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의 폭음이 들렸지만 연막은 벗겨지지 않았다. 다만... 수류탄에 의해 충격을 입은 듯, 어떤 공격도 연막 속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꺼져 버린 연막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라이너스는 눈에 띄는 데미지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었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눈에 띄게 파손된 장비와 스파크가 튀는 헬멧, 그렇게 노출된 머리의 일부분. 바로 총탄을 발사하는 레이먼드의 모습을 뒤로 하고 너는 땅을 박찼다. 속삭임과 같은 그 목소리를 너는 들었다.
빠드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 바이저 너머로는 새어나갈 리 없는 소리가 바이저 내부에 맴돈다. 너는 땅을 깨부수려는 듯 박차며 달렸다. 시시각각 좁혀지는 거리, 너보다 앞서 도달하는 총탄들. 네 손을 따라 움직인 체인은 다시 한 번 불길에 휩싸여 이번엔 라이너스의 목을 노렸다. 아무리 견고한 갑주라도 이음매는 있기 마련이다. 이미 파손되기 시작하는 갑주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지 몰라. 목을 휘감는 데 성공한다면 그 다음 네가 할 일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라이너스."
탓, 하고 튀어오른 네 몸이 라이너스와 가까워졌을 때. 네 발은 라이너스의 턱밑, 쇄골 부분을 노렸다. 목을 묶는 데 성공했다면, 체인을 잡아당기는 손에 작용하는 힘과는 정 반대로, 네 발은 네 몸으로부터 있는 힘껏 라이너스를 밀어내려고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열과 함께 엔진이 구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렸다는 듯, 체인은 진동한다.
아아. 기세를 몰아 내리찍은 공격은 레인이 재빠르게 도망가면서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곧바로 레인의 뒤를 쫓으려고 했으나 그 순간 몸에 제동이 걸렸다. 고장난 것처럼 비틀거리는 몸에 쿨럭. 무거운 기침 소리와 함께 열린 입 안에서 검붉은 액체가 터지듯 쏟아졌다.
"...남았었나...!"
시간이 부족했나. 그녀는 시야도 어지럽게 붉어지는 걸 느끼며 손으로 눈가와 입가를 쓸었다. 검은 장갑에 붉은 물이 서서히 번져간다. 그래도 아직 쓰러질 정도는 아니니 마저 레인을 쫓기 위해 자세를 다잡았으나. 레인이 새롭게 사용한 스페셜 스킬이 그녀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위에 퍼부어졌다. 피할 수 없었던 그녀는 미사일의 폭발과 주변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으며 재차 시뻘건 덩어리를 토해냈다. 몸에도 부상이 생긴 건 당연했다. (잔여체력 1800)
그렇게 맞고 다쳤는데도 고통이 여즉 멀게 느껴지는 건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폭격 직후 바닥을 굴러 별도의 드론이 내뿜는 자기장으로부터 벗어나 숨을 고른다. 아. 세상이 이렇게나 붉었던가. 모든 것이 붉게 보이는 그녀의 눈은 흰빛이라곤 가닥도 없이 새빨갛게 터져있었다. 그럼에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붉은 독액을 생성해 바닥에 퍼뜨리고, 분신을 일으켰다.
버스트-
"Painfull, Desire...!"
아까보다 검붉게 만들어진 열 구의 분신들은 일제히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레인의 목과 부스트 장치였다.
원하는 것을 이룬 듯한 모습을 보니 불쾌한 기분이 든다. 레인이 레이버의 기술을 썼을 때 느낀 감정이 경계와 긴장이었다면, 지금 느끼는 것은…… 모욕감과 닮아 있다. 쉽사리 떼어놓지 못할 본질적인 특성, 그만큼이나 고유한 것을 제 마음대로 골라서 취합하는 꼴을 보려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심정에 집중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삽시에 몰려들어 오는 드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하려 했지만 휘말리고 만다. 폭격이 가신 자리로부터는 피어오르는 열기와 함께 고통이 치민다. 그는 잠시간 이를 악무는 것으로 통증을 참아내고, 레인을 곧게 응시했다. 지금껏 열렬히 움직여대던 행동들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의 부동이었다. 묵묵히 바라보던 시선의 끝으로부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레인의 주변 모든 방향으로부터 형체 없는 칼날 여럿이 생겨나, 일순간 동시에 레인을 향해 짓쳐들어온다.
사람이 감정에 휩싸이면 제대로 된 이성의 판단을 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스마엘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성적이지 못한 상황임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원초적인 불쾌감이 몸을 훑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하여금 누군가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몸을 휘감았다. 이상향에 닿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마침내 쐐기를 박고, 이스마엘은 정신을 놓기 전 제대로 된 사고를 한번 해냈다. 또 몸을 함부로 썼다고 꾸중을 듣겠구나.
