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상황이 맞물린다. 무너지는 정신, 엄습하는 현실,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 하물며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한 것이 발코니에 위태로이 서있는 사람이라면, 맨정신으로만 봐도 아찔한 순간을 흔들리고 무너졌을 때 마주한다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스마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노라고, 결국 지금까지 해온 일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그렇지 않음을 스스로 알면서도, 언젠가는 온전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수복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위태로운 정신은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틀에 고정해버린다. 결국 나는 이런 추악한 사람일 뿐이라고. 끔찍한 밑바닥의 개, 절대 닿지 못할 태양, 마침내 닿더라도 아래를 내려다볼 때 모든 것이 불타 아무것도 남지 않을 존재…. "한 걸음만 더 앞으로 가면 어떻게 될지 당신이라면 알잖아, 거짓말하지 마." 이젠 잃는 것이 싫다. 자의든 타의든 이젠 지긋지긋하다. 고작 한 번 잃었을 뿐인데도 싫다. 아니, 한 번은 아니었나. 마음에 담지 못했을 뿐이지 수도 없이 잃었던 것 같다. 스크린 너머에서, 이 장소에서, 바깥에서, 당신 또한, 만약 무장이 아니었더라면 눈앞에서…… 실로 끔찍한 사실이다. 이젠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다. 증오인지 사랑인지 모를 것으로 점철된 자신의 세계를 빼앗아가려는 그 작태가 진절머리 난다. 세상은 어째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가려 드는가. 유리 파편 하나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근처를 재빠르게 스쳐가더니 마침내 허공으로 떨어지고 만다. "나는…… 발목을 끊어본 적이 손에 꼽아서, 힘 조절을 할 수 없어." 내가 그런 짓까지 하게 만들지 마. 비틀려버린 생각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우스운 일이다, 혁명을 위해 발 들일 때는 끔찍한 상황을 이겨내고자, 누구보다 이성적이고자 했건만 결국 잘 어울리는 건 이성 없이 되는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짐승 같은 모습이라니, 아, 당신을 밀어 넣고, 몰아넣고, 끝내 탓하지 못하고, 당신 때문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안긴 주제에 영원불멸한 순간에 놓지 않고자 발악한다니. 역겹고도 끔찍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붙잡혔다. 당겨졌으며, 동시에 당신을 잡았다.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윤곽을 드러낸다. 붉어진 눈시울, 뺨을 타고 흐르는 시점이 줄어들어 곧 그칠 것만 같은 눈물, 악물어 피가 맺힌 입술, 바람결에 헝클어진 새하얀 머리, 칩셋이 이식되지 못하고 몸체만 남은 안드로이드처럼 섬뜩하리만치 표정 없는 얼굴, 그리고 여전히, 선명한 눈. 차라리 초점이라도 흐렸더라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겠거니 싶었을 텐데,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현실을 직시하며 당신을 마주하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눈빛이, 지금 이 모습이 이스마엘이 숨기고자 했던 이면이라는 증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손목을 붙들린 채 끌어당겨진 몸 뒤로 시선을 내리고 눈을 맞춘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까짓 상처가, 대체 왜 중요하지?" 당신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참 다르거니 싶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노라면 자신은 그렇게 다시금 밑바닥을 살피게끔 되니. "그렇다면 어째서지?" 그 상황 속에서 속삭이는 어조에 점차 감정이 침잠한다. "내가, 그저, 당신에게 있어 동료니까? 손목 하나 정도는 잃어도 돼. 눈 하나를 잃어도, 신체의 절반을 잃어도. 나는 그래도 돼……. 어차피 세븐스로 태어나 혁명에 발 들인 이상, 그렇게 각오하지 않았나?" 현실을 직시하기에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즐겁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을 직시하니까. 차라리 한 시간에 남고자 했으나 당신 때문에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말았으니, 돌아갈 곳 없는 자에게 있어 더욱 끔찍하다. "다음날엔 싸늘하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저 지나치면 될 사람이잖아." 입술을 달싹인다. "하지만 당신은 안 돼." 당신은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나? 아니잖아. 이젠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속삭이는 꼴 기이하다.
당신을 두고 어딜 가겠느냐는 말이 진심이었다고 말하기 직전에 입을 다문다. 정말 진심이었는지 스스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제나 둘 이상의 생각이 공존하는 인간이었으니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하며 스쳐 지나가는 유리조각을 느꼈다. 직접 닿지 않았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발목을 끊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나?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가를 생각하며 네가 잡아당겨 모습을 드러낸 얼굴을 마주했다. 다시 한 번 맞춰진 시선에 이어 들리는 속삭임은 상처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는 물음이었다.
대답하기 전 이어지는 목소리에 너는 입을 다문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대체 손목의 피 따위가 뭐란 말이냐,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으면서 대체 뭐 하자는 거냐는 듯한 말이 이어진다. 이유가 뭐냐고, 대체 무슨 까닭에 이렇게까지 괴롭게 하느냐는 것 같은 말에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느끼는 온기가 다음 순간, 눈을 떴을 순간에조차 순식간에 차게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도대체 왜?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이 한 구의 시체로 돌아오는 게 두렵지는 않은 거냐? 어차피 사라질 것에 왜 이렇게 대해주는 거지?
그러면서도 당신은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제 입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그에는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일지, 아니면 애초부터 스스로에게 박아 세워둔 말뚝과, 다른 사람에게 던질 올가미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일지.
"내가, 당신이 피 흘리는 게 싫다는데. 대체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눈 앞에서 시체로 다시 마주할 사람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그건 그 때의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 앞에서 통곡하든. 비관하여 목숨을 내던지러 가든, 복수한다며 전장의 흔적으로 남든 간에. 그걸 대체 지금 네가 왜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하지? 다시 뜬 네 눈은 여전히 살짝 치켜올라가 있었다. 그에 반하듯 끝이 휘어 내려온 눈썹, 도대체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측은하게 여기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너는 당신의 손목을 보았다. 피가 배어나오는 손수건, 안타깝게도 손수건을 두 장 이상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들어 한 장 정도는 준비해 다녔지만 깨끗한 천 같은 걸 두 장씩이나 준비하지는 않았기에 지금은 갈아줄 수가 없었다. 위생상 좋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너는 여전히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채 당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유가, 필요합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그걸 들어야만 하겠느냐며 묻는 표정은 담담한 듯하다.
"그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지금 나보고 전부 무시하고 살라 그 말입니까?"
대답해.
"당장."
너는 비겁하다. 언제든 한 발자국만 뒤로 디디면 떨어지는 위치에서 꺼낸 그 말은 거진 협박이었다. 넌 자유로이 움직이는 나머지 한쪽 손을 들어 당신의 턱 부근에 가져다 댔다. 입술에서도 피가 나잖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흐르지 않고 맺혀있을 뿐인 피의 배나 되는 혈액이 몸 안에서 언제나 흐르고 있는 것을, 항상 심장에는 상처가 나 온 몸으로 피를 뿜어내고 있는데. 죽어야만 멎는 상처의 출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앞에서 너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심하지는 않고 조건부로 있다 없다 하는 정도? 하고싶은 기분 자체는 자주 들지만 10번에 8번 정도는 참는다나~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보통이지? 주변 눈치보고 행동하기보다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려는 편이라 눈치 잘 안 보기도 하고?
067 밤에 잠이 안온다면 무엇을 하나요?
잠깐 산책을 다녀오거나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소소하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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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구는?" 레레시아 나나리: 이상적이라는게 뭐야. 기준을 두고 사람을 고르라는 거? 레레시아 나나리: 웃겨. 관계라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른게 당연하니까 서로 맞춰가는 거라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이상을 바라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맞춰주는 것도 기대하지 마.
"낮, 밤? 둘 중에 어디?" 레레시아 나나리: 아침도 있고 새벽도 있고 저녁도 있는데 왜 낮이랑 밤 뿐인데. 레레시아 나나리: 아 알았어. 고르면 되잖아. 레레시아 나나리: 어... 낮?
"너의 가장 작은 꿈이 뭐야? 사소한 것들." 레레시아 나나리: ...아무런 제약 없이 같이 있고 싶어. 레레시아 나나리: 임무 나가는거나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거 안 하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있으면 좋겠어...
>>73 그러니까 레레시아는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거군요. 그리고 라라시아는 레레시아를 온전히 제 것으로만 삼고 싶은 것이고. (갸웃) 10번중에 8번...ㅋ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하게 많이 참고 있군요. 레레시아. 음. 그리고 뭔가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잠이 안 올때 시간을 보내는 편이로군요. 뭔가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지 않을까하고 살짝 뇌피셜을 돌려보겠어요! (아님) 그리고 친구에 대해서는 굳이 일부러 맞춰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제 선에 들어온 사람과 들어오지 않은 사람을 나누되 굳이 막 떠나가도 신경쓰지 않고 오는 것도 막지 않는 그런 느낌? 맞을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은... 마음이 아프군요. 여러모로. (눈물)
>>74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누군가의 그런 행위로 인해서 스스로가 과거를 다시 상기하게 되는게 싫은 거? 랄까? 계기가 충분하고 감정적인 준비가 되어있다면 직접 말할 수도 있어~ ㅋㅋㅋ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캡틴은 너무 많은 걸 알고있어 (망치 스윽)(?) 사람이 오고 가는 것에 별 생각 없어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래보일 뿐이래~ 거리감은 상관없이 관계가 생기고 끊어지는거에 적잖이 영향 받는 편~ 마지막은 살짝 현 시점 상태를 반영시킨거라 짠내가 은은하게 나는게 정상입니다 호호^^
>>75 하지만 그 직접 말할 수도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야 가능할 것 같은걸요! 물론 이건 누구나 다 그렇긴 하겠지만 레레시아는 뭔가 그런 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날카로울 것 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ㅋㅋㅋ 아니. 호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가끔은 아스텔이 낚시할 때 볼 수도 있겠네요. 으음. 그리고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것은 상처받기 싫어서 괜히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것은 임무를 나갔다가 가디언즈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그때 본 조종당하는 이들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불안해하는 것일까요? 혹시.
>>76 그치 누구나 그렇겠지만 레시한테는 레시만의 조건이 있는 그런거지~ 호수로 산책 갔는데 아스텔이 낚시 중이면 슥 되돌아갈걸~ 사적인 휴식 중에 방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상처받기 싫어서 라는 것도 맞아~ 일종의 방어기제? 인데... 어라 캡틴 왜 거기까지 알고 있는거지...? (희번득) 표면적으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지만 깊은 내심에는 그런 불안이 숨어있지~ 그렇기 때문에 엘리나를 없애고 싶어하기도 하고. 불안이 실체화된 존재니까.
대체 왜? 처음부터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가지, 이렇게 상처를 더 크게 벌어지게 만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동료라서? 잘난 동료라서, 그까짓 허울뿐인 개념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내 잔인한 사람이라 당신의 과거를 헤집어야만 하나? 가디언즈라서? 죄책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모조리 목에 걸린다. 마치 공중에 뜬 유리 조각이 모조리 목에 내리꽂힌 것처럼 뱉었다간 피를 토할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 피가 당신의 살을 녹여버릴까, 끝내 모든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것이 지당하다 여겨질까. 입 닥치고 있는 것이 최후의 방어선이라도 된 듯.
"……."
잔인한 사람. 인간이 가진 본능에 기인하여 피를 보는 것이 불쾌하고 싫다면 싫은 것이겠지. 차라리 그렇게라도 얘기해 주면, 표현했더라면 되었을 텐데. 당신의 알기 어려운 표정 때문인지 이스마엘의 눈이 점차 가늘어진다. 끝내 맹견 한 마리처럼 서슬 퍼런 눈길로 당신을 마주했다. 뿌리치고자 했으나 그랬다간 당신이 떨어질 것을 알기에 주먹을 제외하고 다른 곳엔 영 힘을 주지 못하며.
"필요하냐고?"
나지막이 내뱉는 목소리가 첨예하다. 담담한 표정과, 서슬 퍼런 눈은 정 반대다. 그 눈동자가 끝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추는 걸 알면서도. 전부 무시하고 살라고? 이스마엘은 이를 악물었다. 대답하라 채근하는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눈을 굴린다. 바닥이다. 한 발자국만 더 뒤로 가면 떨어질 것을 안다. 잔인한 사람.
"그래, 답하면 될 거 아니야. 납득할 수 없으니까."
고작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 뱉은 말을 뒤로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내 감정을 누르려는 듯 붙잡힌 손목의 주먹을 꽉 쥐었다. 느리게 번지던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벌어지든 말든 상관없다. 벼랑 끝에 선 것은 당신뿐만이 아니었다는 듯 꽉 쥐어낸 주먹마저 파르르 떨린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턱 부근에 가져다 댄 손에, 눈길이 당신을 향해 정확히 내리꽂힌다. 치켜뜬 눈을 뒤로 감정을 누르던 씨근대던 숨을 멈춘다. 유리 조각의 날선 면이 일순 한곳으로 돌아간다.
"나를 얼마나 더 추악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회피하는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이. 잔인한 사람, 당신은 잔인하다 못해 끔찍하리만치 진절머리 나는 사람이다. 홉뜬 눈으로 당신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봤다. 내 밑바닥을, 끝내 그 밑바닥에서 가장 깊은 감정까지 끄집어내려 들지. 당신 같은 사람이, 고작 당신이─
"……나를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고 싶어서."
한계점에 도달한 감정은 터지지 못한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시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밀어버리면 될 것을, 영영 도망치면 되는 것을 끝내 교육받은 대로 살기 위해 참는 것과 달리 애당초 처음부터 할 수 없었다. 홉떴던 눈이 점차 가라앉는다. 감정을 부인하다 끝내 새된 목소리가 갈라지듯 새어 나왔다.
"당신만큼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해서."
잃는 것에 넌더리가 나서.
"동료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당신이, 살았으면 해서."
이스마엘은 다시금 입술을 악물었다. 터졌던 상처를 다시금 짓씹고 속을 씹어낸다. 목에 유리 조각이 박힌 것 같다. 끝내 피를 토하는 것 같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노라 스스로에게 다시금 되뇌며 심호흡 하나 하지 못하고 뱉었다.
"내가…… 부디 당신에게 쓸데없는 미련을 갖지 않게 해줘, 제발……."
차라리 경멸하고 걷어찼더라면. 그렇게 마음 놓고 당신을 잊고 끝내 홀로 무너질 수 있더라면. 감정 따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뎌졌더라면, 내가 차라리 그럴 수 없는 사람임을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끝내 고였던 마지막 눈물이 떨어져 뺨을 적셨다.
자캐가_맨손으로_으깨거나_쪼갤수_있는건 갑분 차력쇼 해시잖아...??? 음..🤔 염력과 함께라면 적장의 머리도 쪼갤 수 있지만 이걸 바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이셔가 가진 힘으로는 사과를 한손으로 으깰 수 있지.. 보기보다 힘이 세다고? 이셔야 배좀 까봐라 네 운동의 산물을 보여주렴
이스마엘: 미쳤습니까?
자캐가_가장_무서울_때는 (일상 봄)(절레) 이셔가 제일? 무서울? 때? 역시 아빠 가지고 뭐라고 하는 순간?* 그때 재머가 꺼진다면 눈 홉뜨고 손 부들부들 떨고 있을걸...
이스마엘: 031 생일파티를 좋아하나요? 음.. 지금까지 생일을 아버지랑만 보내서.. 포괄적인 생일파티를 겪어보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고?🤔 이셔 생일이 12월 27일이던가?
208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잘 먹나요? 잘 마셔! >:3 찌릿짜릿!
238 캐릭터의 신발을 묘사해주세요 (색상, 디자인, 닳은 정도 등) 평범한 운동화지~ :3 배색은 블랙&네온그린~ 디자인은 굽이 조금 있다는 점? 파쿠르가 습관이라 좀 많이 닳긴 했는데 곧 바꿀 거라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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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살려 달라 애원하는 악인에게?" 이스마엘: "예. 당연히 살릴 겁니다. 생명은 무엇이라도 귀하고, 당신 또한 이상향에 갈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서 같이, 이 세상을 바꿔봅시다! 당신 또한 사랑 받을 자격은 충분하니까요!"
이게~ 평상시인데... 이제 넹글 돌아서 일식모드 나오면..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살아서 당신이 생각하던 세상이 잘못됐음을, 끝내 당신이 활개치던 세상이 가장 낮은 자로부터 비롯되어 뒤바뀌는 순간을 두 눈으로 보십시오. 그리고 그 세상에 섞여보려 노력하십시오. 머리에 박아둔 사상을, 뿌리깊게 자리한 버릇을 처음부터 모조리 고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하잘것 없는 이상을 바라며 살았는지 깨닫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당신의 최후입니다." "끔찍한가?" "그러니까, 차라리 죽여달라 빌었어야지."
이렇게 됨...
"미래엔 네 성격과 말투가 어떻게 바뀔까?" 이스마엘: "더는 안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긍정적인 방향이면 좋겠군요. ……아니면 어떻게 바뀌길 바라십니까?" "혹시라도 내가 이렇게 말해주길 바라십니까? 아무렴 당신을 좋아한다고." "예, 당신이 그렇게 기어다니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네가, 하잘것 없는 네가. 아무것도 아닌 네가 처절하게 울며 길 때마다 세븐스의 말로는 결국 이것 뿐이노라, 내 삶도 언젠간 저렇게 추락할 것이다 알려주는 것 같기에. 그로 하여금 내가 살아갈 의지를 더 얻어간다고." "농담입니다! 그럴 미래는 없을 테니까요."
"배우고 싶은 외국어 있어?" 이스마엘: "아, 글쎄요……. 저는 공용어도, 영어도, 독일어도 할 수 있으니까요. 모국어가 그쪽이기 때문에.." "더 배운다면 말이 헛나갈 것 같아서 선뜻 배우기가 두렵습니다만, 음.." "불어?" < 끝내 돌려까기 끝판왕이 될 미래가 보임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겁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으면서도 두려움에 떨고, 대답 대신 질문을 던지는 인간. 네 말은 단 하나도 네 속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어째서 그들이 너와 대화하는 것을 꺼려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인간이 거울을 보며 느끼는 원초적인 불쾌감과 같았으니, 너는 상대와 함께 둘이면서도 혼자서 모든 것을 묻고 답하는 것을 강요하는 인간이었다. 그래, 너는 벽이었고, 메아리치는 거울속 상이었다.
이제사 당신은 진심을 내뱉는다. 그렇게 몰리고 몰렸으면서도 단단한 껍데기는 좀체 깨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균열이 간 듯했으나 그건 균열이 아니었다. 더 이상 커지려고 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껍데기를 두들겨 깨려고 해도 결국 안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 너는 서툴렀기에 죽음과 가까이 있었다. 네 선택이 자칫 잘못하면 모든 걸 짓이길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는 무지한 자.
그럼에도 너는 지금 실마리를 붙잡으려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갈라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네가 쥔 손목으로부터 전해지는 떨림과 근육의 수축을 느낀다. 네가 여기 서 있기 때문에 넌 살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지 앞에 서 있기에 숨을 쉬는 너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언젠가-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도 당당한 세상을 꿈꾼다 했었죠."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때를 떠올린다.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습니다."
적어도 당신은 인간임에 틀림없다.
"나는, 사람인 당신이 아프지 않길 바라면 안 되는 겁니까?"
동료이기 이전에.
"너도 사람이잖아, 미련을 왜 버리려고 하는 거지? 대체 누가 그런 게 가능하지? 알고 있는 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사소한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미련 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 건데, 네가 여기에 서 있는 건데. 도대체 왜 부정하려고 하는 건데."
네 목소리에는 최소한의 힘만이 담겼다. 더 이상 힘을 실었다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왜 눈물을 참지? 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 거지? 지금, 피가 나고 있잖아. 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너는 손목을 잡았던 손을 놓고 양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감싸려고 했다.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너는 계속해서 입술을 움직인다. 잔잔하니 높낮이가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너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이미 당신과의 거리는 가깝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결국은 밀착할 터다.
"이스마엘, 전부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몰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 같은 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잖아."
미안해, 여기까지 오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웠을 텐데. 서툴기 짝이 없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걸 내뱉기에는 그런 걸 보는 시선이 너무 소름끼쳐서. 당신의 입으로 전부 말하게 하려고 하고 있어. 너는 말을 잠시 멈춘다. 얼굴을 감싸려던 손은 점차 얼굴쪽에서 떨어져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려고 할 터였다. 당신이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면 둘을 연결하는 물리적 고리 따위, 없다.
생각난 김에 적어보는 TMI 나중에 독백으로 한번 풀어볼 생각이긴 하지만, 쥬가 대화에서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답답하게 대화하는 이유는 세븐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심술 같은 건 아니지만 대화 상대의 호흡, 시선, 손동작,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느낌까지 포함해서 대략적으로나마 이것저것 파악을 할 수 있는데 옛날에는 그걸 잘 숨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당연히 그런 대화를 유쾌하게 여길 사람은 많지 않았을 테고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 이 말씀! 물론 오너 눈치는 실제로 육감에 비견되기에는 벼룩만도 못하므로 그걸 메꾸는 설정이다 이겁니다(자랑
거울과 대화하는 듯했다. 끊임없이 질문과 답변만 오갔다. 당신의 방식으로, 불안정한 살얼음판을 걸었다. 깨지면 결국 아무것도 없는, 단지 손 뻗는 과거로 추락할 길을.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단 하나의 확률에 기대어 천천히 나아갔다. 누가 그리 말했던가,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잔인하게도 단 하나의 강요만 남아있는 문장이다. 빛 새어 나오는 그 광경이 끔찍해 나가지 못하는 자가 어찌 세계를 파괴하랴. 그럼에도 나가지 못하면 종국엔 죽음뿐이기에, 죽음을 받들고 싶지 않은 자는 어쩔 수 없이 투쟁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타인의 죽음일지언정. 당신은 여러 번 얘기했으나 그 수가 부족할만치의 성정을 지닌 사람이니 그 성정 표한즉 잔인하다. 주먹을 쥔 손은 여전히 떨려오고 있다. 빛이 환하지 아니하더라도 그 어두운 손이 새하얗게 물들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입을 여는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길은 마침내 저항이 무의미함을 깨닫듯 홉뜨며 드러낸 노기 가라앉는다. 침잠한 눈동자는 그럼에도 빛 잃지 못한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알 부수지 못한 새가 되어 새까만 눈 마주했다. 그랬었지, 당당할 수 없음을 깨닫기 전엔 그리하였지. 그래, 인간이 무엇인지 얘기했으나 내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더 말 잇지 못한다. 당신 때문이다. 당신 때문이다, 드디어 당신 때문이노라 남 탓한다. 예수의 존재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당신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노라 속으로 탓했다. 아무렴 그 순간부터 베드로 또한 유다*처럼 죄인 아닌가. 당신도, 나도 결국. 아니, 나만 결국. 이스마엘은 입술을 앙다물다 씹어뱉듯 작게 속삭였다. 당신에게 들릴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 미련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생각하지는 않고?" 비참함을 억누른 목소리의 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야……."
당신이 얼굴을 감쌌을 적 주먹을 쥔 손에 힘이 풀린다. 팔이 허망하게 떨어진다. 메스 쥐었던 손 놓듯, 그것보다 조금 더 느릿하게.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 당신의 손가락을 타고 허망하게 떨어졌다. 수 번 반복하나 당신은 역시나 잔인한 사람이다. 가까이 다가와 밀착했을 때도, 그 이전에도. 이스마엘은 줄곧 당신이 잔인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스마엘의 등을 향했던 첨예한 유리 파편이 바람을 타고 움직였다. 우르르 쏟아지지 않고 사뿐히 바닥에 안착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없다. 세상에 비밀이 있다면 표현 없는 것과 침묵으로 하여금 비롯되는 것이다. 쐐기 박는 말에 기어이 무언가 깨졌다. 사뿐히 안착하던 유리 파편 하나가 기어이 공중에서 떨어진 것이다. 요란히도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신호였다.
"나는, 단 한 사람과 살았으니까, 그 사람이 사는 대로 살아가는 게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나는, 그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 사람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그게."
고통은 없는 것이며 미련은 놓는 것이다. 종국엔 무뎌져 감정을 분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며 무의식적으로 그리 살고자 여겼음에도. 당신이 말 멈출 적 더듬더듬 내뱉던 말 뒤로 이스마엘은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생각하며 손 떤다. 이내 손 뻗었다. 조그맣고 낮은, 새된, 기어이 고통 너머로 갈라지고 만 목소리와 함께.
"내가.. 당신에게 미련을 가졌어."
붙잡고자 하였다. 이번엔 이쪽에서 먼저. 알 껍질에 갇혀 살아 서툰 사람이며 바깥 따위 모르는 사람이기에 적당한 방법은 모른다. 그저 손 뻗어서, 어깨 위에 얹고 고개를 푹 숙였을 뿐이다. 어딜 잡아야 아프지 않은지 모르니까. 그저 떨어지더라도 금세 끌어당겨 잡을 수 있도록. 혹은 같이 떨어질 수 있도록.
"떠나지 마. 두려워. 아프고 무서워. 나는 이제 혼자 버틸 수 없어…. 미안해. 당신에게 책임을 전가해서 미안해……."
지금 당장은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만 배웠기에.
"그러니까, 제발 미안하다고 하지 마.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 잘못되지도 않았어. 그저 내가, 이기적이라서, 그런 사람이라서……."
끝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 쥬데카(Judecca)의 어원은 유다(Judas)에서 비롯되었다.
아마 그래서 아무도 너와 오래 대화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너는 언제든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려는 법이 없었다. 항상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건 상대였고, 이끌어 가는 것도 상대였다. 너는 그저 장단을 맞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마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들은 느낀 모양이다. 이 이야기의 주도권이 지금 나에게 있는 게 맞는가? 라고. 대화를 손익으로 평가하는 것 따위는 문제가 있다지만 사람인 이상 생각하게 된다. 어째서 나만 이야기해야 하지? 분명 너도 말을 하고 있고, 그 상대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째서 기억나는 건 네 이야기가 하나도 없을까. 그런 점이 꺼림칙하다. 그렇게 많이 이야기했지만 아무것도 모르지 않은가, 대체 너는 누구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무슨 목적으로 그 앞에 서서 아늑한 껍데기 안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갈등하는 이를 텅 빈 눈으로 노려보고 있느냔 말이다. 꺠고 나오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그걸 누가 믿겠느냐, 그 눈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껍데기 안에서 발버둥치는 것을 어째서.
