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이 주제가 나오면 사나워지는 눈 앞의 수인을 보며 태연하게 기죽은 기색 하나도 없이 웃어보인다. 그리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제 손으로 죽이지는 않겠지만.
" 나도 말했었잖아. 직접 죽여주진 않더라도 네가 하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은 도와주겠다고. "
많잖아, 네가 안 해본 것들. 카리나는 몇가지를 꼽아보려는 듯 제 손바닥을 응시하다가 이내 생각이 잘 안 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러나 저러나 탄야가 있었던 위치에선 못 해봤을 일들이 저 밖에는 무궁무진할게 분명했다. 적어도 밖엔 카리나도 모르는 일들이 참 많았으니까.
" 그리고 네 말마따나 내가 죽인다고 쳐. 지긋지긋하고 미련 없는 이곳에서 뒤지고 싶어? 그 유령인지 뭔지 믿는 애들은 뒤진 자리에 유령이 남는다던데. 또 여기에 남으면 어쩌려고. "
어우, 그러면 진짜 토나오겠다. 카리나는 장난스레 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이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시선을 창문 밖으로 옮긴다. 드문드문 불이 켜진 거리를 응시하고, 그 너머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곳을 바라본다.
도와준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에 그는 전과 달리, 시선을 돌려내지도 않은 채 당신을 향해 고정하고 있었다. 사정이 나아졌다고 한들 아직까지 혼란한 시대다. 정부가 없는 혼란의 시대 위에 몇몇 명문가의 재력과 권력으로 쌓아올려낸 질서와 규칙은 모래성과 같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그런 시대에 타인을 덥석 덥석 믿을 수 없지 않은가. "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다면 했겠지. " 하며 사나운 기세를 거두며 탄야는 한숨을 토해내고 중얼거렸다.
" 너는, 스스로 숨을 끊어낼 자신도 없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찾아다닐 의욕이 남아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
방금의 한숨과 사뭇 결이 다른 한숨이 그에게서 새어나왔다. 짧고 단조로운 한숨, 그 뒤를 이어서 예의 그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는 검은색이 섞여있는 앞머리를 헤집듯 쓸어낸 뒤에 당신의 팔꿈치를 붙들고 있던 손이 소파 팔걸이 위로 떨어졌다. 스스로도 자각은 있다. 지금 지껄여대는 말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지 정도는. 기대듯, 탄야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희미한 연기가 비쳐보이는 천장을 향해 은청의 시선을 올렸다. 당신은 정말로 불청객이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헤집고 들쑤셔대면서 도와주겠다는 말을 뻔뻔하게 한다.
당신의 불청객은 여전히 뻔뻔하기 그지 없는 작태로, 눈 앞에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분명 잘 꾸민다면, 어딘가의 여종업원들처럼 분을 칠하고 입술을 짙게 물들이면 손님이 꽤나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미모를 네 앞에서 뻔뻔하게 뽐내면서 다시 말을 돌려준다. 바보 같은 말이었다. 분명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자꾸 말장난을 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말을 도로 던진다.
" 뒤지고 싶다며. 그럼 뭐라도 해봐야지. 눈 앞에서 죽여달라는 걸 매몰차게 거절한 여자가 이렇게 놀리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늘어져 있을거야? "
우습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약간의 비웃음을 띈 눈으로 탄야를 응시하는 카리나의 눈은 날카로웠다. 빈말인가 하면, 또 그런 것 같지도 않은 것은 카리나가 그렇게 요령 좋은 인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사실은 뒤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게 좋은 집에서 천년만년 사랑하는 동생 같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거 아냐? "
씨, 동화책이나 읽어달라고 하려고 왔는데. 작게 투덜거리듯 중얼거린 카리나는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가 도로 탄야에게로 되돌린다.
" 밖에 나가서 안 하던 짓 하면 니가 바라던대로 뒤질 수 있는데. 같이 가준다니까? 묫자리까지? "
가감없이 불청객이라고 지칭하는 주제에, 거부감을 표하지 않고 내쫒지도 않는다. 그런 행동을 할 기력도 없다는 양. 탄야 하멜이라는 이름의 수인은 그런 존재였다. 다른 이의 눈에는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갈 당신의 외견에도 그는 언제나 늘 이런 식으로 무기력하며 금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당신의 말과 행동에 무력하게 반항도 하지 않고 줄기차게 휘둘리거나 맥없이 끌려다니지는 않으니 우스울따름이다.
