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속 안된다거나, 그에 관해 특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는 그냥 내가 '주기 싫어서 그런데 싫은 척 해야지ㅎㅎ' 같은 게 아님. 한 개인이 가졌을 때 문제가 된다거나, 어장 유지에 문제를 끼칠 만한 강력한 무언가라면 나는 그걸 진행중에는 얻을 수 없다고 확실하게 말함. 그리고 용언의 경우가 그렇고. 그러니 확실하게 얘기해줌. 유하는 어장이 완결나더라도 그 뒤의 이야기에선 모를까 지금은 '용언을 사용할 수 없음'을 미리 말하고 감.
자 그런데 그럼 위에서 '캡틴은 S랭크 도달하면 쓸 수 있다고 했잖아'라고 말한 거는 어떤 거냐. 마도는 현상을 표현하는 기술에 가깝다고 이미 얘기한 바 있음, 그리고 현상 개변이나 이러한 부분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말 그대로 그쪽으로만 스스로의 특화를 정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냈다 가정했을 때.
아무도 없는 일이 많은 미리내고 특별반 교실. 오토나시는 자신의 책상 옆의 누구가 쓰는지 모를 책상 위에 ‘ 미술 전시회 도록 ’ 으로 추정되는 약간 두꺼운 책을 몇 권 올려두고 자신의 책상에는 팜플렛 몇 개를 올려두었네요. 책과 팜플렛 하나씩은 누가 시간 나면 보라는 듯이 활짝 펼쳐져 있는데... 내용을 읽어보자면 ‘ 삶과 순환 ’에 대한 주제를 다룬 전시회인것 같습니다.
-검은 공간 위에 배치된 오브젝트는 관람객에게 하여금 자살자의 임종을 연상하게 한다...
“ 음. 모르겠어. ”
의자 위에 거북목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정자세로 앉아서 도록을 읽는 오토나시는 그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요! 절대로 도록을 거꾸로 들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빈센트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 누군가는 예의바르게 기인이라고도 말했다. 스스로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딱히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리... 싫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은 빈센트에게 그 무엇이 되는 것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빈센트는 그저 미친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애송이일 뿐이라고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어릴 적에 빈센트와 대련을 했던 상대 중에는... 양 팔로 땅을 짚고, 양 다리로 칼과 방패를 쓰는 물구나무 파이터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면서 빠른 스텝으로 접근하는 격투가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리고 이제는... 도록을 거꾸로 들고, 진지하게 그 뜻을 읽고 고찰하는 오토나시 토리를 보고, 자신은 그저 미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나쁜 놈'이고, 찌질이임을 깨달았다. 빈센트는 아무리 미치고 싶어도, 너무 미친 나머지 책을 거꾸로 읽어도 또다른 뜻을 통찰할 수 있는 사람 앞에 서면, 빈센트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
하지만, 빈센트는 그 사람이 오토나시 토리인 것을 보고, 자신이 단단히 실례를 했다고 생각하고는 옆으로 슬쩍 다가갔다.
그의 포지션이 천직인 것 같다고 하는 시윤의 말에 강산은 히죽히죽 웃는다. 딱히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의 다른 마도사들과 비교하면 또 뭔가 납득이 가는 것이다. 자신은 상대적으로 유틸계라고 불릴법한 기술이나 마도를 선호하는 편이라, 랜스가 어울릴 법한 공격적인 친구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으니.
"그랬지. 아하, 그런 건가? 그럼 축하해줘야지!!"
시윤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던지는 희소식에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엄지를 척 들어보인 후, 강산은 바로 받침대와 '백두'를 꺼내 세팅하고, 선곡을 고민하는 것인지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곧 순식간에 조율도 마친다. 마침 듣고 있던 곡이지만...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의 선곡. 사랑하는 청춘을 위하여,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그리고는 곧바로 재생되는 반주. 경쾌한 박주와 활기찬 비트 사이로 지나가는 가사. 자신을 '지니'에 비유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내용이다.
//21번째! 가야금 단독 커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지금도 좋아하는 영상 같이 공유해봅니당... https://www.youtube.com/watch?v=F2rgCd6I-4A
자신의 마도에 대한 그의 비유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빈센트의 말을 듣고 있는 강산은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강산이 말하려던 것과 다르긴 했지만, 아이들이 돌아오는 상황이라 본래 말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야 했으니까. 빈센트가 가장 먼저 다가온 아이에게 칭찬과 함께 뭘 해줄지 물었지만...그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온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저 말고 저기 쟤요! 영민이 소원을 들어주세요!"
"흠....?" 잘 보니 그 아이의 손에는 별의 조각이 없었다. 강산은 의아해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보다 더 뒤에서, 반짝이는 조각들을 한 손 가득 들고 있는 한 아이를 둘러 싸고, 다른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별조각을 든 다른 아이들, 특히 가장 먼저 다가와서 상황을 설명하는 아이의 표정이 워낙 진지했던 터라.
"별의 조각을 찾다가 사나운 들개가 나타났는데, 영민이가 다른 애들이 도망치는 동안 들개를 쫓아내줬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자기 별조각을 다 잃어버려서 우리 별조각을 다 얘한테 주기로 했어요!" "뭐?! 그거 정말 큰일날 뻔한 거잖아!! 다들 안 다쳤어? 괜찮아?"
