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나는 지나치게 긍정적이라서 문제였던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나 답이 없는 문제(예를 들어, 추하게 내장을 쏟으며 길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건,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지막 작별을 하건, 아니면 한순간 태양처럼 불타올라서 사라지건 피할 수 없는 죽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좋았다. 적어도 죽는다면 모든 것을 잊을 것이고, 모든 좋은 것과 이별함과 동시에 모든 고통스럽고 나쁜 것과도 이별할 것이다.
"..."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인다. 맞는 말이고, 좋은 작품전이다. 여우노래 교단의 작품전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럴 법한 부분이 있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이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여우노래 교단과 무관하게, 삶과 죽음을 탐구한 작가가, 결국은 돌고 돌아 생각해보니 이 세상을 여우노래의 교리로 작동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죠. 고찰 끝에 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왕자...라는 말이 나오자, 빈센트는 혹시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나 생각한다. 일단 한국에서 유찬영에게 왕'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고, 마도일본의 서유하라는 인간은 솔직히 '아들' 같은 지극히 세속적인 개념에 묶인 존재일 것 같지도 않고... 설마 중국의 많고많은 가문들 중에 '왕'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난 곳이 있거나, 아니면 동남아시아나 미수복 영토에 위치한 왕가의 후손 그런 걸수도 있는 건가?
"흠. 이러다가 제가..."
외교적 문제에 휘말리게 생겼군요. 라고 말하면서 발을 뺄 준비를 하던 빈센트는, 게이트 너머라는 말에 다시 흥미를 가진다. 그리고 말을 정정한다.
"...차원간 외교문제에 휘말리게 생겼군요."
...라고 말한 순간, 갑자기 자동차가 날아와 빈센트가 있던 곳을 내리쳐버렸다. 쾅! 콰직!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빈센트의 모습이 사라졌지만...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빈센트가 걸어나오며, 심호 왕자를 붙잡은 강산에게 물었다.
그거 진짜... 에이엔노 토모다치 프리큐어! 이거 나오는 순간 이 세상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오직 패기만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지... 마법보다 순수한 무력만으로 싸우고 사용하는 유일한 마법은 적을 '정화' 시키는 마법 뿐... 나중에 절대 방어 노랑캐가 나오지만 화이트랑 블랙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고 생각해... 한 명은 타격계 다른 한 명은 기교계 라는 점도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느낌이라 장난 아니더라고.
생각해보니 초대 프리큐어는 드래곤볼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만큼 어린애들을 대상으로 하기엔 초 하이퍼 무투파에 스토리도 되게 어두웠어... 나중에야 완구 팔아먹어야해!! 하면서 마법봉이니 뭐니 추가 됐다지만..
강산은 빈센트의 시선을 피한다. 빈센트가 차원간 외교 문제를 언급한 순간 그도 슬슬 겁이 난 것이다.
"그것이...." "나더러 지구의 문물을 보고 오라기에 오게 된 거....못해도 이전에 해왕국을 방문했던 자들 정도의 고수들은 널려있을 것이라 기대했더니 순 비실이들밖에 뵈지 않아서 지루하기 짝이 없더구나. 그래서 내 친히 강자를 찾아 나서려고 했더니 저 녀석이 방해하지 않느냐." "그래서 민간인들도 있는 길 한가운데에서 수속성 마도를 난사하시려는 걸 극구 말렸더니 그대로 뛰쳐나가셔서 이 난리였지 뭡니까."
중간에 끼어든 심호의 말을 받아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강산은 슬슬 눈치를 보며 왕자의 구속을 풀어준다.
"그렇게 외교 문제가 걱정된다면 이건 어떠냐? 지금이라도 내가 만족할 만한 적당한 대련 상대를 구해오거라. 격은 35단계 언저리인 자로. 그리하면 내 이 곳에서 겪은 무례는 전부 싹 잊고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왕국에도 좋게 말해주지."
적당한 대련 상대라고는 했지만 빈센트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이...
"숙련도가 높은 자라면 격이 다소 모자라도 무방하다만..."
...아무래도 그 사이 빈센트 쪽이 강산보다 마도의 숙련도가 높은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강산은 불안한 눈빛으로 빈센트의 눈치를 본다.
//7번째.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대체로 민간인이 아니라...최소 헌터 내지는 가디언일 테고... 게이트의 존재랑 붙으려면 역시 각성자여야...할 테니까요....?
마도 역분해에 관심을 보였던 게 그냥 비전투전력이 아니라 전투광 끼 있는 마도사(비슷)라는 암시였습니다...
>>301 나도 재미있게 봤는데.... 뭔가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딱 한가지 기억나는 장면이...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화이트랑 화이트 마스코트가 기력을 잃고 쓰러져서 죽어가기 직전인 장면에서 블랙이 화이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장면이었어. 그거 보고 되게... 뭐라고 해야 하나.. 엄청 어둡더라.. 저러다 진짜 죽는건가? 싶고..
생각해보니 적군이 된 아군이라던가 원심분리기마냥 악의 간부를 회전시키면서 (양쪽에서 팔 잡고 위 아래로 빙글빙글 돌림) 땅에 쳐박던가 하는 장면이 되게 폭력적이었어
빈센트는 주변을 바라본다. 강산은 35'단계' 언저리의 대련 상대를 원한다는 이야기에 자신을 쳐다본다. 민간인들은 갑자기 땅에 처박힌 자동차를 보고 놀랐고, 어떤 남자한테 붙잡힌 미친놈 하나와, 그냥 혼자 서 있는 빨간머리 미친놈 하나가 어쩌다보니 대치하게 된 형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빈센트는 자신의 평판이 아주 처참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치로 쳐다보며 경찰을 부르려는 민간인에게 말했다.
