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첫날은 어제보다 추웠다. 분명 새학기에 긴장하는 학생들의 심상이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겠지. 이세계의 기억은 주술적인 사고를 미츠키에게 주입시켰으며 그것을 의식하지는 못했다. 20년이면 사람이 바뀔만한 시간이 아니던가. 새학기. 벌써 2학년이기도 하고, 미츠키 입장에서 평화로운 일상이 벌써 1년 넘게 지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 관계로, 가볍게 춘추복에 가디건만 입고 왔음에도 그닥 추위를 느끼지는 못했다. 에초에 더위와 추위 쯤은 인간이 버티지 못하는 수준마저도 쾌적하게 지낼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지.
누구보다 빠르게 교실에 올 생각이었지만 선객이 있던 모양이다. 유강민.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츠키가 좋아하는 남자. 우연일지 운명일지 모르겠을 상황에 작게 미소를 짓고는 그의 자리로 살랑살랑 걸어가 앞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저번주까지 기숙사와 학교 사이를 잇는 이 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어서 피곤한 눈을 반쯤 감은채 부활동을 하러가는 몇몇만 보였지만 오늘은 모두 같은 교복을 입은채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의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섞여서 피곤해보이는 표정을 지은채 걸어가고 있는 강민 또한 새학기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엔 기숙사에서 살지만 방학을 맞아서 집에서 보내던 그에게 간만에 아침 등교란 조금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몸에 들인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라 정해진 기상시간에 정확하게 일어난 강민이 학교에 도착했을땐 아직까지 교실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 좋은 아침이야 미츠키. "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츠키, 파란색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학생으로 축구부 활동이 끝나고 창고 정리를 도와주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이에 작은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 이후에 좀 더 친해진 느낌이라 강민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처음 맞이하는 새학기도 아니고 설레지는 않아. 근데 조금 피곤하네. "
어릴때부터 아침 잠이 많아서 깨어나는걸 힘들어했고 그걸 고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와서는 늦게 일어난다는건 그의 입장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아침의 피곤함만큼은 여전히 유효했다.
자신과 이야기하던 중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고 강민은 마주 웃으며 물었다. 그러다 미츠키가 목캔디를 건네주자 고맙다며 인사하고선 입에 털어넣는다. 시원한 느낌이 목을 타고 코까지 올라와 졸음을 잠시 내쫓아주는 느낌이다.
" 원래 아침에 약해서 말이야. 못일어나는건 아니지만 일어날때마다 힘들긴 하지. "
체질이라 그런가 습관을 바꾸어도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적응해야만 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꺼라고 믿고 있는 그였다.
" 나도 미츠키 말고는 친한 사람 별로 없으니까. 친한 사람들이 같은 반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
사실 학교 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라서 강민에게 친한 친구를 꼽아보라고 해봤자 한 손으로 꼽을 수준이었다. 물론 두루두루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 친하다고 느끼는 친구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도 한편으론 미츠키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그녀의 말에 강민도 창 밖을 내다본다. 생각해보니 정말 벚꽃이 피는 시기라 이번에도 해리가 벚꽃 구경이라면서 자신을 끌고갈거란 생각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온다. 아직도 자신을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더더욱 미소가 짙어진다.
" 일어나는건 제때 일어나니까 지각은 안하지. "
유파의 가르침은 엄격해서 그런 사소한 것들도 엄중히 질책받곤 했기에 그가 늦잠을 자는 일이라곤 정말 몸이 아프거나, 혹은 기절했거나(...) 둘 중 하나의 일이다. 자신의 책상에 엎드리는 미츠키를 바라보면서 그는 말했다.
" 해리도 같은 반이니까 ...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일단 두명뿐이네. "
별거 아닌 말인데 기쁘다니, 행복의 역치가 낮은게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입에 있던 목캔디를 씹어삼켰다. 사탕을 먹다보면 어느새 씹어서 넘기는게 그의 습관이었다. 그리고 졸음을 내쫓아주던 목캔디가 사라지자 한걸음 물러나있던 졸음은 다시 원래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서서히 찾아가고 있었다.
" 역시 아침은 별로야 ... 수업이 오후부터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이루어질리 없는 쓸데없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강민은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했다. 평소라면 이런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텐데, 오늘은 유독 더 피곤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어릴때는 정말로 부모님이라고 생각했지만 철이 들때쯤 자신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그였다. 그래도 자신을 키워준대다 아예 정을 붙이지 않고 산 것도 아니기에 지금에서의 관계는 조금 애매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쓴웃음을 금세 어그러뜨리고 자연스런 미소로 바꾼 그는 찔러오는 검지가 코에 닿자 그것을 잡으며 얘기했다.
" 그런 것보단 그냥 아침에 잠을 좀 더 자고싶은거라니까. "
이걸 입에 넣는척해? 하며 고민하다가 얌전히 손을 내려놓고선 미츠키가 엎드려있던 책상에 반대로 자신이 엎드려버린다. 은은한 온기가 남아있어 좀 더 잠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하품과도 비슷한 한숨이 작게 내쉬어지고 조금씩 눈이 감기려는걸 억지로 막아본다.
" 이렇게 무방비한 삶은 마지막이니까 ... "
잠과 현실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도 있다. 공교롭게도 강민은 자신의 생각을 웅얼거리듯이 얘기했지만, 그것을 얘기했다는 자각이 없이 다시 한번 하품만 크게 할 뿐이었다.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츠키는 유강민의 입가에 드리운 쓴웃음을 빠르게 읽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저마다 다른 짐이 있는 법이니 쉽게 짐작하려 들지는 않았다.
"주말에 푹 자둬, 주말에."
손가락이 갑자기 잡힌 것에는 놀랐다. 하지만 홍조를 띄거나 엣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담담하게 오늘 기숙사에 들어가 생각할 거리를 늘렸을 뿐이었다. 어떤게 조금 더 흔들렸냐고 하면 엎드렸던 책상에 바로 상체를 묻은 편이지만. 마지막으로 빨았던 가디건의 섬유유연제가 무슨 향이었더라. 보통 사람은 이 짧은 순간에 남은 냄새를 맡지는 못할테니 무의미한 고민이었나. 책상 밑으로 유강민이 잡았던 검지를 다른 손으로 감아쥐며 시덥지않은 소리를 했다.
"....?"
방금 말은 무슨 의미냐고 당장 묻고 싶었지만... 자는 사람을 깨워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시간도 아니니까 미츠키는 이 이야기 또한 나중으로 미루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잘 자 유우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자는 사람을 향한 배려로 그 과정에서는 의자 끄는 소리도, 걷는 발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독 피곤했던 아침 시간이 지나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잤던 것이 도움이 되어서일까, 오전 수업 내내 꾸벅꾸벅 졸것만 같았던 몸은 용케도 모든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 더 수업을 들었다간 버티지 못할 것 같을때에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 용케도 안졸았네. "
그가 수업 시간 내내 피곤해하던걸 보던 친구가 점심시간에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필기는 다 했지만 수업은 반쯤 흘려들었으니 그게 수업을 들은건가 싶긴 하지만, 강민은 일단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양치질까지 다 끝낸 그는 교실을 나와서 계단을 오른다.
' 끼익 '
모든게 잘 관리되고 있는 엘부르즈지만 옥상으로 통하는 철제 문에서 나는 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오지 못하는 옥상이라 딱 이 맘때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옥상을 꾸며놓은지라 적당히 앉아서 쉴만한 벤치가 군데군데 있고, 강민은 그 중 하나에 기대듯이 앉아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쿠라카미 한테이는 방탕아입니다.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고 그나마도 조는 경우가 대부분. 그나마도 특기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쉬쉬하는 것 뿐 반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그녀는 자주 논란에 휩쌓이고는 했습니다. 적어도 교실에 있으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런식이면 학교는 왜 다니는 이야기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서 긍정할 뿐 세걸음 지나면 그런 사람들을 없는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교내는 너무 소란스럽습니다. 신경써야할 것이 많습니다. 인간관계부터 학업태도나 성적들. 이 학교 학생의 대부분이 공부에 매진하기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더 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인파로부터 숨어있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교내가 넓다고 한들 결국은 학교라 완전히 사용되지 않는 장소를 찾는 것은 어려웠지만 다행히 그녀에게는 시간이 있었고 얼마 가지 않아 최적의 장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교내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계단통의 위. 정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그다지 눈길을 두지는 않는 이 곳 말고는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요. 그곳은 그녀에게 있어선 최고의 휴식공간이었습니다. 때때로 지금처럼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에요.
"이런 꽃놀이 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에, 그렇게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뭘하고 있는거야?"
한테이는 그를 보자마자 곧장 정원을 향해 뛰어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구태여 힘을 쓰는것은 그녀기준에서의 피곤한 일에 해당하기 때문일까요. 그녀는 조금은 짖궂은 얼굴로 그가 앉은 벤치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사실 그가 옥상을 올라가기 전부터 그곳을 먼저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구설수가 남아있다고 하던가. 하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강민에겐 딱히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옥상을 올라가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함도 있었으니까.
" 안녕, 테이. "
쿠라카미 한테이, 그녀는 항상 가죽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도 알려주진 않는다. 또한 일월정의 관리를 하고 있어서 학교 뿐만이 아니라 일월정에서도 자주 마주치곤 한다. 어릴적 우연히 만나서 구해준 이후 이곳 엘부르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그녀는 이렇게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걸어오곤 했다.
" 아침에 약한거 알고 있잖아. 단지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피곤하네. "
벚꽃이 예쁘다던 미츠키의 말이 생각난다. 꽃놀이라 ... 벚꽃이 흐드러지면 꽃놀이도 가곤 하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니 강민은 작년도 재작년도 꽃놀이는 가지 않았다. 딱히 싫어서는 아니고 기회가 닿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벤치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던 강민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 거기 있기보단 여기로 오는게 어때? "
마침 옥상은 그와 그녀뿐이었다. 누군가 본다면 또 하나의 구설수가 생기겠지만 그럴 일은 없는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햇빛을 등졌습니다. 잠시간의 정적. 그녀는 스스로도 이게 맞는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내 생각하는것이 귀찮다는 것 처럼 뛰어내려 당신의 곁으로 왔습니다. 제법 높이가 있었지만 뛰어내리는 한테이는 마치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부터 새학기였지. 긴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멋대로 납득이라도 한듯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소녀는 방금 보다도 즐거워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거리감을 재는 것이 서툴러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아마 착각이 아닐것입니다.
"가끔은 수업은 제끼고 놀러다닌다던가 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런 상태라면 오히려 더 머리에 안들어올텐데."
한테이의 말에 강민은 마주 미소지으며 얘기했다. 그리곤 정말로 그녀의 옆에 갈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다가, 이내 가볍게 자신의 옆에 다가온 한테이를 보고선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처음엔 저렇게 뛰어내리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젠 일상이라는듯 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1학년도 아니고 새학기에 긴장을 하진 않는다구. "
애초에 한 학년에 학생도 별로 없는 엘부르즈라서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 반이 바뀐다고 한들 거리감을 느낀다거나하는건 그의 입장에선 힘들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도 그의 장점이었으니 더더욱.
" 그러고 싶지만 우리 부모님은 엄하시니까. "
라곤 말해도 실제론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일반적인 학생처럼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수업을 듣지 않고 자리에 없다면 관심이 끌릴테니까. 유파에서는 그 어떤 경우라도 주목 받으면 안된다고 그를 가르쳤기에 그도 많은 관심은 부담스러웠다.
" 하지만 조금 피곤하니 아무것도 안하고 자고싶긴하네. "
한테이가 조금 가깝게 다가와있는듯하자 강민은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살짝 기대려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듯 작게 하품을 하면서.
시기상의 문제일거라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접어두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때의 일에 대해서 그가 받은 관심은 그와는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거니까요. 구태여 더 나아갈 필요는 없다는 것 처럼 말끝을 흐린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누운 그와 눈을 맞추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아무렇지 않은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습니다.
"잠정도는 편하게 자게 하고싶다는 거야. 그래도 음, 대담해졌네."
서로의 말이 줄어들고 운동장에서 들리는 다른 학생들의 소리와 묘한 바람소리만이 흘러갈때쯤 그녀는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즐길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실제로 해버린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은 해두지 않았으니까요. 우선은 이 자리를 벗어날 화제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꽃놀이라면 기숙사 뒤쪽에도 벚꽃이 하나 있었지. 확실히 거기라면 아는 사람도 적고 편하게 놀 수 있을거야."
물론 그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가는 연애뇌는 오버클럭해서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니까요. 거절당하는 것을 전제로 했던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던가 하는 것. 그녀는 경험하지 못한 감각이었습니다.
어릴적에는 여느 아이들이 그런것처럼 강민 또한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던적이 있다. 그렇기에 한테이가 말하는 예전이라는 것은 어릴적에 둘이서 만났을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허벅지에 누운채로 한테이를 응시하던 강민은 잠시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이 상태로 잠들면 네가 불편할테니까. 그래도 조금은 이러고 있어도 괜찮지? "
대담해졌을까? 아무렇지도 않다는듯한 그의 표정은 이런 상황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누워있는게 조금은 신경 쓰는 것 같았지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녀가 먼저 꺼낸 화두에 강민은 눈을 뜨고서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꽃놀이를 즐기기엔 좀 작은게 아닌가 싶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려나. "
막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놀 것은 아니니까,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봄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서 그의 앞머리를 흐트려놓는다. 강민은 바람이 좋은지 앞머리 정돈은 할 생각도 없이 가만히 누워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고마워. "
앞머리를 대충 훑어내리면서 얘기한 그는 여기에 처음 앉았을때처럼 벤치에 등을 깊게 묻으며 앉았다. 어쩐지 작년, 재작년보다 훨씬 여유를 부리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아직 머리도 제대로 크지 않은 아이들이 누군가를 쫓아다니는 데에는 이골이 날 정도였던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거의 하루 종일을 도망쳤던 건 괴물을 연구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흥미롭게 보일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깊은 숨을 들이켰습니다. 조금은 진정이 된 걸까요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 된 그녀는 신경 안써도 된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습니다.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뭘.”
몸을 일으키는 그를 따라 그녀는 허벅지 위에 펼쳐 둔 손수건을 접어 넣었습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행위였지만 그녀는 내심 오늘은 조금 많이 나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가로 새어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습니다. 이전이었다면 이런 건 생각도 안 했을 텐데. 소녀는 아직도 그와의 첫만남이 퍽 운명적인 모양입니다.
“공원도 나쁘지는 않지만 거기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그녀는 우리끼리 하는 건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며 바보같이 웃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이 아직 온전히 남아버려서, 그녀는 아직까지도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했습니다. 소란에 얽히는 것이 귀찮았고 거기에 따라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귀찮았습니다.
“우리 사이에 뭘.”
답답할 정도로 짧은 단어였습니다. 그녀가 아는 그는 조금 변해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사람으로서의 삶은 여전히 서투르고, 아는 사이도 그다지 없는 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어가는 것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으이이이이잇.”
찌뿌둥해진 몸을 풀어내니 그녀의 입에서는 이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오전 중 계속 돌바닥 위에서 자고 있던 거니 어쩌면 몸이 뻐끈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얼굴에서 힘이 빠졌네. 보기 좋아.”
그녀는 그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만나기 전에 그녀 안에 새겨진 그에 대한 인상은 어딘가 조급해 보였으니까요. 아마 당시의 상황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훨씬 괜찮아 보이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관심을 끌지 않으며,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해야할까, 사실 애덤 스미스가 유파의 존재를 어렴풋이 깨달았다던 사실은 세상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어떤 집단에 속해있는지 한테이도 알지 못하기에 그는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할 뿐이다.
" 그런 곳도 나름 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테이 말대로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좀 그러니까. "
사실 한테이도 그렇고 강민 또한 외모는 어디에 가던 상당히 주목 받을만한 것이라 유파의 가르침을 위해선 사람들이 많은 곳은 당연히 피해야했다. 그래서 이따금 열리는 축제도 아주 가끔씩 가는 신세였다.
" 덕분에 편하게 쉬었으니까. "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푸는 한테이를 보며 그는 재밌는지 웃음소리를 내어버린다. 그러고선 자신도 가볍게 몸을 돌려가며 몸을 풀어주는데, 곳곳에서 우드득하는 소리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벤치에 그렇게 누워있는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
" 오후에도 옥상에 있을꺼야? 오후엔 교실에 들어가는게 어때? "
오전 내내 그녀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그는 오후엔 교실로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다. 물론 강제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보단 교실이 더 낫지 않은가하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유명한 배우나 아이돌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녀에게 있어서 어디를 가도 눈에 띈다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절반 정도는 황제의 유전자이기 때문일까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의 대부분은 공포심에서 나온 것이었고 그녀 역시 이제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더욱 빛나는 것으로 바라보았을 겁니다.
“확실히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아무리 내 무릎을 써도 편하게 있지는 못했겠네? 후후”
다음에는 남들 앞에서 하는게 좋겠다고 그녀는 조용하게 다짐했습니다. 약간은 짐승처럼 마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주변의 적을 치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그녀는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누구에게나 상냥하니까요. 속내를 알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딱히 그런 생각보다는 이 남자, 어디까지 자각이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게 전부 계산되었다고 한다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경멸할 것 같기는 하네요.
“옥상은 이제 질렸고, 보건실이나 가서 선생님이 숨겨둔 과자나 집어먹을까? 너도 어때?” //슬슬 막레로 할까?
