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느낌이기는 하죠..?" 아마 그럴 것 같다고 짐작하려 합니다. 언젠가 여선이 얘의 치료 주기술 A는 어쩌냐...
"음음 두 개! 접수받았습니다~" 세트에다가. 사이드 두개 추가에.. 다음은 음료?
"에. 그치만 차도 요즘은 아이스로 나온다고요?" "따뜻하게 먹어서 기름기를 씻어주는 것도 좋지만여?" 물론 루샨이 차를 미지근하거나 따땃하게 먹는 걸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5월말과 6월의 날씨에서 찹찹한 걸 먹는 것도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면 여기 음료 메뉴에 리터에이드같은 거 시켜서 덜어먹을래여?" 메뉴가 뜬 홀로그램을 콕콕 건드립니다. 아니면 들어가서 음료가 뭐가 있고 어떻게 나오는지 주위를 샥 스캔한 다음 정하거나요? 라면서 저쪽을 가리키면 식당이 보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웨이팅이 없는 상태니까 지금 가면 아슬하게 막차로 착석 가능할 듯?
"기름은 닦아내고 따뜻한 물로 씻어야지 뽀득뽀득하게 씻기는걸요?" 그러니까 입이나 식도에 미끈거리는 것도 따뜻한 차로 내리면 좀 뽀득뽀득해지지 않겠어요? 라면서 그치만 기름 적절히 계속 먹여서 닦아가면서 쓰는 걸로 한다면 좀 다르지만요. 라고 생각해봅니다.
"에이드 콜? 역시 레몬이 좋겠져?" 아니면 자몽이나 청포도도 있긴 한데요? 라면서 고민하다다 허니자몽에이드냐.. 청포도 에이드냐.. 블루레몬에이드냐.. 를 상당히 고심하지만 막차다! 라며 뛰는 강산에게 말 안해도 뛰어욧! 이라며 생각을 날려버리고 뛰려 합니다.
"아싸!" "게다가 여기 자리가 좋네요?" 여선이가 아무리 천운이라 할지라도 뛰었기 때문에 운 좋게 막차를 탔다! 랑 그냥 걸어가는데 앞의 웨이팅 인원들에게 일이 생겨서 싹 빠지거나 천운적인 무언가가 일어나는 거랑은 인식하기에 많이 다른 느낌이고, 여선은 자기가 운이 좋다기보다는 열심히 했다! 같은 인식이 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뛰어서 막차를 탔으니 기쁜 겁니다. 자 이제 시켜볼까요?
강산은 기간 한정!이라고 써진 음료를 보고 살짝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진만 봐도 반짝반짝 화려해보이는 포도알들이 떠 있는 한정 음료. 강산은 여선의 눈치를 본다. 누가 봐도 나 게이트산이요, 하는 화려한 외양이 되려 도전욕구를 애매하게 불러일으킨다. 한정만 아니었으면 다음 기회에 도전했을 텐데 말이지...
체력적으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뛰어서 숨이 차지는 않았지만, 감정적으로는 헐떡일 만하죠? 막차 안 탔으면 저기 몰려오는 사람들처럼 기다려야 했을 거라고요!
"오 제 맘대로요?" 그럼 정말 힘들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메뉴판을 보며 고르려는 찰나에 강산의 말이 들리자 메뉴판에서 고개를 휙 들어올립니다. 일단 확실히 세트랑 사이드 정도는 정해진 거니까..
"...한정!" 저거 시켜요 네? 라는 듯한 표정으로 강산을 반짝... 아니 약간 어덤 속에서 빛나는 고양이 눈 같은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는 걸 보면 궁금한가 봅니다. 한정인걸요! 해보고 싶은데요? 물론 그게 실수라면 갑자기 으엣! 하는 소리 하며 조금 멍때릴 수도 있을까?
"도박수같아보이지만 못 먹는 걸 주진 않을 거 아닌가요?!" 여선아. 한국에는 디진다 돈가스라는 게 있단다.
강산은 여선의 표정을 보며 자신이 괜한 고민을 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혼자 시도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이것도 피쳐 단위라서 좀 걱정했는데...나도 괜찮다. 너도 좀 YOLO 기질이 있나보군? 그럼 간다?"
물론 디진다 돈가스 같은 특이한 사례도 있긴 하지만, 여선의 말도 일리가 있다 싶어서 강산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지간히 미쳐있거나 특이한 곳이 아닌 한 못 먹을 걸 팔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단을 내린 강산은 테이블에 비치된 진동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하고 주문을 하려 한다.
