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가자고 초점을 돌렸지만 윤시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후회한 것을 들춰보려 하고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들으려 하는 너에게 나는 어떠한 대답을 해줘야 할까.
"나는 하유하야. 17살. 34레벨. 골드 드래고니안. 사실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붙여대는 것도 부끄러운 벌레같은 수준이지. 하지만 이게 내 삶의 이유였어. 고명한 드래곤의 이름 하나가."
세상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볼품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낡은 벤치. 싸구려 캔커피. 눈물자국이 붉게 남아있는 꼬맹이.
"사실 다른거라고 해봐야 뿔이랑 꼬리 정도지. 나도 알아. 결국 나만 닥치고 있으면 그럭 저럭 사람과 섞여서 잘 살았겠지. 그러지 않은건 보상받고 싶어서였지. 엄마라는 사람이 아빠도 나도 죽이려 했고, 내가 살아있는건 단순히 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없으리라는 판단 덕분이라는 사실에서 말이야. 나를 벌레만도 못하게 본 어미되는 골드드래곤도, 보육원에서의 역겨운 동정과 혐오도, 모두 내가 드래곤이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엄마는 나를 못알아본 머저리고 보육원의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한 인간이 되는거거든."
커피를 홀짝이며 쓰게 큭큭 하고 웃었다.
"하지만, 여기는 내가 드래곤입네 하고 다니기에 좋은 곳이 아니야. 특별반에서 가장 뒤쳐지는게 있으면 아마 나겠지. 슬슬 한계에 봉착하는거야. 내 평생을 간직해온 단 하나의 보물이 아무 쓰잘데기 없는 거라는걸 빨리 인정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캔을 구기고는 바닥에 떨어트려 발 앞코로 지긋이 밟는다.
"드래곤인 나는 이렇게 약할수 없어. 이렇게 나약한 정신에, 이뤄낸것도 없는 병신이면 안 돼. 왜냐면 드래곤이니까. 하지만 사람이라면 이정도는 꽤 잘한거지. 34레벨에 마도가 C, 더군다가 17세? 나이도 젊고 성장세도 좋으니까 미래에는 뭐라도 되있을거야."
장황하게 이야기가 는다는 것은 불안의 증거.
"내가 어느 둘중 하나를 선택할수 있을까? 아무것도 놓고 싶지 않고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결국 지금 이모양 이꼴이야. 선택도 포기도 못해서 계속 넘어지기. 내 특기지. 저기, 기왕 이야기 듣고싶다고 했으니까 대답해줘."
1. 이제는 유이무삼한 존재가 되었다지만.. 치료와 수술을 특화로 정한 '야전 의사' 계통의 힐러 아마 캡틴의 예상이긴 하지만 신입의 경우는 치료를 보조로, 적의 약점 판단을 주로 하는 순수 서포터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군을 뚝딱뚝딱 고쳐낼 수 있는 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파티에 있으면 든든해지는 무언가가 된다. 거기에 더해 적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과, 아군을 치료하는 데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등의 기술. 완전히 아군의 서포팅에 특화되어 아군의 전력을 120%로 내게 할 수 있단 점이 장점이다.
2. 종교에서 오는 정신적인 무언가 이거 상당히 크다. 기본적으로 정신력은 비공개된 무언가이지만 진행 중에 캐릭터들 묘사에서 정신력이 떨어지면 언급되는 요소가 있다. '피로를 느낀다' 거나 '머리가 아프다' 같은 요소가 언급되는데 이런 요소들에서 정신력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 신에게 가끔 머리박고 기도라도 해보자. 정신력을 채워주거나 축복을 줄지 누가 아는가!
3. 매력 특성 보유자 예쁘다. 아니 다들, 매력이 무슨 도움을 주냐! 고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정직하게 매력 특성을 살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자신의 매력을 강조한다거나, 관련된 행동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쁘다. 캡틴도 예쁜 거 좋아한다.
1. 돌돌나시야 정신차려라 혼란 상황이 오면 오토나시는 자동면옷이 되어버린다. 이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오토나시주가 방금 말한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잘 보지 않는다' 에서 오는 대응 레퍼토리의 부족이라는 생각도 든다. 캡틴도 영웅서가를 만들 때 정보를 찾으면서 이런 시각매체도 자주 참고했었다. 특히 토리에 대해 상상할 때면 일본과 관련된 요소를 찾아다니거나, 의료 관련 지식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 적도 있다. 그러니 '이거 답 잘못 내면 어쩌지?' 보단 '아 어쨌든 모두 해?피해지만 그만? 아닌가?요?' 식으로 생각할 때도 필요해보인다. 왜냐면 그게 오토나시 토리라는 캐릭터에게 어울리는 방향일 것 같아서. 이다.
2. 그냥.. 사람 자체가 시간이 없다. 바쁘다. 어흑. 이걸 어쩌겠냐만.. 단점이라니까. 적어본다.
3. 아이템 부족. 이건 꽤 많이 언급된 거긴 하지만.. 토리는 일단 의료계통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관련된 물품과 아이템을 모으며 발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흑.. 내가.. 미안하다...... 더 많이 퍼줘야 했는데...