강산이 놀라서 묻자, 볼을 빨갛게 물들인 꼬마 영웅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일찍 탐색을 중단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위험한 들개가 있다면 귀가하기 전까지는 다 같이 움직이는 편이 안전할 테니까. 아이들의 상태를 살펴보니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듯 했다.
"다들 다행이네. 네가 정말 큰 용기를 내줬구나!! 그래, 뭘 해줄까?" "음...무지개가 뜨게 해 주실 수 있나요? 비 다음에 무지개, 멋지지잖아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꼬마 영웅이 수줍게 말하자, 강산은 빈센트를 돌아본다.
"빈센트 형님은 이미 마도를 여러번 써서 망념이 쌓이신 듯 하니까...제가 할까요? 버프도 걸어줄 겸 해서?"
호흡을 고르십시오. 자세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탄환은 한정적이며, 기회는 단 한번입니다. 당신의 기회를 위해 쓰러진 이들을 보십시오. 우리의 적, 우리의 상대에게 기회를 꺾기 위한 죽음들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찰나라, 이 시간들을 단지 찰나로 잊는다면. 쓰러진 이들에겐 얼마나의 가치를 지니게 됩니까? 그 죽음을 현재의 윤시윤은 무시하고 있습니까?
손을 들어올립니다. 어느새, 주머니에는 낡은 탄환이 있습니다. 구시대에냐 사용했을 낡은 탄환을 당신은 장전구에 밀어넣고 한숨을 내쉽니다. 담배. 담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떨림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것이 너무나도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철컥
탄이 제 자리를 찾은 듯 들어섭니다. 모든 준비는 마쳤습니다. 이 주어진 기회 속에서. 주어진 것은 찰나 뿐.
빈센트는 들개 이야기에 등골에 소름이 쭉 돋는 것을 애써 숨기려고 했다. 빈센트가 별조각을 뿌리고 찾아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빈센트의 말만 듣고 이리저리 위험한 곳도 돌아다니다가 미친 들개를 만났고, 하마터면 들개가 위해를 가할 수 있던 것을 '영민이'라는 친구가 어떻게 잘 막았다고. 만약 영민이라는 아이가 없었다면, 만약 아이들이 놀라서 어디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그 미친 개가 아이들을 물었다면... 그 개가 평생 갈 흉터뿐만 아니라 광견병 바이러스를 고약 삼아 상흔에 덧댔다면, 아니면 하필 물어도 목이라서 최소 전신마비에 최대 사망이라면... 빈센트는 자신이 정말로 위험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건 다시는 안 하는 게 좋겠군요."
아이들이 말을 듣고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지만 빈센트는 적당히 돌리고, 영민을 보고 칭찬한다. 면책권이 뜯겨나간 빈센트에게, 저 아이는 영원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딱히 별 능력도 없는데도 용기를 내서 그 미친 개한테 맞선 그 용기는 칭찬할 만했다.
"이 세상의 어둠은, 그 어둠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면서도, 자신이 그 어둠 앞에서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알면서도, 싸우는 당신 같은 사람 덕분에 패배하는 겁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무지개라는 말에 깍지를 끼고 손을 편다. 무지개? 비? 좋지. 못할 것 뭐 있나.
"위력에 집중하지 않은 마도라서 망념 축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위력을 신경쓰지 않으니, 시각적 정밀성, 시각적 규모에 더 집중할 수 있겠죠... 물론..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겁니다. 더 환상적일 거고요."
빈센트는 좌우 대칭의 마법진을 만들고, 왼쪽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강산에게 같이 하자는듯 눈짓한다.
1. 린에게 매력을 올려주는 특성이나 아이템이 없지 싶은데요. (미인 서브특성이 스탯상승이 아니라 NPC 초기 호감도 보정으로 들어가있어요.) 왜 위키에? 린 매력이? 30이라 되어있는 것?? 1-1. 지금이라도? 만약 초기 호감도 보정이 아니라 스탯 상승이 붙는 '수려함'을 원하셨다면? 캡틴이랑 상의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의 이름 첫글자를 세 번이나 말하는 토리를 보며, 빈센트는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죽어도 못 외우던 사람임을 깨닫는다. 옛날에는 좀 서운한 감도 있었고 나를 놀리나 화나는 감도 있었지만 빈센트는 이해하기로 했다. 광기의 렌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이 세계의 진실, 그 편린을 보는 이에게 웬 빨간머리 찌질이 따위의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미술 전시회라... 미술 전시회 좋죠. 시간 쓰기도 딱 좋고... 해석하기도 좋고..."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한다. 현대미술은 그건 좋았다. 형태와 양식에 어떠한 '정답'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 해석하는 방식 역시 정답이 없었다. "이게 그림이면 나도 애들 그림에 작가 이름 붙여두고 100억 GP에 팔겠다"는 폄하도 답 중 하나였고, "이것은 100년 전에 마지막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면서 실패한 공산주의 실험이 한때 품었던 고귀한 이상을 추모하는 어쩌구저쩌구..."라는 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은 억지도 답이었다. 그리고 오토나시 토리가 신도들 덕분에 그런 걸 본다는 걸 생각하니, 꽤 부럽기도 했다.
"삶과 순환! 미술계에 있어 고전적인 주제죠. 눈을 돌려서 바깥을 보면, 모든 것이 삶이요 순환이니까요. 심지어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공업지대도 말입니다."
빈센트는 맞장구치면서 말한다.
"어쨌든, 이제 도록을 정위치로 뒤집었으니... '보통 해석'은 가능할지도 모르죠."//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