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긋, 하고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답한 강민은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선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식을 좋아하냐 싫어하냐와는 별개로 매운 음식은 잘 못먹는 편이었기에 살짝 매콤한 맛만 날 정도로 맵기를 정하고선 어떤 것을 넣을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 여기는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넣어서 가져다주니까 편해. "
테이블에 올라가있는 태블릿을 가리키며 말한 그는 적당히 먹을 것들을 골랐는지 먼저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양고기와 야채, 면 등을 적당히 넣어서 주문을 마친 강민은 태블릿을 미사키에게 넘겨주었다.
" 나는 딱히 못먹는 음식은 없어. 음식을 막 가리는 편은 아니거든. "
다만 너무 냄새가 나는 음식이라면 먹을때 좀 힘들기에 기피하는 편이기는 했다. 미사키까지 주문을 다 마치고 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를 나지막히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이 나는지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금 미사키쪽을 바라보고선 테이블 위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미사키도 마주 웃으며 되물어본다. 여기에서 너를 좋아한다고 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은근히 넘기려 하는 중인 것이다.
"음~ 그렇게는 생각 안 하는걸. 유우군 상냥하고, 성격도 좋고, 키도 큰 편에다 얼굴도 잘생겼잖아? 너무 저자세면 오히려 여자한테 인기 없다-"
은근히 어필할 찬스도 놓칠 바보도 아니니까. 키 부분은 미사키가 조금 더 컸지만 다른 남자 아이들에 비교하면 강민의 키는 큰 편이다. 하필이면 붙어다니는 사람이 해리 테일러 같은 인외종이라 그렇지......
"손금이라... 그냥 이야기 해주면 재미 없으니까 어떤게 보이는지 말해주면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손가락 끝으로 훑어지는 감각에 침을 꿀꺽 삼킨 미사키는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을 돌렸다. 지구라고는 해도 주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수 없다. 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그 주술에 의해서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의 과거가 드러날 가능성은? 미리 의문점을 듣고, 거기에 알맞은 대답으로 개연성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편이 조금 더 오래 손을 만져줄테니까.
그것이 본인도 해당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평소 행동을 보면 그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걸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약간의 거리를 둔다. 친해지면 스스럼 없어지는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니까.
" 그래? 그렇게 좋게 봐주다니 기분 좋은걸. "
칭찬을 굳이 곡해해서 듣는 취미는 없으니 미사키에 말에 정말 기분이 좋은지 미소가 한껏 짙어진다. 사실 그도 어느정도 자신이 인기가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모른척할뿐.
" 손금을 보니까 집에서 되게 멀리 떨어질 운명이 보이거든. 근데 이게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네. 그래서 엘부르즈에 온게 그렇게 보이는건가 싶어서. "
미사키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그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 어떤 누가 지금 자신의 앞에 태연하게 앉아있는 사람이 사실 이세계에 가서 용사가 되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니 자신이 보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하하, 맞아 맞아! 우리가 그럴 나이이긴 하지~ 청춘에 고등학생에 벚꽃이 예쁜 봄이면 사랑에 빠질수밖에 없는거야~"
미사키는 자신의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그러면서 신경 쓰이는 상대를 곁눈결로 한번 보면서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하고. 미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은 있지만 그것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게 더 즐거운 청춘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의기양양해서 이 여자 저 여자한테 대시하면 안된다? 유우군이 안그럴건 알지만."
장난기 있는 얼굴로 강민을 살짝 놀려준 다음에는 진지한 얼굴로 손금에 대한 해석을 듣는다. 집에서 멀리 떨어질 운명이라. 그건 운명이었던건가? 직접 눈으로 살아있는 신도 보았지만 그런건 잘 모르겠다. 용사로서 세상을 구하기로 한 일은 분명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라는 개인의 선택이었다. 하필 그날 밤 편의점을 가기로 한것도. 그런데 운명이라....
강민도 미사키도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결국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무심히 스쳐가는 봄바람에도 괜시리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봄바람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살살 불고 있을지 모른다.
