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도 미사키도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결국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무심히 스쳐가는 봄바람에도 괜시리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봄바람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살살 불고 있을지 모른다.
"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생활습관 때문인지 먼저 나서는 일이 꺼려졌고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게 먼저 다가온다면 그것을 막아내는 편도 아닐뿐더러 그도 편하게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 특별히 눈에 띄는게 그거 하나라서 얘기해봤어. 다른건 그냥 두루뭉술한 이야기야. 수명이라던지 연애라던지. 이런건 되게 추상적이라 들어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 "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금방 주문한 마라탕이 테이블로 내어져왔다. 자극적인 향이 코를 찔렀지만 별거 아니라는듯 강민은 조심스럽게 국물부터 맛을 보았다.
안녕안녕! 치나츠주!! 반가워~ 핑크핑크 아이돌 캐릭터를 맡고 있다고 일단 주장하는 유우나의 오너 유우나주야! 서브녀1 담당이라니. 무슨 소리! 유우나는 아직 강민에게 연애적 호감이나 그런 것도 없는 상황인데 짝사랑을 시작한 치나츠는 그보다 더 앞서 있다! 고로 서브녀가 아니다!
>>505-506 그렇다면 그렇게 큰 접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고 굴려봤는데 유우나가 히노하라 신사에 자주 가서 참배를 하고 그래서 안면이 있는 그런 관계는 어떨까? 아이돌 일을 하다가도 조금 곤란한 일이 있으면 수호천사의 조언이 있더라도 괜히 신사에 가서 괜히 신에게 빌어보는 일도 있고 그럴 것 같거든. 이렇게 하면 아직은 유우나가 강민이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특별한 감정이 생기게 될 때 신사에 가서 연애운을 빌어보기도 하고.. 연애에 대한 것을 듣게 되면 치나츠와 알게 모르게 라이벌 느낌이 성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507 미미(味味) 수습무녀 치나츠는 특별한 행사나 대회가 없다면 주말에는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으니 만약에 유우나가 주말에 참배를 하러 왔다면 자연스레 안면을 트게 되었을 것 같네! 수호천사씨의 조언도 좋지만 역시 "종교의 힘" 은 무시할 수 없다구......신사 안에서는 대체로 모든 참배객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다니니까 아마 유우나를 처음 만났을 땐 자기보다 어린 유우나에게 존댓말로 말을 건넸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유우나주 말대로 나중에 유우나가 연애 얘기 하면 자연스레 누구에게 관심이 생겼냐고 물어보게 될 것 같네. 이때 감정이 있는 상태라 해도 치나츠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갈 것같아서 적어도 치나츠는 라이벌이라 여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유우나는 과연 어떨지,,,🤔
>>508 주말에 항상 신사에서 무녀복을 입고 청소하고 있다면 유우나와 확실히 만날 가능성이 크겠다! 유우나는 자주는 아니어도 큰 행사를 앞두고 있거나 신년에는 항상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있거든. 이때만큼은 딱히 변장을 하지 않고 가기 때문에 아마 맨 얼굴의 유우나를 볼 수 있을거야! 아무튼 그렇게 존댓말로 말을 하면 유우나도 처음엔 눈을 깜빡이다가 덩달아 인사를 하고 괜히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더 걸고 그랬을 것 같아. 유우나는 아무래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고 포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라이벌로 볼 것 같아. 이건 다른 히로인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막 과격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언니에게 지진 않을 거예요! 두고 봐요! 이렇게 선전포고하는 정도겠지만 말이야. 딱히 적대하진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요! 이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민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마주 보고도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유라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마라탕을 한 입 먹고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잘 믿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면 그 말을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살아가고, 결국 그 말에 얽매이게 되더라. 그래서 이런건 잘 안알려주는 편이야. "
수명이야 대부분이 먼 훗날의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넘기지만 재물이나 연애 같은 경우에는 바로 코앞의 현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척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되는 경향이 컸다. 강민은 그런 것을 경계하고 있었고 자신의 친구인 미사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도 너무 궁금해하니까 ... 살짝만 얘기해주자면 순탄하지만은 않을꺼라네. "
어째 연애운에 투쟁이 들어가있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투쟁을 역경이라고 생각한듯 했다.
>>513 음. 질문이라고 해야할까? 강민이는 유우나의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지 궁금해! 사실 중학생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정말로 가볍게 기억할 수도 있고, 그때 그런 애가 있었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뭔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딱히 관심가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514 중학교때 나름 고민도 들어주고 그랬던 관계니까 이름이랑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데, 아이돌이니 매체에서도 얼굴을 봤을테고 그걸 보고선 좀 놀랍게 바라봤을꺼야. 그리고 보통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어느 누가 유명인이고 이런건 다 퍼지기 마련이니까, 유우나가 학교에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것 같네.
의외로 깊게 인지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보면 강민이는 되게 기억력이 좋은 것이 분명해. 강민이 입장에선 그냥 우연히 고민 들어준 후배 A 정도에 지나지 않을텐데 말이야. 유우나는 반대로 강민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지만서도. 아무래도 자신이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격려를 해준 사람이기도 하니!
결국에는 살짝 이야기 해주는 강민이지만, 남의 운명을 엿보고는 전부 이야기 해주지는 않고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는 부분이 치사해서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발끝으로 강민의 신발코 부분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강민의 이유는 나름 합리적인 것이고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었다. 손금으로 사람의 앞날을 보려는 행위는 일종의 예언이고, 예언이라면 미사키는 의심 없이 그것에 몸을 던지는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그것보다는 많이 알려줘도 좋을텐데. 완전히 애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을 바꿔서 걱정해주는 거라고 하면 약간 기분 좋을지도 모르겠고.... 연애가 순탄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한 미사키는 폭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런 사람을 좋아하면....
"뭐~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니까 복채를 주기로 할까. 따로 바라는게 없으면 연습하던 마술이라도 보여줄까 하는데."
사실 마법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해주지 않은체 방긋 방긋 웃다가 마라탕을 마저 먹기 시작한다. 보통은 들기 힘든 온도와 무게의 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는 와구와구 먹는 모습은 별로 귀엽지 않았으려나.
자신이 손금으로 보는 것들은 정확도가 꽤 있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틀릴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걸 믿고 있다가 안좋아지기라도 한다면 자기 자신도 좀 불편해지니까 차라리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미사키도 알아들은것 같아서 그는 살짝 웃어주며 말했다.
" 내가 봐준다고 한거니까 복채는 필요없는걸. 일단 나온 것부터 먹자.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릇을 한 손에 들고서 먹는 모습은 여러번 봐왔음에도 여전히 놀라웠다. 애초에 저거 엄청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민은 말을 이어갔다.