"후회해?"
미련을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미련 없는 시간의 끝에 지금 이 자리가 있을 리 없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혁명 안에 선 두 사람으로 마주할 이유는 없었을 터다. 오히려 서로 반대에 서 있었겠거니 생각하니 부끄럽지만 너는 당신의 미련이 네 목숨이 끊기지 않게 하고 있음을 알았다. 순응과 각오란 두려운 것이다. 깨지지 않은 껍데기란 견고한 것이어서. 바깥에서 깨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와 함께 생명을 파괴한다. 그러나 바깥을 향한 견고함은 반대로 그 안에게만큼은 따스하기에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인데. 그렇기에 오히려 안에 머무는 새만이 껍질을 깨고 살아나올 수 있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쨍그랑, 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입을 열었다. 더듬더듬 편린만을 내놓던 입이 점점 그 줄기를 잡아 내보이려고 하고 있었다. 손으로 닦아낸 눈물로 촉촉해진 손가락을 내려다본다. 인간은 영향받기 쉬운 존재다. 그 스스로 구축한 신념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기는 할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느샌가 닮아 있는 모습에 특별한 점 따위 없다며 비관한다. 어쩌면 뒤틀림이란 그런 갈망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단 하나, 삶의 대부분을 함께했던 존재의 삶 말고 대체 뭘 생각할 수 있었을까. 당신의 잘못 같은 게 아니었다. 시작부터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지만 그 누구도 그 권리를 자유로이 행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 어쩌면... 삶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났을 때에야 비로소.
어깨 위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너는 시선을 올렸다. 이번엔 마주보지 않은 눈 대신 흰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짝인다. 떠나지 마라, 두렵다. 아프다. 무섭다. 혼자서는 버틸 수가 없다. 당신은 그제서야 느끼는 바를 전부 토해내고 있었다. 혹여 네가 강요한 건 아닐까? 당연하지, 네 모든 행동은 강요였고, 위협이었으며, 협박이었다. 언제든 떨어져 버릴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때부터 네 말 하나하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무게를 지녔다. 너는...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네가 양 팔 벌려 당신을 살짝 안아준 것은. 순간 끊어졌던 고리가 다시 양 쪽에서 걸렸다.
"장담해줄 수는 없어, 언젠가 때가 되면 나 역시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아니면 이스마엘, 네가 떠나게 될지도 모르고."
너는 거짓말을 해주지 못했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두 번 다시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무슨 근거로 장담한단 말이냐, 네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중요한 건 거짓 같은 게 아니었다. 거짓으로 만드는 사실이었을 뿐이지. 당신의 뒤로 슬쩍 시선을 옮긴다. 유리 조각 투성이지만 앉을 자리 정도는 있고. 뻥 뚫려버린 창문이지만 여전히 벽은 남아 있었다. 찢어지고, 깨지고, 박살났어도 여전히 이곳은 집이다. 찬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너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서 당신을 올려다본다. 다시 눈이 마주칠까.
"미안해, 나 역시 마찬가지거든."
나도 이기적인 사람인걸, 항상 두렵고,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며 선택에 고통을 느끼는.
"나는... 세븐스로 태어나 세븐스에게 등을 돌렸던 인간이고. 그렇게 몸담았던 정의로부터 다시 몸을 돌린 사람이야."
그리고 언제나 전력으로 임했지. 믿음에 보상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열심당원처럼, 내 길이 곧 믿음의 길이라는 착각에서 영웅이라고 불리우면서.
"아무런 확신도 줄 수 없는 나를 용서해 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픈 말들 뿐이야."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고, 상처를 봉합해 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며 시선에 몸부림치게 만들었지. 너는 올려다본 눈을 깜빡이지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나간 일에 용서를 빌고 용서받기도 전에 너는 또 이어질 일에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어떤 말이어도 당신을 아프게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스마엘, 헬무트는 어디에 있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냔 말이야.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보아온 삶은 대체 어디에 있어. 너는 말을 이어가며 한 걸음씩, 당신을 발코니로부터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다. 어서 돌아가, 나는 법을 깨닫지 못한 새가 떠날 수 있는 둥지 같은 건 없어.
후회하느냐면, 아, 이젠 모르겠다. 후회하나? 모른다, 알 수 없다. 천천히 사고하며 곱씹고 되짚어보며 감정을 정리하고 싶지만 당장의 상황은 한치의 느긋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미련을 버린다면, 만약 버렸더라면. 이렇게 서있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혼란스럽다. 한꺼번에 여러 생각이 몰아치고 단어가 각자의 존재를 주장하며 자리를 차지하려 드는데 어떻게 확답을 내겠는가. 단지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씹어뱉는다. 마침내 뱉은 단어 쓰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인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리 묻는 것 같아 속을 옥죈다.
그럴 수 없다. 그렇기에 이용당하는 것인가? 아니, 정 반대일지도. 혹은 둘 다 아닐지도. 우습게도 더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이스마엘은 그렇게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을 냉정히 판단하기엔 경험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본성을 드러내기엔 스스로 잘못됨을 깨닫고 한계점을 지나치게 높인 사람이다. 스무 살. 딱 그 나이의 나이에 맞게, 혹은 그것보다 더 적게 시행착오를 겪어갈 뿐.
"……."
그리고 그 기준은 헬무트로 비롯된다. 인생에서 본보기로 삼을 사람이 단 하나밖에 없고, 이스마엘이 아버지가 죽기 이전까지 직접 마주하며 봐오며 사회성을 배워간 사람이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었던 길, 그중에서 가장 나은 하나의 길. 하나밖에 없던 인생의 배움. 더듬더듬 그 사실을 고하고 나서 과연 그 사람 하나만 있어? 스스로의 속내가 되묻는다. 하나 더 있잖아. 스스로 추악하다 생각이 들 때면 그만큼 사랑하라 가르쳐준 사람. 그렇지만 그 하나 더 남은 사람이 근간에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을까? 네 성격에 잘 맞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면 모를까.
실토. 목에 느껴지던 유리 조각을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실재하지 않기에 당연히 보이지 않지만 피가 입에서 흐르는 것 같다. 목 안이 까끌까끌하고 숨 쉬는 것이 괴롭다. 당신에게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서. 당신은 당신의 삶이 있는데. 제법 괴롭다. 차라리 내게 욕이라도 했더라면. 침묵 오래가지 못하고 당신이 팔 벌려 안아줄 적 그리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욕이라도 했더라면. 목이라도 조르지. 이스마엘은 어깨 위에 얹었던 손을 조금 더 뻗어 당신의 목을 파묻듯 안는다.
"장담하지 못해도, 차라리 그게 낫다고 하면. 과람한 욕심이야?"
이내 느릿하게 뱉어본다. 과람한 욕심일까, 둘 중 하나는 언젠가 죽는다. 동시에 죽을 수도 있고, 장담할 수 없는 미래는 결코 빛나지 못한다. 숨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거리에서 눈 마주쳤을 적 차마 입으로 뱉지 못하고 속으로 곱씹는다. 잔인한 사람.
"……당신 또한 선택한 거잖아."
당신이 어느 순간이라도 전력을 다했노라 고백했을 적 이스마엘은 팔을 풀어 놓아주며 속내를 다시금, 또 다시금 곱씹는다. 내 감내하고, 당신의 짐을 짊어지고 싶단 욕심이 치미노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고, 그럴 자격이 없음을 알지도 모르고, 밀렸음을 알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확신을 줄 수 없어도 그저 지금은. 눈 다시금 마주쳤을 때 이스마엘은 마침내 한 가지 답을 도출해냈다. 차마 잇새 너머로 씹어뱉을 수 없는 말을 속내로 곱씹고 또 곱씹는다. 아, 씨발. 이 개 같은 새끼. 그럼에도 이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상처 입었다 할 수 없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쉬이 답 내리지 못하고 조그맣게 벌린 입 다문다.
헬무트는 어디에 있을까. 육신은 카시노프의 품에, 삶은 과거에, 그의 위대했던 정신과 역사는 자신의 품에. 당신이 바란 답이 이곳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느릿하게 감는다. 긴 시간 동안 보아온 삶은 어디 있는가. 발코니에서 천천히 한 걸음씩 멀어질 때, 이스마엘은 끝내 혀를 움직였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지."
본디 공기의 흐름에 섞이며 그 힘을 타고난 그는 바람을 타고 유랑했을 테니.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게 되어버렸으니. 삶에 녹았고, 그 삶을 버렸고, 그 흔적을 다시금 주워가며. 결국 알 깨고 나와 고개 비집어본다. 잔인하다. 잔인하며 이상이라곤 눈 씻고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이제, 내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이스마엘은 가만히 당신을 쳐다본다.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지만 당신을 탓하지 않는다. 당신은 당연히 해야만 했던 일을 했다는 듯.
"당신은, 내게 미련이 있어?"
달빛 환하다. 방을 뒤덮었던 어둠 희미하게 지워낸다. 나는 법 깨닫지 못한 새에게 있어 안락한 둥지는 결국 폐허에 불과했음을. 머리 맞대어 한날한시 잠든다 한들 꾸는 꿈은 다르며 잠꼬대로 뱉는 억양 다르기에 확답 얻어보고자 했다. 담담한 얼굴 뒤로 질문 뱉었을 적, 희미하게 미소 스쳤던 듯싶다.
U.P.G 지정 구역 외, 도시 외곽 슬럼가 레이먼드 나이벨 상사를 포함한 타격 팀 투입 목표 : 미허가된 세븐스 및 빈민에 대한 가디언즈의 무력 행사 진압 에델바이스 결성 이전. 4년 전. 차량의 낮은 엔진음이 새벽 공기를 자르며 도시 외곽을 가로질렀다. 검은 차량은 내부가 보이지 않고, 그저 몇 명의 사람을 수송하는 용도로 보였다. 겉으로 봐선 노동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차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빈민들에게 있어 그것이 삶의 방식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가축처럼 옮겨져, 쓰러지기 직전까지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주어지는건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무언가라기엔 너무나 부족하여, 그저 그 목숨을 부지하는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수준이었다.
차라리 그것만이면 그들에겐 충분했겠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잔인했다.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점점 판자 등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반사될 때 쯤, 바퀴가 도로를 긁는 소리가 멈추고 차량도 그 자리에서 진동했다. 탑차가 열리고 대여섯 명의 사람이 내렸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차량에서 내려, 주위를 경계했다. 차량에서 내린 이들 모두 소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이 손을 들어 수신호를 하자, 각자 자신의 자리를 잡고 전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이 들렸다. 아우성이 들리고,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어떤 범죄가 일어나도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았다. 이러한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이들조차, 위협이 되기는 매한가지였다. 내일이 불확실하며, 오늘조차도 빼앗길 수 있는 삶. 그것이 이 근방의 삶이다.
목숨을 구걸하는 이들, 쓰러진 이를 안고 오열하는 이들. 자신의 목숨이라도 구하려 숨고, 도망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자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피워올린 불길이 번들거렸다. 질서라는 알량한 명분으로 무어라 죄인이라 말하기도 힘든 이들에게 행하는 일방적인 폭력만이 주위를 채웠다.
허나 그곳에 있는 모두,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꿈에서도 알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갑작스러운 총성이 들리고, 추격자들 중 하나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곧 이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허름한 건물 위, 어두운 골목 뒤, 판자집의 문틈 등에서 다시금 총성이 울렸다. 누군가가 가디언즈를 매복했다. 그것도 암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구닥다리 총기가 아니었다.
한 세대 이전이긴 해도 명백히 총구화염으로 인해 조금씩 보이는 윤곽은 이전 군 제식 사양 소총들이다. 그것이 현재의 유일한 군사기구에게, 마치 자신들의 자리를 다시 내놓으라는 듯 불길을 뿜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그들도 응사하는 한편, 가디언즈 병력 모두를 포위하여 슬럼가의 지형 어디에서든 총격이 날아왔다. 수수께끼의 병력들은 가디언즈의 세븐스라고 하더라도, 능숙한 솜씨로 화력을 집중해 무력화시키고 다음 타겟을 노렸다.
한 번에 하나씩. 마치 여러 자루의 총을 하나의 생물이 다루기라도 하는 듯 유기적으로 연계된 총격에, U.P.G가 자랑하는 세븐스의 군대도 결국 6.5mm짜리 납덩어리에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졌다. 그들도 결국 피를 흘렸다.
한 차례의 혼란이 지나간 슬럼의 한 가운데에, 그 정체불명의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총격전에서 살아남은 빈민들은 그것이 또 다른 위협이겠거니, 희망을 놓았다. 이전 군의 계급장과 견장을 단 한 인물이 불길 틈을 뚫고 그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군데군데 해지고, 제대로 된 갑옷도 아닌 구형 방탄재질을 잘라내 얼기설기 위장색 옷에 꿰매어 놓은 차림. 몇 해는 묵었는지, 아니면 고물더미에서 주워왔는지 모를 방탄복에 그마저도 낡은 노끈을 메었다.
총은 그나마 멀쩡해보였을수도 있으나, 어느정도 관련된 지식이 있다면 총몸 부품이나 조준경 따위가 순 제각각임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꼴을 한 병력이라고 하기에도 차마 부끄러울 일련의 인물들이 나타나, 쓰러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이들의 임무를 했을 뿐이었다. 다 망가진 총을 이런저런 부품으로 대충 때워도. 방탄판이 없어 장갑차 자재를 잘라 넣어도, 이들은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했다. 그런 임무가 없으면 당연히 죽는 것 처럼, 이들은 가디언즈에 피로써 대항했다.
병력의 팀장으로 보이는 인물의 선글라스에 슬럼 한가운데 일어난 불길이 비춰졌다. 그리고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붉은 눈동자도, 그 불에 맞불이라도 놓듯 붉게 타오르며 슬럼가를 비췄다.
그는 당연한 일을 한다는 것 처럼, 허리춤에서 응급 도구를 꺼내 쓰러진 이들에게 다가갔다.
네 목을 파묻는 듯 안는 당신의 움직임을 피하지 않는다. 이미 바짝 붙어있어서 벗어나려면 밀쳐내야만 했거니와, 애초에 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말은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바라면 안 되느냐는 듯하다. 그럴 리 없잖냐고 대답하기 전 이어지는 목소리는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네게 들렸다. 네 선택을 이야기하던 당신은 팔을 풀고 시선을 마주한다. 눈에 담긴 것은 여전히 복잡하다. 수없이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는 없어서, 너는 입을 꾹 다물었다. 멈출 수 있었던 때는 계속해서 찾아왔지만 넌 그러길 거부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뒤로 물러서며 당신이 내뱉은 말에 너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 네가 원하는 답을 하려고 고심한 건 아님을 알았다. 아마 원래부터 알고 있었을 터다.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뿐이지.
이제는 네가 대답을 할 차례였다. 그동안의 질문에서 벗어난... 드디어 깨달은 듯, 질문으로 받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에 너는 눈을 맞춘다. 여전히 맑은 눈 앞이기 때문이었을까. 온갖 혼탁함의 끝. 맑은 것인지 아니면 그 무엇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섞여버린 건지 알 수 없는 네 눈과의 대비가 선명하다. 오히려 네 쪽이 투명하고 당신 쪽이 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짝이는 당신과는 달리 네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당신은 내게 미련이 있어?
대답해라. 당신은 너처럼 다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답해야만 한다는 걸 알았으므로 너는 살짝 고갤 숙인다. 미련이 없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깔끔하게 끝날 수 있고.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는 길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이 경멸과 증오의 감정으로 미련을 끊어낼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있어."
그럴 리 없잖아. 너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수 번의 질답에서 제대로 된 대답 따위 한 번 하지 않던 네가 처음으로, 제대로 한 대답이 거짓말이라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너는 희미하게나마 스치듯 네 시선을 통해 지나갔던 미소를 보았다고 믿었다. 이미 발코니에서 벗어나 모든 방향에서 너를 에워싸던 바람은 없다. 단 한 방향으로 향하는 바람만이 있을 뿐. 그 바람은 깨진 창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와, 너와 당신을 휘감으려고 했다. 바깥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었을 터인 그 바람은 지금 온전히 당신에게 닿을 수가 없다. 네가 지금 당신 앞에 서 있었으니까. 당신이 너를 밀쳐내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바람이 온전히 당신에게 닿는 일은 없을 터다. 대신 안 그래도 긴 머리카락에 바람에 흔들려 널 간질이는 일 정도는 있겠지만.
처음 네가 발코니로 나가기 위해 움직였을 때와 반대로, 지금은 네 얼굴이 달빛을 등져 그림자졌다. 오히려 당신의 얼굴은 달빛을 받아 뚜렷하게 이목구비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미련이 없을 리 없잖아."
너는 항상 미련을 품고 살았다. 지난 날을 붙잡고 혹여 흐려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스스로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되새긴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당신이 미련을 버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 미련을 가지게 한 일 조차도. 버리고 싶어 발버둥치는 그 미련조차도 전부 당신인 것을. 너는 캄캄한 그림자 속에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알 수가 없어서,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인지 아닌지도 구별하지 못해서 하나도 원하는 대로 해주질 못했네."
카시노프의 비밀 연구소가 폭발하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휴식시간을 갖춰졌으리라. 자잘하게 불침번을 서기도 하고, 근처에 자잘한 전투를 나서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꽤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허나 그럼에도 세상은 그런 평화를 그냥 두지는 않겠다는 듯이 또 다시 모두에게 전원 소집 명령이 단말기로 떨어졌다.
지하 2층의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아스텔도 에스티아도 자리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시킬 수 있는 리모콘을 손에 쥐고 있는 로벨리아의 모습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하나 들어올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그녀는 모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지난 미션은 정말로 수고 많았다. 일단 너희들의 보고에 착안하여 카시노프라는 이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어. 그리고 신입도 들어왔다만 일단 인사는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지금은 긴급상황이다."
확실하게 긴급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한 후, 로벨리아는 리모콘을 꾹 눌렀다. 그러자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U.P.G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쪽의 좌표. 마치 지금 에델바이스가 사용하고 있는 거점처럼 산을 가리키는 그 좌표를 보여준 로벨리아는 다시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동영상이 하나 스크린에 떴다.
동영상 안에 보이는 것은 가디언즈의 병사들이었다. 허나 문제는 병사들이 아니라 그 앞에 있는 회색 몸의 기동병기였다. 마치 만화 속에 나올법한 '로봇'처럼 생긴 그것은 얼굴이 달려있었으며 두 팔과 다리도 분명하게 달려있었다. 물론 손이 달린 것이 아니라 레일건처럼 보이는 것이 팔에 달려있었고, 어깨에는 미사일 포트. 그리고 머리 윗부분에는 레이저를 쏘는 장치 같은 것이 달려있었으며, 다리에도 포대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등 뒤에 달려있는 거대한 미사일이었다. 그런 머신이 총 3대 병사들의 뒤에서 진격하고 있었다.
"저건 가디언즈의 신병기. 일단 첩보원의 말에 의하면 '블랙 스케빈저'라는 모양이야. 보다시피 그렇게 크기가 엄청나게 크진 않아. 대충 3~4m 정도 된다는 것 같더군. 하지만 문제는 저 등 뒤의 미사일이야. 가디언즈의 간부 클래스의 세븐스. 정확히는 그 가디언즈의 간부의 리더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만든 이른바 소형 '핵 미사일'이라는 모양이다. 정확히 어떤 구조인진 밝혀내지 못했으나 그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좋을거야. 아무튼... 저 블랙 스케빈저가 지금 한 마을로 향하고 있어."
이어 그녀는 눈을 감은 후에 숨을 죽였다. 그리고 생각을 잠시 정리한 후, 다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세븐스와 비능력자가 작지만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마을. 그리고 이전에 우리에게 의뢰를 한 그 남자아이가 사는 마을이다. 원래라면 우리 측에서 알 방도는 없었으나 그때 일의 보고를 위해서 파견을 나간 에델바이스의 멤버가 파악하고 방금 막 보고를 올렸어. 그래서 일단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발을 잡아놓기 위해 출동했어. 일단 마을 내부에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서 다른 부대 대원들을 파견시키긴 했지만 만일의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전원 출동해서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발목을 잡아두고 있는 사이에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켜라. 그게 이번 미션이다. 원래라면 들키지 않기 위해서 우리 거점처럼 재밍 장치를 사용해서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 같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재밍 장치가 파괴되었고 가디언즈가 바로 그 마을로 향하는 중이야.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교전을 해도 좋을지도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의 안전이 먼저야. 허나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만일의 경우. 도저히 구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책임은 내가 지겠다. 퇴각하고 목숨을 보존해라. 대피 포인트는 이 마을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보이는 이 포인트. 이쪽이야. 여기에 전에 뺏은 열차. '블러디 레드'를 대기시키고 있어. 가디언즈의 별동대들이 따로 움직여서 마을을 습격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간부 클래스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만큼 너희들은 최대한 마을사람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질문 있나?"
가디언즈의 신병기가 마을을 향하고 있다는 말에 그다지 편한 눈치는 아니었으나, 그것이 핵무기를 장비하고 있다는 말에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평소에는 브리핑 시간에 다리만 책상 위에 안 얹었지, 의자에 등짝을 기대고 편안하게 브리핑을 감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세부터가 달랐다. 턱을 괴고, 화면을 거의 뚫어버릴 것 처럼 노려보았다.
드물게, 책상을 치는 격한 감정까지 드러냈다.
"저 자식들이 민간인 거주구역에 전술핵까지 때려박으려 한다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군. 내가 환경주의자는 아닌데 말이야, 저건..."
인류가 써서는 안될 무기가 세상에는 생각보다 꽤 많다. 특히나, 저런 더러운 폭탄은... 한동안은 인류에게 가장 큰 공포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흠. 글쎄. 가디언즈가 가장 무섭겠지.
"힘든 작전이 되겠어. 내가 보기엔 저 전술핵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봐. 본대가 마을을 습격하는데 실패하면, 그때 투발하려 들겠지. 방법이 필요해."
잠에 들지 못했다. 복합적인 이유인 것 같다. 재머는 다시 잘 작동한다. 이스마엘은 자신의 손목을 흘끔 쳐다봤다. 얼마나 미쳤으면 재머 칩이 있는 곳을 반대로 생각한 건지. 너덜너덜해진 손목에 흉이 질 것이지만 이것도 언젠가의 경험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일단, 지금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소집 명령이 떨어졌을 때 이스마엘은 재머를 켠 상태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얼굴 보기가 조금 어색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두려 하지 않았다.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 비어있는 시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면, 자리에 앉기보다 레레시아가 있는 자리로 향하는 것이었다. 주변 눈치는 보지도 않고 팔을 쭉 벌려 그 짧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존재를 폭 끌어안으려 하며 고개를 파묻으려 했다. 안겼다면 칭얼대듯 웅얼거리려 했겠지.
"언니…… 보고 싶었는데.."
어지간히 청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 듣지 못할 테다. 그러든 말든 이스마엘은 주인을 오랜만에 본 강아지처럼 축 늘어져 재잘거렸다. "언니가 없는 동안 쥬데카 씨가 괴롭혔단 말이에요. 나 정말 억울해.." 어쭈, 쌍방으로 사람을 쥐어짰으면서 속 긁는 소리 하기는. 브리핑 시간엔 그래도 의젓해지려 노력한 것 같다. 처음 보는 병력 때문이다. 보통 일은 아니겠지. 신병기.
"전술핵이라."
그걸 또 민간인이 있는 곳에 투하한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을. 이스마엘은 로벨리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재머의 노이즈가 지직댄다.
"재밍 장치의 파괴에 대해 알 수 없다 했지만, 외부적인 요인이라 판단해도 되는 겁니까?"
재밍 장치가 파괴될 일은 어지간하면 없는 편이지 않은가. 마을 하나의 안위가 달린 장치일 텐데. 외부적인 요인이 사소할 리도 없다. 그렇다면 누가?
묵묵히 브리핑을 듣다가 소형 핵미사일이라는 말에 금세 심란한 표정이 된다. 아예 마을이 있었다는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셈인지 생각하며 입술을 만지작거리다, 한숨을 뱉는다. 겉눈질로 주변인들의 반응을 살피다 질문 있냐는 물음에 그저 잠자코 있는다. 최우선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것, 그러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후퇴하면 되는 것이니. 딱히 질문 할 것이 없었다.
히끄무레한 연기가 가득한 한 개인실에서 그녀의 단말기가 울렸다. 작은 알림음과 선명한 진동이 머리맡에서 울리니 무겁게 감겨있던 눈커풀이 들려 멍한 눈을 드러내었다. 느릿하게 손을 뻗어 단마기를 집어든 그녀는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이 일어나 옷을 입었다. 에델바이스의 제복이 아닌 검은 상하의에 검붉은 자켓과 단화를 몸에 입고 허리에 모조 보검인 장식을 걸친 후 느즈막히 회의실로 향했다.
소집임에도 느긋한 걸음으로 갔기에 그녀가 회의실에 들었을 때는 대부분 모인 후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머쓱함이나 미안함 따위 보이지 않고 조용히 한 자리를 채웠다. 그대로 앞을 보려던 그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이스마엘이었다. 그녀에게 안기려하기에 두말 않고 품을 내어주었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품을 내어 폭 안아주고 재머에 가려진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어주려 했다. 옆의 빈 자리를 끌어 거기 앉히고 브리핑 내내 기댈 수도 있게 해주었겠지. 이스마엘이 그녀에게 얼마나 안겨있었든 그거 하나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기묘할 정도로 단내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듯한 향기가 그녀에게서 나는 것을.
"그랬어. 응.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
보고 싶었다며, 쥬데카가 괴롭혔다며 징징대는 소리에 그녀는 이스마엘의 등을 토닥이며 미안하다, 이 일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등의 말을 해주었으나. 어딘가 무게가 없고 가벼이 흩어질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이스마엘을 보는 시선 역시.
"지금은 집중해야지."
금빛 눈이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곧 시작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향했다.
긴급 상황이라는 말로 시작된 브리핑을 그녀는 그저 눈 깜빡이며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요 정보들에 시선을 조금 더 주거나 들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하듯 고개를 약간 기울이는 것만이 반응의 전부였다.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자리에 없는 것을 안 것도 로벨리아의 설명 중에 들어서 알았다. 그 순간에만 손목의 팔찌를 힐끔 보았으나 그게 다다. 이후 로벨리아가 질문이 있는가를 물었지만 역시 아무 말도 않았다.
