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라고 해도 어쩌면 신성 모독이 될 수 있는 말이지만 오토나시는 빈센트의 농담을 조금 진지하게 잠시 생각해봅니다.
“ ‘ 여우신 ’님도 도는 것을 그만두고 눕는다면 ‘ 버터 ’처럼 보일지도 몰라. 응. ”
먹을 수 있는 버터가 아니라... 생긴게 말이죠. 고양이가 앉아있는 특유의 자세를 ‘ 식빵 ’이라고 표현하는 것 처럼 말이에요!
“ 음. 그건 알 수 없지만 ’ 이왕이면 ’ 정수리라고 생각 하는 편이 낫지 않으려나. ”
사실 ‘ 헌터 ’인 이상 빈센트와 오토나시의 위치는 이미 등 위일 수도 있고 꼬리까지 내려왔을수도 있습니다. 그걸 오토나시도 아예 모를 리도 없고요. 하지만 오토나시는 빈센트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하고선 여우 인형을 점프시켜 도록(그러니까 신 한국)위로 옮깁니다.
“ ‘ 종교인 ’의 시점으로만 말해보자면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해. ‘ 의사 ’로서의 관점은 또 다르지만... 어쨌던간에 ‘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 ’을 끝마치고 ‘ 꼬리 ’에 도달한거니까. ”
"갠톡으로 가게 정보 보내주게 연락처 알려주라. 아...하는 김에 우리 반 단톡방 초대도 해둬야겠군."
어쩐지 조금 으쓱해져서는, 소스에 찍은 바삭바삭한 탕수육 조각을 입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여선의 연락처도 넘겨받으려 한다. 연락처를 준다면 강산이 말한 대로 가게 전화번호가 오는 건 물론 바로 단톡방에도 초대될 것이고. 그리고 특별반의 길드화에 대한, 여선의 현재까지의 입장에 대해서 줄줄이 늘어놓는 말들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며 머릿속으로 요약해나간다. 강산도 여선만큼은 아니지만 영성치 160의 마도사이니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가 이제 막 대치동에 돌아와서 대부분의 구성원들과 거의 초면이다시피 하다보니, 여명 길드 가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로 정하기엔 애매하다'는 건가.
"음...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군요. 여우신님이 그럴 리는 없을 테니까요. 혹시... 있나요? 그 기독교의 아마겟돈처럼 말입니다. 뭐... 차차 알아갈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죠."
빈센트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여우의 꼬리와 머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어릴 적에 성경학교에서 삼위일체를 배울 때와 똑같았다. 한 분이면서 셋인 하나님의 존재가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동네에 있던 기독교계 성직자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물어보았다. 결국 그 끝은? 목사들이 빈센트를 "의념 각성자가 기독교 성직자를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신고했고, 결국 빈센트는 남들은 귀찮아도 끌려가는 교회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지. 어쩌면 저 꼬리와 머리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이해는 확실히 되는군요. 어쨌든 인간의 삶은, 어쩌면 인간의 삶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 '세계'는, 여우신님과 같이 끝없이 순환한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토리의 이야기에 웃으면서 답한다.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가 날 보고 꼬리에 있다고 생각하건 무슨 상관입니까. 매일매일이 여우신님께서 굽어보시는 정수리에 있는 것처럼 살다가, 만약 알고 보니 꼬리였다면... 적어도 '순환'은 끝마쳤다는 거니까요."
갠톡과 단톡 초대라는 말을 듣고는 선선히 연락처를 건네주려 합니다. 앗 연락처 점심 한번이면 가질 수 있다? 인가? 가게 전화번호는 저장하고 단톡방에는 들어가는데. 의외로 내가 와따! 같은 거나 모두에게 인사는... 안하네요? 나중에 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담스럽다- 보다는 그나마 끼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정도일까요?" 진짜 편입생이었다면 끼여서 고생했을 게 백퍼센트라구요. 아니 이백퍼센트인가?! 라는 말을 하면서 그렇다고 부담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고요. 초면인 거나 다름없는 거라서 그런가.. 다른 분들이랑 좀 선을 맞추려면 쌔빠지게 뛰어야 할 것 같은 점도 영향이 있으니까 그렇죠?
곧 다 거덜나는 건 아깝지만 식사기회가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좀 부족해야지 아 그거 진짜 맛있었는데! 같은 걸로 다른 기회도 생길 거니까...? 배가 너무 부르면 오히려 불쾌하기도 한? 잘 얻어먹은 여선은 젤리 작은 봉지 하나를 꺼내서(건네준 것과 같은 종류다)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먹습니다.
"그래도 이제 곧 내려가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좀 있으면 잠가놓거나 순찰을 돌지도 모르는 일인 만큼. 적당히 치우고 가야 할까요?
한숨쉬듯 내뱉은 말이다. 이 곳에서만 해도 그 역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엇갈려왔으니. 아무튼 식사가 끝나자 어디선가 또 물티슈를 꺼내와서 여선에게도 두어 장 주고, 적당히 뒷정리를 한다. 그릇은 중국집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플라스틱 그릇이니, 인벤토리에 넣어뒀다가 씻어서 다시 쓰든지 아니면 버리든지 하면 되겠지.
"어떻게든 내려갈 방법은 있으니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리는 건 상관없다만.... 뭐 그래."
강산 또한 여선에게 앞서 받았던 젤리 봉투를 뜯어 젤리를 입에 넣는다.
"그럼 조금 있다가 내려가지."
무심코 누울까 하다가 자세를 가다듬어 다시 앉으며 말한다. 상념에 잠기는 건 옥상에서 내려와서 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