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궈두었던 소량의 물감에 물리력을 부으면, 그대로 고체화 해서 조그마한 탄환 같은 것이 된다. 그는 아이들이 묶여있던 방향으로 그 탄환을 능력으로 날리더니, 탄환은 묶인 아이들을 잡아두는 것을 끊기 위해 빠르고 변칙성 없는 움직임을 한다. 만약 묶인게 풀린다면 아이들은 추락하겠다만, 그는 그 쪽엔 눈길 두지 않고 레이버만 응시하고 있다. 혹시 모를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 하기 위함이다.
"받아줄 사람."
단답으로 그럴 행동 해줄 사람 있냐고 묻더니, 남아있던 페인트 조금을 두 자루의 단검으로 형체화 시킨다. 하체에 힘을 실은걸 보아하니, 전투 태세를 갖추는 것일 테다.
분신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보며 혀를 찼지만 덕분에 이동은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몰아치는 물줄기를 피하며 깃대를 고쳐들었다. 레이버는 전부 피한 것 같지만 뭔가 걸렸는지 표정이 좋지 않다. 아이들은 아직 죽지 않았지만 거리는 벌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고 레이버가 처형인들에게 외치는 소리에 지지 않게 소리쳤다.
"배신해!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정의가 진정 정의일까? 희생을 강요하는게 정의야? 그깟 정의 배신해버려! 배신하고 진정 너희를 위하는 것을 봐! 어쩔 수 없지만 끝까지 저항하겠다면 도와주겠어! 칼은 아이를 해칠 수 있지만 지킬 수도 있어. 우리 세븐스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아이들을 지켜! 그러면 우리가 너희를 구할게! 지킬 테니까!"
이미 팀원들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이 닿기를 바라며. 그녀의 말을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듯 그녀는 독액으로 다수의 사슬을 만들어내 레이버를 향해 쏘았다. 공격이 아니라 구속의 용도였다.
눈치챈건가.....잭은 귀를 긁으면 생각했다. 확실히 그쪽 오야봉 놈년들은 전투력이랑 강하다. 일단은 다른 팀원들이 분발해준 덕에 거리가 벌어졌다.
그렇다면.....
0부대원 중 한명인 유루와 눈이 마주쳤다. 사실 둘의 사이는 커녕 지금 막 만난거나 다름이 없는, 그런 사이다. 신뢰? 믿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잭이 아무리 바보라도, 알건 다 아는 아이다. 유루 오빠(?)의 능력, 물리적인 변화를 가하는 거였나....그걸로 아이들을 풀어낼수 잇을까?
오늘 만난 사이라도, 지금은 믿을수 밖에 없다. 잭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파랑머리 간부와 아이들과 강제적 처영인 세븐스들 사이에, 엄청난 안개를 뿜어내 환각을 만들어낸다. 간단한 환각, 거리감을 망가뜨리는 환각이 였다, 그 동시에 아이들을 감싸 안던 돔의 모양이 거대한 안개의 손으로 형상을 바뀌었다.
"내 임무는 아이들을 구하는 것, 무사히 다시 돌아가는 것! 혁명의 일원으로 이 세상의 규율을 깨부수는 것, 자, 당신이 증오해 마지않는 배신자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너는 땅에 딛은 발을 떼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 레이버가 아이들과 멀어진 지금,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으니 너는 최대한 빠르게 아이들 쪽으로 달음박질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막으려고 하겠지, 저 거센 물줄기는 아마 그런 걸 막기 위해서 꿈틀대고 있는 것일 터- 넌 감각을 곤두세운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너를 노릴까, 만약 닿기 전에 네게 물줄기가 도달하려 한다면 너는 그대로 몸을 비틀어 방향을 틀었을 터다.
그리고 네 손끝을 따라 체인은 방향을 틀어 레이버를 노렸을 테니.
"배신이라, 배신자라. 바보같이 그 말을 믿는 겁니까? 대체 누가 누굴 배신한다는 겁니까, 배신? 누가. 당신들이? 누구를, 가디언즈를? 아니면 대체 누굴?"
