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우리는 영웅의 존재를 믿는다. 위대한 영웅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들의 곁에 있는 영웅들 역시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영웅이니까 말이다. 불타는 집에서 아이를 구해온 사람이나 스스로의 몸이 타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문을 두드린 이들. 단지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어 영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이런 소소한 구원자들이 우리의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 옥소경, 사회의 미니 히어로 발췌
빈센트는 그답지 않게 표정을 굳히고, 자신이 만들어낸 패악질의 흔적을 본다. 주변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고 있었다. 빈센트가 즉석에서 창조한 총천연색 폭발 때문이었지만, 빈센트는 그것 때문에 표정이 굳지 않았다. 그건 그냥 민간인들을 쫓기 위한 연막일 뿐이었으니. 빈센트는 UGN 신고 창구에 짧게 "게이트 발생. 지원 바람"이라는 문자와 함께 좌표를 송신하고...
자신의 앞에 생겨난 게이트를 바라보며, 게이트 주변을 바리케이트로 꽉꽉 채웠다. 그리고 부를 사람이 누가 있나 확인해보더니, 특별반 모두를 지정하고 문자를 보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게이트가 제 눈앞에 생겨났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게 나와서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수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좌표는 송신했으니, 주변에 계신 분들은 민간인의 안전과(+또한 특별반의 위신을 위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명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빈센트를 찾는 데 애를 먹는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씨익 웃었다. 적들을 몸으로 받아낼 탱커 태명진, 그리고 그 사이에 적들이 탱커를 부수기 전에 다 불태울 딜러 빈센트. 너무나도 고전적인데다가, 너무나도 당연해서 아무도 '조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빈센트는 잘 알고 있었다. '고전'적이라는 건 이전에 오래 쓰였다는 거고, '당연'하다는 건 그게 너무나도 당연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명진 씨. 대웅건설 표지판이 붙은 공터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 굴삭기가 보일 테니 그쪽으로 오십시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하게도, 기다렸다는 듯이 무언가 튀어나왔다.
"이런 제기랄..."
고블린 수십마리가 튀어나오고, 그 중에서 늑대를 탄 고블린이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와 빈센트에게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빈센트는 딱히 두렵지 않았다. 한 대 정도는 맞아도 안 아플 것 같았고, 그리고... //3
고블린 수십마리가 튀어나오고, 그 중에서 늑대를 탄 고블린이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와 빈센트에게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빈센트는 딱히 두렵지 않았다. 한 대 정도는 맞아도 안 아플 것 같았고, 그리고...
...빈센트는 태명진이 절대 '보통내기'라 불릴 수 없는 인간임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빈센트는, 자신이 태명진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 "믿음"이 아니라, "건조한 사실"이었음을... 명진의 발이 꽂혀서, 이빨을 턱뼈 조각째로 튀겨내며 옆으로 밀려나는 고블린을 보면서 재확인했다. 늑대는 남아있었지만, 몰아줄 주인을 잃은 가축에게는 본능조차 방해꾼이었다. 제 주인의 부재를 깨달은 순간 동작이 무너지고... 빈센트는 쩍 벌린 늑대의 아가리 쪽으로 팔을 뻗었다.
"캐애액?!"
빈센트의 팔이 늑대의 입 안과 내장을 찌르고, 찔러 들어간 팔에서 전기가 흘러나왔다.
찌지지지직! 스파크 튀기는 소리와 함께 늑대가 부르르 떨면서 고기 타는 냄새를 내고, 빈센트는 클랩을 일으켜 늑대를 반으로 쪼갰다. 내장을 헤집었지만, 스파크와 클랩 때문에 그렇게 더러워지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짧게 감사를 표한다.
빈센트는 명진을 분석한다. 명진은 어딜 보고 있지? 왼쪽, 명진의 몸은 뭘 하고 있지? 왼손을 날처럼 세워 고블린의 머리를 내려쳐 쪼개고, 오른손으로 고블린의 눈구멍을 찔러 뇌까지 파버리고, 그와 동시에 왼다리가 균형을 잡는 동안 오른다리가 뒤에서 달려온 고블린의 머리를 걷어차서 뒤로 넘겨 버렸다. 그렇다면 남는 곳은? 바로 앞이었다. 빈센트는 명진의 바로 앞에 물의 마도를 구성해, 파도를 만들어 잡졸들을 쓸어냈다.
하지만 홉고블린은 그 정도 공격에 당할 생각은 없어보였고, 빈센트도 그것이 쓰러지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빈센트는 명진에게 외치고, 바로 다음 마도를 구상했다.
"바로 다음 마도 갑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뭐,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당장 빠르게 안전하게 처리해야 해서 문제지 버티는 건 평생이라도 버티겠지만 말이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