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음. 질문이라고 해야할까? 강민이는 유우나의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지 궁금해! 사실 중학생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정말로 가볍게 기억할 수도 있고, 그때 그런 애가 있었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뭔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딱히 관심가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514 중학교때 나름 고민도 들어주고 그랬던 관계니까 이름이랑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데, 아이돌이니 매체에서도 얼굴을 봤을테고 그걸 보고선 좀 놀랍게 바라봤을꺼야. 그리고 보통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어느 누가 유명인이고 이런건 다 퍼지기 마련이니까, 유우나가 학교에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것 같네.
의외로 깊게 인지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보면 강민이는 되게 기억력이 좋은 것이 분명해. 강민이 입장에선 그냥 우연히 고민 들어준 후배 A 정도에 지나지 않을텐데 말이야. 유우나는 반대로 강민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지만서도. 아무래도 자신이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격려를 해준 사람이기도 하니!
결국에는 살짝 이야기 해주는 강민이지만, 남의 운명을 엿보고는 전부 이야기 해주지는 않고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는 부분이 치사해서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발끝으로 강민의 신발코 부분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강민의 이유는 나름 합리적인 것이고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었다. 손금으로 사람의 앞날을 보려는 행위는 일종의 예언이고, 예언이라면 미사키는 의심 없이 그것에 몸을 던지는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그것보다는 많이 알려줘도 좋을텐데. 완전히 애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을 바꿔서 걱정해주는 거라고 하면 약간 기분 좋을지도 모르겠고.... 연애가 순탄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한 미사키는 폭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런 사람을 좋아하면....
"뭐~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니까 복채를 주기로 할까. 따로 바라는게 없으면 연습하던 마술이라도 보여줄까 하는데."
사실 마법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해주지 않은체 방긋 방긋 웃다가 마라탕을 마저 먹기 시작한다. 보통은 들기 힘든 온도와 무게의 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는 와구와구 먹는 모습은 별로 귀엽지 않았으려나.
자신이 손금으로 보는 것들은 정확도가 꽤 있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틀릴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걸 믿고 있다가 안좋아지기라도 한다면 자기 자신도 좀 불편해지니까 차라리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미사키도 알아들은것 같아서 그는 살짝 웃어주며 말했다.
" 내가 봐준다고 한거니까 복채는 필요없는걸. 일단 나온 것부터 먹자.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릇을 한 손에 들고서 먹는 모습은 여러번 봐왔음에도 여전히 놀라웠다. 애초에 저거 엄청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민은 말을 이어갔다.
"에에- 유우군이 이런 식으로 내 손을 잡아보는 게 목적이었다고 솔직히 대답하면 넘어가 줄 수 있지만?"
킥킥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래도 예언에 대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 지구에서는 마법도 주술도 모두 공상의 영역으로 퇴보하였기에 사람들이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사키도 알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쪽도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모든 예언은 대가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예를 들면 -미사키의 살갗을 만저본다) 것이라도.
무려 환영 마법의 일종. 이런 식의 응용은 미사키도 처음이었는지라 중간중간 손가락이 아예 안 보인다든지, 두 개가 겹쳐 보인다든지 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환상도 아주 잠시지만 스쳐 지나간다. 일반인이라면 놀라움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영역이었겠지만 유강민이라면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미사키의 대답을 듣자마자 작게 웃으며 대답한 강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상대방을 헷갈리게 할만한 말만 던져두는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어이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 행실을 보면 왠지 장난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미사키가 그릇을 내려놓자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고, 보여주는 마술에 강민은 놀랍다는듯이 눈이 살짝 커지고 잠시 말이 없어진다.
" ... 놀랍네. "
남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마술을 보는데도 저렇게 놀랄 일인가 싶겠지만 한번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강민은 그것이 일반적인 마술이 아님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웬만한 기술들을 모두 봐온 강민이었지만 그조차 한번도 보지 못한 류의 것이라 풀려있던 경계심이 일순간 조여지는 것이었다.
" 생각보다 더 진짜 같은걸. "
물론 겉으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채 정말 마술을 즐기는듯 빙그레 웃어보였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그리고 유파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힘 혹은 기술의 등장은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바로 유파의 상부에 보고해야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보고를 약간은 미룰 생각이었다.
" 점심 먹고 나는 어디 갈 곳이 있어서 헤어져야할 것 같네. "
어느새 그릇이 거의 다 비워져있었기에 그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얘기했다. 정말 갈 곳이 있던 것인지 아닌지는 그만 아는 문제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