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코에 마시멜로? 의외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쥬데카를 빤히 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상상해본다. 웅크려 앉아서 핫초코 잔을 들고 홀짝홀짝 마시는 쥬데카... 의외가 아니라 잘 어울리는데? 거기에 토끼 귀 같은게 달린 담요를 씌워주고. 까지만 상상하고 얼른 머릿속에서 밀어내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실례이지 않은가. 분명 잘 어울리긴 하지만은.
"너 괜찮으라고 하는 거 아니야. 내 맘 편하려고 이러는 거지."
역시나 지갑을 꺼내려는 쥬데카를 그 심기 불편한 소리로 막고, 메뉴판을 바라보며 말한다. 사실 반반이었다. 외출에 어울리게 했으니 그런 것과 저번의 무례에 대한 것. 그런데 전자를 대면 한사코 내겠다고 할 거 같으니 후자인 척 딱 잘라 버린 것이다. 메뉴를 고르고 쥬데카를 힐끔 보니 웃음 지어 순한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보고 그녀가 또 툭 내뱉었다.
"웃긴 뭘 웃어. 그렇게 웃는다고 이쁘게 봐줄 줄 아나."
환자만 아니었으면 저 볼을 확 그냥. 내용은 무섭지만 악의는 없는 말을 하고 돌아서 주문한다. 핫초코에 마시멜로를 추가한 것 하나. 카푸치노에 휘핑과 시나몬 듬뿍 뿌린 거 하나. 지폐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으며 음료를 자리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묻자 가능하단다.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하고 잔돈을 주머니에 대충 넣으며 대답한다.
"그 때 그 때 마시고 싶은게 달라서 몰라. 오늘은 시나몬이 끌리니까 카푸치노로 한 거고."
쓴 것도 즐기지만 그건 칵테일로 마셨었으니까. 그런 대답을 하고 일단 앉자며 자리가 있는 곳으로 갔을 것이다. 창가는 아니지만 벽에 가까운 테이블로 가 한 의자 차지하고 앉아서 뭐하냐고 얼른 앉으라고 눈짓했겠지.
아스텔한테 무지 쓴 커피 타주고 싶다... 안 쓰다고 해서 한 모금 마시게 한 담에 질색하면 킥킥 웃으면서 사탕 물고 뽀뽀를(끌려감)
아암튼 뒷북으로 음료취향 풀자면~~ 가리는게 있긴... 하니...? 레시도 라라도 그냥 뭐든 잘 먹어서 고정된 건 없다~~ 근데 그 차이는 있으려나? 라라는 뭔가 씹히는 류를 선호하고 (타피오카, 자바칩, 코코넛젤리 등등) 레시는 시럽이나 드리즐 넣는 류를 선호하는 거?
그렇군요, 내지는 이번 일로 편해진다니 다행입니다. 라는 둥의 말을 할까 고민하지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만둔다. 당장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웃는 낯을 보며 퉁명스러운 말이 들렸으니 아마 네 판단은 옳았으리라. 이럴 땐 어떤 반응을 하면 좋으려나 싶어 네 웃던 낯을 매만지면서 너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별론가요... 거울 보고 연습이라고 해야 하나."
볼까지 잡아당겨질 정도로 뭔가 얄미운 표정이었나 싶어 작게 한숨을 내쉰 너는 레레시아가 주문을 마친 뒤에 하는 말을 듣고 고갤 끄덕인다. 그렇구나. 하고. 쓴 걸 즐긴다는 말에는 음, 그래도 취향이 드러나기는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리 쪽으로 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눈짓에 따라서 금방 자리에 앉았을 거고.
"커피, 자주 드십니까?"
그러고보면 다들 커피는 자주 마시는 것 같던데, 어쩐지 너만 좀 붕 떠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 질문을 건네 본다.
