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상황이 맞물린다. 무너지는 정신, 엄습하는 현실,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 하물며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한 것이 발코니에 위태로이 서있는 사람이라면, 맨정신으로만 봐도 아찔한 순간을 흔들리고 무너졌을 때 마주한다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스마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노라고, 결국 지금까지 해온 일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그렇지 않음을 스스로 알면서도, 언젠가는 온전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수복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위태로운 정신은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틀에 고정해버린다. 결국 나는 이런 추악한 사람일 뿐이라고. 끔찍한 밑바닥의 개, 절대 닿지 못할 태양, 마침내 닿더라도 아래를 내려다볼 때 모든 것이 불타 아무것도 남지 않을 존재…. "한 걸음만 더 앞으로 가면 어떻게 될지 당신이라면 알잖아, 거짓말하지 마." 이젠 잃는 것이 싫다. 자의든 타의든 이젠 지긋지긋하다. 고작 한 번 잃었을 뿐인데도 싫다. 아니, 한 번은 아니었나. 마음에 담지 못했을 뿐이지 수도 없이 잃었던 것 같다. 스크린 너머에서, 이 장소에서, 바깥에서, 당신 또한, 만약 무장이 아니었더라면 눈앞에서…… 실로 끔찍한 사실이다. 이젠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다. 증오인지 사랑인지 모를 것으로 점철된 자신의 세계를 빼앗아가려는 그 작태가 진절머리 난다. 세상은 어째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가려 드는가. 유리 파편 하나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근처를 재빠르게 스쳐가더니 마침내 허공으로 떨어지고 만다. "나는…… 발목을 끊어본 적이 손에 꼽아서, 힘 조절을 할 수 없어." 내가 그런 짓까지 하게 만들지 마. 비틀려버린 생각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우스운 일이다, 혁명을 위해 발 들일 때는 끔찍한 상황을 이겨내고자, 누구보다 이성적이고자 했건만 결국 잘 어울리는 건 이성 없이 되는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짐승 같은 모습이라니, 아, 당신을 밀어 넣고, 몰아넣고, 끝내 탓하지 못하고, 당신 때문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안긴 주제에 영원불멸한 순간에 놓지 않고자 발악한다니. 역겹고도 끔찍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붙잡혔다. 당겨졌으며, 동시에 당신을 잡았다.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윤곽을 드러낸다. 붉어진 눈시울, 뺨을 타고 흐르는 시점이 줄어들어 곧 그칠 것만 같은 눈물, 악물어 피가 맺힌 입술, 바람결에 헝클어진 새하얀 머리, 칩셋이 이식되지 못하고 몸체만 남은 안드로이드처럼 섬뜩하리만치 표정 없는 얼굴, 그리고 여전히, 선명한 눈. 차라리 초점이라도 흐렸더라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겠거니 싶었을 텐데,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현실을 직시하며 당신을 마주하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눈빛이, 지금 이 모습이 이스마엘이 숨기고자 했던 이면이라는 증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손목을 붙들린 채 끌어당겨진 몸 뒤로 시선을 내리고 눈을 맞춘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까짓 상처가, 대체 왜 중요하지?" 당신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참 다르거니 싶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노라면 자신은 그렇게 다시금 밑바닥을 살피게끔 되니. "그렇다면 어째서지?" 그 상황 속에서 속삭이는 어조에 점차 감정이 침잠한다. "내가, 그저, 당신에게 있어 동료니까? 손목 하나 정도는 잃어도 돼. 눈 하나를 잃어도, 신체의 절반을 잃어도. 나는 그래도 돼……. 어차피 세븐스로 태어나 혁명에 발 들인 이상, 그렇게 각오하지 않았나?" 현실을 직시하기에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즐겁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을 직시하니까. 차라리 한 시간에 남고자 했으나 당신 때문에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말았으니, 돌아갈 곳 없는 자에게 있어 더욱 끔찍하다. "다음날엔 싸늘하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저 지나치면 될 사람이잖아." 입술을 달싹인다. "하지만 당신은 안 돼." 당신은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나? 아니잖아. 이젠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속삭이는 꼴 기이하다.
당신을 두고 어딜 가겠느냐는 말이 진심이었다고 말하기 직전에 입을 다문다. 정말 진심이었는지 스스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제나 둘 이상의 생각이 공존하는 인간이었으니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하며 스쳐 지나가는 유리조각을 느꼈다. 직접 닿지 않았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발목을 끊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나?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가를 생각하며 네가 잡아당겨 모습을 드러낸 얼굴을 마주했다. 다시 한 번 맞춰진 시선에 이어 들리는 속삭임은 상처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는 물음이었다.
대답하기 전 이어지는 목소리에 너는 입을 다문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대체 손목의 피 따위가 뭐란 말이냐,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으면서 대체 뭐 하자는 거냐는 듯한 말이 이어진다. 이유가 뭐냐고, 대체 무슨 까닭에 이렇게까지 괴롭게 하느냐는 것 같은 말에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느끼는 온기가 다음 순간, 눈을 떴을 순간에조차 순식간에 차게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도대체 왜?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이 한 구의 시체로 돌아오는 게 두렵지는 않은 거냐? 어차피 사라질 것에 왜 이렇게 대해주는 거지?
그러면서도 당신은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제 입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그에는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일지, 아니면 애초부터 스스로에게 박아 세워둔 말뚝과, 다른 사람에게 던질 올가미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일지.