"누가 분하다니.. 스스로의 감정을 전가시키지 말라고 굳이 얘기를 해야 들어먹어..?"
미사일이 쏟아진다. 폭발을 염력으로 된 장을 펼쳐내 막아낼 수 있었으나 파편이 머리에 정확하게 튀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우뚝 선다. 뒤로 꺾인 고개를 천천히 되돌렸다. 비틀대며 숙인 허리를 겨우 들어올렸다. "아, *발.." 반쯤 들어올린 허리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휘휘 내젓는 모습이. 개나 그에 준하는 짐승이 취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학구열이 솟는다. 재머가 지직대며 얼굴 반쪽을 드러냈다. 무장 때문에 눈만 보일 뿐이지만 여실히 웃고 있었다. "나 지금 기분 되게 좋은데 무슨 분노야 *발.." 중얼대다 다시금 여실히 휘던 눈이 노이즈 너머로 사라졌다. 학구열. 그 빌어먹을 학구열. 나이프 두 개를 땅에 처박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싶었다.
"드론 보니까.. 아, 그래.. 가디언즈랑 협력한 거야? 신기하네. 결국 너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거야? 응? 왜 하필 가디언즈의 드론이지? 어떤 원리로 빼앗을 수 있는거지?? 카시노프의 발명품인가..? 그렇다면 그 활동이 진짜 스스로의 의지인가? 너 또한 결국 만들어진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공격이 모두 끝났다 판단했을 적, 이스마엘은 염력을 통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손을 쭉 뻗으며 머리를 부여잡으려 시도했다. 그대로 안면부를 거세게 부여잡는다면 공중으로 올랐을 것이고, 그대로 처박힌 나이프 두 개가 직선으로 만나는 기점을 향해 하강했다. 내리찍는 건 한 번으로 족했으나 반동은 두 배였다. 처박힌 나이프에 거세게 반동하고 있던 염력장에 한 번, 마침내 머리가 만날 땅에 한 번.
"대답. 빨리 하는 게 좋아.. 나, 인내심이 그렇게 안 깊어. 멍청한 새끼한테 흥분한단 말이야……."
<레인 조> 갑작스러운 잭의 공격. 정확히는 턱을 후려갈기는 공격에 레인의 몸이 가볍게 위로 솟구쳤다. 이어 폭격에 흽쓸렸으나 레레시아의 버스트가 발동되었다. 분신은 목과 레인의 부스터를 노렸고 일제히 폭발했다. 꽤나 강하게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큭!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인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부스터 장치의 불이 또 깜빡깜빡하는 것으로 보아 또 다시 부스터 장치의 기능이 꺼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츠쿠시의 버스트가 발동했다. 칼날들이 나타나 레인을 노렸고 온 몸을 공격당하며 레인은 몸을 비틀거렸다. 뒤이어 이스마엘이 레인의 머리를 쥐어잡았고 그대로 레인을 나이프에 처박히기도 하고 땅에 머리를 박히기도 하나 보검의 영향 때문이지 그 정도의 데미지는 들어갔으나 몸이 관통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이프가 박히는 일 또한 없었고.
"...안 분하기는."
이내 이스마엘을 뿌리치면서 레인은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가디언즈? 누가 가디언즈와 협력을 한다는거지? 물론 밀고는 하긴 하지만 딱히 협력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이 근처에 있는 가디언즈의 장비를 내가 멋대로 사용하는 것 뿐이야. 그런 기술이거든. 어떻게 뺏을 수 있냐고? 말했잖아. 너희 대장과 그 여동생의 세븐스 또한 내 것이라고 말이야. 이 정도로 말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하지만 슬슬 한계인가."
자신이 차고 있는 무장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느끼면서 레인은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조금 짜증이 난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을 찌푸리는 와중 그녀의 손목에 차고 있는 장치가 진동을 일으켰다. 이어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강하구나. 에델바이스. 허나 다음에는 이렇게는 되지 않을 거야. 마을 사람 하나 정도는 죽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 하지만... 그럼에도 얻을 것은 얻었으니 이걸로 만족하겠어. 허나..."
이내 그녀는 다시 거리를 띄웠고 몸을 웅크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붕 떠올랐고 그녀의 몸 주변으로 붉은색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이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색 에너지는 열차의 형태로 바뀌었다.
"하나 정도 더 가질 수 있다면 가져볼까. 질주해라. 스피딩 데스트로이!"
이내 그 열차는 빠르게 질주했다. 전방을 향해서 상대를 스캔하는 라이트를 비추면서. 그대로 그녀는 모든 이를 한번씩 헤집은 후에 빠르게 이탈하려고 했을 것이다. 정말로 순식간에.