(레이먼드) "그래. 내 생각도 비슷해. 그렇기에 저들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하는 거야.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싸워볼수도 있겠지만 보호해야 할 대상이 있을 경우는 이쪽이 불리하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아스텔과 에스티아를 먼저 보내서 발목을 잡아놓으라고 한 거야."
레이먼드에게 잘 판단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 "대피 포인트가 블러디 레드다. 그러니까 거기로 대피시키면 돼. 최대한 많이."
설사 모든 이들을 다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를 구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를 하며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물론 그것이 쉬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스마엘) "가능성은 높아. 그게 가디언즈일지. 아니면 다른 3자일지."
재밍 장치가 파괴될 일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파괴하는 것이 아닌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로벨리아는 이스마엘의 말에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허나 누가 그렇게 했을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굳이 그녀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공통) "덧붙여서 블랙 스케빈저를 만든 이는 현재로서는 너희들의 보고에 있었던 사내. '카시노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어쩌면 저기에 굳이 저 병기를 보낸 것도 신병기의 실험일지도 모르지. 때마침 좋은 먹잇감도 있겠다. 본보기로도 좋을테니 말이야."
어떻게 보면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저 스케빈저가 먼저 도달해서 폭격을 시작하던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을 다 대피시켜서 무의미한 피가 흐르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출동했다고는 하나 과연 그 두 명이 얼마나 버틸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지금은 일시가 급한 상황인만큼 로벨리아는 바로 출동 명령을 내렸다.
"워프실을 이용해서 준비가 된 이들은 모두 출동하도록!"
그녀의 명령에 따라 워프실을 이용해 게이트를 탔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드는 마을의 분위기가 절로 보이는 언덕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대와는 별개로 따로 움직이는지 가디언즈 병력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마을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간부 클래스는 보이지 않았으며 일반 병사 6명 정도만이 총을 쥐고 마을 안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었다.
따뜻하고 상냥한 품이다. 이스마엘은 재머 너머로 느릿하게 눈을 감으면서도 들키지 않게끔 시선을 피했다. 폭 안겼을 적 났던 향 때문이다. 언니에게서 이런 향이 났던가? 기억하기로는 아니다. 자칫 정신이 몽롱해질지도 모를 정도의 단내. 슬럼의 가장 깊은 마약굴에서나 날법한 냄새가 왜 여기서 나는지 모르겠다. 내색하지 않고 브리핑을 마저 듣기로 했다.
"혹시라도 3자일 경우, 그리고 개입의 경우엔 어느 방향으로 처신해야 합니까?"
사살인가, 생포인가, 도주인가. 마지막 질문을 뱉으며 레레시아를 잠시 곁눈질로 쳐다본다. 괜찮을까. 출동 명령을 받았을 때, 이스마엘은 레레시아를 주의깊게 살피며 뒤를 따르기로 했다. 가벼이 흩어질듯한 모습에 불안감을 애써 치우기로 했다. 이내 게이트를 타 도착한 광경에서, 이스마엘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염력으로 된 장을 펼쳐본다. 공격 대신 주변의 대원이 혹시라도 반격 당할까 미연에 방어하고자 했다.
너는 브리핑 전에 들었던 칭얼거림...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그 목소리에는 일단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임무 쪽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네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듯, 브리핑되는 임무는 상당히 급박했다. 이번 임무는 교전이 목적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피난과 생존. 너는 검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브리핑된 임무를 다시 되새긴다. 워프 게이트 너머로 발을 내딛으니 상쾌한 공기가 마주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쑥대밭이 될지도 모르는 장소임에도 지금 부는 바람은 깨끗했다. 분주한 마을, 이미 대피가 시작된 걸까 생각하던 너는 숨을 죽이고 마을 쪽으로 달리는 가디언즈의 병사들이 보이자 바로 언덕에서 뛰어내렸다.
"-가디언즈 병사 발견, 제압 후 마을로 진입하겠습니다."
그런 짤막한 행동보고를 마치고, 얼굴을 감싸는 검은 색의 헬멧 너머 보이는 병사의 어깨를 노려 체인을 휘둘렀다. 잡아챌 수 있다면 그대로 그 쪽으로 날아가 목을 노려 무릎을 썼으리라. 최소한 기절은 시킬 생각으로 움직인 너는 이후에 바로 마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땅을 박찼을 터다.
주변에서 여러 말이 오갔다. 상황에 대한 파악, 주민의 구출 루트, 재밍 장치 소실에 대한 의혹 등등등. 분명 들리기는 하는데 한 번에 머릿속에 박힌다는 느낌은 없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면 전부 잊어버릴 것 같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것은 곤란하기에 작게 혀를 차고 프레젼테이션 화면을 줄곧 응시했다. 꼭 기억해야 할 사항만은 머릿속에 넣어두기 위해.
틈틈히 이스마엘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그녀는 마주보거나 해주지 않았다. 한 번씩 기억났다는 듯 등을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긴 했다. 출동 명령이 내려진 후에도 가장 늦게 일어나 워프 게이트를 탄 것도 가장 늦어서였다.
게이트를 건너는 순간 이대로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밖으로 나와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또 물끄러미 서 있었다. 멍한 시선이 마을을 보는 건지 허공을 보는 건지 모르겠으나. 움직이는 건 잘 보이는지 조용히 마을로 진입하려는 가디언즈 병사들을 발견했다. 거리는 멀었나. 충분했나. 그런 것을 생각지도 않고 손을 들어올린다. 검붉은 자켓 소매와 검은 장갑 사이의 살갗으로부터 검푸른 독액이 주륵 흘러나와, 가디언즈 병사들을 향해 총아 쏘아지듯 독액이 쏘아진다.
워프실을 넘어가 보인 풍경은 잡란하고 분주했다. 곧이어 닥칠 참사에 불안해하는 사람들부터 공포에 질릴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달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제각각의 불안에 쫓겨 달아나고 있었다.
츠쿠시는 시선을 돌려 다른 방향을 살펴보았다. 정돈되어 정연한 발걸음들이 마을을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 철저하게 짓밟고 빼앗는 전투만이 있었을 뿐, 그에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익숙지 않다. 그러나 도구에는 죄가 없듯 칼은 언제나 쓰기 나름이다. 서투른 일에 수월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분명 있었다. 바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자신 있는 행동을 택해 행하는 것이다. 거리가 머니 공격보다는 보조를 하는 게 낫겠다 판단한 그는 총이 발사되더라도 큰 부상을 입히지 못하게 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여 적들의 총기로부터 관통력을 제거하려 했다.
시간이 없다. 이 정도면 최선이라던가, 어쩔 수 없었다던가 하는 그런 자책과 후회의 말을 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선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출동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워프실로 향한다. 도착하면 바로 언덕 아래의 마을을 본다.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는 쥐새끼들은 다른 이들에게 맡긴 채 마을에 가깝게 혹은 마을 안으로 포탈을 설치할 수 있을지 살피고, 가능하다면 포탈을 열어보려 시도한다.
"만일 제 3자의 경우, 그리고 그게 사고가 아니라 철저한 악의 하에서 행해진 일이라면 현장에서 직접 사살해도 좋아. 절대로 좋은 뜻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가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일테니까."
이스마엘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단호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재밍 장치가 박살이 나서 마을이 발각되었고 그 마을을 향해서 가디언즈가 진격하고 있었다. 그것도 핵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병기를 3대나 동원해서. 즉 그 제 3자가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로벨리아는 단호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사살해도 좋다고 지시했다. 어디까지나 그게 예기치 못한 사고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악의에는 악의로 받아치라고 분명하게 그녀는 이야기했다.
"뭐야?!" "네놈들은?! 여기에도 있었나!!" "본대의 녀석들은 뭘 한거야!"
한편 제각각의 방법으로 에델바이스의 멤버들은 가디언즈를 공격했다. 선우의 스코프가 한 명의 다리를 저격했고 뒤이어 레이먼드의 소총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내 가디언즈 쪽에서도 총을 들고 교전을 시작했으나 이스마엘의 막이 총알을 막아냈고 총알은 에델바이스 멤버들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내 가디언즈 병사 중 하나가 슈루탄을 꺼냈으나 쥬데카의 체인이 먼저 그 병사를 노리는데 성공했고 결국 슈루탄은 까지도 못한채 그 대원은 쓰러졌다. 뒤이어 레레시아의 독액이 병사들을 노렸고 일부 병사들은 고통스러워하며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 독액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었을까? 한편 그나마 공격을 가하려는 이들 역시 츠쿠시의 절삭력이 총을 절단했다. 그렇게 하나둘 가디언즈 병사들은 제압되었고 마지막으로 신디가 포탈을 열려고 시도했다. 허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왔나.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대원들의 뒤쪽. 정확히는 대피로로 향하는 바로 뒤쪽 길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초기에 있었던 대원이라면 어렴풋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본 이가 있었다면 허공에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노이즈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노이즈가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며 붉은색 긴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매우 차가운 눈빛과 분위기는 그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그때는 무덤덤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피식 웃고 있는 미소가 어쩌면 되게 재수없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역시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만 예상대로군."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는 그녀. '레인'은 조금 더 높은 고지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갈 생각인가? 마을로 가도 좋아. 과연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야." "다른 길로 가도 좋아. ...가디언즈의 신병기를 뚫고 갈 수 있다면 말이야."
명백한 도발. 그리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만'이라는 그녀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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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맨 첫번째 미션때 잠깐 나왔던 존재랍니다!! 신입분도 계시니 다시 설명을! 일단은 제 3세력이에요!
한차례의 짧은 교전이 끝났을 때, 이스마엘은 대단히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노라 생각했다. 처음 레지스탕스의 이름을 가지고 사람을 해쳤던 날 봤던 여성이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꺾었다. 이미 언급된 말로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당신이 벌인 일이구나. 이스마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왜? 마을 사람을 데리고 오면 죽일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가디언즈의 신병기를 뚫고 지나갈 수 있겠느냐 도발하는 것도 그렇고.
아니면 순수한 악의인가?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저 선과 악을 재단하는 모습이 아니꼬와 활동하는 사람. 이스마엘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안타까운 사람. 상관이 직접 전달한 말이, 악의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현장에서 직접 사살해도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악의에는 악의로, 상관은 그리 말했지만 이스마엘은 그것이 과연 악의일까 생각했다. 살려두어야 한다. 진정한 악의는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죽이면 가치 있지만 죽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치없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가디언즈는 처리했으니 임무는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스마엘은 아예 레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얘기하고 있었다. 아예 무시라니. 슬럼 출신 치고는 제법 고상한 돌려까기다. 아니면 1호선 광인만 수두룩하게 존재하는 슬럼 출신이기에 무시에 도가 텄을지도 모른다... 혹시 몰라 염력으로 된 장을 다시금 펼쳐두긴 했지만.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사항은 마을 사람들의 대피와 그들의 안전이다. 악의를 가진 제삼자의 존재가 밝혀진 지금에 와서도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상대의 행동에 따라 변할 확률이 높겠지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저 자에게서 신경을 돌리고 할 일이나 마저 하면 되겠지만, 분위기를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고.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시간은 최소화해야 했다.
어느새 꺼내어 손에 쥔 단검의 서슬이 기이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쓸데없이 시간을 끌거나 공격해 온다면 곧바로 수를 쓸 작정이다.
병사들은 손쉽게 제압했다. 이대로 마을로 가서 퇴로를 확보하면 끝일 텐데, 대피로 쪽의 길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고갤 돌렸다.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노이즈. 노이즈가 사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여성의 모습에 너는 잠시 멈춰섰다.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라고?
"대피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말하고 있군요. 맞습니까?"
처음 마주쳤을 때 모습을 보자마자 공격을 가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당장 공격을 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막아설 생각은 없다는 것 정도. 어쨌든 지금은 사람들을 구해오는 게 먼저다. 악의에는 악의로. 반드시 악의가 아니더라도 임무를 방해한다면 배제해야만 했다. 인간의 목숨을 저울질할 생각은 없었지만. 동조하지 않는 이의 목숨까지 고려할 정도로 너는 여유롭지 않았다. 이미 몇몇 동료들은 레인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수상하다 싶으면 바로 공격을 시작하겠지. 너는 몸을 돌려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이스마엘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고.
쥐새끼들을 잡는 건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니 자신은 마을로 진입할 포탈을 준비하려 했을까. 포탈을 이으려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춰 서며 뒤로 돌아선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는 걸 방해라도 하려는 건지. 그녀의 말에 눈가를 찡그리며 바라보다 보다가는, 혀를 쯧 차고서는 시선을 거둔다. 지금 이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가고 있으니. 말대로 계속 임무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금 마을 내부로 포탈을 열려 시도한다.
레이먼드의 말에 레인은 피식 웃을 뿐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다. 대체적으로 자신을 무시하자는 말이 있었음에도 레인은 눈 하나 깜빡하고 그러시던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레시아의 말에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자신이 재밍장치를 파괴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츠쿠시의 말이 들려오자 레인의 눈동자는 잠시 츠쿠시를 향했다. 뒤이어 쥬데카 쪽에도 잠시 눈길을 돌렸다.
"너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야. 붉은 저항의 레지스탕스. 그리고 피차 좋다? 그럴 순 없지. 그렇게 둘 수는 없어. 너희들이 바라는 이상.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조화가 이뤄지게 할 순 없으니 말이야. 이 마을은 희생양이야. 앞으로도 능력자와 비능력자가 계속 싸우고 다투고 서로 죽이게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갈 이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다시 레인의 시선은 츠쿠시 쪽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그녀만이 묻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태연하게 레인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조화를 꿈꾸고 목표하는 이들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세븐스와 비능력자가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다투게 해서 절대로 화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누구 마음대로 화해를 해? 누구 마음대로 조화를 이뤄? 애초에 세븐스와 비능력자들은 조화롭게 살 수 없어. 둘 중 하나가 완전히 멸할 때까지 이 분위기는 계속되어야만 해. 그렇게 해서 온전히 한 쪽이 멸해야만 진정한 평화가 오는 법이야. 꽤 재밌어 이런 것도. '세븐스를 몰래 감싸주는 비능력자의 존재가 드러나게 하는 점'이라던가, '가디언즈의 배신자의 존재를 밝히고 그 존재를 밀고'한다던가. '이런 마을을 알려서 가디언즈의 손으로 멸하게 한다'던가, 그렇게 해서 '과격파 레지스탕스의 수를 더 늘리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디언즈가 더욱 강력하게 나오게 한다'던가 말이야."
"...그래. ...이제와서 화합이나 화해나 인정할 순 없어."
매우 차가운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츠쿠시를 바라보면서 좀 더 말을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그 와중에 가디언즈 중 간부 하나를 무찌른 너희들의 존재는 정말로 거슬려. ...그러니까 이렇게 재밍장치를 파괴하고 마을을 알린 거야. 그러면 너희가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니까 말이야. 안 나타난다면... 글쎄. 나타날때까지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간 나타나지 않겠어? ...어차피 화합을 이룬 이상, 저들을 살려줄 순 없으니 말이야."
차가운 광기어린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제 품에서 검은색 보검을 꺼냈다. 이어 그녀는 그 보검을 손에 쥐면서 이야기했다.
"아주 고마웠어. 이전에 너희들의 대장과 그 동생이라는 작자와 교전했을 때 그 데이터를 카피해서 이런 것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말이야." "...화합을 이루려는 이들에게 너희들의 존재는 생각보다 너무 커졌어. 그러니까 슬슬 살려둘 순 없어. ...세븐스와 비능력자. 어느 한 쪽이 멸할 때까지 싸우는 파멸 속에서 피어나는 평화에 방해가 되는 너희들은 특히 더 말이야."
한편 마을로 향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마을 안에서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폭격이 이미 조금은 시작이 되었는지 마을 여기저기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더더욱 혼란을 느끼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광장을 향해서 미사일 한 발이 날아오고 있었다. 막지 않으면 그대로 광장에 떨어지지 않을까?
/10시 30분까지! 일단 물었으니 답을 해주지만 만약 아무도 안 물었으면 저런 답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뭔가를 캐내고 싶은 이는 적극적으로 얍얍하는 것이에요! 참고로 마을로 향한 이들의 경우는 마을로 그래도 가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쓴거고..만약 마을에 안 간다고 한다면, 레인의 저 말을 듣고 멈췄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말을 더 들을 여유 같은 건 없다. 애초에 좁혀지지 않는다. 좁힐 생각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설전을 벌이는 건 정신적으로 소모가 너무 심했다. 안 그래도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깎아먹는 게 정신력인데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집중력은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분명히 없애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었기에.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네 행동을 보고했다. 적어도 너는 마을로 향하겠다고.
대답을 들을 겨를도 없이 뛰쳐나간 네가 마을에 도착했을 땐 벌써 폭격이 시작된 듯, 폭음과 함께 사람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폭발로부터 사람들이 멀어질 수 있도록 소리쳤다. 그 와중 날아드는 미사일이 눈에 들어와, 너는 근처에 있는 건물의 외벽을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네 손의 움직임을 따라 날아간 체인과 그 끝의 말뚝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면 그 다음 미사일에 부딪히는 건 너 자신이었을 터다. 언제든 방패는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총을 다시 등에 메고, 보검을 허리춤에서 뽑아들자마자 보검 무장이 장비된다. 그대로 세븐스를 끌어올리자, 눈동자의 붉은 빛과 함께 코와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스페셜 스킬 정도까진 아니지만... 무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
재빨리 앞으로 달려 마을쪽으로 가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앉았다가 일어서며 솟아올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듯 점프한다. 그리고선 그대로 보검을 앞으로 내밀어... 미사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상공에서 폭발한다면, 그래도 지상에 착탄하는 것 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이다.
무시하고자 했고 훌륭히 무시했다. 단 한마디를 듣기 이전까지는.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상향에 대해 정 반대의 의견을 내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견해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가디언즈의 배신자의 존재를 밝히고 밀고한다라. 이스마엘의 아버지는 꼬리를 잡히지 않고 살았으나 결국 꼬리가 잡혔기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 아량 깊게 넘어가고자 했다.
"가엾은 사람."
당신이 '이제와서' 라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 '이제'라는 뜻은 과거를 한번 부정한 경험이 있다는 뜻과도 직결되기에. 당신도 결국 피해자였기에 이리 과격히 나오는 것임을.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러겠지. 이스마엘은 천천히 손을 뒤로 모았다.
"더 동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무장을 전개한다. 보검 샤덴프로이데에 의해 가볍게 다리 파츠와 꼬리 파츠가 생겨난다. 여전히 배트의 형태였으면 좋았을 것은 다른 것으로 변해있었다. 여덟 자루의 나이프가 이스마엘의 뒤로 둥실 떠오른다.
레인을 직시하며 그렇게 뱉었다. 끔찍하게도, 상대를 나무라기엔 자신 역시 깨끗한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어느 한쪽을 완전히 멸해 한쪽만이 남은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틀린 소리가 아니다. 현재의 인류는 원시 시절 다른 종의 선행인류들과의 경쟁해서 승리해 그들을 멸종시켰고, 끝내는 이 세상의 유일한 인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현생 인간들이 평화는 영원할 듯하다 세븐스라는 또다른 인간의 종이 나타난 것이다. 역사는 아마 반복되리라. 그러니 레인의 주장은 이론으로서는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 파멸의 끝에 평화가 찾아올까? 세븐스가 나타나기 이전, 비능력자들의 시대를 돌이켜 본다. 그들은 언젠가의 평화가 도래하더라도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를 테다. 저들끼리 집단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 불화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인 법이니.
"그런 세상을 만들어서 당신이 얻을 것은? 단순한 '평화'만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만."
결국 멀리서부터 폭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 방향을 흘끗 쳐다본 그는 떠나지 않고 자리에 남았다. 레레시아는 다른 동료들에게 그리 말했지만 역시나 그는 듣지 않았다. 그가 잘하는 일은 구조보다는 이런 방면이니 어쩔 수 없다. 자세를 낮추고 긴장을 끌어올린다. 보검을 해방하자 번거로운 발도를 거치지 않고서도 검날이 드러나 번뜩인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섬광이 일렁이고 땅이 뒤흔들린다. 유리 조각이며 폭발의 잔해가 거리로 쏟아지고, 폭격에 맞은 건물들은 지붕까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채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그런 연기와 폭음을 뚫고 귀에 박히는 것은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울음소리다. 뜨거운 공기에 등에서 땀이 흐른다. 전쟁터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 고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고서 광장으로 달려가, 광장 바닥에 포탈을 열어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곳으로 포탈을 이어 사람들을 대피 시키려 시도했다.
<레인조> "평화? 정말로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 지금 이 작태를 보고도? 너는 경험이 없어? 비능력자에게 배신당한 경험. 아니면 같은 세븐스지만 널 저버린 경험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 정말로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 세븐스와 비능력자가 하나가 되어서?"
"동정? 아하하하! 누가 누굴 동정한다는거야? 허황된 길을 쫓아서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네 녀석이야말로 동정을 받아야 할 이지. 너도 알고 있을텐데?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갈등의 골은 절대로 매꿀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내가 얻는 것? ...이 세상의 파멸. 수많은 피가 흐르고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그것이 내 목적이야."
모두의 말에 답을 하고서 레인은 이내 꺼내든 검은색 보검을 하늘 높게 집어들었다. 그것은 명백한 해방의 자세였다. 이내 검은색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확실히 가디언즈의 그 해방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자신들과 비슷. 아니. 아주 조금 더 높은 수준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전신을 검은색 장갑으로 두르고 있는 레인의 모습이었다. 오른쪽 손목에 렌즈가 달려있는 레이저 발사 장치 같은 장치를 따로 달고 있으며 왼손에는 검은색 리볼버를 들고 있으며, 등 뒤에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로켓 부스터. 그리고 어깨에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스터 장치가 있었으며 신발 부분에는 날카로운 날이 그 끝에 달려있었다. 심플하면서도 가벼운 그 무장은 마냥 무르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이내 레인의 눈에 붉은색 고글이 씌워졌다.
"솔직히 너희들도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평화와 화합을 믿진 않을 거 아니야. 아니면 믿고 있어? 그게 가능하다고? 이 세상에서? 명령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거야?"
"솔직히 믿지 않는다면 나와 너희는 큰 차이가 없어. 단지 너희는 그게 '규율'이자 '명령'으로 정해진 것이기에 따르는거고 나는 자율적으로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거지. 아니야?"
<마을 조> 미사일을 목격한 레이먼드가 미사일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충격량은 모두 레이먼드가 받을 수밖에 없었다. 꽤나 강한 충격이 느껴졌을테지만 다행히 쥬데카가 빠르게 뛰어올라 체인으로 미사일을 요격하려고 했다. 그 때문에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미사일의 궤도를 조금은 꺾을 수 있었고 레이먼드도 폭발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미사일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려고 했으나 신디가 열어놓은 포탈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저 멀리서 폭발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 당신들은?!"
이내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붉은 에델바이스 문양을 하고 있는 대원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빠르게 달려왔고 보고하듯이 이야기했다.
"제 0 특수부대원입니까?! 잘 와주셨습니다! 일단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고 대원들 중 일부가 밖으로 나가 교전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신병기를 온전히 막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진격 속도는 어떻게든 늦추고 있지만 그렇게 오래 버티진 못합니다. 부디 마을 사람들을..."
-.......
그 순간이었다. 광장을 향해서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오는 이가 셋 있었다. 그들은 저번 미션에서도 본 적이 있는 가디언즈의 간부 클래스인 '카시노프'가 조종하고 있는 반시체인 이들이었다. 죽은 시체의 머리에 칩을 넣어 전기신호를 줘서 조종하고 있는 그 존재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노리는 듯, 흐느적거리면서 다가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몸에는 붉은색 전등이 깜빡이는 기계장치가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레인 쪽은 보스전 시작이에요!! 모두의 hp는 3000이에요!!
덧붙여서 레인의 패시브 스킬은 없답니다. 적어도 이번 전투에는요! 버스트도 없으니까 안심해주세요. 대신 다른 쪽으로 상당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뭔지는 아직 비밀!
"미안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한들, 그 길이 의미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발견하지 못해도 누군가 영향을 받아 그 길을 이어받겠지요."
이스마엘은 정중했으며, 노이즈 너머 목소리 또한 침착했다. 마치 도박수를 던져보듯.
"세상 만물의 시야가 동일했더라면 안경도 없겠지요. 저도 직설적으로 말해야 합니까? 당신은 그렇게 많은 걸 봐왔으면서 어째서 시야가 좁습니까? 혹시 받아들이지 못할 과거 때문에 그렇습니까? 하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면 당신이 그런 일을 결심하게 된 계기라도 있습니까? 저는 믿습니다. 가능하다고 믿습니다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건 같다 생각하고 있지요."
보검을 조종하며 달려듬과 동시에, 외쳤다.
"아까 카피하느라, 라고 했지요. 보검도 그렇고.. 블러디레드 때는 그때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했고 말입니다. 최대한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방향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배제하십시오, 저희의 능력이나 힘을 복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것은 선고인가. 절규인가. 그녀는 내내 무기질적인 눈으로 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모두의 말을 부정하면서 끝내 보검을 해방하는 레인을 그저 바라보았다. 에델바이스의 것보다는 강하지만 가디언즈의 것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려 남은 이들을 보았다. 각자 무장을 하고 무기를 든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다시 레인을 향했다.
"경험은 분명 살아가는데 중요하지만. 경험 만으로는 내일을 살아갈 수 없어. 그리고, 나는 세븐스와 비능력자로서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게 아냐. 세븐스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인간으로써, 사람으로써 그 가능성을 바라볼 뿐이지."
그녀는 붉은 빛이 감도는 칠흑빛 검을 거구로 내려 바닥을 쿵 찍었다. 그러자 검의 끝으로부터 붉은 독액이 왈칵 흘러넘쳤다. 부글부글- 기포와 함께 점차 형상을 일으키는 독액 위에 서서 레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언제가 되었든, 잔인한 건 사람이었어. 세븐스가 아니라."
버스트-
"Painfull Disire."
그녀가 바닥을 찍었던 검을 위로 치켜들자 붉은 독액의 기포가 순식간에 그녀의 분신 열을 만들어냈다. 마치 핏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붉은 그녀를 형상한 분신들은 제각기 다른- 웃는 얼굴을 하고서 레일을 향해 다각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접근해 접촉하자마자 폭발하며 레인의 부스터들을 아작내려 했을 것이다.
