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어디까지나 구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야. ...최악의 경우에는 구할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과감하게 포기하도록."
물론 세븐스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렇다고 해서 대원들의 목숨을 희생하거나 무리한 일에 동원할 생각은 로벨리아에겐 없는 듯 보였다.
<마리> "남동생의 이름은 리버. 응. 맞아. 그런 이름이었어."
마리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떠올렸는지 그렇게 대답했다.
<레레시아> "더 알아야 할 사항이라. 일단 내 쪽에서 더 할 이야기는 없지만 만약 가디언즈가 관계되어있다면 교전할 가능성도 있어. 무엇보다 너희들 전원, 이전에 보검을 든 간부 클래스를 하나 쓰러뜨렸으니 상당히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어있을 거야. 그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레레시아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남은 것은 현장에서 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라는 말 또한 살며시 전달했다.
<공통> "...나 말이야? 알았어. 동행하지."
자신을 지목하는 것에 아스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준비가 된 이들은 모두 나오라고 이야기를 했고 앞장서서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해당지로 워프했다. 따라서 워프한 이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그야말로 한적한 언덕 위였다. 상당히 조용하고 고요한 외곽 지역인 그곳에 스크린에서 봤던 그 하얀색 건물이 있었다. 허나 딱히 지키는 이도 없었고, 누군가가 왔다갔다하는 느낌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저 안에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스텔은 가만히 그 건물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묘하게 조용한데. ...일단 진입해보자."
이내 아스텔은 천천히 앞장서서 건물 쪽으로 진입했다. 건물 근처까지 지나가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여기에 사람이 있긴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일단 건물 앞에는 여러 꽃들이 자라고 있는 화단이 있었다. 벤치가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작은 휴식용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확실한 건 꽃들은 시들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창문마다 철창이 달려있는 건물은 역시나 4층 크기였다. 허나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창문 역시 모두 닫혀있었으며,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출입구는 오직 정면에 하나. 하지만 그 출입구 너머로 보이는 로비 같은 공간에도 역시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교전할 가능성이라. 이미 시설부터가 미심쩍은데 가능성이 아니라 각오를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레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는 아스텔의 뒤를 따라 워프게이트를 통과했다. 평소 임무 때와 달리 사복 차림으로 나왔기 때문에 바깥에서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을 거라 생각했으나. 도착한 곳이 휑한 언덕 위인 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지들 수상하다고 광고 하는 꼴 아닌가. 이 정도면."
한적하다 못해 정적인 주변 분위기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런데도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얼마나 멍청한 거야. 그녀는 아스텔을 따라 건물로 다가가면서 허리 장식인 모조 보검에 남색 보석을 끼웠다. 검게 반짝이던 장식에 남색빛이 한줄기 보태어졌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본 건물의 외관은 그저 평범했다. 일부러 한적한 곳에 세운 요양 시설 같았을까. 앉아서 쉬기 좋은 벤치까지 있는 걸 보고 코웃음을 치며 건물에 가까이 간다. 출입구 앞에서 걸음을 느릿하게 늘이다가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조용하면 꼭 더러운게 밑에 있던데."
작게 말하며 로비 바닥을 쳐다보았다. 잠깐 그러다 천천히 로비 안을 둘러보며 다른 층으로 가는 이동수단-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찾아본다.
고요를 넘어선 적막이다. 괴괴한 침묵이 낮게 깔려 공간에 감돈다. 실제로 서 있자니 이미지로 보았던 것보다도 외따로 떨어진 공간을 그는 한 차례 훑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시설처럼 보이도록 구색만은 모두 갖춘 듯 보이지만, 그런 것치곤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 창문마다 설치된 철창이 좋은 의미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테니.
츠쿠시는 걸음소리를 죽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우선은 주변을 둘러보며 건물 내부의 구조도나 지표 같은 표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모두가 다 안으로 들어왔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야말로 조용한 건물. 혹은 버려진 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건물의 하얀색 벽은 빛이 바랜 것도 없었으며 곰팡이나 얼룩이 진 것도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위, 아래, 그리고 벽 부분을 가만히 바라봤다.
일단 레레시아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확인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으나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없었다. 또한 계단 옆에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1~4라는 숫자와 함께 열림과 닫힘 버튼만이 존재했다. 엘리베이터 자체는 일단 제대로 움직이는 듯 했다.
한편 츠쿠시는 근처에 붙어있는 구조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1층과 4층에는 각각 마치 병원에서 환자가 사용하는 듯한 병실처럼 101, 102, 103 이런 숫자만이 있었다. 딱히 그 어디에도 진료실이나 원장실 등 의사가 있을법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쭉 일자형 복도에 왼쪽 끝부터 시작해서 101 그리고 그 앞에 102. 101호 옆에는 103. 그리고 103호 앞에는 104. 이런 식으로 140호까지 있었으며 2층과 3층, 그리고 4층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나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있었다. 허나 그 아래에는 4-1-3-2-3-1-4 라는 작은 글씨가 쓰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지는 별개였다. 그리고 츠쿠시가 바라보는 그 숫자를 아스텔도 가만히 바라봤다.