"먼저 배신한 건 당신들이 그렇게 희망을 품고 믿어 왔던 정의가 아닙니까?"
그런 배신자라면, 몇 번이고 계속해주겠다며, 세븐스들에게 소리치고는 이를 악문 채로 레이버의 시선을 끌려고 했다.
선우는 분수대를 향해서 폭탄을 집어넣었다. 이내 폭탄은 펑 터졌으나 분수대 자체가 완전히 깨지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물줄기가 확실히 조금 약해진 상태였다. 물론 레이버에게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었을지도 모르나 기세는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한편 처형인들을 향해서 멜피는 스페셜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군세는 일제히 무기를 뺏으려고 시도했다. 그 때문에 당장 공격을 가하려는 이의 움직임은 그대로 멎게 되었다. 뒤이어 레레시아의 독으로 만든 다수의 사슬이 레이버를 향해 날아갔고 레이버는 칫. 소리를 내면서 물줄기를 조종해서 그 공격을 방어했다. 허나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발동했고 물줄기의 힘이 어느 정도 억압되었다. 그렇기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뒤이어 쥬데카의 체인이 레이버를 노렸고 그 때문에 레이버의 발목이 완전히 잡히게 되었다. 공격을 당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처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컸다.
한편 선우와 레레시아, 이스마엘, 그리고 쥬데카의 말이 그 자리에서 울렸다. 그 말을 들으며 처형인 세븐스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편, 유루는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몇 명의 아이들의 구속을 풀었고 잭은 풀려난 아이들을 받아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처형인 세븐스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풀려나지 못한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들고 있는 검으로 구속 장치를 풀어내면서 아이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이버는 크게 당황했고 겨우겨우 힘을 끌어모아 이내 다른 물줄기를 이용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허나 그 중 한 명. 무기력했던 세븐스 중 한 명이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했는지 자신들이 풀어준 아이들과 함께, 잭이 받아준 아이들까지 함께 단번에 텔레포트 느낌으로 사라졌다.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레이버와 제 0 특수부대원.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 드론들 뿐이었다.
"어째서..." "...왜 배신하는거지? 이해 못하겠어." "...배신해봐야 결국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삶인데. 이 체제에 저항하고 반항해봐야 지금보다 더욱 비참하고 굴욕적인 삶만이 가득한데. ...이 세계에 순응하면 적어도 더욱 비참한 삶이 찾아오진 않는데."
"...어째서..어째서..." "어째서 이 세계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정의를 거부하고 배신하는거야?! 그렇게 해서 뭘 얻을 수 있는건데!!"
지금까지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격하게 분노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버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면서 단번에 물줄기를 중단시킨 후에 공중제비를 하면서 단번에 제 0 특수부대원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 세븐스들은 모두 이 세계에 순응하고 질서를 받아들인 이들이었어. 정의에 따르는 세븐스였어." "...그런데 너희들과 접촉한 것 때문에, 정의를 배신했어." "역시 너희들은 살려둘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의 죽음을 전 세계에 중계해주겠어. 정의를 거부하고, 이 세계의 질서와 규칙을 거부하는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깨닫게 해주겠어."
"...정의를 수호하는 가디언즈의 이름으로."
/1시까지! 오늘자 반응은 여기까지만 하시면 된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더라도 자유입니다만 팩트를 박아넣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지요! 명대사를 쓰고 싶다면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고. 제 0 특수부대가 최초로 가디언즈 간부급을 물먹이는데 성공한 장면인 것이에요!
초면이다 싶은 사이지만, 잭이 아이들을 받아준 것이 시야 한 구석에 보인다. 합이 잘 맞았어서 다행이였다. 그리 생각하며 들려오는 레이버의 말을 가만 듣는다. 솔직히 듣는다고 해서 뭐 좋은 정보라던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 도출되진 않을 테지만, 그냥 지껄이는 말을 듣고 싶었었다.