"저건 저기 서 있는 저... 그... 심호인지 띵호와인지 어쨌든 높으신 분이 하신..."
그리고 그 순간, 빈센트의 마도로 잠시 생기를 얻었던 강철 파이프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뿌리를 뻗으면서 멀쩡히 잘 있던 소화전을 부숴버렸다. 빈센트는 쏴아쏴아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체념 반 짜증 반으로 외쳤다.
"좋습니다. 신고하건 말건 맘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빈센트가 테러리스트로부터 민간인들을 지킬 때 쓰던 방법. 스스로가 테러리스트가 되어 폭발을 난사하는 것이었다. 비명소리와 함께 폭발이 이어지고, 민간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빈센트는 주변을 바라본다. 강산은 35'단계' 언저리의 대련 상대를 원한다는 이야기에 자신을 쳐다본다. 민간인들은 갑자기 땅에 처박힌 자동차를 보고 놀랐고, 어떤 남자한테 붙잡힌 미친놈 하나와, 그냥 혼자 서 있는 빨간머리 미친놈 하나가 어쩌다보니 대치하게 된 형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빈센트는 자신의 평판이 아주 처참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치로 쳐다보며 경찰을 부르려는 민간인에게 말했다.
"저건 저기 서 있는 저... 그... 심호인지 띵호와인지 어쨌든 높으신 분이 하신..."
그리고 그 순간, 빈센트의 마도로 잠시 생기를 얻었던 강철 파이프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뿌리를 뻗으면서 멀쩡히 잘 있던 소화전을 부숴버렸다. 빈센트는 쏴아쏴아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체념 반 짜증 반으로 외쳤다.
"좋습니다. 신고하건 말건 맘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빈센트는 강산에게 말한다.
"보아하니 저랑 강산 씨가 목숨 걸고 싸워야 겨우 싸움이 성립하는 상대를 데려오신 것 같은데, 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절대 안 됩니다. 저, 강산 씨, 그리고 저... 게이트 너머 왕자님 3명이 여기서 진심으로 싸우면 민간인 사망자만 100명 넘게 나올 겁니다. 미리내고로 가는 게 좋겠군요. 만약 여기서 싸운다 하면... 왕자님 기분이 무고한 수천명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미국인이자 공화주의자로서도, 그리고 최소한의 윤리로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9
강산은 마저 튀어나온 파이프가 소화전을 부숴버리자 놀라서 황급히 마도 역분해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고....결박에서 풀려난 심호 왕자도 솟아나온 파이프와 소화전에서 쏟아지는 물을, 흙무더기 밟아 누르듯 한 발로 밀어넣으며 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멎게 한다.
그 사이 들려오는 짜증을 억누르는 듯한 빈센트의 말을 듣고 두 청소년의 반응이 갈린다. 심호는 흥미에 찬 눈빛으로 빈센트를 보다가도...머쓱한지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한다. 강산의 얼굴이 창백해져가는 것이 눈에 띄지만, 그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말을 보탠다.
"저하, 빈센트 형님 말씀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한밤중이어도 이런 대로에서 대련을 하시면 앞서 말했듯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갑니다요...보십시오, 사람들이 소란 때문에 나와서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희가 재학 중인 미리내 고등학교로 모시겠습니다. 그 곳이라면 마침 지금 다른 학생들이 귀가하고 없을 때라 대련장이 한산할 것이니 써도 괜찮을 겁니다." "좋다. 그리 하거라."
강산은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심호에게 처음에 쓰고 있던 너울을 다시 씌워 주고, 주변에 몰려든 민간인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서...미리내고 수련장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 얌전히 안내를 받고 따라와서 수련장 한 쪽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몸을 풀던 심호 왕자에게 강산이 무어라 말을 한다. 대략 '자신은 그래도 의뢰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대련하면서 왕자님을 공격하기 곤란하고, 그렇다고 왕자님 편을 드는 것도 원하지 않으실테니 빈센트를 지원하다가 상황이 위험해지면 개입하는 안전요원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었다. 심호 왕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강산은 빈센트 쪽에도 잠시 다가가서 말한다.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사실 저 분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습니다. 저희보다 격이 높은 상대를 만났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이 없잖습니까. 어린 마음에 승패와 무관하게 대련을 원하시는 것 같으니, 정말 죄송하지만 잠시만 어울려주십시오. 저는 뒤에서 형님에게 버프를 걸다가, 상황이 과열되거나 두 분 중 한 쪽이 눈에 띄게 부상을 입으면 전투를 멈추고 응급처치를 하겠습니다. 왕자님께도 그렇게 말해두었습니다."
빈센트가 승낙하고 준비를 마친다면 대련은 시작될 것이다.
"...형님 제가 이거 끝나고 밥 살게요. 비싼 것으로 사드리겠습니다."
//9번째. 일회성 일상용 npc가 세계관에 큰 영향을 주면 안 되므로...강산이가 말한 대로 심호 왕자는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습니다. 대충 시나리오 1 중~후반부의 빈센트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35렙이랑 붙어보고 싶다고 한 건...허세입니다... 저는...소년만화 보다보면 나오는 '주인공의 실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와서 덤벼드는 오만한 도전자' 클리셰를 생각했는데 이거 완전 오만한 왕자 클리셰 섞인 호전적인 이종족 잼민이가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분량 꼭 안 맞춰주셔도 됩니다. 그냥 이쪽에서 캐를 두 명 굴리면서+상황이 너무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분량이 늘어나는 것이라서... 혹시 이 상황이나 npc가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