그 과정을 말해준다면 부럽다는 생각은 사라지겠지만 강민은 그저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릴적에 만났던 그녀를 생각하면 분명 자신과는 또 다른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구태여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 이어진 한테이의 말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랬으면 좀 불편했겠지. "
학교의 소문은 빠르다. 더욱이 엘부르즈 같이 전교생이 적은 학교라면 구설수가 퍼지는 속도는 순식간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그 소문은 빠르게, 그리고 살에 살이 붙어서 어느샌가 엄청난 소문이 되어있을테다. 그러는 것은 강민쪽에서 사양이었기에 누군가 있었다면 지금보단 행동을 좀 더 조심스럽게 했을 것이다.
" 그러다 선생님 화내신다. "
보건 선생님이 숨겨둔 과자의 양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조금 집어먹는다고 해서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강민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같이 가자는 권유에는 아까처럼 다시금 옅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까도 말했지만, 부모님이 엄하셔서 말이야. "
어느새 시간이 다되었는지 점심시간을 맞아 운동장으로 나왔던 학생들이 다시금 들어가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자신도 교실로 돌아가야하니 그는 벤치에서 일어나 한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 심심하면 놀러와. 미츠키도 있으니까 말이야. "
여느때처럼 옅은 미소를 입가에 지은채 그는 몸을 돌려서 가볍게 옥상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은 마치 아무것도 거리낄게 없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가벼워보였지만, 동시에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게. 선관. 선관을 생각해야겠네. 원래라면 그냥 초면 스타트를 하는데 이건 하렘물이니까 남주와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어야 하려나? 강민주는 어떤게 편해?? 아. 그리고 유우나와 선관하고 싶은 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도 괜찮아! 혼자 1학년이라서 같은 반은 불가능하지만 중학생 때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부터 시작해서 콘서트 보러 왔다 혹은 옆집 등등 다 괜찮아!!
>>154 글쎄. 그걸 얘기 나눠보고 싶었던 거지만... 음. 혹시 유우나가 아이돌이 되려고 마음 먹고 오디션을 보려고 왔는데 막상 보기 전에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되고 그래서 평소 들려오던 조언의 목소리도 무시해버리고 도망쳤다가 강민에게 어떻게 어떻게 격려를 받았다라는 느낌 같은 것밖에는 안 떠오르네. 그래서 용기를 얻어서 오디션장에 다시 가서 당당하게 합격하고 그때 그 선배에게 꼭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라던가.
하지만 클리셰적으로 보통 이런 경우는 남주는 그런 일이 있었어? 라는 느낌이 되고는 하지! 아무튼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이런 느낌인데 캐입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얘기해줘!
>>158 일단 데뷔를 2학년 때 한거고 오디션 합격은 1학년 때 한 거니까 아마 나이적으로도 충분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오히려 그쪽이 좀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중학교 설정인 것은 좋아. 아마 유우나 쪽에서도 지나가던 사람보다는 같은 중학교 선배라는 느낌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으니 말이야.
>>160 앗. 기억해주는구나! 유우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되게 기뻐하고 그럴 것 같네. 아마 만나거나 할 때 자기 누군지 기억하겠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볼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이런 느낌이면 딱히 좋아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정말로 고마운 선배!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클 것 같아! 하렘 멤버가 될지, 아니면 그냥 일단 히로인이 될지는 강민의 몫으로! 조금 더 깊게 조절하고 싶다면 얘기해도 괜찮아!
>>162 얼마든지 환영! 여기 하렘물 스레니까 남주가 공략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야! 물론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 쌓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유우나와 관계 키우고 싶은 이들은 진짜 얼마든지 환영! 그런데 왜 물음표야. ㅋㅋㅋㅋㅋㅋㅋ 자각 있는 플러팅인 거 아니야? 아무래도 좋지만!
>>170 와!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이라면... 붉닭볶음면 같은건가?! 아무튼 아이돌 노래 좋아하는구나. 유우나가 미소짓는 모습이 막 그려진다. 지금 이건. 그리고 전쟁을 통한 세계정복. 역시 용사님은 다르구나. 뭔가 스케일이 확 커졌어. 아앗..그리고 오타였었구나. 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지!! 사실 다들 미츠키, 미츠키라고 해서 어? 어? 했었는데 미사키라고 하니까 미사키인 것으로 알게!
선관? 나는 얼마든지 환영! 혹시 원하는 선관이 있는지 물어도 될까? 일단 가장 무난한 것은 같은 중학교 선후배라는 느낌이긴 한데. 아무래도 같은 나이가 아니니까 같은 반은 힘들고 같은 중학교 선후배 혹은 소꿉친구까지 원하는 거 있으면 다 가능해! 난!
>>173 어. 유우나는 히카레 섬 출신이야! 시트 정보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고등학교때 히카레 섬으로 왔다는 느낌이로구나. 그렇다면 같은 중학교는 조금 힘들고 정석적인 소꿉친구도 조금 힘들겠네. 하지만 이럴 땐 부모님 찬스가 있지! 부모님끼리 알고 지낸 사이라서 어릴 적부터 자주 본 그런 사이는 어떨까? 그럼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한번씩 주기적으로 보면서 소꿉친구는 아니어도 어릴 적 친구는 가능하지!
>>175 이틀 연속 가출 사건을 만약에 미사키가 말해줬거나 혹은 미사키네 부모님 쪽에서 혹시 그쪽으로 갔냐는 식의 물음이 유우나의 부모님에게도 전해졌다면 아마 유우나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거나 한다면 아마 유우나 입장에선 알기 힘들지 않았을까. 아무튼 아이돌 활동 하면서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유우나가 전화는 많이 했을 것 같아. 어. 그러고 보니 딱 그 시기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안되어서 어? 하고 당황하는 것은 있었을 것 같아.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안되었을테니까 나중에 미사키에게 그때 연락이 전혀 안되던데 무슨 일 있었어? 언니? 이런 식으로 물어본 것은 있었을거야!
>>177 말을 안하려고 하면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아마 유우나도 굳이 더 캐묻진 않았을 것 같아. 그 대신에 혹시나 말하기 힘든 일이 있었고 나중에 말하고 싶으면 꼭 말해달라고 했을 거야. 확실히 그런 미세한 성격 변화 차이는 나중에 제대로 만나면 알아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어라? 어? 어? 이 언니. 고등학생 되고 바뀌었나?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아마 당장은 크게 막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아. 사실 유우나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평소 성격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기도 하니. 미사키 언니도 그런 케이스인걸까? 하고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 그와는 별개로 유우나의 주변에서 유우나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하는 수호천사의 기운을 미사키가 인지하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한걸? 막 엄청 사악한 기운이고 그런 것보다는 뭔가가 있다! 그런데 안 보인다! 이런 느낌에 가까울거야. 아마.
자신에게만 들려오는 수호천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우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돌로 데뷔하고서 3년차. 인기는 점점 오르고 있었고 이는 필시 좋은 성적이었으나 그녀에게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당장 외출할 때만 해도 이렇게 변장을 하고 다녀야 했기에 얼마나 답답한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만 해도 검은색 캡모자에 검은색 선글라스, 그리고 하얀색 마스크, 그것도 모자라서 입고 있는 하얀색 후드티에 달려있는 모자를 또 그 위에 쓰고 지퍼까지 올려서 최대한 자신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물론 너무 과했기 때문에 오히려 시선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유우나는 어째야할지 몰라서 난감해했다.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지만. 일단 최대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분홍색 머리카락을 숨기기 위해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열심히 정리하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유우나. 변장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도하게 할 필요 없어. "하지만 프라이버시 시간인데 막막 감시당하기 싫은걸."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 불만스러웠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유우나는 작게 자신의 수호천사에게 속삭였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수호천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혼잣말을 하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일단 최대한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으나 자신이 걷는 길이 번화가 한복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히잉. 작은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아. 여긴..."
그렇게 길을 지나던 와중 어느 한 가게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입간판으로 유우나의 굿즈가 대량으로 들어왔다는 뭐 그런 내용이 쓰여있었다. 자신의 굿즈? 뭐가 있을까? 살짝 들어가볼까? 하지만 들키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우나는 좀처럼 발길을 뻗지 못하고 그렇다고 홱 가버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고 뭔가 이것저것 가득 산 것으로 보이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와. 은색 머리 봐. 염색인가? 그보다 키 엄청 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우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빤히 바라봤다. 뭔가 되게 많이 산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것은 가게에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이어 유우나는 목소리 톤을 살짝 바꿔서 그에게 물었다.
"저기! 실례할게요! 방금 저 가게에서 나오셨는데 아이자와 유우나 관련 굿즈로 뭐뭐 들어왔어요? 아. 아. 그... 저. 그냥 호기심이 들어서!"
호들갑을 잘 떠는 외국인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가에 있어 이 나라 일본의 문화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통의 외모와는 다른 내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게 해줬으며 그것을 조연 캐릭터라는 연기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이 세계에도 녹아들기 쉬웠다. 본국과는 통신도 되지 않기에 이런 저런 것들을 하던 도중 거리에 돌아다니다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밝은 노래라 나쁘지 않다. 어딘가의 외계 종족은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부르는 자를 따른다는 정보를 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그럴만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입을 한다. 이렇게 가득 산 다음 내일 학교에서 친구에게 보여주며 호들갑은 떤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니까
"흠?"
물건을 사고 나온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자 버릇처럼 눈동자를 움직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른 속도로 살펴본다. 본인을 숨기는 것을 목표로 한 복장인 것이 내 지구 지식에 의하면 보통 유명인, 혹은 범죄자가 이런 복장을 하고 다닐텐데 그리고 목소리도.....음, 일단 넘어가보자
"oh! 저 말입니까?"
높은 톤의 목소리로 대답한다.
"스바라시한 뮤직이 들려왔길래 이 가게에 들어갔는데 매우 매력적인 아이돌이 있어서 그만 이것저것 사게 됬습니다!"
본인이 산 물건 보따리에서 물통, 열쇠고리, 브로마이드, 포토카드 같은 것들을 꺼내 보여준다.
아. 역시 수상하게 보이나봐.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자신을 살피는 것 같은 그의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면서. 하지만 얼굴 안 보이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일단 생각하며 유우나는 마스크 너머로 숨을 죽였다. 한편 이후에 들려오는 높은 톤의 목소리. 그리고 말하는 톤. 그것을 들으면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외국인인가? 뭔가 서브컬쳐에서 나올 법한 그런 외국인들이 할 법한 톤 아닌가?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역으로 유우나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서브컬쳐를 보면서 일본어를 배운 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정말로 순수하게 그런 톤일 수도 있고. 고정관념은 좋지 않아. 유우나. 속으로 외치면서 그녀는 그가 보여주는 상품을 바라봤다.
"와아..."
선글라스 너머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반짝였다. 굿즈 만든다고 들었는데 이런 걸 만들었구나. 하지만 브로마이드는 조금 부끄러워서 그녀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붉혔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천만 다행이지. 그렇게 생각하다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저 많은 물건이 다 자기 굿즈?! 생각도 못한 광경에 그녀는 웃어야 할지, 당황해야할 지 알 수 없어서 입만 뻐끔거렸다.
"어... 그러니까 팬인거예요?"
말로 추정하건데 팬은 아니고 그냥 우연히 들어갔다가 산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내 팬 해주면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살며시 기대감을 가득 품고 그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다가 기왕 묻는 거 하나만 더 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질문을 더 던졌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어깨가 살짝 시무룩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역시 인생사 쉽게 되는 것은 아니로구나. 역시 좀 더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이 사람도 매혹될 정도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야만 하겠어! 그렇게 결심하면서 유우나는 금새 기운을 되찾았다. 물론 자신의 노래가 이 사람에게 전달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전달될 거라고 믿으면서 그녀는 마스크 너머로 미소를 지었다. 중학생 시절 때 자신에게 상담을 해주고 격려를 해준 이의 앞에서도 다시 한 번 당당할 수 있도록 굳게 마음을 먹으면서 그녀는 이어지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요? 그렇죠? 지금 나오는 곡은 얼마전에 새로 나온 신곡이거든요.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을 주려고 불렀.......다고 SNS에서 본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불렀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며 유우나는 아주 잠깐이었으나 중간에 텀을 주면서 겨우겨우 말을 이어냈다. 지금의 자신은 변장한 상태. 다른 사람에게 정체가 걸려서는 곤란했다. 특히나 자신의 굿즈를 아주 가득 산 팬 후보인 저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그야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그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은 그랬다.
"그러면... 다음에 콘서트 한번 가보세요. 이런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라이브로 듣는 것이 좀 더 평가하기 좋을 거예요. 그러니까 콘서트 티켓..... 그렇게 안 비쌀 거예요! ...아마도."
자신은 정말로 톱급 아이돌에 비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이들보다는 콘서트 티켓 값이 싼 편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 싸구려인 것은 또 아니었기에 이내 그녀의 말에서 확신이 사라졌다. 학생들 기준으로는 조금 비싸려나. 히잉. 괜히 그런 울상을 가금 속으로 지으면서 유우나는 겨우겨우 제 정신을 차리면서 이야기했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의 SNS에 찾아와서 교류를 하고자 하는 이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하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유우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교류하고 대답해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다른 아이돌보다 덜 교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굳건하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아무튼 사이트를 해킹해서 티켓을 구한다는 정말로 들으면 깜짝 놀랄 생각을 한다는 것을 유우나는 모른채 이 사람에게 슬쩍 티켓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라고 그녀는 고민했다. 물론 안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기왕 팬이 될지도 모르는 이라는데 뭔가 직접 무대 위에서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유우나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말해두는데 유우나. 불공평한 방법은 안돼. "알고 있어."
귓가로 들려오는 수호천사의 목소리에 유우나는 정말로 조용히 투덜거렸다. 정말로 제대로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까 말까한 정도의 소리로. 아무튼 그러는 와중 홈 그라운드라는 말이 들려오자 유우나의 표정이 살짝 찌푸러졌다. 마치 자신이 스테이지 위가 아니면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 같다는 표현에 아주 살짝 자존심이 상한 탓이었다. 이대로 마스크도 모자도 선글라스도 다 벗고 서프라이즈 공연이라도 해야할까. 라고 아주 잠시 고민하지만 나중에 매니저에게 혼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유우나는 결국 히잉. 소리를 가슴 속으로 작게 외치면서 포기해야만 했다.
"저요? 아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야 아이돌인 이상 다른 아이돌들의 콘서트를 볼 기회도 많았고, 실제 공연에 오른 영상을 나중에 따로 확인하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보자면 엄청 많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해리에게 대답하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응. 그런 제가 보장할게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자와 유우나의 노래는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콘서트에서 직접 듣는 것이 더 귀여우니까요!"
방금 목소리 들었어?!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해서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방금 엄청 이상하게 보였을 거야. 진짜 엄청 이상하게 보였을 거야. 대화하는 도중에 혼잣말 하는 이상한 이처럼 보였을 거야!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서 마스크 너머의 그녀의 입술이 약하게 떨렸다. 허나 겨우겨우 진정하려고 하면서 유우나는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그, 그거야 팬 후보를 팬.....으로 만들면 좋아할테니까요! 아이자와 유우나!"
이 정도면 수상하게 여겨지지 않겠지?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속으로 뿌듯하게 여기면서 안도했다. 팬 중에는 전도도 한다고 하잖아. 그런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와중 또 한 명을 데리고 가겠다는 그 말에 유우나는 일석이조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팬이 한 명 더 늘어난다면 아이돌로서는 완전 럭키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고마워요!! ....그러니까 제 말 진지하게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의미에요!"
자신도 모르게 나온 고맙다는 인사를 어떻게든 변명하듯 둘러대면서 유우나는 안도했다. 이 정도면 수상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마스크 너머로 뿌듯한 표정을 감췄다.
"아. 하지만 티켓. 두 장 구매하려면 티켓팅 성공하셔야 할 거예요. 한 장은 그렇다고 쳐도 두 장은... 나름 보려고 하는 이 많아서. 그러니까 경쟁 강해서."
강한 거 맞겠지? 라고 믿고 싶어하는 유우나는 괜히 조마조마한 목소리를 냈다. 상대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혀 모른채.
허나 그 부분만큼은 유우나도 그다지 자신감이 없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인터넷으로 자신의 콘서트 티켓을 그렇게 판 전적이 없었는지를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양 손 검지를 모아서 괜히 살짝 비볐다.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그다지 자신감이 없었기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확인했는데 실제로 아무것도 없고 상당히 널널하게 구할 수 있으면 어쩌지? 그런 불안감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래도 콘서트를 할 때마다 사람 꽉 차는 것 같던데.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다 그녀는 제 뺨을 톡톡 쳤다. 네거티브한 사고방식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유우나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우주가 도와서 티켓 두 장 꼭 사길 기원할게요. 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콘서트장에 꼭 오기에요. 안 오면 실망할 거예요."
무대 위에서 꼭 찾아서 보고 말 거라고, 못 찾아도 팬 사인회 때 꼭 찾아서 보고 말 거라고 그녀는 다짐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상당히 삐진 티라도 내면 될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작게 소리 내어 쿡쿡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굿즈 중에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역시 이것이 제일 궁금했는지 그녀는 그의 대답을 초롱거리는 눈빛을 선글라스 뒤에 감추면서 답을 기다렸다. 나름의 시장조사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그녀는 답을 기다렸다.
