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두고 어딜 가겠느냐는 말이 진심이었다고 말하기 직전에 입을 다문다. 정말 진심이었는지 스스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제나 둘 이상의 생각이 공존하는 인간이었으니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하며 스쳐 지나가는 유리조각을 느꼈다. 직접 닿지 않았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발목을 끊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나?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가를 생각하며 네가 잡아당겨 모습을 드러낸 얼굴을 마주했다. 다시 한 번 맞춰진 시선에 이어 들리는 속삭임은 상처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는 물음이었다.
대답하기 전 이어지는 목소리에 너는 입을 다문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대체 손목의 피 따위가 뭐란 말이냐,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으면서 대체 뭐 하자는 거냐는 듯한 말이 이어진다. 이유가 뭐냐고, 대체 무슨 까닭에 이렇게까지 괴롭게 하느냐는 것 같은 말에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느끼는 온기가 다음 순간, 눈을 떴을 순간에조차 순식간에 차게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도대체 왜?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이 한 구의 시체로 돌아오는 게 두렵지는 않은 거냐? 어차피 사라질 것에 왜 이렇게 대해주는 거지?
그러면서도 당신은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제 입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그에는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일지, 아니면 애초부터 스스로에게 박아 세워둔 말뚝과, 다른 사람에게 던질 올가미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일지.
"내가, 당신이 피 흘리는 게 싫다는데. 대체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눈 앞에서 시체로 다시 마주할 사람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그건 그 때의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 앞에서 통곡하든. 비관하여 목숨을 내던지러 가든, 복수한다며 전장의 흔적으로 남든 간에. 그걸 대체 지금 네가 왜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하지? 다시 뜬 네 눈은 여전히 살짝 치켜올라가 있었다. 그에 반하듯 끝이 휘어 내려온 눈썹, 도대체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측은하게 여기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너는 당신의 손목을 보았다. 피가 배어나오는 손수건, 안타깝게도 손수건을 두 장 이상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들어 한 장 정도는 준비해 다녔지만 깨끗한 천 같은 걸 두 장씩이나 준비하지는 않았기에 지금은 갈아줄 수가 없었다. 위생상 좋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너는 여전히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채 당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유가, 필요합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그걸 들어야만 하겠느냐며 묻는 표정은 담담한 듯하다.
"그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지금 나보고 전부 무시하고 살라 그 말입니까?"
대답해.
"당장."
너는 비겁하다. 언제든 한 발자국만 뒤로 디디면 떨어지는 위치에서 꺼낸 그 말은 거진 협박이었다. 넌 자유로이 움직이는 나머지 한쪽 손을 들어 당신의 턱 부근에 가져다 댔다. 입술에서도 피가 나잖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흐르지 않고 맺혀있을 뿐인 피의 배나 되는 혈액이 몸 안에서 언제나 흐르고 있는 것을, 항상 심장에는 상처가 나 온 몸으로 피를 뿜어내고 있는데. 죽어야만 멎는 상처의 출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앞에서 너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심하지는 않고 조건부로 있다 없다 하는 정도? 하고싶은 기분 자체는 자주 들지만 10번에 8번 정도는 참는다나~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보통이지? 주변 눈치보고 행동하기보다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려는 편이라 눈치 잘 안 보기도 하고?
067 밤에 잠이 안온다면 무엇을 하나요?
잠깐 산책을 다녀오거나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소소하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겠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구는?" 레레시아 나나리: 이상적이라는게 뭐야. 기준을 두고 사람을 고르라는 거? 레레시아 나나리: 웃겨. 관계라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른게 당연하니까 서로 맞춰가는 거라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이상을 바라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맞춰주는 것도 기대하지 마.
"낮, 밤? 둘 중에 어디?" 레레시아 나나리: 아침도 있고 새벽도 있고 저녁도 있는데 왜 낮이랑 밤 뿐인데. 레레시아 나나리: 아 알았어. 고르면 되잖아. 레레시아 나나리: 어... 낮?
"너의 가장 작은 꿈이 뭐야? 사소한 것들." 레레시아 나나리: ...아무런 제약 없이 같이 있고 싶어. 레레시아 나나리: 임무 나가는거나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거 안 하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있으면 좋겠어...
>>73 그러니까 레레시아는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거군요. 그리고 라라시아는 레레시아를 온전히 제 것으로만 삼고 싶은 것이고. (갸웃) 10번중에 8번...ㅋ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하게 많이 참고 있군요. 레레시아. 음. 그리고 뭔가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잠이 안 올때 시간을 보내는 편이로군요. 뭔가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지 않을까하고 살짝 뇌피셜을 돌려보겠어요! (아님) 그리고 친구에 대해서는 굳이 일부러 맞춰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제 선에 들어온 사람과 들어오지 않은 사람을 나누되 굳이 막 떠나가도 신경쓰지 않고 오는 것도 막지 않는 그런 느낌? 맞을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은... 마음이 아프군요. 여러모로. (눈물)
>>74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누군가의 그런 행위로 인해서 스스로가 과거를 다시 상기하게 되는게 싫은 거? 랄까? 계기가 충분하고 감정적인 준비가 되어있다면 직접 말할 수도 있어~ ㅋㅋㅋ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캡틴은 너무 많은 걸 알고있어 (망치 스윽)(?) 사람이 오고 가는 것에 별 생각 없어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래보일 뿐이래~ 거리감은 상관없이 관계가 생기고 끊어지는거에 적잖이 영향 받는 편~ 마지막은 살짝 현 시점 상태를 반영시킨거라 짠내가 은은하게 나는게 정상입니다 호호^^
>>75 하지만 그 직접 말할 수도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야 가능할 것 같은걸요! 물론 이건 누구나 다 그렇긴 하겠지만 레레시아는 뭔가 그런 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날카로울 것 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ㅋㅋㅋ 아니. 호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가끔은 아스텔이 낚시할 때 볼 수도 있겠네요. 으음. 그리고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것은 상처받기 싫어서 괜히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것은 임무를 나갔다가 가디언즈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그때 본 조종당하는 이들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불안해하는 것일까요? 혹시.
