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알려주는게 맞다곤 생각해. 글을 쓸 줄 아는거랑 모르는 건 꽤나 다르거든. 생각하는 것부터. "
애들까지 나처럼 자랄 필요는 없지. 카리나는 픽 웃으며 말한다. 무엇이 되었든 더 많이 안다는 것은 힘이 된다. 그것이 생존이든, 권력싸움이든, 인간관계에서든 무조건 힘이 된다. 그러니까 배우는 쪽이 맞는거라고 생각하는 카리나였다. 이상한 것은 배우지 못하는 쪽인거니까.
" 아니야, 포기 안 해. 그냥 약한 소리 좀 해본거지. "
순간 턱을 들어올리는 탄야의 손길에 멍하니 올려다보는 카리나였다. 다시 한번 턱 끝에 저릿한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아주 잠시, 카리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가 돌아오는 것 같았고, 그걸 티내고 싶지 않아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애초에 한시간도 안 해놓고 관둘거면 너한테 부탁도 안 했을거야. "
끄응, 하는 소리를 낸 카리나는 탄야의 손을 잡곤 몸을 일으킨다. 서로의 몸에 닿는 것이 왠지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느낌이었지만. 몸을 일으킨 키리나는 기지개를 피곤 다시 탄야의 옆에 붙는다.
천천히 깜빡이던 눈을 가늘게 접어뜨면서 낮게 속삭였다. 이런 시기와 상황에 맞지 않는 교육방법이다. 그는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시선 一그러니까 패권싸움에 불씨를 당기고 중앙의 질서를 확립했던 당사자, 권력자의 시선 一으로 보자면 맞는 방식이다. 언제까지 본능에 의거하여 생존을 꾀하는 야만적인 방식으로 생존권을 지켜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알아야할텐데. 몸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보장된다해도 그걸 사용할 줄 모르면 무슨 소용인지.
" 네 끈질긴 점은 꽤 좋아해. "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과 어긋남없이 곧게 마주하던 은청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체온이 낮아 언제나 차가운 손끝으로 당신의 턱을 쓸어내듯 더듬던 그가 한숨과 닮은 짧고 무기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흘러가듯 낮게 속삭인 문장은 그의 진심일까, 아니면 언제나 묻어있는 바닐라향만큼이나 헛된 문장일까. 떨어지는 제 손을 잡는 당신의 행동에 그는 뿌리치거나 주춤거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기력하게 웃어보였던 것과 똑같이 무기력하게 제 손을 내줬을 것이다.
" ...그럼 여기서부터 다시 읽어줄테니까 따라해봐. "
당신이 몸을 기대오자 탄야는 당신의 손에서 손을 빼내고 노트에 적혀있는 내용을 처음부터 짚었다.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주변에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다.
" 그렇게 산 사람이라서 하는 말이야. 예전 세상은 그정도는 기본이었다며. 내가 이따구로 볼 것 없이 살아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똑같이 그럴 필요는 없지. "
탄야의 말에, 픽 웃은 카리나는 고개를 살살 저으먀 말한다. 이곳의 아이들이 살아남으려고 애쓰느라 영악하기도 하고, 애들을 살갑게 대할 정도로 유한 성격도 아니라서 애들과는 거리가 먼 카리나였지민 싫어하진 않았다. 카리나 본인이 악착 같이 살아온 것이 억울해서 똑같이 남들도 그렇게 살기.바라는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살아온 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왔다고 믿으려는 에고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 푸흐, 좋아하는구나? "
제 턱을 쓸어내듯 더듬던 탄야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곤 장난스럽게 단어를 조금 생략해선 되풀이 한다. 탄야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은근히 가치가 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카리나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 후우.. 그래도 좀 익히긴 한 것 같아. 많이 남긴 했지만. "
짙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탄야에게 착 달라붙은 체로 공부를 하던 카리나는 기지개를 피며 웃어보인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밝아진 얼굴이었다.
예전세상一 이라는 그 단어가 어째서 이다지도 멀게 느껴지는지. 혼란과 혼돈으로 접어든 세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런 시대가 되었을 때 죽기를 열망했기 때문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탄야의 시선이 움직이며 먼 곳을 짚었다. 아니다. 알고 있음에도 떠올리지 않으려하는 것 뿐이다.
당신의 말에 먼 곳을 짚어내던 은청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향했을 것이다.
