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다시 돌아왔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결과가 있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 그런 생각으로 떠난 곳을 제대로 된 결과 없이 돌아오게 된 것은 썩 편치 않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더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만나야 할 한 사람 때문이었다. 어머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어째서 부담스럽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주강산'이라는 이름보다 '주혜인의 아들'이란 이름을 더 많이 보았으니까. 그만큼 어머니가 가진 이름의 무게는 상당했다. 1세대, 한 지역을 되찾고, 그 유찬영을 보조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기에 충분한 존재에게.
꿀꺽.
나는 지금부터 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했다.
가족을 만나는 분위기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강산의 모습이 죄를 지은 무엇과 비슷해보였다. 그런 아들을 두고, 주혜인은 말 없이 자신의 아들을 살펴보았다. 그 덤덤한 눈빛이 자신에게 닿을 때마다 강산은 몸이 떨린단 감각을 느꼈다. 지금까지 강산은 다양한 강자들을 만났다. 개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자를 뽑으라 한다면 당연, 건국절에 만난 유찬영이라는 이름의 신이었을 것이다.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나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사람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겠구나. 라는 경외감을 만드는 존재였다. 그런 예상 외의 존재 외에 강산이 떠올린 가장 강한 강자는, 검성이라는 존재였다. 첫 만남에서 강산은 한 명의 절대자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았다.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검을 뽑아들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가 이길 것이다'란 확신을 주는 존재. 강산이 보았던 검성이란 존재는 승리를 의인화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서 강산은 자신이 우쭐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같이 느꼈다. 이 위험을 거치고, 영월의 사건들을 거치며 자신이 강해졌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빌런들의 공격과 이름 있는 자들, 개중 유명세를 가진 자들까지 밀려드는 순간에는 당연히 자신의 죽음을 예상했다. 거대한 권능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있음을 보았음에도.. 말이다.
" 불초. 소자가 인사 올립니다. "
그래서 강산은 지금 고갤 숙이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떠오르는 것은 지금 자신에 대한 나약함이었다. 백두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충분히 강해졌다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싸워야 하는 적들은 저 멀리서 내달리고 있었다. 나만 내달리는, 나의 친구들만 내달리는 게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힘이 필요했다. 남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자신만의 무기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
오마니. 그 말을 떼기까지 얼마의 심력을 썼는지는 모른다. 아직도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붙인 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억지로 고개를 젖히고 있는 탓이다. 목에 땀이 송글히 맺허 등을 타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강산의 말에 주혜인은 말없이 고갤 끄덕였다. 언제나 어머니의 표현은 고요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와, 확신 있는 말들은 언제나 강산에게 용기를 주곤 했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에선 부담이 되었다.
" 오랜만에 왔구나. "
주혜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 눈이 차분히 강산에게 닿았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모든 것을 살피는 듯한 눈에 강산은 스스로가 분해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았니? " "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
바짝 말라가는 목을 침으로 축이고, 강산은 입을 열었다.
" 가문의 비전을.. 전수받고 싶습니다. "
강산의 말에도 주혜인에겐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다만
" 갑자기? "
이전에도 주겠다 한 것을, 왜 이제서야 필요로 하느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 오마니도 아시겠지요. 영월 작전에서, 저희 특별반은 많은 희생을 거쳤습니다. "
강산은 그 시절의 기억을 되짚었다. 사방을 보더라도 아군이라 부를 것보다 적이라 부를 것이 더 많았고, 그것들이 자신에게 날렸던 무자비한 악의를.
" 저는 특별반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제가 뛰어나다 알았습니다. 단지 그들을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과 같은 선에 설 수 있을 때 얼마나 기뻤고, 또한 들떴는지 모릅니다. "
제게도 재능이 있단 것을 확실히 알았으니까요. 하고 강산은 후련한 듯 대답했다.
" 그런데 세상에는 저보다 대단한 사람이 많더이다. "
이런 때에 강산의 기억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은 여럿이 있었다. 특별반의 반장인 태식 아재라거나, 무언가를 행함에 자비가 없더라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던 빈센트와 같던 이들이 말이다.
