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 영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음.. 모르겠어요." "아빠와의 대화에서 틀린 답은 없으니 뭐든 얘기해도 좋단다." "으음.."
태블릿을 터치하는 손가락은 아직 조그마했다. 아이의 손가락이 모델명에 가까운 무언가를 쳐내자 검색 결과가 창백한 스크린 너머로 떠올랐다. 이젠 사용하지 않아 단종된 구형 안드로이드였다.
"이거 같아요. 광고에서는 영원한 동반자로 남는다면서, 결국 이 모델은 없어졌잖아요. 사전과 현실은 의미가 다른 것 같아서 어려워." 이스마엘, 참 멋진 답변이구나. 맞아, 네 말대로 영원한 건 없단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그럼 아빠랑 나도 영원하지 않겠네요?" "이스마엘, 사람은 언젠가 죽는단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을 뒤로 머리 위에 올라온 손이 따뜻했다. 아이는 손에 머리를 비볐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서, 흔적은 유지할 수 있지. 그게 바로 역사란다." "많은 사람이 영원이 될 만큼 기억하면 역사가 되겠네요?" "그래." "아빠는 누군가를 위해 역사를 만든 적이 있어요?" "많지."
검은 정장차림. 남성은 검은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를 역사로 만들었단다. 아빠가 아니면, 그 누구도 역사로 만들 수 없으니까." "……저도 누군가를 기억으로 남겨서, 하나의 역사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그럴 일이 없길 바랄 뿐이지. 이스마엘, 나는 네가 역사를 남길 일 없이 행복했으면 한단다. 저 넓은 하늘을 두 눈에 담고, 바람의 자취를 따라 세상의 많은 것을 듣고, 보았으면 좋겠어. 네가 어떤 길을 가도 네 선택인 만큼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지만, 적어도 아빠가 바라는 삶은 그렇단다." "그 말만 벌써 여섯 번째인데!" "그만큼 네가 소중하니 그렇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데." "으응, 나도 아빠가 소중해요." "이스마엘." "응?" "길을 잃어 방황하는 날이 있어도 바람이 너와 함께할 거란다. 바람은 네게 친절하니까. 그러니 만약.. 아빠가 먼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면,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가렴. 알겠지?" "응. 그렇지만 아빠가 먼저 가는 건 싫어요. 나랑 오래오래 살아야 해, 알겠죠?"
맑은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리는 듯했다. 나는 당신을 역사로 남기고자 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억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이스마엘은 목에 걸린 인식표를 손에 쥐고 고개를 올렸다.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날씨의 매서운 바람이라지민 당신과도 같은 상냥함이 녹아 깃든 것 같았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이 눈을 감았다.
"싸울 때도 유용할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상대방의 발 아래에 아공간을 만들어서 균형을 무너뜨린다거나 상대방의 머리 위로 무거운 바위를 떨어뜨려 공격하거나, 물을 잔뜩 넣어놨다가 불이나 폭발 관련 세븐스가 있다면 위력을 줄이게끔 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구."
마리는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말했음에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이용하면 여러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어 내 세븐스는 동물로 변신하는 거니까, 은근 공격력이 높지는 않아. 사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서 동물들을 다 정복했으니까. 사실 보검의 힘으로 동물 상태에서도 무장이 되어서 이만큼 싸울 수 있었던 거지."
마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별 유감이 없는 표정이다. 자기 자신의 세븐스의 한계를 알고 있기에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이었다.
마리는 선우가 자신의 불편함을 이해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이어지는 아공간 설명에 마리는 꽤나 흥미를 가졌다.
"아공간마다 다르다니 그것도 신기하다. 도대체 어디로 연결되어있는 걸까?"
대답을 바라지 않는 혼잣말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선우의 말에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원래는 내가 직접 눈으로 본 동물들만 변신이 가능했었는데, 보검으로 세븐스가 강해지면서 책으로 본 동물들도 가능하더라구. 그래서 상상의 동물도 가능한 걸까 생각해서 시도해 본 게 스페셜 스킬인데, 사실 완전한 드래곤의 모습은 잘 구현이 안되더라. 공룡은... 시도해보긴 했는데 완전히 상상인 드래곤하고는 달리 본래 존재했던 생물인데.... 사실 공룡이라는 건 완전히 그 모습이 남아있는 게 아니라 남아있는 뼈 화석을 보고 이렇게 생겼겠거니 상상한 것에 가깝잖아?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생기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완전 상상인 드래곤보다 더 어렵더라구."
나름 열심히 분석하고 시도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시도를 통해 전기를 내뿜는 공격도 만들어냈으니 다행히 소득이 적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리의 눈빛은 조금 반짝이는 느낌이었으리라.
카시야스 가문은 마을 제일 가는 부와 명예로도 유명했지만 일족 전체가 보랏빛 머리카락과 흰 홍채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는 부계로만 이어지는 그 가문만의 특징이었으며, 특유의 보랏빛 머리카락은 카시야스의 보라색이라는 의미로 '카시야스 모라도'(Casillas Morado)라고도 불렸다.
현 카시야스 가문의 가주인 35세의 펠리페 가브리엘 카시야스 곤잘레스는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애인인 카밀라가 태어난지 3달은 된 여자아이를 안고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분명 보랏빛 머리카락과 흰 홍채를 타고 난 카시야스 가문의 핏줄이었다. 카밀라가 양다리를 걸쳐 남의 자식을 낳았다고 주장하기엔 너무나 강력한 증거가 있었다. 그리고 굳이 친자검사를 하지 않아도 아이는 펠리페를 쏙 빼닮았기에 펠리페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의 뒷목엔 선명한 숫자 '7'이 새겨져 있었다. 그냥 사생아도 꺼림칙한데 하필이면 세븐스이기까지 한 것이다.
펠리페는 아내 외의 애인을 둘 정도로 윤리관이 어그러진 인물이었으나 소심한 구석이 있어 세븐스이기까지 한 사생아를 죽일 용기는 없었다. 어려울 것도 없이 '폐기' 해달라고 부탁하기만 하면 되는데도, 갓난아기를 죽이는 건 꺼림칙했는지 그는 아이를 거두어 의식주 모두 제공은 하되,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철저히 숨겨 기르기로 결심했다. 심약한 성정을 가진 펠리페의 아내 카타리나는 남편의 사생아가 세븐스라는 사실에 혼절했다.
여러모로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음에도 아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인물은 있었다. 펠리페와 카타리나의 8살 된 외동딸 프란시스카 앙헬라 카시야스 에르난데스였다. 그녀는 천사를 뜻하는 '앙헬'이 들어간 이름의 소유자답게 타고나길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세븐스인 자신의 이복동생을 무척 귀여워하였다. 아이가 집에 들어온지 2주가 되어가는데도 이름이 없자 프란시스카는 직접 동생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파티마 마리아. 성모 발현이 일어난 포르투갈의 지명인 파티마와 성모의 이름인 마리아에게서 따온 이름이었다. 프란시스카가 이름을 지어주자 펠리페도 마지못해 비공식적인 풀네임을 지어주었다. 파티마 마리아 카시야스 가르시아. 가르사아는 파티마가 태어난 국가에서 가장 흔한 성씨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 모두 물려받는 조국의 전통대로 지어졌지만 친모 카밀라의 성은 아니었다.
아마데야아아아아아악!!!!!!(오열) 우리 아마데... 언니가 유일한 편인데다가 이름까지 붙여줬으니 어떻게 언니를 미워할 수가 있겠어!!!!!! 세상인 언니는 혁명이 끝나면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을까..🥺 아마데의 박애주의 혁명.. 성공할 거니까... 웃.. 우웃...(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