*승리 처리로 전투 종료. 단 .dice 1 3. = 2 으로 돌려 (기동형은 1 4.) 1이 나오게 될 시 스캔당하니 주의. 물론 반격을 하는 것도 무방.
<마을 조> 레이먼드는 라이너스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계속해서 쏘기 시작했다. 또한 선우 역시 라이너스의 미간을 향해서 소총을 쏘았고 쥬데카는 빠르게 달려간 후 불꽃을 일으킨 체인으로 라이너스의 목을 휘감았다. 체인을 잡아당기면서 턱을 쳤고 발사된 총알은 라이너스의 머리를 꿰뚫었다. 뒤이어 세븐스의 영향으로 쥬데카는 라이너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맙다. -...헬무트와 칼리온도 이렇게 부탁한다.
이내 라이너스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단단하게 엮여있는지 목이 잘려나가는 일은 없었으나 몸은 그대로 공중으로 솟았다. 이내 라이너스는 그 상태에서 부스터를 이용해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몸에서 붉은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이내 공중에서 라이너스는 폭발했다. 그야말로 검은 재만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질 뿐이었다.
한편 마을은 그나마 가까워서 그런 것일까. 에스티아의 통신이 모두에게 들려왔다.
-혹시 마을에 아직 있어?! -있다면 빨리 대피해! 미안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정말 겨우겨우 스케빈저 한 대를 정지시키긴 했지만 남은 두 대까지 모두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어. -지금 핵 미사일이 발사된 상태야! 아스텔이 지금 날아올라서 미사일의 속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막진 못할 것 같아. -빨리 대피해!!
적이 침묵했음을 확인하자마자, 소총을 등에 메면서 주위에 전달한다. 제기랄 것들. 결국 그걸 발사하고야 말았군. 그나마 더 일찍 이게 발사된 게 아니라 다행이기도 하다만... 결국 할 수 있는건 이 마을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살아만 있다면 재건도 할 수 있을거다.
...이곳에 내려앉을 낙진이 사라지고 난, 아주 먼 미래가 아닌 이상 다른 터전을 찾아야 하겠지만.
행여 피난하지 못하고 남은 마을 사람이 있진 않는지, 세븐스를 끌어올려 재빠르게 움직여 간간히 살피면서도 마을에서 이탈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공중으로 솟아오른 라이너스의 모습을 보던 너는 건조한 상황 보고를 끝으로 체인을 회수하며 손을 내렸다. 분명히... 마지막에 폭발을 예감하고 거리를 둔 게 분명했다. 공격으로 인해 튀어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아도 분명히 들었던 목소리에 너는 확신할 수 있었다.
"상황 확인, 퇴각하겠습니다!"
작전 지역 이탈이라고 전달하는 레이먼드의 목소리와, 핵미사일이 발사됐음을 알리는 에스티아의 무전을 듣고서야 넌 몸을 돌렸다. 한 줌의 검은 재를 손에 꽉 쥔 채로 달리기 시작한 너는 아직 피난하지 못한 시민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만약 아직 도망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안아들고서라도 도망칠 생각이었으니. 마을은 지키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마을일 뿐, 마을이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다시금 부스터를 다운당하고 연달아 공격을 맞자 드디어 레인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치명적인 일격을 넣으면 될 것 같았으나. 그러지 못 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레인은 전에 스캔했을 열차 형태의 스킬을 시전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그녀와 다른 팀원의 세븐스를 스캔하려는 듯 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을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있나. 그녀는 열차에서 나오는 빔을 피하며 몸을 사렸다. 고통과 통증은 무디나 몸이 머리의 통제를 겨우 따라갈 정도로 혹사된 상태였기에. 이후 추가적인 전투를 해야 할 지도 모를 상황에 반격은 무리수였다. 어차피 저대로 도주할 듯 했으니, 그대로 사라지는 붉은 궤적을 그저 바라만 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러나 레인과의 상황이 정리되기 무섭게 에스티아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기어코 핵미사일이 발사되었고 그걸 아스텔이 저지하려 하고 있으나 무리가 있으니 어서 대피하라고. 그녀는 마을이 아닌 언덕에 있었으니 괜찮았을까. 그 후 대피로 인한 소란은 있었던가. 레인이 없으니 아마 이 길로 대피를 오지 않았을까.
주변 상황이 어찌 돌아가건 그녀는 한켠에 우두커니 서서 잘 보이지도 않는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이라는 말 만이 머릿속에 입 안에서 맴돌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저런 부류의 사람도 고통을 느끼거나 관통상을 당했을 때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법 깊게 고찰해보고 싶었는데. 지직거리는 노이즈 너머로 이스마엘이 숨을 들이마신다. 안 분하기는, "응, 분하지 않지. 그쪽은 지나가던 날벌레에게 치여도 분하다 생각해?" 속삭이고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하는 꼬라지 하고는.. 밀고는 하지만 협력하는 건 아니라니, 그게 협력이 아니면 무엇이니. 네 *대로 행동한다 해서 세상 관념이 온통 제 편인줄 알지……."
