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들었던 시야는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밤이 되는 것도 아니건만 그녀의 시야만 밤이 온 듯 어두워진다. 그래도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내 무언가 마을로 떨어지고, 빛이 점멸하자 두 눈이 크게 뜨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들려온 무전으로 인해 불안이 한숨에 녹아 흘러나왔다.
"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일단 다들 퇴각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할 일을 해야지.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하얀 깃발을 구현화했다. 그것을 높게 들고 나와 마을을 향해,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유도의 재스쳐를 취했다. 마음 같아선 소리도 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또 토할 것 같았기에. 이미 주륵 흐르는 입을 꾹 다물고 사람들의 대피 유도를 계속한다. 퇴각 포인트까지.
지혈할 틈도 없다. 이스마엘은 잘 알고 있었다. 머리는 냉각장치 때문인지 빠르게 식었지만 울렁거리는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마을 쪽을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잊자. 그 여자에 대해 잊자. 잊어버리고, 신경 쓰지 말자. 이스마엘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입술을 거세게 짓씹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고통에도 몸 하나 떨지 않았다. 이상향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나 미련마저 내팽개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쉬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이 방법을 계속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피가 나는 코나 피가 배어나오는 어깨를 신경쓸 틈도 없이 염력으로 몸을 띄웠다
"─이쪽입니다!!"
염력을 통해 허둥대는 사람을 들어올려 퇴각 포인트로 이동하려 했다. 이게 더 빠른 일임을 알고 있다.
네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은 시간을 지체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당장 창공에서 떨어지는 미사일 때문이었다. 미사일은 한 발이 아니었다. 아니, 분명 그것은 하나였지만 하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수십 발, 그 이상으로 퍼지는 작은 미사일들이 연쇄를 일으킬 만한 넓디넓은 범위를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젠장, 늦었..."
선우의 스페셜 스킬이 일부를 먹어치우긴 했지만 도저히 전부를 막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하늘을 뒤덮을 듯한 쇠사슬들과 함께 빠직거리는 전격의 소리가 들렸다. 이어진 것은 폭발. 그러나 그 거리는 충분히 멀어서 너는 폭발로 인한 바람은 맞았을지언정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슬의 끝, 서 있는 엘리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너를 비롯한 에델바이스를 쳐다보던 그녀가 궤적을 남기곤 사라졌을 때 느낀 것은.
"고통? ...어째서?"
누군가로부터 전해져 오는 듯한 감각, 있는 힘껏, 허나 아무도 쉽게 알아채 주지 않는 기운에 너는 그 궤적을 잠시 쳐다보았다. 다시 들려오는 무전에 금방 정신을 차렸지만.
"인원 파악이 끝났습니다, 바로 대피 지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2파, 3파를 막을 힘 같은 건 없다. 지금은 살아남아야만 해. 너는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끌고 달렸다.
'권장하지 않는 것'은 없어요. 그게 캐릭터적인 행동이라면. 다만 그에 대한 판정에 대해서 왜 이게 이렇게 되는데요! 라는 문제만 제기하지 않으면 괜찮답니다. 간혹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왜 나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해! 라는 말을 하는 이를 저는 상판을 뛰면서 정말 수도 없이 봤거든요. 그렇기에 한번 정도는 묻지만 그래도 한다면 그에 대한 판정도 나올 뿐이에요!
지금 에이 *벌 저거 또 저러네.. 하면서 욕 쏟던건 이셔 실제 성격의 일부입니다 예.. 그러니까... 내숭 떨 상대(ㅋㅋ)인 쥬가 없어서 그런것도 있는데 슬럼에서 살아남으려고 보여주던+원래부터 이셔가 엄마 피 진하게 물려받아서 내재하고 있던 성깔+눈 돌아서 그런 거고... 시트의 성격란에서 이상향을 부정하면 편집적인 증세를 보였다는 그 부분임... '이상향 반대하는 새끼 나와봐' (탕) '더 없지?' 이거인게 문제지...
그런고로 직전의 쥬 일상에서 보여주던 망상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편집적인 행동이 다시 나올 일은.. 카시노프가 헬무트 데려와서 니 아빠 말한다 ㅋㅋ 헬무트 말해봐~ 이..스..마..엘... 하기 전까지는 없다~!!!!! 성격과 실제 PTSD에 기인해서 눈 도는 건 다른 의미입니다..
레이먼드, 레레시아, 이스마엘, 츠쿠시, 쥬데카는 각각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했다. 마을 안에 남아있는 이는 사실상 이제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대피 안했어?! 어째서?!
하나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이가 있었으나 대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이도 있었다. 잭은 마을을 안개로 감싸서 방어벽을 만들었고 선우는 아공간을 생성했다. 이내 저 멀리서 제 2번째 미사일. 그리고 제 3번째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스케빈저는 총 3대. 각각 한발씩 쐈다고 한다면 저 2번째와 3번째를 막아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저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루시아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미사일은 공중에서 분해되어서 방금 전보다 더욱 더 넓은 범위로, 그리고 그 한발한발이 마치 핵융합의 폭발 에너지와 다를바 없는 폭발 에너지를 이용해서 마을을 노리고 있었다. 안개로 만든 장벽이 크게 흔들렸고, 일부는 안개를 뚫고 들어왔고 아공간으로 들어왔다. 미사일 중 일부가 그대로 추락했고 연쇄적으로 땅에 떨어져 마을을 날려버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선우는 물론이고 잭 역시 상당히 큰 데미지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아직 미사일은 한 발이 더 남아있었다.