" 그게 널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
의도적으로 단어를 생략하며 장난스레 되풀이하는 당신에게 그의 지적이 단조롭게 던져지며, 무기력한 사람과 같은 웃음을 거뒀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무관심한 이가 살아있는 생명체의 극히 일부분에 일말의 관심을 가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 의미를 알게될지도 모르지만. 주변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당신에게 글을 가르치던 그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다.
" 그림책과 노트는 가져가도록 해. 그림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아. "
데려다줄까, 라는 당신의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닌 그 전에 당신이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을 하며 탄야가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린다. 당신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행동에도 탄야는 잠시 골목 바닥을 향한 시선을 곧장 들지 않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번씩 그는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것처럼 무기력한 행동을 보였으니까. 말라 비틀어진 나무가 겨우 버티고 서있는 것처럼.
" 사양할게, 네 존재를 형제가 썩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거든. 중앙으로 들어서봤자 좋은 것 없을거야. "
단조로운 탄야의 지적에, 푸흐흐 웃음을 터트린 카리나는 능청스럽게 농담을 이어간다. 뭔가 두사람 사이에서 농담이 오고 가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물론 카리나도 탄야가 그런 감정을 자신에게 품을 것이라곤 딱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냥 탄야와 이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모양새였다.
" 알았어, 다음번 수업때까지 이 책 한권 정도는 읽을 수 있게 해볼게. "
숙제를 받는 아이처럼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카리나였다. 어차피 탄야를 만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딱히 하는 것도 없었으니 담배를 피는 것보단 훨씬 생산성이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글을 읽는다는 것이 은근히 즐겁기도 했다. 이런 걸 배움의 즐거움이라 하던가.
"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날 좋게 보는 사람이 있던 적이 극히 적은 인간이니까. 여기 밤길, 미친 놈들 많으니까 데려다줄게. "
자기 걱정은 할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탄야 곁에 서는 카리나였다. 어차피 탄야가 돌아간 후에 딱히 할 것도 없었으니 마실 다녀오듯 다녀올 생각이었다.
😶 따라와도 좋다곤 했는데 이걸 진짜 따라올줄은.. 맙소사 중앙의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이 설표 형제들 이름도 안정했는데. 지금이라도 급조로 정해야겠는걸. 모욕은 너무 갔다. 그 정도까지는 아닐거야. 성격이 파탄난 수준의 형제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답레는 음..출근길에 줄게.
날씨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겨울이네. 낮이랑 밤 온도차가 어떤지 모르지만🤔 일요일이야. 푹 쉬면서 충전하길 바래.
실없는 당신의 농담에 탄야는 변함없이 차분한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실없는 농담과 영양가 없는 잡담은 자연스러운 흐름임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런 흐름도 당신이나 자신이 서로의 건드리지 말아야하는 부분을 입에 올리면 어그러질 흐름이다. 자신이 열망하는 것과 당신이 생각하는 건 대착점에 놓여있어서 맞물리지 않으니.
대답을 내놓거나 하지 않은 채, 탄야가 이어지는 말에도 고개만 끄덕여보일 뿐이다. 벽에서 몸을 떼어내면서 그 무표정에 얼핏 지긋지긋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형제. 그 지칭그래도 피를 나눈 혈육. 탄야는 잠시 제 형제들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가로젖고는 걸음을 옮겼다. 첫발을 떼며 담배를 꺼내 물던 그가 어깨를 으쓱인다.
" 一 마음대로 해.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 괜찮겠지. "
중앙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종종 당신이 건네는 잡담에 무덤한 어조로 그가 대답하는 잔잔한 대화의 흐름을 벗삼아서 들어선 중앙은 동부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정면으로 시선을 주면 저 멀리 하늘로 길게 뻗은 탑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도 주변을 살펴보면 밤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의 몸 어딘가에는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며 표정들은 제각각이여도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였을 것이다. 당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눈표범 수인과 비슷하게.
" 탄야 ! "
어디선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옆에 있던 그의 무뚝뚝하고 차분하던 얼굴이 목소리를 듣자마자 살짝 찡그려지고 거의 동시에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의 움직임도 마치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마냥 주춤 멈춰섰다.
" 마중까지 나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
시선을 떨어트리며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그는 자신에게 곧장 걸어오는 상대의 이름을 부른다. " 미야. " 하고 이름이 불려진 상대는 그와 똑같은 눈표범 수인이었다. 그것도 탄야의 형제라는 걸 알려주듯 몹시 닮아있었고 탄야와 다른 점은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은백색 장발과 고양잇과 수인답게 치켜올라간 눈매, 더불어 제법 장신에 드는 탄야보다 반뼘정도는 더 큰 키의 수인은 탄야의 어깨를 감싸듯 팔을 두르고 탄야를 안았고 탄야또한 자연스레 그 포옹을 받아들였다.