멍청한 애들한테 흥분한다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이스마엘은 스파크가 튀는 무장을 보며 느릿하게 뒤로 물러났다. 마을 사람 하나 정도는 죽인다라. 블러디 레드의 스페셜 스킬과 더불어 질주할 적, 이스마엘은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다. 이내 거세게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땅이 솟아올라 스캔을 단박에 차단해내곤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팔 한쪽이 저릿하다. 과거 관통상을 입었던 어깨에서 다시금 피가 스미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쪽 팔로 머리를 부여잡아 땅에 처박았으니까 무리가 가는 게 당연하지.
도망인가. 일반적인 방식의 도주였다면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끝을 보기라도 했을 텐데. 몸은 본능에 따라 레인을 죽이고자 움직였으나 인간 신체가 기차의 질주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그나마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빛을 피하려 한 것만으로도 네 운이 좋았다 말하는 양, 붉은 차체는 유유히 퇴로를 달려 떠나 버린다.
그냥은 보내줄 수 없다. 츠쿠시는 다시금 시선을 들어 시시각각으로 작아져 가는 기차의 형상을 눈에 담는다. 허망하게 넋 놓은 방관이 아니다. 눈길이 곧게 향한 일점에서부터 또다시 투명한 예기의 집합이 형성되었다. 칼날 여럿이 전방향에서 노려들었던 방금 전의 운용과는 달리 칼날은 겹겹이 겹치고 겹쳐, 어느덧 기차를 양단할 듯 거대한 궤적을 그린다. 그것이 돌진하는 기차와 그것에 몸 실은 레인에게 정면으로 맞부딪치려 했다.
>>736 이거 꽤 아픈 질문이네.. 과거의 이스마엘이 현재의 이스마엘을 본다면 결국 '저것도 이상향으로 가는 길이구나' 싶어할 테니까...😇 지금은 이셔가 속된말로 >저 *끼가 나 먼저 개빡치게 했잖아 *발 내가 오냐오냐 해줬더니 대가리에 멍청함 박혔다고 티 내고 있어 *발 확 대가리 깨버려< 급으로 눈 돌아버린 상황이기도 하고..
[공통] 다행히 레인에게 당하는 이는 없었다. 허나 그것을 넘어서서 잭과 츠쿠시는 열차에 반격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열차는 정말로 여유롭게 그 공격들을 회피해버리면서 붉은 궤적을 남기면서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레인은 적어도 지금 이 상태에서 더 상대를 하거나 하는 일 없이 퇴각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마을 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도망치듯 빠르게 대피하고 있었다. 허나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알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에게 퇴각 포인트까지 안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건 대원들의 자유였다. 이대로 데리고 퇴각 포인트로 이동할지. 아니면 그냥 방향만 가르쳐줄지.
문제는 마을 안이었다. 레이먼드와 쥬데카는 각각 대피하지 못한 이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대로 대피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적어도 더 이상 수색을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러나 선우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자신의 스페셜 스킬을 사용해서 미사일을 막아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아스텔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미사일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마을을 향해서 떨어지는 듯 했으나 좀 더 상공 위에서 몸통이 분해되었다. 이내 그 안에서 작은 미사일들이 연쇄적으로 폭격하듯이 낙하했다. 그 범위는 절대로 선우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는 레비아탄이 삼켰을지도 모르나 삼키지 못한 것이 더욱 많았고 그대로 선우를 집어삼키듯 미사일이 낙하했다.
-볼틱 체인.
허나 그 순간이었다. 선우의 머리 위에 수많은 쇠사슬이 하늘을 덮어버리듯 가득 나타났다. 이내 그 쇠사슬에 강한 스파크가 튀었고 미사일들은 그 쇠사슬에 명중하며 일제히 터졌다. 아마 멀리 있는 쪽에서도 하늘 위에서 무수히 많은 불바다가 펼쳐지는 것을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다른 이들이 퇴각했다면 선우만. 혹은 아직 마을에 있었다면 쥬데카와 레이먼드도 아무런 말 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쇠사슬 위에 서 있는 엘리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엘리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무언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을 바라보다 이내 근처 건물 위의 옥상으로 뛰어올랐고 보라색 궤적만 남겨버린채 모습을 감춰버렸을 것이다. 아마 쥬데카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의 기운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1번째 미사일..사라졌어? 하지만 다들 조심해! 2번째, 3번째 미사일도 날아가고 있어! -...이쪽에서 더 어떻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스텔 로웰. 퇴각할게. 에스티아. 너도 퇴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