간신히 궤도를 비틀었다. 그것만으로는 착탄을 막을 수 없었을 테지만 만들어진 포탈 덕에 폭발은 먼 곳에서 일어났고, 아직 너는 살아 있었다.
"후우..."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너는 에델바이스의 대원들을 마주쳐 자초지종을 들었다. 벌써 가까이 왔구나. 이미 늦은 건 아닌가? 다행히 아직 네 시선에는 그 신병기가 위치하지 않았다.
"대신이라기에는 너무 역겨운데..."
제 의지가 아니라 그저 머리에 가해지는 전기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시체, 붉은 전등이 반짝이는 장치, 누가 봐도 터질 게 분명한 그 시체를 보며 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간감이 가죽으로 된 장갑이 꽈악, 하고 문대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전부, 없애야만 하겠군요."
최소한 사람들이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폭발한다면 폭발 반경을 예상해 사람들과는 떨어진 곳으로 유도해야만 했으니. 너는 체인을 꽉 쥔 채 내던졌다. 그 끝의 말뚝은 포물선을 그리며 네 전방에 있는 시체의 기계장치를 노렸다. 기계장치를 건드리는 게 기폭의 수단이 될까? 그게 아니라면 움직임이 멈춰야만 폭발하는 걸까. 지금은 우선 장치부터 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너였다.
밝게 인사를 나누며 사람들에게 자신들은 적이 아님을 말해주려고 했다. 이럴 때일 수록 적과 아군의 구분이 중요하니까.
"그동안 수고했어요. 이젠 저희에게 맡기세요."
에델바이스 문양을 하고 있는 대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실은 전혀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카시노프의 강력한 무기는 다른 대원들을 쓰러뜨리고 있고 파죽지세로 마을을 파괴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 서둘러 가디언즈의 야망을 막아야한다.
"망할!! 모두 도망쳐!!"
그리고 이때, 광장을 향해서 다가오는 좀비와도 같은 이들이 다가왔다. 평소 같았으면 이전처럼 총으로 머리를 박살내었을 텐데, 놈들의 몸에 있는 빨간 점등이 있는 기계 장치가 신경 쓰였다. 만약 저것이 자폭 장치거나 유독가스를 살포하는 것이라면? 아니면 미사일을 유도하는 유도탄이라면?
미사일을 유도한다면 저 기계가 단순히 미사일을 유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저 기계가 파괴되었을 때 해당 위치를 타겟으로 잡는 걸까? 전자든 후자든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워진다.
가장 베스트는 저것이 단순히 좀비 강화용 기계라는 것이겠지만...그럴게 편하게 흘러갈 리는 없겠지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부류인가. 종종 보아왔다. 그중 몇몇은 제 손으로 그리 되도록 만들어낸 적 있으니 어찌 잊겠나. 레인의 이야기를 가볍게 개략하고는 침묵을 이었다.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디 그런 생물이니 말입니다."
평화와 화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레인의 말에 츠쿠시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가 의무로부터 도망쳐 이곳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결국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결코 숭고한 의지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으니.
"저는 저 자신의 바람을 위해 싸울 뿐입니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다. 단지 바라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흘러왔다. 저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테다. 각자의 원을 이루기 위한 지독한 이권과 신심의 싸움. 그러니 레인의 말이 옳다. 그는 레인과 다르지 않다. 결국은 같은 인간, 같은 부류의 인간인 것이다.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택한 수법은 철저한 파괴에 근본한다. 그저 칼끝을 어디로 향하는지만이 다르다. 과거에는 저항하는 자들에게 향했던 것이 이제는 한때 추종했던 정의를 찢어놓으려 할 뿐.
능력을 실어 관레인의 머리를 향해 통력을 높인 단검을 던진 후 곧바로 검격을 가했다. 허공을 베어낸 궤적을 따라 실체를 지닌 참격이 넓게 쏘아져 나갔다.
본래의 목적은 포탈을 통해 광장의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했던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을까. 천운이 도왔는지 포탈을 통과한 미사일이 저 멀리서 터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잘못했더라면 대참사가 벌어질 뻔했구나. 잠깐 숨을 고르며 다가온 대원의 보고를 듣다, 광장을 향해 다가오는 것들을 보고선 얼굴 표정을 구긴다. 빨간빛이 점멸하는 것이 딱 보아도 위험해 보였다.
"저것들에게서 멀어져요!"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것들을 보고서 소리치며,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사람들의 대피를 도우려 한다.
뒷북이 되긴 했지만... 보검 디자인이라면 사브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뭐 실제로 사브르 형태인 보검을 쓰지 않으니 그 부분은 사브르의 현대 용도에서 따왔달까... 지금 사브르는 예도이지 실전에 쓰일 칼이 아니거든요. 보검 자체를 주무기로 쓰기보다는 보검 무장으로 파생된 무기를 주로 쓴다고 생각해서!
<레인 조>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다름 아닌 이스마엘이었다. 레인을 전체적으로 찔러냈고 레인에게 통증이 꽤 갔는지 그녀는 표정을 찡그렸다. 이어 얼굴을 패려고 햇고 그 펀치는 레인의 얼굴에 그대로 명중했다. 허나 무장의 영향일까. 레인은 그렇게 크게 밀려나진 않았다. 이어 레레시아가 바로 연계적으로 버스트를 발동시켰다. 분신이 일제히 달려들었고 폭발했고 레인에게 제대로 명중하긴 했으나 아쉽게도 부스터는 부서지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파워가 다운되었는지 어깨의 두 부스터의 불빛이 꺼졌다. 하지만 점열하는 것을 보면 머지 않아 다시 작동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이어 츠쿠시의 공격이 레인의 머리를 노렸다. 뺨을 스쳐지나가며 레인의 뺨이 살짝 베이면서 붉은 피가 살짝 튀었다. 이어 레인은 피식 웃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어. 너희가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그 사람으로서의 가능성을 보려고 해도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어. 일시적으로 평화가 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세븐스와 비능력자는 결국 또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피가 튀게 되겠지. 제 아무리 친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멸하려고 할 거야. 지금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당하는 현실처럼!"
이어 레인의 오른쪽 손목에 달린 장치가 번쩍였다. 이어 빛이 솟구쳤고 그녀의 보검이 창 형태로 바뀌었다. 이어 그녀는 그것을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다. 이내 주변에 아주 거센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집어삼켜라! 타이달 웨이브!"
그것은 이전 레이버가 사용한 바로 그 스페셜 스킬이었다. 그때 그녀가 사용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고 그렇게 거세진 않았지만 형태는 비슷했다. 그야말로 그 형태를 그대로 '카피'해낸 것처럼.
*타이달 웨이브 - 데미지 500. 방어 불가. 열화판이기 때문에 회피는 가능. 단 명중하게 될 시 1/2의 확률로 물에 잠겨 다음 턴 행동 불가.
<마을 조> 레이먼드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다가오기 전에 그 반시체 상태인 카시노프의 좀비에게 쏜 총알은 제대로 명중했다. 뒤이어 쥬데카의 체인이 기계장치를 노렸고 일제히 명중시켰다. 이내 그 기계장치는 번쩍이는 듯 하더니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마을 광장 부근에 있는 건물 하나가 무너져내렸고 그대로 흙먼지를 일으켰다. 말 그대로 건드리면 터지는 장치가 달린 '인간 폭탄'이었다. 그러나 선우의 외침이 있었고 신디가 대피를 시켰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대피를 돕고 있던 대원이 크게 당황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병사를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에 크게 당황한 것일까.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내 어딘가에서 부스터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보이는 것은 저번 미션에서 교전한 적이 있었던 '라이너스'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여전히 헬멧을 끼고 있어서 머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등 뒤에 장착된 부스터는 물론이고 라이플도 들고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오히려 더욱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슈루탄은 물론이고 단검. 그리고 스나이퍼 라이플까지. 공중에서 붕 뜨고 있는 그 존재는 제 0 특수부대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리나? 에델바이스. 여기가 너희들의 거점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군. -죽여라. 라이너스. 한놈도 빠짐없이 전멸시켜라.
이어 라이너스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공포도 두려움도 없는 병사의 라이플 총구가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노리고 있었다.
*보스전 시작. 아군의 HP는 전원 3000. 전투 룰은 기본적으로 >>0에 근거하니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모두가 파워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격을 맞아도 반격을 할 수는 있어요. 물론 데미지는 조금 낮게 보정되지만요!
폭발이 컸다는 점에서는 불행이지만, 사상자가 없고 연쇄폭발로 한번에 시체를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일까. 어쨌든 적의 병력은 일거에 줄어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해야 하나. 부스터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사내를 보고 너는 순간적으로 숨을 참았다. 잠깐만... 다행스럽게도 카시노프의 통신으로부터 들려온 이름은 네가 우려하던 이름과는 달랐다. 애초에 생김새부터 다르긴 했지만. 너는 마른침을 삼키다가 고갤 끄덕이며 총구를 겨누는 그의 모습에 잠시 드러났던 얼굴은 바로 바이저 마스크로 덮였다. 검은 광택을 내는 바이저 너머로 비추는 라이너스의 총구를 노려보며 너는 땅을 박찬다.
"개체명은 라이너스, 카시노프가 뒤에 있는 걸로 보입니다. 배제를 목표로 교전하겠습니다."
소매를 따라 흘러내린 체인은 지난번과 다르게 검은 광택으로 번들거렸다. 땅에 끌리며 기이한 금속성의 파열음을 내며 불똥을 튀기는가 싶더니, 불꽃이 점차 피어올랐다. 그 끝부터 불길을 업은 체인은 네 손이 움직이는 대로 궤적을 그리며 라이너스의 다리를 휘감으려고 했다.
통증이 있나, 당신도 아픔을 느낍니까? 같은 인간이면서도 이렇게 우리는 사상이 다른가봅니다. 이스마엘은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밀려나든 말든 상관 없다. 다음에도 얼굴이고, 그 다음에도 얼굴이다. 길거리 싸움질에서 필요한 건 체면이 아니다. 네가 그렇게 얻어 터졌음을 거울을 보든 썩은 물을 보든 알아채 두고두고 곱씹고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물론 부상이 덤이 되면 좋다.
비슷한 형태. 이스마엘은 물살을 헤쳤다. 휩쓸렸으나 금세 빠져나오려 시도했다. 레이버의 스페셜 스킬을 따라했으니 그 상황에도 있었던 것인가? 대체 얼마나 따라다닌 거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버스트도? 이스마엘은 침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심호흡.
"내가 이 악물랬지."
염력을 통해 다시 거리를 좁혔다. "아는 걸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 알아듣나?" 멱살을 부여잡으려 했다. 그리고 또 얼굴을 후려치려 들었다. 집요하게, 또 집요하게. 나이프는 찔렀던 곳을 다시금 찾아내 찌르려 시도하며.
지금의 레인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 그녀는 이 이상 말하기를 관두기로 하였다. 귀를 닫은 이에게는 어떤 말도 닿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할까. 그녀는 입을 다물고 검을 들었다. 버스트로 레인의 무장을 일시적이나마 다운시켰으니 얼마간은 상대할 만 할 것이다.
레인은 보검의 형태를 바꾸더니 레이버가 썼던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눈에 보일 만큼 열화된 모양새였기에 저 정도는 몸으로 돌파 가능하리라. 단지 저 물살에 휩쓸리지만 않으면 되겠지. 그녀는 검을 일시적으로 늘어뜨려 채찍으로 변모시켰다. 무기를 정면에 휘둘러 소용돌이를 그대로 돌파하면서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잔여체력 2500)
비명은 없다. 분명 전신이 고통에 휩싸였으나. 그것은 너무나 멀고도 아득한 감각이었다.
레레시아의 맑은 금빛 눈동자가 레인을 똑바로 향하였다. 그 시선 뒤로 독액을 끈적하게 두른 채찍이 휘둘러지며 레인의 목을 휘감고 부식시키려들었다.
세븐스와 비능력자는 결국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어 있다. 서로 이해할 수 없어 파멸을 향해 달려갈 거라고…….
아, 통렬한 진실이다. 그는 상황도 잊고 순간 실웃음을 짓고 말았다.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길을 잃은 것처럼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모르게 된다. 돌고 도는 의미 없는 분란과 증오의 굴레로부터 과연 무언갈 찾아낼 수나 있을지, 처음부터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지긋한 후회가 들어 온다. 하지만 그렇기에 걷게 되는 길이 있는 법이다.
"반복되어 온 파멸과 증오라 할지라도, 지금껏 걸어온 길에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찾아야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입 근처에서 속삭이며 맴돌았다. 정신을 집중하여 레인에게 근접해 손목 장치를 노리고 검을 찌르려 했다. 찌르는 데 성공한다면 검날을 통해 예기를 흘려 마구 헤집으려 했을 테고. 자신의 능력이 빼앗기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되겠다는 감상이 들었지만 강행할 수밖에 없다. 카피에 성공하게 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지금은 전투에 임하는 데만 집중하고자 한다.
<레인 조> 이스마엘은 물론이고 레레시아 역시 타이달 웨이브에 흽쓸렸으나 다행히 물에 잠기진 않고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이스마엘은 레인의 멱살을 잡았고 얼굴을 후려쳤다. 이내 얼굴이 싸대기를 맞은 것처럼 옆으로 돌아갔으나 레인은 이를 꽉 악물고 자신에게 찌르는 나이프의 감각을 느끼면서 그녀를 강하게 뿌리쳤다. 허나 이어 레레시아의 채찍이 레인의 목에 감겼고 독 기운이 레인을 습격했다. 목 부분을 감싸고 있는 무장이 부식되었고 그 때문에 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편 그녀의 어깨의 부스터의 불이 다시 돌아왔다. 일단 목의 장갑이 부식되어 부서지면서 채찍이 느슨해졌고 그 틈을 이용해 레인은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편 츠쿠시가 레인의 손목 장치를 노리고 검을 찌르긴 했으나 손목 장치는 아주 가볍게 츠쿠시의 공격을 튕겨냈다. 이어 씨익 웃으면서 레인은 그 상태로 츠쿠시의 몸을 잡고 손목 장치를 그녀의 몸에 겨냥했다.
"의미 따위 없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그것을 뿌리뽑기 위해서 어느 한 쪽은 멸해야만 해. 알겠어?"
이내 손목장치의 빛이 츠쿠시의 몸을 비추고 스캔을 시도했다. 이대로 가면 아마 스캔이 100% 일어나지 않을까?
*카운터 판정. 스캔 시작. 다이스를 1~3으로 2번 돌려서 한 번이라도 3이 나오면 뿌리치기 가능. 허나 뿌리치지 못할 시 레인의 페턴에 만상일도 추가. 뿌리치기 성공시 반격 가능. *다른 이들은 별개로 공격 가능. 단 공격을 포기하고 마찬가지로 다이스를 1~3으로 1번 돌려서 3이 나오게 될 시 츠쿠시를 구출 가능.
<마을 조> 레이먼드가 열심히 교란하는 듯 했으나 안타깝게도 라이너스는 눈길을 주지 않고 그 총알을 몸으로 맞았다. 조금이라도 아파할법도 하지만 아파하지 않는 것이 그가 평범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내 선우의 소총이 라이너스를 노렸지만 라이너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뒤이어 쥬데카가 불길은 업은 체인을 이용해 라이너스의 다리를 노렸다. 다른 것에는 그 어떤 것도 꿈쩍 않던 라이너스였으나 '불꽃'을 보더니 순간 몸을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다리가 휘감겼고 잠시 고통스러운지 다리를 꿈틀거리면서 겨우 빠져나온 라이너스는 쥬데카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라이너스는 쥬데카를 잠시 바라보는 듯 하다 다리춤에 차고 있는 '섬광탄'을 하나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그것은 땅에 철퍼덕 떨어졌고 이내 강한 섬광을 내면서 주변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
허나 라이너스에게는 그 섬광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섬광탄 공격 - 회피 실패시 50%의 확률로 (다이스 1~2로 굴려서 1이 뜨면 무사하나 2가 뜨면 상태이상) 시력 저하 상태 발동. 이 상태이상에 걸리게 될 시 2턴간 명중률이 1/3로 떨어지게 된다. (명중 다이스 1~3을 굴려서 1이 뜨면 명중하나 2와 3이 뜨면 빗나감 처리)
그는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전투에 집중했다. 이 지점에서야 드디어 레인과 자신의 차이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츠쿠시는 이미 자신만의 대척점을 멸해 버린 자였다. 머물렀던 곳 모두가 쇠하고 망쳐져 돌아갈 자리 없기에, 그에 눈물지을 여력조차 없어 쉬지 않고 또다른 종착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순례가 될 테고, 조금이라도 흐려진다면 방황하게 될 먼 길을.
손목의 장치는 검을 튕겨내었다. 능력을 쓴 공격을 튕겨냈으니 내구성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중요한 장치라는 뜻이리라. 과연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현실로 닥쳐오려 한다. 츠쿠시는 자신에게 장치의 빛이 비춰지자 곧바로 레인에게 달려들어 자신을 겨눈 손을 쳐내 방향을 돌리려 한 후 그대로 손날을 세워 목을 찌르고자 했다. 덮쳐드는 손길에 날카로움이 서려 칼날처럼 벼린 채다.
목의 무장을 일부 부식시키는 것은 성공했으나 그로 인해 생긴 틈으로 레인은 빠져나갔다. 아쉽긴 하지만 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 당장의 수확이었다. 그리고 다운되었던 부스터에 다시 불이 들어온 것도 확인했다. 일희일비인가.
레인이 츠쿠시에게 근접한 것을 보고 이대로 버스트를 다시 쓸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에 써야 할 순간이 생긴다면? 스페셜 스킬은 가급적 꺼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열화판이라고는 하나 그녀의 것을 카피해간다면. 그걸로 오늘 같은 일을 또 일으킨다면.
그래. 그러기 전에 오늘 이 자리에서 없애도록 하자.
아마 불가능할 다짐을 하면서 발치에 독액을 그야말로 둑 터진 것처럼 쏟아낸다. 일정한 형태 없이 출렁이는 독액에 검을 던져넣고 손짓하자 십수개의 사슬들이 독액을 두르고 레일에게 뻗친다. 사슬의 용도는 레인의 몸을 구속시키기 위한 용도. 가급적 레인의 손목 장치에 닿지 않도록 사슬로 감싸 구속하고서 사슬 위를 달려 그녀가 직접 레인에게 뛰어든다.
이스마엘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이 드러난 레인의 목으로 향한다. 그러나 주먹이 아닌, 뾰족하게 날세운 손의 장갑에 스치기만 해도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만큼 강한 독성을 가진 독을 바른 공격이었다.
이스마엘의 주먹은 제법 강한 편이다. 본인의 기초적인 체력이 뒷받침되는 점도 있으나 헬무트와 슬럼의 지분도 없잖아 있다. 헬무트는 이스마엘에게 기초적인 호신술을 알려주었고, 슬럼에서는 길거리 싸움을 위주로 배웠기 때문인지 유달리 어딜 맞아야 어디가 기분이 나쁘고 아픈지를 잘 알고 있다. 옆으로 돌아간 얼굴도 그렇다. 내일이면 붓겠지. 뿌리칠 적 안와골절이 아닌 것에 감사히 여기라는 듯 이스마엘이 노이즈 너머로 눈을 흘겼으나 레인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순간이다. 목이 드러났음을 이스마엘은 확실하게 보았고, 이어지는 공격이 목이 될 것임을 짐작했다. 보고 막겠지. 그렇다면 단 하나다. 이스마엘은 다시금 염력으로 거리를 좁히며 땅을 거세게 굴렀다. 그리고 흙이 솟구쳤다. 흩뿌려진 흙은 눈을 노렸고, 이스마엘은 동시에 남은 돌덩이로 손목의 장치를 노려보았다.
총탄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무장도 무장이거니와 총상에 대한 내성이 강한 걸까. 그런 라이너스가 움찔하는 찰나를 너는 놓치지 않았다. 감각이 곤두선 네가 놓칠 이유가 없잖은가.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길 다짐한 너는 다리를 지졌던 체인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라이너스를 보던 너는 허리춤에서부터 던져진 것에 시선을 돌렸다.
"섬광탄!!!"
플래시밤, 너는 섬광탄을 인식하자마자 크게 소리치며 눈을 질끈 감고 양쪽 귀를 막았다. 폭음은 네 손으로 한 겹, 장갑으로 한 겹, 바이저 마스크로 한 겹, 총 세 겹의 층을 완전히 뚫지 못하고 그저 먹먹하게 퍼졌다. 빛은 애초에 바이저를 뚫지 못한 듯했다. 질끈 감았던 덕에 무사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너는 폭음이 들리자마자 바로 눈을 떴다. 시야가 온통 하얗게 변하는 것은 터지는 빛을 마주했기 때문이니, 빛의 속도를 생각하면 터지는 소리 이후에 남아 있는 섬광 따위는 없을 터. 너는 다시 한 번 바닥과 마찰해 불길을 입은 체인을 휘둘렀다. 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불을 휘감은 체인은 다시 한 번, 라이너스의 다리를 노렸다. 이번엔 쉽게 놔주지 않겠다.
체인을 따라 전해지는 열에 너는 이를 악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한 통증이 작열하는 듯한 통증이라던가. 죽어버린 시체를 전기 자극으로 되살린 개체도 작열통에는 내성이 없는 걸까? 네가 붙잡은 게 제발 옳은 실마리이기를 바라며 너는 만약 다리를 휘감는 데 성공한다면.
"잡아 찢어도 괜찮겠지, 그러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테니까."
엔진 구동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체인의 날카로운 돌기가 세워지고 진동하여 붙잡은 자리를 찢어내려고까지 시도했을 터다.
품에서 당신의 맥이 뛰는 걸 느꼈다. 움직이지 않아 영원불멸로 남은 과거와 달리 당신은 맥이 뛰고, 숨을 쉰다. 숨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느릿하게 뱉어내면서도 속으로 곱씹을 때, 밀쳐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잠시 고민해 봤다. 차라리 밀쳐내지, 밀쳐내지 않아 다행이다, 밀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당신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니, 차라리 읽지 못하는 것이 나았을까. 괜한 기대를 품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납득하고,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만 해댈지 모르니까. 잔인한 사람. 그렇게 결론짓기로 했다. 모르기 때문에 제일 잔인한 사람. 이내 당신을 놓아주는 팔에 못내 아쉬움이 담기지 않도록, 복잡한 속내를 들키지 않게끔, 떨어지는 품이 지나치게 느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건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속내를 꿰뚫을 수 없는 눈을 마주했다. 당신의 눈은 혼탁하고 온통 새까맣다. 마주해도 정작 눈의 주인의 속내가 어떤지는 볼 수 없고,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한 인간이 가진 밑바닥을 살피게끔 하는 늪과 같다. 어떤 것을 비추더라도 지나치게 선명한 빛에 타인을 삼키고자 하는 자신과는 대비된다. 당신과도 퍽 잘 어울리는 눈이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쳤다. 당신은 누군가를 깨닫게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모습에 불편해야 하며 꺼림칙해야 할 것인데도 되레 정 반대의 감상이 생기고 만다. 당신은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질문했던 것 같다. 내가 마주한 내 감정을 당신 또한 보고 있는지에 대해, 마지막으로 확신을 한 번이라도 얻어보고자 해서. "……그렇구나." 눈을 마주하고 담담히 대답을 기다렸고, 채근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뒤로 당신이 답했을 적, 마침내 답한 목소리는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목을 조르듯 괴롭게 뱉던 것도 아니고, 해탈한 것도 아니며,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본디 한차례 격한 감정이 지나가면 남은 것은 고요함이 아니던가.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자유로우며, 상냥하다. 바람은 케르스트너에게 친절하단다. 과거에 스쳤던 목소리가 불안전하게 흘러오는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것만 같다. 케르스트너가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도 친절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하기에 달린 일이겠지요. 아니면 이미 그렇게 됐을까. 자신에게 오는 바람이 막혔다지만 당신을 향해서도 불었으니. "정말?" 미련이 없을 리 없다며 눈 감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 달빛을 역광으로 받는 당신을 마주하자니 언젠가 봤던 풍경도 금세 바래져가는 느낌이다. 잔인한 세상이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울 수밖에 없을 것이며, 괴로울 수밖에 없다. 당신의 부정에 이스마엘은 귀를 기울였다. 해줄 수 있는 걸 알 수 없었을까,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을까. 숨 삼키는 소리요 확답을 뒤로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달이 밝다. 지나치게 밝아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 같다. 숨죽여서 지켜보지만 결국 숨을 수 없는 주제에. "그래, 그거면 됐어. 응. 신경 쓰지 않아." 누그러진 눈으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 내뱉은 말은 잔인했을까, 아니면 지나치게 단조로울까, 무관심한 것 같이 보일까. 그렇게 보이면 어쩌나 싶던 고민도 잠시 접어둔다.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이 뒤로 물러나게 한 만큼 다가가 팔을 뻗었다. "쥬데카."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당신이 불러달라던 애칭인 리오도, 성인 뷔시카리오도 아닌 당신의 온전한 이름을. 품에 안아보려 했다. 그림자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가락 한 뼘만 공중에 떠서 뒤로 천천히 물러나려 했다. 숨을 수 없는 건 나도 피차 마찬가지였구나. "당신은…… 책무를 다했어. 당신이 미련을 가져주는 것으로 이미 원하는 대로 해줬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것만으로도 차고도 넘친다. 눈을 내리 깐다. 그래. 지금은 단지 이거면 충분했다. "괜찮아, 전부 막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스마엘은 고개를 파묻으며 천천히, 느릿하게 숨을 뱉듯 속삭였다. "앞으로도 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말아 달라 하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일까." 현재부터 시작해 불투명한 미래까지. 이내 눈을 감았다. 달이 너무 밝아서 숨을 수가 없었으니.
다른 이들이 그렇게 총을 쏘았음에도 상대는 아무렇지 않은듯했다. 어떻게 원거리는 상대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근접전 밖에 답이 없는지. 고민하던 때, 상대가 반응을 보이고 무언가를 집어던진다. 섬광탄이라는 말에 급히 물러나며 팔을 들어 눈을 가린다. 폭음과 섬광이 가시면 정신을 차리려는 듯 신디는 고개를 흔든다.
