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또한, 아찔한 상황에 대한 아이들의 증언을 듣고 긴장한 것이 보인다. 강산은 아무래도 이건 다시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빈센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빈센트의 격려를 들은 아이는 다시금 볼을 붉히며 "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아이들이 "방금 그 말 멋지다!" "오오...."라며 감탄하기도 한다.
"아, 합동 마도로 가자는 말씀이시군요? 좋습니다!!"
풀어진 분위기도 강산도 다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빈센트가 그린 진의 반대쪽에 손을 댄다. 뭔가 벌어지려고 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상황을 지켜본다.
"가봅시다! 멋진 무지개를 만들어보죠! 행운 버프도 더해서!"
자신의 의도를 알려주는 것은 합동 마도에 성공하려면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는 나름의 경험담에서 나온 것이었다. 강산과 빈센트가 같이 마도를 구성하니, 곧 진의 한가운데에서 팟, 하고 의념을 싣은 물줄기가, 분수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이내 주변으로 산산히 물방울을 흩뜨린다. 그 주변에 맑고 선명한 빛깔의 원형의 무지개가 놀이터 위에 떠오른다.
아이들이 무지개를 보고 지르는 환호성이 들려온다. 강산도 뿌듯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웃어보인다.
"영월 작전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제가 멍청하게 가만히 있다가, 아까운 순간이 날아가서 큰일날 뻔하지 않았습니까."
빈센트는 그땐 그랬지, 라고 말한다. 그 뒤에는 '다신 그런 멍청한 실수 없을 겁니다.'라는 말도 붙었지만, 아마 아이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이질적인 마력이 흘러드는 회로가 덜덜 떨리며 소리를 냈으니까. 빈센트의 마도는 마치 8기통 엔진처럼 우렁찬 소리와 나사가 맞물리는 산업의 소리를 냈고, 강산의 마도는 수많은 악사의 팔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격렬한 고전음악 연주 같았다. 그리고 두 개가 불안하게 맞물려 불협화음을 내다가, 이내 합쳐지면서 수천 수만년을 어떻게든 버텨온 인간 문명에 대한 헌사처럼 들려왔다.
"...워."
빈센트는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도가 기쁨이라는ㅡ 계측할 수 없고, 그 가치를 측량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실존하는 가치를 창조해냈다는 것에 만족했다. 빈센트는 손을 탁탁 털며 무지개를 보고, 그 사이사이에 빗방울을 조절해 앨랠래, 좋아해요 등의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 모양들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강산에게 말했다.
"뭐랄까... 강산 씨 옆에 있으면, 잠깐이나마 제가 정상인이 된 기분이 드는군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암튼.... 각 시트캐들 위키페이지에서 레벨 / 스탯 / 포지션이랑 아이템이랑 기술목록 자료 따와서 백업해뒀습니다...!! 에버노트는 기기 사양문제인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건지 동기화 삑사리 날때가 있어서,,,일단은 솜노트에 개인적으로 저장해뒀다가 필요시에 정산에 참고하거나 공개하는 것으로 생각중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배웠습니다. 어쨌든 대충 살라는 의미였죠. 그래도 사람 안 죽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좋은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빈센트는 그런 감상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저 아이들에게 무슨 기쁨이 있을지, 무슨 아픔이 있을지는 모른다. 그건 나도, 강산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기쁨이 있건 아픔이 있건, 아니면 둘 다 있건, 그 아이들은 빈센트가 만들어낸 마도에 기뻐했다. 그거면 됐다. 빈센트가 저 아이들에게 빈센트가 걸었던 길을 절대 걷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는 없었고, 그들 하나하나를 구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했다.
당장은 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그거면 됐다.
그리고 빈센트는... 강산과 함께 있을 때면, 다른 이들과 있을 때와는 달리, '정상'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빈센트는 살인, 고문, 피, 내장, 대량학살, 테러와는 연이 없는 정상인이 되었고, 그 정상인 행세가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다.
"...또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군요."
빈센트는 어쩌면 자신이 정상인은 되지 못하더라도, 정상성은 선망할 기회는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슬쩍 일어섰다.
강산은 아이들의 감사인사를 받아주면서 빈센트가 한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빈센트의 감상을 들으며 짤막하게 답한다. 폭력과 유혈로부터 멀어진 일상이 주는 평온함. 그것이 그가 말하는 '정상인' 같음인 걸까.
"또 볼 수 있을 겁니다." - 네, 또 놀러와요!
강산이 그렇게 말하자 뒤에서 아이들이 맞장구를 친다.
"다음 번에는 위험하게 말고 안전하게 놀아줄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네요.."
그가 이렇게 덧붙이자 아이들이 (좀 전에 마주친 들개를 떠올리고는) 잠깐 잠잠해지긴 했지만.
"아 그러고보니 시간이 꽤 지났네요...형들 이만 가볼게. 너희들도 조심해서 들어가. 그리고 너희가 마주쳤다는 들개는...가능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겠다."
빈센트가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자 강산도 같이 자리를 뜰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아마 보호자들에게 이야기하면 보호자들이 알아서 민원을 넣겠지만, 노파심에 한 문장을 더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고는 "갑시다."라며 빈센트 옆에 붙어서 (혹은 빈센트를 끌고 나가며) 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