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할로윈이라는 걸 정확히는 몰라도. 다들 분장을 하고 사탕을 받으러 다닌다는 간단한 개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근데 뭘로 분장을 해야 하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었으나... 다행히 코스튬들이 디자인이 괜찮았던 데다가, 상점에 가니 바로 추천해주는 게 있어서 그걸 골라왔다. 이런 건 전문가의 시선을 따르는 게 무난하겠거니 해서 그대로 옷을 빌려 왔는데.
"으음, 괜찮은가?"
네가 입은 복장은, 아마 강시라고 부르는... 일종의 좀비의 스테레오타입 같은 의상인 모양이었다. 떠올려 보면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인데 옷을 보면 그다지 무서운 것 같지는 않고, 뭣보다 소매가 좀 큰 게, 펄럭이는 게 조금 거추장스럽지는 않으려나 걱정된다. 그리고 천으로 만들어진 노란 색의 부적도 하나 있었는데, 이건 핀으로 모자에 고정하는 모양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부적을 손에 쥔 채, 옷을 다 입은 너는, 마지막으로 모자를 머리에 얹었다. 그럼 나가볼까!
"아차, 깜빡할 뻔 했네."
문 밖을 나서려던 너는 급하게 되돌아와 바구니를 집어들었다. 아마 사탕을 받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지. 그렇게 준비를 마친 네가 바깥으로 나서 본 모습은, 사실상 처음 맞이하는 풍경이었다. 거리에 떠오른 가로등과 등불들이 서로 이질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묘하게 조화되고 있었다. 약간의 괴기스러움과 약간의 달콤함, 이게 할로윈이라는 걸까. 거리를 걷는 색다른 분장의 사람들을 보면서 눈이 마주치면 아하하. 하고 멋쩍게 인사하던 너는 결국 한참 동안을 장난을 시험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 사탕이라면 여기... 네?"
오히려 장난의 상대가 된 게 처음이라, 준비한 사탕을 주려고 바구니 안에 담겼던 사탕을 한 움큼 쥐던 네 눈이 커진다, 그러니까... trick or treat, 아니었나? 그제야 네 앞에 선 사람의 분장을 보곤 뭔가 등이 오싹해지는 감각에 눈을 빠르게 두어 번 깜빡인 너는 잠시 생각이 멈춘 듯 입을 벌렸다.
Q.이게 무슨 컨셉인가요? A.어... 개늑대인간 저승사자 전기톱살인마입니다 픽크루에는 없지만 등 뒤에 갓도 있음()
얘도 제대로 통일된 컨셉을 잡을 애가 아니라서 괜찮아 보이는 거 섞었다는 설정이야...👍🏻 사실 처음에는 적당히 테크웨어 이누미미 정도로 타협하려했었는데?? 간지나는 검정한복을 봐버린 거임... 아 한국계의 얼이 운다 검정한복 가보자고~ 근미래 SF 세계관이니까 저승공무원도 다문화 귀신이고 전기톱도 쓰는 거임~
히익, 하고 소리를 낼 것만 같은 상황에 너는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멜피가 스스로를 제이슨이라고 소개하자. 아 그런 설정인가 싶어 "아, 그... 네, 제이슨 씨군요." 라면서 장단을 맞춰주다가, 네 어깨에 얹히는 손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아, 트, 트릭!"
당했다! 시작부터 당황한 데다가 계속 밀어붙이니 얼결에 대답해 버렸다, 애초에 어느 쪽이든 똑같잖아! 도망치기는 글렀다는 듯 네 목 쪽에 걸리는 도끼에 너는 식은땀이 나는 듯했다. 진짜 나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쪽으로 할 거냐니, 선택지 같은 게 없지 않냐고 속으로 되뇌이던 너는 살인마(?)의 눈을 올려다보곤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아무리 그래도 규칙은 지켜야죠, 제이슨 씨!"
사탕도 준비해 왔는데! 상대방의 선택권을 빼앗는 건 옳지 않다며 씨알도 안 먹힐 말을 하는 네 손이 다급하다. 얼른 뭔가 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보다도...
"대체 무슨 장난을 하려고..."