자신의 물음에 브로마이드를 꺼내는 것에 유우나는 아하하-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이렇게 정면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브로마이드가 짝 펼쳐지니 상당히 민망한 탓이었다. 물론 딱히 복장이 야릇하다거나 포즈가 야릇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아이돌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역시 정면에서 이렇게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민망한 모양이었다. 정면으로 바라보진 못하면서 시선을 살며시 회피하던 유우나의 시선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는 유우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답을 들으면 뭔가 더 민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과연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기에 유우나는 그 답을 듣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설마 여기서 대놓고 악플이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일단 마음의 각오를 하기 위해서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서 타임을 요청했다. 뒤이어 그녀는 빠르게 뒤로 돌아선 후에 약하게 심호흡을 했다. 후- 하- 후- 하. 그렇게 세 번 정도 반복한 후, 다시 유우나는 해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자, 잠깐 핸드폰이 울린 것 같아서! 아무튼 이제 안 울릴테니까 괜찮아요!"
당연하지만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었기에 유우나는 이내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기대감 반, 불안감 반. 그렇게 복합적인 마음을 품으며.
모르겠다는 말에 유우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허나 이어지는 말에는 그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지어지는 미소가 아주 작은 파장처럼 조용히 번졌다. 그래. 그 말이 맞긴 하네. 명답이야. 그렇게 납득하면서 유우나는 해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외국인 같은 사람. 뭔가 속이 깊구나.
"그래요? 그렇다면 다음에 또 언제 만나게 되면, 그때 답해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유우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거든요."
물론 다음에 또 언제 만날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이번에도 그냥 우연히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고 이대로 헤어지면 또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물론 그가 콘서트에 참여한다면, 그리고 팬 사인회에 온다면 자연히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사실 자신이 그때 이 사람이었다라고 말할지는 또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괜히 뒷짐을 지던 그녀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아무튼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굿즈 사고 돌아가는 것도 바쁠텐데.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봐요. 어디의 누군지 모를 분."
이내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마스크 너머로 미소를 지은 후, 바꿨던 톤을 원래대로 돌리면서, 즉 목소리를 원래대로 하면서 선글라스 너머로 오른쪽 눈을 살짝 감아 윙크를 보냈다.
"그럼 콘서트장에서 볼 수 있으면 봐요. 알았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녀는 손을 흔들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돌아가는 길을 더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나름 콘서트 장에서 보는 것을 기대를 해보겠다는 듯. 못 만난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242 아! 맞아! 나 이거 봤었는데 대답하는거 깜빡했었어! 아무튼 떠보는 말도 하는구나. 유우나의 두 눈동자가 아마 크게 흔들리지 않을까 싶네. 그래도 아마 유우나의 입으로 수호천사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아. 한다고 해도 아마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믿을테니 말이야. 애초에 그 목소리는 자신밖에 들리지 않고, 모습도 자신밖에 볼 수 없으니까.
일단 선관적인 부분은 대충 그렇게 부모님 경유로 알게 되어서 친하게 지내는 그런 느낌 정도로 괜찮을까? 우선 뼈대는 이쪽으로 잡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이 평소에 가장 기다리는 것들 중에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주말일 것이다. 평일에 있었던 힘든 일들도 모두 주말을 기다리며 참아내는 것이 사람이고 그것은 강민도 다르지 않았다. 새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곤해도 주말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법이다. 그렇게 강민은 주말을 맞아 옷을 가볍게 차려입고 일월정을 나섰다.
" 어디가? " " 그냥 마실이나 다녀오려고. "
학교를 나서기 전에 친구랑 마주친 그는 어디가냐는 물음에 마실이라고 대답하고선 가던 길을 쭉쭉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라 그런지 바람은 시원했고 햇빛은 따뜻한 것이 아무런 이유 없이 바깥을 나갈 원동력인 셈이었다. 그렇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얼굴로 시내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용사다. 악마들을 남김없이 처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들 '인류' 를 위하여 고군복투한 세월이 세긴 의무감마저 두고 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학교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를(해리 테일러, 인간이라면 반응하지 못할 공격을 피하고는 뻔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만나고, 또 인간이 아닌 것(유우나의 수호천사. 제대로된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불가시화 마법의 종류를 한 영체가 아닐까.)이 학교에 왔다면 이 지형 자체의 특이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기껏 연약해 보이기 위해 원피스에 핸드백 하나 들고 나왔는데도 평범한 사람들 뿐이었다. 기척차단의 수준이 이세계보다 높은건가? 아니면 현대문물로 원격제어중? 그런 수준이라면 눈치 못 첼 만도 한데.....
주말을 맞아 시내는 평소보다 좀 더 북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역시 주말을 즐기려는 것은 누구나 다 해당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점심부터 밖에서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학교 급식도 먹지 않고 나온터라 그는 일월정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려 곧장 봐두었던 식당으로 가려했다.
" 엇, 미사키 안녕. "
그러나 비슷하게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와 호칭에 그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미사키를 발견한 강민은 손을 흔들면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나와서 조금 피곤한지 작게 하품까지하며 미사키의 앞에 선 그는 웃으며 말했다.
" 원피스 예쁘네. "
사복을 입은 것을 볼 기회가 좀처럼 없는지라 미사키의 이런 차림은 그에겐 신선한 자극이었다. 또 마침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기에 강민은 미사키에게 같이 점심으러 가자고 권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되게 바빠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좀 쉬게 되네. 물론 아까도 쉬긴 했지만 그땐 상판 끄고 좀 눈 좀 붙이고 돌아왔지만! 기념으로 뭘 하면 좋을까. 음. 유우나에 대해서 궁금한 점 한 번 더 받아볼까! 물론 질문을 하면 나도 상응하는 질문을 던질거야!
연애금지조항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니까 하긴 하더라도 확실하게 보고하고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는 허락하고 있다는 설정이야. 그러니까 이를테면 연애하다가 눈이 제대로 맞아서 사고치거나 그런 것은 제발 하지 마라 이런 느낌 있잖아? 혹은 대놓고 공개적으로 SNS에 나 연애중이에요! 라고 떠들지 말라던가 이런 식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데 정말 제대로 폭탄을 터트려버리는 행동은 제발 자제해라. 허나 몰래 들키지 않게 연애하는 것까진 터치를 하지 않겠다 식으로. 그 대신 누군가와 연애하면 보고는 해라. 이런 느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글쎄. 일단 상황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유우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메가데레로 흘러 갈 것 같아서 소속사에 보고하고 정말 몰래 몰래 데이트를 즐기는 그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내 아이돌 활동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연애도 중요하니까 둘 다 다 차지하려는 그런 느낌 있잖아? 유우나는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도 포기도 하지 않으니 말이야. 정말 어쩔 수 없다면의 문제지만?
그렇다면 반대로 등가교환으로 물어볼까! 강민이는 만약 유우나와 연이 생기고 그 인연(연애X, 일단 공략 스타트건 뭐건 교류의 시작 O) 속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일 것 같아? 일단은 캐입으로 보면 딱히 그런 것은 없다 느낌일 것 같기도 하지만?
>>311 이 질문을 조금 늦게 봐버렸네! 존경하거나 롤모델인 아이돌/연예인이라. 음. 글쎄. 내가 일본 연예인은 잘 모르겠으니 그에 대한 답이 조금 어려울 것 같네. 하지만 아마 정말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롤모델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막 엄청 예쁘고 그렇다기보다는 뭔가 열심히 하고 그에 대한 노력을 확실하게 뽑아내는 아이돌이라면 말이야! 유우나도 그런 아이돌이 되는 것을 원하고 있고.
그렇다면 해리주에게도 질문이야!! 등가교환이야! 음. 해리는 강민과 콘서트를 왔다가 그때 이야기나눴던 이가 유우나 본인이라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은근히 궁금해!
>>317 아무래도 아이돌이니 말이야. 대놓고 데이트하고 그럴 순 없잖아? 그래서 아마 유우나와의 관계는 그런 아슬아슬한 느낌과 조마조마한 느낌이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유우나가 은퇴하기 전까진 말이야. 하지만 유우나는 아이돌 은퇴 생각은 전혀 없으니 말이야.
우와. 잠입해서 들어오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엄청 대담한걸? 유우나 입장에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배가 왜 여기에 있어요? 라는 표정만 지을 것 같네. 그러다가 누군가가 들어올 것 같은 발소리가 들릴 때 유우나가 숨겨주는 것이 이런 럽코풍의 클리셰중 하나이기도 하지!
올. 강민주. 공략할 생각으로 가득하구나! 역시 이게 하렘물 남주를 담당하는 오너의 자신감인거야? 그 이후의 상황은 역시 일상으로 돌리는 것이 좋을테니 난 저 이상의 반응은 쓰지 않겠어! 아무튼 아이돌 캐릭터 한번 돌려보고 싶어서 히로인 중에서 아이돌 계열을 만들어보긴 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만들어진 것 같아서 완전 만족 중이라는 레스!
전에도 말했지만 강민주가 순수하게 공략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하렘물 남주라고 억지로 공략하면 많이 힘들테니까. AI? 얼마든지 괜찮은데 아마 구현하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 나도 몇 번 시도해봤는데 옆머리카락의 그 길고 가늘게 내려오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것은 구현이 되게 안 되더라..ㅠ
남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그와 한테이가 공유하는 공통점이었다. 그러니 이런 가십거리가 될만한 소재를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 것은 그녀에 대한 강민의 배려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는 장난스런 표정과 함께 웃으며 마라탕이 맛있는 식당을 지도에 찍어두었다. 이름은 알아도 자주 가지 않으니 위치는 항상 헷갈리는 것이다.
"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
위치는 지금 그가 향하고 있던 방향에서 반대였기에 그는 몸을 반대로 돌리며 말했다. 그러고선 미사키가 따라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옆에 나란히 서서 천천히 걸어간다.
" 그래서 알아낸거라도 있어? "
그녀가 장난이라는 것은 알지만 강민 또한 거대한 비밀 조직의 일원, 그것도 최심부의 사람이므로 그런 말을 들으면 함부로 넘기기엔 곤란했다. 그렇기에 장난스런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내심 약간의 경계심을 높이며 얘기했다.
물론 누군가의, 그것도 동갑 여자아이의 무릎을 베개로 삼아서 누워있던 것이니 관점에 따라선 파렴치한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강민에겐 그저 편하고 좋은 기억 중에 하나일뿐이었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누구보다 신경 쓰는 그가 그러한 얘기를 아무한테나 할 일도 없고 말이다.
" 딱히 음식을 가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
막입이라고 해야할지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없다고 느끼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엄청 맛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먹을 음식을 고를때도 무언가 먹고싶어서 먹는게 아니라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에 하나를 골라서 먹는 편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같이 가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의 취향을 맞춰주는 것이다.
" 생각보다 무서운 세상이네. "
그의 유파는 딱히 학원을 감시하고 있는게 아니니까 다른 조직이겠거니 싶어서 그는 경계를 거두고선 장난스런 표정으로 답했다. 이런 조직도 있는데 저런 조직도 당연히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딱히 신경을 쓰는 것도 없고.
" 그래서 미사키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쳐들어가서 무찌르는거야? "
비밀 조직에 잠입해서 그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영화가 한 두개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방긋, 하고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답한 강민은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선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식을 좋아하냐 싫어하냐와는 별개로 매운 음식은 잘 못먹는 편이었기에 살짝 매콤한 맛만 날 정도로 맵기를 정하고선 어떤 것을 넣을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 여기는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넣어서 가져다주니까 편해. "
테이블에 올라가있는 태블릿을 가리키며 말한 그는 적당히 먹을 것들을 골랐는지 먼저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양고기와 야채, 면 등을 적당히 넣어서 주문을 마친 강민은 태블릿을 미사키에게 넘겨주었다.
" 나는 딱히 못먹는 음식은 없어. 음식을 막 가리는 편은 아니거든. "
다만 너무 냄새가 나는 음식이라면 먹을때 좀 힘들기에 기피하는 편이기는 했다. 미사키까지 주문을 다 마치고 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를 나지막히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이 나는지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금 미사키쪽을 바라보고선 테이블 위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미사키도 마주 웃으며 되물어본다. 여기에서 너를 좋아한다고 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은근히 넘기려 하는 중인 것이다.
"음~ 그렇게는 생각 안 하는걸. 유우군 상냥하고, 성격도 좋고, 키도 큰 편에다 얼굴도 잘생겼잖아? 너무 저자세면 오히려 여자한테 인기 없다-"
은근히 어필할 찬스도 놓칠 바보도 아니니까. 키 부분은 미사키가 조금 더 컸지만 다른 남자 아이들에 비교하면 강민의 키는 큰 편이다. 하필이면 붙어다니는 사람이 해리 테일러 같은 인외종이라 그렇지......
"손금이라... 그냥 이야기 해주면 재미 없으니까 어떤게 보이는지 말해주면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손가락 끝으로 훑어지는 감각에 침을 꿀꺽 삼킨 미사키는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을 돌렸다. 지구라고는 해도 주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수 없다. 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그 주술에 의해서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의 과거가 드러날 가능성은? 미리 의문점을 듣고, 거기에 알맞은 대답으로 개연성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편이 조금 더 오래 손을 만져줄테니까.
그것이 본인도 해당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평소 행동을 보면 그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걸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약간의 거리를 둔다. 친해지면 스스럼 없어지는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니까.
" 그래? 그렇게 좋게 봐주다니 기분 좋은걸. "
칭찬을 굳이 곡해해서 듣는 취미는 없으니 미사키에 말에 정말 기분이 좋은지 미소가 한껏 짙어진다. 사실 그도 어느정도 자신이 인기가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모른척할뿐.
" 손금을 보니까 집에서 되게 멀리 떨어질 운명이 보이거든. 근데 이게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네. 그래서 엘부르즈에 온게 그렇게 보이는건가 싶어서. "
미사키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그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 어떤 누가 지금 자신의 앞에 태연하게 앉아있는 사람이 사실 이세계에 가서 용사가 되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니 자신이 보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하하, 맞아 맞아! 우리가 그럴 나이이긴 하지~ 청춘에 고등학생에 벚꽃이 예쁜 봄이면 사랑에 빠질수밖에 없는거야~"
미사키는 자신의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그러면서 신경 쓰이는 상대를 곁눈결로 한번 보면서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하고. 미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은 있지만 그것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게 더 즐거운 청춘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의기양양해서 이 여자 저 여자한테 대시하면 안된다? 유우군이 안그럴건 알지만."
장난기 있는 얼굴로 강민을 살짝 놀려준 다음에는 진지한 얼굴로 손금에 대한 해석을 듣는다. 집에서 멀리 떨어질 운명이라. 그건 운명이었던건가? 직접 눈으로 살아있는 신도 보았지만 그런건 잘 모르겠다. 용사로서 세상을 구하기로 한 일은 분명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라는 개인의 선택이었다. 하필 그날 밤 편의점을 가기로 한것도. 그런데 운명이라....
강민도 미사키도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결국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무심히 스쳐가는 봄바람에도 괜시리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봄바람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살살 불고 있을지 모른다.
"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생활습관 때문인지 먼저 나서는 일이 꺼려졌고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게 먼저 다가온다면 그것을 막아내는 편도 아닐뿐더러 그도 편하게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 특별히 눈에 띄는게 그거 하나라서 얘기해봤어. 다른건 그냥 두루뭉술한 이야기야. 수명이라던지 연애라던지. 이런건 되게 추상적이라 들어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 "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금방 주문한 마라탕이 테이블로 내어져왔다. 자극적인 향이 코를 찔렀지만 별거 아니라는듯 강민은 조심스럽게 국물부터 맛을 보았다.
안녕안녕! 치나츠주!! 반가워~ 핑크핑크 아이돌 캐릭터를 맡고 있다고 일단 주장하는 유우나의 오너 유우나주야! 서브녀1 담당이라니. 무슨 소리! 유우나는 아직 강민에게 연애적 호감이나 그런 것도 없는 상황인데 짝사랑을 시작한 치나츠는 그보다 더 앞서 있다! 고로 서브녀가 아니다!