음료 취향이라... 일단 쓴 건 못 먹습니다. 잘 못 먹는게 아니고 못 먹어요... 그래서 가루약도 못 타 먹음(?) 그럼 단건? 단건 그래도 잘 먹는 편인데 또 너무 달면 못먹음... 즉 초코 음료는 마실 수 있지만 순도가 높아질수록 힘들고... 아무튼 좀 예민보스입니다. 너무 매워도 못 먹고, 너무 짜도 못 먹고... 싱거운건 괜찮다!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았지만 현대인의 주요 음료 중 하나인 커피와는 상극인 사람이다- 이겁니다!
그리고 할로윈 코스튬은 여러모로 곰곰히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강시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비극이라곤 일절 모르고 행복하게 자란 가디언즈의 자식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이, 대가리가 꽃밭인 상태로 이상향이니 뭐니 설치는 꼴이, 남을 용서하니 뭐니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모습이 꼴도 보기 싫고 역하다고 말하면 될 일 아닙니까. 싫다고 말씀하시기 두렵습니까? 두려워 마십시오. 내가 그깟 말로 망가질 사람으로 보입니까? 이것도 당신이 보면 위선이지 않습니까. 입 벌려 대답해. 내가 싫다고, 끔찍해 마지 않는다고. 싫어해주십시오. 증오하란 말입니다. 제발..."
"내가.. 부디 당신에게 쓸데없는 미련을 갖지 않게 해달란 말입니다.."
자신의_삶이_모두_인위적으로_조작된_것을_알게_된다면_자캐는 이스마엘은 양껏 웃었다. 배가 당겨 웃지 못할 때까지 목 놓아 웃어댔다. 눈에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을 적엔 후련하고 상쾌한 표정이었다. 맑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였던 것이다.
"나는,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남에게 이상향이니 뭐니, 나의 꿈이니.. 흐흐, 으흐흑.."
이스마엘은 고개를 숙였다.
"내 삶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흑, 흐흐.."
웃음은 곧 비참한 울음으로 변모하였다.
자캐식으로_내_삶을_당신에게_줄게요_를_말해보자 "……당신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지요."
이스마엘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쥔 당신의 손가락을 끌어당겼다. 자신의 손목에 대어주며, 손가락을 꾹 눌렀다. 재머가 지직거리며 꺼졌다.
>>20 그러니까 승우와 돌릴 때는 저런 모습이 나온다는 이야기죠? 감상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어요! 그리고 고양이와 토끼라. 뭔가 되게 얌전한 동물을 키우려고 하는군요. 안 키울 거라고 했지만! 이럴수가. 사랑에 소극적이었다니. 결혼하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그 멜피가?! (갸웃)
거울 보고 연습이라도, 라길래 또 툴툴대는 말투가 나가려다가 만다. 웃는 얼굴이 별로거나 얄미워서 그런 말을 한게 아닌데. 설명하기는 또 귀찮다. 다시 물어보면 그 때 대답해주는 걸로 하자.
그리고 레레시아는 주문을 하고 테이블로 갔다. 먼저 앉아서 눈짓을 하니 쥬데카도 자리에 앉는다. 그제야 안을 한 번 슥 둘러보자, 적당히 편안한 분위기인 듯 했다. 시간이 시간인 탓도 있겠지만. 커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였다. 그새를 못 참고 테이블에 엎드린 그녀는 쥬데카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 했다.
"어엉? 아니? 사흘에 한 잔? 마시나? 카페인도 안 받는데 마실 이유가 없어- 커피보다는 스무디가 좋지. 프라페 같은 거나."
커피를 마실 바에는 다른 음료나 향이 순한 차를 마시는게 좋다며 주절주절 대답한다. 그런 다음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다른 말을 꺼낸다.
"알음알음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을 거 같은데. 이번 일로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네가 어디 출신인지 알게 됐겠지. 까놓은 소감이 어때. 후련해?"
엎드려서 위를 향한 눈동자가 평소와 같이 깜빡인다. 별 감정이 실리지 않은 시선은 그 물음에 물음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테이블이 딱딱한게 싫었는지 팔을 올려 턱을 받치곤 역시나 의미는 담기지 않은 말들을 흘린다.
"전투 중에 그렇게 드러낼 줄 몰라서 솔직히 놀랐다구. 중계 카메라도 있었는데. 아마 다 찍혀서 나갔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좀 쫄리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