"성가시네 정말."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고서 무장을 전개한다. 메서와 같은 제 보검을 쥐고서, 라이너스 뒤쪽으로 이어지는 포탈을 만들어 통과한 후 그의 오른팔을 베어버리려 시도한다.
첫 스토리의 소감은... 음. 이런 형식의 진행이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보검이나 무장에 관해서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전투를 하려다 보니 지문을 쓸 때 어떻게 할지, 또 이래도 괜찮을지 몰라서 막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 레스 보면서 눈치껏 적긴 했는데 @,@... 아직 적응기가 조금 필요할 거 같아요.
소감 뽀짝해... 귀여워...... 무장은 반드시 갑옷 형태일 필요는 없어~ 당장에 레이버도 인외가 되어버리는걸...(인어꼬리 봄) 일단은 지문은 완결형 빼고는 어지간하면 다 판정해주니까 질러버리자구~ 적응 금세 할 테니까 너무 부담갖지 않기! >:3 스토리 따라와줘서 기쁘다~!!! 앞으로 엔딩까지 같이 열심히 달리자구~~!!!
제 0 특수부대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전투를 하는 동안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신병기 블랙 스케빈저 중 한대와 맞서고 있었다. 다른 두 대도 막았으면 좋겠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고작 한 대의 발을 잡아두는 것이 고작이었다. 완전 자율형 AI가 붙어있는 블랙 스케빈저는 그야말로 거침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아스텔은 물론이고 에스티아도 좀처럼 접근을 할 수 없었다. 이내 하늘에 떠 있는 아스텔을 향해서 스케빈저의 머리 카메라가 향했다. 뒤이어 두 팔에 달려있는 레일건에 에너지가 모였고 강한 전류가 마치 검처럼 형태를 이뤘고 스케빈저는 그 검을 아스텔을 향해 휘둘렀다.
"....!" "아스텔!"
이어 에스티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드론을 3기 꺼낸 후에 일제히 띄웠다. 드론 3대에 모두 붙어있는 기관총을 작동시켰고 이내 수많은 총알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야말로 벌집을 만들 기세로 기관총의 발사를 명했으나 스케빈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의 카메라를 에스티아에게 향했다. 붉은색 안광이 카메라에 번쩍였고 스케빈저에게 있는 미사일 포대에서 미사일이 연쇄적으로 하늘로 솟구쳤고 머지 않아 추락하듯이 에스티아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에스티아의 몸을 옆으로 밀었고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에스티아는 미사일에 맞지 않고 피할 수 있었다. 연쇄적인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섰고 검은색 연기가 그대로 스케빈저를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서 연기 속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 "....읏."
허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색 연기 뒤로 보이는 것은 블랙 스케빈저의 붉은 안광이었다. 분명히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장갑에 전혀 상처 하나 없이 블랙 스케빈저는 멀쩡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스텔은 이를 꽉 악물었고 그대로 하늘 높게 상승기류를 이용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그 검은 모든 것을 찢어가르는 바람의 숨결 -질풍으로 뭉쳐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며 -만물이여. 그대로 흽쓸려라.
"에어로 슬레이어!!"
아스텔의 스페셜 스킬. 에어로 슬레이어가 발동했다. 검에 모여있는 녹색 에너지 덩어리는 이내 날카로운 검기가 되어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풍압의 형태로 날아갔다. 주변의 공기를 흡수해서 더욱 강한 바람을 만들고, 그 바람으로 적의 움직임을 잡아놓고 그 상태에서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칼바람을 날리면서 적을 쓰러뜨리는 기술이었다. 어지간한 기계도 잘라버릴 수 있는 기술인만큼 아스텔의 비장의 수였다. 아스텔이 사용한 에어로 슬레이어는 그 크기를 더욱 크게 늘렸고 듣기만 해도 살이 베여나갈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를 풍기며 강력한 풍압을 일으켰다. 거리를 뛰운 에스티아조차도 자세를 낮춰 풍압과 바람을 피하려고 할 정도였다. 이내 에어로 슬레이어가 블랙 스케빈저에게 명중했고 그대로 스케빈저를 밀어내는듯 했다. 하지만 머리에 달려있는 레이저 발사장치에 붉은색 에너지가 모였다. 그리고 이내 그 에너지 덩어리는 '에어로 슬레이어'를 가볍게 흡수했고 아스텔의 비장의 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뭣?!"
이내 아스텔을 향해서 머리에 달려있는 레이저 발사장치에서 녹색 에너지가 발사되었다. 그 힘은 그야말로 방금 아스텔이 사용했던 스페셜 스킬의 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것을 빠르게 눈치채며 아스텔은 공기를 이용해 빠르게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녹색 레이저는 그런 아스텔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추적했다. 고개를 돌리면서 레이저를 검처럼 휘둘렀고 그 움직임은 보통 빠른 것이 아니었다. 이내 아스텔의 어깨에 명중했고 아스텔은 비명을 지르면서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했다.
허나 에스티아가 아스텔을 손으로 가리켰고 드론 세 대는 일제히 아스텔에게 날아간 후, 아스텔의 주변으로 에너지 장막을 쳐서 그를 무사히 착지시켰다. 이어 드론은 다시 아스텔에게서 떨어졌고 자연히 에너지 장막도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에스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어깨에 공격당하지 않았어?" "이 정도는 괜찮아. 아직 싸울 수 있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만 해. 어떻게든."
바로 눈앞에서 자신의 스페셜 스킬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가 섞인 레이저를 검처럼 휘두르는 그 괴이한 공격을 떠올리며 아스텔은 작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 탓이었다. 그리고 그건 에스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쨌건 저것도 기계이니까 자신이 접촉만 할 수 있다면 정지를 시킬 수 있겠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무리는 안돼! 아스텔! 너 다치면...정말로 슬퍼할 사람이 셋이나 있는 거 알지?!" "셋?" "응. 셋."
얄궂게 웃으면서 에스티아는 손가락으로 숫자 삼을 나타냈다. 이어 그녀는 아스텔을 바라보면서 한가지 부탁을 했다.
"아스텔이 부탁해서 그 팔찌를 만들어줬으니까 이번에는 내 소원도 들어줘. 이대로 날 위로 띄워서 저 스케빈저라는 이의 머리에 떨어뜨려줘."
"...뭐? ...아니. 안돼. 위험해."
"해야 해. 그곳에 접근만 할 수 있다면 내 세븐스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야. 내 세븐스는 기기를 조종하는데 특화된 세븐스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닿으면 돼."
"......"
"아스텔!!"
"...알았어. 하지만 너도 무리는 하지 마."
"무리 안할거거든? 우리 아스텔에게 물어봐야 할 거 되게 많거든? 나! 최근에 3번째 슬퍼할 사람에 대해서라던가!"
"......"
부정은 하지 않으면서 아스텔은 한숨을 내쉰 후에 블랙 스케빈저를 바라봤다. 아스텔과 에스티아 두 사람을 없애버리기 위해서 다가옴에 따라 땅이 약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거인이 앞에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 아스텔은 에스티아에게 조용히 말했다. 상당히 긴장했는지 그의 목젖이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알겠지?"
"알겠어! 그럼 셋 세고 시작하자. 너무 시간을 끌어도 안 좋잖아. 이거."
"...그건 그렇지."
"그럼 나부터 셀게. 셋."
"....둘."
"하나!"
마지막 숫자가 나오자마자 아스텔은 에스티아를 상승 기류로 띄웠다. 단번에 높게 높게 그녀의 몸을 띄운 후, 아스텔 역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목표는 블랙 스케빈저. 마치 괴물같은 살인병기였다. 성공이냐. 실패냐. 그것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충 이런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아직 이쪽도 결판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독백 내용은 여기까지만! 이어 저는 자러 가볼게요!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465 일단 지금은 파워업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 더 강화가 된 상태랍니다. 물론 아직 원본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요.
2번째와 3번째는 제대로 이해하셨어요!
다만 4번째와 5번째는 필수는 아니에요! 그냥 디자인은 자유롭게 설정하셔도 괜찮답니다. 능력과 조합해서 써도 괜찮지만 꼭 능력과 연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아스텔도 보검을 해방한 후에 무장을 장착하면 어깨에 레이저 발사 장치가 있고 그렇답니다. 그냥 해방 후의 변신 디자인은 자유롭게 정해주세요!
그리고 6번째도 제대로 이해하셨어요! 굳이 무장을 하고 싶지 않다면 세븐스만 강화시킬 수도 있지요!!
이스마엘의 오늘 풀 해시는 꿈_속에서_어린_자신이_울고_있다면_자캐는 "오늘은 아빠가 오지 않는 날이구나. 그렇지?" 라면서 끌어안아주지 않을까.. 이스마엘이 어릴 때 우는 일이 있더라면 아버지가 급히 긴급 인력 충당을 위해 투입되어서 홀로 잠드는 날일 테니까. 빛 한점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으니까 잠들 때까지 안아서 다독여줄 것 같아. 눈을 감고 뜨면 해가 떠있을 거라면서. 자장가도 불러주지 않을까.
자캐의_카톡_프사일만한_사진을_올려보자 적어도 셀카일 확률은 0에 가깝지... 굳이 카톡 프사로 해둘 걸 찾는다면... 기본 프사나 이틀 전에 마셨던 에스프레소 사진 아닐까....
자캐의_잠꼬대는 "……으응. 아빠가.. 늦어.." 이거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아니야.. 내가 죽이지 않았어.." 이거 둘 중 하나였는데..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된 잠꼬대라면 "제발 아무도 떠나지 마.." 가 있지? 가~~끔 "초콜릿.." 같은 의미불명 잠꼬대도 나?오긴?함
1.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짓을 하면?」 "그 부정적인 짓의 범주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은 한번은 묵인합니다. 단 한번은. 목숨에 지장이 가는 건 세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이행하겠지만 다른 건 견딜 수 있으니까요."
이스마엘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총은 없고 총알만 하나 남아있다.
"그리고 한번의 묵인이 지나면 제 방식대로 해결합니다."
2.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단어는 주로 어떤 것?」 당신은 검색 기록에서 가장 먼저 사회, 수학, 공학적 강의, 수면 asmr이나 각종 음악 플레이리스트 검색 단어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 그러니까.. 대다수 교육에 관한 겁니다. 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너무 진부한가요? 음..."
3.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이루어졌지요." "앞으로도 이루어질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두려움이 아니라면, 하나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스스로의 이상향을 부정할 때가 있지만 아직 놓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제 스스로 이상향을 놓는 일이고, 이 이상향을 놓는다면 이루어질 일은 하나입니다. 피로 얼룩진 역사를 다시 세우고 그 위에 올라서 당신을 내려다 보며 스스로의 추락을 고대하는 것," "저는 이 정도로 대답하고 넘어가지만 남에게도 이야기할 것이라면 재고하시길 바랍니다. 질문이라 한들 생각이 난다 하여 바로 뱉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470 뽀들뽀들 츸시 귀엽지만 슬프게 웃어준다니 이거 진짜 슬프잖아... 그치 과거엔 본인이 뜻을 바꾸지 못하지... 츸시도 이타적인 면모가 있구나.. 그래서 이 이타적인 면모가 본능인가요 과거 때문에 기인된 건가요?(마이크 들이밀기) 소중한 것.. 사진들과 카드.. 제향..(메모) 어떤 과거가 있을까 츸시는... 으악 으아악 츸시야 죄를 저질렀다 해도 같이 혁명하자.. ;-; 아이에게도 곤란하다는 거 너무 상냥한데 체념한 느낌도 드는 말투라서 맴이 찢어진다.... 어색하게 웃는다 해도.. 이미 빛이 나는데.. 눈물도 같이 남.. 츸시야 우리.. 행복하자......
네 대답은 옳은 답이었을까. 옳은 답 같은 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바라게 됐다. 제발 틀리지 않았으면 하고 너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설령 틀렸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서도. 당신의 답은 감정의 굴곡 같은 게 실려있지 않았다. 전부 쏟아낸 뒤였기 때문일까 잠잠해진 목소리를 들으며 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정말로."
물음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확신이 필요한 거였구나, 당신이 쏟아낸 것... 네가 드러낼 것 전부, 네가 이야기했듯 뚜렷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기를 바란 거구나. 너는 그렇기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진심이라고. 고갤 돌려 달을 바라보는 당신을 따라 너도 고갤 살짝 돌렸다. 달을 완전히 등진 너는 달을 보지는 못했다. 그저 선명하게 방 안을 비추며 그림자를 내는 달빛만을 눈에 담을 뿐. 그거면 됐다는 말과 함께 당신은 네 이름을 불렀다. 이름과 함께 그 품에 안으려는 몸짓을 보고도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당신은 너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떠올라 그림자에서 벗어나며, 너는 아래로 향하건 시선을 올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번엔 네가 묻는다. 물론 진심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기에 그저 형식적인 확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음을 던진 너는, 고갤 파묻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그울인다. 그리 길지는 않은 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이는 게 느껴진다.
"버리지 않아, 절대로."
모든 것을 버리지 않으려는 너야말로 너무 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너는 천천히 양 팔을 들어올렸다. 벌써 몇 번이고 진심이라고, 정말이라고 말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양 팔이 당신을 감싼다. 부드럽게, 그러나 힘주어 끌어안은 네가 속삭였다. 당신이 눈을 감았다는 건 알 수 없었지만 너 역시도 눈을 감을 뿐이었다. 당신 뒤로 드리운 캄캄한 방 안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당신이 머물 장소가 아니었으니까. 떠나와야 할 둥지였으니까.
여기서부턴 감상문(?) >>470 17살의 츠쿠시는 ㄱ얼마나 귀여웠을까 싶은 그런... 지금의 여러모로 의지할 만한 사람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요, 저 신뢰감 가는 말투랑 목소리랑() 내 사수가 츠쿠시였으면 좋겠다 싶고? 딱딱하긴 해도 이렇게 좋은 선임 흔하지 않은데 말이죠... 의외로 또 웃는 것 자체는 평범해서 놀랍기도 하고, 멀쩡히 웃을 수 있는데 웃을 일이 잘 안 생겨서 그런걸까...
>>479 시작부터 우는 이셔...8ㅁ8 미안해...볼수록 쌍방이라지만 쥬만 혼나는 게 맞는 거 같아... 프사가 커피인 건 커피 마시며 허공을 노려보는 게 취미인 사람이 가질 완벽함이라고 생각해요(?) 싫어하는 사람이 부정적인 짓을 하면 한번 정도는 봐주는군요...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총알만 있는건...총 따위 없어도 이셔는 총알을 쏠 수 있겠죠...? 무서워...! 이셔 학구열 뛰어난 것도 그렇고 열심이라는 게 느껴져요, 스무살이긴 하지만 귀여운 게 그거 때문인가(?) 마지막은 일식이랑 정오의 태양이 모두 드러난 모습이라 좋네요. 이상향이 이상향임을 완벽히 이해한 것 같고.
어쩌면 이런 상황을 기대했던 걸지도 모른다. 기대하지 않았노라 스스로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표현하지 않기를, 미련이 있다 답해주길 간절히 품었다. 그렇지만 막연히 기대했던 것을 현실로 바로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바람결에 실려 돌아온 확답이 처음엔 믿기지 않아 되묻고 말았다. 이내 다시금, 망설임 없이 확답을 주었을 때, 이스마엘은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응, 정말. 차고도 넘치는걸."
그렇기에 형식적인 확인이라 한들 이스마엘 또한 확답을 줬다. 당신이 내게 답했듯 나 또한 진심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에 당신이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된다고. 마주 안는 온기가 선명하게 닿았다. 부드럽고도 단단하다. 마치 어릴 적 어둠 속에서 불안에 떨 때마다, 이따금 하늘에 떠 자신을 지켜보며 잠 이루게 돕던 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눈으로 보면 작은데 막상 그 존재만큼은 방 전체를 비춰 한없이 커다란. 당신은 그런 달 같은 존재였다.
"약속한 거야. 나도 약속할 테니까."
고마워. 뱉은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미련을 놓지 않을 것이다. 알을 깨고 나오기가 무섭게 이런 속내마저 숨을 죽이고 모조리 지켜보고 있을 달이 부끄러워 눈을 감았을 적, 다시금 바람이 불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듯. 비록 한날한시에 같이 죽을 수 없는, 언제 죽을지 모를 불확실한 운명을 짊어졌으나 이젠 그 불확실한 미래마저 기댈 수 있지 않냐는 듯.
"Ich liebe Sie."
지금 당장은 알아듣지 못했으면 좋겠고, 오로지 하늘에 뜬 달만이 내 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스마엘은 그리 생각하며 뺨을 느릿하게 비비고, 속삭이듯 입술을 달싹였다. 이내 홀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곳이 이젠 그리운 추억이자 폐허에 불과한 곳이라고 알려주듯, 바람결에 다 헤진 리넨 커튼이 넘실거려 불투명한 그림자를 자아냈다. …한때 이 폐허는 언젠가는 도망치듯 떠나야 할 둥지임을 알려주었던 적이 있다. 피비린내에 점철되었고, 끝내 살아가던 숨은 꺼져 품에서 늘어졌다. 그 사실이 두려워 도망쳤고, 도망친 세상을 마주해 겁에 질려 다시금 돌아오게 됐다. 그리고 다시 떠나려 하지만 이젠 피비린내에 점철되지도, 누군가의 숨이 꺼지지도 않았다. 단지 당신의 온기만이 선명하다. 그 점이 크나큰 위안으로 다가오고 다시금 희망을 품게 했다.
"……혼자 의무실로 가는 건, 무서워."
떠날 시간임을 깨달았다. 새로운 집으로 돌아갈 때임을 익히 알았다. 때문에 마지막으로 작게 투정을 부렸다.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에 감정이 실리기엔 여력이 아직 없으나 어조는 어린아이 홀로 잠 못든다 고백하는 것과도 같다. 나이에 맞는 어린 행동을 했음을 본인도 아는 건지 차마 파묻은 고개를 떼지 못했다.
확신에는 확신으로. 당신은 네 확인에 선뜻 대답해 줬다. 차고 넘친다는 말로, 온기가 담긴 목소리와 포옹으로 당신은 확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항상 너는 무엇인가 생각해 왔다. 인간이라는 종의 범주가 아니라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 스스로 표현될 수 있는 인간이었을까? 아니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라기엔 너는 너무 어두컴컴했다. 탁했으며,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보잘것 없이 살아가는 존재.
"약속할게."
말을 부연하지는 않는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너는 각오를 다졌고 입 밖으로 냈다.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평생에 걸쳐 네게 지워질 무게임을 알면서도 냈으니 이제는 책임져야 할 때다. 문득 어두운 하늘 홀로 광채를 흩뿌리는 달을 떠올린다. 그러나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 태양이 없는 자리에서, 태양을 닮기를 원해서였는지. 아니면 항상 태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그 역할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태양이 있었기에 비로소 달은 빛을 낸다. 태양이 없다면 그저 칙칙한 위성에 불과한 달. 느릿하게 부벼지는 뺨, 이어지는 속삭임에 너는 눈을 천천히 떴다. 다시 캄캄한 방 안이 보였다. 그러나 너와 당신의 그림자가 겹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깜깜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달빛을 받아 조금씩 그 내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텅 빈 폐허. 아무도 돌아올 이유가 없는 장소. 폐허에 어울리는 사람 같은 건 없어.
"그럼, 같이 갈까."
투정 같은 목소리에 너는 안은 팔의 끝, 손을 가볍게 움직여 당신의 등을 토닥였다. 어린아이 달래듯. 그러나 당신이 마냥 어린아이가 아닌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결국 또 물었다. 그래도 조금은 부드럽게, 모든 걸 전부 이야기하는 걸 강요하는 대신 네가 먼저 이야기를 건넨다. 질문의 모습을 빌렸지만 사실은 당신의 투정으로 포장된 소망에 응하겠다는 말이었으니. 너는 그 이상 말을 꺼내는 대신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가 천천히 뺐다. 바짝 붙어 느껴지는 맥박과 숨소리, 마치 당신이 했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그러나 무안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너는 그렇게 조용했다. 파묻은 머리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기 전까지는.
"Luna debet esse cum sole."
짙은 청록색의 머리칼과 대비되어 달빛을 받아 반작이는 흰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하다.
저 아까운 장비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전투를 해서인지 아니면 놈의 체력이 원래 이렇게 튼튼한지 놈은 적어도 수십발의 총알을 맞았음에도 조금도 아파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이미 죽은 이를 이렇게 강하게 되살려 자신의 꼭두각시로 쓰다니..만약 그가 악인이 아니었다면, 에델바이스나 다른 레지스탕스 소속 병사였다면, 가디언즈는 보다 손쉽게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체는 널린 것이 시체일 것이고 한때 레이버도 제압하였던 그들이 라이너스 한명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꽃?"
불꽃이다. 놈은 분명 불을 보고 움츠려들었다. 그렇다면 총보단 폭탄같은 불과 열을 내는 공격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뜻이겠지.
놈이 섬광탄을 던지자 아공간 속으로 몸을 숨겨 공격을 피하고는 고기 구울 때 사용했던 부탄가스를 꺼내들었다. 아공간 밖으로 나오면서 부탄가스를 라이너스에게 던지고 총으로 쏴 폭발시키려고 했다. 목표는 녀석의 눈이었다.
명확히 와닿는 현실이 두렵지 않느냐면 여전히 두렵다. 언젠가 시련은 다시, 기회를 노리다 불시에, 짐승이 달려들듯 들이닥칠 것이다. 그것이 잔인한 현실이니까. 날선 엄니를 드러내며 목을 물어내 밑바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몇 번이고 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이상향을 놓는 비참한 말로를 걷게끔 손을 뻗어 움켜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 덕분이다. 혹은 당신 때문이다. 어떻게 표현하든 무엇이 중요할까. 순식간에 바뀔 흐름에 붙잡을 것이 생겼는데. 이스마엘은 파묻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야기하기엔 끝도 없이 반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잃는 것을 응당 두려워해야 하는데, 새로운 약점을 새겼음에도 딱히 두렵지 않다. 어디서 나온 확신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랬다. 무너지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만큼 두려운 것이 없다고.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눈을 느릿느릿 감았다 뜬다. 아이 달래듯 어르는 것 같지만 건네는 이야기는 어르는 것도 아니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 제안에 가까워 한결 마음이 놓인다.
"응. 같이 가줘."
힘을 주었다 천천히 풀어주는 팔에서 당신의 맥이 뛰는 게 희미하게 느껴진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새근대는 숨소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막상 뱉긴 했지만 당신이 속삭이던 것을 몰랐으면 하던 탓은 수줍은 마음도 있지만 충동적으로 속삭였던 말을 마주했을 때의 부끄러움을 감당하기엔 어린 나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속삭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
이스마엘은 파묻었던 고개를, 몸을 흠칫 떨었다. 폐허에서 신분이 말소되어 살았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각종 인터넷과 발전된 세상을 스스로 파헤쳤기에 시작과 끝을 알리는 단어의 뜻은 얼추 알고 있고, 당신이 그 단어를 포함한 문장을 뱉어낸 이유도 자신이 모국어로 뱉어낸 상황을 빗대보자면 무슨 의도로 썼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다정한 손길에도 차마 고개를 떼지 못하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려다 입을 앙다문다. 맥이 박차를 가하며 뛰었다. 아, 젠장, 난 몰라. 귀가 먹먹하고 시야가 핑 도는 느낌에 결심하듯 안았던 팔에 힘이 풀렸다. 손이 천천히 어깨 위로 올라가더니, 양 어깨를 아프지 않게 붙잡았을 적 천천히 고개를 뗐다. 그리고 황급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달빛에 영향을 받아 환하게 물든 흰 머리카락과 달리 영향을 잘 받지 못하던 짙은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붉게 달아오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집에서 외식을 하자는 결론이 나와서.. 갔다와야할 것 같네요. 흑흑. 아마 빨리 와도 저녁 8시는 훌쩍 넘을 것 같은지라.. 하지만 다음주에 또 개인이벤트도 있고 그런 판국이니.. 일단 스토리는 저녁 8시 이후로 할게요. 이렇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 드리고.. 일단 갔다온 후에 진행을 바로 시작할게요!! 다들 맛저하시고 그때까지 보스전 상담이나 그런거..네. 잘 부탁드리고..(석고대죄)
그리고 미리 이것만 말하자면 이스마엘은 카운퍼 판정으로 능력 흡수 들어가니까 그 점은 네. (시선회피) 아무튼 다녀올게요!! 다시 한 번 기다려주신 모두에게 사과드려요!
같이 가달라는 대답을 듣고 고갤 끄덕인다. 이걸로 됐다. 지금 당장이라고 해야 할까... 할 일은 정해진 셈이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네 속삭임을 당신이 알아들었는지가 신경쓰일까. 아마 들리긴 했을 터다.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속삭임을 너는 놓치는 법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네 속삭임은 생각보다 더 작은 편이었으니까. 평소의 네 목소리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그 정도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더라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 흠칫 떠는 느낌을 보면 아마 들은 것 같다. 대답 대신 침묵과 함께 느껴지는 맥박은 조금 더 강해졌고, 너를 안고 있던 양 팔의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손은 너를 안는 대신 어깨를 붙잡았고, 그제야 바짝 붙어 파묻었던 얼굴이 너와 거리를 뒀다. 시선을 돌렸지만 그 찰나를 전부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네가 애초부터 눈을 뜬 채 당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짙은 빛의 피부였으나 분명히 달아오른 것이 느껴지는 얼굴을 생각하다가 얼버무리는 듯한 말을 듣는다.
"...그럴까, 너무 오래 있었을지도."
말하던 와중 혀를 깨물어 살짝 일그러지는 당신의 표정에 너는 살짝 미소지으며 네 어깨에 얹혀 있던 손을 감싸쥐었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돌아간 뒤에 생길 일에 대해 걱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과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가도 당신의 손목이 덧난 것 같다는 말을 떠올리며 다시금 당신의 손목으로 시선을 내렸다. 아무렴 어때.
"의무실부터 가자, 같이 가줄 테니까."
어째서인지 지금만큼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 앞에 당신이 있고, 당신의 숨소리가 들리고, 온기가 느껴지는 건 여전했지만 단 하나, 계속해서 널 잔인한 인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는 비겁자로 만들었던 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안정감일까, 어떤 위험도 없다는 그런... 오히려 그러한 감각이었을까. 머리로는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걱정은 뒤따르는 법이건만, 지금만큼은 그런 것 따위 없었다. 아마도 그건...