>>505-506 그렇다면 그렇게 큰 접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고 굴려봤는데 유우나가 히노하라 신사에 자주 가서 참배를 하고 그래서 안면이 있는 그런 관계는 어떨까? 아이돌 일을 하다가도 조금 곤란한 일이 있으면 수호천사의 조언이 있더라도 괜히 신사에 가서 괜히 신에게 빌어보는 일도 있고 그럴 것 같거든. 이렇게 하면 아직은 유우나가 강민이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특별한 감정이 생기게 될 때 신사에 가서 연애운을 빌어보기도 하고.. 연애에 대한 것을 듣게 되면 치나츠와 알게 모르게 라이벌 느낌이 성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507 미미(味味) 수습무녀 치나츠는 특별한 행사나 대회가 없다면 주말에는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으니 만약에 유우나가 주말에 참배를 하러 왔다면 자연스레 안면을 트게 되었을 것 같네! 수호천사씨의 조언도 좋지만 역시 "종교의 힘" 은 무시할 수 없다구......신사 안에서는 대체로 모든 참배객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다니니까 아마 유우나를 처음 만났을 땐 자기보다 어린 유우나에게 존댓말로 말을 건넸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유우나주 말대로 나중에 유우나가 연애 얘기 하면 자연스레 누구에게 관심이 생겼냐고 물어보게 될 것 같네. 이때 감정이 있는 상태라 해도 치나츠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갈 것같아서 적어도 치나츠는 라이벌이라 여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유우나는 과연 어떨지,,,🤔
>>508 주말에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다면 유우나와 확실히 만날 가능성이 크겠다! 유우나는 자주는 아니어도 큰 행사를 앞두고 있거나 신년에는 항상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있거든. 이때만큼은 딱히 변장을 하지 않고 가기 때문에 아마 맨 얼굴의 유우나를 볼 수 있을거야! 아무튼 그렇게 존댓말로 말을 하면 유우나도 처음엔 눈을 깜빡이다가 덩달아 인사를 하고 괜히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더 걸고 그랬을 것 같아. 유우나는 아무래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고 포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라이벌로 볼 것 같아. 이건 다른 히로인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막 과격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언니에게 지진 않을 거예요! 두고 봐요! 이렇게 선전포고하는 정도겠지만 말이야. 딱히 적대하진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요! 이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민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마주 보고도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유라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마라탕을 한 입 먹고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잘 믿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면 그 말을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살아가고, 결국 그 말에 얽매이게 되더라. 그래서 이런건 잘 안알려주는 편이야. "
수명이야 대부분이 먼 훗날의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넘기지만 재물이나 연애 같은 경우에는 바로 코앞의 현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척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되는 경향이 컸다. 강민은 그런 것을 경계하고 있었고 자신의 친구인 미사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도 너무 궁금해하니까 ... 살짝만 얘기해주자면 순탄하지만은 않을꺼라네. "
어째 연애운에 투쟁이 들어가있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투쟁을 역경이라고 생각한듯 했다.
>>513 음. 질문이라고 해야할까? 강민이는 유우나의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지 궁금해! 사실 중학생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정말로 가볍게 기억할 수도 있고, 그때 그런 애가 있었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뭔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딱히 관심가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514 중학교때 나름 고민도 들어주고 그랬던 관계니까 이름이랑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데, 아이돌이니 매체에서도 얼굴을 봤을테고 그걸 보고선 좀 놀랍게 바라봤을꺼야. 그리고 보통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어느 누가 유명인이고 이런건 다 퍼지기 마련이니까, 유우나가 학교에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것 같네.
의외로 깊게 인지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보면 강민이는 되게 기억력이 좋은 것이 분명해. 강민이 입장에선 그냥 우연히 고민 들어준 후배 A 정도에 지나지 않을텐데 말이야. 유우나는 반대로 강민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지만서도. 아무래도 자신이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격려를 해준 사람이기도 하니!
결국에는 살짝 이야기 해주는 강민이지만, 남의 운명을 엿보고는 전부 이야기 해주지는 않고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는 부분이 치사해서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발끝으로 강민의 신발코 부분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강민의 이유는 나름 합리적인 것이고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었다. 손금으로 사람의 앞날을 보려는 행위는 일종의 예언이고, 예언이라면 미사키는 의심 없이 그것에 몸을 던지는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그것보다는 많이 알려줘도 좋을텐데. 완전히 애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을 바꿔서 걱정해주는 거라고 하면 약간 기분 좋을지도 모르겠고.... 연애가 순탄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한 미사키는 폭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런 사람을 좋아하면....
"뭐~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니까 복채를 주기로 할까. 따로 바라는게 없으면 연습하던 마술이라도 보여줄까 하는데."
사실 마법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해주지 않은체 방긋 방긋 웃다가 마라탕을 마저 먹기 시작한다. 보통은 들기 힘든 온도와 무게의 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는 와구와구 먹는 모습은 별로 귀엽지 않았으려나.
자신이 손금으로 보는 것들은 정확도가 꽤 있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틀릴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걸 믿고 있다가 안좋아지기라도 한다면 자기 자신도 좀 불편해지니까 차라리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미사키도 알아들은것 같아서 그는 살짝 웃어주며 말했다.
" 내가 봐준다고 한거니까 복채는 필요없는걸. 일단 나온 것부터 먹자.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릇을 한 손에 들고서 먹는 모습은 여러번 봐왔음에도 여전히 놀라웠다. 애초에 저거 엄청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민은 말을 이어갔다.
"에에- 유우군이 이런 식으로 내 손을 잡아보는 게 목적이었다고 솔직히 대답하면 넘어가 줄 수 있지만?"
킥킥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래도 예언에 대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 지구에서는 마법도 주술도 모두 공상의 영역으로 퇴보하였기에 사람들이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사키도 알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쪽도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모든 예언은 대가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예를 들면 -미사키의 살갗을 만저본다) 것이라도.
무려 환영 마법의 일종. 이런 식의 응용은 미사키도 처음이었는지라 중간중간 손가락이 아예 안 보인다든지, 두 개가 겹쳐 보인다든지 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환상도 아주 잠시지만 스쳐 지나간다. 일반인이라면 놀라움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영역이었겠지만 유강민이라면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미사키의 대답을 듣자마자 작게 웃으며 대답한 강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상대방을 헷갈리게 할만한 말만 던져두는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어이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 행실을 보면 왠지 장난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미사키가 그릇을 내려놓자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고, 보여주는 마술에 강민은 놀랍다는듯이 눈이 살짝 커지고 잠시 말이 없어진다.
" ... 놀랍네. "
남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마술을 보는데도 저렇게 놀랄 일인가 싶겠지만 한번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강민은 그것이 일반적인 마술이 아님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웬만한 기술들을 모두 봐온 강민이었지만 그조차 한번도 보지 못한 류의 것이라 풀려있던 경계심이 일순간 조여지는 것이었다.
" 생각보다 더 진짜 같은걸. "
물론 겉으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채 정말 마술을 즐기는듯 빙그레 웃어보였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그리고 유파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힘 혹은 기술의 등장은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바로 유파의 상부에 보고해야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보고를 약간은 미룰 생각이었다.
" 점심 먹고 나는 어디 갈 곳이 있어서 헤어져야할 것 같네. "
어느새 그릇이 거의 다 비워져있었기에 그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얘기했다. 정말 갈 곳이 있던 것인지 아닌지는 그만 아는 문제겠지만 말이다.
살짝 붉어진 표정으로 득의양양한 미소를 펼쳐보이는 미사키. 이런 이야기, 시켜서 해주는 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주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에- 그 정도야? 유우군 손가락 마술 엄청 좋아하네."
보통은 손가락 마술을 보고는 그게 뭐냐고 시덥지 않은 취급을 하는데. 아니면 유우군 앞이라 힘이 들어갔던게 문제였나? 환영마법까지 같이 쓴건 처음이기도 했고. 깜짝 놀랐다가 다시 빙그레 웃어보이는 모습에 미사키는 안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엄청나게 겁이 많아서 정말로 깜짝 놀란걸지도 몰라. 그런 유우군도 귀여울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쉽네~ 그럼 월요일날 학교에서 봐야겠다."
미사키는 향후 목적이 없어서 이만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기왕 나온 김에 장을 보고 들어가자고 생각을 고쳤다. 강민을 따라서 자신의 입가도 냅킨으로 닦았다. 국물 하나 남김 없이 완식한 그릇이었다.
유우나는 아이돌이었다. 즉, 학교에 자주 올 수 없었고 아직 학교의 구조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허나 언제까지나 학교 구조를 알 수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는 일이 없는 바로 오늘, 그것도 방과후. 제대로 마음 먹고 학교를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사립 엘부르즈 고등학교는 그렇게 큰 학교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익히지 않으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기는 매우 힘든 법이었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학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그녀는 우선 방과 후가 되자마자 바로 책가방을 챙겼고 우선 본교 건물 밖으로 나섰다. 운동장 부근에 선 후, 그녀는 우선 천천히 건물을 둘러보려는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려고? 유우나? "음. 그냥 전체적으로 둘러볼거야. 음악실이라던가, 미술실이라던가, 동아리가 모여있는 곳이라던가, 학생회실이라던가 전체적으로 다 둘러볼까 해서."
귓가에 들려오는 수호천사의 목소리에 유우나는 미소를 짓고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화나 애니라면 길을 헤메서 벌써부터 바둥바둥거리고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애니나 만화 속의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1학년. 절대로 길을 잃을 정도로 길치는 아니었다. 단순히 아직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고, 무슨 특징이 있는지 잘 모를 뿐이었다.
"그럼 여기로 가면 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우선 본교 건물 뒤쪽으로 천천히 향했다. 특별히 뭐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쉴 수 있는 명소나 경치가 좋은 곳이라던가. 그런 곳을 중점적으로 찾아볼 생각이었다.
점점 여름이 다가오지만 아직은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는 여전히 쾌적했고 여름 특유의 불쾌한 날씨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가 끝나고 어디론가 놀러갈 약속을 잡고 있었지만 강민은 그러지 않았다.
" 강민! 오후에 시내에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 "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다음에 같이 가자. "
친구의 제안을 웃으며 거절한 강민은 가방을 메고서 교실을 나섰다. 복도는 하교를 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목적지는 교문이었지만 강민은 학생들이 향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몸을 틀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던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학교 뒤쪽에 있는 작은 공원 같은 곳이었다.
" 사실 딱히 일이 있는건 아니지만. "
작게 중얼거리며 그는 나란히 놓여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도 놀러다니는걸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피곤해하는 편이었다. 무작정 피하는건 아니지만 오늘은 좀 쉬고싶었달까. 그렇게 앉아있던 그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 안녕. "
그의 기억 속에도 있는 아이였고 최근엔 여러 곳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잊어버리기도 힘들었다. 그녀가 놀라지 않게 적당한 목소리로 작은 손짓과 함께 인사한다.
학교 뒷편은 뭔가 공원 같은 느낌이로구나. 뭔가 신기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작은 학교라고는 해도 나름 특기생들이 오는 곳인만큼 이런 곳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일까. 신기해. 역시. 그런 감상을 품으며 유우나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 자신을 향한 인삿말 소리에 그녀는 살짝 놀라 몸을 움찔하더니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바로 알아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내 어느 정도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아. 소리를 내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여기엔 어떻게... 아. 선배도 이 학교에요? 특기생?"
이 학교는 특기생이 주로 다니지만 그래도 수험생도 분명히 있었다. 어느 쪽이건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날 것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살짝 놀라면서도 당황하고, 그러면서도 괜히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막상 자신을 기억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는 순간 움찔했다. 방금 인사도 그냥 사람이 보여서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녀는 민망함을 애써 감추려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저. 기억하세요?"
그 물음은 정말로 조마조마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간절함을 작게 품은 물음이었다. 물론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자신과 그가 얼굴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작은 계기일 뿐이었으니까. 물론 자신에게 있어서 그 계기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아주 큰 계기였지만.
사실 방과후는 부활동을 한다거나 시내로 놀러간다거나 아예 쉬러 가는 학생들이 많지 굳이 그가 있는 곳까지 오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는 꽤나 인기가 있어서 자리 경쟁이 암암리에 있을 정도인데 이 시간에는 썰렁한 것이 꽤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장소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왔다는 것에 그는 신기함을 먼저 느꼈지만, 그 사람이 자신이 알던 사람이란 것을 알고서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이다.
" 나는 수험생으로 들어왔어. "
특기생으로도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지만 특기생은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한다는 느낌이라 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 그는 수험생 신분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거기에 들어올때의 성적도 딱 중간으로 맞춰서 어느 누가 관심을 가질 여지를 주지 않았다.
" 영상 같은거 보다보면 자주 나오던데? 그러니 모를수가 없는걸. "
신입생으로 아이돌이 입학한다거나하면 소문이 쫙 퍼지는건 시간 문제다. 물론 어딜 내놔도 최상위를 자랑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지만 아이돌은 또 우월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학생들보다 좀 더 이슈화 되곤 했다. 그렇기에 강민이 유우나를 모른다는건 솔직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유우나가 한 이야기가 어떤 뜻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작게 속삭였다.
" 물론 나한테 고민을 털어놓던 아이자와라면 그것도 기억하고 있지. "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강민에겐 조금은 인상깊었다고 할 수 있었기에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이었다.
Me 치나츠주 정주행했다 1스레. 미사키-chan 의 학년과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 킹-갓 엠페러 "Kangmin Yoo"와 같은 학년이란 사실을. 전지적 하렘적으로 아무튼 같은 반이면 좋을 거란 바램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강민과도 같은반이 되는 셈이니....혹시나 하니 캡틴 오자마자 "악!!!! 한 테이너무예쁘지않습니까캡틴 님! 치나츠가 혹시 주인공의 반에 반장이 되어도 괜찮은지에 대해서 여쭙는것을 허락받을수 있는지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아아악!!!!!!!" 하고 레스를 써봐야 겠구만. 😎🔥
>>599 Big Chinatsu-chan watching you 강민주 혹시 미사키주와의 선관 끝나고 찔러봐도 괜찮은지??
>>603 엉~ 대충 말해보자며언 그림주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강민은 특별한 유파의 계승자로 괴이스러운 힘을 목격하면 인류에 해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답습하기 위해 유파에 보고해야 하는 임무(?)가 있잖아? 리제가 부리는 마술이라는 건 초자연적인 거고 그 이전에 리제부터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니까 강민에게 감시...라구 해야하나~ 그런 느낌으로 계속 마주치는 관계? 리제도 물론 그런 강민의 정체나 사정을 파악하고 있고 '마술'이라는게 보통의 인간이 하루 아침에 구사하기에는 힘들 뿐더러 하물며 무술을 주로하는 유파이니까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귀찮지만 일단은 적당히 자신을 관찰하게끔 두고 있다는 그런 구도에서 발전하는게 어떨까 싶은데!
>>609 yes! the witch는 미소녀 히로인 yuusha-san을 실제 간파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했던 어떤 용사였다는 것까지는 사건이니까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울 것 같고~ 미사키가 인간에 어울리지 않는 비범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라구 haha
>>611 if) 미사키-san이 the witch의 magika를 느낄수 있다면 dekimasu~ 그리고 tmi! 리제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mob ningen은 무시하고 상대도 안 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시트 캐릭터들 같은 【괴이한】자들은 귀찮더라도 일단은 곁에 있게 해주는 편입니다~!
>>607 강민의 유파는 인류를 수호한다기보다 흑막에 가까운 느낌이라 ... 자신들한테 위협이 될까봐 감시를 붙여두는게 맞아! 그리고 미사키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강민은 그런 것에 대해선 보고할 생각이 아직 없고 ... 행동한다면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다만 행동의 원인이 호기심이라 너무 밀어내면 금방 관심을 꺼버린다구~
>>616 이럴수가!!!!!!! 176CM의 배구부 인재가 아직 아무 동아리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니!! 이렇게 된이상 "징집" 이다. 아쎄이! 수영부에 들어와라!!!!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겠다!!!!! 좀 과격하게 쓴 윗줄은 흘려들어도 되고! 😉✌ 미사키-san... 아무튼 쉬는시간마다 미사키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미사키쨩! 으리 수영부 동아리 들어오지 않을래? 미사키에게 정말 잘 어울릴것 같아~~~!! " 하고 권유해대는 치나츠는 어떠한지?
>>618 villain 느낌이었군...! (납득!) 호기심도 괜찮다고 생각혀~ 어차피 하렘물인 이상 보이 미츠 걸의 전개가 당연하자나~ 물론 리제는 시종일관 츤츤거리겠지만? 이 부분은 조금 강민쪽에서 강하게 푸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바를 미리 알려드림~~~
>>619 "흥. 이 뻔히 보이는 연극을 언제까지 계속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좋아. 이 편이 훨씬 좋군. 이 나라에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다'라는 말이 있지.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가지가 꺾여 다시 자라나는 나무같은 거라서 말이야. 무럭무럭 자라기 전까지는 비일상의 그림자의 뒤에 숨는게 딱이라는 거다. 그래, 자네처럼 말이야."
공부 잘하는구나. 수험생으로 들어왔다는 그 말에 유우나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주로 특기생들이 들어오는 이 학교에 순수하게 수험만으로 들어오려면 대체 얼마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일지. 무엇보다 이 학교는 학생 수도 적지 않던가. 다른 학교에 비하면 훨씬 더 압도적으로.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고민'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유우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진짜로 기억하고 있어? 사실 그다지 생각도 하지 못한 사실에 유우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다가 순간 당황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왜, 왜 서, 선배가 그걸 아직 기억하는 거예요?! 무, 물론 저는 기억하고 있긴 했지만... 그게. 기억하고 계실줄은 전혀 몰라서. 애초에 그때 그 일은 그렇게 깊은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 이후에 특별히 뭐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제가 가진 고민거리를 이야기한 것이 전부인데. 아. 물론 그때 그 일이 절대로 사소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저에게 있어서는 제 인생을 바꾼 계기 중 하나이기도 했고..."
그때 그의 말이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아이돌이 될 수 있었을까. 수호천사의 조언조차도 믿을 수 없는 그 날. 자신은 왜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이보다는 완전히 타인의 조언을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그녀에게 있어선 너무나 기억에 남고 너무나 고마웠던 그때의 일을 기억해주는 것에 유우나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내 자신이 입고 있는 교복을 살며시 두 손으로 꾸욱 누른 후 유연하게 턴을 하면서 TV에서 자주 보이는 포즈 ㅡ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살짝 붙인 후 자신의 오른쪽 눈가 위에 살짝 붙이면서 손목을 살짝 움직이는 나름의 포즈였다.ㅡ를 취한 후에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때 선배의 조언 덕분에 그 겁쟁이 후배는 인기 아이돌이 되었답니다! 오디션 합격한 이후로는 좀처럼 볼 수가 없어서 감사를 표할 순 없었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전할게요! 고마워요! 선배!!"
