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 어딘가 소속되어 일하기는 어려운 타모르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지였다. 모험가로 활동하며 더욱 힘을 키운다. 그를 위해 가이아의 모험가 길드로 향한다. 가이아에는 신전이 많은 만큼 사제들도 많아 위험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너무 운이 없거나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한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말..
타모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투구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그 흉측함을 온전히 가릴 순 없기에 타모르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흔치않다.
"길 말인가? 나 역시 초행길을 걷는 터라 얼마나 잘 알려줄 수 있는지야 모르겠네만, 사양 말고 묻게나. 아는 선에서는 성심성의껏 내 알려줄 테니!"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친절하게 응대한다. 상대가 혹시 뭔가의 수상함을 느끼고 말을 걸은 것일지도 모르니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여차하면..투구 안에서 타모르의 눈이 조심스레 상대를 훑으며 한 발 다가간다. 상대는 몸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전사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가까이 붙을수록 만일의 경우 타모르에게 유리할 것이다.
가이아인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이아로 향할지 모른다. 그러니 가이아로 가는 길을 누군가 물어보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가이아로 가는 길을 몰라서 물어보는 쪽은 이상하다면 이상할 수 있으려나.
"가이아? 하하 자네 운이 좋구만. 나 역시 가이아로 가고 있다네 그러니 가이아로 가는 길은.." 자연스레 답을 하며 다가가던 타모르는 상대의 제지에 멈추었다. 거리를 두려고 한다라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다.
"아아 미안하네. 누가 먼저 말을 걸어주니 반가워서 그만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말았네. 주책이지 주책이야. 이런 흉물이 다가가면 누구나 좋은 반응은 보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데 말이야" 적당히 너스레를 떨면서 상황을 헤아려본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라면 이상적이겠지만, 여차하면 마법을 먼저 날리고 달려들면 된다. 타모르의 모습에서 그가 마법을 날릴 수 있다고 짐작할 여지는 없으니 의외의 일격은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가이아로 가는 길은 쉽다네. 저 고개만 넘으면 상단의 마차들이 이동하는 정비된 도로가 가이아까지 쭉 이어지거든. 그 길만 따라서 간다면 길을 잃거나 할 염려는 없다네." 상대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지나가는 행인이라면 적당히 다른 길로 안내하다 기습을 날리겠지만, 이 자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순순히 바른길을 알려주자 물론 자신은 그 큰 길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
"더 다가가지는 않겠네만, 저 고개를 넘을 때까지는 같이 동행을 하지 않겠나? 누군가와 대화를 해본 게 오랜만이라 조금이나마 더 즐기고 싶어서 말이지." 떳떳한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런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니 먼저 제안을 하자. 거절하면 그건 그거대로 좋다. 수락한다면, 더욱 주의를 해야겠지.
"그거 아주 고맙군! 솔직히 요 근래는 수도에 점점 가까워져서 그런지 아주 평화롭기 그지없었다네. 나쁜 일은 아니나, 지루하지. 서로 대화라도 나누면 이 지루함이 조금은 가시지 않겠나?" 기분 좋다는 듯이 호방하게 웃으며 말하나 속으로는 짜증이 난다. 이 제안을 수락할 줄이야. 주의를 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래..겉보기에는 그저 수다쟁이로 보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입이 가벼우면 그 사람도 가벼워 보이는 법. 가벼운 사람, 별거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좋다.
"그래 자네는 가이아에 가는 이유가 뭔가? 나야..이미 그렇게 보일지 모르나 모험가가 되고자 가고 있다네. 망치를 든 용사는 흔한 이미지는 아니겠으나 드워프스러워 보이긴 하겠지. 용사가 될 생각은 별로 없기도 하고 말일세." 모험가.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험가가 되니 별로 유난스러울 것도 없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모험가가 되는 것이 활동하기 편하겠지.
"자네는 그렇다고 딱히 놀러 가거나 그런 것은 아닌 거 같아 보이니 말일세. 나 역시 제국의 수도를 방문한 적이 없으나 정말 다양한 것들이 모여있다고 하더군. 그러니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을 하겠지. 아주 사람도 바글바글하고..정말 상상이 잘 안 가는 규모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네. 내가 특히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야. 특히 그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식문화가 묘하게 발전하게 된단 말이지? 분명 우리 드워프의 맥주보다야 못하겠지만 맥주도 가이아만의 독특한 부분이 있겠지 아주 기대가 가..아 내 정신 좀 봐. 이거 미안하구먼 딴 길로 이야기가 샜군." 신나게 떠들다 자신의 투구를 짚는다. 무안하다는 듯이 웃어주고, 목을 한 번 가다듬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래, 분명 자네는 왜 가이아를 가는지에 대해 물었었지. 혹시 이유를 알려줄 수 있겠나?"
돈. 깔끔하다. 저 대답에 의심할 구석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돈을 바란다면, 글쎄 자신은 별로 돈이 되지는 않을 터다. 좀 더 거물이 되고 난 후라면 또 몰라도.
"하하핫! 돈! 그래 돈 좋지! 누가 돈을 싫어하겠나. 특히 더 좋아하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말일세. 그런 목표라면, 제대로 가고 있구먼. 가이아에는 사람도 물건도 상단도 뭐든 많다고 하더군. 돈도 많을 테고 그중 자네의 몫을 늘려갈 순 있겠지." 돈. 물론 돈은 늘 유용하다. 다만 타모르는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 돈이 모자라서 그럴 뿐 사실이 해결이 가능하려나? 실없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혹시 돈을 왕창 벌 좋은 계획이라도 있는가? 있다면 이것도 인연인데 내게도 조금 귓뜸해주게. 내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하지!" 비상금을 털어서 나온 타모르기에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넉넉한 입장이긴 하다. 그래도 돈은 많을수록 이롭다. 정말 기똥찬 아이디어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관심을 보이는 쪽이 더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리라.
>>946 자신에게 내밀어진 잔을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연다. "허, 드워프가 그리도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물론 나 같은 드워프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아직 잔에는 손을 대지 않으나 고개를 돌려 루키우스를 바라본다.
"그래, 다행스럽게도 내 이야기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네. 아주 헐값이지. 이런 음료 정도면 충분하다네 사실 썩 맛이 좋기도 하고 말이야. 자..드워프하면 역시 위대한 성부터 떠오르겠군. 사실대로 말하자면야, 우리도 그 근처에 살긴 했다네. 성 주변으로도 드워프 마을이 꽤나 많이 퍼져있거든. 그중 하나였지. 볼 일을 보러 성에도 자주 갔고. 그런데 내 이야기가 헐값인 이유는 사실 별게 없어서야. 위대한 성과 가이아 사이의 통행은 별로 어렵지 않거든. 그래서 별게 없네."
투구를 잠시 내려 역시 음료를 단 숨에 비운다.
"그래도 말이지. 이곳에 온 이후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잔뜩 생길 거 같더군. 아직은 없지만 말일세. 그러니..다음이 있다면 그땐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도릭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