" 너구나? " " 一 미야. "
얇고 가느다란 체형인 탄야를 끌어안은 채 놓지 않던 미야라고 불린 눈표범 수인이 당신을 쏘아보듯 똑바로 응시했다.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릴 때 몸에 딱 맞는 옷 위로 보일정도로 잘 발달한 근육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탄야는 그런 형제 一정확히는 여동생의 행동을 저지시키려 감싸고 풀 생각이 없어보이는 팔을 누른다.
속삭이듯 이름을 부르는 게 당신이 듣던 목소리와 달랐을텐데, 그 단조로운 목소리에 경고성이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카리나는 탄야와의 잡담을 즐기며 느긋하게 밤산책을 하다가 찾아온 불청객의 부름에도 딱히 주눅 드는 기색이 없이 싱글싱글 웃으며 대꾸한다. 그도 그럴 것이ㅡ얼마나 신사적인가. 뒷골목에선 경고는 커녕, 갑자기 뒤통수 맞기가 십상인데 저렇게 대놓고 굴어주는게 오히려 맘이 편했다.
" 그나저나 가족은 가족인가봐. 둘이 닮긴 닮았네. "
으르렁대는 미야라는 이름의 수인을 싱글거리는 눈으로 응시하며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뭐, 분위기가 사납기는 했지만 지금은 일단 혼자도 아니었고, 탄야의 가족인 만큼 굳이 붙이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말을 듣거나 숙이고 들어가는 그런 것도 아니긴 했지만.
" 그래도 초면부터 그렇게 째려보고 그러지는 마. 중앙에선 몰라도 음, 그 밖에선 위험해. "
미야라고 불려진 눈표범 수인의 양팔에 감싸진 채, 탄야는 시선만 당신에게 시선을 움직인다. 여동생의 성향은 차분하고 무뚝뚝한 그와 정반대였다. 좋게 말하면 호방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없었고 그것은 다르게 말하면 다혈질이라는 뜻과 일치한다. 즉 一 자신의 여동생이자, 중앙을 관리하는 하멜 가문의 주축 중 한명인 미야 하멜은 당신의 말에 유연하게 넘어가는 타입이 아니라는 뜻과 같다.
" 동부 출신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중앙에 발을 들여놓은 것만으로도 신경에 거슬리는데 언니를 봐서 참고 있는 것도 모르고 저게 진짜! 밖에서는 위험하다고 했어? 너 나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어때? 동부출신. "
탄야는 제 형제들의 이런 면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동생인 미야 하멜은 자신이 패권 싸움에 불씨를 당겼던 그 때 피로 피를 덮어쓰는 싸움에 참가했었기 때문인지 중앙을 장악하고 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를 했다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대형 고양잇과 수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프라이드여서 이해는 하지만. 금방이라도 당신에게 덤벼들 기세로 으르렁대고 있으나 탄야가 이름을 부르며 팔을 붙잡아서 그런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중이었다.
" 여기까지 마중나올 줄은 몰랐으니 내 불찰이야. 이건 사과할게. " " 사과하긴 뭘 사과해? 요즘 동부 움직임이 ...! "
당신에게 나직하게 대답을 중얼거리던 탄야가 움직인 건 순식간이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탄야 하멜은 매사에 무관심하며 무기력한 태도를 일관하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의 소문 一 패권 싸움에 불씨를 당긴 당사자라는 소문은 당신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 내가 꼭 닥치라고 해야만 닥칠래, 미야 하멜. "
그토록 얇고 가느다란 그의 체형은 여동생과 비교하면 그 특유의 선이 두드러져서 체격 차이가 심하게 나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분위기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다,
" 너야말로 나 알아? 중앙출신? 너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면서 주절주절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누구말마따나 탄야 동생이라고 하니까 참고 있는거야.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엔 가고, 하고 싶은 일은 내 마음대로 해. 중앙출신 따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동부에서도 이래라 저래라 안 하는데 말이야. "
아무래도 탄야의 성격과는 정 반대인 것은 카리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굳이 먼저 이를 드러내지 않지만, 저렇게 대놓고 이를 드러내며 위협을 하면 거친 곳에서 자라난 늑대도 결국 이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야의 말에 피식 웃은 카리나가 날카로운 눈으로 서서히 변해가면서 우습지도 않다는 듯 으르렁댄다. 아마도 탄야에겐 몇번 보인 적 없는 모습이지 않을까.