정말로 기쁜지, 기분이 좋은 것인지.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찬란했다.
/갱신할게!! 그리고 신입 시트도 봤고..새로 온 그리무주도 안녕안녕~ 다른 이들도 안녕안녕~ 핑크핑크한 아이돌이라고 일단 주장하는 유우나의 오너인 유우나주야!! 잘 부탁해!
수플레를 썰다 말고 순식간에 흉기로 변모한 나이프 끝을,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보다가 미사키에게 눈길을 준다.
"흥... 이건 호구조사치고는 꽤 무례하지 않나. 하긴, 그건 원래 무례함이 동반하는 안타까운 문화였으니."
미사키 못지 않은 냉소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 아니, 미사키야 그녀의 정체를 간파하고 순간적인 적개심을 품었다고 하지만 그녀는 원래부터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태도의 반향으로 평소 돌아오는 것은 가시 돋힌 시선이나 말, 묵언의 따돌림 정도였는데 설마하니 이렇게 살기가 둑둑 떨어지는 나이프가 자신에게 들이밀어 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처럼 【비일상】의 틈에 살고있는 자가. 그렇지만 실질적인 위협의 형태로 나이프를 겨누고 있는 것은 미사키였을텐데도, 그녀는 왜인지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자네정도 되는 힘이 있으면 지금의 내게 상처를 입히는 것 정도는 가능 할 테지. 그리고 지금 난 자네를 물리적, 사회적 피해 없이 온전히 막아낼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 ―하아, 귀찮게 되어버렸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을테니..."
그녀의 그런 중얼거림은 일찍이 미사키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자신에게 해가 되어 돌아올지 그 짧은 사이에 간파하고, 계산한 것처럼 들려온다. 미사키의 추궁을 퍽 덤덤하게 받아들인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얌전스럽게 내려놓고서 상대방의 눈을 보다 직접적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아니 '마녀'의 눈은 가장 어두운 밤에 뜬 푸른 달과 같은 마력을 띄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이름은 리젤로테. '리젤로테 "그리무와르" 발크게이저'. 자네들이 흔히 '마녀'라 이름붙인 저주받은 족속들의 시조 정도되는 오래 된 마술사이자 사립 엘부르크 학원의 2학년 재학중인 성적 우수한 여학생이지. 정확히는, 지금 이 상황은 내 멋대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게 될 뿐이지만. 왜냐하면 나의 존재는 역사의 기록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거든. 자네들이 배우는 역사 수업의 교과서에도 보이니치 괴문서 사본에도 말이지. 즉, 공신력이 전혀 없는 사견이라는 이야기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들은 그런 것이었는데... 다시 말해 그녀는 이 학원에 숨어든 가장 오래 된 마녀인 모양이다. 마녀라는게 실존한다는 괴이한 이야기는 둘째치고, 자신 스스로의 존재를 얘기하면서도 부정하는 듯한 말투가 참 묘스러웠다. 그러니까 그녀는 모든 마녀들의 조상이 되는 첫 번째 마녀이면서도, 동시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왜인지는 몰라도 지금 학원에 숨어 살고 있는 것이고...
"뭐, 그렇게 된 거니까 내가 어떤 식으로라도 내뱉는 주장들은 전부 공식적으로는 헛소리에 불과할 뿐이야.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 애초에 자네같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인게 당연할테니 말이지. 그러니 어느정도는 내 탓이 있는 이 부분을 나는 딱히 야단치지는 않아. 다만, 자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난 그저 다른 녀석들처럼 조용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야. 아니, 오히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었다. 이 학원에 대해서도, 다른 비일상의 존재들도... 그리고 자네가 범인에 어울리지 않는 무식스럽기 그지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말이지."
미사키에게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딱히 '인간'들에게 있어서 적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을까. 말투나 태도는 분명히 상대를 깔보는 듯이 인간-적대적이긴 했지만 그건 별개의 이야기. 아무래도 그녀라는 마녀가 원래 그런 성격인가보다. 그러면서도 한 편, 그녀는 미사키가 가지고 있는 힘도 이미 옛적부터 파악하고 있던 듯 싶었다. 미사키가 그녀에 대해 의구스럽게 여기듯이, 그녀 또한 미사키를 저 멀리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이 접선하게 된 것이 지금이고. 그녀는 이정도면 자신에 대해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나이프의 존재도 개의치않고 다시 내려놓았던 커피잔을 들어 쓰디 쓴 검은 물을 후루룩 한 모금 들이키고는 말한다.
"흐음. 그러면, 이제 궁금증이 해소됐나 학생? 이해가 어려워 따로 질문이 있다면 해도 좋지만 슬슬 그 나이프는 치워주시지 그래. 그걸로 내 육체를 찌르려는 의도는 딱히 상관없어도 이목이 쏠려 대중의 구경거리로 내세워지는 건 딱 질색이거든.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말이야. 정 이 나를 반드시 해하고 싶거든 나중에 도전장이든 뭐든 보내면 되잖아."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지금쯤이면 주변에서 시선이 쏠리고 있을지도... 아무리 디저트 칼이라고해도, 무서운 얼굴로 나이프를 겨누고 있으면 궁금해서라도 쳐다보게 되는게 인간인 법이다. 그녀는 그런 인간의 특성을 아무래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질린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652 유우나주도 안녀어어엉~ 선관 거리 고민해주고 있었구나....!! 관심 가질 만한 요소는 없어도 소재는 꽤 있는걸?! 아이돌이라는 요소도 있고 수호천사라는 요소도 있고~ 그리고 리제는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지만 시트캐들은 기본적으로 친화력 보정 있으니까 이 점도 무시 못하지~ 물론 억지로 선관 안 해도 좋으니 무리하지 않기!
아이돌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가져주는거야? 아. 확실히 수호천사는 관심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수호천사를 눈으로 보거나 할 순 없지만 그리무라면 아마 뭐가 있구나. 정도의 기운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마녀니까 어쩌면 수호천사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것으로 흥미를 가지고 말을 걸어도 오케이다! 라고 일단 유우나주는 이야기할게!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 용사는 나이프를 내려달라는 요청이 오기 전 까지는 그 자세에서 일절 변함 없는 모습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녀쪽은 자신의 정체를 완벽하게 간파하지는 못했다.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그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는것 같다. 만약 추측이 사실이라면 용사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매섭게 노려보던 눈에는 힘을 풀고 베시시 웃으면서 "싫다 리젤롯테~ 너무 진지하면 남자친구 안 생긴다구?" 같은 실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조잘조잘 평범한 학창생활의 이야기를 지속하다가 본론을 꺼내는 이상한 화법으로 더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츠케멘도 맛있지~ 내가 본 마녀들은 악마에게 제물을 바쳐서 마법적인 능력을 얻고는 했는데 리젤롯테도 마찬가지야? 리젤롯테가 알고 있는 인외는 누구 누구 있어?"
쉴 세 없이 조잘 조잘 떠들면서도 포크와 나이프는 수플레를 끊임없이 잘라다 입에 집어넣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입안에 수플레를 넣은 체로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정도일까....
"일단 용사 출신이기도 하고~ 내 임무는 완전히 끝났지만 고향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면 미리 해결하고 싶거든."
나이프의 날이 도자기 그릇을 살짝 긁는 소리, 입 안에 가득 든 수플레를 밀크커피로 내릴때 나는 꿀꺽거리는 소리.
자신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유우나를 보며 강민은 재밌다는듯이 웃어버렸다. 사실 유우나의 얼굴을 본건 몇번 되지 않는데다가 다음 년도에 그는 졸업하고 엘부르즈에 왔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잊어버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인연조차도 쉽게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고 영상 같은 곳에서도 계속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잊지 않을 수 있었다.
" 나한테는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너에겐 중요한 문제였을테니까. 그때 너의 모습을 생각하면 잊어버리기 쉽지 않거든. "
잘 알지도 못하는 제 3자에게 이야기를 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을 그도 잘 알기에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금에 도달한 그녀가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자주 보던 포즈까지 취해주자 그는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 겁쟁이는 아니었어. 나아갈 힘은 있지만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을뿐이니까. 나는 별로 한게 없으니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쑥쓰러울 뿐이네. 일단 여기 앉을래? "
누구에게나 지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친절하면서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말했다. 어차피 일월정으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 사이에 유명해진 후배님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당연하지만 적어도 그때의 일은 그와 관련이 없었다. 오직 그녀의 문제였으니까. 사실 약간의 운이 작용해 이야기가 된 것이기도 하고, 약간의용기가 작용해 이야기가 나온 것이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참 특이한 인연이었으나 그 인연을 기억해준다는 것이 유우나에게 있어선 기분이 좋았는지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선배는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겁쟁이적이 면도 있어서. 그리고 별로 한 것이 없다니. 선배의 그 조언 덕분에 어느 후배는 용기를 얻어서 당당하게 오디션에 합격했고 한창 잘 나가는 인기 아이돌이 되었다구요. 엄청 많이 했어요. 선배는."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까지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와 동시에 그 일로 조금 생색을 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태연하게 별로 한 것이 없다고 하는 그 말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때도 조금 느낀거지만, 이 선배는 뭔가 자신을 치켜세우진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ㅇ르 하며. 앉으라는 권유에 유우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벤치에 다가간 후, 그와 주먹 두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띄워서 앉았다.
"오늘은 운이 좋나봐요. 학교의 구조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싶어서 시간을 내서 아직 하교하지 않고 이렇게 둘러보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때의 그 선배를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후훗. 뭔가 신기하네요."
한번 만나서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아니면 이 수호천사가 혹시 무슨 도움을 준 것일까 싶어 그녀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정확히는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수호천사를 바라봤으나 수호천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이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미사키의 매섭던 표정이 풀렸지만 반대로 이번엔 그녀가 인상을 구긴다. 갑자기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물며 돌린 주제가 남자친구라니 가당치도 않다. 이런 몸에게 남자친구라니... 이내 '아, 카모플라주인가.' 하고 빠르게 눈치채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은. 물론 고리타분한 마녀인 그녀는 학창생활이라든가에 (일단 그녀가 말하기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오히려 위장에 신경쓰는게 시간의 낭비라고 느끼는지 맞장구도 치지 않고 조용히 커피를 후루룩 거리며 미사키의 괴상한 화법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그녀가 대답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에 대한 질문뿐이었다.
"악마인가... 흐음, 분명 그렇게 마녀 데뷔를 한 녀석들도 적지는 않지. 하지만 적어도 내 때는 아니었어. 악마라는 건 말이야,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움직이는 속물들이라서 말이지. 그런 녀석들이 마녀들에도 목줄을 씌우고 본격적인 장사판을 벌이기는 것도 마녀 사냥이 성행하고나서 꽤나 시간이 걸린 뒤였거든. 무엇보다 악마랑 거래를 하게 되면 지나간 길이 더러워져서 말이야. 시끄럽기도 하고... 뭐, 되려 그런걸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내게는 어찌되든 상관 없는 일인걸. 말했잖아, 나는 그런 편리한게 생겨나기도 전에 탄생하고 사라져버린 마녀라고. 금지된 술식은 나도 몇 개인가 알고있지만 악마와 뭔가를 거래한 적은 없어. 내가 알고 있는 건 오로지 마녀의 지식과 몸만으로 구사가 가능한 영창과 마술식 뿐이야. 그런 이유로 내가 지금 알고 지내는 인외스러운 존재들도 마찬가지로 없어. 애초에 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없어. 알고있다면 그자식들이 나를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것 뿐이겠지. 그 치들은 죽은 듯이 살고 있는 사람을 꼭 못 살게 굴어야겠는지 이따금 자작 술식같은 효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조잡한 공격 마술들을 들고 갑작스럽게 찾아오고는 했거든. ...꼭 누구씨처럼."
수플레를 자르는 탓에 접시를 깨작거리는 소리에 섞여, 커피 위로 퍼지는 파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그녀가 미사키를 그렇게 힐긋 쳐다봤다. 그렇지만 딱히 숨기는 기색은 없다. 아니, 이건 완전히 알아주길 바라는 것 같은 노골적인 시선이다! 미사키가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자 그녀는 턱을 괴며 이야기를 듣는데, 모처럼 냉소일관이던 그녀의 입가에 옅게끔 미소가 번진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정의감 넘치는 전직 용사님께서는 사악한 마녀를 사전에 저지하기 위해 먼저 덮쳐온 거구나."
하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
"그렇다면 완전 잘 못 짚은 거네. 지금의 나는 거리를 폭주하는 스케반이나 머리를 우스운 모양으로 파마하는 양키들보다도 무해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실제로 여기 학생들에게 있어서 내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그런 같잖은 이유로 사람을 딱히 증오하며 살고있지는 있지는 않아. 이상한 일도 아니야. 재수없고 잘난 존재를 까내리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리니까. 물론 나도 굳이 그런걸 상대해주는 귀찮은 같은 건 딱히 하고 싶지도..."
그러다 문득 '수플레 없다....' 하는 미사키의 말에 그녀의 시선이 접시쪽으로 향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는 숨을 잠시 들이쉬던 그녀는 가지고 다니던 책을 열더니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는 그곳의 한 구절을 읊었다. 언어같기도 노래같기도 한 음색의 알 수 없는 말이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조용히 울렸고, 다음 순간에는 미사키의 접시에 수플레 셋 정도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녀는 그걸 확인하자 바로 책을 덮었다. 말을 이어간다.
"...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니 자네가 나를 일부러 찾아온 건 완전히 시간 낭비였다는 거지. 즉, 꽝 당첨. 축하해 신세대의 용사님. ...아니, 이 나의 시간을 뺏고 귀찮게 하고 싶었던게 목적이었다면 성공이었으려나?"
그녀가 그 조막만한 두 손을 연신 가볍게 마주치자 박수를 앙증맞은 소리가 가닥가닥하고 울렸다. 그것은 박수를 가장한 완벽한 비꼼의 행태였겠지만.
>>664 앗. 수호천사는 그냥 유우나가 곤란하거나 고민하거나 할 때 조용히 조언해주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물론 경우에 따라선 유우나를 위험에서 지켜주기도 하지만 아무튼 대체로는 그래서 그리무에게 뭔가 특별히 더 말을 하고 그러진 않을거야. 물론 그리무가 유우나를 해하려고 다가오면 막 유우나에게 삐용~ 삐용~ 삐용~ 하고 사이렌을 울려서 알리겠지만. 그러고 보니 동갑이로구나. 하지만 선배니까 말이지. 머지 않아 그리무는 17살 되는거잖아?
적어도 그가 본 그녀는 그랬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겨왔을뿐 결국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도 언젠가 그 꿈을 이뤘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니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 생각해 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 그래도 이렇게나 유명해지다니 놀랄 일이라니까. "
그래도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것이란 생각은 안했는데 이름만 말해도 알 정도의 아이돌이라니, 어릴적부터 대중의 관심을 철저하게 끊어내는 법을 배우며 자란 강민에게 유우나는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대단해보였다. 유우나가 자신의 옆에 앉자 그는 가방에서 작은 사탕을 꺼내서 건네주며 말했다.
" 확실히 활동하려면 학교 생활이 좀 뜸해질 수 밖에 없겠지 ... 이거하랴 저거하랴 고생이 많네. 나는 그냥 쉬고있었어. 점심 시간에는 엄청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방과후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거든. "
그러니 조용하게 혼자 있고 싶을땐 방과후에 여기로 찾아오는 일이 많았다. 물론 한두명씩 더 올때도 있었지만 다들 목적이 비슷한지 앉아서 조용하게 쉬다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그리고 왠지 아이자와가 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귀여운 후배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을까해서. "
>>665 수호천사는 비상 사이렌같은 존재구남... 리제의 과거사에 의하면 리제는 한 번 죽었던 사실상 망자같은 존재니까 이에 경고하고 오해받는다든가 하는 건... 좀 무리 설정인가?! 나이는 가짜 나이이기도 하고 서류상 16세이긴 하지만 너무 성적 높아서 강제로 월반해버린거니까 ㅋㅋㅋㅋ 시트에 따로 적혀있진 않지만 2학년 올라간 건 리제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구해!
자신이 아니어도 이뤘을 것이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었다. 그건 그저 가정법이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순간, 누가 자신에게 그런 조언을 해줬냐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옆에 앉아있는 선배라고 유우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다른 이가 도와줬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어도 결국 자신이 용기를 좀 더 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역시 자신의 생각은 달랐다.
이내 작은 사탕을 건네주자 유우나는 고마워요- 라는 말을 남기면서 그 사탕을 받아들였다. 이내 포장을 깐 후, 그녀는 그 내용물을 입 속에 넣었다. 달콤한 것이 맛이 좋았다. 활동 때문에 조금 피로가 쌓인 탓이었는데 이렇게 단 것을 먹으니 특히나 더. 이런 사탕 하나 먹는다고 갑자기 살이 훅 찔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평소보다 러닝을 한 바퀴 더 돌아야겠다고 그녀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렇구나. 점심시간이 아니면 여기는 한적한 곳이라는거죠? 의외네요. 굉장히 경치가 좋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런 곳이야말로 사람들이 잘 찾는 명소일텐데."
