러진게... 작동이 잘 안 될 것 같지만, 일단 GP를 넣어본다. 그리고...
"젠장. 이거 돈 먹었군요."
빈센트는 돈을 또 넣는다. 10GP는 100GP가 되고, 100GP가 1000GP가 될 쯤이 되자, 빈센트는 여선을 바라본다.
"대준다면 다행이지만요!" 그래도 다른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 같고요.. 조사라던가 하는 건 티비에서 봤는데 노숙자 행세를 하면서 정보를 모으더라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너 어디.. 그 구파일방의 개방 소재 현대무협 드라마라도 본 거니?
"돈.... 먹는 거 처음 봐요!" 하긴.. 천운인 여선이는 자판기가 돈을 먹는 건 실제로는 처음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진짜 먹네? 라면서 분해하겠다는 빈센트의 말에 자판기가 불쌍한데요.. 라는 되도 않는 말을 하던 여선이가 다가가서 툭툭 건드리자 갑자기 자판기에 불이 들어옵니다!
"어..거 작동 시작한 거 아닐까요?" 돈 먹은 거 아니네 에이. 라는 말을 하면서 불이 들어온 것중에서 랜덤이라 적힌 게 보이자 그걸 누를까 고민합니다. 빈센트를 약간.. 그 장화신은 고양이풍의 표정으로 보면서 누르고 싶다고 어필해봅니다.
"우와. 1000gp가까이 되는 음료수를 쏟아내다니.." 거의 전부 쏟아낸 거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신가하다는 듯 보지만 무너져내리는 건 조금 당황했을지도?
"어음.. 한 캔 마시고 들어가야겠네요!" "기물 파손은 아닐 거에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망념 쌓인 거에 비해서 빠른 시간내에 쌩쌩해진 거니까 크게 질책받지는 않을 것 같아요! 라고 하는데. 빠른 시간.. 맞나? 라고 생각해보지만 그게 맞는건지 모릅니다! 그야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아 전 이걸로요! 이거 맛있던뎅" 이라면서 하나 골라서 마시고는 캔을 신중하게 쓰레기통에 넣은 뒤 빈센트에게 손을 흔들며 다시 캠프로 돌아가려 합니다. 바이바이!
토고는 오늘도 하품을 크게 하며 껄렁거리는 발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청주에 가는 것도 그렇고 실적을 쌓아야 하는 것도 그렇고 죄다 귀찮아서 하루 푹 쉬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제일 큰 이유는 정신적으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니.. 가능하면 타인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헬멧을 통해 들려온 약한 음악소리에 토고는 자연스럽게 눈길이 돌아갔다. 가야금을 딩가딩가 튕기며 연주하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으니. 당연하게도 거기엔 그 인물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점마.. 버스킹도 하나?'
그런 시덥잖은 생각이 들었지만 토고가 알고 있는 그는 꽤나 정상인에 속해있었기에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바로 아는 척을 하긴 좀 그렇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토고는 그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토고는 대곡령에서 하도 막내 취급을 받다보니 형님이라 불리는 게 익숙치 않다. 미리내고로 와서도 특별반에 소속되어 있으며, 각자 그만큼의 능력이 있다보니 나이는 그다지 신경쓸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데 눈 앞의 그는 계속 형님이라 불러대니 허허... 토고는 기분이 조금 묘하다.
"취미? 내는 그른 거 취미로도 못할 긋 같은디, 니 생각보다 깡 있네?"
남들에게 관심 받는 걸 싫어하는 토고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만...
"원곡은 됐다. 신나고 빠르고 좋긴 한디.. 쪼매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아가 방금 들은 걸로 족할련단."
토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저번 만남 이후로 국악을 조금 들어보고 그것에 관한 자료도 조금 찾았는데 그걸 음악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산은 웃으며 답한다. 미리내고 입학 전이야, 깡이 있다기보다는 적당히 기분이나 필요에 의해서 철면피 깔고 연주하는 것이었지만. 지금만큼 세진 않았던 것 같다. 미리내고 입학 전까지 본가 사람들에게 연주영상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곡이 조금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그 뒤의 질문에 답한다.
"그렇죠.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갈래죠."
그렇다고 배웠었고, '악기 연주' 기술이 생긴 뒤부터 이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지. 강산은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