-도망칠 수 없는거구나.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이 마을을 지키고 싶은거로구나. 그렇다면 조금 무리해볼게.
-굴하지 않는 마음. 지금 여기에. -뒤를 돌아보지 않는 붉은 의지. 지금 여기에. -피어라. 붉은 에델바이스.
-Song of angel!!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에일린의 것이었다. 이전, 에일린의 보검에서 발동했었던 것과 같은 에너지원이 바로 그곳에서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다른 이들의 보검에도 모두 적용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아스텔 로웰. 어떻게든 한 발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해볼게. -아. 응. 나도 도와줄게! 스케빈저는 터져서 뭘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드론을 이용한다면!
루시아의 목소리는 아스텔과 에스티아에게도 전달이 된 것일까. 이내 그 둘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딱 한 발 남아잇는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단 한 번의 도박.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의 여부는 각자에게 달려있었다. 허나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였다. 마을 사람들을 안내해서 퇴각시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으니까.
한편 하늘 위에서 녹색 궤적이 떠올랐다. 강한 돌풍이 불었고 하늘에서 분해되고 있는 미사일의 일부가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어 에스티아의 드론이 전자망을 발동시켜서 미사일의 일부를 잡아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막아낼 순 없었다.
미사일의 비가 다시 한 번 떨어졌다. 더 이상 방어벽이 없는 마을을 멸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내 분명히 마을을 구하려고 끝까지 남는 이가 있을 줄 알았지! 특수 조건 달성으로 인한 루시아의 보조용 스페셜 스킬 조기 개방.
Song of angel - 전원의 체력의 50% 회복&방어 불가 공격도 방어하게 해주는 1회성 베리어 장착. 1회 한정 공격력 2배.(공격형 버스트가 합쳐지면 4배). 단 사용하고 2턴 뒤. 오버히트 영향으로 전원 hp 1 처리.
>>779 하고 웃어버리기가 무섭게 레시주에게 >>778 짤 반사할게...😇 정면으로 부정.. 사실 이셔 또한 이상향은 말 그대로 이상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멘탈 상태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발전을 보십시오. 노예로 치부되던 존재가 하나의 존재와 삶으로 인정되었고, 날 수 없노라 했던 자들이 모여 날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상향을 발견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그 길을 잇고, 그 사람의 뒤를 이어 누군가 잇고. 그렇게 언젠가는 이상향에 도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라는 반짝반짝 멈머이셔와..
이 스레 캡틴을 하고서 2달이 넘었고 대충 이런 것도 나오겠지 하고 미리 루트를 준비해뒀습니다. 아. 저건 선우에게만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 다에게 적용되는 거예요. song of angel은 그냥 말 그대로 아군이 핀치 상황일 때 루시아가 서포트로 지원해주는 말 그대로 막판뒤집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피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남아서 끝까지 발악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특수부대에 또다른 희망의 빛이 피었다.
"어...?"
보검을 통해 들리는 루시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지쳤던 몸에 활력이 돌아오며 시야가 밝아졌다. 어쩐지 한 번은 더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대피를 유도하는 쪽을 한 번 돌아보고 마을 쪽을 향해 내달렸다. 유도용으로 쓰던 하얀 깃발은 어느새 새까만 사슬이 되어 그녀의 무장에 휘감겨들었다. 그 상태로 미사일이 내리기 직전인 마을에 뛰어들어 사방 여덟 갈래로 독액을 뻗쳤다.
"Falling Curse-!"
아스텔의 세븐스 없이 순수히 그녀의 세븐스로 이루어진 스페셜 스킬이 발동했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독액으로부터 무수한 사슬들이 솟구치며 마을의 상공에 그물을 친다. 또한 사슬들 위로 가열성의 독액이 장막처럼 둘러져 미사일이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터져나가도록 만든다. 그 중심에 서 있던 그녀는 기어코 붉은 물을 쏟아냈지만, 기새와 표정만큼은 생생했다.
"마을을 이루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야. 그런데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 장소가 없으면 사람들은 흩어지고 말아"
왜 대피하지 않았냐는 루시아의 말에 답한다. 장소가 없으면 사람들은 흩어진다. 아무리 아공간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적들과 싸우며 대피시간을 벌어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살려도,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다시 모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질 뿐. 그러니 목숨걸고 막아야한다.
"루시아. 멋대로 애 취급해서 미안했어."
그는 자신이 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며 이번 폭발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유언처럼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안개 장벽이 파괴되고 아공간으로도 미쳐 막지 못한 미사일이 땅으로 내리 꽂혔다. 마치 태양이 지상에 강림한 듯한 열기와 폭음, 빛이 전신을 강타했다. 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다가 건물 벽에 부딪혀 바닥에 넘어졌다. 일어서기 힘들다. 피부의 습기가 단숨에 증발해버렸고 안구가 말라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폭음으로 인해 귀에선 이명이 들려왔다.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버텨야한다. 일어나야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이를 꽉 깨물고 천천히 일어난다.
"우이아이?...(무리라니?)"
전신의 수분이 증발해 말 자체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조금 무리 해본다는 루시아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와 동시에 상처입은 자신의 몸이 회복되며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싸울 수 있다. 아직 죽기에는 많이 이르다.
"고마워 루시아! 네가 나보다 낫다."
루시아가 자신를 구한 게 이번으로 몇 번째일까? 아마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선우는 그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다시 한번 힘을 내었다. 첫번째는 부관이 막아주고 두번째는 동료들과 함께 간신히 막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미사일이 날아왔다.
아스텔의 돌풍과 에스티아의 드론,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공격이 미사일들을 차례차례 잡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