의외라는 듯, 그녀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경치를 구경했다. 그렇게 많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으나 한적하면서도 고요한 것이 자신의 취향에는 딱 맞는 느낌이었다. 자주 여기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ㅡ 물론 시간이 될 때 한정이겠지만. ㅡ 그녀는 이 위치를 기억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좋은 정보 고마워요. 기억해둘게요. 다음에 또 여기로 왔을 때 선배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어요."
물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가 반드시 여기에서만 쉰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사실 만나서 나쁠 것은 없었으나 못 만난다고 손해보는 일도 없었다. 단지 그냥 또 다음에 만나면 신기하겠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짓는 와중, 그의 다음 말이 들려오자 그녀는 네? 소리를 내면서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에이. 방금 그건 아무리 그래도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한 말이죠? 제가 여기에 올 것을 어떻게 예상해요. 미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귀여운 후배님이라는 말은 고마워요. 멋진 선배님~"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순수하게 그를 높였다. 실제로 이렇게 가깝게 보니까 굉장히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인기 좋겠다. 이 선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이어 장난스러운 물음을 더 던졌다.
"만약 정말로 저를 기다렸다고 한다면,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기다렸는지 물어도 괜찮아요? 말한 것처럼 단순히 오랜만에 보기 위해서? 물론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지만요. 아이돌로서."
>>669 수호천사 기준으로는 이미 이세계 용사님도 있으니까 크게 막 경계하진 않을 것 같아. 물론 그리무가 막 악의를 품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턴 신나게 사이렌을 막막 울리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다면 학교에 들어온 이유가 따로 있다는거구나! 좋아. 좋아. 앞으로 그 진실을 볼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졌어!
>>675 ㅋㅋㅋㅋㅋㅋ 그것은 일단 리제가 유우나랑 강민을 먼저 만나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광고 후 계속) 빨리 채강 하렘 남주 강민이랑 돌리면서 츤츤대고 싶은걸~~~! 마녀는 질투 하는 편이니까 각오해랏 아 그리고 유우나주가 마녀를 부를때는 그리무 말고 그냥 그림이라거나 다르게 불러도 돼~ ㅋㅋㅋㅋ 그리무주라는 나메는 그냥 아무도 그리무와르라고 부를 것 같지 않아서 달아둔거라.... (씁쓸)
살아있는 마법 시조의 악마학 강의 시간. 이세계의 악마라야 용사는 이골이 날 만큼 잘 알고 있는 대상이지만(마지막 악마의 목숨을 끊은것도 용사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였다) 지구의 악마는 또 다를지 모르는 일이라 적절한 호응을 해주며 들었다. 마녀의 말이 맞다면, 지구의 악마는 용사가 아는 악마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한마리 소환해서— 아니다 관두자. 직접적으로 해가 없고 산골짜기에 숨어든 은비학자들의 혈육 정도만 탐하는 소규모 악행을 처단하기 위해서 지금의 일상을 파괴할 가치는 없다.
"꽝이라니, 전혀. 오늘 얻어간게 많아서 기뻐 리제로테. 특히 이 수플레!"
미사키는 리젤로테의 비꼼 가득한 박수에도 활짝 웃으며 수플레를 크게 베어물었다. 폭신 폭신한 수플레가 입안에서 달콤한 생크림과 메이플시럼에 하나가 되어 사라지는 이것...! 이세계에서는 전혀 먹을 수 없었던 진미임에 미사키는 활짝 웃었다.
"너무 질문만 했고 수플레도 받았으니까, 원한다면 딱 하나 질문해도 좋아! 너무 짠가? 그래! 세 개! 성심성의껏 대답해줄게!"
"흥... 시덥잖은 오해를 하고 있네. 공교롭게도 난 자네에 대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나는 이런 단내나는 곳에서 떨어져서 당장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인생이란 공부야, 용사. 이렇게나 살아있어도 아직도 연구할 거리가 산더미처럼 남아있거든. 자네도 게을리 하지 않는게 좋아."
이것 참 모범생같은 재수없는 말투다. 마녀는 본디 그런 자였다. 세간과 떨어져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학구열을 올리다가, 악마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찾아오면 머리를 말랑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만 지금은 그렇게 살기에는 힘이 완전하지 않다. 또, 요즈음의 악마는 또 함부로 공격적으로 굴지 않기도 하고. 아무튼 말처럼 당장이라도 돌아갈 것같은 행색을 하던 마녀였으나― 무슨 연유인지 제 손가락을 서로 겹쳐 포개면서 미사키에게 이렇게 말해온다.
"하지만... 그래, 자네는 쓸데없이 내 입을 움직여 아프게 했으니. 이대로 끝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지."
모범생에서 야쿠자라도 전직해버린 것인가! 하지만 세상이 원래 그렇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것이다. 마녀의 세계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은 건지, 아니면 이 마녀가 유독 세간의 상식이라는 것에 찌들어 버린 건진 몰라도, 발크게이저는 이렇게 질문을 던져왔다.
"첫 째, 자네의 이름. 둘 째, 자네의 용사라는 칭호의 진위에 대해 납득 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 셋 째는..."
말에 맞춰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을 검지부터 펼쳐보이는 마녀. 마지막에가서는 조금 뜸을 들였지만, 곧 약지를 천천히 펴면서 말해온다.
"바보는 무지의 공포를 잊고 속 편히 지내는 것만이 장점이지. 바보가 되고 싶다면야 자네 마음대로 해. ...그리고 그런 말은 한 적 없어."
두근두근이라니.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어버렸다는 얼굴 빛을 하며 마녀는 조용히 반응했다. 그래놓고서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걱정 한 점 없어 보인다. 상대방이 공언했듯이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바보다. 마녀는 이런 바보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럼 앞으로 자네에 대한 건 미사키군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어. 그리고 그건 타차원의 사념 결집에 의한 소환 의식인가. 그럼 내가 자네의 존재 자체에 줄곧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것도 설명이 되는군... 결국 내 차원 이동 가설이 들어맞았던 거야."
이차원에 특정한 트리거로 강제적으로 소환 된 이는 보통 그 세계의 필요나 목적에 의해 소환되는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의 경우는 그쪽 악마를 몰살하는게 귀환 조건이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쩌면 악마는...
"...그나저나 '유우군'이라. 흐응."
골똘히 생각에 잠기나 싶던 마녀가 문득 그렇게 중얼거렸다. 퍽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아닌가. 흥미로워 하는듯도, 비꼬는 듯도,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영혼없는 호응인듯도 싶은 반응이다. 가라앉은 눈동자가 미사키를 바라보고 있었다는것 밖에는 정말이지 추상적인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래. 셋의 질문을 모두 마쳤으니 즐거운 질의응답 시간은 여기서 끝. 내 역할은 완수했다고 봐도 되겠지. 난 이만 돌아가 보겠어."
그랬던 마녀가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행색이 당장이라도 카페를 뜰 느낌이다. 뭐, 그야 저렇게 말하니 당연한 거겠지만.
마녀는 물론, '츤데레'라는 뭘 의미하는지 알고있다. 이 용사를 자칭하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반응을 살피며 즐거워 하는 것도 말이다. 그러니 눈썹을 꿈틀거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더 말을 얹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분명 이 아이에게 바보가 옮게 될테니... 바보에 동조하는 것만큼 바보짓도 없지 않은가.
"소용 없어. 자네는 미사키군이니까. 나는 지금의 육체로 현재 시간선에서 마주친 모든 이의 호칭을 객관적인 시점으로 통일하고 있지. 자네도 분명 이 룰에서 예외는 아니라는 소리다, 미사키군."
호칭을 무를 생각은 없다. 하물며 귀엽느니 귀엽지 않느니 하는 시덥잖은 이유라면 더더욱. 이것은 마녀만의, 인간관계를 최대한 객관화 하기 위한 방도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두 번씩이나 그 이름을 부르며 강조한 것은... '그녀가 질색하는게 보기 좋았으니까' 라는 이유라면 너무 악질인 것인지. 자신의 행동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사랑의 라이벌이니 어쩌니 하는 말에도 특별히 눈에 띄는 반응은 보이지 않고 그저 숨만을 삼켰다. 이유는 당연히 상기했듯 '바보가 옮는다'.
"그래. 애석하게도 그렇게 되겠지... 하아, 어쩔 수 없지. 이 학원에서 지낼 수 있는 댓가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하지만 이 내게 호기심이 생겼다고 카페로 불러내 칼들고 협박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네. 적어도 그런 건 조용한 장소로 해주길 바래. 내가 자네같은 바보에게 정당방위로 마술식을 발휘해도 시공을 물릴 수 있는 곳으로 말이지."
이번 대화에서 나온 말 중에서는 가장 대놓고 위협적인 말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이건 협박인가? 아니, 권유다. 마녀는 야만인이 아니니까 수플레를 뜨던 나이프로 상대의 목을 겨누고 위협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은 권유이다.
"너희 인간들이 조용하고 얌전하게 지내고 있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럼―"
다만, 보다 명확한 메세지. 마녀는 그것만을 남기고 책을 품에 안고는 신경질적으로 몸을 획 돌려 카페를 유유히 빠져나가버렸다.
자신이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나 영향을 끼칠 줄 알았다면 그날 좀 더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가 그녀의 고민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한건 아니었지만 강민도 유우나도 어렸기에 그녀의 고민을 자기 멋대로 생각해버린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앞섰다.
" 학교가 끝나면 다들 학교에서 나가고 싶어하니까 말이야. 학교는 생각보다 지루한 공간이잖아? "
마치 회사원들이 퇴근시간에 정확히 회사를 나가고 싶은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심리가 있다. 그건 강민도 마찬가지였지만 혼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그런 학생들의 심리를 역이용하여 가끔 이곳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거나 하는 것이다.
" 나도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자와가 불러준다면 꼭 나오도록 할께. "
물론 서로의 번호를 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학교니까 지나가다가 마주칠수도 있고 서로의 반에 찾아갈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학교에 또다른 구설수가 도는 것을 각오해야겠지만 말이다.
" 오랜만에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맞겠지만~, 오늘도 아이자와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던거지. 말할게 없더라도 언젠간 생길테니까 말이야. 지금의 아이자와에겐 그때와는 다른 고민이 있을지 모르니까. "
키도 조금 커지고 외모도 조금은 바뀌었겠지만 아이자와의 고민을 들어주던 그날의 표정은 바뀌지 않아 예전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도 최대한 학교를 오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학창생활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청춘은 오직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자신에게 그런 청춘이 허락될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것만 해도 딱히 소속사에서 막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로 사고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고... 자신은 누군가와 공개적으로 막 연애를 하기는 힘든 입장이기도 했으니까. 아주 조금 쓴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이내 그녀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짓다 그의 대답에 두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이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두 손을 모았다.
"후훗. 제가 고민거리가 없으면 어쩌려고요. 선배. 그거 누가 들으면 그냥 적당히 대는 핑계라고 듣기 딱 좋을걸요. 그러니까 인기 아이돌 유우나를 단 둘이서 만나기 위한 수단이라는 느낌으로요. 그런 오해가 생기는 거 원하지 않으면 그런 이유는 막 대는 거 아니에요."
딱히 선을 긋거나 벽을 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에 가까웠으니까. 일단 자신에겐 지금 당장 고민거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굳이 고민거리를 대자면 아직 학교 건물 구조를 다 익히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그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직접 해결하는 것이 나은 문제였다. 어차피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까 돌아다니다보면 어떻게든 다 익힐 수 있을테니까. 아닌 것 같아도 나름 암기력은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고민 상담 해줄 것은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 바로 헤어지긴 조금 아쉽고."
잠시 생각을 하려는 듯,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그리고 뜸을 들이다가 뭔가를 떠올렸는지 싱긋 웃으면서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선배만이 아는 아주 쉬기 좋은 장소라던가 알려주세요! 아이돌도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거든요. 아주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쉬고 싶기도 하고요. 선배에게 이득도 있다구요. 음. 그러니까 그곳으로 오면 운이 좋으면 저하고 둘이서만 볼 수 있다? 막 이래요. 후훗. 농담이니까 이 부분은 NG처리해주세요. 그래도... 좋은 장소는 알고 싶어요."
알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는지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그를 빤히 바라봤다. 물론 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딱히 큰 기대를 걸고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ㅠㅠㅠㅠㅠㅠㅠ 5252 너희들 스즈미야 하루히를 잊은거냐구~~~~ ㅋㅋㅋㅋ 그림주는 사실 이 스레 보자마자 하루히 생각이 딱 났는데....!! 하루히도 약간 하렘 스타일이거든~~! 정실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있지만 말이야~ 전부 수상한 정체가 있는데다가 남캐 둘에 나머지 여자애들이라는 구성도 똑같아!! 아사히나 미쿠루라는 캐릭터는 유우나주가 말한 것 처럼 미래인이라는 설정~
물론 그도 주목 받는 일을 최대한 피해야하지만 그런 소문이 돈다면 자신보단 유우나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은 뻔했다. 사실 이렇게 둘이 나란히 앉아있는 것도 누군가 보고 인터넷에 올린다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주변에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에 이렇게 대담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강민은 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던 손을 빼 팔짱을 끼며 말했다.
" 그래도 앞으로 이렇게 볼 수 있으면 좋겠는걸. "
주변에 누가 있었어도 그녀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인 그는 자신만이 아는 장소를 알려달라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학생은 적고 학교는 큰 편이라 인구밀도가 낮기는 했지만 좋은 장소는 이미 유명해져서 웬만한 학생들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들보단 학교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였기에 잠시 생각하다가 일월정에서 학교 오는 길에 있는 곳을 생각해냈다.
" 학교에서 일월정으로 가다보면 작은 샛길이 있는데, 거기로 들어가면 작은 쉼터 같은 곳이 있어. 학교에서 마찬가지로 꾸며둔 곳인데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가 학생들이 잘 안오거나 잘 모르는것 같더라. "
그도 가볍게 산책을 하다가 찾은 곳이었다. 친구들한테 말해봤을땐 모르는 애들도 있었고 알고 있는 애들도 있었는데 알고 있는 친구들도 굳이 거기까지 가진 않는다는듯 했다. 사실 학교 내부에도 경치가 좋은 곳이 많으니까 굳이 거기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언제가도 사람이 없거나 한 명 정도 있는게 끝이었다.
" 그러니까 아이자와가 보고싶으면 거기로 갈께, 알겠지? "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한 강민은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말했다. 정말 장난인지 아니면 진심이 섞여있는지는 그만 아는 진실이 되겠지만 말이다.
응?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유우나는 살짝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이렇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은 경우에 따라선 참 애매하게 들리기 좋은 말이었다. 물론 별 의미야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우나는 이내 표정을 되찾았다. 거기다가 자신은 아이돌이니까. 자신의 팬이라면 자주 보고 싶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애써 하면서 유우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신경도 안 쓰겠다고 그렇고 그런 말하면 어떡해요. 제가 아이돌이 아니었으면 되게 다른 의미로 들어요. 그런 말."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그녀는 작게 얼굴을 붉히면서 두 손을 모아 괜히 양 손의 검지손가락을 살살 비볐다. 다이렉트로 이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부끄러웠던 것일까. 아무튼 그가 말해주는 장소를 들으면서 그녀는 기억하려고 했다. 일월정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샛길. 학생들이 잘 안 온다면 가끔 혼자서 쉬고 싶거나 할 때 딱 가기 좋은 곳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유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막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사이 보이는 것이 그의 윙크였다. 어? 하는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두 눈만 깜빡이던 그녀는 살짝 당황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휘저었다. 그 와중에 저 잘생긴 얼굴로 저렇게 윙크를 하니 왜 저리도 더 잘생겨보이는지.
"저기, 저기. 애초에 선배가 저를 보고 싶어할 이유라던가 그런 거. ...아! 싸인 필요한거예요? 그런 거라면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줄 수 있는데. 선배라면."
아이돌이라는 입장이기에 이런 말들을 아예 못 들은 것은 아니었기에 대응은 메뉴얼대로 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아주 살짝 당황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제가 언제 거기에 있을줄 알고 보고 싶을 때 온다는 거예요. 아니. 선배가 온다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긴 하지만.. 헛발걸음질 켜게 하는 것은 싫어서. 저. 나름대로 학교에 오려고는 하는데 못 오는 날도 많거든요. 그래서.."
-라인 아이디라도 교환하면 되잖아. 그러면 다이렉트로 연락해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지 않아?
"아니! 그건...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선배가 나쁜 거예요!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싫은 것은 아니지만..."
살며시 들려오는 수호천사의 말에 유우나는 자신도 모르게 반론을 하려다가 순간적으로 또 당황해서 웃으면서 두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오른쪽 눈을 감고 상당히 귀여운 느낌으로 윙크를 보냈다.
"아무튼 윙크를 보내주셨으니 저도 한 번!"
/갱신이야! 어제 너무 무리했나. 완전 피곤해!! 오후에 낮잠이라도 한숨 잘까 살짝 고민 중이야! 지금은 안 잘 거지만!
확실히 유우나 입장에선 헷갈릴만한 말이겠지만 강민은 긍정도 부정도 안한채로 작은 반문만 남긴채 웃어보였다. 양손의 검지를 살살 비비는 것을 보자 강민의 웃음은 살짝 짙어졌지만 이어진 말은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순간 바람이 불어왔고 앞머리가 흐트러지자 그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다시금 정리하면서 이어진 유우나의 말에 대답했다.