>>76 그치 누구나 그렇겠지만 레시한테는 레시만의 조건이 있는 그런거지~ 호수로 산책 갔는데 아스텔이 낚시 중이면 슥 되돌아갈걸~ 사적인 휴식 중에 방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상처받기 싫어서 라는 것도 맞아~ 일종의 방어기제? 인데... 어라 캡틴 왜 거기까지 알고 있는거지...? (희번득) 표면적으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지만 깊은 내심에는 그런 불안이 숨어있지~ 그렇기 때문에 엘리나를 없애고 싶어하기도 하고. 불안이 실체화된 존재니까.
대체 왜? 처음부터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가지, 이렇게 상처를 더 크게 벌어지게 만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동료라서? 잘난 동료라서, 그까짓 허울뿐인 개념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내 잔인한 사람이라 당신의 과거를 헤집어야만 하나? 가디언즈라서? 죄책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모조리 목에 걸린다. 마치 공중에 뜬 유리 조각이 모조리 목에 내리꽂힌 것처럼 뱉었다간 피를 토할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 피가 당신의 살을 녹여버릴까, 끝내 모든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것이 지당하다 여겨질까. 입 닥치고 있는 것이 최후의 방어선이라도 된 듯.
"……."
잔인한 사람. 인간이 가진 본능에 기인하여 피를 보는 것이 불쾌하고 싫다면 싫은 것이겠지. 차라리 그렇게라도 얘기해 주면, 표현했더라면 되었을 텐데. 당신의 알기 어려운 표정 때문인지 이스마엘의 눈이 점차 가늘어진다. 끝내 맹견 한 마리처럼 서슬 퍼런 눈길로 당신을 마주했다. 뿌리치고자 했으나 그랬다간 당신이 떨어질 것을 알기에 주먹을 제외하고 다른 곳엔 영 힘을 주지 못하며.
"필요하냐고?"
나지막이 내뱉는 목소리가 첨예하다. 담담한 표정과, 서슬 퍼런 눈은 정 반대다. 그 눈동자가 끝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추는 걸 알면서도. 전부 무시하고 살라고? 이스마엘은 이를 악물었다. 대답하라 채근하는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눈을 굴린다. 바닥이다. 한 발자국만 더 뒤로 가면 떨어질 것을 안다. 잔인한 사람.
"그래, 답하면 될 거 아니야. 납득할 수 없으니까."
고작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 뱉은 말을 뒤로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내 감정을 누르려는 듯 붙잡힌 손목의 주먹을 꽉 쥐었다. 느리게 번지던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벌어지든 말든 상관없다. 벼랑 끝에 선 것은 당신뿐만이 아니었다는 듯 꽉 쥐어낸 주먹마저 파르르 떨린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턱 부근에 가져다 댄 손에, 눈길이 당신을 향해 정확히 내리꽂힌다. 치켜뜬 눈을 뒤로 감정을 누르던 씨근대던 숨을 멈춘다. 유리 조각의 날선 면이 일순 한곳으로 돌아간다.
"나를 얼마나 더 추악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회피하는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이. 잔인한 사람, 당신은 잔인하다 못해 끔찍하리만치 진절머리 나는 사람이다. 홉뜬 눈으로 당신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봤다. 내 밑바닥을, 끝내 그 밑바닥에서 가장 깊은 감정까지 끄집어내려 들지. 당신 같은 사람이, 고작 당신이─
"……나를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고 싶어서."
한계점에 도달한 감정은 터지지 못한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시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밀어버리면 될 것을, 영영 도망치면 되는 것을 끝내 교육받은 대로 살기 위해 참는 것과 달리 애당초 처음부터 할 수 없었다. 홉떴던 눈이 점차 가라앉는다. 감정을 부인하다 끝내 새된 목소리가 갈라지듯 새어 나왔다.
"당신만큼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해서."
잃는 것에 넌더리가 나서.
"동료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당신이, 살았으면 해서."
이스마엘은 다시금 입술을 악물었다. 터졌던 상처를 다시금 짓씹고 속을 씹어낸다. 목에 유리 조각이 박힌 것 같다. 끝내 피를 토하는 것 같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노라 스스로에게 다시금 되뇌며 심호흡 하나 하지 못하고 뱉었다.
"내가…… 부디 당신에게 쓸데없는 미련을 갖지 않게 해줘, 제발……."
차라리 경멸하고 걷어찼더라면. 그렇게 마음 놓고 당신을 잊고 끝내 홀로 무너질 수 있더라면. 감정 따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뎌졌더라면, 내가 차라리 그럴 수 없는 사람임을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끝내 고였던 마지막 눈물이 떨어져 뺨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