공략법
일단은 치료 A를 목표로 할 것, 그리고 여우노래 교단과의 연결을 강화해볼 것. 시나리오 3에서 꽤나 신앙과 관련된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게이트를 돌아다니며 전투 경험을 쌓도록 하자. 이건 2에서 언급한 시간이 없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접어두었지만.. 토리는 내 기록상 게이트 입장 기록이 0회이다. 어떻게 시나리오 흐름을 따라 성장은 하고 있지만.. 주체적인 무언가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중..
그녀가 이렇게 격정적인 것은 처음 본다. 언젠가 듣고 싶었던 그녀의 깊숙한 본심은, 이런 느낌이었나. 어두운 밤,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낡은 벤치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무드' 를 중요하다고 여기며 서로 각을 재온 본심이란, 어떨 땐 이렇게도 풀어헤쳐지는 법이로구나.
어린 소년과 소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때론 그다지 소중하지 않기도 하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때로 매우 간단하게 무산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종족의 아이가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요즘 세상은 참 좋아졌다' 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긴 시간 어울려 모든 것을 들은 지금, 그것은 우습지도 않은 코미디다. 더욱 열받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표면만 보는 많은 인물들은 그리 여길 것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캔을 잘근잘근 발로 구길 때,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만지작 거렸다. 입에도 한번 깨물어본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싶은 욕구가 어지러운 머릿속에서 진하게 당겨온다. 이럴 때 오염물질을 폐에 깊숙하게 밀어넣으면, 잠깐이나마 머리는 명쾌해지고. 옛날의 나는 분명 그걸 좋아했다.
....
나는 결국 불을 붙이지 않곤 입에서 담배 개비를 뺐다. 그리곤 손으로 가볍게 으스러 뜨리고, 주변 쓰레기통을 향해 튕겨 날렸다.
"나는 말이다."
"과거 누군가의 기억을 떠올려낸, 15세 꼬마란다. 미성숙한 정신은 수 많은 기억과 악몽속에 잠겼고.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칭하고 다니는 이상한 꼬맹이가 되어버렸어. 덕분에 멀쩡히 잘 살아계시는 부모님을 더 이상 진짜 부모님으로 몰입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렸고.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철저하게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 내가 이성적인 어른이 아니라면. 통찰력있는 저격수가 아니라면. 한 때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명예로운 사상을 가진 군인이 아니라면. 그들에게.....변명할 거리 조차 없으니까."
쓴 웃음을 지었다.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사실은 어린 소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가끔씩 감정적이 되는 것. 기술과 실력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는 것. 친구가 없는 것. 심지어는 실수하는 것 마저도. 나는 '어린 나, 윤시윤' 에게 죄를 밀어넣었다. 그 과정에서 내 행동과 감정의 모든 것이 거짓이고 연기라고는 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나도....너처럼 선택도 포기도 하지 못했던거야. 과거의 삶과, 지금의 삶에서, 나는 무엇하나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지."
목소리는 떨렸다. 그렇지만, 아주 불안정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활짝 웃는 것은 아니었지만, 씁쓸한 웃음도 아니었으리라.
"그러다가 만난게 너다. 처음에는 '어른스럽게' 대하려던 너를, 한번 헤어질 때 아픈 가슴으로 다르단걸 깨달았고. 여러 우습지만 웃지 못할 일들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론 즐겁고, 때론 슬프고, 때론 서운하고, 때론 다투고, 때론 좋았다. 그리고 그 결론은....
"나는 네가 좋다는걸 확신했다. 연인으로서 같이 서고 싶다고. 지켜주고 싶다고. 함께하고 싶다고.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어쩐지. 자연스러워지더라. 널 구하러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 위험속에서 지킬 수 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강해지고자 마음 먹는 것 까지.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어른인지, 아이인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 나는.......나다. 한 소녀를 좋아하는 나야."
요 근래의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아저씨' 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다. 어린 소녀를 좋아하는 내가 '아저씨' 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 사실을 떠올리곤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피식 웃어버린다. 그러나 나와버린 웃음을 되돌릴 기색 없이,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는 대답하지 않을거야. 무엇을 말해도 납득하지 못할거고. 애초에, 내가 말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렇게 말을 흐리다가, 다만. 하고 강하고 단호하게 끊는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에 대해서는 말해도 괜찮은 관계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네 고통을 아프지 마, 라고는 얘기하지 않아. 그러나 같이 나누는 관계가 될 수는 없을까. 네가 받아온 고통. 가족에게 받은 위협.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나의 불분명한 전생. 찾아오는 악몽. 혼란스러운 인격......그 모든것을 '우리'로 합쳐. 자신을 위해, 상대를 위해, 우리를 위해. 순수하고 자연스레 강해져, 노력할 수 있게는.......안되는거냐?"
그렇게 말하고 나는 하늘을 올려본다. 나란놈은 이럴 때에도 멋있게 말하지 못하는거냐. 그런건 너무 한심하니까. 여기서는 이 긴 얘기를, 짧게 요약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내가 차분한척 계속 고민해봤는데 말이야, 결국 저 트라우마가 아무리 커도 당장에 해결책이 없다.... 그게 문제라면. 결국엔 그 트라우마를 딛고 안정적이 될, 다른 삶의 무언가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 고통의 깊이가 크니까, 어지간한걸론 당연히 안될테고....반대로 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대충 회피하는 것도 윤시윤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