" 그냥 아이자와는 학교에 잘 못오니까, 올때마다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굳이 이유를 찾고싶다면 내가 귀여운 후배님이 보고싶어서라고 하면 되겠네. "
앞머리가 잘 정돈이 되지 않는지 열심히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털어주면서 정리하던 그는 밝은 미소와 함께 유우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유우나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사인은 별로 필요없기도 하고.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유우나의 친필사인을 받아서 팔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짓을 하면 그녀와의 신뢰 관계도 엉망진창이 될테니 강민이 그런 리스크를 질리가 없었다.
" 나도 그곳은 자주 가는 편이니까, 내가 있을때 아이자와가 온다면 만날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
실제로도 강민은 그 장소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이지 않는 강민을 찾을때 그곳에 가면 높은 확률로 찾을 수 있을 정도이긴했다. 하지만 아이자와가 바쁠땐 학교에 거의 못오는 일도 많을테니, 그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 아니면 라인 아이디라도 교환할까? 이러면 연락이 쉬워지니까 말이야. "
무방비한 웃음, 그저 해맑다고 느껴지는 웃음을 지은채로 그는 말했다. 아이돌이라서 유우나의 핸드폰에 그런 연락처가 있으면 안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안된다면 어쩔 수 없는거고, 된다면 그도 아이자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유우나는 작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 선배. 계속 말이 왜 이런 식인거야? 마치, 마치 뭔가... 약간의 혼란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괜히 두 검지를 다시 비비면서 침묵을 지켰다. 귀여운 후배님이라니. 그 표현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유우나의 얼굴은 제 머리색처럼 살짝 붉게 물들었다.
"...그, 그런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어요? 뭔가, 뭔가... 우으."
제대로 말을 하진 못하면서 그녀는 말을 얼버무렸다. 안 그래도 되게 잘생긴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해대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탓이었다. 거기다가 자신이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뿌리치진 못하고 잠시 망설이는 행동을 보였다. 이내 들려오는 수호천사의 말은 애써 못 들은척, 무시하면서.
"라인이요? 선배가 연락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바로 근처에서 날고 있는 자신의 수호천사 쪽으로 유우나는 아주 살짝 시선을 돌렸다. 방금 수호천사가 말한 그 조언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뭐지? 이거 우연? 아니면 내 얼굴이 티가 났나? 라고 생각하나 라인은 그저 메신저일 뿐이고 연락을 하는데 누구나 다 사용하고 있었으니 우연이라고 생각하면서 유우나는 자신의 치마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새하얀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라인을 띄운 후에 그녀는 그에게 아이디를 전달했다.
"그거, 제 아이디에요. 연락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연락해도 괜찮아요. 아. 하지만 무대에 오르고 있다거나, 방송 찍고 있다거나 스케쥴 소화중일때는 연락해도 못 받으니까 그때는 기다려주시면 제가 나중에 일 다 끝나고 연락 넣을게요!"
조금 신이 났는지, 그녀의 목소리 톤은 조금씩 커지면서 빨라졌다. 두 눈을 곱게 접어 미소를 지으면서 유우나는 이내 핸드폰을 다시 치마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후훗. 아이돌의 아이디는 함부로 막 뿌리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알죠? 그러니까... 그런 일 안한다고 믿으니까 주는 거예요."
/이런 것을 정말로 천연으로 태연하게 하는 거라면 강민이는 엄청난 죄인이다. 진짜로. (흐릿) 유우나 루트의 첫 단계가 열렸습니다. 라인 아이디 교환!
" 아이자와가 고민을 얘기한 날부터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나는 좋은 인연을 가능하면 잡아두고 싶거든. "
유우나의 핸드폰에서 라인 아이디를 받아 등록하면서 그는 나지막히 이야기했다.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냐고하면 그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좀 더 특별한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유우나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그런 경계에 들어간 것 같았기에 그의 입장에서는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릴적부터 철저하게 통제하에 살아온 그에게 그런 갈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 나보단 아이자와가 훨씬 바쁠테니까 그런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
어린 나이에 사람들은 다 알아주는 아이돌이라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심적인 부담이 되는지 그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아무나 한명 붙잡아서 물어봐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그도 유우나가 자신의 일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 나 혼자만 알고 있어도 아까운데 다른 사람을 알려준다니. 절대 그럴 일은 없을꺼야. "
다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그는 작게 하품을 했다. 학교가 끝나고 시간이 좀 더 지났으니 슬슬 저녁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고, 보통 이맘때쯤에 그는 할 일이 없으면 잠깐 쪽잠을 자는 편이었으니 그 여파가 오는듯 했다. 봄이라곤 하지만 밤엔 아직까지 쌀쌀하니 슬슬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말했다.
" 유우나도 내가 보고싶으면 연락해. 알겠지? "
이번엔 명백한 장난인지 얼굴 가득히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 그는 먼저 일어나선 유우나가 일어나기 쉽게 손을 뻗었다. 이런거 안해줘도 혼자 잘 일어나겠지만 약간 몸에 밴 행동인 것 같았다.
"다행이에요. 아이돌의 아이디가 알려지면, 정말로 제 입장에선 엄청 힘들거든요. 안 그래도 지금도 SNS로 별별 메시지가 다 들어오기도 하고..."
이를테면 사귀어달라. 한번만 만나달라. 같은 정도의 말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일까. 아이돌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는 생각하나 역시 개인적으로서는 그다지 유쾌한 편은 아니었다. 이 선배는 아마도 그런 메시지를 보내거나 하진 않겠지. 장난스러운 것이라면 또 모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그를 신뢰하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에 자신을 '아이자와'가 아니라 '유우나'라고 부르는 모습에 그녀는 다시 한번 움찔했다. 요비스테? 전혀 생각도 못한 타이밍에 나온 요비스테에 그녀는 아주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아마. 내 친구 중에서도 요비스테라고 유우나라고 부르는 애들 있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현 상황을 합리화하듯 끼워맞추면서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한편 자신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아서 몸을 일으켰다.
"연락...은. 네. 선배 보고 싶다면 연락할게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후훗. 아무튼 매너 좋으시네요. 이렇게 손도 잡아서 일으켜주시고."
고작 벤치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 뿐이었다. 당연히 손을 내밀지 않아도 일어설 수 있었으나 그래도 뻗어주는 손이 괜히 기분이 좋아 그녀는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다 살며시 손을 놓았다.
"그럼 저는 학교 둘러보는 중이라서. 다시 가볼게요. 너무 늦어지기 전에 다 둘러보고 싶거든요. 선배가 말한 그 명소 위치도 알고 싶고. 그러니까.. 또 봐요. 우리."
아주 살짝. 용기를 내서 또 보자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얼굴은 아주 약한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물론 딱 그 정도일 뿐이었지만.
"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네 ... 그런게 힘들면 나한테 얘기해. "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걸 뉴스 같은 곳에서 들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유우나가 그런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니 마음이 좋지 않은 강민이었다. 사실 유우나가 얘기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원래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어줄 수 있는 역량이 그에게 있기도 했지만, 거기까지 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고민 정도만 들어줄 생각이기도 했다.
" 아, 무심코 이름으로 불러버렸네. 미안해. "
무심코 이름으로 불러버렸다는 생각에 살짝 난처한 표정이 되어버린 강민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예의는 지켜야하는 법인데 너무 편하다는 생각에 실수를 해버렸다. 그래도 유우나가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짝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괜찮으면 이름으로 부르고 싶은데 ... 불편하면 말해줘. "
몇번 만나보지 않았는데 요비스테라니 그의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친해지려면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소의 강민 답지 않은 약간 조급한 모습은 앞서한 실수에서 기인하는 약간 새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 그래, 다음에 또 보자.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면 좋겠네. "
그래도 금방 페이스를 찾았는지 평소처럼 살짝 미소 지은 얼굴로 되돌아간 강민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름으로 불러도 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 그 자리에서 들었던 나중에 라인으로 대답을 받았던가 하지 않았겠는가. 지금 중요한건 다음에 또 만날 약속.. 과 비슷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다.
이젠 새학기라는 말도 쓰기 힘들 정도로 시간이 지나서 여름이 슬슬 다가오고 있다. 밤의 기온은 선선하지만 한낮의 기온은 이제 덥다고 느껴질 정도로 햇빛도 강렬해지고 있었고 그에 맞춰서 학생들도 팔과 다리 등의 맨살을 조금씩 드러내고 다니고 있다. 그것은 강민도 예외는 아니라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인채 평소엔 잘 오지 않는 부실이 모여있는 건물 안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멈춰선 곳은 오컬트 연구부라고 적힌 부실의 문 앞이었다.
" 리즈 안녕~ "
분명 자신이 속해있는 부실도 아닌데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버린 그는 익숙하게 리젤로테를 찾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부실 내부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놓여있는 의자 중에 하나를 잡아 앉은 그는 부실에 있던 리젤로테에게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 또 갑자기 찾아왔다고 잔소리 잔뜩 할 생각이야? "
그가 이렇게 오컬트 연구부실에 갑자기 오는 것은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는 부실에 있는 리젤로테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그럴 생각이 만땅이었기에 장난스런 미소를 가득 지은채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가만히 있으니 문이 덜컥하고 열린다. 아니, 버티고 서야 할 문이 자동으로 열리다니 그런 일은 자동문도 아닌 이상에야 있을 리가 없을텐데... 그래도 혹시 '마술'이라는게 있다면 또 모르는 일이다. 마침 이 부실의 간판도 '오컬트연구부'라는 굉장히 수상스런 이름을 하고 있지 않나. 그 내부도 광원이라고는 촛대 정도에 의지해 한 없이 어두컴컴하고 쨍한 날에 어울리지 않게 서늘하다. 이 학교에 만약 동굴이라는 곳이 있다면 그건 분명 이 부실을 뜻하는 것일테지. 하지만 그것이 마술같은 일은 결코 아님을, 방의 주인은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아. 자네인가."
그곳의 부장은 방 곳곳에 도사린 어둠 속에서 숨을 털어내는 소리를 하며 불청객을 맞는다. 마녀의 얼굴이 이제는 물리다 못해 거진 변화도 없는 얼굴이다. 남의 부실을 노크도 없이 덜컥 열어버리는 이 사려가 부족한 남자 아이는, 학생 '유강민'은― 이 수상쩍은 부실을 한 번 찾아낸 뒤로는 몇 번이나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이 때의 남자 아이들은 남아도는 체력을 주체하지 못해 바깥에서 어떤 바보 짓이라도 사서 할 터인데. 할 일이 그렇게나 없는 건가? 그나저나 여전히 이쪽을 '리즈'라고 부르고 있다. 이름을 알려줬더니 멋대로 그렇게 불러오는 것이다. 하기사 마녀 본인도 풀네임을 온전히 부르는 건 시간낭비라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이름을 어떻게 부르건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저렇게 친한듯이 리즈라고 줄여 불러오는 건 역시 조금은 거슬리는 일인 것이다.
"아니, 그건 그만두기로 했다. 그야 자네는 음향 왜곡의 마도구라도 쓰는 것처럼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말이야. 입이 아파졌어. 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것 만큼 체력의 낭비가 되는 것도 없겠지."
퍽 자비없고 냉정한 말씨다. 이런 정도의 말끔한 독설을 상대불문하고 시원시원하게 뱉어내는 건, 이 학원에는 이 작고 교만스러운 마녀 정도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 안은 실제로 시원했다! 요즘의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아직 개인 부실에 에어컨을 허락해 줄 만큼의 기온은 만족되지 않아 애매한 더위와 불만이 학생들을 덮쳐오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일을 마술같다고 해야하는 거겠지. 그야 강민도 알고 있을테지만 실제로 그녀는 기온을 조작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늘하다 못해 조금은 춥다고까지 느끼는 건지 걷어 붙인 교복 위에 어두운 케이프를 두르고 있었으니. 망토라. 여고생이라면 보통은 담요 아닌가?
"흥... 좋을대로 말하기는. 지금의 나는 심심해 할 여유따윈 없다고 몇 번이나 알아듣게 말했을텐데. 역시 자네는 새겨듣는 버릇이라곤 조금도 없는 모양이야. 다시 말하지만 이 공간에서 심심함을 느끼고 있는 건 오로지 유강민 군, 자네뿐인 거다."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냉소 일색의 말을 쏟아내던 마녀가 손가락을 서로 마주쳐 비틀자 '타악' 소리가 어둑한 방 안에 울렸다. 그리고 일어난 것은 또 한 번의 마술.
"언제나처럼 이 차라도 마셔버리고, 적당히 사라지도록."
울리는 소리에 마치 잠들어있다 깨어난 것 처럼, 한 켠에 놓여있던 티컵이 강민의 앞에 놓여지고 그 안을 주전자가 저절로 떠올라 빈 잔을 채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거라면 이런 차도 굳이 줄 필요 없을텐데. 마녀라는 건 어쩌면 역설적인 면모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마녀 사냥의 취지가 그러했던 것 처럼.
오늘도 어김없이 친절하지 않은 리젤로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민은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지은채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 학교에 있는 그 어떤 공간보다 어두운 느낌이 강한 이곳은 바깥의 기온과는 다르게 서늘했다. 그러니 팔꿈치까지 말려올라가있던 셔츠의 소매도 어느새 풀려내려와 드러냈던 팔뚝을 다시 가려주고 있었다.
"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니, 나는 그렇게 딱딱한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
그녀가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조금은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인 그는 그녀가 두르고 있는 케이프를 바라보았다. 망토라니, 여고생의 감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리젤로테가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엔 말투가 좀 요상한 유학생인줄 알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어떤 미지의 힘은 그녀에 대한 그의 시선을 바꾸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 그런가, 그럼 내가 심심하니까 리즈보고 어울려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겠네. "
리젤로테가 강민쪽으로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았지만 강민은 예전에도 그랬기에 너무나도 익숙하다는듯이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마녀, 라고는 그녀의 입에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나잇대에 어울리지 않는 케이프를 고집한다던지 없던 자리에서 갑자기 무언가 생겨나는 일, 이를테면
" 여기는 좀 서늘하니까 따뜻한 차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리즈는 친절하네. "
그녀가 손가락을 튀기자 허공에서 따라주는 따뜻한 차 같은 일을 보면 강민은 그녀가 마법사 혹은 마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말의 속임수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것을 보더라도 행위 자체는 따라할 수 있는 강민이 따라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땐 속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오컬트 연구부에 무언가 장치가 되어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개 부실에 그렇게까지 해둘 이유를 그는 알지 못했다.
" 오늘은 날씨가 좋더라. 안에 있는 것도 좋지만 바깥에 나가서 햇빛이라도 좀 보는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데. 같이 나가지 않을래? "
그녀가 따라준 따뜻한 차를 홀짝이면서 그는 웃어보였다. 엘부르즈 최고의 독설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 마녀 여학생에게서 이렇게 마이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의 대단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단지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보이는 것 뿐이야. 지금의 나는 완전히 인간들의 틈에 섞여 살고 있으니까... 그 뜻에 어느정도는 맞춰주는 게 더욱 효율적인 위장이 될 거라고 진작에 판단했어. 그리고 이렇게 마실 거라도 내주지 않으면 자네의 입은 조금도 쉴 생각을 않으니까 말이지."
차를 내주는 건 친절이 아니라 단지 그것뿐. 마치 그렇다고 하는 것처럼 마녀는 말했다. 덕분에 강민은 이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하면서도 차나 과자를 얻어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친절인지 불친절인지 아리송한 태도이나 결국은 그만이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바깥에 대해서 산책 이야기를 꺼내자 돌부처처럼 딱딱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던 마녀가 조금은 움찔거렸다.
"...윽. 그건 절-대 사양이다."
나온 것은 거의 즉답에 가까운 질색이었지만. 읽고 있던 책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그 틈 사이의 눈으로 강민을 바라본다. 푸른 눈썹 사이가 약간이었지만 찌푸려진게 눈에 띈다. 그렇게도 싫은가?
"애초에 마녀란 족속들은 낮과는 거리가 멀어. 음기는 마력을 결집하고, 숙성시키지. 간단히 말하자면 마술을 다루기에는 기본적으로 광입자가 적은 어두운 상태가 최적이라는 거다. 흔히 반인반수가 만월에 반응한다는 설화도 그런 원리에서 비롯 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그러니 햇빛따위는... 그래, 이 나와 어울리지 않아."
그 이유란 그런 것으로, 지금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마녀라거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은 전부 히키코모리 태생이 아닌지 싶다. 그렇다고는 해도 흡혈귀처럼 햇빛에 노출되면 실시간으로 피부가 타들어 가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럼 역시 그냥 이 마녀 나부랭이가 히키코모리인 것 뿐이지 않나!
"무슨 유파라고 했던가. 자네의 가문에서 이런 정도의 기본적인 마술학 상식은 가르침 받지 않은 모양이지? 강민군."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마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랬지. 마녀는 어느정도 강민의 정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자기 반의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사정을 하나하나 담임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의문같은 걸 던지고 있는 거겠지만. 어쨌든 마녀는 이런 쪽의 학구열에 더 관심이 많은 여자였다.