"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생활습관 때문인지 먼저 나서는 일이 꺼려졌고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게 먼저 다가온다면 그것을 막아내는 편도 아닐뿐더러 그도 편하게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 특별히 눈에 띄는게 그거 하나라서 얘기해봤어. 다른건 그냥 두루뭉술한 이야기야. 수명이라던지 연애라던지. 이런건 되게 추상적이라 들어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 "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금방 주문한 마라탕이 테이블로 내어져왔다. 자극적인 향이 코를 찔렀지만 별거 아니라는듯 강민은 조심스럽게 국물부터 맛을 보았다.
안녕안녕! 치나츠주!! 반가워~ 핑크핑크 아이돌 캐릭터를 맡고 있다고 일단 주장하는 유우나의 오너 유우나주야! 서브녀1 담당이라니. 무슨 소리! 유우나는 아직 강민에게 연애적 호감이나 그런 것도 없는 상황인데 짝사랑을 시작한 치나츠는 그보다 더 앞서 있다! 고로 서브녀가 아니다!
>>505-506 그렇다면 그렇게 큰 접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고 굴려봤는데 유우나가 히노하라 신사에 자주 가서 참배를 하고 그래서 안면이 있는 그런 관계는 어떨까? 아이돌 일을 하다가도 조금 곤란한 일이 있으면 수호천사의 조언이 있더라도 괜히 신사에 가서 괜히 신에게 빌어보는 일도 있고 그럴 것 같거든. 이렇게 하면 아직은 유우나가 강민이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특별한 감정이 생기게 될 때 신사에 가서 연애운을 빌어보기도 하고.. 연애에 대한 것을 듣게 되면 치나츠와 알게 모르게 라이벌 느낌이 성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507 미미(味味) 수습무녀 치나츠는 특별한 행사나 대회가 없다면 주말에는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으니 만약에 유우나가 주말에 참배를 하러 왔다면 자연스레 안면을 트게 되었을 것 같네! 수호천사씨의 조언도 좋지만 역시 "종교의 힘" 은 무시할 수 없다구......신사 안에서는 대체로 모든 참배객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다니니까 아마 유우나를 처음 만났을 땐 자기보다 어린 유우나에게 존댓말로 말을 건넸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유우나주 말대로 나중에 유우나가 연애 얘기 하면 자연스레 누구에게 관심이 생겼냐고 물어보게 될 것 같네. 이때 감정이 있는 상태라 해도 치나츠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갈 것같아서 적어도 치나츠는 라이벌이라 여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유우나는 과연 어떨지,,,🤔
>>508 주말에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다면 유우나와 확실히 만날 가능성이 크겠다! 유우나는 자주는 아니어도 큰 행사를 앞두고 있거나 신년에는 항상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있거든. 이때만큼은 딱히 변장을 하지 않고 가기 때문에 아마 맨 얼굴의 유우나를 볼 수 있을거야! 아무튼 그렇게 존댓말로 말을 하면 유우나도 처음엔 눈을 깜빡이다가 덩달아 인사를 하고 괜히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더 걸고 그랬을 것 같아. 유우나는 아무래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고 포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라이벌로 볼 것 같아. 이건 다른 히로인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막 과격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언니에게 지진 않을 거예요! 두고 봐요! 이렇게 선전포고하는 정도겠지만 말이야. 딱히 적대하진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요! 이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민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마주 보고도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유라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마라탕을 한 입 먹고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잘 믿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면 그 말을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살아가고, 결국 그 말에 얽매이게 되더라. 그래서 이런건 잘 안알려주는 편이야. "
수명이야 대부분이 먼 훗날의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넘기지만 재물이나 연애 같은 경우에는 바로 코앞의 현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척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되는 경향이 컸다. 강민은 그런 것을 경계하고 있었고 자신의 친구인 미사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도 너무 궁금해하니까 ... 살짝만 얘기해주자면 순탄하지만은 않을꺼라네. "
어째 연애운에 투쟁이 들어가있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투쟁을 역경이라고 생각한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