"고마워, 이스마엘."
돌아가자. 집으로. 포옹을 풀었던 네게, 이번엔 네가 양 팔을 벌렸다. 안겨온다면 그것뿐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네가 꼭 안아주리라. 그 뒤에는 아마 손 하나 정도 맞잡지 않을까. 여기까지 올라왔을 때와 같이.
레이 뭔가 중후한 4륜바이크 타는 거 생각하니까 굉장히 멋있는데요...? 가죽점퍼에 선구리 쓰고 부릉부릉 하는거 생각하면 피가 끓?는데 이거 혹시 아드레날린 러시 강제발동 된건가요? 세븐스 썼을 때 몸에서 증기 뿜어내는 것도 그렇고 살아있는 멋짐 그 자체... 연애 부분은... 언젠가 말해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넘어가겠어요! 지금은 말이죠...
>>586 토끼...느낌도 있긴 한 거 같은데..? 정확히 어떤 동물일까 생각해둔 건 없네요! 이참에 한번 다른 캐릭터들 연상되는 동물이나 한번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뜬금없긴 하지만?
>>594 빈티지가 멋인 이유는 그렇게 되기까지 견딘 고통이 담겨있기 때문... 아픔이 내재된 멋짐은 그 자체로 개연성을 지니죠. 음, 아주 멋져. 아까는 생각이 안 났는데 ATV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주나요
>>596 크아악 아드레날린!!(아님 롭이어라니까 더 그럴싸하네요(?) 뭔가 예민하긴 한데 비명을 지르는 건 진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고 그런... 끔찍한 상황일때만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토끼 맞는거 같기도 하고... 생각해봐도 어째 소동물 밖에 생각이 안 나니 일단 롭이어인걸로!
츠쿠시는 확실히 도배르만이랑 어울리는 것 같네요.. 늠름한 모습이 떠올라...랄까 동물인 캐릭터들이라면 도베르만 후임으로 토끼가 들어온 건데 좀 이?상한거 같?아요
오...설명을 들으니 레이는 치타가 맞는 듯! 전력질주 후에 보이는 모습까지 생각하면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것고 같네요.
가까이 있었기에 전부 들어버렸다. 사소한 억양부터 시작해서 문장의 흐름, 마침내 끝마치기 위해 어미에 붙는 숨까지. 선명하게 와닿은 만큼 반향은 컸다. 아마 당분간은 당신을 떠올리면 속삭였던 목소리가 같이 붙을 것 같다. 페이시가 지금은 말을 듣질 않아 다행이다. 만약 페이시의 자동 저장 기능이 켜졌더라면 이스마엘은 눈물을 머금고 칩셋을 초기화하는 만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맥박이 거세게 뛰는 걸 혹시라도 눈치챌까 황급히 거리를 뒀지만 들킨 것 같다. 불안함이 아닌 다른 감정에 자꾸만 말을 더듬게 되고 시선을 피하게 된다. 당신이 더 캐묻고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바람도 차니까, 서둘러 돌아가자."
어깨 위에 얹은 손을 감싸 쥐자 이스마엘은 겨우 눈을 굴렸다. 희미하지만 미소 어린 얼굴에 눈을 낮게 내리깔고 시선을 굴린다. 잇새로 입술 속의 연한 살을 꾹 짓누르며 수줍음 식혀보려 무진 노력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마주했다. 천천히 앞으로의 걱정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보고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구나. 로벨리아 상관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의무실 사람들에겐 또 어떻게 설명해야지. 할 일이 태산 같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렴 어떠하겠는가, 늘 그렇듯 미래의 자신이 알아서 하겠지.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 위에 얹은 손을 감싸 쥐자 이스마엘은 겨우 눈을 굴렸다. 희미하지만 미소 어린 얼굴에 눈을 낮게 내리깔고 시선을 굴린다. 잇새로 입술 속의 연한 살을 꾹 짓누르며 수줍음 식혀보려 무진 노력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마주했다. 천천히 앞으로의 걱정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보고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구나. 로벨리아 상관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의무실 사람들에겐 또 어떻게 설명해야지. 할 일이 태산 같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렴 어떠하겠는가, 늘 그렇듯 미래의 자신이 알아서 하겠지.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마워."
집으로. 분명 한없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생경하기 그지없는 단어다. 집이었던 폐허는 이제 털고 일어나야 할 과거에 불과하다는 듯 생경하다. 그렇지, 그곳이 내가 돌아가야 할 집이지. 당신이 양 팔을 벌릴 적 이스마엘은 이번엔 먼저 안아달라는 듯 가만히 팔을 벌려주곤, 당신을 가득히 안았다. 당신에게 느릿하게 속삭였다. "이셔, 헌터..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아." 당신은 리오라고 부르라 했으니 흔쾌히 제 애칭과 미들 네임을 알려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손잡고 폐허를 나가기 위해 몸 떠올렸을 적 봤던 마지막 풍경은. 이스마엘은 폐허 중앙에서 벽에서 떨어지고 군화에 짓밟힌 종이 한 장에 시선을 두다 고개를 돌렸다. 목탄으로 그렸던, 폐허에서 보던 타오르는 듯한 태양을 뒤로 등지고 달이 비치는 곳을 향해 걸었다.
// (기어이 막레 다 쓴 사람) 시작하기 전에 후다닥 올려버려야지.... 쥬주 고생 많았구 스진 이후에.. 오너가 등짝 갈기도록 하겠습니다.. 토깽이 다치는 것 같던데 등 딱대...😇
<레인 조> 자신을 스캔하는 것을 츠쿠시는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손날을 이용해서 목을 찌르는데 성공했고 그로 인해서 레인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보검의 영향 덕인지 관통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그만큼의 아픔은 느꼈는지 그녀는 켁켁. 숨을 내뱉었다. 뒤이어 레인의 어깨의 부스터에서 연기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허나 레레시아의 사슬이 레인의 몸을 구속했다. 뒤이어 강한 독성이 발려져있는 손의 날카로운 장갑이 레인의 목을 노렸고 정확하게 직격하는데 성공했다. 다시 한 번 켁켁 숨을 내뱉으나 보검의 영향인지 목이 부식하거나 관통되거나 하진 않았다. 더 나아가 독이 그 몸을 장악하진 않았고. 하지만 그 정도 고통의 데미지는 충분히 주어졌으리라. 아주 살짝 레인의 다리가 비틀거렸고 뒤이어 이스마엘의 공격으로 인해 레인의 시야가 가려졌다. 뒤이어 돌멩이가 날아와 그녀의 손목에 찬 장치에 충돌했다. 허나 장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레인은 이내 피식 웃었다.
부스터가 작동했고 레레시아의 사슬의 구속을 풀어버리며 레인은 단번에 이스마엘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장치를 그녀에게 향했다. 이내 빛이 이스마엘에게 향했다.
"고행이라고 했나? 고행이랄 것도 없어. 너희들이 그저 거슬릴 뿐이야." "이제 와서 조화니 뭐니 꽃밭 같은 생각이나 하는 너희들이 말이야."
이대로 두면 이스마엘의 몸이 완전히 스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카운터 판정. 스캔 시작. 다이스를 1~3으로 2번 돌려서 한 번이라도 3이 나오면 뿌리치기 가능. 허나 뿌리치지 못할 시 레인의 페턴에 사이코 기네시스 추가. 뿌리치기 성공시 반격 가능. *다른 이들은 별개로 공격 가능. 단 공격을 포기하고 마찬가지로 다이스를 1~3으로 1번 돌려서 3이 나오게 될 시 츠쿠시를 구출 가능.
<마을 조> 섬광탄이 떨어졌으나 다행히 쥬데카는 눈을 질끈 감았고 양쪽 귀를 막아서 대처했고 레이먼드 역시 엄폐물 뒤에 웅크려서 대피했으며 선우 역시 아공간 속으로 대피해서 섬광탄을 회피할 수는 있었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다른 대원들이 대피를 시키고 있었기에 당장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뒤이어 반격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쥬데카였다. 불타는 체인은 라이너스의 다리를 노렸고 휘감는데 성공했다. 다리를 찢어내려는 듯 행동했으나 의외로 그 몸은 상당히 단단했다. 마치 뭔가로 확실하게 고정되어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열에는 상당히 약한지 라이너스는 신음을 내뱉으며 다리를 약하게 흔들어댔다. 한편 레이먼드는 허리 부근을 노리면서 총을 발사했다. 허나 허리에 총이 분명하게 명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너스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는지 크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없었다. 뒤이어 선우가 부탄가스를 던지고 총으로 쏴서 폭발시키자 이내 강한 폭발이 라이너스를 감쌌다.
열기가 사라지고 연기가 걷혀지자 보이는 것은 헬멧이 일부 불에 타서 깨진 라이너스의 모습이었다. 하이라이트가 없는 초점없는 검은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그저 공허한 느낌 그 자체였다. 옷이 불에 일부 타자 보이는 것은 몸이 뜯겨나가지 않도록 관절 부분마다 기계장치로 고정되어있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시체가 뭉그러지지 않게 어느 정도 개조를 한 것일까. 찢겨나가지 않은 것도 어쩌면 여기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내 라이너스는 주머니에 있는 연막탄을 있는 힘껏 땅으로 집어던졌다. 뿌연 연막이 모든 것을 감쌌고 라이너스는 체인을 풀어내며 연막 속으로 사라졌다. 허나 쥬데카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연막 안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을. 어쩌면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연막탄 사용 - 다이스 1~5를 돌려서 5가 한명이라도 나올 시, 혹은 연막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걷어낼 시, 혹은 다른 특수한 방법으로 라이너스를 찾아낼 시 페턴 파훼 가능. 허나 그렇지 못할 시 다음턴 셋 중에 한 명은 스나이핑에 의해 1500의 확정 데미지외 함께 상태이상 스턴 발동. 회피 불가. 방어 불가.
>>630 >>635 이셔는 충분히 직설적이긴 했는데 쥬가 좀 너무 돌려서 얘기...는 아닌가? 이셔주가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이건 연플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냐 맞아! 무를 수 없어! 도망칠 수 없습니다 이셔주...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어울려주셔야겠습니다...(초점이 없는 눈)
사태는 눈 깜빡일 때마다 바뀌어갔다. 츠쿠시가 구속에서 빠져나와 반격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스마엘이 흙을 뿌리며 돌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사슬은 레인을 정확히 붙잡았고 손날은 확실히 목을 스쳤다. 그러나 무장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독은 그다지 통하지 않은 듯 했다. 쳇! 혀를 차며 물러서는데 이번엔 이스마엘이 붙잡혔다.
"!! 엘!!!"
그녀의 몸이 다쳐도 비명 하나 없던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레인에게 손을 뻗었다. 당장 저 목덜미를 낚아채 잡아 뜯어주리라. 비어있던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 차고 악문 잇새로 붉은 물이 뚝 떨어졌다.
"그 손 치워 빌어먹을 X아!!!!!!!!!"
이스마엘을 구하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분노에 눈이 멀었던 걸까. 그녀는 구출이 아닌 레인을 공격했다. 짐승의 발처럼 거대하고 위협적으로 변환시킨 장갑으로 레인의 뒤에서 다시금 목덜미를 노리고 크게 내리찍는다.
목이 붙잡혔다. 이스마엘은 피식 웃는 순간 불안함을 직감했다. 스캔. 이스마엘은 원초적인 불쾌함을 느꼈고 밀어내려 했으나 순간 몸을 움찔했다. 하필이면 잡아도.. 이스마엘은 속으로 욕을 곱씹었다. 이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통증이 남았구나. 군번줄의 끈이 목을 짓누르듯 서늘하다. 이스마엘이 목을 울리듯 낮게 속삭였다.
"하나만 묻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정작.. 네가 진짜로 가진 건 하나도 없는 거잖아."
페이시 너머로 눈 휜다.
"스스로 손에 쥔 것이 없어서.. 남에게 빌붙고 뺏어야만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니다, 아냐.. 그래, 그래.. 위안 삼고 싶었구나."
시체를 기계 덩어리로 개조한 병사라니. 짜증스럽게 한 마디를 내뱉은 뒤, 잠깐 고민한다.연막이라. 아마 녀석은 그저 도망치기 위해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을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섣불리 엄폐물 밖으로 나갈수도 없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뭐든지 한번 해 보는 수 밖에.
"전방으로 수류탄 나간다! 다들 머리 숙여!"
허리띠에 결합시켜 뒀던 수류탄 두 발을 꺼내, 연막의 한 가운데를 향해 하나씩 핀을 뽑고서 던진다. 이게 효과가 있을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좋다면 놈이나 연막을 몰아낼 수 있겠지. 통하지 않는다면... 글쎄.
파손된 무장이라 해도 기능마저 망가지지는 않는단 건가. 목을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번뜩 떠오른 생각을 뒤로하여 또 한 차례의 공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순식간에 가속해 쏘아지는 상대를 놓치고 말았다. 이어지는 상황은 제게 했던 행동의 반복. 저걸 사용할 여유를 주지 않거나, 적에게 기회를 주더라도 그 손실이 아깝지 않을 피해를 새겨주어야 한다. 서두르려는 몸짓 만큼이나 사고에도 경황이 사라진다. 그는 곧장 달려들어 레인의 옆구리를 노리고 강하게 찔러넣으려 했다.
<레인 조> 레레시아가 이스마엘을 구하기 위해서 레인의 목덜미를 노렸고 츠쿠시가 옆구리를 노리긴 했으나 레인을 뿌리치지 못한 이스마엘의 스캔을 완료한 레인은 그대로 이스마엘을 땅에 처박아버리듯 던져버리면서 재빠르게 부스터를 이용해서 단번에 공격을 회피했다. (구출 다이스를 돌렸기에 공격 행동은 미스 처리) 이어 레인은 자신이 손이 차고 있는 장치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이어 다시 입을 열어 이스마엘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분하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너무 안쓰러워. 에델바이스. 내가 가진 것이 있는지 없는지가 뭐가 중요하지? 빌붙고 뺏는지의 여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 세븐스가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지. 너희의 대장과 그 여동생이란 이처럼 말이야. 그래. 이것처럼 말이야."
이내 이스마엘을 손으로 가리킨 레인은 보란듯이 피식 웃어보이면서 공중제비를 돌아 단번에 거리를 띄웠다. 뒤이어 레인의 장치가 다시 한 번 반짝였다.
"멸해라. 메커니즘 디스트럭션!"
이내 레인의 손목의 장치에서 회색빛이 반짝였고 그 빛은 하늘로 솟구쳤다. 뒤이어 어딘가에서 프로펠러 소리가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가디언즈 마크가 달려있는 전투용 드론의 모습이었다. 그 수는 수십개. 그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감싸여있었다. 이내 드론의 입구가 열렸고 수많은 미사일이 마치 폭격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네 대는 전자망을 켰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마치 한 명을 붙잡아두려는 듯.
*메커니즘 디스트럭션(에스티아의 스페셜 스킬) - 전범위 데미지 700. 단 .dice 1 3. = 2 (1.이스마엘 2.레레시아 3.츠쿠시) 는 드론 네 대의 전자망이 노리고 있으며 공격에 명중하게 될 시 1/2의 확률로 전자망에 갇히게 되어 다음턴 행동 불가 처리.
<마을 조> 연막이 펼쳐지자 레이먼드는 전방으로 슈루탄을 집어던졌다. 총 두 발을 꺼내서 던졌고 이내 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총알 소리가 뻥 들려왔다. 누군가 맞은 이가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슈루탄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파편에 의해 공격을 당한 모양이었다. 이내 연막이 사라지자 비틀거리고 있는 라이너스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제대로 데미지를 입었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며 헬멧 부분에서 스파크가 약하게 튀고 있는 그 모습은 상당히 아슬아슬하면서도 위험해보였다.
-죽여...줘. -...이런 것은 싫어. -...몸이 말을 듣질 않아. 그 녀석의 명령에 따르고 싶지 않은데. -죽여줘. 죽여줘.
쥬데카의 귀에는 아주 작지만, 그럼에도 분명하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그의 세븐스였기에 들리는 아주 미세한 반응이었다.
*파훼 성공. 1넌간 라이너스는 행동 불가.
/작중 처음으로 나오는 에스티아의 스페셜 스킬. 실제 연출도 저런 느낌이랍니다. 10시까지!
운이 좋았군.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잠깐 시스템이 먹통이 된 듯 비틀거리고만 있다. 지금 끝내야만 한다.
"지금이 기회다! 전원, 화력을 집중해!"
아군들에게 한 마디만을 남긴 뒤, 소총을 재장전한다. 그리고 그 장전한 탄창을 비워버릴 기세로, 반동 때문에 총구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점사를 하며 라이너스의 머리를 노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각부에 신호를 전달하기 적합한 부위는 머리다. 헬멧도 날아간 상태이니 도탄될 걱정도 덜하다.
수류탄의 폭음이 들렸지만 연막은 벗겨지지 않았다. 다만... 수류탄에 의해 충격을 입은 듯, 어떤 공격도 연막 속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꺼져 버린 연막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라이너스는 눈에 띄는 데미지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었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눈에 띄게 파손된 장비와 스파크가 튀는 헬멧, 그렇게 노출된 머리의 일부분. 바로 총탄을 발사하는 레이먼드의 모습을 뒤로 하고 너는 땅을 박찼다. 속삭임과 같은 그 목소리를 너는 들었다.
빠드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 바이저 너머로는 새어나갈 리 없는 소리가 바이저 내부에 맴돈다. 너는 땅을 깨부수려는 듯 박차며 달렸다. 시시각각 좁혀지는 거리, 너보다 앞서 도달하는 총탄들. 네 손을 따라 움직인 체인은 다시 한 번 불길에 휩싸여 이번엔 라이너스의 목을 노렸다. 아무리 견고한 갑주라도 이음매는 있기 마련이다. 이미 파손되기 시작하는 갑주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지 몰라. 목을 휘감는 데 성공한다면 그 다음 네가 할 일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라이너스."
탓, 하고 튀어오른 네 몸이 라이너스와 가까워졌을 때. 네 발은 라이너스의 턱밑, 쇄골 부분을 노렸다. 목을 묶는 데 성공했다면, 체인을 잡아당기는 손에 작용하는 힘과는 정 반대로, 네 발은 네 몸으로부터 있는 힘껏 라이너스를 밀어내려고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열과 함께 엔진이 구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렸다는 듯, 체인은 진동한다.
아아. 기세를 몰아 내리찍은 공격은 레인이 재빠르게 도망가면서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곧바로 레인의 뒤를 쫓으려고 했으나 그 순간 몸에 제동이 걸렸다. 고장난 것처럼 비틀거리는 몸에 쿨럭. 무거운 기침 소리와 함께 열린 입 안에서 검붉은 액체가 터지듯 쏟아졌다.
"...남았었나...!"
시간이 부족했나. 그녀는 시야도 어지럽게 붉어지는 걸 느끼며 손으로 눈가와 입가를 쓸었다. 검은 장갑에 붉은 물이 서서히 번져간다. 그래도 아직 쓰러질 정도는 아니니 마저 레인을 쫓기 위해 자세를 다잡았으나. 레인이 새롭게 사용한 스페셜 스킬이 그녀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위에 퍼부어졌다. 피할 수 없었던 그녀는 미사일의 폭발과 주변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으며 재차 시뻘건 덩어리를 토해냈다. 몸에도 부상이 생긴 건 당연했다. (잔여체력 1800)
그렇게 맞고 다쳤는데도 고통이 여즉 멀게 느껴지는 건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폭격 직후 바닥을 굴러 별도의 드론이 내뿜는 자기장으로부터 벗어나 숨을 고른다. 아. 세상이 이렇게나 붉었던가. 모든 것이 붉게 보이는 그녀의 눈은 흰빛이라곤 가닥도 없이 새빨갛게 터져있었다. 그럼에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붉은 독액을 생성해 바닥에 퍼뜨리고, 분신을 일으켰다.
버스트-
"Painfull, Desire...!"
아까보다 검붉게 만들어진 열 구의 분신들은 일제히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레인의 목과 부스트 장치였다.
원하는 것을 이룬 듯한 모습을 보니 불쾌한 기분이 든다. 레인이 레이버의 기술을 썼을 때 느낀 감정이 경계와 긴장이었다면, 지금 느끼는 것은…… 모욕감과 닮아 있다. 쉽사리 떼어놓지 못할 본질적인 특성, 그만큼이나 고유한 것을 제 마음대로 골라서 취합하는 꼴을 보려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심정에 집중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삽시에 몰려들어 오는 드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하려 했지만 휘말리고 만다. 폭격이 가신 자리로부터는 피어오르는 열기와 함께 고통이 치민다. 그는 잠시간 이를 악무는 것으로 통증을 참아내고, 레인을 곧게 응시했다. 지금껏 열렬히 움직여대던 행동들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의 부동이었다. 묵묵히 바라보던 시선의 끝으로부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레인의 주변 모든 방향으로부터 형체 없는 칼날 여럿이 생겨나, 일순간 동시에 레인을 향해 짓쳐들어온다.
사람이 감정에 휩싸이면 제대로 된 이성의 판단을 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스마엘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성적이지 못한 상황임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원초적인 불쾌감이 몸을 훑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하여금 누군가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몸을 휘감았다. 이상향에 닿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마침내 쐐기를 박고, 이스마엘은 정신을 놓기 전 제대로 된 사고를 한번 해냈다. 또 몸을 함부로 썼다고 꾸중을 듣겠구나.
"누가 분하다니.. 스스로의 감정을 전가시키지 말라고 굳이 얘기를 해야 들어먹어..?"
미사일이 쏟아진다. 폭발을 염력으로 된 장을 펼쳐내 막아낼 수 있었으나 파편이 머리에 정확하게 튀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우뚝 선다. 뒤로 꺾인 고개를 천천히 되돌렸다. 비틀대며 숙인 허리를 겨우 들어올렸다. "아, *발.." 반쯤 들어올린 허리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휘휘 내젓는 모습이. 개나 그에 준하는 짐승이 취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학구열이 솟는다. 재머가 지직대며 얼굴 반쪽을 드러냈다. 무장 때문에 눈만 보일 뿐이지만 여실히 웃고 있었다. "나 지금 기분 되게 좋은데 무슨 분노야 *발.." 중얼대다 다시금 여실히 휘던 눈이 노이즈 너머로 사라졌다. 학구열. 그 빌어먹을 학구열. 나이프 두 개를 땅에 처박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싶었다.
"드론 보니까.. 아, 그래.. 가디언즈랑 협력한 거야? 신기하네. 결국 너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거야? 응? 왜 하필 가디언즈의 드론이지? 어떤 원리로 빼앗을 수 있는거지?? 카시노프의 발명품인가..? 그렇다면 그 활동이 진짜 스스로의 의지인가? 너 또한 결국 만들어진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공격이 모두 끝났다 판단했을 적, 이스마엘은 염력을 통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손을 쭉 뻗으며 머리를 부여잡으려 시도했다. 그대로 안면부를 거세게 부여잡는다면 공중으로 올랐을 것이고, 그대로 처박힌 나이프 두 개가 직선으로 만나는 기점을 향해 하강했다. 내리찍는 건 한 번으로 족했으나 반동은 두 배였다. 처박힌 나이프에 거세게 반동하고 있던 염력장에 한 번, 마침내 머리가 만날 땅에 한 번.
"대답. 빨리 하는 게 좋아.. 나, 인내심이 그렇게 안 깊어. 멍청한 새끼한테 흥분한단 말이야……."
<레인 조> 갑작스러운 잭의 공격. 정확히는 턱을 후려갈기는 공격에 레인의 몸이 가볍게 위로 솟구쳤다. 이어 폭격에 흽쓸렸으나 레레시아의 버스트가 발동되었다. 분신은 목과 레인의 부스터를 노렸고 일제히 폭발했다. 꽤나 강하게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큭!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인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부스터 장치의 불이 또 깜빡깜빡하는 것으로 보아 또 다시 부스터 장치의 기능이 꺼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츠쿠시의 버스트가 발동했다. 칼날들이 나타나 레인을 노렸고 온 몸을 공격당하며 레인은 몸을 비틀거렸다. 뒤이어 이스마엘이 레인의 머리를 쥐어잡았고 그대로 레인을 나이프에 처박히기도 하고 땅에 머리를 박히기도 하나 보검의 영향 때문이지 그 정도의 데미지는 들어갔으나 몸이 관통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이프가 박히는 일 또한 없었고.
"...안 분하기는."
이내 이스마엘을 뿌리치면서 레인은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가디언즈? 누가 가디언즈와 협력을 한다는거지? 물론 밀고는 하긴 하지만 딱히 협력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이 근처에 있는 가디언즈의 장비를 내가 멋대로 사용하는 것 뿐이야. 그런 기술이거든. 어떻게 뺏을 수 있냐고? 말했잖아. 너희 대장과 그 여동생의 세븐스 또한 내 것이라고 말이야. 이 정도로 말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하지만 슬슬 한계인가."
자신이 차고 있는 무장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느끼면서 레인은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조금 짜증이 난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을 찌푸리는 와중 그녀의 손목에 차고 있는 장치가 진동을 일으켰다. 이어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강하구나. 에델바이스. 허나 다음에는 이렇게는 되지 않을 거야. 마을 사람 하나 정도는 죽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 하지만... 그럼에도 얻을 것은 얻었으니 이걸로 만족하겠어. 허나..."
이내 그녀는 다시 거리를 띄웠고 몸을 웅크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붕 떠올랐고 그녀의 몸 주변으로 붉은색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이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색 에너지는 열차의 형태로 바뀌었다.
"하나 정도 더 가질 수 있다면 가져볼까. 질주해라. 스피딩 데스트로이!"
이내 그 열차는 빠르게 질주했다. 전방을 향해서 상대를 스캔하는 라이트를 비추면서. 그대로 그녀는 모든 이를 한번씩 헤집은 후에 빠르게 이탈하려고 했을 것이다. 정말로 순식간에.
*승리 처리로 전투 종료. 단 .dice 1 3. = 2 으로 돌려 (기동형은 1 4.) 1이 나오게 될 시 스캔당하니 주의. 물론 반격을 하는 것도 무방.