한편 까치로 변신한 마리는 공중을 날아 침입할 공간을 확인해봤으나 그 어디에도 따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환풍기조차도 존재하지 않고 창문 역시 아예 문을 열 수 없게 고정된 형태였다. 그야말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옥상 위는 그야말로 너무나 깔끔했다. 마치 누군가가 청소를 한 것처럼. 아니. 더 나아가 건물 자체가 너무나 깨끗했다. 유리창 역시 얼룩이 진 부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어 쥐로 변신하고 냄새를 맡자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피향'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1층이 아니었다. 2층쪽도 아니었다. 허나 잔잔하게 1층에서 피향을 약하게 느낄 수 있었다. 1층이 아닌 어딘가. 그러나 2층부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피향. 대체 그것은 어디에서 나고 있는 것일까.
"...번호라. ...이게 힌트가 되겠군. 최근에 쓴 거야. ...애초에 이게 왜 여기에 쓰여있는걸까."
쥐로 변신한 마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것 같은 냄새를 맡았다.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으나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걸까. 혹은 그 이들이 지금은 건물 내 다른 곳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잔잔하게 느껴지는 피향, 1층이 아닌 어딘가에서 나는 피 향은 2층은 아닌 것 같았다. 마리는 아직 인간으로 변하지 않은 채로 선우의 어깨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서서 냄새에 더욱 집중했다. 천장? 계단? 아니면 호실의 내부일까? 혹은 피가 낭자했으나 누가 청소를 해서 없애버렸기에 이런 약한 냄새가 나는 걸까.
아공간에서 긴 막대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마리가 다칠 것을 우려하여 그녀와 조금 거리를 둔 후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과거 유명한 영국 탐정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빨간 머리 연맹에 대해 조사하던 중 바닥에 지팡이를 두들기는 것으로 그 아래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으며 빨간 머리 연맹은 그저 은행을 털기 위한 페이퍼 조직에 불과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처럼 이 건물도 숨겨진 지하 1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지하에 무엇인가 있다면 아래에 텅 빈 소리가 날 것이고 아니라면 꽉 찬 소리가 날 것이다. 아니라면 1.5층처럼 위에 공간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녀는 어렵지 않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지하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기반 시설을 위해서라도 있는데. 이러면 더더욱 수상쩍을 뿐이다.
모두 살펴본 결과 이 건물의 구조상 수상함- 병실만 너무 많은 것과 구조도에 의문의 숫자의 나열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숫자가 1에서 4까지 밖에 없다는 사실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떠올리곤 그냥 단순하그녀는 어렵지 않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지하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기반 시설을 위해서라도 있는데. 이러면 더더욱 수상쩍을 뿐이다.
모두 살펴본 결과 이 건물의 구조상 수상함- 병실만 너무 많은 것과 구조도에 의문의 숫자의 나열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숫자가 1에서 4까지 밖에 없다는 사실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떠올리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말하려고 했으나. 이미 누가 말했기에 할 거면 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이고 계단으로 다가갔다.
병원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허울만 좋은 가짜인 듯싶다. 무언가를 수용하는 공간만 잔뜩 붙어 있는 구조는 수용소나 실험실이 연상된다. 대강의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두고는 아래의 숫자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써두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아스텔의 말대로 중요한 정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해 볼 가치가 없지는 않겠지.
그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구조도에 쓰인 순서대로 번호를 입력했다. 과연 이렇게 가는 게 맞을지는, 글쎄. 결과는 곧 알게 되지 않을까.
잭의 말에 아스텔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너무 의심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아스텔에게 있어서는 일단 그렇게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보이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기에 일단 아스텔은 뭔가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편 마리는 피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도달한 곳은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엘리베이터의 틈새 사이로 피향이 살살 올라오고 있었다. 로비에서보다 더 진하게. 진하게. 마치 붉은색이 절로 느껴질 정도의 진득하고 잔혹한 향이었다. 어째서 이런 향이 거기서 나고 있는 것일까?
한편 선우는 막대기를 이용해서 바닥을 툭툭 쳤다. 그리고 텅 빈 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레레시아는 2층으로 향했다. 2층은 1층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 비슷한 구도의 복도에 역시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우처럼 방을 확인했다면 둘 다 방 내부에는 딱딱한 침대가 4개 놓여있고 TV나 그 외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의 담요나 이불이 어지럽혀진 흔적이 있었다. 즉, 누군가가 여기에 누워있었다는 것이었다. 허나 방에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창문을 열 수도 없었고, 휴지통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생활에 필요한 물건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말 그대로 눕는 침대 이외에는 그 어떤 기능도 없는 방인 것처럼.
한편 츠쿠시는 엘리베이터에 내려가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덜컹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에서 울렸다. 이어 1 바로 아래의 판넬 부분이 살짝 움직이는듯 했고 이내 뱅글뱅글 돌더니 B1이라는 스위치가 새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인듯 했다.
"....?"
한편 엘리베이터로 온 아스텔은 그 모습을 바라봤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야기했다.
"...아마도 핵심은 이 지하 1층에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올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일단 엘리베이터로 집합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보자."
아스텔의 말을 들을지, 아니면 다른 곳을 조사할지는 별개였다. 어쨌건 아스텔은 아래로 내려갈 생각인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