그녀의 말은 백 번 옳다. 당연하게도 체제에 순응하면 아무리 하층민이여도 콩 조각은 던져진다. 그 콩 조각이 아무리 미미해도, 불응하는 자들이 개처럼 몰매 맞는 것보다야 낫다. 행복과 만족은 이런 면에서는 상대적인 것이다만, 에델바이스나 다른 레지스탕스는 상대적인 만족감에서 그치치 못하고 온전히 행복하고 싶은 것이겠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다. 이런 상황에 맞는 말은 아니다만 결국 속 뜻이 중요한것 아닌가? 좋은 말 한 마디는 사람을 움직인다. 나쁜 말도 사람을 움직인다. 결국 말에 실린 힘은 존재한다. 아무리 말빨이 좋아도 진실되지 않는 한, 전해지는 감정이나 동요는 극히 제한되지 않을까. 그는 그런 이유로 아무런 말 없이 임무를 행할 뿐이다. 자신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아름답고, 진실된 대원들이 많으니, 회유나 동요는 그들이 해줄 테다.
그는 극한의 나르시스트 비스무리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온 정과 열정을 다할 것이 자신뿐이다. 그는 과거의 트라우마도 남지 않은 체이고, 앞으로 부딪쳐 갈 문제점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것이다. 다만 과거의 번뇌는 여전히 그를 묶어두고 있다. 모두가 흔히 느끼는 죄책감을 그도 당연하다시피 느낀다. 그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고, 사람이니까.
자신이 하는 행동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대의를 위한 것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아니다. 나아가 복수같은 거창한 것조차 아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죽여왔던 남들에게 속죄하며 이런 반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밤에 발 뻗고 잘수 있도록. 추잡하다면 추잡하겠지만, 그는 개인주의자이니 욕을 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자신이 에델바이스에 소속되어 있는게 다른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일이더라도, 나아가 다른 부대원들의 미움을 사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의 속내에서 나와 물체 상태의 그를 보자면, 여전히 레이버를 응시한 체로 힘을 싣고 있다. 두 단검은 날이 서 있는 체로, 그녀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레이버가 그녀의 사슬과 다른 공격들 대처하기 바쁜 사이, 몇몇은 아이들을 풀어내었고 그녀와 팀원들의 말이 닿은 것인지 세븐스들은 남은 아이들을 구해내었다. 이제 내보내기만 하면! 그녀는 세븐스와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에 소리쳤다.
"가려면 도시 바깥으로 나가! 괜찮아! 거긴 우리 동료가 있으니까!"
어느 쪽이든 로벨리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구출은 성공할 것이다. 이내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무사히 나갔기를 빈다. 그리고 이제 더는 거리낄 것 없이 레이버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를 둔 레이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녀 역시 일갈했다.
"순리를 배신해봐야 비참하고 굴욕적인 삶 뿐이다? 지금 체제를 따르는 것 만이 세븐스의 살 길이다? 아니! 내가 내 의지로 내 신념을 지키며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지! 누군가 만들어 내었고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 순리가 과연 이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치우친 천칭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 다시 한번 말해주지. 너희의 정의는 너희의 것일 뿐, 모두의 것이 아냐! 희생을 전제이며 필수인 정의는 정의가 아닌 에고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말해주지. 우리 역시 정의는 아니라고!"
캉! 날카로운 금속이 바닥을 찍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깃대를 세웠다. 도시로 들어오며 줄곧 들었던 하얀 결사의 깃발. 가운데 붉은 에델바이스가 선명하게 핀 그 깃발을 모든 카메라에 담기도록 펼치며 외쳤다.
"우리는 정의가 아니며 또한 영웅도 아니다! 단지! 사람으로 태어나 마땅히 주어지는 것을 되찾으려 하는 이들일 뿐이다! 누군가에게서 빼앗는 것이 아닌, 나의 것을 지키되 너의 것 또한 지키려 하는 이들이다! 세븐스라서, 비능력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내던지려 하는 사람일 뿐이란 말이다!"
영웅이 되고자 함이 아니고, 가디언즈를 대신할 권력자가 되고픔도 아니다. 그저 사람답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렇지 못 한 지금의 체계를 부수려 하는 어느 사람일 뿐이다.
거의 온 몸으로 내지르다시피 소리를 친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붉은 에델바이스가 펄럭이는 깃대를 들어 레이버를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