" 그런 대단한 사람들 틈에서.. 저만 뒤쳐지라니 욕심이 생기고, 그런 욕심이 생기니 내 부족함이 보이덥니다. 그러니까...... "
속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숨을 뱉었다. 아마 이것은 열등감이나, 부족함에 대한 원망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저도 그들 옆에서 부족함 없이 서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비전이 필요합니다. "
그렇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강산은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듯 말을 내뱉었다.
" 오마니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의 무력함을 아십니까? "
자신은 서포터였고, 전열에 서기보단 음악과 마도로써 아군을 돕길 바랐다. 천성이 잔악하기보단 유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 내 친구들은 뛰어나가 싸우고자 하는데 내가 할 것은 제한되어 있을 때. 나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
그것이 강산을 가장 두렵게 만들었다. 앞서나간 이들을 단지 바라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 결과가 왔을 때를 상상하며 덧없는 공포에 빠지면서. 그래서 지금 강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절을 하듯이 어머니에게 몸을 던져 원하는 것을 청했다. 이런 것으로 하여금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은, 또 다시는 그렇게 무력하게 패배하고 싶진 않았노라고. 강산은 그렇게 토로했다. 그런 강산과 함께 거칠게 뛰어대는 심장과 달리 방 안은 고요했다. 단지 두 모자의 숨소리 정도만이 이 고요함을 달래었을 뿐. 이어가던 침묵 속에서 주혜인은 나직히 말을 꺼냈다.
" 다친 곳은 없어보이는구나. "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강산의 걱정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밥은 잘 챙기고 다니는지, 괴롭히는 친구는 없는지, 혹시 질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은 아닌지. 흔히 어머니들이 아들에게 궁금할 것들에 대해 물어오는 것에 강산은 혼란을 느꼈다. 아무리 어머니가 온화하다 하시더라도 자신의 행동은 옳지 않았다. 집을 뛰쳐나가, 제 마음대로 행동하던 것이 이제는 집 안의 무언가를 탐내기까지 한다고 호통을 들었으면 들었겠지. 이런 대답이 돌아오리라곤 생각을 못한 것이다.
" 밥은 잘 챙기고 다니는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다쳤다면 치료는 바르게 했는지. 친구를 사귄다면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어려운 일은 없는지. 혹여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가족이 그립지는 않은지. 그런 것. "
그녀는 확실하게 답하고 있었다. 강산의 걱정 같은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단지 주혜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과거의 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고. 천진난만하고, 사고뭉치였던. 그러나 누구보다 가족들을 좋아했던 주강산을 말이다.
" 네게 그런 변화가 있었다. 당연히 부모의 마음으로는 걱정이 되었단다. 시대의 문제를 아는 나에게 있어서 네 그런 모습들이 혹시라도 나와 같아지진 않을까. 그런 걱정은 했단다. "
그리고 주혜인은 손을 뻗어 강산의 머릿결을 가볍게 헝클었다. 그 짧은 행동만으로도 강산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의 격차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단지 쓰다듬을 뿐임에도 자신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의념의 무엇을 몰아내려 신경을 쓰는 점에서. 그 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격을 가진 인물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다시금.
" ... 예. "
깨달았기에 아픈 것이다.
" 죄송합니다. 그리고... "
그래서 강산은 다시금 일어나, 자세를 고쳐 몸을 숙였다. 큰절을 한 번 올리며.
" 어머니, 사랑합니다. "
그 마음에 대답하듯, 말을 내뱉었다. 주혜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러나 강산의 의지를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참... 누굴 닮았을까. " ' 아무래도 우리 강산인, 네 어머닐 닮은 모양이구나. '
은근한 미소와 함께 강산의 볼을 꼬집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강산은 미소를 지어버렸다. 그 웃음에 못말린다는 듯 같이 미소를 지은 것도, 주혜인이었다.
