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팟 하고 사라지는 세븐스들과 아이들을 보며 너는 체인을 붙잡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물론 공중제비를 하며 멀어진 탓에 금방 체인이 풀려버렸기에 너는 체인을 잡아당겨 회수했다. 이제 다시 레이버 혼자와, 에델바이스의 제 0 특수부대 전원의 대치 상황. 서서히 치밀어오르는 듯한 분노를 터뜨리는 듯한 레이버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너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째서 배신하는가?
비참한 삶으로 어째서 뛰어드는가? 순응한다면, 더 이상 비참해지진 않을 텐데.
"세계의 순리를 정한 건 누구죠? 누가 당신에게 그게 순리라고 말해준 겁니까? 대체 누가? 어째서 그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겁니까?"
배신, 배신이라.
"당신도 알잖습니까? 비참함에도 정도가 있습니까? 대체 어디에 그런 게 있다는 거죠? 대체 누가... 이런 비참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습니까?"
그저 자유로이 살아가게 해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렇게 말했을 뿐이니 그런 거라면, 그들이 말하는 삶이 비참한 삶이 아니라는 것조차도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까?
"멋대로 정한 순리와 질서에 순응하는 게 정의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정의에 따르는 게 올바른 삶이라면."
"세븐스로 태어나 숨죽여 지내거나, 세븐스가 아닌 이들에게, 가디언즈에게 언제든 끊어질 수도 있는 목숨을 간신히 붙잡고 불안 속에 사는 게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삶이라면."
"아니... 세븐스로 태어나 가디언즈가 되어, 나는 저 자리에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 자리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게 영웅의 자질이라면."
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참상을, 네가 안에서부터 무너뜨렸던 것들을 떠올린다.
"나는 그 정의의 배반자입니다, 영웅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죠."
너는 이번 전투에 나서기 전, 네 목에 걸었던 네 과거를 떠올린다. 네 움직임에 따라 짤랑이는 소리를 내는 그것은. 지금 네 손에 쥐어져 빛을 반사해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나의 과거, 나의 기억.
"나는, 가디언즈 중 하나였던 자, 나와 같은 세븐스를 억누르기 위해 헌신했던 자입니다." "배반자가 최후에 도달할 곳은 지옥이라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너는, 아니, 나는 몇 번이라도.
"나의 안식은 비로소 그 곳에서 이뤄질 테니까요."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 나는 내 모습이 확실히 중계되기를 바랐다. 내가 가디언즈였다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더 이상 가디언즈가 아닌 널-
"붉은 꽃, 자유를 갈망하는. 한 떨기의 에델바이스의 이름으로!"
그렇게 소리치는 표정은 어땠을까, 보기에 우스꽝스럽지는 않았으려나.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표정을 모두가 봐도 괜찮을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덮은 헬멧이 더 이상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해 줬으니까.
협박 아닌 협박이 들리면 그대로 응수한다. 뒷말은 끊었지만 뉘앙스만 들으면 조무래기 악역 비슷한 말 아니였을까. 아공간을 열어 그 안으로 물을 흘려보내는걸 보자하면 참 편리한 능력이라고 짧게 생각이 든다.
“해주게?”
보조나 해달라던 말과는 달리, 어째 당신 혼자서 수리를 끝마쳐 가는 것을 구경한다. 생활력이 꽤 된다고 속으로 감상을 읆다가도 자신의 일을 대신 꼼꼼히 해 주는 걸 보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라고 짐작이 간다. 귀찮은 일 대신 해 주니까 입을 털거나 딱히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 채로, 건네 받았던 수리 도구만 가만히 들고 있다.
“애꿎은 사람 일 시키니까 좀 불편한데.”
그리 말을 해도 딱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다. 쓰레기나 버려 달라는 말을 들으면 이미 부러지고 교체된 샤워기의 파편들을 모아 옆구리에 낀 체로 있다. 고개만 끄덕이더니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한 박자 쉬고 뭐라 말을 한다.
“후유증은 없고?”
전투 당시 당신의 총기난사가 기억에 남았다. 큰 총은 반동도 꽤 되는데, 그걸 거리낌 없이 쏴 재꼈으니 근육통은 거의 당연하고, 더 큰 상처도 입었을 수도 있겠다.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모두가 말하는 것은 그대로 카메라 드론을 이용해서 중계되고 있었다. 즉, 여기서 싸우는 모든 것들 역시 다른 곳으로 중계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저항심을 가지고 있는 세븐스들의 '희망'을 부숴버릴지, 아니면 희망이 더욱 커져서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게 될지. 이 싸움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쥬데카는 U.P.G 건물 쪽에서 다른 시선을 많이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 중에 딱 하나. 다른 시선들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길한 시선이 하나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지금껏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감각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글라키에스의 시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의는 이 세상에 두 개가 존재할 수 없어. ...이 세상의 순리와 질서가 없으면 이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어. ...그리고 힘없는 비능력자들이 피해를 입게 돼. ...그러니까 질서와 순리가 존재하는 거야. ...그것을, 그것을,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는 것이 용납될 순 없어. 너희들은 정의가 아니야. ...테러리스트 주제에 정의를 입에 담지 마라! 테러리스트!"