" 하씨, 동부의 움직임이고 자시고 나랑 연관도 없는데 말이야. 애초에 동부의 그 덜 떨어진 자식들은 지들끼리만 뭉치는데 애꿎은 나한테 난리야. "
동부의 패권을 쥔 것이 수인우월주의에 물든 수인들이라는 걸 뻔히 알지 않냐는 듯, 미야에게 보란 듯이 꼬리도 달려있지 않은 엉덩이를 보이곤 흔들어준다. 물론 설명을 해주는 것처럼 놀려먹은 것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탄야가 자신의 동생을 말리고 있었으니 덤벼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 하여튼, 밤산책이 나름대로 즐거웠는데 누가 와서 다 망쳐버렸네. 눈치도 하나도 없어선. "
당신의 이어지는 말은 미야에게 있어서 충분한 자극으로 다가왔음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고양잇과 수인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야는 당신을 향해 적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런 개 一 " 라고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단어를 내뱉으려던 미야가 제 언니인 탄야의 시선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며 말을 집어삼키는 게 당신에게 보였음이 분명하다.
" 너도 그쯤해둬. "
힘을 준다거나, 압박을 줘서 위협하지도 않았지만 탄야의 나즈막한 속삭임에 미야는 불만스럽게 으르렁 소리를 내고 당신을 흉흉하게 노려보다가 뒤로 물러섰고 당신의 도발아닌 도발에 탄야의 시선이 당신에게 향했다. 늘 무기력하게 그늘져있던 은청의 시선에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감도는 것을 당신은 봤을까. 못봤더라도 상관없을테지만. 수인 우월주의에 찌들은 동부의 수인들이 동부의 인간이랑 어울린다. 그 사실은 자칫하면 중앙의 一그러니까 하멜의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피를 흘리고 그렇게 희생을 치렀음에도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패권다툼의 한복판에 있다. 그 사실이 그를 지긋지긋하게 만들었다.
" 내 형제가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는 사과할게.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내 형제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점 또한 옳은 행동은 아니야. "
차갑고 날카로운, 한때 패권 싸움에 불씨를 당겼던 이의 시선이 주변에 멈춰서 기웃거리고 있는 이들을 천천히 살피듯 둘러봤고 당신에게 하는 말에는 질책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았다. 질책보다는 건조한 보고와 같은 뉘앙스.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미야가 탄야의 시선에 노출되자 그 큰 덩치에 안어울리게 귀를 납작- 머리 위로 눕히는 것은 당연하다.
추위×야간근무=실신 공식을 아주 철저하게 밟은거라서 괜찮아. 살짝 감기증세가 있는 듯 하지만 일특성상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럭저럭 건강은 괜찮은듯해? 여기서 무리만 안하면야? 그럼 내걸로 막레하자. 저기서 만약 길어졌으면 이번에는 탄야네 오빠가 나왔을지도() 오늘 수고했고 음, 약간 이쯤해서 큰 갈등 같은 걸 넣어서 진전을 줘야하나 아니면 이흐름으로 가야하나하는 고민이 있어.
몸은....뜨끈뜨끈한 이불을 어깨까지 덮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물은 음, 음? 나름? 걱정하게 만든 것 같은데 진짜 무리하면 나는 이 스레에 일주일 동안 못올지도ㅋㅋㅋ그러니 괜찮아. 카리나주도 건강 주의하도록 하자. 오...그런가? 탄야가 있으면 되는건가.. 주변환경에 의한 둘의 갈등이 보고 싶은데 이걸 하다가는 저번처럼 탄야가 확 도망가버릴 것 같단 말이지🤔 게다가 주변 환경이라고 해봤자 카리나는 신경 안쓸테고 (이건 탄야가 신경쓰겠지)
그럼 괜찮을거야ㅡ. 이불은 무적이고 신이니까. 아하하, 일주일이나 못 온다니 카리나주는 말라죽을지도. 푸흐, 농담이고 아무튼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단거야~ 한명은 도망가고 한명은 신경을 쓰지 않는 이 난국을 어찌 하면 잘했단 말이 나오려나. 퇴근하면 머리 좀 더 여유롭게 굴려봐야겠다.
겨울 이불은 갓갓이니까. 최고야 부드럽고 따뜻해. 아프게 되면 미리 말해둬야겠는걸. 이래봤자 내 컨디션을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걱정이 계속되면 안되니까 적당히 건강 챙길게. 아무리 생각해도 도망치려는 탄야와 신경쓰지 않는 카리나...정말 이 둘을 어떻게 해야하나.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네. 퇴근 조심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