아이스티를 마시려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가만히 잔을 내려놓는다. 입 안에 무언가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 반의 사람들은 독특한 만큼 하나같이 다른 방식으로 저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게 틀림없었다. 얼떨결에, 적임자가 없어 평균나이가 특별반에서 이례적으로 30대인 그가 경험을 존중받아 길드장이 된것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저의 추론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패로 내놓았다는 말인데 고려할 수 있을 카드패가 더해졌으니 기뻐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지막 남은 양심이 고개를 들기라도 했는지 마냥 기뻐하기는 힘들었다.
'당연하지, 그 저울 위에 나 또한 같은 마음인지가 조건으로 올라갔으니.'
잘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지만 최대한 이 대화를 자신에게 이득이 될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혼란한 머릿속을 감추기 위해 눈을 내리깔고 거의 마시지 않아 가득 찬 잔을 바라보며 빠르게 상황을 재어본다.
"확고한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소녀의 목숨 정도야 판돈으로 내걸 수 있사와요. 굳이 길드가 아니더라도 헌터란 늘상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이정표를 쫓는 그런 존재니 말이어요."
문제는 이 목숨이 이미 몇 년 전에 죽은 목숨이어서 걸 삶이 없다는 점이였다. 마츠시타 린의 삶은 온전히 그녀의 신에게 종속되어있었고 생과 사 에 관해 그녀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불경한 짓이었다. 신뢰또한 그녀의 신에게 모조리 맡겼고 사랑도 감정도, 교단을 부흥시키겠다는 목적을 위해 필요한 정도만 남겨두어야 마땅했다. 대체로 사람은 공감과 포용을 바라니 아무래도 너무 비인간적으로 보이면 곤란해질 테니까. 하지만 이는 그녀 홀로 아는 속사정이고 중요한 조건은 얼버무린 조금의 거짓말이 섞인 답 정도야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었다.
"UHN의 이번 활약상에 대한 평가가 별로더군요."
가볍게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라고 말하듯 창을 힐끗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아마도 이 상황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협회의 반응에 대해 언급한다.
"더한 성과를 저희에게, 특히 영월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편입생들에게 바랄것이어요. 견디지 못한다면 죽거나 퇴출되거나, 이는 소녀도 바라는 결과가 아니어요. 그러니 이 위기를 극복할때까지는 노력해보겠사와요."
오히려 덥썩 감동에 취해 저도 무조건 서로를 신뢰하여 버팀목이 되겠다는 답변을 하는 쪽이 이상하겠지. 애초에 자신이 어떤 인상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그 쪽이 더 의심스러워 보일테니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되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 조건을 달아 답하는게 더 신뢰를 쌓는 방법일테다.
"그러니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목숨을 걸겠다거나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란 발언을 하심은 자제하셨으면 하여요. 가족분들이 걱정하실테니 말이어요. 더군다나 희생 뒤에 남는 사람의 기분도 썩 그리 유쾌하지는 않사와요."
괜히 책임감, 더의상 죄책감을 가지기 싫어서 거리를 유지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헌터주제에 왜이리 대의나 추상적인 신의를 쫓는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그거는 우리는 망념 최대치인 '200' 외에도 '잔여 망념' 이라고 언제든 사용할 수있는 망념 '100'을 얻을 수 있어. 망념은 [망념 20을 소모하여 (스탯, 기술, 행동)을 강화하여 뭐뭐를 합니다.] 이럴 때 사용 가능한데, 그렇게 하면 그 수치만큼 망념이 올라.
즉, 0/200 에서 20/200 이 되는거지!
하지만 여기서 잔여 망념 100이 있으면
'잔여 망념' 20을 소모하여 '현재 망념' 20을 제거합니다.
같은 식으로 사용할 수 있지.
이러한 제도는 현재 망념이 0이 되더라도 일상을 함으로써 망념을 쌓아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그런 제도인데, 잔여 망념 100, 현재 망념 0/200 이런 경우에는 일상을 하더라도 메트리가 없으니, 잔여 망념을 다른 사람에게 기부함으로써 현재 잔여 망념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