일단은 들어나 보자, 라는 느낌이었을까. 묘하게 겁에 질린 듯한 눈이 보인다.
//ai님의 손을 빌려 뽑아온 건데...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긴 하지만 어때요 모자도 없고 부적도 없지만... 대충 요런 느낌이다 정도로만 봐주세요..(넙죽
부끄러움의 여운이 남은 상태였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있었나보다. 전에도 한 번 봤었던, 자기주장 확고한 모습에 표정이 샐쭉해지지만 쫑긋 움직이는 귀가 그의 반응을 재밌어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 자칫하면 저런 포인트를 건드리는 것에 재미가 들릴 지도 모르겠다. 일단 아스텔의 직설적인 화법에 조금 더 익숙해진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도 옆에 오종쫑 서서 보고 있었으니 아마 시선이 마주쳤겠지. 소리 없이 맞닿는 시선에 금빛 눈동자가 깜빡이고 머리 위 귀가 까딱인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럴까. 하는 눈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아스텔이 말했다.
"응?"
살아온 삶이 삶이고- 로 시작되었을 때는 무슨 얘기인가 싶어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가, 옷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괜히 옷자락 한 번 만지작거렸다. 포슬포슬한 프릴과 정교한 레이스의 향연인 원피스는 그야말로 그녀 외에 입을 수 있을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옷이다. 맞춤이었으니 당연하지만. 프릴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질거리던 그녀는 다음 들려온 말에 다시금 얼굴이 발그레 해지는 것을 느꼈다.
또냐구~~ 라며 속으로 무음처리 비명을 내지르지만 조금 전처럼 당황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스텔이 다가와서 망토를 둘러주었을 때는 참지 못 하고 행복에 겨운 절규를 내지를 뻔 했으나, 침착하게 이성을 붙잡고 버텼다. 그래도 두 뺨과 눈가가 붉어진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곧 식을 거다. 그러리라 믿으며 아스텔이 둘러준 망토를 살짝 잡고 그 안으로, 그러니까 아스텔의 팔 안 쪽으로 다가가며 눈을 새초롬히 떴다. 순간이지만 정말 고양이 같은 그런 표정을 하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더, 욕심 내도 괜찮은 걸. 네가 그런 표현 해주는 것도 좋아하니까. 나도 욕심 없는 거 아니구."
허리 아래로 하얀 꼬리가 간드러지게 살랑거린다. 화끈하게 달아오른 건 아니지만 은은하게 홍조 남은 얼굴로 아스텔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망토 잡은 손을 꼼지락꼼지락 하며 답지 않게 수줍은 듯이 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남들 보여주기 싫으면- 이대로 남들 못 보게 데려가도 돼. 아스텔한테만 예쁘게 보이는게 제일 좋아. 나는."
그리고 마무리로 베시시 웃는 얼굴까지. 이 얼마나 완벽한 복수(?)란 말인가. 뭐 복수라기엔 그녀의 개인적 사심이 그득하게 들어가서 마냥 그렇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예쁘게 웃기까지 하곤 순진한 척 눈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겠지.
처음에는 리시라고 부르려고 했으나 뭔가 이 쪽이 어감이 좋고 맛있는 이미지가 있으므로 그녀는 당신의 복장을보며 고민하다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냥 강시군이라고 부르는게 맞는거 같긴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대충이었으니까요.
"규칙을 지키는 살인마를 본적 있나, 소년?"
그리고나선, 그녀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당신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며 답했습니다. 아니 뭐... 맞는 말이긴 한데요. 결국 그녀는 트릭을 고른 ㅡ 고를 수 밖에 없지만 ㅡ 당신에게 눈을 빛내며 마체테를 들어올렸습니다. 자세는 영락없이 이대로 내리쳐서 반으로 갈라버릴 기세입니다.
"이런 장난!!"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마체테를 내리치는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뭐. 할로윈이니까요. 마체테는 당신에게 닿는 순간 쿠션마냥 폭- 하고 구부러지더니 아주 작은 폭죽마냥 펑하고 터져서 자그마하 그림자 박쥐들로 변해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사탕이 몇개 떨어져 저절로 당신의 모자에 들어갔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