"내가, 당신이 피 흘리는 게 싫다는데. 대체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눈 앞에서 시체로 다시 마주할 사람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그건 그 때의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 앞에서 통곡하든. 비관하여 목숨을 내던지러 가든, 복수한다며 전장의 흔적으로 남든 간에. 그걸 대체 지금 네가 왜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하지? 다시 뜬 네 눈은 여전히 살짝 치켜올라가 있었다. 그에 반하듯 끝이 휘어 내려온 눈썹, 도대체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측은하게 여기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너는 당신의 손목을 보았다. 피가 배어나오는 손수건, 안타깝게도 손수건을 두 장 이상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들어 한 장 정도는 준비해 다녔지만 깨끗한 천 같은 걸 두 장씩이나 준비하지는 않았기에 지금은 갈아줄 수가 없었다. 위생상 좋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너는 여전히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채 당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유가, 필요합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그걸 들어야만 하겠느냐며 묻는 표정은 담담한 듯하다.
"그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지금 나보고 전부 무시하고 살라 그 말입니까?"
대답해.
"당장."
너는 비겁하다. 언제든 한 발자국만 뒤로 디디면 떨어지는 위치에서 꺼낸 그 말은 거진 협박이었다. 넌 자유로이 움직이는 나머지 한쪽 손을 들어 당신의 턱 부근에 가져다 댔다. 입술에서도 피가 나잖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흐르지 않고 맺혀있을 뿐인 피의 배나 되는 혈액이 몸 안에서 언제나 흐르고 있는 것을, 항상 심장에는 상처가 나 온 몸으로 피를 뿜어내고 있는데. 죽어야만 멎는 상처의 출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앞에서 너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심하지는 않고 조건부로 있다 없다 하는 정도? 하고싶은 기분 자체는 자주 들지만 10번에 8번 정도는 참는다나~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보통이지? 주변 눈치보고 행동하기보다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려는 편이라 눈치 잘 안 보기도 하고?
067 밤에 잠이 안온다면 무엇을 하나요?
잠깐 산책을 다녀오거나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소소하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겠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구는?" 레레시아 나나리: 이상적이라는게 뭐야. 기준을 두고 사람을 고르라는 거? 레레시아 나나리: 웃겨. 관계라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른게 당연하니까 서로 맞춰가는 거라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이상을 바라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맞춰주는 것도 기대하지 마.
"낮, 밤? 둘 중에 어디?" 레레시아 나나리: 아침도 있고 새벽도 있고 저녁도 있는데 왜 낮이랑 밤 뿐인데. 레레시아 나나리: 아 알았어. 고르면 되잖아. 레레시아 나나리: 어... 낮?
"너의 가장 작은 꿈이 뭐야? 사소한 것들." 레레시아 나나리: ...아무런 제약 없이 같이 있고 싶어. 레레시아 나나리: 임무 나가는거나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거 안 하고.. 레레시아 나나리: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있으면 좋겠어...
>>73 그러니까 레레시아는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거군요. 그리고 라라시아는 레레시아를 온전히 제 것으로만 삼고 싶은 것이고. (갸웃) 10번중에 8번...ㅋ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하게 많이 참고 있군요. 레레시아. 음. 그리고 뭔가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잠이 안 올때 시간을 보내는 편이로군요. 뭔가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지 않을까하고 살짝 뇌피셜을 돌려보겠어요! (아님) 그리고 친구에 대해서는 굳이 일부러 맞춰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제 선에 들어온 사람과 들어오지 않은 사람을 나누되 굳이 막 떠나가도 신경쓰지 않고 오는 것도 막지 않는 그런 느낌? 맞을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은... 마음이 아프군요. 여러모로. (눈물)
>>74 과거의 자신을 알리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누군가의 그런 행위로 인해서 스스로가 과거를 다시 상기하게 되는게 싫은 거? 랄까? 계기가 충분하고 감정적인 준비가 되어있다면 직접 말할 수도 있어~ ㅋㅋㅋ 산책 코스에 호수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캡틴은 너무 많은 걸 알고있어 (망치 스윽)(?) 사람이 오고 가는 것에 별 생각 없어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래보일 뿐이래~ 거리감은 상관없이 관계가 생기고 끊어지는거에 적잖이 영향 받는 편~ 마지막은 살짝 현 시점 상태를 반영시킨거라 짠내가 은은하게 나는게 정상입니다 호호^^
>>75 하지만 그 직접 말할 수도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야 가능할 것 같은걸요! 물론 이건 누구나 다 그렇긴 하겠지만 레레시아는 뭔가 그런 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날카로울 것 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ㅋㅋㅋ 아니. 호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가끔은 아스텔이 낚시할 때 볼 수도 있겠네요. 으음. 그리고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것은 상처받기 싫어서 괜히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것은 임무를 나갔다가 가디언즈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그때 본 조종당하는 이들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불안해하는 것일까요? 혹시.
>>76 그치 누구나 그렇겠지만 레시한테는 레시만의 조건이 있는 그런거지~ 호수로 산책 갔는데 아스텔이 낚시 중이면 슥 되돌아갈걸~ 사적인 휴식 중에 방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상처받기 싫어서 라는 것도 맞아~ 일종의 방어기제? 인데... 어라 캡틴 왜 거기까지 알고 있는거지...? (희번득) 표면적으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지만 깊은 내심에는 그런 불안이 숨어있지~ 그렇기 때문에 엘리나를 없애고 싶어하기도 하고. 불안이 실체화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