<마을 조> 레이먼드는 라이너스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계속해서 쏘기 시작했다. 또한 선우 역시 라이너스의 미간을 향해서 소총을 쏘았고 쥬데카는 빠르게 달려간 후 불꽃을 일으킨 체인으로 라이너스의 목을 휘감았다. 체인을 잡아당기면서 턱을 쳤고 발사된 총알은 라이너스의 머리를 꿰뚫었다. 뒤이어 세븐스의 영향으로 쥬데카는 라이너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맙다. -...헬무트와 칼리온도 이렇게 부탁한다.
이내 라이너스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단단하게 엮여있는지 목이 잘려나가는 일은 없었으나 몸은 그대로 공중으로 솟았다. 이내 라이너스는 그 상태에서 부스터를 이용해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몸에서 붉은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이내 공중에서 라이너스는 폭발했다. 그야말로 검은 재만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질 뿐이었다.
한편 마을은 그나마 가까워서 그런 것일까. 에스티아의 통신이 모두에게 들려왔다.
-혹시 마을에 아직 있어?! -있다면 빨리 대피해! 미안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정말 겨우겨우 스케빈저 한 대를 정지시키긴 했지만 남은 두 대까지 모두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어. -지금 핵 미사일이 발사된 상태야! 아스텔이 지금 날아올라서 미사일의 속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막진 못할 것 같아. -빨리 대피해!!
적이 침묵했음을 확인하자마자, 소총을 등에 메면서 주위에 전달한다. 제기랄 것들. 결국 그걸 발사하고야 말았군. 그나마 더 일찍 이게 발사된 게 아니라 다행이기도 하다만... 결국 할 수 있는건 이 마을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살아만 있다면 재건도 할 수 있을거다.
...이곳에 내려앉을 낙진이 사라지고 난, 아주 먼 미래가 아닌 이상 다른 터전을 찾아야 하겠지만.
행여 피난하지 못하고 남은 마을 사람이 있진 않는지, 세븐스를 끌어올려 재빠르게 움직여 간간히 살피면서도 마을에서 이탈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공중으로 솟아오른 라이너스의 모습을 보던 너는 건조한 상황 보고를 끝으로 체인을 회수하며 손을 내렸다. 분명히... 마지막에 폭발을 예감하고 거리를 둔 게 분명했다. 공격으로 인해 튀어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아도 분명히 들었던 목소리에 너는 확신할 수 있었다.
"상황 확인, 퇴각하겠습니다!"
작전 지역 이탈이라고 전달하는 레이먼드의 목소리와, 핵미사일이 발사됐음을 알리는 에스티아의 무전을 듣고서야 넌 몸을 돌렸다. 한 줌의 검은 재를 손에 꽉 쥔 채로 달리기 시작한 너는 아직 피난하지 못한 시민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만약 아직 도망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안아들고서라도 도망칠 생각이었으니. 마을은 지키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마을일 뿐, 마을이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다시금 부스터를 다운당하고 연달아 공격을 맞자 드디어 레인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치명적인 일격을 넣으면 될 것 같았으나. 그러지 못 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레인은 전에 스캔했을 열차 형태의 스킬을 시전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그녀와 다른 팀원의 세븐스를 스캔하려는 듯 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을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있나. 그녀는 열차에서 나오는 빔을 피하며 몸을 사렸다. 고통과 통증은 무디나 몸이 머리의 통제를 겨우 따라갈 정도로 혹사된 상태였기에. 이후 추가적인 전투를 해야 할 지도 모를 상황에 반격은 무리수였다. 어차피 저대로 도주할 듯 했으니, 그대로 사라지는 붉은 궤적을 그저 바라만 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러나 레인과의 상황이 정리되기 무섭게 에스티아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기어코 핵미사일이 발사되었고 그걸 아스텔이 저지하려 하고 있으나 무리가 있으니 어서 대피하라고. 그녀는 마을이 아닌 언덕에 있었으니 괜찮았을까. 그 후 대피로 인한 소란은 있었던가. 레인이 없으니 아마 이 길로 대피를 오지 않았을까.
주변 상황이 어찌 돌아가건 그녀는 한켠에 우두커니 서서 잘 보이지도 않는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이라는 말 만이 머릿속에 입 안에서 맴돌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저런 부류의 사람도 고통을 느끼거나 관통상을 당했을 때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법 깊게 고찰해보고 싶었는데. 지직거리는 노이즈 너머로 이스마엘이 숨을 들이마신다. 안 분하기는, "응, 분하지 않지. 그쪽은 지나가던 날벌레에게 치여도 분하다 생각해?" 속삭이고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하는 꼬라지 하고는.. 밀고는 하지만 협력하는 건 아니라니, 그게 협력이 아니면 무엇이니. 네 *대로 행동한다 해서 세상 관념이 온통 제 편인줄 알지……."
멍청한 애들한테 흥분한다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이스마엘은 스파크가 튀는 무장을 보며 느릿하게 뒤로 물러났다. 마을 사람 하나 정도는 죽인다라. 블러디 레드의 스페셜 스킬과 더불어 질주할 적, 이스마엘은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다. 이내 거세게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땅이 솟아올라 스캔을 단박에 차단해내곤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팔 한쪽이 저릿하다. 과거 관통상을 입었던 어깨에서 다시금 피가 스미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쪽 팔로 머리를 부여잡아 땅에 처박았으니까 무리가 가는 게 당연하지.
도망인가. 일반적인 방식의 도주였다면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끝을 보기라도 했을 텐데. 몸은 본능에 따라 레인을 죽이고자 움직였으나 인간 신체가 기차의 질주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그나마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빛을 피하려 한 것만으로도 네 운이 좋았다 말하는 양, 붉은 차체는 유유히 퇴로를 달려 떠나 버린다.
그냥은 보내줄 수 없다. 츠쿠시는 다시금 시선을 들어 시시각각으로 작아져 가는 기차의 형상을 눈에 담는다. 허망하게 넋 놓은 방관이 아니다. 눈길이 곧게 향한 일점에서부터 또다시 투명한 예기의 집합이 형성되었다. 칼날 여럿이 전방향에서 노려들었던 방금 전의 운용과는 달리 칼날은 겹겹이 겹치고 겹쳐, 어느덧 기차를 양단할 듯 거대한 궤적을 그린다. 그것이 돌진하는 기차와 그것에 몸 실은 레인에게 정면으로 맞부딪치려 했다.
>>736 이거 꽤 아픈 질문이네.. 과거의 이스마엘이 현재의 이스마엘을 본다면 결국 '저것도 이상향으로 가는 길이구나' 싶어할 테니까...😇 지금은 이셔가 속된말로 >저 *끼가 나 먼저 개빡치게 했잖아 *발 내가 오냐오냐 해줬더니 대가리에 멍청함 박혔다고 티 내고 있어 *발 확 대가리 깨버려< 급으로 눈 돌아버린 상황이기도 하고..
[공통] 다행히 레인에게 당하는 이는 없었다. 허나 그것을 넘어서서 잭과 츠쿠시는 열차에 반격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열차는 정말로 여유롭게 그 공격들을 회피해버리면서 붉은 궤적을 남기면서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레인은 적어도 지금 이 상태에서 더 상대를 하거나 하는 일 없이 퇴각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마을 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도망치듯 빠르게 대피하고 있었다. 허나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알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에게 퇴각 포인트까지 안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건 대원들의 자유였다. 이대로 데리고 퇴각 포인트로 이동할지. 아니면 그냥 방향만 가르쳐줄지.
문제는 마을 안이었다. 레이먼드와 쥬데카는 각각 대피하지 못한 이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대로 대피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적어도 더 이상 수색을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러나 선우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자신의 스페셜 스킬을 사용해서 미사일을 막아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아스텔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미사일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마을을 향해서 떨어지는 듯 했으나 좀 더 상공 위에서 몸통이 분해되었다. 이내 그 안에서 작은 미사일들이 연쇄적으로 폭격하듯이 낙하했다. 그 범위는 절대로 선우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는 레비아탄이 삼켰을지도 모르나 삼키지 못한 것이 더욱 많았고 그대로 선우를 집어삼키듯 미사일이 낙하했다.
-볼틱 체인.
허나 그 순간이었다. 선우의 머리 위에 수많은 쇠사슬이 하늘을 덮어버리듯 가득 나타났다. 이내 그 쇠사슬에 강한 스파크가 튀었고 미사일들은 그 쇠사슬에 명중하며 일제히 터졌다. 아마 멀리 있는 쪽에서도 하늘 위에서 무수히 많은 불바다가 펼쳐지는 것을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다른 이들이 퇴각했다면 선우만. 혹은 아직 마을에 있었다면 쥬데카와 레이먼드도 아무런 말 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쇠사슬 위에 서 있는 엘리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엘리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무언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을 바라보다 이내 근처 건물 위의 옥상으로 뛰어올랐고 보라색 궤적만 남겨버린채 모습을 감춰버렸을 것이다. 아마 쥬데카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의 기운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1번째 미사일..사라졌어? 하지만 다들 조심해! 2번째, 3번째 미사일도 날아가고 있어! -...이쪽에서 더 어떻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스텔 로웰. 퇴각할게. 에스티아. 너도 퇴각해.
붉게 물들었던 시야는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밤이 되는 것도 아니건만 그녀의 시야만 밤이 온 듯 어두워진다. 그래도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내 무언가 마을로 떨어지고, 빛이 점멸하자 두 눈이 크게 뜨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들려온 무전으로 인해 불안이 한숨에 녹아 흘러나왔다.
"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일단 다들 퇴각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할 일을 해야지.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하얀 깃발을 구현화했다. 그것을 높게 들고 나와 마을을 향해,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유도의 재스쳐를 취했다. 마음 같아선 소리도 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또 토할 것 같았기에. 이미 주륵 흐르는 입을 꾹 다물고 사람들의 대피 유도를 계속한다. 퇴각 포인트까지.
지혈할 틈도 없다. 이스마엘은 잘 알고 있었다. 머리는 냉각장치 때문인지 빠르게 식었지만 울렁거리는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마을 쪽을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잊자. 그 여자에 대해 잊자. 잊어버리고, 신경 쓰지 말자. 이스마엘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입술을 거세게 짓씹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고통에도 몸 하나 떨지 않았다. 이상향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나 미련마저 내팽개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쉬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이 방법을 계속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피가 나는 코나 피가 배어나오는 어깨를 신경쓸 틈도 없이 염력으로 몸을 띄웠다
"─이쪽입니다!!"
염력을 통해 허둥대는 사람을 들어올려 퇴각 포인트로 이동하려 했다. 이게 더 빠른 일임을 알고 있다.
네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은 시간을 지체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당장 창공에서 떨어지는 미사일 때문이었다. 미사일은 한 발이 아니었다. 아니, 분명 그것은 하나였지만 하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수십 발, 그 이상으로 퍼지는 작은 미사일들이 연쇄를 일으킬 만한 넓디넓은 범위를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젠장, 늦었..."
선우의 스페셜 스킬이 일부를 먹어치우긴 했지만 도저히 전부를 막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하늘을 뒤덮을 듯한 쇠사슬들과 함께 빠직거리는 전격의 소리가 들렸다. 이어진 것은 폭발. 그러나 그 거리는 충분히 멀어서 너는 폭발로 인한 바람은 맞았을지언정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슬의 끝, 서 있는 엘리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너를 비롯한 에델바이스를 쳐다보던 그녀가 궤적을 남기곤 사라졌을 때 느낀 것은.
"고통? ...어째서?"
누군가로부터 전해져 오는 듯한 감각, 있는 힘껏, 허나 아무도 쉽게 알아채 주지 않는 기운에 너는 그 궤적을 잠시 쳐다보았다. 다시 들려오는 무전에 금방 정신을 차렸지만.
"인원 파악이 끝났습니다, 바로 대피 지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2파, 3파를 막을 힘 같은 건 없다. 지금은 살아남아야만 해. 너는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끌고 달렸다.
'권장하지 않는 것'은 없어요. 그게 캐릭터적인 행동이라면. 다만 그에 대한 판정에 대해서 왜 이게 이렇게 되는데요! 라는 문제만 제기하지 않으면 괜찮답니다. 간혹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왜 나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해! 라는 말을 하는 이를 저는 상판을 뛰면서 정말 수도 없이 봤거든요. 그렇기에 한번 정도는 묻지만 그래도 한다면 그에 대한 판정도 나올 뿐이에요!
지금 에이 *벌 저거 또 저러네.. 하면서 욕 쏟던건 이셔 실제 성격의 일부입니다 예.. 그러니까... 내숭 떨 상대(ㅋㅋ)인 쥬가 없어서 그런것도 있는데 슬럼에서 살아남으려고 보여주던+원래부터 이셔가 엄마 피 진하게 물려받아서 내재하고 있던 성깔+눈 돌아서 그런 거고... 시트의 성격란에서 이상향을 부정하면 편집적인 증세를 보였다는 그 부분임... '이상향 반대하는 새끼 나와봐' (탕) '더 없지?' 이거인게 문제지...
그런고로 직전의 쥬 일상에서 보여주던 망상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편집적인 행동이 다시 나올 일은.. 카시노프가 헬무트 데려와서 니 아빠 말한다 ㅋㅋ 헬무트 말해봐~ 이..스..마..엘... 하기 전까지는 없다~!!!!! 성격과 실제 PTSD에 기인해서 눈 도는 건 다른 의미입니다..
레이먼드, 레레시아, 이스마엘, 츠쿠시, 쥬데카는 각각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했다. 마을 안에 남아있는 이는 사실상 이제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대피 안했어?! 어째서?!
하나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이가 있었으나 대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이도 있었다. 잭은 마을을 안개로 감싸서 방어벽을 만들었고 선우는 아공간을 생성했다. 이내 저 멀리서 제 2번째 미사일. 그리고 제 3번째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스케빈저는 총 3대. 각각 한발씩 쐈다고 한다면 저 2번째와 3번째를 막아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저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루시아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미사일은 공중에서 분해되어서 방금 전보다 더욱 더 넓은 범위로, 그리고 그 한발한발이 마치 핵융합의 폭발 에너지와 다를바 없는 폭발 에너지를 이용해서 마을을 노리고 있었다. 안개로 만든 장벽이 크게 흔들렸고, 일부는 안개를 뚫고 들어왔고 아공간으로 들어왔다. 미사일 중 일부가 그대로 추락했고 연쇄적으로 땅에 떨어져 마을을 날려버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선우는 물론이고 잭 역시 상당히 큰 데미지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아직 미사일은 한 발이 더 남아있었다.
-도망칠 수 없는거구나.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이 마을을 지키고 싶은거로구나. 그렇다면 조금 무리해볼게.
-굴하지 않는 마음. 지금 여기에. -뒤를 돌아보지 않는 붉은 의지. 지금 여기에. -피어라. 붉은 에델바이스.
-Song of angel!!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에일린의 것이었다. 이전, 에일린의 보검에서 발동했었던 것과 같은 에너지원이 바로 그곳에서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다른 이들의 보검에도 모두 적용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아스텔 로웰. 어떻게든 한 발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해볼게. -아. 응. 나도 도와줄게! 스케빈저는 터져서 뭘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드론을 이용한다면!
루시아의 목소리는 아스텔과 에스티아에게도 전달이 된 것일까. 이내 그 둘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딱 한 발 남아잇는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단 한 번의 도박.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의 여부는 각자에게 달려있었다. 허나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였다. 마을 사람들을 안내해서 퇴각시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으니까.
한편 하늘 위에서 녹색 궤적이 떠올랐다. 강한 돌풍이 불었고 하늘에서 분해되고 있는 미사일의 일부가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어 에스티아의 드론이 전자망을 발동시켜서 미사일의 일부를 잡아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막아낼 순 없었다.
미사일의 비가 다시 한 번 떨어졌다. 더 이상 방어벽이 없는 마을을 멸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내 분명히 마을을 구하려고 끝까지 남는 이가 있을 줄 알았지! 특수 조건 달성으로 인한 루시아의 보조용 스페셜 스킬 조기 개방.
Song of angel - 전원의 체력의 50% 회복&방어 불가 공격도 방어하게 해주는 1회성 베리어 장착. 1회 한정 공격력 2배.(공격형 버스트가 합쳐지면 4배). 단 사용하고 2턴 뒤. 오버히트 영향으로 전원 hp 1 처리.
>>779 하고 웃어버리기가 무섭게 레시주에게 >>778 짤 반사할게...😇 정면으로 부정.. 사실 이셔 또한 이상향은 말 그대로 이상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멘탈 상태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발전을 보십시오. 노예로 치부되던 존재가 하나의 존재와 삶으로 인정되었고, 날 수 없노라 했던 자들이 모여 날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상향을 발견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그 길을 잇고, 그 사람의 뒤를 이어 누군가 잇고. 그렇게 언젠가는 이상향에 도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라는 반짝반짝 멈머이셔와..
이 스레 캡틴을 하고서 2달이 넘었고 대충 이런 것도 나오겠지 하고 미리 루트를 준비해뒀습니다. 아. 저건 선우에게만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 다에게 적용되는 거예요. song of angel은 그냥 말 그대로 아군이 핀치 상황일 때 루시아가 서포트로 지원해주는 말 그대로 막판뒤집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피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남아서 끝까지 발악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특수부대에 또다른 희망의 빛이 피었다.
"어...?"
보검을 통해 들리는 루시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지쳤던 몸에 활력이 돌아오며 시야가 밝아졌다. 어쩐지 한 번은 더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대피를 유도하는 쪽을 한 번 돌아보고 마을 쪽을 향해 내달렸다. 유도용으로 쓰던 하얀 깃발은 어느새 새까만 사슬이 되어 그녀의 무장에 휘감겨들었다. 그 상태로 미사일이 내리기 직전인 마을에 뛰어들어 사방 여덟 갈래로 독액을 뻗쳤다.
"Falling Curse-!"
아스텔의 세븐스 없이 순수히 그녀의 세븐스로 이루어진 스페셜 스킬이 발동했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독액으로부터 무수한 사슬들이 솟구치며 마을의 상공에 그물을 친다. 또한 사슬들 위로 가열성의 독액이 장막처럼 둘러져 미사일이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터져나가도록 만든다. 그 중심에 서 있던 그녀는 기어코 붉은 물을 쏟아냈지만, 기새와 표정만큼은 생생했다.
"마을을 이루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야. 그런데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 장소가 없으면 사람들은 흩어지고 말아"
왜 대피하지 않았냐는 루시아의 말에 답한다. 장소가 없으면 사람들은 흩어진다. 아무리 아공간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적들과 싸우며 대피시간을 벌어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살려도,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다시 모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질 뿐. 그러니 목숨걸고 막아야한다.
"루시아. 멋대로 애 취급해서 미안했어."
그는 자신이 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며 이번 폭발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유언처럼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안개 장벽이 파괴되고 아공간으로도 미쳐 막지 못한 미사일이 땅으로 내리 꽂혔다. 마치 태양이 지상에 강림한 듯한 열기와 폭음, 빛이 전신을 강타했다. 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다가 건물 벽에 부딪혀 바닥에 넘어졌다. 일어서기 힘들다. 피부의 습기가 단숨에 증발해버렸고 안구가 말라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폭음으로 인해 귀에선 이명이 들려왔다.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버텨야한다. 일어나야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이를 꽉 깨물고 천천히 일어난다.
"우이아이?...(무리라니?)"
전신의 수분이 증발해 말 자체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조금 무리 해본다는 루시아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와 동시에 상처입은 자신의 몸이 회복되며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싸울 수 있다. 아직 죽기에는 많이 이르다.
"고마워 루시아! 네가 나보다 낫다."
루시아가 자신를 구한 게 이번으로 몇 번째일까? 아마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선우는 그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다시 한번 힘을 내었다. 첫번째는 부관이 막아주고 두번째는 동료들과 함께 간신히 막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미사일이 날아왔다.
아스텔의 돌풍과 에스티아의 드론,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공격이 미사일들을 차례차례 잡아내었다.
사람들을 이끌어 대피 장소에 이끄는 데 성공하자 안도의 한숨이 작게 새었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닥쳐온 또다른 위기에 반사적으로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떨어지는 폭탄, 이것까지는 상정한 범위 내였으니 이상할 것 없다. 그런데 대피를 포기하고 자리에 남은 인원들이 있다고. 목표를 완수한 시점에서부터 사람 떠나고 남은 자리에 미련이 없었지만, 저곳에 남은 팀원들의 목숨은 다른 이야기다. 미사일을 막기 위해 시시각각 더해지는 인원들의 생사 역시도. 츠쿠시는 황급히 떠나온 길을 거꾸로 되짚어 가려 했으나 미사일의 낙하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멈추어 서 망연한 생각이 들었을 적, 루시아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대태도를 쥔 두 손이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지는 듯하더니, 늘어뜨린 도신과 검첨의 위로 형형한 기운이 맺힌다. 도망치는 레인을 베려고 했을 적 무형의 칼을 겹쳤을 때와 같이 손에 쥔 검 위에 무수한 결의 예기가 겹겹이 쌓여간다. 본디부터 제 신장만큼이나 길었던 날이 더더욱 뻗쳐 장창보다도 길어졌을 무렵, 츠쿠시는 온 힘을 다해 하늘을 향해 검을 올려 베었다. 검격은 하늘을 가르며 점차 궤적을 늘려 간다. 떨어지는 폭탄들을 일제히 베기 위한 일격이다.
저곳에 남은 사람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기를. 떨어져 내리는 재앙을 앞두고 그 생각만이 짧게 스쳤을 따름이다.
대피는 성공적이었다. 하나 둘, 남아있던 사람은 마을을 빠져나와 애초부터 정해져 있던 대피로에 올라섰다. 에델바이스의 다른 대원들도 섞여 있으니 아마 이대로라면 무사히 워프를 통해 안전한 장소로 갈 수 있을 터다. 마을은 불타 없어지고 말겠지만 그래도.
"......"
그랬을 텐데, 여전히 당신들은 남아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아무도 남지 않은 마을은 대체 무슨 의미지? 그런 생각도 잠시, 너는 무장이 해제되어 드러난 네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멍청하긴, 그게 그들의 집을 쉽게 버릴 이유가 되나? 그들이 여기서 떠나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는 곳이 곳 삶의 터전이 되리라는 것은 의심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기억의 장소가 뭉개지는 것을 내버려둘 수는 없잖은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 세븐스는 이런 상황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너는 몸을 돌려 마을로 달렸다. 불타는 주변을 헤치고 나아가는 네 검은 눈에 담기는 미사일들을 노려보며 너는 소리친다.
"Aqua Dominate!!"
네 목에 걸려 있던 장신구가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너는 네 주변으로부터 물기를 느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찾아내고, 어떻게든 뭉치는 물의 결정. 너는 난생 처음 다루는 수분의 흐름에 이를 악물며 체인을 뽑아들었다. 폭발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상쇄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단순히 부수는 것 뿐이라면 몰랐지만. 결국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 폭발과 그로 인한 불길을 잡아내야만 해. 빠르게 미사일간의 거리,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질 경로를 파악한 너는 있는 힘껏 체인을 쏘아 올렸다. 체인을 감싼 불투명한 물줄기와 함께, 체인은 스스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궤도를 그리며 미사일을 꿰뚫으려고 했다.
불투명한 물줄기의 겉은 무지개처럼 빛나는 유막이었으니, 폭발에 휩쓸린 체인은 불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피는 손쉽게 이루어진다. 방해물 하나 없었으니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아니, 저쪽에선 다른 교전이 있었겠지. 이스마엘은 무장을 짧게 해제하곤 장갑으로 코 주변을 쓸었다. 무전을 듣자하니 대피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 기분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스마엘은 마을 쪽으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진창으로 떨어지느니 이상향으로 달릴 수밖에 없나 보다.
들려오는 선율에 불바다를 헤치며 달리던 발이 점차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이내 공중으로 오르듯 달리는 모양새가 됐다. 미사일이 정면으로 보인다. 독이나 아공간, 혹은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보이는 다른 부대원들의 공격을 능란히 피해냈다.
"버스트─!!"
처음 보는 형태의 무장. 제복, 혹은 예복에 가까운 모습. 어깨의 예식용 망토와 더불어 흰 장갑을 낀 손. 이스마엘은 공중에 멈추더니 그대로 막아내듯 팔을 앞으로 뻗었다. 보이지 않는 힘을 온통 펼쳐내려 들었다. 일차적으로 혹시라도 생길 폭발의 충격파를 염력의 장을 통해 막아내려 하고, 공격으로 생겨난 잔해를 쥐어내려 시도했다. 떨어지는 파편을 잡아채 흔적도 없이 부수어낼 심산이었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모두가 협력한 덕일까. 마지막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어떻게든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었다. 이내 공중에서 불바다가 펼쳐진 것처럼 화려하고 날카롭게 불꽃이 번쩍였고 그 강한 섬광가 돌풍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듯 번쩍였다. 어떻게든 마을을 구할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마을에서 다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밍 장치로 발각이 된 마을인만큼 그곳에서 계속 살아갔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허나 적어도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조금의 고마움과 감동을 주진 않았을까?
이내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빠르게 각각 퇴각했고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게도 퇴각 명령이 정식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블러디 레드를 이용해서 다른 안전한 마을로 가기로 결정되었고 블러디 레드는 사람들을 태우면서 빠르게 철로를 따라 이동했다. 어디로 갈진 모르겠으나 모두들 다른 안전한 곳으로, 다른 에델바이스 부대원들에게 인도되어 갈 것은 확정된 사실이었다.
허나 이 사실을 유쾌하게 볼 수 없었던 이가 있었다.
"켈켈켈. 그래. 그래. 이렇게 해줬다 이 말이지? 아주 기분이 끝내주는군."
"그 와중에 방금 그 체인은..."
"뭐, 좋아."
어딘지 모를 연구소 안. 중년 남성의 목소리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톤이 섞여있었다. 이내 그 사내는 뒤로 돌아섰고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한, 자신의 뒤에 있는 블랙 스케빈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려 정말로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크게 내고 있었다.
"블랙 스케빈저의 위력은 아주 잘 알 수 있었어. 이 정도라면... '내 육체'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켈켈켈."
"각오해라.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불길한 내용의 목소리를 남기며 그 중년 남성은 블랙 스케빈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내 블랙 스케빈저의 눈에 붉은 안광이 들어왔다. 너무나 불길하고 날카로운 붉은 빛을 띄며.