호기심이 좀 있는 애에게 저런 걸 건네면 절대 시킨다. 백퍼센트.. 아니 백이십퍼센트 시킨다. 절대 안 뺄 거야. 욜로 기질이 있나보네 라는 말에는
"인생 뭐 있나요. 못 먹고 아 그게 뭐였을까 라고 궁금해하며 먹어볼걸.. 보다는 먹어보는 게 좋죠?" 호기심과 불나방스러움과 MBTI 100% E나올것 같음이 합쳐지면 저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나중에 디진다 돈가스를 먹으러 가게 된다면 질질 짜면서 신한쿡... 이런거 넘무해욧...! 이러면서 아주 약간은 후회하겠지만 한 일주일쯤 지나서 그때는 좋은 추억이었지요! 라고 할 것 같다. 비장한 표정의 강산과는 다르게 와 맛있는거 신기한거 먹는다! 정도의 표정입니다.
"보통 음료수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요?" 늦게 나온다고 해도 음식이랑 같이 나오니까.. 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간단한 밑반찬이나 샐러드 종류가 나올 것 같습니다. 테이블마다 셀프로 덜어먹는 게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상당히 빠르게 나올 것 같은데.
강산은 여선의 답을 듣고는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한다. 사실 그도 같이 앉은 친구를 실망하게 만든다든지 음료수값을 날린다든지 하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여선과 비슷한 표정으로 주문했을지도.
"그런가? 그럼 세트 먹기 전에 조금 맛볼 수는 있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강산은 여선의 자리에 물컵을 놔준다. 밑반찬을 조금씩 집어먹으며 기다리고 있자니 그것이 다가온다.
"와우."
이름값을 하며 반짝이는 게이트산 트윙클머스켓 에이드 병. 강산의 시선이 거기에 꽂힌다. 옅은 하늘색을 띄는 음료 안에 지구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무지갯빛 반사광을 품은 포도 알갱이들이 떠 있었다. 약간의 신 맛을 더하기 위해서인지 레몬 슬라이스 몇 개도 들어가있다...
강산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같이 온 유리잔에 에이드를 따른다. 그리고 쭈욱 들이킨다...!
"사실 욜로랑은 조금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욜로랑 결은 비슷하니까 된 게 아닐까요?" 인생 한번살지 두번사냐! 라는 것보다는 후회하지 않으려면 열심히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있으니.. (*환생자와 회귀자를 본다면 어.. 누군가는 두 번 사는가봐? 라고 할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와.. 예쁘다.." 같이 온 유리잔에 에이드를 따른 여선은 흥미로운 눈으로 둥둥 떠다니는 포도알을 보고 향을 맡아보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들이키는데...
"이건..." 이것이야말로 '초절미미극락지복천국'이 아닌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안 시켰으면 엄청 후회할 뻔했다는 말을 합니다. 이거에다가 메인메뉴까지 진짜 맛있으면 금상첨화에 아름다운 맛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진짜 맛있는데요?" 너무 맛있으면 오히려 표현이 자제된다는 게 사실인가? 시즌한정 아니었으면 항상 솔드아웃나는 전설의 음료였을 게 분명하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음식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강산이 눈을 빛내며 유리잔을 내려놓고 감탄하는 사이에, 뒤이어 여선도 음료를 들이키고. 여선이 진지한 표정으로 '초절미미극락지복천국'이라 말하자 빵 터져버린다!
"푸하하하하하!! 그러게! 아직 개시한지 얼마 안 돼서 인지도가 낮은 모양이지만 이건 뜬다!! 늦게 가면 못 먹을 정도로 뜬다!"
안 시켰으면 엄청 후회했을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한 것 같다...너무 맛있으면 오히려 표현이 자제된다는 건 강산에게는 해당되지 않을지도. 그는 감탄하면서도 잊지 말고 에이드의 그 화려한 외양을 사진으로 남긴다. 중요하니 두 번 찍는다. 나노머신 칩으로 한 번,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또 한번.
"건배!! 어, 음식 왔다!!"
얼마나 맛있는지 알코올도 안 들어갔는데 강산은 매우 들뜬 모습이다. 때마침 음식 메뉴도 도착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도착한 음식을 몇 입 먹고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