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인가. 우스울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실상 자신도 마찬가지였기에 그저 쓰게 웃을 뿐이었다. 그래, 자신도 곧. 금방 오지는 않더라도 언제가 그때가 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곧. 그래 꼭 곧이어야겠지. 그때가 된다면, 내가 오늘 길을 알려준 값을 받으러 갈 테니 기대하게나. 아마 날 못 알아볼 일은 없겠지. 이런 드워프가 어디 또 있겠나 하핫" 호탕하게 웃으며 이후를 논한다. 사람이 많고 많은 가이아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을지. 그때도 우호적인 상황일지 어느 것하나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 가벼이 다음을 논한다. 이 편이 서로 좋다.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해 보려는 둘에게 어떤 형태로든 무거움은 어울리지도 않고, 방해만 될지 모르니깐.
"이런, 어느새 다 왔구먼. 저~ 보이는 길을 따라서 가면 된다네. 짧게나마 동행을 해줘서 고마웠네. 나는 이곳에서 좀 쉬다가 갈 생각이니 먼저 가게나. 즐거운 시간이었네 길동무." 비록 경계하고 주의하느라 조금 피곤한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끝에 가서는 즐거움도 분명 있었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타모르를 아직 드워프로 남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베아트리시가 이미 빗겨간, 뻗어졌던 손은 허공을 휘적인다 그 탓인지 여자의 표정은 조금 무안스러운 빛이 감돌았다 목적을 잃은 손을 거두어 손 끝끼리 서로 마주쳤다
"응. 그게, 실은 나. 까만 엘프는 처음 보니까."
가이아까지 오면서도 평범한 엘프는 쉬이 볼 수 있었던 '종족 1'이었지만 (길드에서도 하루종일 앉아있으면 볼 수 있다) 피부가 어두운 엘프는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적어도 여자에게 있어서는 그랬다 지금도 코우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눈 앞의 다크 엘프를 유심히 살피는 눈치를 하고 있었으니까 베아트리시에게는 한 없이 실례겠지만
"있잖아, 나도 들어가도 돼?"
그러더니 돌연 시선이 물에 잠긴 베아의 발목으로 향해서는 그렇게 묻는 것이다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자의 시선이 물 바깥으로 나와버리는 베아트리시를 계속해서 쫓았다 장작불을 밀어버리는 것도, 장작이 쏟아지는 것도, 발자국이 남는 것도 눈에 담는다 그것들을 그저 잠자코 보고만 있던 여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지나치기 직전이 되어서 입을 열었다
"관심 있어. 저주가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처음 봤을 때부터 나한테 돌아가라고 하고있어. 저주가 옮겨가서 힘들어질까봐 나를 피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기세가 변해서는 말들을 대번에 쏟아낸다 그러고나서 자신의 허리에 패용시켜두고 있던 그 이질적인 도검을 칼집 채로 길게 뽑아내어 품 안에 끌어안았다 여자는 말을 이어갔다
"내 저주는 딱히 옮거나 하지 않아. 그도 그럴게, 치마와리는 칼을 처음으로 뽑은 사람만 평생 따라다니는 걸."
저주라느니 따라다닌다느니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치고는 여자는 퍽 태연자약한 목소리였다 눈동자에도, 딱히 증오의 빛이 어려있지 않았다 망령 여자는 분명 일찍이 포기했거나 그 숙명을 철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일테다 몸과 머리칼에서부터 흩어지고 있는 진한 혈향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