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스킬이랑 연관 된 거였는데 답을 듣자마자 해소 됐어 일상 코인으로 살 수 있는 스킬북의 권한을 좀 더 올려서 스킬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기존의 스킬을 삭제하거나 강화할 수 있게끔 하는게 어떻겠느냐 하는 일종의 건의였는데 필요 없는 것 같아서 그리고 질문이 또 몇 가지 생겼었는데 가지고 있는 스킬명은 오너가 임의로 수정해서 다시 지어도 되는지, 시트캐릭끼리 일상이나 오너끼리의 대화를 통해 골드를 실제로 나누거나 거래하기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었어
엘리자베스가 했던 단어를 되풀이하면서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방금, 무슨 말을 해야 했던 건가? 확실히 죽을 뻔 하기는 했던 것 같다 20에 준하는 수의 사람을 베었고 마지막엔 스컬인지 무언지 하는 실력자와 싸우기도 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너무 아팠다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는 이미 한 번 죽었었다 그런 정도의 대미지를 받았었다
"하지만 안 죽었는걸."
그러나 코우는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는 눈을 깜빡이며 버젓이 그렇게 말했다 살아있으니 그것 뿐, 이라는 느낌으로 탁함과 투명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눈이었다 거기엔 원망은 커녕 어떤 의심이나 의문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그것보다 해야 할 더 급한 일이 있다는 듯이, 여자는 몸을 들썩이며 움직였다 그 입술 사이에서 작은 신음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보다 사람을 베고 싶어."
사흘 사람이 물과 음식을 철폐하고 버틸 수 있는 건 3일이 한계라고 들었다 하지만 사흘 사흘이라면 어떨까?
그렇구나, 음... 기존 스킬의 삭제나 강화라~ 애매하네. 강화같은건 조금 고려해볼만 하기도 한것같네. 그리고 스킬명 수정같은건 괜찮겠는걸? 자기 마음에 드는 스킬명으로 변경하는게 좀더 애착이 갈것같기도 하고! 골드 양도라... 원만한 합의만 있다면 오케이지만, 조금 애매하네. 아무래도 협의간에 감정이 상할수도 있을테니까..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것같지만, 좀 룰을 추가해볼까 싶기도 한걸.
한낮의 주점은 한적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술을 파는 집이란 밤이 아니라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마물은 흔히 밤을 틈 타 활동하고 낮에 잠든다고 했다 제국의 뒷골목도 그랬다 낮에는 기사단의 시선을 피하여 숨어있다가 어둠이 내려앉으면 악인은 밖으로 기어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근방의 거리는 던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던전의 가장 심층, 그러나 가장 초입에 위치한 가게 '엘리자베스의 주점'에 있는 그 여자는, 그런 음습한 시류조차도 퍽 익숙한 것처럼 테이블 하나를 점거하고 눌러 앉아있었다 안에 난 창밖에는 여러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지 멀쩡해보이는 모험가, 반면 척 보기에도 뒤가 구린 로브, 근육질 거한, 넝마를 뒤집어 쓴 길거지 그런 것들을 마치 연못 안의 물고기들을 감상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보고 있던 와중에 문득 가게의 문이 뽈칵 열린다 그것에 여자의 시선도 자연히 문 쪽으로 향했다
"야호~"
여자는 살갑게 눈웃음 지으며 막 들어온 상대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얇고 가녀린 체구에, 어깨에는 보란듯 엘프처럼 활을 맨 백은 머리의 소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리나는 툴툴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리나에게 접근하는(그리고 딱 봐도 목적이 불순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멀쩡해보이는 모험가는 이런 곳을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며 보디가드 서비스를 강매하려고 했고, 로브를 쓴 사람은 좋은 약이 있다며 판매하려고 했다. 근육질 거한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리나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넝마를 뒤집어쓴 길거지들은 한 푼만 달라며 다리를 붙잡았다.
"후우..."
이제 와서 돌아갈수도 없으니, 기왕 온 거 길이나 알아가자는 느낌으로 겨우겨우 도착하면...
그러나 여자는 그런 건 아랑곳않고, 서슴없이 옆자리의 이리나를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 것이었다 이런 거리를 굳이 해쳐오게 만든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걸까 하기사 코우야 그럴 것이다 그런 것들은 전부 칼로 베어넘기며 왔을테니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저번의 말끔한 모습과는 다르게 여자의 뺨이나 손등, 또는 팔에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래. 귀엽다는 게 어디야. 징그럽다, 끔찍하다, 역겹다. 그런 말을 듣는 것보다야 낫겠지. 적어도 마음이 돌변하면 이리나를 바로 이/리/나로 3등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리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이다가, 3일 동안 누워있었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3일...이요?"
이리나는 세 가지 의미로 놀랐다. 사람이 3일동안 누워있으면 회복되는 정도의 부상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이리나가 살던 동네에서, 1일 이상의 휴식을 요하는 부상 같은 건 없었다. 왜냐? 그러면 죽거나 장애인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3일 동안 누워있어야 할 부상을 입었는데도 어딘가로 후송되었다는 게 놀랐고, 3일 동안 피를 흘리고 고름을 쏟아내며 앓는 소리를 늘어놓았을 중환자를 받아주었을 곳이 있었다고? 이리나는 벙쪄 있다가, 도와줄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요... 아쉽네요."
뭐, 그렇다치자. 여기는 도움'만' 받으려고 찾아온 것은 아니니까. 해봤자 50골드만 가지고 있는 이리나가 유의미한 도움을 찾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좋은 소식이군요... 영 미덥잖은 느낌이던 이리나의 말투. 물론 다른 사람이 아니라 코우라면, 적어도 술집에서 백주대낮에 끌려가서 팔려갈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으니 좋은 소식이라 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리나는 자신을 보고 있는 코우가 해주는 말을 듣고 표정을 바꿨다. 정말로 좋은 소식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이리나는 뭘로 마실까 고민했다. 한동안 술을 못 마셨으니, 일단 독한 걸 원하는데... 담배도 가능할까?
여자가 바텐더를 흉내내듯 화답하면서 바 테이블 쪽으로 총총 걸어갔다 럼주라면 스탠더드한 주문이다 술집이라면 대륙의 어디가서든 볼 수 있는 술 (심지어는 잡화점에서도 판다!) 사실 여자는 잘 안다고 한 것 치고는 이 주점이 어떤 걸 다루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야 몇 번 들른게 전부고, 술은 하나도 사 마시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찬장에서 어렵지 않게 럼이 든 병을 찾을 수 있었다 대충 고약한 게 럼이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에서다
"음. 모르겠어. 에리는 피던데."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잔 안에다가 술을 콸콸 부으면서 코우는 첫 만남 때에, 요스러운 붉은 입술 사이로 연기를 흘리던 주인장의 모습을 곰곰히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건 파이프지 궐련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러나 시간을 들여 뒤적거린 결과, 결국은 찾아 낸 모양이라 트레이에 담아들고 온다 트레이에는 거의 넘칠 듯이 럼이 출렁이는 잔과 궐련형 담배 몇 개비가 라이터가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으응차, 소리내며 자리에 앉아 손에 쥔 잔을 기세좋게 치켜든다 여자는 맞은 편에 버젓이 의자가 있는데도 구태여 이리나의 바로 옆자리에 꼭 붙어 앉는다
"에헤헤. 건배. 건배하자, 우리."
벌써 취한 것처럼 말하는 여자의 잔에 담긴 것은 럼처럼 고약스런 냄새도 나지 않고 아주 잔잔하게 녹갈색을 띄는 건강한 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