이스마엘: 036 특별히 싫어/좋아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나요? 이건 전부 평등하게 좋아해서 할 말이 없다.. 그.. 생모나 생부도 좋아했어.. 비록 버리긴 했지만 죽이지 않아서 감사하다며..
079 인간과계는 넓다 or 좁다 세븐스는 인싸 같은 거 없다..
180 캐릭터의 손의 특징은? 굳은살이 박혀있다? 흉터가 좀 있다? 핏줄이 유달리 도드라져서 간호사들이 사랑하는 손을 타고났다..? 손가락 자체는 길쭉길쭉하고 손톱도 큼직한 편이지? :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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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관점에서 답하길 바랍니까? 과학적인 관점? 아니면 개인적인 관점?" "어느 쪽이든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종교는 인간이 미지의 공포에 대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이해하려 드는 욕구의 집결체입니다. 욕구에 대한 수단을 초월적인 믿음에서 찾게 되고, 끝내 믿음을 가진 집단의 생존능력이 다른 집단보다 올라갔기 때문에 계속 이어진 것이 종교이니. 신은 결국 욕구에 대한 수단에 불과한 겁니다." "이건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제 의견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신이 있었으면 잔인한 존재겠거니 생각이 들어 부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2.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는가?」 "예." "믿습니다." "굳게."
3.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깎아내리는 걸 들으면?」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만. 사람마다 취향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예? 그 좋아하는 것의 범위가.. 물건이나 행동이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이스마엘은 예시를 들자 벌떡 일어났다.)
"미쳤습니까?! 작은 게 아니라 품에 들어오면 안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할 뿐입니다!!"
(정적)
"……." "이야, 뜨겁네." < 녹차 마시던 제 "닥쳐." "녹차가 뜨겁단 뜻이었는데 찔리니?" "양쪽 뿔 끊어버리기 전에 닥치라 했다."
>>827 광공이 맞는 것...같은데요. (흐릿) 아앗..맥커터. 무슨 느낌인지 알지요. 절대 현실에서는 사랑받을 수도 없고 좋아하는 이 하나 없는 그런 계열의..(공감) 그리고 지금 이 세계관에 신이 있다고 한다면 확실히 세븐스 입장에선 너무나 잔인한 존재이긴 하겠네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구원 한 번 해주질 않으니 말이에요. 그 와중에 3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여기서 염장질을 하시겠다?!
>>8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셔 유전자에 광공 DNA가 있었ㄴㅏ봐... 수잔나 씨 헬무트 씨 둘 중 누가 범인이야 빨리 말해!!!(?) 그리고 세븐스는 인싸 없다... 응.. 갑자기 눈물이 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열 사랑이 뜨겁네~~~!!~!!!(휘익) 근데 맞아... 아담한 게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828 오~~~~ 귀여워 넌 누구야!!!!!!! 근데 양배추에 입???이 달려있는 건 무시무시해서 못 웃음 으아악
>>844 그 정도는 아니에요! 둘 다 나름대로 실력은 좋은 편이기도 하고. 일단 둘 다 무리는 안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퇴각하는 애들이기 때문에. 물론 어느 정도 예외는 있기는 하지만요. 일단 그냥 일반적으로 임무 나갔다가 다칠 정도로 다쳤다는 느낌이고 치료 받고 있어요!
그리고 레레시아의 연성은 아주 잘 봤어요! 10분 안에 들어가서 보면 된거지! 뭐!! 뭔가 도도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이 있는 것이 포인트로군요.
쥬데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_주변의_자캐에_대한_소문은 "그 녀석, 대체 뭘 보는지 모르겠어. 조금 섬뜩하지 않아?" "가끔 얘기한 적도 없는데 뭔가 가져오거나 그러더라, 솔직히 편하긴 한데 소름끼쳐." "짜증나, 왜 나만 손해 보는 거 같지?"
또는,
"마주보고 있어도 날 살핀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았던 거 같아. 보이는 걸로 날 판단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달까." "여기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조금 답답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가끔 너무 나만 얘기하나 싶을 때가 있는데, 신경쓰지 않는 것 같더라고. 고맙게 생각해."
자캐의_140자_독백 ㅖ??? 140자를 억떡계 맞춰요 나중에 따로 독백 쓸거니까 패스~
자캐를_계절로_비유하면 초봄 혹은 늦가을.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초봄이나 낙엽이 지고 바닥에 밟히며 버적이는 가을. 시들어가는 듯한 모습은 결국 다시 피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추위의 겨울 앞과 뒤와 닮은 게 아닐까~
쥬데카: 272 순발력은 어느 정도? 순발력 자체는 평균이나 알아채는 타이밍이 빨라 그만큼 반응이 빨라보이는 편.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왜 숨겨야 하지...? 굳이 숨긴다면 일단 표정부터 숨겨야 되니까 거울을 찾아서 한동안 쳐다볼 것 같은데. 자기 얼굴을 보다 보면 차분해진다... 기쁨을 완전히 숨기긴 힘들겠고, 최대한 옅게 웃어서 그 수준을 속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027 TV를 틀었는데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의 반응은? 뉴스를 틀어놓거나 TV를 끄고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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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데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 "하아... 감당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면 알릴 수밖에요, 일이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알리지 않은 채 만회하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자수한다. 일단 걸렸으면 거짓말은 안 하는 편.
2. 「소원을 포기하는 걸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소원이 애초부터 누군가를 구하는 거였다면 어떻게 하지? 지금은...
단 한 명이라면 뭐 정해져 있지 않나~
"나의 태양."
3. 「마음을 거절했던 상대가 다른 상대와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본다면?」 왜...이런 질문을 주시죠?
"행복해 보여 다행입니다. 부디 잊고, 계속해서 행복해 주세요. 아무런 것도 남기지 말고, 지금의 당신이 누릴 행복이 그 끝까지 이어져 가기를."
츠쿠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자신의_죽은_모습을_본다면 진짜 죽은 다음 유령이 된 게 아니라 환상이나 꿈 쪽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별다른 말 없이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만 할 것 같네. 자기의 최후가 어떨 것인지, 얼마나 끔찍하고 참담할지 잊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려고.
자캐의_옷장 (짤) 나 프로필에서 외형 묘사도 가져왔잖아~!!!! >>>일상복조차 대부분 정장류에 속한다. 가볍게 한다 해도 격식을 조금 덜어낸 정도.<<< 물론 티셔츠나 청바지 같은 게 하나 정도는 있는데 솔직히 꼴랑 하나 정도밖에 없는 건 좀 심하지...?
자캐의_어렸을_때의_꿈과_현재의_꿈 (진단에 짱돌 맞아서 쓰러짐) 어렸을 적에는 어엿하게 존재해도 되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기만을 바랐고. 지금은... 아직은 비밀~😉
>>854 너무 주변 평이 극과 극이잖아요! 이거!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약간 늦가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제 개인 생각이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타이밍이 빨라 반응이 빨라보인다라. 그렇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보면 일단 빠르게 반응하는 거니까 순발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아무튼 TV에서 볼 것이 없으면 바로 끄는 타이밍이로군요. 뭔가 공감이 가는 느낌이에요. 저도 비슷한 느낌인지라! 그리고 2번이 포인트로군요. 압니다. 그 기분. (싱긋)
>>860 ㅋㅋㅋㅋㅋㅋㅋ 짤 너무 적절하잖아요! 저거! 으앗. 츠쿠시가 짱구였다니!! (이거 아님) 그리고 비설을 들은 저로서는..(눈물 펑펑) 아무튼 가망이 없다면 죽인다라. 차라리 그게 동물의 입장에선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차라리 빠르게 죽이는 것이 그나마 나을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우와. 그 와중에 성적... 츠쿠시 엄청 성실해! 와아아!
>>854 쥬 진단이다~ (우다다) 소문이라..🤔 평가가 극과 극이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쥬가 그만큼 발달한 오감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도 보이고 소름 씨친다는 건 그만큼 광기가 있단 뜻이죠.. 광기 내 오랜 친구여...😇 그런데 독백..? (은은한 미소) 기대하겠습니다.. 이것은 햅삐한 이셔주.. 초봄과 늦가을도 딱 맞는 캐해인 것 같아~ 결국 다시 피어나기 마련이니까! >:3 쥬 기쁨 숨기려면.... 표정 관리하냐구 귀여워.. 볼 쭉쭉 늘려보고 싶은데~~ >:3!! 사람들 뉴스 틀어놓는 건 다 똑같구나.. 책 읽는 쥬라..🤔 안경 쓰나요?(뭔
실수는 스스로 만회하거나 알리는 편이구나..(메모) 는 나 죽었으니까 그렇게 알아줘.. 나의 태양...(드르륵 탁) 나의 태양...(드르륵 탁..) 진짜 죽었다 왜 이런 질문을 주시죠? 잊지 못해.. 어떻게 잊어..(눈물 줄줄) 으악 진단님 용서못해~😭😭
>>860 짤 보자마자 츸시 캐해가 갑자기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어떡하지(큰일) 죽은 모습을 보는 츸시 뭐냐고 저기요 첫 진단이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전에 매워요~!!🥺 그렇지만 츸시답다는 느낌도 들고... 대부분 정장류.. 정장 장신 여캐? 이건 된다 맛집보증수표다... 가치있는.. 사람..? 지금은요..? (지긋) 나 아까 레샤주도 광기 어린 눈으로 쳐다봤는데 츸시주도 그렇게 봐야해..????(?) 농담이구 언젠가는 풀어줄 거지..? 기대하겠어..
츸시야.... 아이고 떼이고 눈물만 난다... 확실히 가망이 1도 없는 동물 입장에서는 그게 낫지만 안다는 건 그만큼의 경험이 있단거구.. 진단 신기하다.. 저 두개가 같이 나올 때가 있구나??😮 모범생 답안이잖아 지금부터 츸시는 모범적인 보검무스메다(?)
>>863 (짱구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못해서 손수건 물어뜯고 있음...) 나도 죽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더 파고 들어가면 쪼금 복잡한 문제긴 하지~ 괴롭더라도 그 동물은 끝까지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었을 수도 있으니까? 츸시는 아마 이런 생각 하면서도 죽이는 걸 선택할 녀석이지만 말이야~ :3c 크으윽 성적얘기 그러니까.... 너무 성실해서 재미없어....
>>865 그거 알아...? 얘... 정장 입는 이유가 그게 단정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기 패션센스 없다는 거 본인도 알아서 그런 거기도 해...(속닥) 레시야 츸시 좀 구해줘 알지?😉(?) 일상에서의 모습은.... 헐 아직도 일상 한 번도 안 돌려봤잖아 크아아악 내일은 진짜로 일상 스타트 한다 다들 각오해!!!~!!~!!!!
>>867 앗아... 레시주 친절해 나 감동해서 울잖아....😭 앗 뭐야 픽크루 더 있다고?? 그럼 죽을 수 없지 얼른 줘!!! >:3
>>827 술 마시면 집착이 심해지는 이셔...귀하군요... 의외로 잘 취할 것 같기도 하고. 술은 조심하자...! 확실히 맥을 끊는 사람은 대화할 의지가 있는가 생각하게 되니까요, 아마 대부분이 상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뭔가 맥을 끊은 건 아니지만 빙빙 돌렸던 거 같은데, 음. 헤헤(?) 이셔는 갑작스러운 장난에 약하다...(메모)(그러나 쓰이는 일은 없었다) 손이 예쁜 이셔! 나중에 네일 받나요? 반짝반짝한 손톱...보고 싶기도 하고? 본래의 갸름한 모습에 흉터가 더해진, 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이런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선한 존재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그런 점에서는 완전무결한 존재하고는 거리가 머니까 신이 아닐 수도. 저도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전반적으로 햇살캐다운 착한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좋네요, 태양이 실제로는 속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고 계속 폭발하고 있다는 것까지 고증된 것 같은 갭차이도 좋습니다... 히히, 다 한거 같은데... 어... 이셔 너무 귀여워... 으응, 작긴 하지, 작긴 해... 아담...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엉엉
"...이제부터 전 아담한 겁니다. 작은 게 아니라요." 막이럼
>>858 핫하 이미 봤다!!!(악당톤 세세한 부분이 잘 살아있는 그림 잘 봤어요! 처음에 마주쳤던 때의 레시와는 딴판인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 같네요, 저 여유만만한 표정, 아주 좋습니다.(심사위원톤
>>860 ㅋㅋㅋㅋㅋㅋ아 짤 너무 찰떡인데 막상 츸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이렇게 엄청난 갭이 또 없고... 무표정으로 오늘 입을 정장을 고르는 츸시 주세요(?) 고를땐 국룰이 있으니까 그것도 해주면 참 좋을 것 같 흠흠 느아악 어째서 죽음을 그렇게 보고 기억하려고 하는 거야...꿈도 그렇고 꿈과 괴리된 자신의 모습을 곱씹으면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아주 매콤합니다 선생님... 동물의 숨통을 끊어주는 것도, 성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성실함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직접 나서서 행동에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물론 그 기술의 출처를 보면 역시 맵지만... 좋은 사람이구나 싶긴 하네요.
>>868 짱구가 너무 강렬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한도 죄도 많은 사람이라 마땅히 비참한 응보가 돌아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따란 자기 잘못에도 착실하지롱~ ㅋㅋㅋㅋㅋ으아악 이셔주 눈에 광기가 꼈다!!!(눈찌르기!) 당연히 천천히 풀어볼 예정이니까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구~😉 어...어ㅓ....? 근데 잠깐 이스주 예리해~ 안다는 건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 ㅋㅋㅋㅋㅋㅋ보검무스메는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74 라라는 인싸구나...(?) ㅁ뭐멈ㅁ머머머머라고???? 레레라라랑 같이...?? 어떻게 이런 영광이...??? 얼른 성실하게 일상 돌려서 레시랑 친분 쌓고 쇼핑도 가겠스빈다.... 야호...😭
>>876 엄근진한 짱구였던 거임!!!(아무말) 국룰조합...? 나름 있지만 내가 정장을 잘 몰라서 자세하게 풀지는 못할 것 같네 크아악 오너의 부족한 정장지식을 탓해라 츸시야...... o<-< 으음 그... 당장 그렇게 죽어도 할 말 없는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암튼 성실하게 봐줘서 고맙다구~~~!!!!!
쥬주도 잘자~!!!!~! 나도 이제 자러 가봐야겠어~ 다들 월요일 하루 힘내보자!!! >:3
인간의 기억은 휘발성이다. 신경을 넘어 근육에 익힌 정보조차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지 않으면 전부 사라진다. 반복해서 그것을 학습할수록 휘발되는 속도는 줄어들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날아가기 마련이다. 서서히. 그리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 오늘 같은 날, 이런 걸 하는거지.
한 차례 권총 사격을 끝내고, 버튼을 눌러 표적지를 앞으로 불러온다.
"생각보단 별론데."
그래도 최소한 어디를 쏴야 하는 지 정도는 잊지 않은 것 같다. 몸뚱아리에 두 발, 머리통에 두 발. 세 발로 끝낼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래서 늘 탄 소모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지.
귀마개를 벗자, 누군가가 훈련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말을 걸었다. 이런, 이게 누구람.
오늘 방문할 장소는 훈련장. 그 중에서도 사격장이 있다길래 한번 방문해 본다. 임무투입 시 총기는 잘 쓰지 않지만 역시 총기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무시할 수는 없었고, 총기를 다룬 지가 오래라 한번쯤 얼마나 몸이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훈련장에 들어서기 전 안에서 들려오는 사격 소리에 이미 누가 있구나 싶었지만 어차피 여럿이 쓸 수 있게 조성된 곳이기도 하고 사격에 익숙한 사람이면 조언이라도 들어볼까 싶어서 그대로 들어선다.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는 그냥 이름을 불렀던 것 같은데, 정신없어서 그랬다지만 무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는 기억 속에서 레이먼드의 풀네임을 찾아본다. 케케묵은 무기에 관심이 생겼냐는 그의 말에는 일단 고갤 끄덕이고.
"케케묵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현역이잖습니까."
물론 총탄이 제대로 먹힌 적을 찾자면 손에 꼽지만서도, 그래도 효과가 아예 없다거나 할 수는 없었던데다가 거리를 유지하면서 견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사용처가 있다고 생각했다.
AI 그림은 어지간하면 안 올리려고 했지만 상판 내에서 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유일하게 아스텔만 올린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개인 소장 중이던 이미지 중 하나인 대충 아스텔의 평소 분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라는 느낌으로. 물론 항상 저런 분위기는 아니고 대체로 저런 분위기일 때가 많지만 또 이야기를 나누면 달라지기도 하고.. 뭐 그런 느낌 아닌 느낌.
"하하... 그렇지만 짧은 시간에도 바뀌는 게 무기고 기술이니까, 쓸 수 있는 무기라고 해봤자 전방에 나서는 병사들이 들고 있는 무기 정도입니다, 기계 종류는 거의 못 만져 봐서요."
소모품처럼 쓰일 병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를 덥썩덥썩 쥐어줄 만한 이유가 없다. 가능한 한 고성능이겠지만 결국 한계가 명확한... 그럼에도 정규군인만큼 화력 자체는 앞선다고 생각하며 고갤 끄덕인 너는 그가 권총의 탄창에 삽탄하는 걸 보다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답했다. 케케묵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듯한 당신의 이야기도 있었고.
"일단은 총기 사용법을 배워두긴 했습니다만, 다뤄본지는 꽤 된 것 같습니다."
사실상 탈주 후부턴 총기는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다. 소음을 줄일 수단도 없는 마당에 위치를 드러낼 무기를 마구 쓸 수는 없었기에. 사격장 한쪽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몇 자루의 총기가 놓여 있어 너는 총기 거치대로 다가간다. 손을 뻗어 집어든 건 구식 총기, 조준을 보조하는 온갖 보조장치가 있는 신식 화기와는 한참 동떨어진 총기를 집어든 너는 잠시동안 총기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사실 신식 무기는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병사는 사실상 무기를 운반하는 존재가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말이죠."
조금 과장하면 어린아이라도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한 무기들. 인간의 기량에 영향을 점점 덜 받는 무기들을 떠올리면서 너는 손때 묻은 듯한 총기를 쥐고 돌아왔다.
"이게 좀 낯이 익네요."
그렇게 들고 온 총기는 구식 총기들 중에서도 상당히 오래된, 연사가 가능하게 만들어졌으나 실질적으로 반동 때문에 연사가 불가능한 소총 한 자루였다. 목재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총기 조달이 어려운 레지스탕스일수록 울며 겨자먹기로 제식취급 받는 총기였으니. 네게는 꽤 익숙했다. 실질적으로 네가 임무에서 쓸 수 있었던 무기는 신식이 아니었으니까.
놀림 반, 놀람 반. 그나마 상태 괜찮은 무기들 사이에서, 도무지 저런 물건이 어떻게 떡하니 버티고 있는지 모를 고리짝 of 고리짝을 들어올리는 쥬데카를 보며 물었다. 아마 선글라스 속 눈은 꽤 커진 상태였겠지.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걸 들고 실전에 나가려고 들진 마."
크고, 무겁고, 반동도 심하고, 연사시 명중률은 기대도 못하는데다, 조준경을 달 레일마저도 없는 그런 나무투성이 총. 물론 다른 보급 힘든 레지스탕스들은 저런 걸 쓴다고는 하지만... 저건 오히려 너무 오래되어 희귀해서 더 안보일거 같다. 그런걸 로망만 가지고 전장에 나갔다간, 솔직히 그렇게 도움이 되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은 그저 사격 연습을 할 뿐이니까.
"그렇담 다루는 방법은 알고 있겠지? 한번 시험삼아 쏴 보라고. 사로 오른쪽 벽에 버튼 있어."
탄약 상자 더미에서도 꽤 구석자리에 비치된, 아주 먼지까지 쌓인 상자에서 탄을 꺼내, 탄창에 한발씩 삽탄한 이후에 가득 찬 탄창을 던져준다.
>>970 :ㅁ ㅈㅈㅈㅈ저기요 질문이 너무 아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으음.. 이스마엘의 입장에서는 그.. 블러디 레드전 이후에 같이 의무실로 갔잖아..?? 그때 대화에서 1차적인 인간과 인간간의 호감이 쌓였는데 고난과 역경의 카노프-엘리나 전 이후 일상에서 경황은 없었지만 추후 차분히 생각해 보니 최대한 스스로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끔 단단하게 붙드는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차분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화와 성품에서..😇
>>974 아 와 두렵지 않다 했지만 너무나도 두렵다..!!
아빠가... 죽여달라 한다..? 그게 옳은 방법인 줄 알면서도 부정하려 들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부모가 좀비라 해도 죽여달라 하면 누가 쉽게 네! 할 수 있겠냐구...🤔 바들바들 떨다가 자긴 못 한다고 울 것 같음.. 결국 자기가 해야만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이후나 감정에 대한 깊은 묘사는 뭐.... 아직 생각해둔게 없음.... 즉흥적인 멘붕을 좋아해서..😇
진심이냐 묻는 그의 말에 뭐 어떠냐는 듯 대답한 너는 실전에 들고 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이야기에 가볍게 눈웃음지었다.
"언젠가 써야 될 때가 올지 모르잖습니까. 기계식의 한계라는 것도 있다는 모양이고요."
물론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낡은 총기였긴 했다. 박물관에나 전시할 법한. 예장용이거나, 애물단지일 만큼 양산되어 간간히 헐값에 팔려 쓰이는 정도의 총기, 그가 던져주는 탄창을 받아들고는 사로로 걸어 올라간다. 이 총은 여러가지 의미로 불편함이 많았다. 뭣보다 총신이 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는데... 네 신장과 맞물려 안좋은 시너지를 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막상 닥쳐오는 급한 상황에서 쓸 수 없어서야 죽음만이 기다리니 이를 악물고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네가 본 사람들은 그랬다.
"엉망일 것 같긴 한데..."
잡아본 지 오래인 총기를 붙잡기 전에, 귀마개를 한 뒤, 표적지가 놓인 곳을 향해 엎드린다. 양쪽 발은 적당히 벌리고, 발뒤꿈치를 땅에 붙인다. 길쭉한 개머리판과 총신 때문에 몸이 좀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러지 않으면 조준이 안 되는걸. 심호흡하며 표적지를 겨눈다. 방에쇠에 걸리는 손가락이 느릿하다.
>>977 어...그 그런가...? 나도 아직 내캐를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였다면 고마어~😉
>>978 (버스트로 찌르기!) 어제 라이너스가 죽여달라고 했을 때 팟! 떠오른 거 있지...😊 이셔를 위해 한 번 죽은 아빠를 본인 손으로 두 번 죽여야 한다니??? 내가 물어본 거지만 이거 너무 가혹하다.... o<-<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아빠를 위한 선택을 내린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우리 이스마엘 기특해 흑흨...ꃼ.̫ ꃼ
"전 사로 사격 끝! 사수 총 놓고, 노리쇠 두세번 당겨주고, 방아쇠 당기고, 다시 버튼 눌러서 표적지 회수해."
익숙한 눈치로 열 발 들이 탄창을 다 소모했음을 확인하자, 호루라기를 불어 신호를 준다. 그리고 돌아온 표적지를 확인 한 순간...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자네는... 사격이... 장ㄴ... 아, 아니지. 으흠. 흠. 총이... 좀 낡아서 그런가보지! 괜찮아. 이쯤 된 총이면 상태가 이상한게 당연하지. 그래!"
애써 씁쓸함을 감추려 웃음으로 무마한 뒤, 조금 과장된 몸짓과 휘파람으로 쥬데카를 안심시키려 애쓴다. 자연스레 뒤쪽에 있는 거치대에서, 여전히 구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쓸만한 소총을 하나 꺼낸다. 근처 탁자에 있는 서랍에서 공구를 꺼내더니 능숙하게 부착물 몇 개를 장착하여 건네주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좀 괜찮겠지?
"자. 영점이 조절이 안된것도 있어. 총을 사람한테 맞춰야지. 이걸 써봐. 나 때는 저 고리짝보단 이런게 더 흔했거든."
가볍고, 비교적 짧고, 반동 조절도 잘 되는 그런 총. 역시 총은 이런 걸 써야지. 새까만 플라스틱이 태도 나고 말이다. 아마, 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 보단 이게 더 자주 보일거다. 실제로 이런 것들을 여기에 오기 전에 더 많이 취급하기도 했고.
"반사식 조준경을 통해서 조준하고, 총열 밑의 수직 손잡이를 잡아. 그렇지... 이제 자세 잡고, 여기 엄지로 안전 풀고. 조준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이러한 종류의 총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을 대하듯 손에 쥐어주며 자세를 잡아준 후에... 버튼을 눌러, 준비시킨다.
라이너스도 배신자였냐구...🥺 그렇지만 고독의식이면.. 배신할만도 하다.... 아이들을 구했다니 다행이지만...
>>988 좋은 질문이네~~ 평소에 눈여겨 봤다면..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흔한 사복종류? 사실 하네스도 답답하고.. 그래서인지 편한 후드나 맨투맨, 크롭티.. 그런 걸 입고는 싶은데.. 문제는 목덜미를 드러내는 것에 그렇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질 못해서. 아무래도 이셔에겐 흉터가 있다보니...😌
10발을 쐈다만 명중한 건 한 발, 그마저도 제대로 맞았다기보단 표적에서 한참을 빗겨나가 있었다. 음, 말했던 대로 된 상황에 너는 총신을 세워 들곤 일어섰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멋쩍은 듯 웃는 건 어쩔 수 없었으려나.
"총이 문제인 건 아닐 텐데..."
이유정도는 너도 알고, 아마 그도 알 터다. 총이 아무리 구식이어도 그 때의 사람들은 잘만 썼지 않은가. 지금도 쓰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긴 하고. 이 정도로 못 맞춘 건 그냥 감 자체가 없다시피 한 거라서 너는 변명하거나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쓸만한 소총을 꺼내 이것저것 부착한 뒤 건네주자 애초에 여기에 오려고 한 이유를 떠올린다. 감도 잡고, 도움도 좀 받으려고 했던 거니까... 이정도면 목적 달성인가? 싶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애써 괜찮다는 듯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고갤 그덕이면서 그가 해주는 대로 손을 움직여 총을 쥐었다. 아까보다 짧은 총신, 좀 더 가볍기도 하고. 엄지로 안전장치를 풀고, 어깨에 개머리판을 가져다 댄 뒤 조준한다. 천천히 한 발씩 쏴보자.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