" 그래서 가끔 생각하는 게 있어. 차라리 이 손으로 널 죽인다면 어떨까 一 하고. "
한숨과 닮은 무력한 웃음이 짧게 울려퍼진다. 내뱉는 말의 내용은 어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달라질 것이다. " 그렇게 하면 이 의미도 없는 문답도 할 필요없을텐데.. " 하며 탄야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전과 다르게 그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의외일까. 물론, 당신의 이어지는 말에 그 순해빠진 눈매를 가늘게 접어뜨고 당신을 바라보던 그가 맹수 특유의 예리한 엄니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어버렸을 것이다. 그 반응은 그래, 꽤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 같은 명백히 '보통 사람' 이 보일 법한 반응이었다. 당신에게는 그의 반응이 생소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탄야 하멜이라는 이름의 수인이 보여주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일테니.
아니여도 상관없다.
" 내가 너의 사정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듯이 너또한 나의 사정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면 단어를 선택하는데 주의하도록 해. "
이번에도 좀 와...오....이게 죽을 것같다는 건가? 하는 심정으로 지내다가 뒤늦게 떠올리고 온거라 할말이 없네. 앞으로는 일주일 정도 늦어지겠으면 레스 남기도록 노력해볼게🙏 아, 그리고 1월 1일은 내가 특근이라서 쉬지 못한다는 걸 미리 말할게....() 답레는 편할때 줘. 아마 내일도 오후까지 정신 못차리고 기절해있을거 같으니까😶 한달 근무 스케줄이 미리 나오는 직군은 스케줄의 노예임. 암튼 그럼ㅋㅋ 시간도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인사는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야.
요새 계속 아슬아슬한 녀석이었지.. 껐다가 키면 화면이 하얗게 된다던가🤔 보내줘야지 하면서 중고폰 한대 마련했는데 녀석이 갈때를 알고 갔어. 덕분에 휴일의 절반을 날리고, 내 수면시간도 같이 날아갔지ㅋㅋ 하..☹️ 이것저것 세팅 다시 하고 그러는 중인데 신분증 아직 안만든것 때문에 은행 어플과 그 외 기타등등은..(말을 아낌)
무력한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탄야의 말에도,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카리나는 웃어보인다. 정말이지. 그런 말에 겁먹기엔 둘이 봐온 시간이 좀 길었다. 아마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다면, 정당방위랍시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카리나는 이어서 들려오는 맥 빠진 미소와 말에 한숨을 푹 내쉰다.
" 그럼 그 사정이란 것에 대해서 좀 알자. 그렇게 꽁꽁 숨겨놓고 ' 아, 이녀석.. 내 사정을 알아줬으면.. ' 하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
카리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휙휙 젓고는 설마 하는 눈으로 탄야를 응시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로 답답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거라고 믿고 싶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입술을 깨문 체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던 카리나는 한숨을 내쉰다.
" 내 사정.. 내 사정은 뭐 없는데. 아버지랍시고 특정지을 사람이 너무 많은 이름 모를 여자의 딸로 태어나서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버려졌고, 저 더러운 뒷골목 바닥에서부터 살아남겠다고 뭔지 모를 것들을 줏어먹으면서 자랐어. "
카리나는 일단 네 말마따나 사정을 모르기에 어떤 말도 못 하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듯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나간다.
" 뒷골목이란게, 애들도 가차없거든. 아니, 그 뒷골목 거렁뱅이들한테는 어린 아이들만한 것도 없지. 그런 곳에서 살아남겠답시고 들개처럼 살았어. 무기가 있으면 뭐가 됐든 휘둘러대고, 무기가 없으면 이빨로 물어뜯고, 할퀴고, 잡아뜯고 별거 다 하면서 살아남았어. 하도 두들겨 맞아서 열병에 시달려서 간신히 살아났을 떄도 있고, 아주 안 좋을 일을 당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벗어난 적도 있고.. 뭐, 그런 식으로 살았어. 그 결과물이 눈 앞의 나야. "
자세히 말하자면 비참하기 그지 없는 일생의 연속이었겠지만, 카리나는 남 이야기를 하듯 덤덤했다. 그저 그랬을 뿐이라는 듯,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차분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었다.
" 그래서 넌 말해줄 생각이라도 있어? 내 더럽고 아무것도 아닌 삶에 대해선 다 들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