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1 왜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은 숲이라는 요소를 선택한 걸까요? 또 왜,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라는 요소를 언급한 걸까요? 두 눈을 감습니다. 숨은 길게 내뱉어봅니다. 천천히 눈을 감음에도 상대는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마치 시윤의 지금의 행동도 이해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에 따라 나뭇잎들이 서로 둘러싸 춤을 춥니다. 그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지들도 함께 춤을 춥니다. 고요한 듯 느껴지던 숲에서 들려오는 먹먹할 만큼의 소음에 시윤은 두 눈이 꺠어지듯, 번뜩 뜨고 맙니다.
" 우리가 신경쓰지 않던 것. "
그녀는 양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시윤의 주위를 천천히 걷습니다.
" 우리가 익숙하다 무시했던 소리들. "
모든 소리들로 시끄러워진 것들을, 시윤은 숨을 내뱉습니다. 이것마저도. 우리가 익숙하다 느끼는. 그리고 당연하다 느끼는 하나의 소리였던 것을.
나뭇가지가 움직임에 따라 풀잎들이 흔들리고, 그렇게 옆 가지에 부딪혀 잎끼리 얽혀 소리가 나고, 그 과정에서 거센 돌개바람이 부는 때면 가지끼리 얽혀 소리가 크게 퍼지고, 그런 소리들이 뒤섞여 소음이 되었다가. 곧 멀어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멈춰가는 것을.
" 답을 찾으셨나요? "
그녀는 미소를 띄운 채 시윤을 바라봅니다. 이 대답에는 아득한 자아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일단 길드화는 필수지. 지금 특별반은 말 그대로 UHN의 바로 아래에 있고 자취권이 없으니까. 길드화를 통해 UHN의 영향에서 쪼오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대항을 생각할 시간이 늘어날 거라 생각해. 그리고 영향력을 늘린다... 영향력이라 하믄 길드로써의 영향력이나 개개인이 가진 명성을 높이거나 혹은 여론을 좋게 만든다거나...
돈? 없지는 않고, 전부 낼 수도 있다만. 이 분들의 가르침으로 내기에는 푼돈에 가깝다. 협력? 물론 할 수 있는 것은 돕고 싶지만. 그걸 '대가' 로 지불할만큼,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 포장하고 있지는 않다. 충성? 방금전 나는 '기사가 되러 온 것은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내 입장상, 이 곳에 완전히 소속해서 명운을 바치기엔 어려울 것이다.
"이 곳에서 가르침을 받으면, 저는 이 기사단 또한 제가 지켜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대가가 아닙니다. 은혜를 받고 배움을 받은 곳에 대한, 예의와 감사함의 표시니까요."
나는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애송이다. 그제서야 당돌하게 몸만을 내던져 가르침을 배우러 온 무모함을 깨닫는다. 그렇지만....기사란 무엇인가. 나는 그들이, 돈과 이득 계산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에 걸고 여기에 왔다.
누군가를 지킬 힘을 얻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까 나에겐, 대가로 낼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여기는 말씀하신 것처럼, 고요하고....좋은 숲입니다. 작은 나뭇가지에 의해 풀잎이 흔들리고, 그것이 옆가지와 얽혀 큰 소리가 나고, 이윽고 조용해지고....."
숲의 소리를, 차분하게 듣는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사소한 것은, 얽히고, 순환한다. 그렇다면 지금 매우 작아보이는 나도. 저 나뭇가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저도.....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답이 맞을 지는, 모른다.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건 어떠하나 소리든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겠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강해지고 싶다는, 저라는 작은 나뭇가지가 내는 소리가. 이 숲에서 여러가지 만남과 배움으로 부딫히고 얽히며 큰 소리를 내게 될 수 있다면."
나의 강점은, 당당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직하고 올곧은 마음가짐을 품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선행을 위해 애쓸 자신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언제나 강점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순간, 나는 나를 믿겠다.
"이 세상은 조금이나마 좀 더 좋은 숲이 될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어설픈 이득제시가 아니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일으킬 세상의 선 순환으로 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