" 나는 그렇게까지 수다스러운 사람이 아닌걸. 단지 리즈 반응이 너무 무뚝뚝하니까 그렇지. "
방긋,하고 웃어보이며 그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따뜻한 차의 온기가 손을 타고 온 몸으로 전달되는 느낌이라 몸 주위를 감돌던 냉기가 한결 사그라든 그는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편하게 자세를 취하더니 살짝 눈을 감았다. 좀 서늘하긴 하지만 따뜻한 차를 마셔서 그런가 잠들기 딱 좋은 온도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네가 인간들 틈에 섞여살고 있으니까 낮에도 활동하고 그래야지. 대부분의 인간들은 낮에 밖을 돌아다니곤 하는걸. "
아예 의자를 돌려앉아서 등받이에 턱을 기댄채로 그녀를 바라보던 강민은 약간은 찌푸려진듯한 그녀의 표정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었지만 본디 현대의 밤은 낮보단 좀 더 지루한 법이니까 말이다. 계속해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것보단 낮에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강민이었다.
" 혼자 다니는게 걱정이라면 같이 다녀줄테니까. 음 ... 그래, 데이트를 하는거야. "
장난스런 말과 함께 눈웃음을 지어 리젤로테를 바라보던 강민은 그녀의 말에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턱을 매만졌다. 유파에 관한 것은 극비 중의 극비로 웬만한 국가의 수반도 모르는 정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원래라면 유파에서도 경계해야하는 사람이고 그녀 또한 보는 것보단 오랜 세월을 살아온듯하니 그의 고민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 나 말고도 유파에서 후계로 지정해둔 사람은 몇명 더 있지. 그 중에선 너와 비슷한 지식을 배우는 자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
사람을 잘 가리지 않는 그가 정말로 싫어하는지 말하는 내내 웃는 표정이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생각도 하기 싫다는듯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이내 평소의 분위기로 금방 돌아와선 말했다.
" 나는 기본적으로 무술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쪽으론 지식이 좀 있는 편이지. "
좀 있는 편이 아니라 통달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말이다.
" 뭐 이런 어려운 얘기는 하지말고 다른 얘기나 하는게 좋겠네. 그럼 리즈는 평소에도 이렇게 있는거야? 쉬는 날에도? "
적어도 쉬는 날엔 쇼핑을 한다던가 하는 취미 생활이라도 있지 않을까해서 물어보는 강민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자네의 말이 맞아. 인간이라면 물론 태양의 요람을 활보해야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학생을 연기하고 있어. 학생에게 업이란 '공부'다. 세상의 일엔 관심끄고 학원에 틀어박혀 학업에 매진하는 시늉을 하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신분이지. 그래, 다음엔 일본이 아닌 옆의 이웃나라에 가볼까 해. 그곳의 학생들은 저녁 10시가 되도록 공부하고 학원에 나와서까지도 다음 날의 예습을 한다는 모양인데. 정말이지 멋진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때의 마녀는 살짝 웃었다. 입꼬리만 조금 올라간 옅은 미소. 냉랭 일색인 그 마녀가 다른 얼굴을 보인다는 건 희귀한 일이지만... 역시 그건 좋은 의도의 웃음은 아니었다. 상쾌한 맛보다는 비릿함이 더욱 진한. 눈 앞의 강민을 놀리는 듯도한, 이야기 속의 옆나라의 학생들을 비웃는듯도 한, 그런 얼굴이었다. 도무지 보통의 여자 고교생이 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내가 걱정이라고? 그리고 데이트...? 자네와 내가 말인가? ...흐응."
마녀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그 고개를 기울인다. 각각, 고개를 기울인 것은 데이트의 얘기가 나왔을 때, 눈을 가늘게 뜬 것은 강민의 집 안 사정을 말하고 있을 때로 나뉜다. 그런데 웬걸, 장난스러운 말투였다고는 해도 마녀의 기분이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아보이는 눈치다. 오히려 분위기가 달라진 강민을... 탐색한다고 해야할까? 하루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마녀가 남에게 이렇게까지 시선을 보내는 것은 꽤 드문 경우다. 강민이 평소처럼 돌아오자, 똑같이 돌아온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어. 그야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에게는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게 보통은 닫혀 있는 혈에서도 기가 막힘 없이 흐르고 있거든. 나처럼 기의 흐름에 예민한 사람들은 금새 그걸 알아챌 수 있지. 만약의 이야기다만 유강민군, 자네가 그 사실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좀 더 긴장하고 걷는 편이 좋아. 그래서야 나같은 존재에게는 금방 들켜버릴 테니까."
마치 선생님이라도 된 듯한 말투로 말하고 있다. 【괴리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녀가 말하는 그 괴리성이란 일상 속에 숨어든 비일상에 살고 있는 것들. 그 자체가 자아내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기있는 마녀도 마찬가지이며 강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괴리감을 갖는 사정도, 그것을 흘리는 방식도 저마다 제각각. 일상 속에 살고있는 평범한 사람은 그런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렇기에 마녀는 아무 탈 없이 인간들의 사이에 숨어들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강민과 마주친 것처럼, 또 다른 일상 밖의 존재에 대해 주의하라고 언질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괜한 잔소리를 하길 좋아하는 걸지도... 그런 그녀가 강민의 질문에 오히려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대답했다.
"그래. 보다시피 특별할 거라곤 전혀 없어. 자네가 지금 보는 이 풍경이, 꾸밈없는 나의 평범한 일상이야. 요즈음엔 인터넷이라는게 참 잘 되어있더군. 필요한 게 있다면 밖에 나가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어서 시간도 비용도 절약이 가능해. 게다가 마침 이 학원의 기숙사는 훌륭하게도 료칸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온천도 할 수 있고 명상도 즐길 수 있지. 여러모로 편리한 곳이야. 되도록이면 이곳에는 오래 있고싶어."
역시 히키코모리인가...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소리를 이렇게나 당당하게 늘어 수 있는 것도 그녀뿐인지도. 자신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싶어하는 강민의 의도를 먼저 읽고서는 부러 그런식으로 뻔뻔스럽게 얘기하는 것 뿐인지도 모르지지만 말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모르겠지만, 사람을 물먹이는 건 어째선지 참으로 좋아하는 마녀다. ...아하, 그렇기에 '마귀 마'자를 쓰는 여자인 것인가. 그런 건가. 아무튼 그랬던 마녀가 지금 강민에게 흘끗거리며 시선을 주었다. 구불거리고 길게 늘어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묻는다.
"...그보다도,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어. 자네는 혹시 이 나와 데이트가 하고 싶은 거야?"
그허어억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오다니 실화냐아아...... 마녀씨는 일부러 다가오는 할로윈 시즌에 맞춰서 그런 컨셉을 잡아 낸 캐릭터인데 그래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메신저도 좋은 생각~~~! 이라고 생각하지만 테이주는 어떠려나? 라인은 대충 서로 교환했다는 설정으로 좋지 않나 싶어~~
" 확실히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지만 말이지, 학교는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사회적인 능력을 기르게 하는 곳이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리즈가 여기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이 학교의 본분을 반만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거야. "
그녀가 옆나라 이야기를 하자 강민도 길게 말을 늘어놓으며 얘기했다. 사실 옆나라라고 한다면 그와 무관하지는 않은데 이름부터 한국식 이름이지 않은가. 물론 상당히 어릴적부터 유파에서 길러져왔고 일본에서 살아왔기에 그는 외모와 이름만 한국인일뿐 완전 일본인이나 다름 없었지만.
" 의외로 리즈 같은 사람들은 별로 없는걸.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이 세계의 절대 다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이니까 말이야. "
그리고 그 절대 다수에 나는 포함이 안되고 말이지. 이어지려는 말을 속으로 삼켜낸 그는 잠깐 쓴웃음을 지었지만 빠르게 옅은 미소로 바뀌었다. 물론 미사키도 그렇고 리즈도 그렇고 엘부르즈에는 특별한 학생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의 조심하란 말이 틀리진 않지만 ... 그 극소수의 사람들 중에서 그에게 적대감을 가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마음을 놓고 사는 것도 있었다.
" 맘만 먹으면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긴 하지만 말이야 ... 가끔은 상쾌한 공기를 맡으면서 생각없이 걸어다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 "
강민의 말에도 리젤로테는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기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 이상 말해봤자 서로의 의견은 평행선만 달릴 것이 뻔했기에 설득은 그만두려고 했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가깝게 다가가서 다시 앉고선 작게 속삭였다.
" 리즈는 어때? 리즈만 좋다면 나는 괜찮은데, 데이트. "
장난스런 표정이 가득했지만 어쩐지 싱글벙글한 웃음이 조금은 기대를 품고 있는듯 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어디까지나 리즈를 밖으로 데려갈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것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생각들이 안일하다고 나는 말하고 있는 거야. 비일상에 사는 자가 일상이 있는 쪽을 바라봐도 의미 없어. '그림의 떡'이라는 말을 알고 있으려나? 자네가 말하는 평범한 삶이, 우리에게는 마치 그것과 같지. 실체인 것 같아 뻗어보면 가짜이고, 선뜻 배푼 믿음에 멋대로 배신 당하고는 해. 비일상에 산다는 건 그런 거야 강민군. 가령 지금의 내가 학생을 연기하고 있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이지. 그러니 학생의 본분 따위같은 것도 사실은 전부 의미 없다는 이야기... ...잠, 거리 가깝잖아...! 그렇게 불쑥 다가오지 말아주겠어?"
책장을 넘기며 기세양양하게 말하는 마녀도 멋대로 자리를 바꿔 가깝게 앉아오면 별 수 없다. 페이지에 고정시켰던 눈이 강민에게로 향하고, 뒤로 내뺀 얼굴에는 당황하는 빛이 감돈다. 또, 한껏 찌푸린 눈썹에 모진 목소리... 그리고 갑작스러운 어프로치에 놀란 걸까? 조금이었지만 붉게 상기된 얼굴. 무섭다 무서워.
"흥... 사람이 말하는 중인데 바보같은 얼굴이나 하고 있기는...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떨어져. 자네 때문에 책이 안 읽힌단 말이야... 정말."
그러더니 손에 들려있던 두꺼운 책으로 강민의 얼굴을 자신의 거리에서 밀어내려고 한다. 꾹꾹 눌러서 밀어낸다. 평소의 실없는 장난같은 거라고 생각했건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웃는 얼굴을 모질게 내칠 수는 없었던 건지. 체념한 듯 말하는 마녀는 '하아' 한숨 쉬고는 말한다.
"...좋아. 어울려줄게, 데이트. 한 낮에 바깥에 나가는 것 따위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걸."
마침내 승낙이 떨어졌다! 한껏 부풀어 있던 강민의 기대가 닿았던 것일까? 하지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고 말하는 것처럼, 천천히 펴올린 손가락 한쪽을 곧 강민의 입가에 닿게 하고서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 그럼 리즈랑 나는 똑같이 비일상의 선상에 서있으니 서로가 그림의 떡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거네? "
그녀의 말대로 그와 대척점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하등 상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경계해야하는 것이지. 하지만 강민은 어느쪽도 경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가 지금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를 어릴적부터 세뇌하다싶이 교육해온 유파 마저도.
" 그야 리즈가 잔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이제 그런 얘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해. "
리젤로테가 책으로 자신의 얼굴을 밀어내자 강민은 순순히 조금 멀어져주었다. 하지만 리즈의 당황스러운 얼굴을 봤으니 이번에도 꽤나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하면서 아까처럼 다시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선 쭈욱 기대 앉으며 말했다.
"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앞뒤로 사족이 너무 붙는거 아니야? "
드디어 리즈에게서 약속을 받아내자 그는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정말 리즈를 이 어두컴컴한 동아리 부실에서 빼내는 것이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그만이 아는 것이겠지만 일단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이어진 리젤로테의 말에 그는 말해보라는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항상 반 정도는 기본으로 감겨있던 마녀의 눈이었건만, 지금의 강민의 말을 들었던 순간은 동그랗게 띄여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완전히 예상 범주 바깥의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 하필 예를 드는 대상이 그와 자신이었던 걸까. 이 남자 아이는 왜 항상 말이라고 하는 것 마다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이론상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자네, 농담으로라도 그런 실언은 하지 않는게 좋아. 왜냐하면 나는..."
그러나 마녀는 그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다. 놀라서 큼직하게 띄였던 눈도 어느새인가 돌아와 있었다.
"흐응, 글쎄. 데이트를 먼저 원해온 건 누구지? 자네잖아? 나는 딱히 나가지 않아도 미련 없다만?"
그 교만한 기세조차도 어디 가질 않고... 여차하면 약속을 무를듯한 말투로 그렇게 강민에게 말해온다. 악마와 계약 하지 않고 사람을 재물로 쓰지 않는다. 단지 그뿐이지, 마녀의 근본은 역시 마녀였던 것이다. 오히려 현존하는 모든 마녀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이니 그렇게 굴지 않으면 아쉽다. 그녀가 강민의 입가에 올려두었던 손가락을 거두어 가슴 안 쪽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강민이 기다리고 있었던 대답은, 조금은 엉뚱한 것이었다.
"―조건은 데이트의 약속에 늦지 않으면, 알려주도록 하지. 물론 자네는 데이트에서 숙녀를 기다리게 하는 무례한 남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상관없겠지?"
" 실수가 아닌데 실언이라고 하면 좀 곤란한걸. 실제로 지금 나는 리즈에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
남이 들으면 오해가 그득한 말을 하면서도 강민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정말로 손을 살짝 뻗었다. 물론 제대로 뻗지 않았기에 닿을리 만무했고 뻗었던 손은 언제 움직였냐는듯 다시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있었다. 그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약간 이상한 기류가 흐르던 대화는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네. 내가 좀 더 아쉬운 입장이려나. "
어째서인지 조금 얄미워보이기도 하는 표정이었지만 미워하기엔 또 분위기가 장난 일색이었다. 리젤로테에게서 약속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강민은 어쨌든 좋은거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러다 리젤로테가 조건을 바로 알려주지 않자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말했다.
" 이런건 못이기겠다니까. 그렇게 말하면 밤이라도 새야할 것 같은 느낌인걸. "
피식, 하고 웃어버린 강민은 핸드폰을 꺼내서 스케줄을 확인하더니 그녀에게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강민이 손을 뻗으려고 하자 마녀는 흠칫하고 만다. 물론 실제로 닿지는 않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그의 손은 되돌아 갔지만...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이걸 어리숙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어째서 매번 이 남자 아이는 내게 거리감도 없이 다가오려고 하는 거지? 몇 번 나와 대화를 나눈 정도로는 질리지 않는 건가? ...아니, 생각하지 말자. 태클을 걸려고 하면 할 수록 피곤할 뿐이니까. 언제나처럼 일어나는 바보짓일 뿐이다. 적당히 상대해주면 될 뿐인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려는듯, 마녀는 지끈해져 오는 골을 수습하듯 손을 얹은 이마를 가벼이 저었다.
"이 나에게 이기려고 생각하다니. 십년... 아니, 백년정도는 일러. 그보다 주말인가... 그럼 결정이네. 일정을 기억해두도록 하겠어. 강민군, 자네도 늦지 않도록 조심하는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눈 깜빡하는 사이에 데이트가 물거품이 되고 말테니까... 후후."
마녀가 책으로 입가를 가리고 조금 웃는다. 흐르는 건 웃음 소리 뿐이었지만, 베싯 휘어진 눈매가 불온하게 웃는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저 경고이겠지만, 약속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파투를 예언하려는 듯한 말씨가 얄밉다.
"자, 그럼 나는 충분히 오늘의 할당량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자네를 상대하는 일일 할당량 말이야. 내게 남의 상대를 하는 에너지는 정해져있어서 그 이상은 힘 낼 수가 없거든. 그러니 그 차도 전부 마셨으면... 슬슬 돌아가주지 않겠어?"
마녀가 흘긋하고 옆자리의 강민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엘부르즈 학원에 숨어사는 마녀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어둠 속에서 촛대에 의지하여 홀로 시간을 보내다가 사람이 찾아오면 귀찮아하며 쫓아내고, 그러면서도 차를 건네주고는 그 찻잔을 비우면 나가라 한다. 제멋대로이다. 그녀에게 그런 시간들은 완전히 익숙한 것으로만 보인다. 사람과 거리를 두는게 몸에 밴 것처럼.
Good morning Minasan ~~~~~~~~~~~~~ 🐟✨ Me 치나츠주 드디어 마지막 전공시험을 앞두게 되엇다. 아무튼 상태도 좋아졋으니 선관 답레를 가져오겟음. Ya-hoo~~~~할로윈 이벤트 Saikoooo 라구~~~~~~!!
>>621 미사키-San Omatase. 이것은 백만년만에 돌아온 선관 답레 이다. 만약에 미사키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치나츠에게서 "에에에에~~?? 그럴리가! 미사키쨩 키도 엄청나게 크고 분명 수영이나 다른 운동 엄청나게 잘할거라 생각했는걸! 다른 부에서도 이렇게 나온 적 없어? 배구부나 배구부나?? " 같은 답변이 돌아올것. 이 무녀-히로인은 신입 부원 모집에 적극적인 무녀이더. 아무튼 수영 잘할거 같은 female 학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임. 마치라잌 아쎄이들을 모집하려 하는 킹-갓 병무청과 같은 태도로 말이지.....🐟✨
Q Chinatsu-san Male 학생에게도 이렇게 어필합니가?? A 운동 잘할거 같은 friend 라면 당연히. 😉✨ Maybe 강민좌나 해리-san도 부활동을 안한다면 이같이 어필할 가능성이 높을 것. 이 무녀는 진지하지 않을때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