"...사람으로서 태어나 마땅히 주어지는 것? ...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비능력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어. ...너희가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너희들의 무해함을 이 세상에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야. ...아닌가? 테러리스트? 실제로 가디언즈는 모든 것을 보장받고 있어. ...자신의 무해함을, 이 세상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너희들이 말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이 보장되지 않는 거야. ...무해함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것. 정의를 지키는 것 뿐이야."
"...어째서 그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냐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이 체제가 완성된거야. 네가 부정하고 부정한다고 한들, 이 세상의 사람들은 그것을 원해. ...그러니까 그게 규율이고 그것이 질서, 그것이 정의인거야. ...오히려 동의하는 쪽이 훨씬 적은 것에 왜 귀를 기울어야 하지? 덜 원하는 쪽이 어째서 정의가 되는거지? ...결국 마음에 안 드니까 바꿔보겠다고 떼를 쓰는 것밖에 안되잖아. ...그게 정의야? 규율과 규칙, 질서가 마음에 안든다고 뒤엎어버리려고 하는 것이? 그것보다 모든 것을 제대로 누려놓고서 이제와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웃기는 거 아니야? ...그래. 넌 배신자야. ...너 같은 존재가 정의를 가장 크게 흔드는 존재야. ...그 로벨리아 아가씨와 마찬가지야. ...이 세계의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들 배신하고 파괴하려고만 해. ...스스로 선택한 정의를 저버리고 모든 질서와 규율, 순리를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 주제에! 너희들의 존재를 편들어주는 이는 이 세상에 없어!! 무엇보다 정의를 수호하고 지켜야만 하는 가디언즈를 배신한 너 따위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까 너만큼은, 너만큼은 반드시 죽여주마!! 배신자!!!"
이내 레이버는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남색 빛이 모여들었고 길쭉한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본격적으로 보검을 꺼내들고 해방하기 전의 자세였다. 이어 그녀는 아주 힘껏 외쳤다.
이내 남색 빛이 하늘로 높게 솟구쳤다. 이전의 해방과는 명백하게 다른 긴장감이 그곳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 남색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솟구쳤고 이내 그 빛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내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였고, 비가 소리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모습은 인어와 비슷한 느낌의 남색 지느러미형 장갑이 달려있으며. 상반신은 연하고 가벼운 파란색 장갑으로 덮여있고 입에 마스크를 하고 있고 오른손에 날카로운 남색 삼지창을 들고 있는,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바로 그 장갑과 무장의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으니 결국 그것을 쓰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수첩이건, 기사건. 물론 루시아 입장에선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거야 그때의 일을 반 재미로 알리겠다고 한다면 그건 역시 싫었으니까. 어쨌든 그녀는 원래 그 세븐스의 주인인 '루시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루시아는 결국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싫어할거야. 그러니까... 음. 반 흥미거리로 쓰려고 하는 거라면 반대할래. 하지만 제대로 진상을 알리고 싶다면 괜찮아."
조금 쓰릴지도 모르지만 그때 있었던 일을 진실로 알리는 거라면 루시아는 어느 정도 협력할 생각이 있었다. '고독 의식'은 수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었으니까. 그것이 제대로 알려진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마냥 잊혀지는 것에서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루시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헛된 희망일지도 모를 일이였다. 결국 시간이 오래 지나면 하나둘 잊혀지기 마련이었으니까. 아무튼 루시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메사이아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499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제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굳이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드리자면.. 읽으면서 오타가 한번씩 좀 많이 보여서..(흐릿) 그 점만 조금 깔끔하게 다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이를테면 개 양 인형 '배게'를 밤새도록 '많'들었는데 라던가 가디언즈를 향한 잭의 평가는 마이너스로 '칮닺고' 잇었다. 라던가 가디네스라던가 단은 그레이 월에 물리력을 더해 '보리고' 했다 라던가 안개를 '넒게' 흘렸다.
캐릭터성보다는 이런 간단한 맞춤법을 살짝 조심하는 것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생각하는 편이에요. 사실 어지간하면 맞춤법으로 뭐라고 하진 않고 저도 오타는 은근히 나는 편이긴 한데.. 읽으면서 이게 한둘이 아니고 계속 반복되듯이 나오니까..아주 살짝의 조언 같은 무언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